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효명세자와 함께하는 조선 생활-139화 (139/345)

139. 13장 2화 큰 실수를 한다(1)

솜 남편을 만들어내는 작업은 색의 배합에 능통한 화가의 조언으로 도안을 작성하며 시작한다. 순조의 명으로 양산되는 솜 남편의 도안은 다시 추사 김정희가 담당하였다.

“내 살아생전 파촉(巴蜀)의 중신들을 회화로 만들 줄은 몰랐는데 아무려면 어떤가.”

나폴레옹의 솜 남편의 인기는 끝이 없었다. 나폴레옹은 프랑스 혁명으로 혼란해진 나라를 정리한 독재자이자 정복군주였다. 말년이 비참하건 말건 그를 추억하는 사람은 넘쳐났다.

첫 물량으로 무려 500개의 주문이 들어왔다. 가격은 단독 주문품이 신냥으로 400냥에 달했다.

지방 소도시라면 집을 살 가격이지만 불티나게 팔려서 순조가 임시 관직을 창설하였다.

“솜 남편의 주문이 너무 많으니 외무승지가 이번 겨울 동안 임시 관청을 만들도록. 법을 어긴 이들을 단속할 사람은 추후에 모집할 것이니 일단 형조에 문의하도록 하여라.”

졸지에 세 관직을 겸직하였지만 이민아문의 일은 겨울에는 일시 중단되니 나쁘지 않았다.

1843년 10월에 마침내 유비, 관우, 장비 그리고 제갈량의 솜 남편이 출시되었다.

유비는 삼국지연의의 묘사대로 팔이 길고 귓불이 두툼하며 평온한 표정에 옛 군주의 복식으로.

장비는 만인지적이라는 말대로 두툼한 체격에 수염을 오버로크로 아주 튼튼하게 묘사하였다.

관우야 수염이 배꼽까지 내려오고 시뻘건 홍시 색의 얼굴이었으며, 제갈량은 지나가는 사람들이 모두 흘겨볼 정도의 미남으로 묘사하였다.

양반가의 사람들은 막대한 가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를 사들였다.

“가격은 대량 생산품이니 개당 이백 냥입니다! 물량은 계속 생산할 수 있으니 체통을 지키십시오!”

“나는 세 개 구매하겠소! 도합 열두 개를 구매할 것이니 어서 내오시오!”

“관우! 관우를 다섯 개 사들여 친인척에게 모두 판매하겠소!”

휴이, 듀이, 루이가 전력을 다하여 가동되었으나 물량이 부족하였다. 에이다를 비롯한 그랑제콜의 사람들은 자카드-에이다 방적직조기 신형 모델을 만들어내며 물량을 충당하였다.

이 광기는 두 달에 걸쳐 지속되었고 기존 방적직조기를 개조하여 임시 물량을 충당할 정도가 되었다.

최종적으로 세 대에 불과하던 방적직조기가 24대로 늘어났으며 이제는 물량에 여유가 생겨났다.

“이제는 좀 여유가 생겼어요. 솜 남편의 본래 목적인 원하는 사람을 만들어 낼 수 있지요.”

에이다의 말대로 물량에 여유가 생겼다.

솜 남편의 주문 제작 사업을 출범했는데 바로 손님이 찾아왔다. 종친 중 한 명이자 올해 초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 완창군(完昌君) 이시인의 형인 이시학(李時學)이었다.

“외무승지께서 새로운 기물을 퍼트리는 일을 담당하여서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저보다 연배도 높으신 분이며 엄연한 종친의 일원이 아닙니까. 편히 말하시지요.”

이시학은 종친의 일원이지만 능력이 영 좋지 못하고 예전에 사고를 일으켜서 경기도 포천의 현감으로 근무하는 사람이다.

그는 내 말을 듣고 눈치도 없이 바로 말을 놓아버렸다.

“내 동생이 세상을 떠나고 군호를 받아서 다른 이들의 슬픔이 누그러졌지만 제수는 하루가 다르게 피골이 상접해 가며 동생을 그리워하고 있더군.”

“소식은 들었습니다. 완창군 대감께서는 돌아가시는 그 날까지 정무에 힘을 쏟으시다 변고를 당하셨지요. 하물며 돌아가신 분을 그리워하다니 마음의 상처가 깊은 것 같습니다.”

“누가 아니라 하겠나. 제수가 하루가 다르게 피골이 상접하여 갓 태어난 조카도 제대로 키우지 못할 지경이라네. 그러던 와중에 좋은 소식을 들었지.”

완창군 이시인은 능력이 평범한 종친이었다. 본래 역사라면 효명세자의 죽음으로 권위가 줄어든 조선 왕실에서 군호를 내리고 중책에 임명하였겠지만 지금은 효명세자가 살아있다.

명예직을 전전하다가 죽고 나서 군호를 수여받은 사람이지만 엄연히 군호를 받은 주요 인물이었다.

이시학은 한참을 고민하다 완창군의 솜 남편을 만들어달라 청하였다.

“근래에 들어 사람의 형상을 한 물건을 만들 수 있다 하여서 찾아왔다네. 내가 제수는 물론이요, 조카도 잃게 생겼으니 동생의 형상을 한 솜 남편이라는 물건을 만들어주지 않겠나.”

“완창군 대감의 솜 남편을 만들어낼 수는 있지만 군부인(郡夫人)의 마음이 돌아오겠습니까?”

“그야 모를 일이지만 노력은 해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하면 완창군 대감의 사진이나 이를 묘사한 회화라도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시학은 미리 준비해 온 완창군의 사진 여러 장과 평소에 입던 복식의 조각을 가져왔다. 그러고는 팔짱을 끼면서 작업을 도울 것이라 말하였다.

“사진 정도야 몇 장 촬영해 두었다네. 복식이나 외모와 같은 점은 내가 알려주면 더욱 편하게 할 수 있겠지.”

“이 정도면 충분합니다. 그러하면 보름 정도 그랑제콜에 계시면서 작업을 도와주십시오.”

순조는 솜 남편 사업에 여러 제약을 걸어두었다. 옷을 모두 입으며 성웅이나 오백 년 이내의 인물 그리고 왕족은 만들 수 없었다. 이런 제약을 해제하는 조건도 있었다.

종가의 후손이나 직계는 아니더라도 대대로 제사를 올리는 후손 혹은 이해 관계자가 허가한다면 이러한 제한보다 사람의 뜻이 먼저였다.

당연히 양산은 불가능하지만 제작은 가능하다. 김정희를 만나게 된 이시학은 작업을 시작하며 이런저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완당 대감께서 색상을 조금 기묘하게 정하시는군요. 동생을 마지막으로 보았을 때에는 안색이 조금 더 진한 편이었는데 안색이 애송이에 가깝게 지나치게 연한 색이 아니십니까?”

“이 정도의 미화는 가능한 일이니 염려하지 않아도 됩니다. 고인을 추모하는 분들도 가급적 젊고 멋진 시절의 모습을 원하고 계시지 않겠습니까.”

“생각하여 보니 옳은 말이로군요. 회화는 사실적으로 묘사해야 하지만 이 물품은 사람의 형상을 본뜬 물건이니 오히려 옛 추억을 되살리기에 좋을 것 같습니다.”

동생을 본뜬 솜 남편을 만들어내는 훈훈한 모습이지만 에이다는 눈에 쌍심지를 켜고 나를 흘겨보았다. 나중에 벌어질 일을 알고 있지만 모르는 척 태연하게 말하였다.

“에이다, 저렇게 훈훈한 모습을 보면 무슨 생각이 들어?”

“조선의 인구가 공식적으로 천육백만 명이 넘어갔는데 이런 커다란 나라에 얼마나 많은 정상인이 있고 얼마나 많은 사드 후작이 있을지 궁금한데요.”

생각해 보니 사디즘이라는 용어를 만들어낸 사드 후작은 30년 전에 죽은 사람이다. 이 시대에는 차마 형언할 수 없는 끔찍한 행위를 하였다고 호사가들의 입에 오르는 사람이고.

이 시대에도 사람의 취향은 다양하고 사드 후작 같은 변태도 얼마든지 있다는 뜻이니 에이다가 염려할 만했다.

그럼에도 에이다도 얻은 것이 있었는지 이득에 대해 먼저 이야기했다.

“그래도 한센 덕분에 일이 편해졌어요. 평소에는 죽었다 깨어나도 자카드-에이다 방적직조기의 사용법을 익히지 않으려던 사람들이 저에게 수강신청을 하고 강의를 듣고 있지요.”

“다른 좋은 소식도 있지. 가격이 비싸서 효율이 좋은데 팔리지 않던 콜리스 증기기관도 주문 요청이 쇄도하고 있잖아? 이게 다 기술 발전에 도움이 되고 있는데 좋은 일이 아니겠어?”

조선의 지배계층은 물론 서민층은 빠른 기술발전과 산업사회 이행을 착실히 수행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부족한 점이 있다면 바로 욕심이다. 영국이 산업혁명을 빠르게 가속한 이유는 욕심 덕분이다. 더 효율적인 기계, 더 많은 생산량, 더 많은 이득 그리고 더 많은 혜택을 위하여 모두가 한 몸이 되어 욕심을 부렸다.

이 과정에서 많은 문제가 발생하였지만 결과는 생산-소비-유통의 급격한 가속이었다. 조선은 후발 산업주자로서 이런 순환구조를 구축해야 하는데 하필 욕심이 부족하였다.

에이다도 이 사실만큼은 인정하였다.

“신형 증기기관이 개발되어도 비싸다고 사들이지 않는 사람들도 있었죠. 당장 영국이나 프랑스에서는 서서히 퍼져 나가고 있는 제 방적직조기도 조선에서는 잘 퍼지지 않았으니까요.”

“이번에 콜리스 증기기관 주문이 일백 대나 들어오고 방적직조기도 서른 대가 넘게 주문이 들어왔잖아? 오버로크 기능이 첨부된 신형 재봉틀도 쉰 대가 주문되었고. 이제 무슨 일이 벌어질지 궁금하지 않아?”

“변태들이 한센의 발명품으로 추잡한 짓거리를 하는 거요. 우리 내기할까요? 앞으로 일 년 동안 솜 남편 제조법을 어긴 사례가, 정확히는 제조된 물량이 얼마나 될 것 같아요?”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으며 언제나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이 명쾌한 말을 생각하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불법 솜 남편을 제조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래도 제조와 유통이 한정되어 있으며 조선의 행정력은 우수하니 이런저런 조건을 감안해서 물량을 산출할 수 있었다.

이게 맞을지는 모르지만 예상보다 조금 높게 잡아서 말했다.

“오천 개 정도? 더 많을 수도 있지만 내기니까 이 정도로 할게.”

“제 예상은 천 개인데요! 제 예상보다 다섯 배나 많은 물량이 불법으로 생산된다니요?”

지금까지 억눌려온 욕심과 청나라와 일본 수출 물량을 감안하면 더 많을지도 모르지만 이 정도로 잡아두었다. 에이다는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면서 말했다.

“위대한 과학적 업적을 가지고 장난을 치는 놈들은 다 사형에 처해야 해.”

“내가 알기로 법을 어기면 징역형 혹은 노역형이고 왕실 모독죄를 추가해야 사형을 당할걸? 사람이 실수를 해도 설마 왕실 모독을 저지를까.”

“그러긴 하네요. 조선 사람이 간 크게 조선 왕실을 모독하느니 사진이 여기저기 퍼진 다른 나라 왕족들을 모독할 거 같아요. 언제쯤 내가 편하게 잠을 잘 수 있으려나.”

이건 생각하지 못했다.

지금 조선에서는 빅토리아 여왕의 사진 정도는 그리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으며 서양의 귀부인 회화들도 간혹 유통되는 상황이다. 에이다의 말대로 선을 넘다 못해 아예 하늘로 날아오르는 놈이 있으면 수습하기 곤란할지도 몰랐다.

급격한 기술발전 촉진을 위한 진통이라 생각하며 결론을 내렸다.

“최소한 수출만큼은 막아야지.”

“제조를 막아야지요! 유통하는 놈들은 손모가지를 자르고!”

우리의 언쟁에도 불구하고 자카드-에이다 방적직조기인 휴이 호는 증기를 뿜어내며 완창군의 솜 남편을 직조하였다. 여기에 오버로크와 약간의 자수 장식을 넣으면 첫 솜 남편 주문제작품이 완성된다.

* * *

프랑스 사람들이 나폴레옹 모델을 사들이고 유비, 관우, 장비 그리고 제갈량을 모델로 삼은 솜 남편은 호사가들의 입에 오르며 한양을 시작으로 팔려나갔다.

이런 솜 남편의 긍정적인 효과가 발휘되었다. 완창군의 사망 이후 식음을 끊다시피 한 경주군부인 김씨는 멍한 눈으로 이시학이 가져온 선물을 바라보았다.

“내 제수가 식음을 폐하고 하루가 다르게 피골이 상접해 가는 모습을 보니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소. 동생의 외모를 따낸 솜 남편을 가져왔으니 이를 보며 추억하시구려.”

“아주버님께서 이런 선물을 주시니 마음이 놓일 따름입니다.”

멍하니 솜 남편을 바라보던 경주군부인 김씨는 이시학이 돌아가고 한 줄기 눈물을 흘렸다. 막 두 번째 정부인으로 들어왔을 무렵 젊은 시절의 완창군이 당당한 모습으로 있었다.

한동안 솜 남편을 바라보던 경주군부인은 평소에는 거들떠보지도 않던 식탁에 앉았다. 맞은편에 일부러 솜 남편을 앉혀 겸상을 택한 경주군부인은 고개를 깊게 숙이고 말하였다.

“찬이 식습니다. 낭군님께서는 식기 전에 어서 드시지요.”

평상시에는 굶어 죽기 전에야 가까스로 넘어가던 밥이 목으로 부드럽게 넘어갔다. 몇 번이고 솜 남편을 살펴보던 경주군부인은 식사를 마치고 절을 올리며 말하였다.

“낭군님께서 계실 적에 가만히만 있어도 마음이 북돋아 오르며 한없이 기뻤습니다. 이렇게라도 낭군님을 뵙게 되니 남겨주신 아이를 정성껏 키울 마음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경주군부인은 몇 주가 지나기도 전에 기력을 되찾고 솜 남편의 안에 들어있는 솜을 빼고 벽에 걸어두었다.

이런 훈훈한 모습은 조선 각지에 퍼져나가게 되었다.

아버지를 재해로 잃은 효자는 아버지의 형상을, 난산으로 세상을 떠난 아내를 추억하는 남편은 아내의 형상을 만들어 추억을 되새기고 마음을 정리하였다. 여기에 공장이 신설되었다.

출력을 조절할 수 있는 소형 콜리스 증기기관과 자카드-에이다 방적직조기를 결합한 공장에 필요한 인력은 숙련된 기술자와 그랑제콜에서 수학 강의를 이수한 학생들 그리고 화가였다.

그랑제콜에서 수학 강의를 이수했다는 말은 전 세계 어디서나 수학자로 앞가림을 할 수 있다는 말과 같았다. 갈루아의 뇌세포를 혹사시키는 강의를 견딘 이들은 천공카드 계산법은 손쉽게 익힐 수 있었다.

“자네가 정녕 이 기계를 다룰 수 있다는 말이지? 내 자네를 믿고 투자를 하겠네!”

“염려하지 마십시오. 제가 그랑제콜에서 수학을 배운 이유가 바로 지금을 위해서입니다!”

인력과 원료를 모아 대량 생산을 추구하는 일반적인 직조공장과 다른 형태의 공장이었다. 에이다의 신형 직조기는 하루 15장 내외의 물량만 만들어낼 수 있었다.

각 지방 외곽에 자리하게 된 공장에서는 수많은 솜 남편이 양산되기 시작하였다.

처음에는 기존의 물량을 소화하거나 주문 제작을 받았지만 슬슬 새로운 요구사항도 들어왔다.

“얼마 전 세상을 떠난 내 아내를 솜 부인으로 만들어줄 수 있겠는가?”

“당연히 됩니다. 혹시나 사진이나 다른 회화가 있습니까?”

“없다네. 그저 내 마음속에만 담아두고 있었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

“화공(畫工)과 논의를 하여 밑그림을 만들어주십시오. 복식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일종의 양산체계가 가동되기 시작하였다. 개당 500장가량의 천공카드를 소모하는 솜 남편의 도안은 부위별로 나누어져서 같은 물건을 돌려쓰기 시작하였다.

얼굴은 철저한 계산을 통해 직조해야 하지만 몸은 달랐다. 상반신과 하반신을 몇 가지 형상으로 만들고 색실의 조합을 변경하는 방식으로 수백 개의 조합을 만들어냈다.

“거 얼마 전에 보았던 최 진사 댁 솜 부인과 흡사한데.”

“같은 화공이 그린 그림이니 비슷할 수도 있지요.”

이러한 주문의 끝은 에이다와 박현상 그리고 조일준의 예상대로 춘화(春畫)였다.

음침한 눈빛을 굴리던 양반은 헛기침을 하면서 화공에게 주문을 하였다.

“부탁이 있는데 양귀비의 솜 부인을 만들어낼 수 있겠는가?”

“양… 귀비요?”

“그 내가 알기로 솜 부인은 겉에 실을 박아 옷을 만든다 하였지. 그 실을 풀어내면…… 알지? 내가 가격을 두 배로 제시하겠네.”

화공은 물론 공장주도 군침을 삼켰다. 단독 주문 제품이니 단가는 신냥 400냥이고 두 배의 가격이면 신냥 800냥으로 한양의 어지간한 집 한 채 가격이었다.

더군다나 얼굴을 뜯어고치고 조합과 살색을 표현하는 실을 조금만 변경하면 다른 사람으로 만들 수 있었다. 서로 고개를 끄덕인 공장주와 화공 그리고 기술자는 의뢰를 수락하였다.

이러한 주문은 각지에서 시작되었고 한번 맛을 들인 공장주는 이를 대량 생산할 욕심이 생겼다.

조선에서 판매하면 적발될 염려가 있다 생각한 공장장은 최악의 시도를 하였다.

“내가 서역의 일은 잘 모르지만 이 여인의 외모가 준수하군.”

어디선가 가져온 여인의 흑백사진을 기반으로 불법 제품을 만들던 공장장은 첫 시제품을 프랑스인에게 보여주었다.

상대는 박장대소를 하며 손뼉을 치고 한참을 웃은 다음 말하였다.

“대량 생산으로 천 개 일괄 주문하겠소. 선금으로 이백 개 분량의 가격인 팔만 냥을 내놓을 거니 내년까지 모두 만들어주시오.”

천 개의 물량을 수주한 공장주는 이 돈으로 새로운 공장을 사들일 꿈에 부풀어 올랐다.

막 초도 물량 백 개를 판매하고 나머지를 직조할 무렵 손님이 찾아왔다.

“문 여시오. 보일러 점검으로 왔소.”

“이 공장에 보일러는 없는데? 댁들은 누구시오?”

“문 열어! 형조에서 왔다!”

큰 소리와 함께 문이 박살 나고 형조 관원들이 들이닥쳤다.

조선의 정보력을 우습게 본 공장주의 실책을 감지한 박현상은 즉각 사람을 파견하였다. 공장 내부가 수색되는 동안 잡부부터 기술자 화공까지 오라에 묶여 무릎을 꿇게 되었다.

형조에서 파견된 관원은 양산된 직조물들을 보면서 혀를 찼다.

“아주 화려하게 일을 저질렀소. 폐하께서 엄히 정한 법을 어기다니 뭔 생각이시오?”

“저…… 정랑(正郎)님! 꼭 보셔야 할 물건이 있습니다!”

“어차피 헐벗은 흉물이 아닌…….”

형조에서 파견된 정랑은 막 직조된 시제품을 보고는 빙글빙글 돌리던 육모방망이를 바닥에 떨구었다. 그러고는 공장주의 멱살을 잡고 호통을 쳤다.

“이 미친놈아! 이걸 얼마나 만들었어!”

“백 개 정도를 만들어서 불란서의 사람에게. 으윽!”

바로 주먹이 날아들어 공장주의 볼을 두드렸다. 피와 부러진 치아를 뱉어낸 공장주의 배를 걷어찬 형조 정랑은 즉각 지시를 하달하였다.

“바로 전보 보내서 물량 당장 추적해! 이 미친놈이 영길리의 여왕과 흡사한 물건을 만들다니! 어서! 조선을 빠져나가면 외교 문제까지 갈 수 있다!”

불행히도 박현상과 조일준 그리고 에이다의 예상은 완벽히 적중하였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으며 같은 실수를 반복하며 이 실수는 첫 실수에 불과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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