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효명세자와 함께하는 조선 생활-112화 (112/345)

112. 11장 2화 호갱님

자카드-에이다 방적기가 순차적으로 가동되는 모습을 확인하고 구석에서 조립되고 있는 2호기도 확인하였다.

에이다는 옷을 갈아입고 윤활유를 씻어낸 다음 질문을 퍼부었다.

“한센이 왜 이리 관심을 가지는지 알 것 같네요. 제 방적기가 얻어낸 수익이 꽤 되지요?”

“관리의 어려움을 에이다가 해결해 준 덕분에 괜찮은 수익을 거두고 있지. 실을 짜내 금으로 바꾸는 물건이라 불러도 될 거 같아.”

“처음에는 2호기를 설계할 비용을 국가에서 받아내려 하였는데 예산 제한이 없으면 더 좋은 물건을 만들 수 있겠네요. 이미 전 세계에 연락을 넣어 여러 기술자를 섭외했어요.”

“기술자 섭외라고? 대체 어떤 사람을 섭외했기에?”

에이다는 굳이 설명도 하지 않고 옆방으로 나를 안내하였다. 그곳에는 여러 기술자들이 있었는데 프랑스어를 중심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엔지니어적인 관점에서 말씀을 드리자면 하우(Howe)식 기계는 크기를 줄이기 위해 많은 것을 희생했습니다. 차라리 제가 만들었던 기계를 기반으로 삼으시지요.”

“티모니에(Thimonnier)식 기계는 가동방식이 복잡하지 않습니까? 우리가 원하는 것은 가볍고 효율적이며 방향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는 모델이지요.”

“그렇다면 자네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천을 꿰매고 문양을 내는 기계를 만들어 보게. 한 가지 기능만 가진 기계들을 가지고 뭘 자랑하는지.”

다들 한 가락 하는 기술자 같았는데 서로 도면을 들이밀며 싸우고 있었다. 구석을 보니 아무리 보아도 옛날 방식의 재봉틀이 있는데 에이다가 하나를 가리키며 설명하였다.

“영국의 발명가인 토마스 세인트가 만들고 방치되었던 재봉틀을 개량해보려고 해요. 방적기로 좋은 천을 만드는데 이를 단숨에 바느질할 수 있는 기계가 있어야지요.”

“좋은 생각이야. 아예 자수를 놓는 기능까지 마련해서 가정에 보급하는 건 어떨까?”

“그렇지 않아도 닐슨이 말하기를 각 가정에 재봉틀을 보급할 수 있다면 생산력이 어마어마하게 증가할 거라 했어요. 역시 닐슨은 대단한 사람이라니까요?”

산업혁명으로 직물이 대량생산되면 이를 꿰매서 옷으로 만들 인력도 필요하다. 공장으로 생산되는 직물을 손으로 꿰매는 아득한 작업을 돕는 도구가 재봉틀이었다.

이 재봉틀을 공장에만 둘 필요가 없었다. 돈을 비축하고 재봉틀을 구매하여 손바느질을 대체하면 각 가정이 작은 하청공장이 되는 식이다.

나는 에이다의 말에 맞장구를 치려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손바느질은 한계가 있으니 당연한 말이지. 청나라와의 전쟁에서 병사들이 고생했던 이유 중에 하나가 군복을 손으로 꿰맨 자리가 터져서 밤마다 바느질을 하더라고.”

“그럴 때를 대비해서 공장의 재봉틀은 아예 오버로크(overlock)로 꿰매야겠군요.”

산업사회에 대한 매체를 본 현대인이라면 응당 생각할만한 발상이지만 에이다 입장에서는 혁신적인 생각인 것 같았다.

에이다는 중간보고를 마치고는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물어보았다.

“우리 유나도 무럭무럭 자라고 둘째 아이도 슬슬 낳을 생각인데, 또 과도한 업무가 기다리고 있을까요? 제가 할 일이 뭐지요?”

“여러 특허가 걸려 있으니 일준이와 이야기하려던 참이었어. 만나러 가보자고.”

일준이는 오늘도 강의를 마치고 신형 소총 실험장에 있었다. 시험장에 들어가려 하는데 일준이가 마스크와 보안경을 착용한 채 나와서는 말했다.

“옷 갈아입고 샤워한 다음에 이야기하자. 다른 사람도 무조건 옷을 갈아입고 샤워를 한 다음 다른 사람과 접촉하도록! 옷은 값싼 물건이면 아예 태워!”

대체 뭘 어떻게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루시가 본국으로 돌아간 이후 교대한 프랑스 군인들과 장교들도 우르르 몰려나왔다.

일준이는 샤워를 마친 다음 짜증을 내며 말했다.

“연구 공유가 이럴 때에는 문제라니까. 수명이 십 년은 줄어든 것 같다.”

“수명이 십 년은 줄어들어? 너 무슨 위험물질 만지작거렸어?”

“내가 만진 것은 아니고 프랑스에서 신형 소총을 제작하면서 내 설계 일부와 무연화약 탄피 개념을 입수했거든. 노리쇠 밀폐 구간을 석면패킹으로 막은 소총을 시험하자 하더라.”

일준이가 투덜거릴 만하였다. 내가 드라이제 소총을 구매하지 않은 이유가 두 가지가 있으니 하나는 바늘 공이의 짧은 수명이고 다음이 밀폐 불량이었다.

바늘 공이는 프로이센의 원본 니들 건도 잘해야 20발 이내에 교체해야 될 정도로 수명이 짧다. 조선의 부족한 공업기술력이라면 10발도 버티지 못하고 고장을 일으키리라.

다음 문제가 밀폐 구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폭압이 사수의 얼굴로 튀는 사고가 벌어졌다.

고무 패킹이 녹아내려 벌어지는 일인데 일준이는 혀를 내두르며 말했다.

“석면 패킹이니 고열에도 버텼지만 발사할 때마다 석면 분진이 튀어서 호흡기로 유입되었을 거야. 지금 시험한 병사들 수명은 어떻게 될까 상상이나 해봤냐?”

“닐슨은 너무 많이 염려하는 것 아니에요? 석면을 다루는 사람이 수명이 짧다 하지만 험한 공장 생활을 하면서 병들어 죽는 것 같은데요?”

아직 석면의 위해성이 입증되지 않은 시대이니 에이다가 저런 말을 할 수도 있다.

에이다는 태연하게 말했지만 일준이는 눈을 질끈 감고 에이다의 손을 잡으며 간절하게 말했다.

“아주 위험해. 석면은 유입을 막는 보호 장비가 있으면 몰라도 아니라면 아주 미세한 바늘이나 마찬가지야. 이런 바늘 수천만 개가 폐에 들어가면 어떻게 되겠어?”

“어…… 그래도 닐슨은 실험실에서 잘 쓰잖아요?”

“그야 철저히 정제한 석면이 분진이 날리지 않도록 가공해서 사용하잖아? 분진 대비를 위해 마스크를 착용하고 석면 장갑은 내부를 코팅해서 더욱 철저히 대비하고.”

“일단 알았어요. 그렇게 위험한 물건인지 입증을 하는 방법이 문제네요.”

더 좋은 광학현미경이 있다면 세포 변화를 확인해 입증이 가능할지도 모른다.

일준이의 설명이 끝나고 나도 동맹국인 프랑스의 병사 수명을 염려하며 말했다.

“석면 패킹으로 개념 설계만 마치고 프랑스식 소총을 개발하려 하겠지. 기술 발전은 공학자들이 알아서 할 일이니 특허와 기술도입 관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질문을 할게.”

“지금 특허와 기술도입이라 말했어? 지금 국제 특허 대부분을 구매하거나 라이선스를 일부 독점했는데 뭔 기술도입이 필요하냐?”

“청나라에서 요청이 들어왔다. 조선을 통해 전신기, 기차, 공장 설비 도입을 원하고 여기에 태자전하께서 명하셔서 자카드-에이다 방적기까지 선물로 도입하라 하였지.”

일준이와 에이다는 내 말을 듣더니 눈을 찌푸리며 나를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에이다가 먼저 속사포처럼 말을 내뱉었다.

“태자전하께서 무슨 생각이시죠? 청나라 사람들 수학은 할 줄 알아요? 2진수 변환은 해요? 아니면 천공카드 다루는 지식은 있어요? 그것도 아니라면 기본 작동원리 이해는 돼요? 제 작품의 설계도는 공개되었는데 이걸 만들 재주가 있다면 모르겠네요.”

“태자전하의 뜻이잖아. 다섯 대 정도면 충분할 것 같은데?”

“그랑제콜 졸업생들과 유럽의 일류 기술자들도 가까스로 다루는 방적기를 다섯 대나 선물해요? 처음 몇 달이야 기본 설명서를 읽는다고 쳐도 배터리 교체나 각종 비상상황 대처는 어떻게 하려는 생각이죠? 증기압을 제대로 못 맞추면 아예 박살이 나는데요?”

그러니 선물로 보내야지.

에이다는 더 이상 할 말이 필요 없다는 표정으로 일준이를 바라보았는데, 일준이는 아예 코웃음을 치면서 말했다.

“도입해서 다 되면 개나 소나 산업혁명을 완수하고 강성대국이 되어서 천하를 호령하겠네. 그렇지 않아도 기술 도입만 추진한 베트남 내부사정을 내가 알고 있는데.”

“네가 생각해도 그렇지? 솔직히 베트남은 비교 대상도 아니다.”

“조선도 누더기를 기워둔 것 같이 억지로 굴러가는 건 네가 더 잘 알지 않냐? 유학을 다녀온 사람이 천 명에 교수와 기술자를 섭외해서 적극적 지원을 했는데 억지로 돌아가는 상황이야.”

조선은 산업혁명을 완수한 것이 아니고 산업혁명의 요소를 기본 농업 구조에 얹어놓았을 뿐이다. 농업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이를 조금씩 소화하며 사회에 녹여내고 있다.

긍정적인 방향도 여럿 있다. 지방의 지주들이 예산을 받아내 새로운 농법과 경작방법을 익혀 인구증가와 효율성을 추구하고 있으니까.

반면 부정적인 방향을 알고 있으니 말해주었다.

“지금 한양의 공장에서 백만 인원-시간(인원×근로시간) 동안 열 건의 사고가 발생하잖아. 노동자가 철저한 교육을 이수하고 공장장과 관리자의 지식이 함양되었는데 이 꼴이야.”

현대의 산업기계들도 사고가 터지면 사람이 죽어 나가는데 이 시대의 기계는 더욱 무식하다. 잘못해서 옷자락이라도 빨려 들어가면 사람이 기계와 밀착한 고깃덩어리가 되어버린다.

한양의 공장에 취직한 사람이 2만 명이다. 이들은 매일 1.3건의 산업재해를 당하며 철저한 교육 덕분에 사망자 비중이 적을 뿐이다.

일준이는 심각한 표정으로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조선의 사고 발생이 비정상적으로 적은 수치라는 사실은 알지? 사고가 일어나지 않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하지만 영국이나 프랑스 같은 유럽 열강들은 다섯 배 이상 높은 상황이야.”

일준이는 불편한 기색으로 서류철을 꺼내며 말하였다. 자신은 물론이요 수많은 사람의 피와 땀, 그리고 노력이 담긴 기계들을 제대로 쓰지도 못하는 청나라에 보내는 것이 불편한 것 같았지만 결단을 내렸다.

“태자전하의 명령이니까. 또한 청나라에서 제값을 주고 기계를 사 가면 누가 뭐라 하겠냐.”

일준이는 동의하냐는 듯이 에이다를 바라보았는데 에이다는 더 할 말도 없다는 듯이 손을 흔들면서 항복을 표시하고 말했다.

“저도 동의해요. 생각해 보니 청나라라면 온갖 방법으로 기계를 망가트릴 텐데 이걸 통해 후기작을 개선 할 수 있겠지요. 다만 청나라에 보낼 기계에는 이름을 명명하지 않겠어요.”

“기계에 이름을 붙인다고? 그럼 오늘 망가진 기계도 이름이 있어?”

“영희-영거예요. 가장 일을 잘하는 애는 철수-찰스고, 멈추는 애는 민수-맥스지요. 이 재간둥이들과 달리 험한 고생을 할 애들을 생각하니 눈물이 다 나네요.”

실을 먹어서 천을 토해내는 영희와 철수 그리고 민수라니 웬 국어교과서에서 보일 이름이란 말인가.

그러고 보니 각종 기물의 특허권이 있는데 처리 방법이 궁금했다.

“각종 특허권은 어떻게 처리하려고?”

“청나라가 로열티를 부담해야지. 전신기에는 영국과 공동 소유한 에이다 부호(모스 부호)가 있으며 프랑스와 공동 소유한 가황고무 피복 전선 특허도 있어. 이 비용을 철저히 뜯어내야지.”

일준이는 서류를 정리해 특허 목록을 모조리 가져왔는데 50건이 넘는 특허가 얽혀 있었다. 조선도 자체 개발하지 못한 특허는 개당 수천 파운드로 구매를 하였다.

이는 국제적으로 지불할 로열티보다 특허료가 값싸기도 하였지만 스스로의 특허를 지키려는 일준이의 방어적 행동이었다. 녀석은 잘된 일이라는 듯이 말하였다.

“청나라에 국제 특허 개념, 로열티 개념을 알고 있는 관료나 유학을 다녀온 계층이 있다면 특허를 구매할 거야. 이런 사람이 없어서 모르는 것이니 부끄러울 것도 없어.”

“장사꾼이 물건을 굳이 대량구매 할인 없이 정가로 억척같이 사는 고객을 말릴 필요는 없다. 이번 기회에 청나라에 기술자를 파견해 신규 기술자 대량 육성이나 하자.”

“동시에 다른 나라의 개입을 막는 수단이기도 하지. 공동 소유한 특허에 따른 로열티를 각 국가에 절반으로 나누어 지급하면 뇌물 역할을 충분히 할 거야.”

생각해보니 이 또한 이득이었다. 청나라 입장에서는 돈을 받아서 일부를 유럽에 나누어주는 조선이 일을 잘 처리한다고 생각할지도 몰랐다.

물건을 보내되 청도와 상해를 중심으로 인원을 파견하여 설치하자는 의견을 중심으로 필요한 견적서가 완성되었다.

일준이는 체계적으로 구성하기 시작했다.

“청나라 각 대도시별 거리를 추산하여 만든 예산이야. 주요 도시 32곳에 전신을 부설하는 비용과 북경, 남경을 비롯한 주요 도시에 철도노선 4개를 부설하고 공장을 만드는 비용이지.”

“은자 구천칠백만 냥…… 제대로 계산한 것 맞아?”

“실제로는 측량을 안 했으니 더 할걸? 그러고 보니 철도를 부설하려면 구배를 알아야지? 이렇게 되면 청나라의 주요 토지를 죄다 측량할 기회 아니냐?”

“철도를 만들려면 측량이 필요한데 비용은 무료로 해주자고. 만주의 토지를 측량하려면 제대로 된 측량기술자가 파견되어 문제를 줄여야 하는데 잘된 일이군.”

여러 문제를 단번에 해결할 기회였다. 방대한 청나라의 땅을 측량하고 전신과 철도를 부설한다면 이 기술자들이 조선으로 돌아와 사설 철도를 만드는 일에 협력하겠지.

또한 청나라에서 재주가 뛰어난 사람을 고용하거나 친 조선 인재를 육성할 기회기도 하였다.

도광제의 별다른 고려 없는 정책 추진에 감사하며 내용을 품속에 넣고 말했다.

“머리가 좋은 사람들을 포섭하게 아예 청도와 상해에 기술학교를 만들 생각도 해봐야겠군. 인구가 많은 청나라이니 머리가 좋은 사람들도 많겠지.”

“그건 좀 신중해야 할 것 같은데. 조선의 영토인 만주에 있는 이백만 명의 한족과 만주족, 지금은 좀 많이 귀국했으니 백이십만 정도의 사람들을 융화시키고 있는데 자신은 있냐?”

“융화정책? 이미 첫 단추를 끼우고 두 번째 단추를 끼우는 중이다.”

일준이가 괜한 염려를 했다는 듯이 머리를 긁적였다.

이미 4차에 걸친 융화정책을 계획하였으며, 첫 단추가 청나라 요리사들을 조선에 유입시키고 소작농을 보내는 작업이었다.

두 번째는 만주나 조선을 가리지 않고 머무는 청나라 사람들이 조선의 정책을 받아들이고 이 나라의 말을 배우게 만드는 정책이다.

일준이는 내가 돌아가려 하자 염려를 섞어 말하였다.

“혹시 범죄자를 수용하는 곳을 만들 생각이냐?”

“안 만들어! 수용소 같은 비효율적인 물건을 왜 만들어? 더 좋은 수단이 있는데?”

“그게 제발 이상한 수단이 아니기를 빌 뿐이야. 아무튼 서로 잘해보자고.”

지나친 염려를 하는 일준이를 내버려 두고 효명세자에게 서류를 전달한 다음 이민아문으로 향하였다.

이민아문의 고문인 이광정은 내가 돌아오자 여러 서신을 전달하며 말했다.

“심양을 중심으로 파견된 관원들과 현감들이 극도의 업무 피로를 호소하고 있네. 자네가 추진한 정책을 받아들였지만 사람이 할 일이 아니라 하소연을 하더군.”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새로운 땅을 얻어냈으면 민심을 얻고 백성들의 요구를 들어야 하는 법. 그 땅에 머무르고 있는 옛 청나라 백성들이 반발하고 있습니까?”

“불편을 호소하지만 딱히 반발을 하지 않고 오히려 이해하고 있으니 다행이지. 다만 이 정책을 계속 추진하다가는 관원들이 과로사를 당할까 염려되는군.”

예상은 하였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지금 조선에서 파견한 사람들은 갓 과거에 합격한 애송이들이나 현감 자리에 오르지도 못할 어중간한 관료들이 대다수이다. 이들이 정책을 실패하거나 관리에 소홀하면 민심이 쉽사리 이반될 염려가 있어서 순조에게 요청하여 강력한 정책을 추진하였다.

이광정은 이를 알고 진지하게 말하였다.

“사소한 업무에도 하루 간격으로 세 번 심사하고 고려하는 삼심(三心)제도를 도입하니 업무가 끔찍하게 늘어나 문제라네. 지나친 일이 아닌가?”

“언어가 다르면 뜻을 전달하는 것도 다르게 마련입니다. 아무리 역관을 통하여도 다른 나라 사람을 다스리는 것이니 세 번의 고려도 부족합니다. 또한 해결책도 있지 않습니까?”

“이 나라의 말을 사용하면 세 번의 심사가 아닌 한 번의 심사로 끝난다 하였지. 언젠가는 청나라의 사람들도 이 나라의 말을 배우기는 하겠군.”

순조가 추진한 정책은 만주의 청나라 사람을 다스리는데 무조건 세 번의 심리를 거치라는 말이었다.

무조건 세 번의 심리는 아니었다.

상대가 조선의 말에 능통하면 동일하게 처리하되 청나라의 말을 사용하면 세 번 심리를 거친다.

다른 언어를 사용하여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방지하라는 뜻이었다.

이 정책은 겉으로 보기에는 철저한 배려였지만 실상은 차별이었다. 만주가 전쟁으로 강제 합병된 땅이라면 이 차별을 눈치챈 사람들이 격하게 반대하리라.

그러나 만주의 사람들은 대다수가 조선의 은혜로 목숨을 부지하였다. 이들에게는 자신들을 구원해 준 조선이 철저한 통치를 위해 심혈을 기울인다고 인식하리라.

불만은 없지만 불편을 겪는 만주의 한족과 만주족들은 스스로 조선의 말을 배워 이 세 번의 심사 제도를 우회하려 하겠지.

나는 이광정에게 이 사실을 숨기기 위해 제안을 하였다.

“나이가 많이 들어 은퇴한 하급 관료들을 파견하여 이 나라의 말과 글을 가르치고 업무를 돕게 하면 더욱 좋을 것 같습니다. 심의를 돕는 일 정도는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이미 주상전하께 청을 올려 은퇴한 관원들을 파견하라 하였네. 이 정도는 내가 해야지.”

두 번째 단추는 잘 끼워졌으니 이제 세 번째 단추를 끼울 차례였다.

1842년 초부터 매년 만주에 30만 이상의 화전민을 보내 새로운 개척지를 만들 준비도 마쳐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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