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효명세자와 함께하는 조선 생활-135화 (135/345)

135. 12장 8화 프린스 흥선(3)

영국 의회에서 편성된 예산으로 긴급 구매한 식량은 총 40만 톤에 달하였다. 옥수수가 다량으로 섞여 무게 대비 열량이 부족해도 약 120만 명이 먹을 수 있는 막대한 식량이었다.

보수당의 실질적 당수인 디즈레일리는 식량 배급과 현황 파악을 위하여 관리들과 함께 더블린으로 향하였다.

아일랜드 땅이 다가올수록 디즈레일리의 푸념은 깊어졌다.

“내 신세가 뭔 신세인지 모르겠어. 정상적인 지원을 하면 지지자들이 항의를 해서 이런 억지 정책을 펼쳐야 하다니.”

이게 지금까지 쌓여온 업보의 대가이니 돌이킬 방법도 없다. 만약 조금만 영국의 형편이 좋았다면, 막대한 부를 가져올 동방 무역이라도 정상 가동된다면 더 많은 지원이 가능했으리라.

항구에 내린 디즈레일리는 곧바로 각지에서 취합된 보고를 경청하였다.

관리들은 며칠 밤을 새운 듯이 피로를 호소하며 보고를 시작하였다.

“중부, 남부와 내륙 및 해안일대를 가리지 않고 역병이 창궐했습니다. 첫 수확 이전에 이미 사십 퍼센트의 감자가 부패되었으며 남은 육십 퍼센트도 건지지 못할 겁니다.”

“첫 수확 이전에 사십 퍼센트의 감자가 사멸하였다니요?”

“프린스 흥선의 보고서를 읽어 보시면 알 겁니다.”

킬케니를 중심으로 움직인 이하응과 동료들 그리고 고용된 농부들은 각 지역으로 향하여 감자밭을 조사하였다.

디즈레일리는 영국으로 전달될 보고서를 읽고는 고개를 치켜들며 말하였다.

“주님 너무하십니다. 어찌하여 이런 시련을 내려주시는지요.”

8월에 도착할 10만 톤의 식량은 언 발에 오줌을 누는 수준에 불과하였다. 올해 12월까지 40만 톤의 식량을 모두 쏟아부어도 굶어 죽는 사람이 속출하리라는 계산이 나왔다.

아일랜드에 필요한 식량은 100만 톤에 육박하였다. 긴급 추경예산 편성과 기부금을 통한 식량 구매를 하여도 감당할 수 없는 양이었으며 이마저도 이하응의 노력이 없었다면 턱없이 부족한 양이었다.

글래드스턴이 의회 보고서를 작성하는 중에 이하응과 사람들이 더블린 인근에 막 도착하였다는 소식을 입수하였다.

이하응은 시 내부로 들어오는 대신 외곽의 석공들에게 주문을 하였다.

“서역에도 맷돌이 있을 것이오, 재질은 상관없으니 단단한 곡식을 갈아내도록 목매(木磨 - 나무 맷돌)이건 토매건 닥치는 대로 만들어주시오.”

“그 많은 돈을 어떻게 감당하시려…….”

석공들의 입은 이하응이 쏟아놓은 돈을 보고 단번에 다물어졌다. 품위유지비로 받은 돈과 벨기에에서 머물며 각 국가들이 보낸 성금이 있으니 이 정도는 흔쾌히 내놓을 수 있었다.

이외에도 이하응이 할 일은 많았다. 가져온 메밀과 순무 씨앗은 동이 난 지 오래였으니 각 국가에 추가 발주를 하여 수량을 때워야 하리라.

막 더블린 시내로 들어가려는 이하응에게 디즈레일리가 먼저 다가왔다.

“대한제국의 왕족이신 프린스 흥선을 뵙게 되었습니다. 부족한 몸이지만 영국 보수당의 의원으로 활약하고 있는 벤저민 디즈레일리입니다.”

“고국을 떠나올 때에는 조선이었지만 이제 국호가 대한제국으로 바뀌었지요. 의원님께서는 어찌하여 여기에 오게 되셨는지요.”

“그야 프린스 흥선과 같은 마음을 가지고 왔습니다. 아일랜드 기근 사태에 대한 대책을 수립하고 지원 이전에 상황 파악을 위하여 방문하였지요.”

악수를 나눈 이하응과 디즈레일리는 모든 대화를 생략하고 바로 상황 보고에 들어갔다.

이하응은 자신이 조사한 여러 지역의 현황을 알려주기 시작하였다.

“식량이 다 고갈되어 가는 와중에 지원이 도착하니 다행입니다. 제가 칼더크, 미첼스타운, 카쉘, 킬케니 그리고 툴로우를 조사하여 확인한 결과 역병이 이미 퍼져 나갔습니다.”

“나머지 지역을 조사하여 보셨는지요?”

“제 몸은 하나이고 함께하는 연구진이 다섯 명에 불과하니 역부족입니다. 적어도 일백 명 이상의 학자들이 저를 보조하지 않으면 조사에만 이 년이 넘게 소모될 겁니다.”

본래 역사보다 2년이나 빠르게 지원을 시작하였지만 역병의 전파는 더더욱 빨랐다.

디즈레일리는 이하응을 조금이라도 지원하려는 목적으로 바로 답하였다.

“즉각 왕립협회의 과학자들을 소집하겠습니다. 프랑스의 학자들에게도 도움을 청하지요.”

“확답을 주시니 참으로 감사합니다. 그러고 보니 의원님께서 방문하였다는 말은 식량 지원을 시작하겠다는 말이로군요. 더욱 감사한 일입니다.”

“사실 식량 지원을 하기는 하는데…….”

디즈레일리는 이하응에게 지금까지 벌어진 일에 대해 털어놓았다. 아일랜드를 위해 80만 톤의 식량을 준비하려 하였으나 현실적으로 여러 어려움을 겪고 40만 톤으로 축소하였다고.

여기까지는 이하응도 이해하였다. 80만 톤이면 약 900만 석이며 대한제국이 현재 거둬들이는 환곡과 지방예산을 제외한 중앙 조세와 대등한 자금이었다. 오히려 이 막대한 지원을 실시하는 영국에 대한 경외심이 생길 지경이었다.

그러나 한 대목에서 눈을 부라리고 디즈레일리의 멱살을 잡았다.

“지금 뭐라 하였습니까? 아일랜드에 무상 지원을 해도 모자랄 판에 동화 정책! 당신들 지금 제정신입니까! 머릿속에 똥만 가득 차셨습니까!”

“의회에서는 아무 조건 없는 지원을 약속하였는데 곡물 가격이 오른다고 유권자들이 시위를 하였습니다. 여론이 너무 안 좋아서 제 친구 윌리엄도 정교분리 원칙을 어기고 이런 수단을 제안하였지요.”

“이게 다 업보 아닙니까? 지금까지 다른 나라를 정복하고 여론을 쥐락펴락하며 호응을 얻어왔으니 사람들이 여기에 익숙해지겠지요. 이제 어떻게 할 작정입니까?”

“일 년 정도 언론을 통해 여론의 방향을 조정하고 유권자들의 생각을 고칠 예정입니다. 아마 이 년 정도가 지나면 아무 조건 없는 아일랜드 지원이 가능할 것 같군요.”

말을 마친 디즈레일리는 창피한 마음에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돌렸다.

이하응은 그 모습을 보면서 심호흡을 몇 번이나 하고 피 끓는 목소리로 답하였다.

“내가 여러 욕심이 있지만 정치가가 될 욕심이 이 자리에서 사라졌습니다. 자신의 뜻을 내세우지도 못하고 광대처럼 욕심만 가득한 자들에게 휘둘리는 꼴이로군요.”

“아무튼 부탁드리겠습니다. 저는 물론이고 의원 모두가 사력을 다하여 여론을 정상적인 방향으로 되돌리도록 하겠습니다.”

“여론 이전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해 달란 말이오! 그놈의 여론! 유권자! 정치! 다 집어치우고 제발 순수한 마음으로 사람을 도와주시오!”

“그 내용도 신문 기사로 올리지요.”

이하응은 이마를 탁 치고 디즈레일리를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여러 신문사와 인터뷰를 하여 아일랜드의 현실에 대해 논하였다.

다음으로 이하응이 함께한 이들은 과학자였다. 프랑스 출신 과학자들은 가톨릭 신자들을 구하기 위하여, 영국의 과학자들은 아일랜드를 구원하기 위한 사명감으로 작업을 시작하였다.

“프린스 흥선의 이론은 모두 신뢰할 수 없습니다. 적어도 특정 곰팡이 포자의 분포가 감자 역병의 발흥 정도와 비례한다는 사실은 알 수 있으니 이 결과를 기반으로 대책을 수립합시다.”

한 달에 걸친 조사 끝에 아일랜드 전도 위에 곰팡이 오염 지도가 덧씌워졌다. 이하응은 각지의 오염 정도를 나타낸 지도를 확인하며 의견을 제시하였다.

“여러분들의 도움으로 지도가 만들어졌으니 이제 선택과 집중을 할 시간입니다. 감자 역병에 심하게 오염된 지역은 아예 메밀과 순무를 기르도록 할 예정입니다.”

“그럼 나머지 지역은 오염이 심하지 않으니 감자를 재배할 것이라는 말이군요.”

“오염 정도가 심하지 않은 지역에서는 아직 감자를 재배할 수 있습니다. 기존의 아이리시 럼퍼 품종은 역병에 취약하나 의외로 스코틀랜드의 감자가 저항성이 강하더군요.”

오염도가 덜한 지역, 아직도 감자의 절반 이상을 멀쩡히 수확할 수 있는 지역에 압정이 박혔다.

다음으로는 오염도가 어중간한 지역이 있었는데 이하응은 이 지역을 포기하였다.

“멀쩡한 지역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감자 역병 곰팡이가 날아들지 않게 주변의 재배를 포기해야 합니다. 전염병이 퍼질 때에 사람을 소개(疏開)시키는 과정으로 생각하시면 될 겁니다.”

“곰팡이가 퍼져보았자 얼마나 퍼지는지…….”

“처음으로 요동 일대에 피해를 입었을 때에는 사십 리, 약 십이 킬로미터 거리에도 퍼져 나가더군요.”

다시 압정을 박아 보호구역을 설정하니 아일랜드의 70% 이상이 감자 재배 불가지역이 되었다.

과학자들이 기나긴 싸움을 예상하는 중에 이하응은 추가적인 대책을 수립하였다.

“감자 역병 곰팡이가 적을 뿐이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이 지역에는 대량의 약품을 투여하여 역병 곰팡이를 제거하고 주변의 봉쇄 지역에도 투여해야 합니다.”

“영국 전역의 구리가 동나게 생겼군요. 다른 대책도 마련해야 합니까?”

“사람이 이동하며 묻은 흙을 통해 퍼져 나갈 가능성도 있습니다. 봉쇄지역을 오가는 모든 사람의 흙을 털어내고 발을 석회수로 씻으며 마차 바퀴도 마찬가지로 씻어내야지요.”

평상시라면 고작 곰팡이 따위에 지나친 대책이라고 말하려 하였으나 너무나 막대한 증거가 쌓여 있기에 과학자들 모두가 동의하였다.

가만히 회의를 지켜보고 있던 디즈레일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책 마련에 나섰다.

“아일랜드 왕립 경찰의 임시 지휘 권한을 프린스 흥선에게 드리겠습니다. 해당 역병 방제작업 한정으로 드리는 지휘 권한이니 오용하지 않으시길 간절히 부탁드리겠습니다.”

“훌륭한 선물을 주시니 제가 감사할 따름이지요. 요긴하게 사용하도록 하겠습니다.”

이하응은 봉쇄지역을 알릴 용도로 비석을 주문하였다. 비석의 이름은 한자로 척화비(斥禍碑)이며 본래 만들어진 척화비의 화할 화(和)가 아닌 재앙을 뜻하는 재화 화(禍)를 사용하였다.

[감자 역병이 퍼지는데 감자 재배를 중단하지 않으면 역병을 퍼트리는 것이요, 역병을 퍼트리면 백성을 굶주리게 하는 것이다. 이 비석이 있는 땅에는 감자를 기르지 말라 경고하노라.]

주요 길목에 설치될 비석은 이백여 개에 달했다. 여기에 영어와 아일랜드어로 글귀를 새기고 아일랜드 왕립 경찰이 비석을 중심으로 순찰을 실시하게 만들었다.

더욱 훌륭한 연구진들에게 연구 과제를 제공한 이하응은 민심을 다스리려 하였다. 이하응에 대한 평가는 날이 갈수록 올라가 아일랜드의 구세주라 불릴 지경이 되었다.

“프린스 흥선께서는 감자 역병이 퍼져 나가는 와중에 당도하시어 새로운 방법을 알려 주셨습니다. 혹여나 후일 아일랜드의 성자가 될지도 모르니 세례명을 알려주시지요.”

“아직 세례도 받지 않았습니다. 그저 신자 여러분들을 위해 마음을 두었을 뿐이니 더 이상 염려하지 말고 제가 가르쳐 주는 방식을 배우십시오.”

이하응과 하인들 그리고 협력하는 아일랜드 왕립 경찰은 기근에 요긴히 쓰일 방법을 알려주었다. 영국이 아무리 대책을 수립하여 식량을 배급해도 이 배급이 끊길 수 있었다.

이들에게 메밀로 국수를 뽑아 먹을 재주는 없으니 맷돌로 갈아 메밀부침을 만들어 먹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이외에 해안가의 해초를 맛있게 먹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메밀부침과 탈곡한 메밀로 지은 밥 그리고 해안에서 건져낸 미역과 다시마를 넣고 끓인 미역국이 상 위에 올라왔다.

이하응은 이런 척박한 식사도 억지로 넘겨 가며 말하였다.

“앞으로 몇 년 동안 고난이 닥쳐올 것입니다. 부디 여러 도움을 통해 이 위기를 모면하도록 합시다.”

이하응의 필사적인 노력과 더불어 영국 정부의 지원이 시작되었다.

8월에 각지의 항구로 옮겨진 10만 톤의 식량은 앞으로 한 달 간격으로 10만 톤, 1845년에만 50만 톤이 보급될 예정이었다.

* * *

영국 의회는 아일랜드 동화 정책 법안을 가동하며 식량 지원을 실시하였다. 이 과정에서 여론의 눈치를 보아야 하기에 겉으로는 아일랜드를 핍박하는 정책이었다.

“신부 여러분에게 곡식을 지급해 드리겠습니다. 사람이 굶어 죽는 꼴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으니 아사자가 발생할 것 같으면 개종을 하지 않은 사람에게 곡식을 유출해 주시지요.”

“처음 법안을 들었을 때에는 신부 자리를 포기하려 하였는데 그나마 이해할 수 있는 말이로군요. 지시하신 대로 이행하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아동을 위한 영어 강습에 나서는 교사 여러분들께도 당부를 드리겠습니다. 여러 명목으로 계약서만 작성하고 부모에게 곡식을 준 채 방임하도록 하십시오.”

의회연설과 대중연설에서는 목에 핏대를 세우며 아일랜드 동화 정책을 내세우던 의원들은 아일랜드로 파견될 관리들에게 신신당부를 하였다. 이런 모순 속에 곡식 지원이 시작되었다.

“성공회로 개종하여 교적에 오른 신자들에게는 매일 일 파운드의 곡물을 제공하겠습니다! 어서 개종하십시오! 주님의 가르침을 따르도록 하십시오!”

“자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도록 하십시오! 굶어 죽는 아이들을 배불리 먹일 기회입니다!”

성공회 신부들은 지주 계층과 함께 옥수숫가루로 죽을 쑤고 보리로 만든 빵을 나눠주며 포교를 시작하였다. 마을에 몇 없는 성공회 신자들은 그나마 배를 곯지 않게 되었다.

영국 정부의 예상대로 대다수의 가톨릭 신자들은 자존심을 지켰다. 가톨릭 성당을 중심으로 집결한 이들은 수확한 메밀가루를 빻아서 메밀부침을 만들어 먹었다.

“이거만 먹다가 죽을 것 같은데. 내 아들놈은 살이 쏙 빠져서 눈만 툭 튀어나왔네.”

“입 다물고 먹기나 해. 그나마 프린스 흥선 덕분에 우리의 자존심을 지키지 않았나.”

메밀부침과 갈아내서 곡물가루를 섞고 쪄낸 순무 빵이 이들의 주식이었다. 제대로 된 식사라 할 수 없는 음식을 먹었음에도 가톨릭 신자들은 어깨동무를 하고 고함을 쳤다.

“너희는 주님의 뜻을 아직도 모르겠단 말이냐!”

“자고로 신앙을 잃는 것은 죽음을 의미하는 것이며!”

“개종을 택하는 것은 잉글랜드 놈들에게 영혼을 묶이는 것이다!”

처음에는 호기롭게 나섰지만 메밀과 순무의 수확량은 비참할 정도로 적었다.

두 달이 지나 굶주림에 시달리다 피골이 상접한 자식을 염려한 가장은 성공회 신부에게 개종을 요청했다.

“개종을 택할 것이니 어서 식량을 주시지요.”

“옳은 길을 택한 형제에게 주님의 은총이 함께하시기를.”

선물로 옥수수를 잔뜩 받은 가장은 집으로 돌아와 옥수숫가루를 갈아냈다. 맷돌에서 밀려 나오는 옥수숫가루를 보던 그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한탄하였다.

“개놈의 잉글랜드 새끼들! 줄 거라면 그냥 줄 것이지!”

자존심을 지키고 죽음을 택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런 이들에게는 성공회 신부들도 간접적인 지원을 하였다.

농부는 자기 집 앞에 떨어진 곡식 자루를 확인하고는 놀라서 말하였다.

“이건 또 뭐야? 곡식이잖아? 누가 우리 집에…….”

“여보! 어서 이거 숨겨요! 다른 사람들이 가지러 갈지도 모르잖아요!”

이러한 집은 성공회 신부들이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밤중에 곡식 자루를 전해주었다. 여론의 눈을 피한 간접 지원이지만 지금까지 영국이 보인 태도가 문제였다.

온 가족이 굶어 죽을 위기를 모면한 가톨릭 신자들은 더욱 큰 분노를 느꼈다. 이들은 영국이 곡식을 빌미로 자신들을 다스리려 한다는 사실을 절실히 체감하였다.

영국 정부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의 반발이 끝이라 생각하였지만 오산이었다. 영국에 시달릴 대로 시달린 아일랜드 사람들의 분노는 기근이 끝나면 터질 폭탄이 되었다.

“잉글랜드 놈들이 우리를 곡식으로 분열시키려고 하네!”

“줄 것이면 주고 주지 말 것이면 아예 주지 말 것이지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자네 말이 옳아. 우리 모두를 죽기 직전까지 몰아넣고 편을 가르려는 속셈이야!”

“우리의 편이 누구인가? 프린스 흥선이야! 내가 개종하였지만 그 선택을 후회하고 있어!”

이러한 고난 속에 여론이 움직였다.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비참한 아일랜드의 현실을 신문 기사로 만들어냈으며 여러 증언이 함께하였다.

1846년 중순, 본래 역사에서 50만 명에 달하는 아사자가 속출할 무렵 아일랜드의 아사자는 기적적으로 5만 명 수준을 유지하였다. 또한 아일랜드에 다른 나라의 지원이 시작되었다.

“오스만 제국에서 일만 파운드의 성금이 전달되었습니다.”

“프랑스 왕실의 이름으로 십만 파운드의 성금이, 프랑스 지주들이 프린스 흥선의 은혜를 갚는다는 명목으로 십만 파운드의 성금을 보냈습니다.”

“대한제국에서 십오만 파운드의 성금을 보냈습니다!”

각지에서 쏟아지는 지원의 물결, 여기에 이하응의 노력으로 감자 역병을 제압한 각 국가가 기부금을 제공하였다. 이 막대한 기부금을 확인한 영국의 여론도 움직였다.

이들은 얼마 전까지 아일랜드 동화 정책에 열광하였으나 이제는 사악한 의회의 술수라 비판하였다. 제대로 된 여론이 형성된 것을 확인한 의회에서는 정상적인 지원을 실시하였다.

물론 이 모든 과정은 아일랜드인 입장에서는 줬다 빼앗기와 편 가르기, 그리고 줄 수 있으면서 안 주는 혐오스러운 행위로 여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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