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효명세자와 함께하는 조선 생활-121화 (121/345)

121. 11장 7화 적응, 부적응(3)

철도 측량을 하는 동안 철도에 부설될 선로를 미리 만들어 비축할 필요가 있었다. 문제가 있으니 한양과 평양의 제철소는 북방 철도를 만들기 위해 항시 가동되고 있었다.

결국 조선은 청나라 조정과의 협상 끝에 철로에 사용될 철의 가공을 담당하였다. 철도에 필요한 양의 4배에 달하는 무쇠를 공급받고 청나라 철도를 부설하는 데 필요한 선로를 제외한 나머지를 가져가기로 하였다.

조선에서 개발하고 전 세계로 퍼져나가 이제 유럽 열강들도 사용하는 베서머 전로. 이 시대의 명칭으로 닐슨 전로 혹은 일준로(爐)가 조선의 조차지인 청도와 상해에 설치되었다.

각기 25대에 달하는 전로가 설치된 두 지역에서는 쉴 새 없이 무쇠를 환원해 강철로 바꾸는 작업이 진행되었다.

양력 7월의 불볕더위 속에서 작업을 보는 청나라 관리는 조선에서 가져와 조립한 전로를 보며 말하였다.

“본래 강철을 만들려면 무쇠를 쉴 새 없이 수천 번을 내리쳐서 굳히거나 단철(鍛鐵 - 연철)에 숯가루를 먹여 굳히는 방법을 쓰게 마련이지. 전로 열 대만 있으면 참으로 좋겠군.”

젊은 나이에 감독관에 부임한 유중곤(柳重坤)은 그 말을 듣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야 서양에서 학문을 배운 이들을 통해 충분한 지식을 쌓고 부대끼며 수많은 경험을 축적하였다.

이렇게 숙련된 자신도 제대로 된 강철을 뽑아낼 확률은 7할에 불과하였다. 심지어 조선의 철과 세부사항이 다른 청나라의 무쇠를 원료로 사용하자 기준 미달의 철을 계속 만들게 되었다.

이러한 고난 속에서 강철은 끝없이 생산되었다.

방금 전 전로에 들어간 무쇠 쇳물의 품질과 전로의 입구에서 뿜어지는 연기를 확인한 유중곤이 지시를 변경하였다.

“이번 철은 질이 영 좋지 않은데. 삼 분만 더 가열해 봐!”

“이러다 쪄 죽겠습니다! 저희가 입은 석면 방호복 안 보이십니까!”

“그럼 한 번 더 할까! 제대로 된 철을 만들어야 할당량을 채우지!”

쉴 새 없이 움직이는 풀무와 치솟는 열기 속에서 사람들이 분주히 움직였다. 전로 입구에서 불길이 치솟으며 산화-환원 공정이 막바지에 도달했음을 알아차린 유중곤이 지시를 내렸다.

“내려어어어!”

깃발이 휘날리며 신호를 보냈고 작업자들은 쇠사슬을 잡아당겨 전로를 기울였다. 시뻘건 쇳물이 쏟아지며 분리된 불순물을 걷어내는 인부들이 달려들었다.

그 순간 울컥거리며 솟아나오는 쇳물이 도가니 바깥으로 튀어나가 인부의 발에 닿았다.

소스라치게 놀라며 허우적거리는 인부에게 대기하고 있던 사람들이 달려들어 물을 끼얹었다.

“빨리 옷 벗어! 방호복 벗으라고!”

“다음 대기자 들어가! 쇳물을 모두 끌어내!”

인부는 쇳물이 닿은 자신의 정강이를 몇 번이고 매만지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평범한 옷이라면 다리가 타들어 갔을 사고였지만 방호복 덕분에 작은 화상을 입은 것이 전부였다.

인부들의 피로를 가늠하던 유중곤은 더위로 인하여 더 이상의 작업이 불가능하다 판단하였다.

결국 오늘의 할당량을 다 채우지도 못한 채 작업 종료 명령을 하달하였다.

“작업 종료! 다들 쉬고 알아서 퇴근하시오!”

“아이고 드디어 끝났네.”

유중곤이 짜증을 억눌러 삼키는 표정을 본 시찰관이 이번 경미한 사고에 대한 기록을 적었다. 인부들은 쇳물이 달라붙은 석면 방호복을 보며 혀를 차고 방호복을 벗어 던졌다.

바깥에 석면을 대고 안에 두꺼운 천과 고무를 덧대 석면 유입을 막은 방호복은 첨단소재가 없는 이 시대의 중공업에 꼭 필요한 장비였다. 물론 입는 입장에서는 인간 찜통이라 불렀다.

아예 아랫도리에 속옷 한 장만 걸친 인부들은 온몸에 붙은 땀을 털어내고 미리 준비한 물통으로 뛰어들었다.

잠시 시원한 물을 즐기던 인부들이 불평을 시작하였다.

“저놈의 석면복은 사람을 쪄 죽이려고 만든 옷이라니까. 내 겨울철에 저걸 입어도 몸이 후끈해지는데 여름에는 한 시간만 지나도 온몸이 땀에 절어버리는군.”

“누가 아니래. 더군다나 석면가루가 몸에 묻으면 몸에 안 좋다 하잖아. 그래도 외다리가 되느니 양다리를 쓰는 것이 좋지 않겠어?”

물통 안에서 몸을 식히던 인부들은 청나라 견습공들이 가져온 주전자를 입에 대서 소금이 섞인 물을 들이켰다.

미적지근한 물을 들이켠 인부들은 물통에서 나와 견습공에게 이런저런 지시를 내렸다.

“석면 방호복은 위험한 물건이야. 석면을 물에 충분히 적셔놓고 안을 깨끗이 닦은 다음 앞뒤로 잘 뒤집어 가면서 말려야지 그냥 다루면 주변 사람이 죽어 나가지.”

“가루 들이마시지 말고 일을 잘 처리해. 가르쳐 준 대로만 하면 사고는 일어나지 않아.”

역관을 통해 대화를 전달받은 청나라 견습공들은 지시받은 대로 일을 수행하였다. 그 모습을 본 인부들은 석면 방호복에서 쏟아져 나오는 구정물을 째려보다 대화를 이어갔다.

“보수고 나발이고 우리 모두 죽게 생기지 않았습니까. 청나라에 오자마자 일에 일에 일이 쏟아지는 판국이지요. 매일 개장국을 먹어도 몸이 축나게 생겼는데.”

“저도 상투를 틀고 있었는데 너무 더워서 머리를 박박 밀어버렸습니다. 아버지께서 보시면 크게 노하실 일이지만 저부터 살고 보아야지요.”

몸을 수건으로 닦은 인부들이 옷을 입고 식당으로 향하려 하였다.

그사이 오늘 전로에서 쏟아져 나온 강철들의 품질을 확인한 유중곤이 인부들에게 말하였다.

“오늘 제련한 강철 중에 사 할 하고 삼 푼이 제대로 된 강철이라네. 나머지는 탄소 함량이 제멋대로 요동쳐서 철로 부설 기준에 미달될 것 같군. 앞으로 작업량이 더 늘어날 거라네.”

“미달…… 이라니요? 감독관님! 이러다 저희 모두 죽겠습니다!”

“이런 불볕더위 속에서 전로를 끝없이 다루라니! 아무리 감독관님이 관직에 오르신 분이지만 할 말은 해야겠습니다!”

어느새 몰려든 인부들이 서로 어깨동무를 하자 유중곤은 이마를 짚으며 이를 악물었다. 그러더니 인부들은 공사장이 떠나가라 구호를 외쳐댔다.

“노동! 투쟁! 결사! 쟁의!”

“노동! 투쟁! 결사! 쟁의!”

결국 어느 정도 일정을 변경해야 인부들의 화가 풀릴 기세였다. 유중곤은 인부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손짓을 하며 어르고 달래듯이 말했다.

“다 알고 있으니 진정하게. 잘못 나온 것들은 청나라 인부들에게 제공해 강철로 새로 제련할 걸세.”

일단 급한 불을 끄려는 유중곤은 어떻게든 생산량을 늘리려 하였다. 가뜩이나 넘쳐나는 청나라의 인력은 조선 입장에서 제법 쓸 만한 노동력이었다.

“또한 두 조로 교대하여 하루 종일 전로를 가동시킬 작정이네. 특별 근무수당은 물론이요, 기본 급료를 더 올려주겠네. 이 정도는 해야 마땅하지.”

인부들은 서로의 손을 맞잡으며 환호성을 질렀다. 이미 출장수당에 특별근무 수당을 받아 조선에서 일하는 것의 1.5배를 벌고 있었는데 이제는 2배가 되게 생겼다.

이런 환호성과 달리 청나라 견습공들은 축 처진 몸으로 흐느적거리며 주변을 정리하였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인부들은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하였다.

“그냥 청나라 관리와 청나라 인부들에게 제철소와 관련된 일을 다 가르쳐 주면 안 되겠습니까?”

“내가 배우는데 일 년 넘게 걸리고 삼 년 동안 경험을 쌓은 일인데 그게 쉬운 일인가? 자네야말로 나처럼 학문을 익히고 경험을 쌓아 감독관이라도 해 보지 그러나.”

“제가 언문을 뗀 것이 석 달 전인데…….”

오늘도 하루를 마친 유중곤은 땀이 흘러내리는 이마를 손수건으로 훔치고 제철소를 확인하였다. 제철소를 설치하고 여러 문제를 해결하며 적응하니 어느 정도 일이 해결되었다.

이번 주에 내어줄 주급 계산도 마친 그는 청나라 관리를 찾아가 급료를 떼어주었다.

조선 입장에서는 숙련공의 양산과 철의 대량 생산을 담당했으니 이 정도는 지급해야 마땅하였다.

“이번 주도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청나라의 견습공은 물론이요 여기에 오신 청나라 분들을 위하여 은자 삼백 냥을 드리겠습니다.”

“은자 삼백 냥이라 하였는가?”

청나라 관리는 팔짱을 끼며 고개를 돌렸고 유중곤은 미리 준비한 물건을 꺼내놓았다.

조선에서야 서로 체면을 차리려고 선물을 주고받는 수준이지만 청나라에서는 아예 뇌물이 생활이었다. 조선에서 매년 오만 근 가까이 생산되는 인삼은 이런 때에 뇌물로 쓰였다.

인삼이 잔뜩 담긴 인삼주 유리병을 내밀자 청나라 관리는 헛기침을 하며 말하였다.

“선물 고맙네. 내 황상께 장계를 잘 올릴 것이며 아쉬운 일이 있으니 무쇠가 오 푼(5%) 정도 적게 들어왔다 말해주겠네.”

“제가 알기로 무쇠는…….”

더 이상 말할 필요는 없었다. 조선에서 인부들을 더 모집하고 고로를 몇 개 더 설치할 제안까지 기입한 유중곤은 이를 각 관리직이 모이는 정기 회의에서 제안할 생각을 품었다.

회의에 참가하기 전 가장 높은 직급을 가진 토목 총괄 담당자 노사(蘆沙) 기정진을 만나러 간 감독관은 싸늘한 사무실 분위기에 주변을 돌아보았다.

“자네들 제정신인가? 청나라의 인건비가 아무리 저렴하다지만 하나같이 철도 노선을 능선을 넘고 산골짜기를 가로지르며 부설하다니. 기초는 배웠는가?”

“저희가 장계로 보고를 올리지 않았습니까. 청나라는 제대로 된 나라가 아닙니다.”

“어차피 제대로 세워질 수 없는 철도입니다. 그러하니 아편 농사라도 많이 지을 땅을 마련해 줘서 청나라가 정신을 차리지 못하게 만들어야 하지 않습니까?”

유중곤은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청나라가 제대로 된 나라가 아니라는 사실을 더더욱 확실하게 느꼈다. 기후나 환경 그리고 자신의 직무에는 적응할 수 있더라도 청나라에는 적응할 수 없었다.

기침을 하고 문을 열고 들어가니 기정진은 짜증을 억누르는 표정으로 정기 보고 회의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는 지나가는 말투로 상황을 보고하였다.

“측량을 할 때마다 양귀비밭이 보이니 참 대단한 나라로군.”

“누가 아니라 하겠습니까. 노사 총무(總務)님께 그렇지 않아도 보고를 드리려 하였습니다.”

보고서를 확인한 기정진은 저 멀리 북서쪽에 있을 도광제를 노려보듯이 콧김을 뿜으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아예 허탈한 표정을 지으며 답하였다.

“나라가 망국에 이르러 부패한 놈들이 생기면 아래에 왜 멀쩡한 관원들이 있는 줄 아는가? 부패한 놈들을 몰아낼 힘을 가지고 있더라도 그 힘을 쓰느니 이문을 챙기기 때문이야.”

“누가 아니라 하겠습니까. 청나라의 일을 잘 처리할수록 폐하에게는 이득이 되게 마련이지요.”

“자네도 이런 놈들과 부대끼니 고생이 참 많네. 둘째 아들인 인석(麟錫)이가 올해 일월에 태어났다 하였던가. 겨울에 춘천도호부로 돌아가 돌잔치나 하고 오게.”

“큰아이도 있는데 알아서 잘 자라겠지요. 그래도 이렇게 배려해 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청나라 남부 철도 부설 공사는 상상을 초월하는 거대 공사였다. 총 19개 공구가 있으며 이 중 3개 공구를 조선이, 3개 공구를 청나라와 조선이 함께. 나머지 13공구를 청나라가 담당하기로 하였다.

한 달에 한 번 마지막 휴일을 앞두고 열리는 정기 회의에는 수십 명의 사람들이 참석하였다.

가장 먼저 토목 관련 보고를 정리해 말한 기정진의 증언을 듣자 모두가 짜증을 내며 의견을 내놓았다.

“산천마다 양귀비를 재배하여 아편을 만들어 낼 꿍꿍이를 세우다니 제정신입니까?”

“각지에 파견된 토목 기술자들의 보고가 틀림이 없다면 지방관과 호족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양귀비를 기르는 판국이 아닙니까? 세상에 이런 나라가 어디 있습니까?”

“당장 폐하께 장계를 올려 철저히 대비하여야 할 것입니다. 아편을 청나라에서 만들어내면 이 나라까지 아편이 수입될 터. 이를 사전에 차단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이 있다면 공식적인 조차지에서 검역을 하여 아편 수입 경로를 차단할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기정진은 이 내용을 기입하고 다음 보고를 들었다.

“제6 공구에서 보고를 드립니다. 공사는 말 그대로 개판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개판이라니 회의에서 무슨 천한 말을 하는가. 상세히 이야기해 보도록.”

“우선 철도 공사를 실시할 인부들의 급료가 제대로 지급되지 않습니다. 분명 한 명당 달마다 은자 여섯 푼(0.6냥)을 지급하기로 하였는데 실제로는 그 절반에 불과합니다.”

기정진이 말도 안 되는 짓이라 생각하여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주변을 돌아보았다. 그러자 4, 5, 6 공구에서 청나라와 함께 작업을 진행하는 중간 관리직이 증언을 하였다.

“그나마 6 공구는 나은 형편입니다. 4 공구에서는 아예 사람들을 강제로 징집하여 제대로 된 밥도 안 주기에 저희 노동자들의 식자재를 내어주고 있습니다.”

“그게 사람이 할 짓인가? 청나라에는 양심도 없는가?”

유중곤이 담당하는 제철소의 급료도 2할을 관리가 착복하고 있지만 그나마 나은 형편이었다.

이 참담하고 암담한 사태를 어떻게든 다른 나라의 일이라 치부한 기정진이었지만 이어지는 보고를 듣자 아예 할 말을 잃어버렸다.

“5 공구에서 공사를 진행하는 중에 문제점을 마흔세 가지나 찾았습니다. 가장 먼저 돌을 파쇄하여 모가 많은 자갈을 만드는 과정을 무시하고 강의 자갈을 가져다 사용합니다.”

“강의 자갈은 모가 없고 둥근 형상이라 압력을 받으면 밀려나게 마련인데?”

“이야기를 아무리 하여도 듣지를 않습니다. 그나마 자갈이면 양반이고 콩알보다 작은 돌을 자갈이라고 깔아놓지 않나…….”

노반 공사를 땅 윗거죽만 파고 슬쩍 덮는다는 보고를 시작으로 온갖 부실공사에 대한 보고가 시작되었다. 그나마 공사 하는 시늉이라도 하면 다행이었다.

각지에 배정된 물자는 삼 할이 사라져 도착하고 삼 할이 현장에서 사라졌다. 조선에서는 삼족이 몰살당할 각오를 한 놈만 할 수 있는 철로 도둑이 출몰하였다는 이야기도 들려왔다.

“그나마 저희가 보고 있는 상황에서 이렇게 공사를 하는데 7 공구부터 19공구까지의 공사는 모조리 청나라에서 하지 않습니까? 여기는 무슨 일이 벌어지겠습니까?”

그나마 조선이 담당한 1, 2, 3 공구는 정상적으로 시공되고 4, 5, 6 공구는 반쯤 정상, 이후 공사는 상상을 초월한 부실공사가 되리라.

기정진은 나름 배워둔 수학과 토목 지식으로 계산을 하였다.

“내 생각에는 철로가 일 년 정도 지나면 무너지거나 가라앉고 심지어 유실될 것 같군.”

“문제가 또 있습니다. 각지의 교각을 설치할 때 철근이 절반 이상 사라졌다 합니다.”

“아예 난리가 나겠어. 이런 수준의 철도라면 우마차를 올려 사용해야 안전할 걸세.”

기반부터 썩어버린 청나라는 뭘 하더라도 제대로 결실을 맺을 수 없었다. 새로운 문물을 받아들이면 여기에 적응하지 못하고 자기 멋대로 이득을 챙기기 위해 혈안이 되었다.

여기 모인 조선의 관료는 왕의 뜻을 받아 모시고. 나라의 이득이 되며 백성을 평안하게 하는 일이라 하여 모인 자들이었다.

반면 청나라는 달랐다. 솔선수범하여 나서기는커녕 최대한의 이득을 추구하기 위해 나라를 팔아먹는 행적에 대한 보고가 곳곳에서 들려왔다.

이 상황에 적응하지 못한 기정진은 고개를 푹 숙이고 말하였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만 똑바로 하여야지. 최소한 세 개의 공구를 멀쩡히 가동하여 철도를 만들 수 있다면 물산을 유통할 때 많은 도움이 될 걸세.”

“그러하면 공사를 이대로 진행하라는 말씀이십니까?”

기정진은 회의를 시작하기 전 토목 기술자들이 올린 보고를 듣고 명분으로 삼으려 하였다. 조정에 올릴 장계에는 상세 보고를 하되 현장에서는 적당한 명분을 내세우는 것이 답이었다.

“노선이 짧으면 그나마 부실이 덜 하겠지. 조금 많은 인력을 동원하더라도 야트막한 능선을 깎아내 철도를 부설하세나. 청나라는 인구가 많으니 별문제가 없을 걸세.”

훗날 아편 철도라 불리는 중국 남부 철도가 설립되는 순간이었다.

변경된 계획안과 예산안을 도광제와 순조에게 보낼 계획을 세운 기정진은 청나라의 벌판을 바라보았다.

이제 아편이 청나라 전체를 물들일 때가 되었으니 최소한 조차지인 상해 내부로 들어오는 물자는 엄히 단속해야 하리라.

그는 아예 조차지 구획을 분할할 계획까지 마칠 작정이었다.

# 작가의 말

유중곤은 독립운동가 의암 유인석의 아버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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