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7. 12장 2화 광인(狂人)
홍수전의 정신이 마모되는 동안 양력으로는 해가 바뀌어 1843년 1월이 되었다. 박현상의 분석을 통해 사태를 파악한 조선에서도 이 기회를 노려 한몫 벌어들일 기회를 잡았다.
당연히 청나라의 공장은, 홍수전이 근무하며 명목상으로 100대에 달하는 증기기관과 500대의 직조기가 있어야 할 공장은 작동하지 않았다.
관리는 아침에 출근해 슬쩍 내부를 확인하고 말하였다.
“혹시나 사람이 오면 공장에 문제가 생겨 멈추었다 말하고 나에게 바로 연락하도록.”
관리가 하는 일이라고는 아침에 일어나 공장을 슬쩍 살펴보는 것이 전부였다.
관리가 사라지자 홍수전은 공장 구석에서 난로를 쬐고 있는 프레디에게 술병을 건네고 권유하였다.
“이런 곳에서 할 일이 뭐 있습니까? 날도 추운데 술이나 퍼마십시다.”
“이러다가 청나라 와서 술꾼이 되어 돌아가겠소.”
“내 말이 그 말입니다. 석 달 동안 그토록 고생을 해놓고 이게 뭔 짓거리인지!”
7회의 분해와 재조립으로 수명이 깎인 증기기관과 직조기도 작동은 가능했다. 품질이 조악하고 불량품이 자주 나오며 간혹 작동이 정지하지만 사람이 손을 놀리는 것보다 빠르긴 했다.
원료가 조악하여 누런 옷감이 나왔지만 이 정도만 해도 만족스러운 결과물이었다.
불량품으로 판정된 옷감을 쌓아 탁자와 의자를 대신한 홍수전과 프레디는 술을 들이켜고 말하였다.
“지난번에 보름 정도 일하던 사람들은 어디로 갔는지 아시오?”
“처음 여기서 일하던 사람과 마찬가지로 농장으로 끌려갔겠지요! 공장도 가짜고 원료도 엉망이고 사람도 잠시 보관해 두는 곳 아닙니까!”
홍수전이 담당한 공장에 천여 명 정도의 사람들이 찾아오기는 하였다. 이들을 소집하여 숙소에 머무르게 하고 식사도 잘 지어주며 배불리 먹여 직조기를 가동시켜 보았다.
초보 노동자들이니 프레디의 지시에 따라 하나하나 모든 일을 배워야 해서 노동 효율이 급격하게 떨어졌다. 심지어 조면기에 빨려 들어가 사람이었던 고깃덩이가 되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도 필사적인 노력 끝에 사람들도 적응하고 기계도 돌릴 수 있었다. 이런 노력은 지속되지 않고 순식간에 끝났다.
기껏 옷감을 생산하니 홍수전의 상관이 사람들을 멋대로 차출해서 각지의 농장과 염전에 보내 버렸다.
“한 달 정도 일해서 겨우 앞가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는데, 그걸 모조리 데려가!”
분통을 터트린 홍수전은 술병을 단숨에 비우고 다음 술을 들었다. 육포를 질겅질겅 씹으며 공장을 살펴보던 프레디는 이에 호응하듯이 술병을 들이대며 말했다.
“그나저나 옆 동네 공장이 시찰되었는데 결과는 어떻소?”
“시찰? 결과? 황상께서 명한 어사가 내려와서 보름 내내 극진한 대접을 받고 돌아갔지요. 증거로 제시할 사진은 나무판자에 공장 기기를 그린 것을 놓아 가짜 사진을 찍고 조선을 통해 구매한 양목을 증거물로 보냈고!”
“그럼 신고를 하였던 젊은 관리가 다시 신고를 할 것 아니오?”
“갑자기 자진(自盡 - 자살)하였답니다. 자진을 한 것인지 자진을 당한 것인지는 모를 일이지만 아마 당한 것 같군요.”
다시 술을 들이켠 홍수전은 취기를 감당하지 못해 고개를 휘청거렸고 프레디는 혀를 차며 이 꼴을 바라보았다.
영국에도 간혹 부패한 공장이 있었지만 상식적인 부패가 대부분이었다. 근로자들에게 돌아가는 봉급을 착취하고 각종 혜택을 가로채며 이득을 추구하였다.
이런 부패조차도 새로운 노동법이 통과되며 옛일이 되어가고 있었다. 반면 청나라의 부패는 상상을 초월하였다.
프레디는 지금까지 일어난 일을 말하며 영국 기준의 판결을 내렸다.
“우선 국가 예산을 받아 허위 시설을 만들었으니 중죄고, 국가 명령으로 사람을 데려와 멋대로 착취하였으니 또 중죄요. 여기에 증거도 인멸하였으니 더더욱 중요한 죄요.”
“그럼 세 번 거듭해서 처형하겠습니다.”
“반역죄를 능가하는 수준이니 교수척장분지형이 부활할 것 같은데. 가담자는 모두 내장을 발라 사지를 토막 내고……. 솔직히 말해 가담자가 너무 많으니 단두대라도 가져와야 할 거요.”
홍수전은 프레디의 말을 듣고 끅끅거리며 웃음을 억눌렀다.
이제 남은 답은 세 가지가 있었다. 이 부패한 관리들과 같이 부패하여 나라를 갉아먹든가 아니면 관직을 버리고 낙향하든가.
마지막으로 남은 답은 얼마 전 자살한, 아마도 자살당한 관리처럼 현실을 고발하고 세상에서 사라지는 것이었다.
이렇게 무너져 가는 홍수전의 정신을 지탱하는 요소가 있었다.
“아무래도 말이라도 하게 북경에 좀 다녀와야 할 것 같습니다.”
“북경? 신고를 하면 자살 당하지 않소.”
“죽은 사람에게 지금의 일을 털어놓고 마음을 다스리려 합니다. 염려하지 마시지요.”
멋대로 근무지를 이탈하였지만 제지하는 사람도 없었다. 말 한 필을 빌려 추운 겨울바람을 맞으며 북경 인근에 있는 임칙서의 묘지로 향한 홍수전은 멀리서 보이는 묘지를 보고 말했다.
“황상께서 임 대인의 충정을 기리겠다고 북경에 묘소를 두셨지. 이해할 수는 없지만 좋은 일이야.”
예법에는 어긋나지만 황제의 뜻을 거역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묘지기가 머무는 작은 집을 슬쩍 확인한 홍수전은 집이 비어 있자 임칙서의 묘에 절을 올리며 말하였다.
“임 대인께서 말씀하신 바를 이행하려 하였지만 너무나 험난합니다. 대체 얼마나 많은 고난을 겪으며 지내오신 겁니까. 임 대인과 비교하면 저 홍수전은 한낮 졸자(拙者)에 불과합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고도 많았다. 관직 생활을 하며 임칙서에 대해 물어보면 언제나 자기 일신의 안위와 이득을 챙기고 도광제를 현혹하여 다른 이를 탄압한 간신배라 하였다.
간신배를 넘어선 부패한 관료가 이런 말을 하니 세상에 몇 없는 충성스러운 인물이 분명하였다. 홍수전은 울분을 집어삼키며 말하였다.
“임 대인에 대한 평판을 들을 때마다 얼마나 청렴하신 분인지 다시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제가 비록 제자가 되기를 청하였으나 대인의 제자 가운데 말석이라도 되면 좋은 일입니다.”
“여쭙고 싶은 것이 있소. 내 이 묘를 관리하는 사람인데 혹여나 초명이 홍인곤(仁坤)이시오?”
주변 마을에 다녀온 것 같은 묘지기가 홍수전의 초명을 이야기하였다. 그는 1837년경 큰 병을 앓고 회복한 다음 이름을 수전으로 스스로 개명하였다.
자신의 초명을 아는 사람은 친인척이며 이외에는 임칙서를 비롯하여 정말 친한 사람이 전부였다.
묘지기가 자신의 초명을 알고 있어서 소스라치게 놀란 홍수전이 답하였다.
“어떻게 제 초명을 아시는지요? 혹여나 관록보촌에서 온 사람이십니까?”
“아닙니다. 마침내 이 늙은 몸이 기다리고 있던 귀인(貴人)이 방문하셨군요. 저는 어르신을 평생 모시던 하인이었으며 이제는 묘지기로 일하고 있습니다.”
임칙서의 임종을 지켜본 늙은 하인은 묘지기로 일하며 누군가가 이 묘에 방문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마침내 임칙서의 마지막 편지를 전해줄 사람이 당도하기에 이르렀다.
반면 홍수전은 늙은 하인이 어떻게 자신의 이름을 알고 있는지 고민하고 있었다.
하인은 소매에서 서신을 꺼내 홍수전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언젠가 어르신과 연이 있는 귀인(貴人)께서 묘소에 당도할 줄 알고 매일같이 묘소를 돌보았습니다. 무례하지만 이 서신을 조금 읽어 귀인의 이름을 미리 알아두었습니다.”
“임 대인께서 남겨주신 서신이라? 이를 왜 보내지 아니하였소?”
“일단 읽어보시기를 바랍니다. 돌아가시기 전에 마지막으로 남긴 서신입니다.”
늙은 하인에게 받은 서신을 읽은 홍수전은 자신을 양아들처럼 대하는 임칙서의 마지막 서신을 읽고 눈물을 흘렸다.
처음에는 안부를 묻는 내용의 서신이었다. 다음 과거 시험에 대한 조언을 시작으로 낙방하여도 불안해하지 말라는 조언이 담겨 있었다. 최종 시험에서 10위 이내인 대전려(大傳臚)에 들었을 정도로 뼈와 살이 되는 조언이었다.
뚝뚝 떨어지는 눈물을 훔친 홍수전은 다시 서신을 읽으며 임칙서의 마음을 확인하였다. 조만간 대업을 이룩하여 이 나라를 더 이상 위험에 빠지지 않게 할 것이라는 의지가 있었다.
여기에 수많은 제자를 육성하여 후일을 기대할 것이며, 이 제자 중 하나로 홍수전을 가장 먼저 데려올 것이라 하였다.
마지막 글귀를 읽은 홍수전은 고개를 숙이며 통곡하였다.
[인곤에게 감히 말한다. 세상 사람은 모두 스승이라 하였으니 내가 광주에 머물며 많은 것을 배웠다. 목숨을 불사른 향용은 물론이요 불란서의 사람들 또한 스승이더구나.]
[또한 너와 함께 일어난 객가들도 스승이 아니겠느냐. 모두의 배움을 널리 퍼트려 대청을 다시금 제국으로 만들어낼 것이니 네 힘이 필요하다. 여유가 생기면 첫 제자로 삼을 것이니 처신을 단정히 하고 마음을 다스려라.]
“임 대인께서…… 이제는 스승님께서 이런 서신을 남겼다니. 어찌하여 이 서신을 전하지 않은 겁니까. 돌아가시면서 남긴 마지막 서신이라면 응당 전해야 하거늘!”
임칙서는 서신을 일 년 넘게 보관하고 있던 늙은 하인에게 눈을 부라렸다. 이 서신이 전달되었다면 자신이 엉망진창의 공장이 아닌 더 높은 관직을 받았으리라.
서신을 준 것은 고맙지만 시기가 늦어서 분노한 홍수전을 보며 늙은 하인은 주변을 살폈다. 그러고는 자그마한 나무상자 안에 담긴 물건을 꺼내면서 조심스럽게 말하였다.
“귀인께서 바로 서신을 받으셨다면 어르신과 마찬가지로 살해당하셨을 것입니다.”
“살해당하였다? 그게 뭔 소리입니까?”
“어르신께서 돌아가시는 날 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때가 되었군요.”
한숨을 내쉰 늙은 하인은 주변에 들리지 않게 낮은 목소리로 당시의 일을 이야기하였다. 매일같이 격무를 벌이며 다른 관리들과 척을 진 임칙서에 대한 이야기가 먼저 시작되었다.
절대 과로로 죽을 사람이 아니라는 증언. 온갖 관리들이 질시하여 자신도 고개를 들고 길거리를 다닐 수 없었다는 증언. 마지막으로 가장 결정적인 증언이 시작되었다.
“돌아가시던 그 날 황궁에서 사람이 내려와 탕약을 건넸습니다. 어르신께서는 탕약을 받으시더니 한동안 저택이 떠나가라 웃으셨습니다. 이후 명을 다하셨는데 입안에 이게 있더군요.”
팽(烹)이라 적힌 종잇조각을 받은 홍수전은 흥분과 분노로 숨을 헐떡거리기 시작하였다. 그렇지 않아도 사방에 적이 산적한 임칙서라면 누군가가 암살을 사주했으리라.
“또한 황상께서도 기이한 대처를 하셨습니다. 묘소를 북경에 둠은 물론이고 가족들을 모두 사방으로 파견하여 북경에 함부로 올 때에는 철저히 호위하였지요. 하인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러하면 대인께서는 살해당하셨다는 말이군요.”
“이 늙은 몸이 생각하기에는 이것 외에는 답이 없었습니다. 다 늙은 몸이라 목숨은 아깝지 않으나 이 서신을 받은 귀인께서 살해당하실 것이라 생각하니 차마 보낼 수가 없었습니다.”
이제야 진실을 알 수 있었지만 근처 마을에도 도광제가 보낸 첩자가 감시의 눈길을 보일지도 몰랐다. 이토록 엉망진창인 나라에 제대로 돌아가는 일이 있기는 하였다.
“우스운 일이구려. 이토록 나라가 엉망진창이고 조공을 보내던 조선에 뭇매를 맞았는데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다니. 대체 스승께서는 무슨 일을 하셨는지 모르겠습니다.”
나라를 엉망진창으로 관리하면서 정적(政敵)을 제거하는 것은 지독할 정도로 철저히 하였다.
홍수전은 당장이라도 대성통곡을 하고 싶었지만 이를 억눌렀다. 혹시나 있을지 모르는 첩자가 자신에 대한 보고를 할지도 모른다.
격렬히 감정이 움직이며 눈물이 한 줄기 흘러내렸지만 억지로 웃으면서 말하였다.
“그러하면 스승께서는 개죽음을 당하셨다는 말이고 이 나라에 희망이 없다는 말이구려. 참 좋은 말이오. 내 명심해 두겠소.”
“바라는 것이 있으니…….”
“이 원한이 어디까지 이어질지는 모르겠지만 스승의 원한은 제자가 갚는 법이지.”
눈물을 감추고 태연한 표정으로 물러난 홍수전은 울분을 억누르고 억누르며 숙소로 돌아왔다.
서신과 팽이라는 글자가 적힌 쪽지를 조심스레 감춘 홍수전은 마침내 울분을 터트렸다.
“주님! 보십시오! 이 나라가 얼마나 썩어 문드러졌는지 의인이라고는 눈에 찾아볼 수도 없습니다! 이 북경이 소돔과 고모라입니까? 의인이 다섯조차 없지 않습니까!”
십자가를 노려본 홍수전은 아무런 답을 하지 않는 십자가를 바라보다 고개를 떨어뜨렸다. 한때 자신이 예수의 동생이라 생각하였던 뒤틀린 신앙심은 모조리 무너져 버렸다.
정말 자신의 예수의 동생이라면, 하다못해 세상에 도움을 줄 선지자라면 이런 고통을 겪을 이유가 없으리라.
울분을 집어삼킨 홍수전은 바닥에 털썩 주저앉으며 푸념하였다.
“소돔에 의인이 다섯조차 없는 이유를 이제야 알겠구나. 의인이 악인에게 모함을 당하여 목이 매달리는데 이를 어찌하면 좋은가. 모두가 다 썩어 있는 이 나라를 어찌한단 말인가!”
홍수전이 생각하는 복수의 대상은 도광제였다. 도광제에게 복수를 하려면 이번 일에 관여한 환관과 황족을 모조리 몰살시켜야 함이 마땅하며 다음 일도 진행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만주족이라는 족속을 모조리 쳐 죽여야 임칙서가 꿈꾸던 나라를 만들 수 있으며 이후 새로운 지배계층이 되어야 한다. 그 거대한 작업을 어찌해야 할지 홍수전은 감조차 잡지 못하였다.
“내가 올바른 모습을 보이면 만주족 놈들이 스승님과 마찬가지로 나를 죽여 버리겠지. 그렇다고 놈들과 한패가 되면 제대로 된 세력을 건사할 수 없으며…….”
그러던 홍수전이 한 가지 방법을 찾았다. 더 이상 신앙심은 존재하지 않지만 종교와 성서에 대한 지식은 넘쳐났다. 작금의 청나라에서 청렴결백한 사람은 흠이 잡히게 마련이다.
그러니 청렴결백하되 서양의 미신에 빠진 미치광이를 연기하면 부패한 관료들도 일 잘하고 청렴하지만 미친놈으로 생각하여 별다른 간섭을 안 하리라.
마침 다음 날은 1843년 1월 13일 금요일이었다.
“십삼일의 금요일은 예수가 못에 박힌 날이지. 그렇다면 준비할 것이 많은데.”
다음 날 새벽부터 공장에 출근한 홍수전은 정신없이 움직였다. 아홉 개의 단을 쌓고 십자가를 맨 위에 올리고 아래에는 어디선가 구해온 돼지 머리를 세 개나 쌓아두어 제단을 차렸다.
“그건 청나라의 풍습이오? 왜 십자가를 저런 기묘한 제단에 올린단 말이오?”
“당부할 것이 있으니 관리가 이 행동에 대해 물어보거든 미치광이나 할 수 있는 해괴한 미신이라 말해주십시오.”
겨울 추위에 속옷 한 장만 입은 홍수전은 몸을 사시나무처럼 떨면서 객가의 사투리를 잔뜩 섞어 즉석에서 주문을 외우며 끝없이 절을 올렸다.
열 시가 될 무렵 술에 취해 방문한 관리는 이 모습을 보며 고함을 질렀다.
“자네 이게 뭔 행위인가! 서역의 승려가 모시는 십자가를 놓고 돼지 머리를 쌓다니!”
“어…… 어르신께 죄 죄 죄송한 말씀이지만 너무나 흉한 날입니다! 십삼일의 금요일입니다!”
홍수전은 성서의 내용을 들먹이며 변명을 하였다. 흉한 날인 십삼일의 금요일이자 꿈에 성인들이 나타나 자신을 질책하였으니 번제 대신 제사를 올렸다고.
청산유수처럼 쏟아지는 말이지만 고의적으로 앞뒤를 맞추지 않아서 더더욱 기괴하고 이해할 수 없는 말이 되었다.
관리는 입술이 새파랗게 질린 홍수전을 보며 말하였다.
“이 친구 멀쩡한 줄 알았더니 정신이 똑바로 박혀 있지 않군. 앞으로 좀 조용히 하게.”
“부탁! 드릴 게 있으니 일을 열심히 해야 합니다. 주님께서는 근면히 일하는 사람을.”
“근면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일단 옷이라도 챙겨 입어!”
옷을 입은 홍수전이 불안한 표정으로 제단을 훑어보자 관리는 한숨을 쉬었다. 웬 청렴한 놈이 아래에 와서 골치가 아팠는데 제대로 된 미치광이라 더 골치가 아팠다.
관리의 표정을 읽으며 눈을 사방으로 굴리던 홍수전은 손을 맞잡으며 애걸복걸하였다.
“이런 불운을 해소하려면 형제들이 필요합니다. 제 친족들을 동원하여 공장에 머무르게 하며 여러 일을 하겠습니다. 부디! 부디! 이를 허락하여 주십시오!”
“형제? 자네 집안이 대가족은 아닐 것이고 자네가 소속된 객가 사람들 이야기겠지?”
“그렇습니다! 지극히 근면하고 신앙심이 깊은 사람들이니 여기에 머무르며 잡다한 일을 도맡아 하겠습니다!”
객가는 마을이나 씨족 단위로 옮겨 다니는 한족이었다. 만주족에게도 질시를 당하고 한족들에게도 공격을 당하게 마련이니 북경 인근에 함부로 둘 수 없는 자들이었다.
관리는 이런 생각을 하였지만 이 정도로 근면한 미치광이라면 차라리 관리하기가 편하였다.
서역의 승려를 조금 데려오면 알아서 일을 잘하고 성과를 거둘 것이라 판단하고 답했다.
“이 공장에 근무할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인지는 알고 있겠지? 어중이떠중이 말고 제대로 된 사람들을 이주시키도록.”
“명심하겠습니다!”
계획의 첫 단추는 너무나 쉽게 끼워졌다. 광주에 있는 고향 관록보촌에 서신을 보낸 홍수전은 다음 계획을 착수하려 하였다.
이제 공장을 제대로 경영하며 객가를 뭉쳐 일대 세력을 만들 차례였다. 모두가 일을 엉망으로 하는 나라에서 제대로 된 일을 하면 부를 축적하여 점차 중심 세력으로 진입할 수 있으리라.
할 일이 차고 넘쳤지만 홍수전에게는 스승의 복수라는 구체적인 계획을 완성하는 첫걸음이었다.
홍수전의 정신을 염려하는 프레디와 함께 다음 작업에 착수할 차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