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효명세자와 함께하는 조선 생활-131화 (131/345)

131. 12장 6화 감자 역병

효명세자가 세운 외몽골과 내몽골의 분쟁을 일으켜 청나라를 약화시키는 계획, 실제로는 귀찮아서 교역을 권유한 계획의 핵심은 요동 일대의 물자 생산 촉진이 필요하였다.

여기에 필요한 노동력인 화전민은 자발적으로 움직였다. 작년에 화전민을 대량으로 이주시킨 소문이 겨울동안 더욱 퍼져나갔다.

화전민은 양력 4월이 되어 날이 풀리자 자발적으로 산 아래로 내려오기 시작하였으니 이제 북방으로 이주시킬 차례였다.

마침 북방에서 작년 화전민에 대한 종합 보고가 올라왔다.

“화전민들과 사방에서 일자리를 찾아온 요동의 사람들은 잘 적응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정교가 가져온 서류를 읽어보니 칭찬 일색의 내용들이 적혀 있었다. 노동 의욕부터 시작하여 이들이 겨울 동안 집단생활을 하며 글과 여러 지식을 배운 기쁜 소식도 있었다.

“글을 뗀 사람이 전체 화전민의 사 할에 달하고 청나라 사람들도 이 나라의 말과 글을 배우느라 힘쓰고 있다. 참 좋은 이야기로군요.”

“농사를 짓는 사람은 겨울 동안 내년 농사를 준비해야 하니 뭘 배울 시간도 없지 않습니까. 집단생활을 하며 서로 일을 분배하니 시간이 제법 많이 남는다 하였습니다.”

물론 안 좋은 보고도 들어왔다. 겨울 동안 집단생활을 하며 위생을 철저히 관리해도 병이 조금씩 생겨났다. 수인성 전염병은 조기에 적발하였지만 다음이 문제였다.

집단 거주하는 임시 거처는 목조 주택이었다. 단열이 잘 안 되는 목주 주택에 사니 추위로 인해 줄줄이 감기에 걸려 폐렴으로 악화되고 결국 급사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북방에서는 내년에 이주하는 화전민들의 일부를 벽돌공장에 배정하고 튼튼한 집을 만들어낼 계획으로 수정하였다.

사람의 목숨이 중요하니 공사 지체는 감당해야지.

“그토록 많은 준비를 하였는데 잘 적응하여야지요. 중요한 것은 이들이 서로 화합하고 한 몸이 되어 요동 일대를 터전으로 잡는 것입니다.”

“일단 사람들의 노동 의욕은 대단한 것 같습니다. 겨울이 지나고 철도 훼손 유무를 파악하였는데 생각보다 파손된 구간이 적다하더군요.”

보고서에 의하면 철도 노선 부설 공사는 예상 공정의 120%를 달성하였다. 조선에서 의주까지 노선을 부설할 때에는 경험이 미숙하니 이런저런 사고가 많았던 것과 천지 차이이다.

특히나 설계 기준을 설정한 이점버드 브루넬이 조선의 가혹한 겨울을 인지하지 못하여서 문제였다. 땅속의 수분이 얼어서 기초가 흐트러지는 경우가 있어 공사를 다시 했었다.

반면 요동의 철도 노선은 한 차례 공사를 경험한 감독들이 배정되었다.

이들이 기본적인 안전율을 높게 잡고 부설하였기에 새로 공사해야 하는 부실 구간이 매우 적었다.

“참 좋은 일이군요. 이렇게 되면 요동의 철도 부설이 끝나고 각지의 사설 철도를 공사할 때 별다른 어려움이 없겠습니다. 아예 벽돌공장을 세우는 김에 주변 부대시설도 건립하겠군요.”

“이미 염전을 만들 자리를 여럿 마련해 두었습니다. 불란서의 기술자들에게 배운 사람이 말하기를 요동의 해안가는 염전을 만들기 가장 좋은 장소라 하더군요.”

“소금을 만드는 기술이 가장 나은 나라가 불란서이니 믿을 수 있겠군요.”

염전 기술은 프랑스에서 들여온 기술자들이 대폭 개량하였다. 유럽 최대의 소금 생산국이니 조선의 기후와 환경을 감안하여 몇 년 만에 황해도에 염전을 만들어냈고.

동양 전체를 통틀어도 발해만보다 염전으로 좋은 입지는 없으니 물 만난 고기 신세이지. 내가 기억하기로는 발해만의 염전이 5억 명이 사용할 수 있는 천일염을 만들어낸다 하였다.

아직은 시작에 불과하니 다음으로 중요한 식량 생산에 대한 보고를 확인하였다. 북방은 조선에서 계속 식량을 공급하지만 개발이 완료되면 조선에 식량을 보낼 땅이다.

“쌀 재배에는 난항을 겪고 있으나 감자, 보리, 밀, 옥수수 그리고 목화 재배는 성공적이라.”

“이 나라 사람이라면 든든한 쌀밥을 먹어야 하는데 안타까운 일 아니겠습니까?”

“하긴 임진강 북쪽으로만 올라가도 벼농사가 난해하기는 하지요. 그래도 여러 품종을 시험해 보아야 답이 나오지 않겠습니까?”

“이미 그랑제콜에 소식을 보내 조용태(踊兌 - 조일준의 자) 총장님의 휘하 연구진을 파견하였습니다. 이들이 일 년 정도 머무르며 여러 농작물의 품종을 시험할 겁니다.”

아예 작정을 하고 예산을 투입하니 나쁜 일은 아니었다. 더군다나 왕의 권위가 하늘을 찌르는데 종친이 여러 치적을 쌓으면 권위를 덧대는 일이니 더 좋은 행동이지.

총장에게 직접 명령을 내렸으니 얼마 전 군(君)까지 지위가 오른 이하응이 나서지 않을까.

이런 일에는 노동력이 필요한 법이니 올해 화전민 이주 목표를 60만 명으로 잡았다.

* * *

본래 역사의 흥선 대원군이자 전쟁을 승전하고 종친의 일원인 흥선군(興宣君)으로 불리는 이하응은 임시 부설된 철도를 이용해 의주를 넘어 심양으로 향하였다.

“철도 노선이 다 부설되지 않아 마차를 사용하지만 제법 쓰기 좋군.”

“철도를 설치하면 주변 땅을 모조리 뒤엎어 다시 고쳐야 하니 사람들이 돌아다니기 좋은 땅이 됩니다. 특히나 건물 자재를 운반할 때 많은 도움이 되지요.”

길가에는 역사(驛舍)나 관아로 보이는 건물이 시공되는 모습이 보였다. 작년 경복궁 중건 공사에 참가하여 삽을 놀린 기억을 떠올린 이하응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하였다.

“내가 그랑제콜에서 석사 과정을 이수하지 않았다면 지금쯤 건축에 손을 댔을 것 같은데. 솔직하게 말하여 경복궁의 도면을 확인할 때 가슴이 뛰어 진정할 수 없었다네.”

“듣자하니 철근과 결합한 시멘트를 사용하는 건물이라 하였습니다. 우리 프랑스의 궁궐은 대부분 석조나 벽돌을 사용하지만 조선은 기술이 뛰어난 국가이니 다르군요.”

“루이 자네가 불란서로 돌아가면 연구실을 조선의 방식대로 만들면 되지 않겠나?”

파스퇴르는 자신의 연구실을 상상하며 망상에 빠졌고 그의 옆구리를 파브르가 쿡 하고 찔렀다. 그러더니 말도 안 된다는 듯이 말하였다.

“과학자에게 중요한 것은 연구공간이고 기자재이지. 품질이 가장 우수한 기자재를 사들여 연구를 진행하다 말년이 되어서 그런 연구소를 만들어야 하니 연구나 똑바로 하자고.”

“철근과 콘크리트를 결합하면 단열성능이 우수해지잖아! 연구 결과를 제대로 내놓으려면 변수 제어가 필수인데 건물에 아낌없이 투자해야지. 파브르 너는 스케일이 작다니까?”

이하응에게 배정된 연구생이자 학부생인 루이 파스퇴르와 파브르는 서로 맞장구를 치면서 대화를 나누었다. 요동에 머물러야 하는 이하응과 달리 이들은 한양과 요동을 오가며 연구를 보조하니 일종의 여행으로 생각하였다.

간혹 부설된 철도 위에서 마차철도 방식으로, 선로가 끊기면 평지를 달려 이동한 마차가 심양 인근의 농토에 닿았다.

미리 대기하고 있던 관리는 이하응에게 깍듯하게 인사를 올렸다.

“흥선군 대감께서 당도하실 것이라는 소식을 듣고 미리 준비하였습니다.”

“벌판이 참 넓으니 농사를 시험하기에는 부족함이 없구려.”

“인력이라면 언제라도 보충할 수 있으니 염려하지 마십시오. 조정에서 각 지역의 농부들과 이들이 사용하던 종자를 가져왔고 각지에서 다른 종자를 들여왔습니다.”

이하응은 관리가 가리킨 각 식물의 종자들을 확인하였다. 보리나 조 같은 잡곡을 시작으로 옥수수나 감자 같은 작물도 있었으며 가장 많은 종류는 쌀이었다.

“내가 알기로 쌀농사는 한 번에 많이 지어야 하는데 이래서야 한 번에 한 마지기를 지을 양만 있구려. 농부들의 고생이 매우 많겠소.”

“가져온 볍씨는 스무 종류이니 스무 마지기 정도만 지으면 되지 않습니까?”

“그랑제콜에 보관되어 있던 종자를 더 많이 가져왔소. 여기에 각지의 양반들이 서로 접붙인 종자들도 가져왔으니 총 칠십 종이 넘는 종자가 있소이다.”

이하응은 유리병에 담긴 종자 샘플을 보여주었다. 남중국을 시작으로 인도 심지어 일본 전역에서 수입한 볍씨였는데 이하응도 남부 지방의 볍씨에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이 논밭을 모조리 관리하는 고생을 생각한 관리가 질색을 하며 흥선군을 바라보았다. 제발 일을 줄여달라는 신호였지만 흥선군은 파스퇴르에게 손짓을 하며 말하였다.

“루이, 우리가 여기서 할 또 다른 연구과제에 대해 말해보게.”

“얼마 전 영국을 통해 수입한 구아노가 도착하였습니다. 기존에 사용하던 인산염 비료는 여러 차례의 시험을 거쳤지만 구아노 비료의 조선 농작물 적용은 아직 시험 되지 않았습니다.”

“각 품종의 농사를 지으며 동시에 구아노 비료의 시험을 실시할 거요. 논을 사분지 일 마지기로 나누어 한 품종을 네 구간에 걸쳐 시험할 것이오.”

기껏 결 단위로 나눠놓은 농토를 바둑판처럼 쪼개게 되었지만 이하응의 욕심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기억하는 각 작물의 특성을 떠올리고 다시 주문을 하였다.

“또한 각 종자 간의 무분별한 혼입(混入)을 방지해야 하지 않겠소. 가장 중요한 것은 벼이니 최소 백 미터, 팔십 보 이상을 이격하여 농사를 지어야 하오.”

“농토를 바둑판처럼 갈기갈기 찢고 각 구석구석만 논으로 배정하다니요?”

“그러하면 무분별하게 혼입된 벼가 어떤 특성을 지닐지 감당할 수 있겠소? 인력은 언제라도 보충할 수 있다 하였으니 그 말을 믿고 하는 것이오.”

자신의 입방정을 후회한 관리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죽상이 되었다. 농부들에게 이를 설명하는 것도 다독이는 것도 자신의 몫이니 그저 막중한 업무에 시달릴 준비를 하였다.

농토를 다시 나누는 동안 실험이 시작되었다.

흥선군은 항구를 통해 입하된 구아노 비료를 조선에서 가져온 인산염 비료와 섞으면서 실험 계획을 철저히 세웠다.

“먼저 인산염 비료를 작물에 규정된 양대로 살포하고 비교용 구아노 비료를 섞어서 살포해야겠군. 양 설정은 없음, 절반, 동량 그리고 두 배로 하지.”

“알렉산더 훔볼트 교수님의 연구에 의하면 구아노 비료는 제법 독하다 하였는데 작물이 모조리 죽어버리지 않을까 염려됩니다.”

“이 자리에서 작물이 죽어야지 후일 문제가 벌어지지 않을 걸세. 가장 먼저 심어야 하는 작물은 재배 기간이 긴 감자와 수확이 빠른 메밀이니 이 둘을 먼저 심도록.”

구아노가 며칠 뒤 도착하였고 이를 인산비료와 혼합하여 파종 이전에 첫 시비(施肥 - 거름주기)가 시작되었다. 농부들은 땅을 헤집으며 흙의 질을 파악하고 콧노래를 불렀다.

“감자를 심기에는 제법 습한 땅이지만 다른 농사를 하는 데 큰 문제가 없습니다.”

“옥수수도 잘 자랄 것 같은 땅이군요. 그나저나 조만간 심을 벼가 문제인데…….”

“벼가 모조리 죽는다 하여도 문제가 없으니 염려하지 말도록.”

이하응은 농부들에게 지시를 하달하였고 파스퇴르와 파브르는 사방을 쏘다니며 토질을 확인하였다.

토양 시험용 리트머스 용지로 산성도를 확인한 파스퇴르가 지시를 하달하였다.

“기준보다 토양 산성도가 높으니 비료와 함께 석회 분말을 섞으시지요. 이대로라면 작황이 별로 좋지 않을 겁니다.”

“주문 한번 많으시네. 알겠소이다.”

파브르는 삽을 놀려 토양 샘플을 채취하고 내부의 생물을 분석할 예정이었다.

정신없이 땅을 헤집는 와중에 가장 중요한 구아노를 가져온 영국인 선장이 이하응과 대화를 나누었다.

“뉴욕에서 무역을 하다 의회의 명령을 받아 조선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본래 조선이 영토로 얻은 마셜 제도에 구아노을 하역하면 되었지만 동방의 예절을 존중하여 여기까지 왔지요.”

“그 예절을 진작 존중하면 좋았으련만. 그간 고생이 많았소.”

이하응도 아직 영국에 대한 감정은 좋지 않지만 영국이라는 국가는 몰라도 개개인은 믿을 수 있었다.

칭찬을 들은 선장은 잠시 생각을 하다 손뼉을 치며 말하였다.

“그러고 보니 배에 유럽으로 가져갈 씨감자가 선적되어 있습니다. 농사를 시험하시는 것 같으니 저희가 가져온 씨감자를 심어보시지 않겠습니까?”

여러 품종을 시험하고 작황을 확인할 목적이었던 이하응이니 좋은 선물이었다.

며칠 뒤, 파스퇴르와 파브르가 첫 연구 보조를 마치고 돌아갈 무렵 선장은 미국산 씨감자를 가져왔다.

“표면을 잘 말려서 오래 보존할 수 있게 만든 씨감자구려. 요긴하게 쓰겠소.”

이하응은 콧노래를 부르며 새로운 밭에 종자용 씨감자를 심으라 하였다. 석사 논문에 들어간 데이터가 많을수록 좋으니 다다익선이라 생각하였는데 농부들이 이상한 조짐을 느꼈다.

“저기 흥선군 대감님. 씨감자에 이상한 반점이 있는데요?”

“배의 습기에 짓무른 씨감자 같구려. 심으면 소득이 없을 것 같으니 알아서 처분하시오.”

“이렇게 잘 말린 씨감자에 반점이 생기나? 내가 배를 탄 적도 없으니…….”

농부들은 씨감자를 잘 살펴보아 검은 반점이 생긴 감자들을 따로 분류하여 반점을 깎아내 대충 내던지고 나머지를 삶아서 간식으로 먹어치웠다.

한편 이 감자들을 수입한 미국 동부의 농부들은 감자 역병에 직격탄을 맞았다. 겨우내 자란 감자를 수확하였는데 모조리 썩어 문드러진 감자가 튀어나왔다.

“감자가! 감자가 모조리 썩어 문드러졌다고! 자네 감자밭은 괜찮은가?”

“나도 똑같아. 이 에이커(Acre, 1에이커는 약 4,000㎡)나 되는 감자밭이 모조리 쑥대밭이 되었다고!”

겨울 농사를 망친 미국 동부의 농부들은 술을 마시며 이 사태에 대해 떠들어댔다.

다른 나라에서 이런 규모의 농사를 망치면 술은커녕 굶어 죽을 염려를 하지만 미국은 풍요로운 땅이었다.

넘쳐나는 땅에 아무 농사나 대충 지어도 작황이 좋았으니 감자 농사가 망해서 어려움을 겪을 수준이었다.

서로 짜증을 내는 농부들은 술을 계속 들이켜며 투정을 부렸다.

“이래서야 올해 감자 요리는 먹지 못 하겠는데.”

“내 말이 그 말이야. 감자 농사가 망했으니 감자 대신 빵이나 먹자고.”

“우리 집은 감자를 많이 길러서 타격이 큰데. 재수 옴 밟았다 생각하고 옥수수나 심을까.”

이들은 집안에 챙겨둔 돈을 좀 털어내 식량을 구입한 다음 감자를 기르던 땅에 옥수수 종자를 심기로 하였다. 그러다 술을 계속 들이켜던 농부 한 명이 궁금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고 보니 얼마 전에 영국 상인에게 미리 수확한 씨감자를 판매했는데.”

“사소한 일에 연연할 때야? 집안 패물을 팔아서라도 옥수수 종자를 사야지.”

감자의 원산지인 남미에서 건너와 미국 동부까지 퍼진 감자 역병이 어느새 동양까지 퍼져나가게 되었다.

조만간 미국 동부는 물론이고 아일랜드까지 퍼질 감자 역병의 시작이었다. 그 첫 타격은 하필 감자 역병 곰팡이가 번식하기 가장 좋은 습한 땅에 감자를 심은 이하응이 겪게 되었다.

이하응이 지속적으로 보내온 토양 샘플을 분석하는 파스퇴르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하였다.

“총장님께 보고를 올립니다. 신형 현미경으로 토양 시료를 분석하였는데 이상한 세균이 보입니다. 여태까지 보지 못한 신종 곰팡이 같습니다.”

“카를 자이스가 만든 신형 현미경이라 확인하지 못하던 세균을 본 것 아닌가?”

카를 자이스는 광학기술의 천재이며 뛰어난 공학자이기에 저격용 스코프는 물론 배율과 해상도가 월등히 좋은 현미경을 만들었다.

이러한 발견은 그랑제콜 분원 곳곳에서 일어났다.

토양에서 추출한 미생물을 확인한 조일준은 난생처음 보는 세균을 확인하고 눈을 찌푸렸다. 길쭉한 가지가 뻗어 나오는 형상이며 끝에 계란 모습의 알맹이가 맺혀 있었다.

“이건 구조를 보면 곰팡이 같은데. 보통 곰팡이와 형상이 좀 다르지 않나?”

“제가 보아도 그렇습니다. 만주 일대에서 서식하는 토착 곰팡이일까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넘어가려던 조일준이지만 박현상을 통해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1846년부터 아일랜드에 감자 역병이라는 재앙이 찾아오니 이 기회를 노리자 하였다.

이를 알고 있지만 언제 어디서 시작되는 병인지 짐작도 못 하니 대처도 할 수 없었다.

만에 하나라도 이 곰팡이가 감자 역병이라면 미리 발견하였다 생각한 조일준이 지시를 내렸다.

“흥선군의 연구에 신종 작물 전염병이라도 끼어들면 결과가 흐트러질 것 같군. 토양 전염병 예방을 위한 황산구리와 석회액(보르도액)을 준비하고 왕호장근 추출액도 준비해.”

미국 동부를 시작으로 조선과 유럽에 퍼져 나간 감자 역병이 발효할 시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를 모르고 있는 이하응은 감자 잎에 생기는 반점을 확인하며 오늘도 연구 보고서를 작성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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