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9. 14장 1화 대한 통신사(2)
현재 재임 중인 쇼군은 도쿠가와 이에요시(德川家慶)이다. 일본 역사에서는 아버지인 이에나리가 수행한 방만한 통치와 이로 인해 불거진 문제점을 짊어진 지도자이다.
사실 이 시기에 지도자라기보다는 쇠락해 가는 막부의 대표 수준밖에 안 되는 인물이지만. 이이 나오스케의 안내를 받아 에도 성으로 향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쇼군께서 여러모로 심혈을 기울여 통신사 접대에 임하셨으나 대한 측의 입장을 생각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다만 정말로 여독이 없으신지 궁금합니다.”
“배 위에서 나흘 동안 시달렸으니 멀미 기운이 남아 있지만 그 정도는 괜찮습니다.”
“나흘이라 하셨습니까? 대한에서 여기까지 오는데 고작 나흘이요?”
막부의 중진들이 합류하였고 이이 나오스케는 최대한 많은 정보를 유출하려고 혈안이 되어 있었다. 이런 정보를 숨길 필요도 없으니 덤덤하게 역관을 통해 이야기해 주었다.
조금 걷다 보니 어느새 우리가 타고 다닐 마차가 여럿 운반되었다. 일준이는 기껏 해보았자 2인승에 불과한 마차들의 모습을 보더니 피식 웃으며 평가하였다.
“이건 인력거냐 아니면 마차냐.”
“일본은 마차 문화가 별로 발달하지 않아서 이 정도가 한계지. 넌 혼자 타야겠는데.”
조랑말에 가까운 일본의 말은 대한에서 번식시킨 러시아산 말에 주눅이 들어 눈조차 마주치지 못하였다. 그렇다고 거대한 러시아산 말에 억지로 마차를 연결할 수도 없었다.
대열의 선두에 임건보와 기병 몇 명이 인도하듯이 말을 모니 일본 말들도 자신들의 대장이라 인식하고 몸을 움직였다.
내 옆의 마차에 탑승한 이이 나오스케는 임건보의 모습을 보면서 나에게 질문을 퍼부었다.
“청나라를 상대로 승전을 거두었는데 저런 늠름한 기병이 있으니 가능한 일이었군요.”
“임 사단장께서는 당시에 엄청난 고생을 하셨습니다. 일본 리 기준으로 백오십 리를 며칠 만에 주파하며 청나라의 잔당을 모조리 소탕하였지요. 그 공을 인정받아 사단장이 되었습니다.”
“전쟁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듣자 하니 대한의 태상황께서 전쟁을 진두지휘하시어 막강한 힘을 과시하였다 하였습니다.”
“막강한 힘이라기보다는 청나라가 너무 나약하여 일방적인 승리를 거두었을 뿐입니다.”
이 정보들은 모두 일본에게는 피와 살이 되는 정보들이지만 대한제국에서는 언제든지 제공할 수 있는 물건들이었다. 잠시 궁금한 생각이 들어서 역으로 질문을 하였다.
“청과 영길리 간의 전쟁에 대한 정보는 입수하였을 것 같은데요.”
“저희가 입수한 정보는 무역이 허가된 네덜란드 상인에게 입수한 것이 전부입니다. 그들이 말하기를 영길리 해군이 궤멸적인 타격을 입고 조선이 승리하였다 말하더군요.”
“자세한 정보를 입수하셨으니 많은 도움이 될 거라 믿겠습니다.”
에도로 들어가자 환영 인파가 득시글거렸고 제법 발달한 에도 시내의 모습이 보였다. 인구 밀도가 지나치게 높기는 하지만 예전 조선과 비교하면 확실히 발달된 곳이었다.
“우리가 처음 조선에 왔을 때와 비교하면 기반이 매우 좋은데?”
“그야 인구를 늘리는 대신 그 생산성을 모두 상업 활성화에 투자했으니까.”
이층집도 많이 보이고 저택도 보이는 에도 거리를 지나치자 사람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꽃가루를 뿌렸다. 지붕 위에서 벚꽃 잎을 뿌리는 모습을 보니 지금이 꽃놀이 철이라는 사실이 다시금 떠올랐다.
노는 것은 쇼군과의 접견이 끝나고 여유가 있으면 할 일이다. 나와 외교관들은 며칠 동안 에도 성에서 머물며 쇼군과 접견을 실시해야 하니 대열이 세 개로 분열되었다.
“대한에서 방문한 학자분들께서는 저희가 마련한 저택에 머무르시며 난학자들의 방문을 기다리시지요. 늦어도 닷새 이내에 모두가 소집될 겁니다.”
“그럼 저희 호위 병력은 어디에 머물러야 합니까?”
“불민한 사태에 대비하여 오십 명만 에도 성 내부에, 나머지 오십 명은 학자들과 함께 거주하십시오. 나머지 분들은 에도 외곽에 적당한 장소를 마련해 두었습니다.”
임건보는 병력을 분산하여 배정하였고 에도 성에는 기병 대신 신형 소총을 사용하는 소총수들만 50명을 배정하기로 하였다. 일준이와 헤어지며 말을 해두었다.
“며칠 정도 걸릴 것 같으니까 그동안 난학자들이나 상대해.”
“여부가 있겠어. 너도 외교 업무를 잘 수행해 두라고. 나중에 다시 보자.”
에도 성의 천수각을 바라보며 막부의 중진들과 함께 성안으로 향하였다. 일준이가 학문을 잘 퍼뜨려서 지금의 덴노인 닌코(仁孝)가 미끼를 물기를 기대하였다.
* * *
에도 성에서 외교 회담이 한창인 가운데 학자들은 여독을 해소하고 난학자들의 방문을 기다렸다. 조일준은 이런 상황에서 여러 문제를 겪으며 머리를 감싸 쥐었다.
“저택을 좀 높게 만들던 해야지 이러다 내 머리통이 남아나지 않겠네.”
오늘도 천장 장식에 머리가 충돌한 조일준은 187㎝에 달하는 신장을 탓하며 하인을 시켜 이곳저곳에 고무판을 달아 자신의 머리를 보호하였다. 그런 조일준에게 에이다가 다가와 속사포처럼 말을 하였다.
“닐슨! 일본에 와서 재미있는 일이 많을 거라 했는데 며칠 동안 아무 일도 안 했잖아요? 날이 따듯하고 벚꽃이 흩날리는 이 와중에 왜 가만히 집에만 있어요?”
“난학자라는 사람들이 우리를 방문하기로 했으니 며칠만 잠자코 있자고.”
“전 잠자코 있을 수 없는걸요? 그러니 우리 네모로직이나 해요!”
그 사이에 벌집 문양 네모로직 문제를 만들어온 에이다는 눈을 빛내며 조일준을 바라보았다. 조일준은 한숨을 푹 쉬고는 네모로직 문제를 받아들더니 간단히 평가하였다.
“물리적으로 머리가 아프더니만 이제 두뇌가 아플 차례네.”
“닐슨 총장 있소? 잠시 궁금한 것이 있어서 물어보려 왔는데.”
평상시에는 영 껄끄러운 사이인 갈루아지만 이럴 때는 구원자와 같았다. 재빨리 갈루아를 불러들이자 그는 평상시처럼 퉁명스러운 표정으로 서적을 내밀었다.
“사람을 시켜서 수학 문제집 몇 권을 구했는데 수학이 아니고 산수잖아.”
“어디 봅시다. 댁 기준으로는 미적분은 들어가야 수학이니 평범한 기준이 아니라니까.”
에이다도 수학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책에 눈을 들이댔다. 에도시대의 문화 중 하나인 산가쿠(算額, 산액)에 관련된 책자였는데 역관을 통해 갈루아가 주석을 달아두었다.
“이 문제를 스스로 풀 수 있다면 신사에 봉납하여 학식을 증명하고 복을 받도록 하라?”
조일준의 수학 실력은 계속 문제를 풀며 유지하였지만 평범한 이공계 대학생 수준에 불과하였다. 에이다는 문제를 눈으로 쓱 보고 답을 내더니 평가를 내렸다.
“기하학 관련 수학에 속하기는 하는데 문제가 좀 쉬운걸요?”
“내 말이 그 말이야. 일본에 오면 괜찮은 학자들이 있을 것이라 했는데 학부생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잖아? 닐슨 총장은 여기에 휴가를 하러 왔나 아니면 일을 하러 왔나?”
“이 정도만 해도 어디야. 대한의 예전 상황보다는 나은 형편 아닐까.”
에이다와 갈루아 둘 다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하였다. 그나마 일본은 수학에 열의를 보이는 사람들이 있어서 어느 정도 18세기 초반 유럽과 비슷한 수준의 수학 문제가 돌아다녔다.
그래도 두 천재에게는 부족하다 못 해 실망스러운 수준이었다. 에이다는 창문을 활짝 열고는 조일준의 팔짱을 잡아끌면서 말했다.
“어차피 사람도 안 오는데 꽃놀이나 가요!”
“며칠만 기다려 달라는 요청을 들어두었잖아. 그러니 이틀만 더 기다려 보자고.”
-막부와 각 번에서 학문을 배운 이들이 당도했습니다!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고 막부에서 소집한 난학자들과 각종 학자들의 대표가 저택에 방문하였다. 조일준은 인사를 올리며 이들을 반갑게 맞이하였다.
“황제폐하께서 명하시어 부족한 몸으로 국립이학대학의 총장이 된 조일준이라 합니다.”
“저는 난학을 익힌 사쿠마 쇼잔(佐久間象山)이라 합니다. 신슈 출신이며 누구보다 난학에 소질이 있다 자부하고 있습니다.”
사쿠마 쇼잔은 겸양을 온몸에 두르고 철통같이 방어하는 평범한 일본인과 달리 오만한 태도로 조일준과 악수를 청하였다. 악수를 받은 조일준은 몸을 돌려 사람들을 방으로 인도하며 말하였다.
“소문을 듣기는 하였습니다. 유학은 물론이요, 서양의 학문에도 지식이 있다던데요.”
“대한의 소식은 정말 빠르군요. 이번에 학문을 논하며 여러 견식을 쌓고자 합니다.”
상대는 조일준에 대한 정보를 모르고 있었지만 조일준은 박현상을 통해 정보를 알고 있었다. 그와 만날 수도 있는 학자들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였는데 처음부터 대물이 걸렸다.
그는 이토 히로부미의 사조(師祖 - 스승의 스승)격인 인물이자 학문의 거두라 하였다. 조일준은 미리 큰 칠판을 준비해 둔 커다란 방에 앉아 소개를 시작하였다.
“이쪽은 영길리에서 건너온 제 아내이자 공학자인 에이다. 이쪽은 불란서에서 건너온 수학자인 갈루아입니다. 둘 다 명성이 자자한 사람들로 선별하였지요.”
“공학자에 수학자라. 그러하면 여기 있는 다카시마처럼 포술에 능한 겁니까?”
“포술은 아니고 정밀 기기를 위주로 지식을 쌓아두었어요.”
서로의 통성명이 끝나자 3명의 교수와 30명의 난학자는 서로 견제를 하였다. 에이다의 외모를 살펴보던 사쿠마 쇼잔은 평상시처럼 오만하게 포문을 열었다.
“제가 대한 통신사로 방문한 여러분을 함부로 낮잡아 보지는 않습니다. 다만 이 자리는 새로운 학문을 논하는 자리인데 능력을 검증할 필요가 있을 것 같군요.”
“옳은 말이에요. 저를 계속 뚫어져라 보시는데 제 실력이 궁금하신가요?”
“솔직히 말해서 매우 궁금합니다. 간단한 문제를 낼 것인데 제가 도형을 하나 그려드릴 것이니 부피를 계산해 주시지요.”
사쿠마 쇼잔은 구체 내부에서 직사각형과 위에 사각뿔이 올라간 도형을 미리 준비해 둔 칠판에 그렸다. 산가쿠를 기반으로 하여 사쿠마 쇼잔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복잡한 문제였다.
“구의 반지름은 네 치이며 내부 사각형의 치수는······.”
“답은 원주율을 3.14로 계산했을 때 11.29538이에요.”
“문제를 말하고 십 초도 안 지났습니다!”
에이다보다 갈루아의 문제 풀이 속도가 빨랐다. 그는 이미 문제를 다 풀어서 적어놓고는 종이를 보여주었다. 그리고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말하였다.
“에이다 교수, 이 친구들 수준을 대충 알 것 같은데 내가 문제를 내도 괜찮을까?”
“네? 갈루아 교수님은 적당한 문제를 알고 계시나요?”
“그야 많이 가르쳐 보았으니까 알고 있지.”
떨떠름한 표정으로 걸어 나와 분필을 잡은 갈루아는 손으로 요(凹) 모양의 도형을 그렸다. 그리고는 이 도형의 끄트머리에 더 작은 도형을 그리고 이를 계속 그려나가며 말했다.
“한 변의 길이가 1인 정사각형에서 한 변의 길이가 0.5인 정사각형을 잘라내고 남은 도형이 있습니다. 이 도형을 갑(甲)이라 하고 양 끝단에 한 변의 길이가 1/4로 줄어든 도형을 계속 붙여 나갈 때 극한값은······.”
“그걸 사람이 어떻게 계산합니까? 무한은 계산할 수 없습니다!”
“닐슨 총장은 계산할 수 있겠지? 답을 분수로 만들었을 때 분모와 분자의 합은 얼마인가?”
조일준의 기준으로는 조금 꼬아서 낸 극한 문제였고 이 정도는 간단히 풀 수 있었다. 손가락으로 간단히 암산을 실시한 조일준은 3분이 지나기도 전에 답을 내었다.
“답은 십삼. 최종적으로 저 도형의 부피 합은 6/7이 될 거고.”
“정답이긴 한데 삼 분이나 걸렸지. 수학 실력이 부끄러운 수준 아닌가?”
“암산이니 삼 분이나 걸렸지! 손으로 써서 풀면 일 분이면 해결할 수 있어!”
“그게 사람 구실을 간신히 하는 수준이지. 아무튼 다음 문제로 넘어가겠습니다.”
에이다는 어느새 종이를 가져와서 하녀에게 배운 종이학을 접고 있었고 다른 난학자들의 두뇌는 실시간으로 분쇄되고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선택에 절망하며 중얼거렸다.
“미분(微分)은 내 뇌를 작은 조각으로 분해하는 학문이고.”
“적분(積分)은 내 뇌에 피를 쌓아 올리는 학문이니.”
“그냥 살려줘······. 제발 좀 끝내!”
단 1시간 만에 모두가 뇌에 과부하가 걸렸고 몇 명은 비명을 지르며 도주하였다. 에이다는 계속 종이학을 접다 귀를 쫑긋거리며 암산으로 문제를 풀어댔고 사쿠마 쇼잔은 심호흡을 하며 제안하였다.
“이를 극한으로 몰아세우니 죽겠소! 잠시 다른 학문을 논합시다!”
“다른 학문을 논하시겠다고 하셨습니까?”
“수학 실력은 저희가 부족하다 못하여 발끝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다만 다른 학문을 익혀 두었으니 이에 대해 논하도록 하지요.”
생글생글 웃는 조일준을 바라본 사쿠마 쇼잔은 필사적으로 자신이 익힌 학문을 떠올렸다. 아주 불행하게도 조일준에게 화학 지식으로 덤벼들었다.
“용태 백작님에게 말씀드리니 기체에는 세 가지 법칙이 있습니다.”
“그 정도는 익히 알고 있습니다. 이상적인 기체를 다루는 이상 기체 법칙에서 네 가지 변수를 통하여 기체의 상태를 서술할 수 있지 않습니까.”
난학자들이 하나를 이야기할 때마다 조일준은 더욱 심화된 내용으로 받아쳤다. 의외로 상대가 지식이 있었는지 다른 내용들이 샘솟아 나왔다. 물론 갈루아는 이를 간단히 평가하였다.
“질문을 질문으로 받아치다니. 이 사람들 이해는 별로 못 하고 외웠네.”
“갈루아! 교수도 없이 저런 학부생 수준의 학문을 외우기라도 한 게 어디에요!”
“난 공업수학을 외워서 푸는 놈들을 볼 때마다 콧구멍에 분필을 열 개씩 쑤셔 박고 싶은데.”
문답이 진행될 때마다 조일준의 표정이 심각하게 변하였다. 배움의 흐름이 어디선가 자신이 가르치는 것 같은 기묘한 느낌이 들어서 잠시 질문을 하였다.
“한 가지 여쭈어볼 것이 있습니다. 체계적인 서적을 통해 학문을 익히신 것 같은데 어떤 서적으로 배우셨습니까?”
“난학자들의 마음의 스승이자 대부입니다. 니르센이라는 오란다(네덜란드)의 학자이지요.”
“니르······ 센?”
난학자 중 한 명이 얼마나 읽어댔는지 닳고 닳은 네덜란드 서적을 보여주었다. 빼곡히 적힌 주석과 먹물 흔적은 보통 정성이 아니었다. 문제는 책의 표지였다.
“이거 기초 화학인데.”
“바로 보셨습니다. 하나같이 니르센이라는 학자가 저술하거나 편집에 개입하였는데 여러 종류가 있더군요. 이 사람의 제자를 자처하고 싶습니다.”
“그러니까 니르센이 저란 말입니다. 제 영어 명칭은 닐슨(Nilsen)입니다. 이걸 하나하나 풀어서 일본 발음으로 니르센이라 부르시는 것 같군요.”
조일준이 현대 방식으로 각종 학문을 주입하기 위해 만든 기초 서적들은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가장 먼저 서적을 입수한 프랑스는 이미 대학 기초 강의에 활용하고 있었다.
당연히 이 서적들은 유럽 각국의 언어로 번역되었다. 그렇지 않아도 강의를 실시할지도 몰라 가져온 기초 화학 한역(漢譯)본 교재를 옆에 펼치자 모든 내용이 비슷하였다.
결과적으로 난학자들이 입수하고 배운 최신 학문은 조일준의 저서에서 비롯된 학문이었다. 조일준이 웃음을 가까스로 참고 근엄한 표정을 유지하자 난학자들이 더듬거리며 말하였다.
“아······. 저희의 스승님이신 니르센이 바로 용태 백작님이다. 이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이런 일본에 저도 모르는 제자들이 있다니 참 대단한 일이로군요.”
갈루아는 이 말을 듣고 몸을 움츠리며 웃어댔고 에이다 또한 웃음을 참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조일준은 책을 덮고 아까 전까지 자신만만하던 사쿠마 쇼잔을 바라보았다.
그는 어쩔 줄을 몰라 눈을 흘기며 뒤로 물러나려 하였다. 그런 그의 어깨를 조일준의 손이 잡아챘고 조일준은 당당하게 이야기했다.
“새 제자가 생겼으니 앞으로 한 달 정도 강의를 실시하겠습니다. 이번 기회에 수학 실력도 쌓아두시는 건 어떠합니까?”
이제 도망칠 길도 막혀 버렸다. 니르센의 제자를 자처한 순간부터 사쿠마 쇼잔과 훗날 그에게 학문을 이수할 자들은 대한 국립이학대학의 머나먼 학문적 후계자가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