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2. 12장 7화 역병 대처
60만 명에 달하는 화전민을 차근차근 배정하는 작업에 큰 문제는 없었다. 두 번째로 배정된 사람들은 주변 도시를 만들고 열차의 지선(支線)을 만드는 공사를 수행하였다.
이미 한번 기반을 마련하였으니 여기에 덧대는 방식이다. 순차적으로 일을 처리하며 외교 업무도 병행하여 미국에 파병을 보낼 계획을 마쳤는데 일준이가 급히 와서 말하였다.
“조짐이 심상치 않아서 꼭 말해야 할 것 같아. 요동의 심양 인근의 시험 작물 재배지에 감자 역병의 징후가 포착되었어.”
순간 이해할 수 없었다. 내후년인 1845년에 유럽에서 대유행할 감자 역병이 왜 요동의 심양에 있단 말인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어서 오히려 질문을 하였다.
“요동에 감자 역병의 징후가 보인다고?”
“이하응이 석사논문 시험을 위해 요동에서 작물 시험재배에 나선 건 알지? 여기에 미국에서 가져온 감자 종자를 심었는데 이상한 포자가 있더라.”
일준이는 현미경으로 발견한 곰팡이 포자를 손으로 그려서 가져왔는데 다른 곰팡이의 그림도 여러 개 가져왔다. 한눈에 보아도 형태가 다른 포자였다.
일반적인 곰팡이는 가지가 뻗고 끝부분에 민들레처럼 포자가 촘촘히 박혀 있는데 이 곰팡이는 가지 끝에 몇 개의 포자만 보였다.
개중 두 개의 그림에서 이하응의 밭에서 채취한 곰팡이와 흡사한 곰팡이를 묘사하였다.
이런 곰팡이가 어디서 나왔는지 물어보려 했는데 일준이가 간단하게 설명해 줬다.
“네가 보고 있는 비슷한 형태의 곰팡이는 우물에서 발견한 물곰팡이 샘플과 배추 백화병에서 채취한 포자다. 수분이 많은 환경에서 번식하는 곰팡이의 특징이지.”
일준이는 화학과이니 생물학적 지식을 많이 배우지는 않았다. 대부분의 지식은 기본적인 과학에서 끌어내 사용하였는데 여기까지가 일준이의 한계이니 내 지식으로 도와줄 차례였다.
“내가 생물학을 제대로 배우지 않았지만 감자 역병이 아일랜드에 창궐했을 때 온도가 낮고 습도가 극도로 높은 이상기후에서 대량 발생하였다는 말을 들었지.”
“그럼 감자 역병이 확실한 거지?”
“확실하지는 않아. 감자 잎에 검은 반점이 빼곡하게 생기고 감자알이 썩어 문드러져야 감자 역병으로 확정할 수 있겠지. 그나저나 감자 역병이 유입된 경로가 영국 상선이라니.”
본래 감자 역병은 1843년경 미국에서 유행한 뒤 1844년경 미국산 씨감자를 통해 유럽으로 전파되었다. 이후 이 씨감자에서 포자가 퍼져나가 유럽 전체를 휩쓸었다.
그런 질병이 신대륙을 처음 벗어나 상륙한 장소가 하필 조선이라니.
빠르게 대책을 세워둬야 대량 발생을 막을 수 있어서 일준이에게 말했다.
“이미 상륙이 끝난 질병을 탓해봤자 뭘 하겠어. 감자 역병이 발생하면 밭을 불태우고 반경 오십 킬로미터 내의 감자, 토마토 그리고 가지 재배를 중단시켜야지.”
“반경 오십 킬로미터? 조선이라면 한양 기준으로 경기도 내부 전체 아니야?”
“그 지역 전체에 십 년 동안 감자 계통 작물을 재배하지 못하게 만들어야 제대로 된 대처지. 역병을 초반에 잡아내지 않은 유럽은 1차 세계대전 때에도 감자 역병이 발생했었어.”
당시 독일의 패전 원인 중 하나가 감자 역병이었다. 총력전을 벌이느라 농사에 신경을 쓰지 못하니 감자를 대량으로 재배했고 대처도 못 해서 1916년부터 감자 역병이 다시 창궐했다.
이후 독일에서 감자는 일시적으로 멸종하고 순무 빵에 순무 커피를 마시는 순무의 겨울이 시작되었다. 최소 60만 명 이상이 이로 인해 사망하였다 하더라.
만주에서 이런 꼴이 벌어져도 수습은 할 수 있지만 청나라에 넘어가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일준이는 책상을 주먹으로 내리치려다 꾹 참고 짜증을 한껏 담아 말하였다.
“지금 안 잡아내면 청나라로 넘어가 번식하고 청나라에서 다시 돌아올 병이네. 현상이 너도 같은 생각 하냐?”
“현대에도 땅이 너무 넓어 구제역이 계속 돌아다니는 나라인데 지금 상황에서 대처도 안 될 거야. 그러니 좀 불편하더라도 감자 역병으로 확인된 순간 바로 대처해야지.”
“하여튼 영국 놈들은 세상에서 흉악한 것만 만들거나 퍼트린다니까.”
“이번 일은 엄밀히 따지면 영국 잘못이기는 하지만 고의는 아니잖아.”
지금쯤 영국으로 돌아가 남은 구아노와 씨감자를 하역한 선박들로 인해 유럽 전체에 감자 역병이 퍼져 나가고 있겠지.
본래 역사보다 일 년 빠른 전파이며 조선이야 나와 일준이가 체계적으로 방역하였지만 유럽은 이런 대처를 할 수가 없다.
내년인 1844년에는 유럽 전체에 감자 역병이 퍼진다. 이후 1845년경에는 아일랜드 대기근이 더 빠르게 시작되고.
일준이는 여기까지 생각이 미쳤는지 질문을 하였다.
“이 끔찍한 병이 유럽 전체에 퍼진다면 대규모 식량난이 벌어지지 않겠어?”
“감자는 보조식량이고 장기 보관도 힘들어서 대량 재배를 하지 않아. 기껏해야 감자 농사를 망치고 바로 메밀이나 옥수수 혹은 보리를 심어서 대체하겠지. 다만 아일랜드는 달라.”
“너에게 예전에 들은 이야기가 떠오르네. 아일랜드는 대부분의 땅에서 감자만 재배할 수 있어서 백만 명이 넘게 굶어 죽고 백만 명이 미국으로 이주했다고.”
역사의 비극이기도 하고 영국 의회에서 소극적인 대처를 한 바람에 희생자가 늘어나기도 하였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일준이는 좋은 생각이 났다는 듯이 말했다.
“그럼 아일랜드에 구호물자를 보내고 아일랜드 사람들을 이주시키는 건 어때? 이 사건으로 아일랜드계 미국인이 대거 이주했다면서.”
“영국 정부가 예전처럼 소극적인 대처를 해도 조선으로 이주시킬 수는 없어. 말이 이주이지 사실상 죽기 싫어서 짐짝처럼 아무 배에나 올라타고 망망대해로 떠난 거니까.”
“짐짝처럼? 그래도 아프리카 노예무역보다는 처우가 좋지 않았을까?”
“아프리카 노예무역에서 가장 가혹한 사례의 사망률이 30%인데 아일랜드 이주민의 배는 사망률이 최고 50%가 넘었다. 오죽하면 배의 별명이 관선(coffin ship)이겠냐.”
당시의 기록을 본 적이 있었는데 처참함에 도저히 할 말이 없었다. 화물선 선주들은 돈을 얻어낼 기회라 생각하여 냉혹한 자본주의 논리를 가동해 사람을 화물처럼 수송하였다.
엄청난 뱃삯으로 재산을 모조리 낸 사람들은 물건도 없이 짐짝처럼 대우받았다. 썩은 물을 마시고 굶주림과 장티푸스, 콜레라에 시달려 죽어가면서 대서양을 건너갔다.
사람이 얼마나 많이 죽었는지 상어가 배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시체를 주워 먹어 배를 불린다는 이야기조차 있었다.
일준이는 나를 뚫어져라 보더니만 짜증을 내며 말했다.
“내가 에이다와 데이트를 하며 여객선에도 탑승해 봤는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네. 이민자는 물론이고 모든 승객은 여객 법률에 의하여 보호받는데 그건 불법행위잖아.”
“아일랜드인은 화물이야. 당시 분류에는 화물로 법을 우회해서 저런 대접을 하더라고.”
“미친 자본주의자 새끼들.”
“저런 배가 조선으로 오면 선장이 선상반란으로 죽고 침몰하거나 이민자 사망률 100%를 달성할 거다. 우리가 선박을 보내 보았자 아주 잘해야 오만 명 정도만 이민을 받겠지.”
5만 명 정도의 이민자면 나중에 자발적으로 올 수도 있다. 이민자를 받아들이는 데 돈을 쓰느니 다른 쓸모 있는 일을 해야 하리라.
차라리 감자 역병 대처법을 유럽에 전해주고 경고하는 일이다. 이미 상륙한 곰팡이가 사라지지는 않더라도 충분한 대처를 하면 아일랜드 대기근을 완화할 수 있겠지.
일준이는 별의별 해괴한 이야기를 듣고 정신이 혼미해졌는지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면서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그러고는 생각을 정리하였는지 결론을 제시했다.
“먼저 대립 군을 만들어서 배추 백화병의 대처를 그대로 적용할 거야. 형태와 번식환경이 유사하니 황산구리와 보르도액, 그리고 왕호장근 추출물로 잡아낼 수 있을 것 같은데.”
“대처법을 벌써 마련했다고?”
“황산구리와 보르도액은 내가 만든 물건이고 다산 선생님이 우연하게 발견한 약재가 왕호장근인 건 기억하지? 왕호장근은 이미 뿌리 질병에 다양하게 쓰이고 있어.”
정약용이 왕호장근의 약효를 발견한 이유는 우연이었다. 한약재를 대량으로 증류하고 가공하여 유효성분을 추출하는 과정을 거치며 실패한 물건은 인근의 텃밭에 비료로 살포했다.
이 과정에서 텃밭에 기르던 배추와 감자에 병이 생겼는데 왕호장근 추출물을 뿌린 밭은 병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던가.
아무려면 좋은 일이니 일준이의 말을 계속 들었다.
“여기에 애꿎은 피해를 입은 주변 농부들에게 보상을 주고 순무나 보리 메밀 같은 대체 작물을 기르게 해야지. 아예 감자 재배를 신고하면 포상금을 지급하는 방식은 어떨까?”
“감자 역병을 조기에 진압해야 하니 꼭 해야 할 일이지.”
“그다음으로는 네 제안대로 감자 역병을 신종 작물 재해라고 유럽에 보고할 예정이야. 적어도 아일랜드 사람들이 떼죽음을 당하는 일은 막을 수 있겠군.”
“누가 천주교 신자 아니랄까 봐 적극적이네. 아일랜드의 천주교도들을 염려하는 거지?”
일준이는 답을 하지 않고 고개를 돌렸는데 이 정도는 존중해 줘야지. 이런 대처에 영국 정부를 생각하면 희망이 보였다. 내가 엿을 먹으라고 퍼트린 사회주의자들이 영국에서 혁명을 일으켰으니까.
기존의 휘그당 토리당 체계는 붕괴되고 글래드스턴과 디즈레일리가 각기 노동당과 보수당에 합류하였다. 이 둘의 정책이라면 대기근으로 인한 피해자는 크게 줄어들겠지.
아일랜드 대기근으로 인한 사망자도, 이로 인한 죽음을 각오한 이민도 벌어지지 않을 거라 생각하였는데 순간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대기근 사태에 식량을 거머쥔 영국을 생각하니 놈들의 전략도 유추할 수 있었다.
“떼죽음을 막을 순 있겠지만 이민 받을 준비도 해야겠어. 내년쯤에 아일랜드에 미리 메밀과 순무를 비롯한 대체 식량작물을 보내는 게 좋겠어. 나머지는 유럽 전체에 보내고.”
“식량 지원을 받아서 굶어 죽는 사람이 없는데 왜 이민자가 나와?”
“영국 놈들이 아일랜드 대기근 당시에 지원을 빙자하며 저지른 짓을 이야기하면 넌 며칠 동안 잠도 못 잘 거다.”
일준이가 무신론자였으면 하루 정도이지만 천주교 신자이니 며칠로 기간이 늘어나겠지.
일준이는 골똘히 생각하다가 흔한 영국의 혐성을 이야기하였다.
“다른 나라가 지원해도 자존심을 핑계로 거부하기라도 하나? 아니면 식량에 톱밥을 섞어서 보내나? 아예 못 먹을 식량을 보내고 비웃기라도 하나? 내가 아는 영국은 그런 나라인데.”
“그건 영국을 억지로 공격하려 만든 괴담이고 차라리 그런 일을 하는 게 나을 지경이다. 더 이상은 너무 역겨우니 말 안 하련다.”
일준이의 상상력을 가뿐히 넘어서는 영국의 혐성을 생각하니 저절로 역겨워졌다.
나도 비슷한 일을 하지만 더 세련되고 효율적이며 당하는 입장에서도 화가 안 나게 잘 조절한다.
* * *
석 달이 지나고 결과가 나왔다. 양력 4월에 호기롭게 만주로 향했던 흥선군 이하응은 9월 초에 감자 역병에 걸린 감자처럼 시커멓게 얼굴이 죽어서 돌아왔다.
“외무승지 영감에게 보고를 올립니다. 영길리 상인이 전한 미국산 감자에서 끔찍한 병이 퍼져 나갔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이민아문에서 만들어둔 농토 인근이더군요.”
“흥선군 대감께서 고생이 많으시군요. 이미 짐작은 하고 있었으나 얼마나 큰 병입니까?”
“감자가 말 그대로 멸절(滅絶)당할 지경입니다. 그랑제콜에서 황산구리와 보르도액, 그리고 왕호장근 추출물을 보내와 밭에 미리 뿌려두었지만 큰 효과는 없었습니다.”
멸절이라는 표현이 틀리지 않았다. 품종별로 다르기는 하지만 아무런 조처를 취하지 않은 감자밭은 최대 94% 최소 75%의 경이로운 감염률을 기록했다.
그나마 약재를 사용한 밭은 피해가 절반으로 줄어 40%이지만 이 감자들도 병을 극복하지 못했다.
흥선군은 유리병에 담아둔 시커먼 물건을 보여주며 말했다.
“이 감자는 무사히 수확한 감자이며 약재를 충분히 살포한 밭에서 건져낸 녀석입니다. 이를 반으로 잘라 내부를 확인하고 가져왔는데 고작 이레 만에 이 꼴이 되었습니다.”
“고스란히 수확해서 담아둔 감자가 그 꼴이 되었다니요?”
“병이 퍼지지 않도록 밀폐하여 가져오는 동안 썩어버리더군요. 설령 수확에 성공한 감자라도 습한 장소에 있으면 남아 있던 병이 다시 창궐합니다.”
흥선군은 유리병이 깨지지 않도록 쌀겨를 가득 담은 상자 안에 집어넣었는데 이 병이 도성에 퍼질 경우를 염려하는 대처였다. 그러더니 나에게 미안하다는 눈치로 말하였다.
“이제 태자전하께 말씀을 올릴 참이었는데 이민아문에 먼저 사과를 드리려 방문하였습니다. 총장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병이 퍼진 주변 이백 리의 감자를 모두 폐기하라 하였지요.”
“어쩔 수 없는 노릇입니다. 혹시나 몰라 감자 농사를 중단하고 메밀을 심으라 하였는데 잘된 일이로군요.”
“그 대처가 지나치다 생각하였지만 아니었습니다. 얼마 전 제 아래에 있는 루이 파스퇴르가 다른 보고서를 제출하였지요.”
다른 보고서를 보여주었는데 역시나 감자 역병이었다. 보름 전에 흥선군의 감자밭에서 12㎞ 떨어진 감자밭의 샘플을 채취하였는데 동일한 곰팡이가 묻어 있었다.
이런 끔찍한 전파 속도이니 이번 기회에 잡아내지 않으면 만주 전체가 오염되리라.
그래도 큰 손해는 아니고 감자를 기르던 사람들이 짜증을 내는 수준이 전부였다.
“감자는 그리 값비싼 작물이 아니니 염려하지 마시지요. 오히려 흥선군 대감께서 작성하시는 석사 논문이 문제가 될 것 같군요.”
“그야 석사 논문 주제를 변경해야지요. 제가 염려하는 것은 이 감자 역병이 만주 전체로 퍼져 나가는 것입니다. 이 병에 대한 대처를 하여야 후일의 재앙을 막을 수 있습니다.”
“참으로 좋은 생각이군요. 그나저나 감자 역병이라 하셨습니까?”
“처음에는 토역신(土疫神 - 흙의 천연두)이라고 할 생각이지만 끔찍한 역병 같아서 이런 이름을 붙였습니다. 역병은 뭇 백성을 고통스럽게 만드니 좋은 말 아닙니까.”
흥선군과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눠보니 내가 예상하는 것과 다른 사람이었다. 권력에 어느 정도 심취하여 있지만 그보다는 자신의 학문적 완성과 종친으로서의 위치를 생각하였다.
어차피 왕위 따위는 노릴 수도 없는 상황이니 다른 방향으로 욕망이 발현되었겠지.
이를 생각하니 좋은 방향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적당히 권유를 하였다.
“대감께서 사용할 연구 자료가 너무나 부족해질 것 같군요. 일대의 감자 농사를 십 년 동안 중단하니 새로 역병에 감염된 감자를 얻을 기회가 없지 않겠습니까?”
“저도 고민을 하던 차였습니다. 그러하니 이번 기회에 태자 전하께 말씀을 올려 사람이 살지 않는 무인도를 빌려 감자를 심어볼까 하였지요.”
“왜 무인도를 빌리십니까. 지금 조선에 뿌려진 씨감자는 유럽에도 퍼져 나갔습니다. 그럼 일이 어떻게 될까요?”
모든 연구에는 가급적 많은 샘플이 필요하다. 감자 역병을 연구하려면 감자의 품종은 물론 각 국가의 환경과 농업 환경에 대한 샘플도 필요하겠지.
시커멓게 죽은 얼굴을 하고 있던 이하응은 어느새 얼굴색이 정상으로 돌아와 기대감에 부풀어 올랐다. 외교 지식과 능력을 갖추고 있는 내 도움이라면 유럽에 갈 수 있다 생각하고 흥분하여 외쳤다.
“제가 보기에는 구주(歐洲 - 유럽) 전체에 감자 역병이 퍼져 나가겠군요. 아마 내년이면 모든 고장에 역병이 퍼져 나갈 것 같습니다.”
“결국 더 많은 유럽의 백성들이 고통을 겪을 겁니다. 그러하니 연구 겸 감자 역병 방제를 위해 유럽에서 연구를 진행하시는 것이 어떠하십니까?”
아예 효명세자에게 이를 권유하니 좋은 일이라면서 흥선군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종친으로서 나라의 모범을 보이는 모습이니 명분도 충분하였고.
신형 선박인 풍벽선, 윈드재머를 유럽에 자랑할 겸 선단이 편성되었다. 1844년 1월경 유럽에 도착할 흥선군을 배웅하며 신신당부를 하였다.
“흥선군 대감께 말씀드리니 민심은 곧 천심입니다. 설령 다른 나라의 조정을 돕는 일이 되더라도 뭇 하늘을 바라보듯 다른 나라의 백성을 보살펴 주십시오.”
“저 또한 하느님의 가르침에 마음을 두고 있습니다. 염려하지 마시지요.”
이하응은 세례는 안 받았지만 천주교에 관심을 보이고 신자를 자처하는 사람이었다.
조만간 아일랜드에서 벌어질 일을 생각하면 이하응으로 인하여 재미있는 결과가 돌아올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