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9. 12장 4화 배상제회
효명세자가 계획한 중고 기계 판매 계획은 대성공을 거두었다. 중고 기계를 두 배 가격으로 구매해 분해하고 옮기는 비용을 제외하면 청나라에서 비싼 값에 사도 이득은 거의 없었다.
이득이 없어도 사업은 계속되었다.
조선 입장에서는 돈 한 푼 쓰지 않고 청나라의 부패를 촉진시키고 자신의 힘을 들이지 않고 상대의 힘을 깎아나가니 그만둘 이유가 없었다.
“오늘도 조선에서 증기기관 일백칠십 대가 들어왔습니다! 잘 확인해 보시고 사들이시지요!”
“반대편 건물에는 조면기와 직조기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무두질 기계도 있습니다!”
“세 번째 건물에는 공업용 선반과 소총 제조용 절삭기도 있습니다!”
이 작업을 담당한 자들은 임상업의 제자격인 송상(松商)들이었다. 청도 개항지에 설치한 거대한 건물에 주기적으로 폐기될 기계들을 가져와 겉의 부품을 깔끔하게 다듬었다.
내부 부품은 어떻게든 돌아가기만 하면 되는 수준으로 맞춰두었다.
이를 뻔히 알고 있는 청나라의 부패 관리들은 청도에 직접 방문해 기계를 사들였다.
“라이플 제조용 강선 절삭기라? 시연 한 번 할 수 있겠소?”
“물론입니다. 일단 가공이 끝난 총열을 넣으면…….”
기술자들이 손잡이를 회전시키자 드릴이 천천히 움직이며 강선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기계의 축이 어긋나 있어 작동을 멈추었고 상인은 식은땀을 흘리며 말했다.
“이번 시연은 실패이니 다음 시연은 성공할 겁니다.”
“축이 어긋나 있는 것 같은 기계인데 은자 일흔 냥이라니 너무 비싼 것 아니오?”
“은자 마흔 냥에 드리겠습니다. 조금만 수리하면 멀쩡한 기계이지요.”
어차피 서른 냥까지 깎아도 손해는 아니기에 상인은 바로 서류를 내밀었다. 청나라 관리가 관인을 찍고 가격이 은자 이백 냥이라는 허위 계약서를 작성해 조정에 보내게 하였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사람이 있었으니 기계를 구매하러 온 홍수전과 프레디였다.
프레디는 이 모습을 지켜보고는 피식 웃으며 말하였다.
“선반의 미세조정이 어긋난 수준도 골치가 아픈데 축 자체가 어긋나 있잖아? 이걸 사들여?”
“그냥 지켜봅시다. 그나저나 선반이라는 물건이 얼마나 정밀해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휘트워스라는 양반은 만분의 일 인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았는데 좀 너무한 수준이고. 그래도 오백 분의 일 인치(0.05㎜)의 오차여야 쓸 만한 물건이지요.”
영국에서 사용하는 인치가 치(寸 - 1/10자, 약 3㎝)보다 더 작은 단위임을 알고 있는 홍수전은 서양의 기술력과 이를 받아들인 조선의 기술력에 다시금 전율하였다.
물론 조선에서 한창 일하고 있는 휘트워스는 신형 소총의 정밀도를 만분의 일 인치 이하로 만들려고 혈안이 되어 있었지만 이걸 알 길이 없었다.
프레디는 기계를 이리저리 살펴보고 말하였다.
“이 녀석은 구동부가 관리가 잘 되어 있으니 구매하면 어떻겠소. 다음 녀석은 외형이 엉망이지만 최소한 피스톤 내부는 깔끔한 것 같으니 이 녀석도 구매합시다.”
“난 기계에 대해 잘 모르니 프레디만 믿을 뿐입니다.”
“그리 믿지는 마시오. 나도 몇 년 묵은 중고 기계끼리 결합하여 재활용하는 일은 별로 해본 적이 없으니. 그나마 조선이 기계를 무식하게 튼튼하게 만들어 시도라도 해보는 것이오.”
홍수전의 부패한 상관이 입단속을 위해 준 자금은 다시 뇌물로 소모하였지만 다른 자금도 있었다. 바로 임칙서의 진실을 알려준 늙은 하인을 통해 얻은 자금이었다.
늙은 하인은 아직 남아 있는 임칙서의 자식들에게 요청을 하여 홍수전을 광주에서 생존한 향용 중 하나라 알려주었다.
임칙서를 대신하여 향용의 제사를 지낼 것이라 하니 자식들이 제법 많은 돈을 건네주었다.
이 자금은 조선에서 판매하는 기계와 사람들을 맞이할 식량을 사들이며 눈 녹듯이 사라졌다.
대신 총 마흔 대의 기계를 추가 구매하고 쌓아둔 홍수전은 기대감에 부풀어 질문을 하였다.
“모든 일을 배울 때에는 시작부터 배워야 하는 법이라 알고 있습니다. 만약 이 기계를 해체하고 재조립하는 작업에 참가한다면 얼마나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습니까?”
“기계를 조립하고 다룰 수는 있지만 그 이상은 힘들 거요. 부품은 하나하나 주문해서 공장에서 만들어내는 물건이니 조선처럼 자체적으로 만들려면 대장간도 운영해야지.”
“일단 대장간은 포기합시다. 나중에 길이 열리면 조선에서 부품을 사들이고 지금은 불량률을 줄이고 크게 손상된 기계를 교체하는 것을 목표로 삼도록 하면 어떻겠소.”
두 달이 지나고 홍수전이 보낸 서신을 받은 관록보촌의 사람들이 도착하였다. 이 시대에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친인척이나 지인이 중앙 관료가 되면 사람들이 같이 거주하려고 애를 썼다.
홍수전의 친인척은 배척당하는 객가들이기에 북경까지 올라오지 않고 있었지만 허락을 받으니 즉각 응하여 북경으로 향하였다. 이들의 수는 모두 합쳐 삼백 명에 달했다.
이미 공장 노동자를 위한 숙소가 마련되어 있었으며 몇 달을 버틸 식량도 준비해 두었다.
이주 대열의 맨 앞에서 손을 흔드는 사촌 동생의 모습을 본 홍수전이 이들을 맞이하였다.
“종제(從弟 - 사촌 동생)가 올라오는 길에 얼마나 고생이 많았는지 궁금하군. 내가 서신을 보내고 고작 두 달 만에 사람들과 함께 당도할 줄은 꿈에도 몰랐네.”
“저야 종형 아래에서 일하기 위해 미리 준비를 하고 있었지요.”
“그렇다 하여도 도적과 도적보다 더한 팔기군이 있는 길을 오면서 고생이 많았겠군.”
“그냥 배를 타고 왔습니다. 종형께서 염려하신 일은 없었으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홍수전의 사촌 동생인 홍인간(洪仁玕)은 너스레를 떨며 사람들을 소개하였다. 개중에는 홍수전과 친한 사이이며 과거에 합격하지 못하였던 풍운산(馮雲山)도 끼어 있었다.
“간만에 자네 얼굴을 보는군. 나와 함께 공부하였는데 자네만 성공할 줄은 꿈에도 몰랐어.”
“다 광주에 다녀와 영길리와 싸운 덕분이지. 머리가 맑아지고 총기가 생겨났지.”
“자네가 분변을 냇물에 풀어 영길리 군대에 병을 퍼트렸다 들었는데 총기라?”
“총기는 말도 안 되지요. 저도 종형을 따라 군문에 종사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기는 하였습니다. 다만 총(聰)기는 배우지 못하였고 총(銃)을 쏘는 법 정도는 배웠지요.”
너스레를 떨며 서로의 등을 두드린 홍수전과 풍운산, 그리고 홍인간은 사람들을 숙소로 배정하고 식사를 나누어주었다. 이 과정을 마친 홍수전은 다시 제단을 쌓기 시작하였다.
“종형께서 뭔 일을 하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제사를 올리는 격식이 기이한데 누구에게 올리는 제사입니까?”
“나의 아버지이자 선지자 예수의 아버지이기도 하신 야훼에게 올리는 제사이다!”
실제로는 임칙서와 그의 명령을 받아 철갑선을 격파한 향용의 넋을 기리기 위한 제사였다.
홍수전은 십자가 아래의 종이에 주문과 섞어 이들의 이름을 적은 뒤 사람들을 모두 소집하였다.
“모두 모이시오! 우리가 이 자리에 모인 것은 야훼께서 정하신 것이니 제사를 올려야 하오!”
“왜 야훼라는 신령에게 제사를 올려야 합니까? 저희는 산신을 섬기는 가문인데요.”
“일단 하시오! 하지 않으면 관리들에게 끌려가 염전에서 일하게 될 거요!”
간혹 반발하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염전으로 끌려간다는 위협에 대부분이 응하였다.
막 제사가 거행될 무렵 객가들이 방문하였다는 말을 들은 관리가 군관들과 함께 방문하였다.
“이 미친놈이 미친 짓거리를 더 미친놈들을 데려와서 같이 하고 자빠져 있네.”
삼백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속옷 차림으로 절을 올리는 몰골을 지켜본 관리는 사람들을 살펴보았다.
그러다 제사에 참가하지 않고 뒤에서 젯밥을 먹으려 기다리는 사람을 가리켰다.
“거기 너! 덩치도 좋고 골격도 제대로 되어 있군. 너는 이제부터 광산에서 일한다.”
“잠깐! 저는 공장이라는 곳에서 일하려고 하였습니다! 왜 광산입니까!”
“다른 객가들은 죄다 제사를 올리는데 너만 안 올린다? 출신을 속인 한족이니 끌고 가!”
평범한 한족들이라면 모조리 끌고 갈 생각이었지만 이들은 객가였으니 함부로 손댈 수가 없었다. 더군다나 객가 가운데는 미신에 목숨을 거는 이들이 많았다.
객가들은 성격이 흉포한 데다 한번 원한이 생기면 전쟁도 불사하는 이들이었다. 관리는 결국 사람들을 모조리 잡아가려다가 제대로 된 객가를 잡아가는 것은 포기하였다.
결국 홍수전을 따라 제사를 올리는 이들과 그들의 가족은 광산으로 끌려가지 않았다.
제사를 마치고 온몸이 땀에 흠뻑 젖은 홍수전은 제사를 마치며 말하였다.
“야훼께서 계시를 내려주시었으니 다시 감사를 올리시오! 믿음이 없는 자들은 머나먼 땅속에서 흙먼지를 마시고 우리는 야훼의 뜻이 담긴 상주(賞酒)를 마시게 되었소!”
홍수전이 즉석에서 배상제회(拜上帝會 - 신에게 감사의 절을 올림)라 칭한 사이비 종교였지만 정말 효과가 있었다. 처음에는 아무 생각도 없이 명령을 받은 객가들도 진심으로 이 교리를 믿게 되었다.
홍수전은 이후 필사적으로 자신의 세력을 구축하려 하였다. 부패한 관리들에게는 상종하기도 싫은 광신도인 척을 하며 눈을 속이려 하였으며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었다.
“십일조는 잘못된 일입니다. 주님은 삼위일체이니 십일조를 세 번 하고 조금 더 바쳐 삼일조가 되어야 합니다.”
“삼위일체는 뭐고 십일조는 뭔지 모르지만 내 앞에서 그런 말은 하지도 말도록.”
겉으로 보기에는 종교에 미친 객가들이 공장을 거점으로 잡고 잡다한 일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들은 날품을 팔고 필사적으로 자금을 모아 뇌물을 바치며 공장을 재건하였다.
홍수전의 고향에서 올라온 장정들은 프레디에게 기계의 분해와 조립을 배우며 점점 기술을 축적하였다. 상태가 안 좋은 증기기관이 교체되고 직조기와 조면기가 모습을 갖추었다.
프레디는 이 작업을 지휘하며 마을의 장정 가운데 영특한 사람들을 어설픈 기술자로 만들어내기 시작하였다. 목표는 100대의 직조기를 가동하는 것으로 삼고 온 힘을 다하였다.
“생각 같아서는 제대로 된 스승 아래에서 도제식으로 몇 년을 배우게 하고 싶지만 그게 될 리가 있겠소. 주어진 상황에 만족하며 어떻게든 힘을 다하여 봅시다.”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하고 석 달이 지난 1843년 6월. 필사적으로 노력한 홍수전과 동료들은 마침내 공장을 정상 가동하는 데 성공하였다.
아낙들은 물론 장정들도 계속 뽑혀 나오는 직물을 보며 서로를 얼싸안았다. 서양이나 조선에서는 숨 쉬는 것처럼 가동되는 공장이지만 이들은 감동에 겨워하였다.
홍수전조차 눈물 한 줄기를 닦아내고 두 팔을 벌려 선언하였다.
“천지신명께서 우리를 굽어보시어 이런 은혜를 내리셨습니다! 제사를 지내도록 합시다!”
다시 제사가 시작되었고 이제 종교 집단인 배상제회의 간부까지 선발되었다. 왕(王)이라는 칭호는 붙일 수 없었으니 주요 간부들이 선발되었다.
“내 벗이자 총기가 넘치는 풍운산을 서(南)대신으로 봉한다. 내 종제인 홍인간은 동(東)대신이며 이전에 영길리의 병사 여섯을 죽인 이수성은 남(西)대신에 봉할 것이다!”
“대신들이 대체 무엇을 하는 직책입니까?”
“상제(上帝)의 가르침을 사방에 전파하는 이들이니 경전을 읽고 교리를 탐독하도록!”
다들 억지로 만들어진 배상제회의 교리를 외우며 감사 기도를 올리고 술자리를 가졌다. 이제 목화만 얻어올 수 있으면 언제라도 공장을 가동해 수익을 거둘 수 있었다.
인근 마을에서 백주(白酒 - 배갈)를 잔뜩 사들여 술잔을 기울이는 간부들 가운데 남대신으로 임명된 풍운산이 한참을 생각하다가 조언을 하였다.
“형님께 감히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이 나라에서 제대로 된 공장을 만들었는데 이 정도만 하여도 능력을 증명하지 않았습니까? 그러니 한 가지만 고쳐주십시오.”
“한 가지만 고치라 하였나?”
홍수전은 술잔을 받아들고 풍운산의 답을 기다렸다. 이제 슬슬 속내를 말해도 될 것이라 생각하였는데 합리주의자인 풍운산은 술에 취하여 홍수전을 비판하였다.
“그놈의 배상제회인지 뭔지를 집어치우십시오! 형님께서는 여러 기적이 아닌 스스로의 힘으로 기적을 만들어내지 않으셨습니까? 대체 이런 짓을 하여 뭘 얻어낼 겁니까?”
“자네는 종형께 너무 무례한 말을 하는군! 종형께서는 자네에게 서대신의 지위도 내려주었는데 이를 주워섬기고 자신을 가다듬어야지!”
“종제는 그만두도록 하게. 이제 내 진짜 뜻을 말할 참인데 다들 나를 믿는지가 궁금하네.”
홍수전을 보며 홍인간을 비롯한 간부들은 침을 삼켰다.
특히나 친한 친구 사이인 풍운산은 홍수전의 정신을 염려하여 프레디에게 물어본 적이 있었는데 간단하게 답하여주었다.
-홍수전에게 신앙심은 한 톨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톨릭 교리를 거의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으며 미신과 결부하여 고의적으로 광신자를 연기하고 있습니다.
과거에 합격할 정도로 머리가 좋은 사람인 홍수전이 이런 멍청한 행동을 할 리가 없었다.
다들 홍수전의 속내가 궁금하였으며 이미 먹고살 기반을 마련하였으니 훗날 벌어질 일이 궁금하였다.
침묵으로 긍정을 표시한 동료들을 보며 홍수전은 첫 단계를 넘어서고 뜻을 같이할 동료를 얻어냈다 생각하였다. 그러고는 임칙서가 자신에게 보내려 했던 서신을 꺼내서 말하였다.
“내가 원하는 것은 단 하나일세. 스승님의 복수를 이룩하는 것이지.”
임칙서의 서신을 보여주고 지금까지 있었던 일에 대해 설명을 하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도 온갖 탄압을 당하는 객가였으며 팔기군에게 시달릴 대로 시달린 이들이었다. 이들은 언제나 한족의 핍박과 새 지배자인 만주족의 가혹한 통지에 시달리며 변방을 떠돌아다녔다.
홍수전의 시선을 느낀 홍인간은 조심스럽게 현실성에 대해 논하였다.
“나라를 뒤엎으시겠다니 말이 안 되는 일입니다. 대체 어떻게 가능합니까?”
“한의 고황제(高皇帝 - 유방)께서도 패현의 변방에서 나라를 만들어 내셨거늘 어찌하여 불가하다 생각하는가. 지금 이 나라가 진나라와 견주어서 나은 점이 있던가?”
객관적으로 따져보아도 홍수전의 기반은 매우 훌륭하였다. 북경 인근에 자신만의 세력을 구축하고 막대한 돈을 만들어낼 수 있는 직물 공장을 성공적으로 운영하였다.
또한 청나라의 부패는 상상을 초월하여 북경 인근에서 멋대로 공장을 운영해도 관심조차 가지지 않았다.
홍수전은 자신이 임명한 세 명의 대신을 바라보며 말하였다.
“자네들은 민중을 배상제회의 교리로 사로잡아 노동력으로 만들게. 여기에 주요 인물들을 포섭하여 제대로 된 공장을 꾸릴 수 있도록 도움을 주도록.”
“이제야 뜻을 알겠습니다. 백성과 각지의 부호들을 포섭하라는 지위가 대신이로군요.”
“바로 보았네. 그러하면 내 뜻에 동조하겠나? 이 썩은 나라를 무너트리고 멸만흥객(滅滿興客 - 만주족을 멸하고 객가를 흥하게 한다)을 이룩할 마음이 있던가?”
“반드시 이룩하겠습니다!”
세 명의 대신들이 화답하자 홍수전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들의 충성을 받아들였다. 그러고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하였다.
“군자의 복수는 십 년이 걸려도 늦지 않지. 나는 주변의 젊은 관료를 포섭하며 우리 객가들이 머무를 수 있는 공장과 집기를 마련하겠네. 가장 먼저 서대신 풍운산에게 명한다.”
“교주님의 말씀을 이미 알고 있습니다. 제 친인척이 묘족(苗族)과 동족(僮族)이니 서쪽의 변방을 거닐며 이들 또한 포섭하고 연이 있는 객가와 인재를 포섭하겠습니다.”
“방침을 잘 알고 있으니 다행이로군. 동대신과 남대신은 각기 동쪽과 남쪽의 객가들을 소집하도록. 절반을 거두어들여 기술을 가르치고 돌려보내 남방의 기반을 쌓도록 하자.”
절을 올린 세 대신들이 새로운 신도와 협력자를 영입하기 위해 떠나가자 홍수전도 새 동료를 영입할 계획을 세웠다.
얼마 전부터 만난 젊은 관료가 있었으니 오늘도 그를 위로하기 위해 술을 한잔하였다.
“개 같은 나라! 이 썩어 문드러진 나라를 어떻게 하면 좋지?”
“나에게 좋은 꾀가 있으니 들어보시겠소? 척생(滌生 - 증국번의 호)도 내 방법을 택하면 이득을 얻을 수 있을 거요.”
홍수전이 따라준 술을 마신 젊은 관료는 비결을 듣더니 눈을 굴리며 귀를 기울였다.
본래 역사에서 태평천국의 진압에 결정적인 공헌을 한 증국번(曾國藩)이 홍수전의 동료가 되었다.
이후 사방으로 퍼진 세 명의 대신들은 온갖 고난을 견뎌가며 세력을 확장하였다. 점점 더 많은 객가들이 북경 인근으로 올라와 기본적인 기술을 익히고 돌아가기 시작하였다.
거대한 청나라를 뒤엎기에는 아직 부족한 감이 있었지만 배상제회의 신도가 늘어나고 세력이 커지기 시작하였다.
홍수전은 이들의 지원을 받아 많은 뇌물을 보내며 점차 신임을 얻기 시작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