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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명세자와 함께하는 조선 생활-150화 (150/345)

150. 14장 1화 대한 통신사(3)

잠시 기다린 끝에 도쿠가와 이에요시를 접견할 수 있었다. 쇼군이 머무는 천수각까지 안내를 받아 올라가고 소지품 검사를 받은 다음 방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대한제국의 황제폐하께서 일본의 막부와 교섭을 행하라 명을 내리셨습니다. 저 박현상이 부족한 몸으로 후작의 자리에 오르게 되어 쇼군 합하(閤下)를 뵙습니다.”

“예전에는 조선에서. 이제 칭제를 하여 대한에서 오신 분들이시군요. 막부의 쇼군으로서 여러분들에게 폐를 끼쳐드리지 않기 위하여 심혈을 기울이겠습니다.”

내 인사를 받더니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이에요시가 답하였다. 그를 살펴볼 수 있었는데 신장은 155㎝ 정도에 머리가 잘 익은 수박처럼 거대하고 이마가 튀어나와서 기묘한 인상이었다.

품속에 담은 서신을 전하자 이에요시의 옆에 있던 이가 이를 낭독하였다. 좌우로 나누어 국한문혼용체와 일본어로 적혀있는 서신 중 일본어로 된 서신이 낭독되었다.

[대한의 황제로서 일본의 정이대장군에게 우호의 서신을 보내는 바입니다. 양 국가는 격변하는 세파를 견뎌내기 위하여 형제처럼 우호의 관계를 구축할 것을 천명하니······.]

[······이미 이 나라는 칭제건원을 행하며 열국과의 평등한 관계를 제창하였습니다. 서로가 호응하면 발전할 수 있음은 구주의 열국들이 증명한 바이니 힘을 합침이······.]

위기를 극복하고 서로 건전한 국가가 되겠다는 내용의 담백한 서신이었다. 이에요시는 이 서신을 다 듣고 눈을 지그시 감더니 그 큰 머리를 끄덕거리며 말하였다.

“제가 알기로 대한은 그 강대한 청나라를 무너뜨린 국가인데 먼저 우호의 서신을 보낼 줄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하였습니다. 물론 상세한 이야기를 들으니 다르더군요.”

“저 또한 당시 전장에서 태상황 폐하를 보좌한 사람 중의 하나였습니다. 이루 말할 수 없는 비극이 함께한 전장이었습니다.”

“그러게 말입니다. 분변을 퍼지를 것이면 바지에 퍼지를 것이지 왜 벽에 바르는지.”

억지로 큭큭 소리를 내며 웃은 이에요시의 속뜻을 이해하고 나도 억지로 웃으며 호응하였다. 막부를 제창한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큰 패배를 겪고 바지에 변을 지린 사건을 말한 것이다.

어느 정도 분위기를 환기하고 이에요시가 주변을 바라보며 눈을 굴리자 중진이 아닌 신하들이 물러났다. 내가 일본 사절단에게 경고한 막부의 멸망 이유를 듣고 싶기 때문이리라.

정말 중요한 막부의 인사들 열 명과 충직한 호위무사 세 명만이 남았고 이에요시가 입맛을 다시며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속내를 털어놓으라는 듯 손바닥을 보여주며 말했다.

“후작이 사절단에게 말하기를 개항 이후 막부를 무너뜨리는 것이 너무 쉬운 일이라 설명할 수 없다고 하였지요. 이제는 듣는 사람이 줄어들었으니 말 하셔도 됩니다.”

이 이야기는 효명제도 나를 통해, 그리고 내가 입수한 정보를 통해 알고 있는 내용이다. 효명제도 일본 전체는 몰라도 10년 이내에 막부를 붕괴시킬 수 있다 호언장담하였다.

다만 이에요시가 얼마나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나는 미리 계산해 둔 대로 일본 막부의 가장 큰 약점을 이야기하였다.

“바로 금과 은의 문제입니다.”

“금과 은의 문제라? 우리 일본은 사도가시마에서 많은 금과 은을 소출하는데요.”

“금과 은의 환급비가 국제 시세와 너무나 다릅니다. 대한은 홍삼 수출을 통해 여러모로 조율을 하여 1:15 정도의 비율을 유지하려고 노력을 하는데 일본은 어떠합니까?”

이에요시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옆을 바라보았고 늙은 대신이 귀엣말을 속삭였다. 그리고는 이에요시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말했다.

“금과 은의 비율이 1:5 정도입니다. 본래 이보다 은의 가치가 조금 더 높았으나 대한과의 교역에서 은이 빠져나가며 이 정도로 유지가 되었다는군요.”

“이는 쇄국을 유지하는 지금은 별다른 문제가 아니지만 개항을 하면 심각한 문제가 됩니다. 극단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외국 상인들이 은을 내놓고 금을 무한정 거둬갈 겁니다.”

일본 막부가 아무리 평가가 안 좋은 정부라지만 정부의 역할은 하고 있다. 개중 가장 중요한 수입원이자 막부의 지배체계를 유지할 원동력인 화폐 주조의 역할도 담당하고 있다.

본인들도 이러한 약점을 알고 있으니 국제 거래에서는 구리를 내놓으며 금과 은의 수출입을 중단하였다. 이에요시는 관자놀이를 손가락으로 두들기면서 답을 내놓았다.

“참 곤혹스러운 일이기는 하나 견딜 수 있을 것 같군요. 외압으로 인하여 개항을 하여도 결국 금과 은이 몇 년 동안 움직이는 꼴이 아닙니까?”

“뭘 사들이는지가 중요합니다. 지금 청나라의 남부 일대는 곡창지대임에도 불구하고 사방에서 양귀비를 길러 아편을 만들어내느라 기근을 겪고 있으니 일본의 쌀을 살 겁니다.”

“미곡이······. 쓸려 나간다는 소리잖나!”

이에요시의 얼굴에서 여유만만한 표정이 사라지고 눈을 휘둥그렇게 뜨며 존댓말도 그만두었다.

일본에 은을 팔고 금을 사들이며 그 차익으로 미곡을 사들이면 벌어질 일을 알고 있으니 당황한 눈초리로 답하였다.

“내가 가까스로 막은 텐포(天保) 대기근과 같은 꼴이 벌어진다는 말이 아닌가!”

“옳은 말씀입니다. 당시에는 홍수가 빈발하며 흉작이 발생하였지만 이제는 사람으로 인한 문제가 벌어질 겁니다. 돈을 가진 이는 배를 불릴 수 있지만 농민들은 굶주리게 됩니다.”

무작정 미국의 압력에 개항한 일본이 본래 역사에서 겪은 일이다. 외국 상인 입장에서는 일단 은만 어떻게든 들고 오면 일본과의 교역 한 번에 두 배 이상의 이득을 챙길 수 있다.

모든 거래대금은 금으로 받아가며 이 과정에서 아무 데서나 구할 수 있는 쌀을 닥치는 대로 사들여 청나라에 판매한다. 여기에 무역량 제한도 없이 국제 정세에 어두운 탓에 무제한 자유 무역을 표방하였다.

“그렇게 되면 어떠한 일이 벌어지겠습니까. 막부에서 발행하는 화폐의 가치는 순식간에 일그러질 것이며 각지에서는 농민 봉기가 빈발할 것입니다. 이 화살이 누구에게 돌아오겠습니까?”

“당연히 막부에게 돌아오지요. 무작정 개항을 하여 이러한 사태가 벌어졌다고 비난하며 사방에서 굶주린 들개들처럼 막부를 토벌하자며 이빨을 들이댈 겁니다!”

대한은 기존 교역은 물론 금과 은의 소출도 적어서 개항으로 인한 경제적인 타격이 그리 크지 않았다. 반면 일본은 상업 체계를 구축하였는데 귀금속 교환비가 비정상적인 상황이다.

개항 한 번에 국가가 무너지지는 않지만 막부는 반드시 무너질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에요시는 어쩔 줄을 몰라 고민하더니만 일단 나를 바라보며 당부를 하였다.

“너무나, 너무나 중요한 이야기라 마음이 요동치고 있군요. 내일 다시 이야기합시다.”

“제가 여독에 시달리고 있음을 알아주셨으니 쇼군 합하의 마음 씀씀이에 감읍할 뿐입니다.”

중진들과 논의를 하여 대책부터 마련하려는 것 같은데 답이 있을 리가 없지.

다음 날이 되자 다시 접견이 시작되었고 이에요시는 피곤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하였다.

“이런 약점을 쥐고 있으면서 움직이지 않은 대한이 무서울 뿐이군요. 개항을 하면 막부가 무너지고 개항을 하지 않으면 미국에게 무너져 버릴 것인데 대한의 방침은 어떠합니까.”

“황제폐하께서 천명하시길 일본을 정상적인 국가로 돌려 내실을 다지라 하였습니다.”

두 번째 서신은 상세한 조약 내용을 담은 서류였다. 욕심을 조금 담아 압박하듯이 제시한 서류를 확인한 이에요시는 눈을 흘기며 나를 바라보았다.

“대한에서 우리와 거래를 할 때 금은의 시세를 국제 평균 시세와 일본 시세의 중간으로 정하겠다니요. 이렇게 되면······.”

“저희가 은을 두 배 제공하는 겁니다. 중간값인 1:10으로 거래를 하면 시세 충격도 줄어들 것이고 대한도 이득을 볼 수 있지요. 혹여나 문제가 있습니까?”

“그럼 대한이 교역을 할 때마다 크나큰 이득을 보는 꼴이 아닙니까. 서로 우호를 다지시겠다면 조금만 양보해 주시지요.”

나는 멋쩍게 웃으며 대한과 일본 사이의 교역 시세를 1:12로 수정하였다. 이 정도면 홍삼을 이용해 많이 유입된 금을 덜어낼 수 있으며 효명제도 바라던 시세였다.

앞으로 10년 동안 독점 개항조건에 포함된 이 내용은 일본의 금은 교환비가 정상으로 돌아가면 자동으로 무효화 될 예정이었다. 다음으로는 일본에 보낼 지원 항목이었다.

“제가 알기로 쇼군께서 치세 중에 크나큰 기근을 겪었다 하였습니다.”

“참으로 끔찍한 일이었습니다. 백성 가운데 백만 명이 넘게 떼죽음을 당하였지요.”

“그러한 기근이 다시 일어나면 충격을 받은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 분명합니다. 그러하니 만주에서 생산되는 밀과 보리 그리고 옥수수를 비롯한 잡곡을 제공하겠습니다.”

내년에 200만 석, 다음 해부터 물량을 유동적으로 조절하여 최대 800만 석에 달하는 막대한 미곡이 일본으로 쏟아질 예정이었다.

다음 제안은 미리 이야기해 둔 철도 부설과 전신 부설의 문제였다. 시공은 대한의 기술자들이 할 예정이니 일본에게 자유를 선사하는 척 제시를 하였다.

“전신은 원자재 비용만 제공하면 대한에서 각 지역으로 설치해 드릴 예정입니다. 다음으로는 철도인데 철도 공사는 막부 관리와 논의를 통해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기차가 얼마나 대단한지 한번 보고 싶어지는군요. 혹여나 기차를 가져 오셨습니까?”

“시험용 레일과 침목 그리고 기차 한 대와 객차 한 대를 가져왔습니다. 통신사 일정을 진행하는 동안 에도 인근에 설치하여 시험 주행을 실시하시지요.”

기술 과시용으로 설치될 임시 철도이니 그리 난해한 공사도 아니다. 기술자들이 말하기를 인부 오천 명 정도만 동원해 보름을 공사하면 충분할 것이라 하였다.

다음으로는 일본에게 선물을 주는 척 무거운 짐 하나를 떠넘길 차례였다. 일본도 이득을 보기는 하지만 진짜 이득은 대한이 보는 항목이었다.

“대한에서는 인광석을 비료를 가공하여 논밭에 투입하였습니다. 이렇게 하니 소출이 최소 이 할, 최대 사 할까지 증가하였는데 이 비료를 아예 일본에서 생산하게 하겠습니다.”

“비료를 일본에서 생산한다 하였습니까? 그 비료는 대한에서도 쓰이는 것인지 궁금하군요?”

“당연히 쓰입니다. 다음 항목에는 더더욱 좋은 제안도 있지 않습니까?”

슬슬 인광석이 고갈되어 가는 다이토 제도를 대신해 내년부터 나우루에서 인광석을 채굴할 예정이었다. 그 인광석을 가공할 권한을 일본에게 넘겨주기로 하였다.

“인광석의 채굴과 운송은 대한이 담당하지만 가공은 일본이 담당하며 수출 수익은 절반으로 나눈다. 너무 좋은 제안이라 안 받아들일 수가 없을 지경이로군요.”

“비료 가공에는 유황으로 만들어 낸 황산이 필요합니다. 굳이 대한에서 유황을 수입하여 황산을 만들고 인광석을 가공해 일본에 수출하느니 원료를 집약해야지요.”

명목은 이렇지만 이 제안은 일준이가 하였다. 일본에 부담을 전가하는 내용이지만 나는 어젯밤에 준비한 대로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말하였다.

“운송은 대한의 몫이며 기반 시설을 마련해 드리겠습니다. 사용하고 남은 물량은 해외에 수출하여 이득을 반으로 나누나 대한에서 필요한 양 만큼은 반드시 만들어주셔야 합니다.”

“꿈같은 일이군요. 유황을 대량으로 소모하는 작업이면 대한에서 제공할 전신과 연동해 각 지역을 감시할 수 있습니다. 화약의 원료인 유황을 막부의 통제하에 넣는 것이로군요!”

“당연한 말이지만 정보가 새어나가지 않게 각별히 유념해 주시길 바랍니다.”

일준이가 말하기를 기존의 탄산나트륨 제조법인 르블랑 공법 대신 솔베이 공법을 개발하여 실용화할 예정이라 하였다. 르블랑 공법에 들어가는 황산 생산을 줄여도 되는 상황이다.

그러니 르블랑 공법과 황산 제조 그리고 비료 제조를 일본에게 일임하는 것이다. 대한에서는 점점 올라가는 인건비를 일본을 통해 줄일 수 있으며 환경오염도 덜 수 있다.

또한 기초 과학에 대한 지식도 가르쳐야 하는 대한 입장에서 가장 간편한 공정부터 연습을 시키는 격이다. 이에요시는 입맛을 다시며 말하였다.

“그 거대한 청나라가 기근에 시달리고 있으니 비료를 얼마나 팔아댈 수 있을지 궁금하군요.”

“아마 기술 이전에 오 년, 완성에 십 년이 걸리지만 금과 은의 시세를 조절하는 것이 먼저 수행돼야 할 일입니다.”

“그야 당연한 일입니다. 앞으로 십 년이 지나면 백성들이 기근에 시달리지 않겠군요.”

백성 이전에 자신의 통치력 강화와 막부의 영향력 증대가 우선이겠지. 좋은 선물은 아직도 많이 남았으니 더욱 많은 제안을 하였다.

“다음으로는 일본의 체질 개선 문제입니다. 미곡 증여와 비료 공장 설립을 주도하였으니 황제폐하의 제안을 받아들여 주십시오.”

“그보다는 군사력이 중요한 것 같군요. 제가 어젯밤에 논의를 하다 밖을 보았는데 대한의 병사들이 온 몸을 바짝 긴장한 채 총을 받들고 자리를 지켰습니다.”

하여튼 쓸데없는 짓을 하려고 난리를 피운다니까. 이에요시의 욕심은 알겠지만 지금 일본에게 군사력을 제공하면 지방 세력을 탄압하는 데 힘을 쓸 거라서 제안을 거부하기로 하였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군사력이 아닌 내실입니다. 지금 일본의 상황은 굶주림에 시달리던 사람이 미곡을 얻은 격입니다. 이 미곡을 죽으로 만들어 천천히 소화하여야지 칼을 살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닙니까?”

지금 일본이 군사력을 기를 필요도 없고. 각 번들이 다른 생각을 못 하게 억누르는 정도의 군사적 지원만 해도 충분하고 태평양을 건너오는 미국 해군은 대한이 막아낼 수 있다.

2차 흑선내항 당시 함대의 규모는 3,800톤급 증기선 2척과 3,200톤급 증기선 1척. 나머지는 범선 6척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발해급 후기함 6척 정도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

더 많은 함선을 보내도 증기선 10척까지는 감당할 수 있고 그 이상을 보내오면 미국이 전면전을 시도하는 꼴이다. 말을 다 들은 도쿠가와 이에요시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반문을 하였다.

“처음에 대한의 효명제께서 보낸 제안을 받았을 적에는 양 국가가 서로 힘을 합쳐 위기를 모면하라 하였던 것 같습니다. 그런 상황에 군사력에 증강하지 말라 하시다니요.”

“내실을 다지지 않고 쌓아 올린 군사력은 급격히 무너지기에 마련 아닙니까? 조상께서 대업을 어찌 이루셨는지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조상이라 하시면 막부를 제창한 이에야스 님을 말씀하시는 것 같군요.”

기다림 끝에 정권을 거머쥔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이야기하니 상대도 어느 정도 실망한 눈치로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그래도 일본의 문화를 알고 있으니 지나가듯이 말하였다.

“물론 막부를 제창하신 분께서도 품속에 칼날은 숨기고 계셨습니다. 그러하니 신식과 구식 브라운베스 소총을 매년 오천 정씩 드리고 사용법 훈련도 실시하겠습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텟포(철포, 조총)와 견줄 수 없는 훌륭한 물건이라 하였습니다. 그나저나 대한에서 사용하는 신형 소총도 구매하고 싶은데요.”

“저희도 생산하기 힘든 물건이라 제공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효명제가 즉위 연도의 갑자인 갑진(甲辰)으로 명명하여 갑(甲)식 소총, 진(辰)식 소총이라 명명한 두 소총은 한 해에 3,000정이 생산되는 것이 한계였다.

이 귀한 물량 중 상당수는 조만간 미국에 파견될 대한제국군이 가져갈 것이다. 그러니 갑식 소총과 교체될 기존 브라운베스 물량을 섞어서 일본에게 제공하면 적당하리라.

대한 입장에서는 귀금속 시세 이득을 통해 돈을 벌고 일본 입장에서는 여러 선물과 지원을 받았으니 좋은 일이었다. 이제 일본의 내부를 조절하기 위해 제안을 시작할 차례였다.

“지원 목록은 기본적인 금은 무역을 통하여 우리 대한에 자금을 제공하기로 합시다. 이제 선물을 받았으니 선물을 받는 분에게 권고할 내용이 있습니다.”

“권고할 내용이라. 아직 할 일이 더 있다니 놀랍군요.”

“좀 심각한 문제입니다. 육식금지령을 해제하여 백성들이 육축(六畜 - 집에서 기르는 가축들)을 기르고 고기를 먹을 수 있게 해주십시오.”

일본을 두고두고 빨아 먹으려면 백성들이 건실한 생산력을 가지게 만들어야 한다. 지금 지원하는 밀을 비롯한 잡곡들로 인해 남는 식량을 육류 생산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덮어놓고 비료만 제공하면 쌀만 생산해 수출하지만 다른 소모 방법을 알려주면 농산품을 수출하는 견실한 국가가 되는 격이다. 이 제안은 생각하지 못하였는지 이에요시는 관자놀이를 손가락으로 두들기며 한참을 고민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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