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5. 11장 4화 기름 사업
인간의 형상을 한 쓰레기인 팔기군에 대한 합당한 처분을 생각하는 동안 일준이는 다음 보고서를 읽어보았다. 녀석은 유대인들이 제시한 사업계획서를 보더니 좋은 평가를 내렸다.
“비누 사업에 유대인이 뛰어들다니 좋은 일이야. 수산화나트륨에 범벅된 목화씨에서 비누를 얻어내려면 공임은 물론이고 손재주도 필요하거든.”
“나는 유대인이 하필 비누를 만든다는 사실이 문제라 생각하는데.”
“인체 비누? 그거 괴담이잖아? 체지방이 오십 퍼센트가 넘는 비만 환자라면 몰라도 평범한 사람에게서 기름을 짜내는 데 들어가는 연료가 훨씬 많아.”
물론 괴담이지! 그렇지만 홀로코스트라는 대량학살의 역사에서 생겨난 괴담이라 비중이 너무 커서 문제이고.
일준이는 역사에 대한 지식이 적으니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난 오히려 잘된 일이라 생각한다. 그렇지 않아도 다음 사업에서 떼돈을 벌 거리를 만들고 최종 시험을 하고 있는데 유대인이 개입하면 전 세계에서 수익을 거둘 거야.”
“면실유로 수익을 거둔다고? 그게 가능이나 한 일인가?”
“그야 이 시대에서 면실유를 기반으로 식물성 기름을 대량 생산할 방법을 모색했으니까. 지금 시대에 기름을 일 년 이상 보관할 방법이 없다는 사실은 잘 알지?”
아주 절실하게 알고 있다. 내가 제빵을 취미로 하는데 이 시대의 기름은 버터와 정제버터를 제외하고 현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불순물이 많아서 실패한 경우가 좀 있다.
현대에는 개봉만 하지 않으면 2년 이상 장기 보관이 가능한 참기름이지만 이 시대에는 다르다. 불순물을 걸러내지 않고 밀폐나 방부처리도 없어서 유통기한이 훨씬 짧다.
대체 어떤 방법인지는 모르지만 이 시대에 일 년 이상 기름을 보관할 수 있다면. 심지어 그 기름의 원료가 폐기물인 목화씨라면 무조건 성공할 사업이다.
“잘 알고 있지. 만주에 생길 목화밭은 물론이고 중국 대륙의 목화밭에…… 유대인을 통한다면 비누를 만들고 남은 목화 씨앗을 이용해 미국에서도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겠군.”
일준이는 신형 소총 개발 작업을 진행하며 다른 연구도 병행하고 있었다. 아래에 20명에 가까운 연구생을 두고 세 가지 작업을 기본으로 실시한다더라.
이 연구들의 공통점이 있으니 미래에 개발될 기술 가운데 돈이 될 만한 기술을 선점하거나 새로운 기술의 발판을 마련하였다.
녀석은 기회가 되었다는 듯이 말하였다.
“면실유 가공기술을 공표하면서 치킨 파티를 열 거야. 열흘 뒤에 그랑제콜에 방문하도록 해.”
“치킨 파티? 지금까지 우리가 치킨을 먹어보면서 만족한 적이 없었는데 굳이 치킨으로?”
이 시대에 닭튀김은 제법 먹어본 적이 있지만 현대의 치킨과 비교하면 모든 면에서 실망만 안겨주는 물건이었다. 먼저 조선은 참기름을 사용하여 닭을 튀겨내듯 볶은 음식인 포계(炮鷄)가 나왔다.
중국 요리도 마찬가지로 깐풍기나 궁보계정같이 녹말 반죽으로 닭을 튀겨내서 실망스러운 맛이었다.
유럽에서는 닭튀김이 있기는 하지만 현대와 비슷한 물건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중요한 나라의 일을 하는데 치킨 개발에 몰두할 시간도 없었고.
일준이는 내 표정을 보더니 손가락을 좌우로 까딱거리며 당당하게 말했다.
“이미 테스트는 끝났고 맛이 조금 다르지만 현대의 치킨과 견줄 수 있는 물건이니 염려하지 마라. 이번에 유나에게 그랑제콜을 소개해 줄 생각이니 네 아내도 방문하면 어떨까?”
“은찬이 나이가 올해 네 살인데 치킨을 먹을 수 있을까 모르겠네. 아무튼 방문은 해볼게.”
대체 얼마나 맛이 좋기에 치킨을 가지고 파티를 한다는 말인지 모르겠다.
겨울 추위가 물러가고 화사한 봄날이 찾아올 양력 3월. 그랑제콜에서는 정말 치킨 파티가 열렸다.
“이번에 발명한 새로운 기름으로 튀겨낸 닭고기입니다! 여기 모인 모든 분들에게 평가를 받을 생각이니 마음껏 즐기고 맥주와 함께 드십시오!”
일준이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커다란 통이 열리고 맥주를 계속 담아냈다. 맥주를 담는 젊은 학생은 루이 파스퇴르와 장 앙리 파브르였는데 대화를 나누며 맥주를 채워댔다.
“맥주통 살균법이 효과가 좋은 것 같은데? 앙리 네가 말하기로는 별 차이가 없을 거라며?”
“루이 네가 주장했을 땐 말도 안 되는 소리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맑고 투명한 맥주가 나올 줄은 몰랐어. 그나저나 외무승지님 아니십니까?”
“장 앙리 파브르라 했지요? 그동안 많이 일준이 아래에서 많이 배우셨습니까?”
“제 재능이 부족해서 많이 배우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루이가 더 많이 배우고 있지요.”
젊은 파브르가 겸손하게 말하였지만 비교 대상이 루이 파스퇴르라 부족할 뿐이며 그 또한 천재에 속하는 사람이었다.
둘이 만든 작품은 맑은 라거(Lager) 맥주였는데 이 물건을 이 시대의 조선에서 볼 줄은 꿈에도 몰랐다.
내가 알기로 맥주는 상면발효와 하면발효가 있는데 상면발효는 온도가 높을 때 발효를 빠르게 하여 맥주를 만드는 방식이다. 이 덕분에 맛이 강하지만 유통이 힘들다.
하면발효는 온도가 낮을 때에 가능하고 기술력이 많이 요구된다. 여기에 맛이 약하지만 몇 개월 정도는 보관할 수 있는 맥주라서 겨울에 만들어두었다가 이 시기에 개봉하였으리라.
본래 이런 라거 맥주는 19세기 후반부에 활성화될 예정이지만 루이 파스퇴르가 재능의 파편을 보여주며 조선에서 활성화시킨 것이다.
맥주를 받아오자 검은 머리의 꼬마가 쪼르르 달려와 인사를 올렸다.
“안녕하세요! 저 조유나예요! 아빠가 인사드리라 하셨어요!”
“유나구나? 얼마 전 보았을 때에는 키가 작았는데 아빠 닮아서 키가 크네?”
은찬이는 아내의 옆에 달라붙어 있었지만 유나는 일곱 살이니 활달하게 뛰어다녔다. 조카와 이런 공개적인 장소에서 만난 적은 없지만 편하게 대화를 나누었다.
“유나는 요즘 집에서 어떻게 지내?”
“프랑스어도 배우고 영어도 배우고 분수 나눗셈도 배워요. 아주 재미있어요.”
우리나라 말에 서툰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절대 아니다. 3개 국어를 배우면서 이 정도라면 진도가 엄청나게 빠른 수준이다.
여기에 분수 나눗셈을 배우다니 두뇌는 에이다에게 물려받은 것 같았다. 그러니 싱긋 웃으며 유나를 위해 맥주 대신 탄산수를 가져오고 물어보았다.
“그런 것 말고 아빠랑 엄마랑 어떻게 노는지 궁금해서. 잘 놀아주시니?”
“네! 아빠는 목말 태워주시고 엄마는 같이 탁구나 발야구 같은 거 하세요! 근데 유나 밤 되면 심심해요. 엄마가 하트무늬 옷을 입고 아빠 방에 들어가서…….”
우리 일준이가 들켰구나.
어쩐지 요즘 더 핼쑥해지고 에이다의 얼굴에 윤기가 올라오던데 다 이유가 있었다. 옆을 슬쩍 바라보니 에이다가 아내와 같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괜히 목이 근질거리고 불안감이 밀려왔지만 그냥 대화를 나누고 있겠지. 유나가 에이다에게 달려가고 일준이는 주방으로 사라졌다가 커다란 대접에 치킨을 잔뜩 담아 가져와 말하였다.
“지금까지 아무 쓸모도 없었던 목화씨를 이용해 기름을 만들었습니다. 모든 독성을 제거하고 최고 품질의 기름을 만들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으니 안심하고 드십시오!”
일준이가 먹어보라고 추천한 물건이라 하여도 현대의 치킨과 견줄 맛은 아닐 것 같았다.
이런 생각을 하니 일준이가 직접 치킨을 가져와 말하였다.
“파스퇴르 덕분에 대량 생산이 가능해진 라거에 치킨이면 우리가 먹던 그 맛을 재현할 수 있을 거야. 그럼 맛부터 보라고.”
대수롭지 않게 치킨을 맨손으로 만졌는데 튀김옷의 질감부터 달랐다. 향 또한 알싸한 허브 향기와 고소한 기름 향이 맴돌며 후각을 자극했다.
“일단 튀김옷은 합격, 향이야 방금 전 튀겨낸 치킨이니 고소한 냄새가 나야지.”
입안에 치킨을 넣고 깨무는 순간 바스락거리며 튀김옷이 무너졌다. 내가 이 시대에서 13년이나 살아오며 미각이 변했지만 평생 먹어온 치킨을 평가할 기억은 남아 있었다.
조금 두꺼운 튀김옷이지만 지나치게 단단하거나 너무 두껍지는 않았다. 여기에 기름에서 느껴지는 허브 향이 상쾌한 느낌을 줘서 더욱 좋았다.
튀김옷을 씹으려고 턱에 힘을 주자 그리 큰 힘이 아닌데도 으깨졌다. 짭짤하고 감칠맛이 넘치며 기름기가 입안을 메우니 이 튀김옷에 뭐가 들어갔는지 궁금할 지경이다.
뒤이어 느껴지는 촉촉한 닭다리 살의 맛은 정말로 감동적이었다. 조금 질긴 편이지만 이 시대의 고무줄 같은 닭고기를 감안하면 합격점이었고 염지도 충분히 되어 있었다.
가만 생각하니 어디선가 느껴본 맛이었지만 그런 사소한 느낌을 제쳐두고 치킨을 흡입했다. 정신을 차리고 있으니 닭다리 뼈에 붙은 살을 모조리 긁어먹었고 감동으로 할 말이 없었다.
“내 작품이 어떠냐? 맥주 좀 줄까?”
일준이가 건넨 맥주를 들이켜니 세상을 살아가는 맛이 났다. 묵직하고 쌉싸름한 맥주가 아닌 맑고 연한 맛의 맥주가 기름기를 걷어내자 다음 치킨을 바로 깨물었다.
“이건 뭐 할 말이 없네. 이건 우리가 알고 있는 치킨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어. 오히려 튀김옷은 어떻게 만들었는지 궁금할 지경인데.”
그래도 입을 맥주로 씻어내며 치킨을 먹으니 어느 정도 감이 잡혔다. 치킨 살에 소금으로 간을 할 때 글루탐산나트륨을 아낌없이 넣어 간을 한 것 같았다.
“일단 염지할 때 글루탐산나트륨을 아낌없이 넣었네. 몇 개를 먹으니 느낌이 온다.”
“현대에는 아무런 위험성이 없는데도 그놈의 화학이라는 단어 때문에 몸에 해롭다고 인식되어서 많이 쓰지 않는 물건이야. 그러니 맛이 더 좋지.”
“육질은 조금 부족하지만 튀김옷이 너무 맛있어서 할 말이 없어. 제빵을 좀 배워서 아는데 이렇게 맛있게 바삭거리는 튀김옷은 흔한 물건이 아니거든. 비결이라도 있어?”
“역시 현대에서는 쓰이지 않는 물건이고 좀 께름칙한 음식 재료이기도 하겠네.”
일준이가 식당으로 들어가 깡통 속에 담긴 고형 기름이라는 물건을 가져왔다. 새하얀 색의 고형 기름이었는데 당연히 버터는 아니었다. 아무런 냄새도 나지 않는 기름이었다.
조금을 찍어서 입안에 넣으니 정말 아무런 맛도 나지 않는 기름이다. 면실유가 기본적으로 아무 맛도 없지만 이 기름의 맛은 미각을 총동원해도 무미(無味)였다.
“이런 기름이 존재는 해? 상온에서 질척거리는 느낌이니 마가린은 아니고. 라드라면 특유의 향이 느껴져야 하고 튀김에 쓰기 힘든 기름이잖아. 그럼 설마…….”
“설마가 맞다. 이 시대의 명칭은 수소경화면실유, 현대에는 쇼트닝이라 불리지.”
갑자기 치킨의 맛이 느글거리는 기름의 맛으로 변해 버렸다. 특히나 남은 튀김옷을 노리고 젓가락을 들이대는 루이 파스퇴르와 장 앙리 파브르의 심장 혈관이 비명을 지르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내가 제빵을 배워봐서 아는데 쇼트닝은 사기적인 맛을 내는 기름이다. 가뜩이나 맛이 존재하지 않는 면실유에 더욱 맛을 제거하여 다른 재료의 맛을 모두 발휘하게 만들어준다.
여기에 화학적 작용으로 인하여 글루텐 형성을 억제해 쿠키, 파이 그리고 각종 튀김 요리의 질감과 촉감을 몇 배나 끌어올린다.
대신 상당한 문제를 가지고 있는 기름이다.
“이거 트랜스 지방 덩어리잖아? 현대에 쇼트닝을 안 쓰게 된 이유가 있는데.”
“현대에는 트랜스 지방을 제거하는 공정을 거쳐서 심각한 문제는 아니지만 지금 내 기술력으로 트랜스 지방의 제거는 불가능하지. 네 말이 틀린 소리는 아니야.”
“틀린 소리도 아니고 전 세계 사람들을 성인병에 시달리게 만들 생각은 아니겠지?”
“잠깐 따라와라. 그렇지 않아도 너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이 있다.”
일준이가 향한 곳은 쥐를 사육하는 독실이었다. 각종 화학물질 실험이나 독성 검출을 위해 생쥐를 수천 마리나 사육하였는데 개중 네 개의 철창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 네 개의 철창 안을 보면서 느끼는 거 있냐?”
“마지막 철창 안에 있는 쥐는 살이 잔뜩 쪄서 비만은 물론이고 상태도 안 좋은데.”
첫 번째 철망은 정상적인 쥐, 두 번째 철망은 살이 좀 찐 쥐, 세 번째 철망은 살이 잔뜩 찐 쥐, 그리고 마지막 철망은 살이 잔뜩 찌고 비실거리는 쥐가 들어있었다.
이게 트랜스 지방의 무서움이었다. 그토록 맛이 좋은 쇼트닝이 현대에 쓰이지 않는 이유가 이런 비만 촉진 작용 때문이었다. 네 번째 철망의 쥐는 쇼트닝의 해악을 온몸으로 경험하였으리라.
“첫 철망 안의 쥐는 정상 대조군이야. 실험군 1은 사료에 일반 기름을 섞은 쥐고 실험군 2는 사료에 쇼트닝을 섞은 쥐. 실험군 3은 한양 시장에서 가져온 기름을 사료에 섞은 쥐고.”
“가장 상태가 안 좋은 쥐가 시장에서 가져온 기름을 사료에 섞여서 먹인 쥐라고?”
일준이가 고개를 끄덕였는데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트랜스 지방이 다량 함유된 쇼트닝보다 한양 시장에서 사용하는 기름이 더 안 좋을 리가 있을까.
“쇼트닝의 트랜스 지방으로 인해 쥐가 비정상적으로 살이 찐 건 이해했는데 시장에서 가져온 기름을 먹인 쥐의 상태가 더 심각한데?”
“너 이 시대를 어떻게 생각하는 거냐? 현대처럼 기름을 백 번 정도 사용하고 버리는 시대가 아니야. 질감이 걸쭉해지고 시커먼 색의 기름이 될 때까지 반복 사용하지.”
초등학교 시절 학교 앞의 분식집이 떠올랐다. 값이 싸고 많이 줘서 좋아했는데 기름을 석 달에 한 번 갈아치우는 집이라 학부모들이 나서서 기름을 자주 교체하게 만들었지.
일준이는 아예 쥐들에게 먹이는 기름을 보여주었다. 정상적인 맑은 기름이 아니고 일준이의 묘사대로 시커먼 기름이라 헛구역질이 나올 수준이었다.
“그 물건 치워! 기름을 이토록 반복해서 사용하면 독이나 마찬가지잖아!”
“이 시대 사람들이 그런 감성을 가지고 있겠냐. 쇼트닝 안의 트랜스 지방이 몸에 안 좋지만 이 시대는 식물성 기름도 수백 번을 반복 사용해 트랜스 지방 덩어리가 되어버려.”
트랜스 지방도 아니고 사람을 천천히 죽이는 독극물이라 봐도 무방하다. 평범한 서민들은 이런 시궁창 같은 폐유(廢油)를 먹고사는 것이다.
일준이는 기름 뚜껑을 닫고 말하였다.
“더군다나 이 시대에는 굶어 죽는 사람이 많지 비만으로 인한 성인병이 많은 시대도 아니야. 면실유를 쇼트닝으로 가공하면 유통기한이 이 년은 넘는데 이 물건이 얼마나 팔리겠냐?”
“그럼 두 가지 작전을 병행할 생각이지? 면실유의 독성제거와 수소경화법의 발표로 면실유 소비를 독촉하면서 오래 사용한 기름들의 해악에 대해 논할 작정이고.”
“바로 보았어. 언젠가는 화학기술이 발전해서 쇼트닝도 사용하지 않을 시대가 되겠지만 그런 시대는 우리가 죽고 나서 손자쯤에 가서야 해결될 일이지.”
일준이의 작전이 통하면 서민들은 시궁창 같은 폐유 대신 조금 덜 해로운 쇼트닝을 사용할 거다. 건강을 챙기는 부자들은 버터나 바로 만든 기름 혹은 쇼트닝 이전의 면실유를 사용하고.
서민들의 건강이 염려되지만 이 시대는 굶어 죽는 사람이 더 많다. 전체적인 기름 공급의 활성화로 열량을 많이 섭취하면 목숨을 건지는 사람들이 많아지리라.
아주 좋은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나쁜 일은 아니었다. 고개를 끄덕여 동의하니 일준이는 아직도 치킨을 튀기고 있는 사람들을 살펴보고 공정을 알려주었다.
“유대인이 중간 다리 역할을 하면 이 복잡하고 방대한 기름 가공 공정에 힘이 생길 거야. 잘만 하면 어디 섬나라 하나를 구매해서 정말 유대인의 나라를 세울지도 모를 일이고.”
“얼마나 복잡한 공정이기에? 아예 거대 공장을 세울 수준인가?”
“사상 최초로 공정 여러 개를 실시하는 복합 공장을 세워야 할 수준이야.”
녀석이 그랑제콜에 임시로 만든 면실유 생산 과정을 설명해 주었는데 정말 아득한 공정이었다. 처음 공정이야 유대인에게 소개해 준 연구서에 있었는데 다음 공정부터는 정밀 기기를 요구할 수준이었다.
수지 성분과 비누를 걷어냈지만 아직 독성 물질인 고시폴이 남아 있는 목화씨는 다시 석회수로 여러 번 씻어내고 황산아연으로 끓여 기름에서 독성 물질을 제거하였다.
“여기까지 가공하면 먹을 수 있는 기름이 되고 동물실험도 통과했지만 다음 공정이 더 남아 있지. 냄새가 너무 독하지?”
“풀냄새에 비린내까지 나는 기름을 도저히 먹을 엄두가 안 나는데.”
다음 공정은 가열과 증기 분사를 통한 탈취 작업이었다. 여기에 다시 활성탄을 통과시켜 맑은 면실유를 만들었지만 여전히 풀냄새와 비린내가 은은하게 느껴졌다.
마지막 공정에 돌입하였다. 압력솥은 물론이요, 소독용 오토클레이브를 만들 수 있으니 거대한 압력 찜통에 면실유를 넣고 수소를 계속 투입하며 니켈 막대를 휘저었다.
찜통이 열리자 수소 가스가 배출되고 안에 있는 면실유의 1/3가량이 쇼트닝으로 변화하였다. 이를 체반 위에 올려 남은 기름을 걷어내니 마침내 쇼트닝이 완성되었다.
“여기까지 해야 먹을 수 있는 기름이 되더라고. 기술이 조금 더 좋았다면 더 좋은 탈취작업을 하고 더 많은 쇼트닝을 얻어낼 수 있지만 여기까지가 한계야.”
“이 정도면 어디냐? 남은 면실유도 충분히 쓸 수 있는 기름이니 염려하지 마라.”
내후년인 1844년이 되면 만주에 처음으로 면실유와 쇼트닝 대량생산 공장이 생기리라.
이후 전 세계의 면화 제조지에는 유대인을 발판으로 삼아 대량 제조공장이 생기겠지.
이 서류를 공식으로 작성해 조정에 올리니 밤이 다 되었다. 집으로 들어가 오늘의 일을 정리하고 있자니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낭군님, 안에 계십니까?”
“들어오시오. 오늘 잘 다녀왔는지 모르겠구려.”
“아주 잘 다녀왔습니다. 좋은 선물도 받았지요.”
좋은 선물이라는 말에 뭔가 심상치 않은 조짐을 느꼈지만 아내를 문전박대할 수도 없었기에 문을 열어주었다. 평범한 차림새의 아내가 인사를 올렸는데 뭔가 이상했다.
“버선이 왜 호피무늬요? 거기에 버선이 정강이까지 올라가 있지 않소?”
“에이다 교수와 대화를 나누었는데 새로운 좋은 문물을 생산했다 하였습니다.”
새로운 좋은 문물이라 하였는데 생각해보니 버선이 왜 정강이까지 올라온다는 말인가.
이를 보니 유럽에 아직까지 남성용 옛 정장으로 남은 물건이 떠올랐다.
“호피무늬 스타킹!”
“바로 보셨습니다. 우리 은찬이가 말하기를 동생이 언제 생기냐 하더군요.”
그 뒤로는 굳이 말할 필요가 없다. 내 생물학적인 나이는 이미 40세를 돌파하였으며 아내는 창창한 20대이다.
이런 상황이지만 몇 달 이내에 둘째가 들어설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