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 10장 3화 런던 내각 무너져(1)
조선과 청의 전쟁, 유럽에서 부르기를 동방 전쟁이라 부르는 사태는 각 국가별로 다른 태도를 보였다. 영국은 이번 전쟁을 주도한 역할이지만 그리 적극적으로 알리지는 않았다.
그저 이번 전쟁에 대해 비판 여론을 보내는 언론사와 글래드스턴을 비롯한 의원들이 항의 성명을 제출한 것이 전부였다. 반면 도버해협을 넘은 국가인 프랑스는 달랐다.
프랑스 신문사와 여론은 전쟁이 확정된 시점부터 조선에 대한 측은함을 표현하였다. 여기에 멋대로 무력을 투사하고 영향력을 행사한 영국에 대한 비판을 아끼지 않았다.
이런 와중에 1840년 12월 중순 광주에서 돌아온 장 투피니에가 전쟁에 대한 정보를 루이필리프의 허가 하에 유출하였다.
그는 엄숙한 표정으로 성호를 그은 다음 말하였다.
“우리 프랑스의 동방 동맹인 조선은 너무나 훌륭한 싸움을 이어갔습니다. 반면 영국은 졸전을 거듭하여 최악의 상황에 빠져들었습니다.”
“최악의 상황이라 하셨습니까? 영국 정부에서는 아무 말이 없던데요?”
“영국이 자랑하는 철갑 증기선 네메시스 호는 대파당해 깡통이 되었고 자매함 플레게톤호는 격침당했습니다. 이는 해군 장성 지위를 역임한 제가 보증하는 바입니다.”
“자세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장 투피니에는 광주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엄숙한 표정을 유지한 채 설명하였다. 그가 보기에도 고향을 지키기 위해 분연히 나선 향용들은 본받을 가치가 있는 자들이었다.
“……이들은 모두가 죽음을 자처하여 자신들의 고향과 나라를 구하려 하였습니다.”
“결국 청나라가 승리하였고 영국은 패배하였다는 말씀이시지요?”
“패배는 아니지만 막대한 타격을 입었습니다. 최신식 증기 철갑선이 격침되었지요.”
“그게 패배가 아니면 뭡니까! 당장 돌아가서 기사를 작성하겠습니다!”
이들은 영국이 엿을 먹는 꼴을 보면 한 끼를 굶어도 되는 프랑스인이었다. 대부분의 신문사는 상상할 수 있는 창의적인 방법을 모조리 동원하여 신문 1면을 장식하였다.
[영국산 최첨단 티 인퓨저 플레게톤호, 광주 앞바다에서 홍차를 내뿜다.]
[문명국을 대표하여 전쟁을 벌인 영국. 자신들의 홍차 문화를 동양에 전수하다.]
[세계 최강의 영국해군 충격적인 발표. 우리의 목표는 해저이다!]
[프랑스에서 만든 니트로셀룰로오스, 영국의 심장을 터트리다!]
신문 전면을 장식한 회화는 하나같이 철갑 증기선 플레게톤호의 침몰을 묘사하였다. 대부분의 묘사에서 황진강을 비롯한 향용들이 묘사되었음은 당연하였다.
회화의 고증이야 어긋나 있지만 이 정도면 프랑스 신문사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였다.
이 신문들은 엄청난 속도로 팔려나가 빈민가의 사람들도 신문을 돌려가며 읽어댔다.
“본 기자는 필설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멍청한 행동을 저질러 수많은 수병들과 최신식 함선을 물고기 밥으로 만든 영국을 차마 비판할 수는 없다. 이게 비판이구만 뭔 비판을 하지 못해!”
“영국이 아직도 침묵하고 있으니 비판할 수는 없겠지. 안주로 삼아서 맥주 한잔 더 할까?”
“이야 이거 술을 마시지 않고도 취하네? 그러니 술을 마시면 더 취하겠어.”
실제로 플레게톤 호의 사망자는 7명에 불과하였지만 아무튼 수많은 병사라 하였다.
빈민가는 물론이요, 귀족 부인들조차 모여서 전쟁에 대해 이야기하였다.
“세상에 얼마나 멍청한 군대면 나룻배로 사람들이 접근해서 폭탄을 터트릴 때까지 가만히 있지요? 전열함 세 척 만들 가격의 배를 정말 티 인퓨저 다루듯이 움직였나?”
“해저를 목표로 기동했다……. 푸하핫! 티 인퓨저 맞네요! 맞아!”
각지에 설립된 공장은 신문이 배송되고 ‘신문 낭독 휴식’ 시간을 줄 지경이었다. 기계가 멈추고 신문을 읽어나가자 노동자들은 바닥을 뒹굴며 웃어댔다.
상인들도 재빠르게 움직였다. 이들은 틀을 이용해 은이나 알루미늄을 보트 형태로 찍어냈고 구멍을 딱 세 개를 뚫어 티 인퓨저를 만들었다.
그러고는 이름을 팔리기 좋게 명명하였다.
“플레게톤 티 인퓨저 한 개에 십 프랑입니다!”
“나도 플레게톤 호로 잘 우려낸 홍차를 마셔야지! 두 개 주시오!”
“소금물로 우려내셔야 고증에 맞습니다. 구매 감사합니다!”
전쟁을 벌이는 영국이 침묵하고 있었지만 프랑스는 너무나 행복하게 영국의 불행을 곱씹고 맛보며 모두가 행복해하였다.
닷새 뒤, 조선에서 또 하나의 소식이 전해졌다.
“참으로 놀라운 일이지만 에마뉘엘 그루시 대령이 육 일 동안 삼백 킬로미터를 진군하며 다섯 개의 도시를 무너트리고 오만여 명에 달하는 청나라 군대를 도륙하였습니다.”
조선군은 연전연승을 거두었으며 그 선두에는 나폴레옹의 몰락의 원흉인 그루시가 있었다. 신문사들은 다시금 전쟁을 묘사하였고 그 중심에는 그루시가 있었다.
[에마뉘엘 그루시는 인간 흉기였는가?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그의 진격은 계속된다]
[영국을 이긴 청나라 군대, 다시 청나라 군대를 이긴 그루시와 조선군]
50일 전의 소식이 전해진 파리에서는 에마뉘엘 그루시를 원수 자리로 복구하라는 청원이 이어졌다. 루이필리프는 이를 받아들여 그루시와 마르몽을 명예 원수로 임명하였다.
파리 길거리의 어린아이들조차 이 소식을 알고 있었다. 나무 몽둥이와 냄비뚜껑을 들고 전쟁놀이를 벌이는 아이들 중 덩치가 큰 아이가 마구 달려들며 외쳤다.
“나 그루시! 만주에 있다!”
“그루시는 어디에 있지!”
“만주에 있다고!”
어린아이부터 프랑스 혁명을 경험한 노인까지 이어지는 전쟁 소식에 주목하였다. 언제나 혁명을 갈구하는 운동가들조차 모임에서 전쟁 이야기를 하기에 이르렀다.
영국이 불행해질수록 프랑스는 한 몸이 되었다. 루이필리프 정부에 대한 평가는 끝없이 치솟았으며 정부에서는 이 기회를 노려 법을 변경하였다.
-지금까지의 투표권은 토지세만 반영하였다. 이제 토지세와 재산세를 각각 절반씩 반영하여 투표권을 적용할 것이다.
신흥 자본가들의 요구사항인 재산세 기준 투표권 적용은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거의 날치기식으로 통과된 법안이라 불만이 생기게 마련이었다. 프랑스가 평범한 상황이라면 불만이 쌓였으리라.
대신 전쟁으로 프랑스의 ‘뽕’이 채워지면서 이런 불만은 없던 일이 되었다. 신흥 자본가의 불만이 쌓여 1848년에 2월 혁명이 벌어질 예정이었지만 이 불만이 해소된 것이다.
루이필리프는 연이은 전쟁 보고를 보면서 다음 법안을 내세웠다.
“다음으로는 신흥 자본가에게 어느 정도 권리를 주었으니 압박할 차례이지. 조선의 근로기준법을 적용하여 노조 허용과 근무시간의 제한을 적용하도록 하세.”
“그러하면 신흥 자본가들의 반발이 거셀 것 같습니다.”
“반발? 이대로만 나아가면 영국을 제치고 동방 무역을 독점하는데 뭐가 문제인가? 공장을 경영하는 자들이 가장 큰 부를 얻어낼 수 있는 상황인데 반발을 한다고?”
루이필리프는 총리로 임명된 프랑수아 기조를 바라보았다. 둘이 원하는 이상적인 국가, 위계질서가 있으나 그 질서하에서 자유를 보장받는 프랑스라는 국가가 완성되고 있었다.
본래 역사에서 프랑수아 기조의 부르주아 육성 정책으로 축적될 불만은 자연스럽게 사라져가고 있었다.
그는 근무시간 제한 적용으로 얻어낼 부수적 효과에 대해 말하였다.
“근무시간의 제한과 더불어 마차철도를 활성화시키십시오. 공장 노동을 마친 노동자들이 도시로 돌아와 잡다한 일을 하면서 더욱 많은 돈을 벌 방법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좋은 방법이로군. 전쟁에서 승리하면 사소한 불만은 모두 잠재워지는 법이지.”
프랑스는 조선에 그루시와 마르몽을 파견한 덕분에 사실상의 승전국이 되었다. 산업 혁명을 진행하며 동방 무역으로 생산품을 판매하며 경제발전을 더욱 가속화할 준비도 마쳤다.
인도차이나 반도와 남중국해를 영향권에 넣고 경제적 이득을 얻어낼 준비까지 마쳤다.
루이필리프는 프랑스와 달리 위축된 영국을 떠올리며 질문을 하였다.
“그러고 보니 영국의 몰골이 말이 아니겠군.”
“그야 당연한 일이 아닙니까? 이미 도버해협을 넘어서 여러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영국 정부가 아무리 침묵하여도 언론을 막을 길은 없지 않습니까?”
루이필리프는 지금쯤 불타오르고 있을 영국의 시민들을 생각하며 몸서리를 쳤다. 이런 사태가 프랑스에서 벌어졌다면 퇴위하기도 전에 단두대로 끌려가 목이 잘릴 것이라 예상하였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먼저 움직인 사람이 있었으니 빅토르 위고였다. 그는 본래 1832년의 혁명 시도를 목격하고 세기의 명작 레미제라블을 저술해야 했으나 이 혁명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는 격렬한 반동(反動)이 벌어질 것 같은 영국행을 택하였다.
프랑스가 이렇게 행복하게 움직이는 와중에 영국 정부는 숨조차 쉬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 * *
빅토리아 여왕의 즉위식 이후 사저가 아닌 궁전으로 격상된 버킹엄 궁전에는 영국의 최고위 인사들이 집결해 있었다. 이들은 가장 상석(上席)에 앉은 빅토리아를 바라보기만 하였다.
광주 일대에서 계속 올라오는 보고는 영국의 기대와 정 반대의 결과만을 도출하였다.
총사령관인 웰링턴은 오늘 올라온 보고서를 확인하고 입술을 짓씹으며 말하였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지만 청나라의 유격대가 후방을 기습하여 오늘도 병사 열두 명이 중상을 입고 세 명이 죽었습니다. 여기에 콜레라가 퍼져 백이십여 명이…….”
임칙서와 향용 그리고 각지에서 소집된 객가는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였다. 자신들이 속속들이 손금 보듯 알고 있는 지형지물을 이용하여 진격을 돈좌시키고 기습을 감행했다.
영국군은 이를 모조리 받아치며 5배 이상의 피해를 입혔다. 15명의 영국군이 죽거나 다친 대가로 거의 백여 명의 향용과 객가가 중상을 당하거나 목숨을 잃었다.
평상시라면 승전으로 자처해도 될 일이지만 청나라 군대를 돼지 잡듯 도축하는 조선군의 앞에서는 승전의 ‘ㅅ’ 자도 언급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빅토리아는 웰링턴을 바라보며 말하였다.
“승전이긴 하지만 조선군이었다면 한 명 정도가 부상을 입고 승리할 일 아닙니까?”
“아닙니다! 여왕전하께서 아시다시피 조선군이 상대하는 청나라 군대와 저희 해병대가 상대하는 청나라 군대는 질적으로 완전히 다른 군대입니다. 미얀마의…….”
“저는 민중의 시선에서 전쟁을 평가하는 중입니다! 조선은 한 명이 죽을 때 적을 백 명이나 도륙하는데! 우리는 한 명이 죽을 때 적을 고작 다섯밖에 못 무찌르지요!”
영국 정부의 모든 계획은 최악의 결과로 돌아왔다.
조선군은 상상할 수 있는 어떠한 군대보다 나약한, 심지어 유럽 기준으로 민병대에게 학살당할 팔기군을 도륙하며 진군하였다.
반면 영국이 상대하는 군대는 승리 대신 최대한의 피해를 입히기 위해 혈안이 된 민병대였다.
총리 윌리엄 램은 빅토리아를 바라보며 도움을 요청하였다.
“여왕전하께서 찰스 디킨스를 파견하였으니 도움을 얻고자 합니다. 그를 통해 입수되는 정보를 최대한 통제하여 어떻게든 여론을 돌릴 수 있지 않겠습니까?”
“제가 찰스 디킨스를 보낸 이유는 만에 하나 청나라의 군대가 지나치게 강대하여 패배하였을 때를 대비한 일이지요. 이런 최악의 사태에 도움이 될 수단은 아닌 것 같군요.”
빅토리아는 전쟁을 반대하였다. 왕위에 오르기 전에 만났던 효명세자에 대한 호감은 물론이고 다른 나라를 식민지로 삼기 위한 전쟁을 벌이는 것 자체가 혐오스러운 일이었다.
물론 반대를 할 뿐이지 의회에서 내린 결정을 되돌릴 순 없었다. 그러니 승리를 확신한 의회의 행복한 상상을 거부하고 예상치 못한 사태를 대비하였다.
청나라의 해군이 너무 강하거나 여러 변수가 생겨 영국 해군이 패퇴하는 사태를 염려하여 찰스 디킨스를 파견하였다.
문제는 이런 안전장치가 박살 나버렸다는 점이다.
“찰스 디킨스의 증언을 통하여 우리 영국이 패전하였을 때 변명거리를 만들어두었지요. 조선과 영국이 사이좋게 청나라에 패배하였다면 이 변명이 통했을 겁니다.”
찰스 디킨스가 청나라의 강대한 전력과 용맹한 병사들을 묘사하였다면 차라리 나았다. 이렇게 된 이상 강력한 청나라로 인해 조선의 멸망은 피할 수 없는 일이라고 변명이라도 가능하였다.
이제는 변명조차 할 수 없었다. 찰스 디킨스는 목숨을 바쳐 나라를 수호한 청나라의 사람들을 문학으로 엮어낼 것이며 이 전쟁이 죄악으로 들끓고 있음을 적나라하게 묘사하리라.
찰스 디킨스 한 명을 막는다고 될 일이 아니었다. 이미 도버해협을 건너온 프랑스 신문이 런던에 퍼져나가 호사가들의 입에 오르고 있었다.
빅토리아는 윌리엄 램을 바라보며 말하였다.
“그나마 지금은 불만이 솟구쳐 오르는 상황에 불과하니 다행이 아닙니까?”
“이미 사퇴 요구가 빗발치듯이 올라오고 있는데 다행이라니요!”
“이 정도면 다행이지요. 승전은커녕 조선과 프랑스의 주도하에 동방 이권을 모조리 강탈당하고 말라카 해협을 넘어갈 수도 없는 상황이 될 것 같은데요.”
한겨울이지만 윌리엄 램은 답답한 나머지 와이셔츠 자락을 당기고 심호흡을 하였다.
파머스턴은 아예 머리를 감싸 쥐고 머리를 탁자에 박았으며 빅토리아가 덤덤하게 말하였다.
“추악한 전쟁의 실상이 폭로되고 이권을 상실하였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지금 런던과 맨체스터의 빈민가에는 프랑스의 사회주의자들과 차티스트 운동가들이 활약하고 있지요.”
“그들이 폭동을 일으켜도 진압하면…….”
“진압하면 다음 불만은 누구에게서 일어날까요? 웰링턴 공작께서는 패전을 경험한 군부를 통솔할 자신은 있나요? 파머스턴 경은 외교적 행위를 통해 신사들을 설득할 자신이 있나요?”
어느 누구도 답하지 않았다. 불만이 연쇄적으로 터져 나온다면 모든 계층이 영국 정부에게 화살을 돌리리라. 빅토리아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고함을 쳤다.
“저를 시작으로 영국의 모든 수뇌부가 프랑스처럼 단두대에 올라 목이 모조리 잘려나가는 꼴을 보고 싶으십니까! 이 사태를 모면할 방법이라도 말해보시지요!”
“불만이 쌓이기 전에 먼저 터트리는 것 외에는 답이 없습니다.”
“파머스턴 경이 좋은 말씀을 하셨군요. 터질 불만이라면 나누어 터트리는 것이 그나마 목숨이라도 부지할 수 있는 길이지요. 정치적 생명은 이미 다 죽었으니 거론하지 않을 겁니다.”
자리에 앉은 빅토리아는 인상을 찌푸리며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의 면모를 바라보았다. 평상시에는 정치에 개입시키지 않으려고 혈안이 된 작자들이 이제는 자신의 결단을 원하였다.
더군다나 이번 사태를 주도한 웰링턴 공작과 파머스턴 자작도 여기에 해당되었다.
빅토리아는 이를 악물고 결단을 내렸다.
“그렇지 않아도 사회주의자들과 운동가들이 명분만 생기면 뛰쳐나올 준비를 하고 있지요. 이들에게 적당한 구실을 붙여서 분노를 폭발시키는 것으로 시작합시다.”
“차티스트 운동가와 사회주의자들을 추정하면 최소 이백만 명이 넘습니다. 이들이 모조리 분노를 터트린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어떻게 되기는요? 그나마 상류층이 중립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는 지금 터트려야지 패전이 확정된 다음에 분노를 터트리면 이들을 막을 사람이 어디 있지요?”
영국은 극단적인 사상을 거부하는 특유의 정서가 있었다. 이는 올리버 크롬웰의 독재로 피해를 입은 각 계층이 스스로의 권리를 지키고 합의를 보려는 성향을 가진 덕분이었다.
이런 성향을 잘 알고 있는 빅토리아와 수뇌부는 자신들의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고의적으로 노동계층의 불만을 터트리려 하였다.
빅토리아는 어느새 창문으로 들어와 쿠키를 훔쳐가려는 다람쥐를 가리키며 말했다.
“마침 좋은 일거리가 있군요. 골칫거리가 된 다람쥐를 잡는다는 명분으로 빈민가의 고아들을 데려오도록 하지요. 이들을 보호하는 사회주의 운동가들과 마찰을 일으키세요.”
훗날 다람쥐 혁명이라 불릴 영국 정부의 생존 전략이 막을 올렸다.
산해관에서 협상을 마친 함선이 벵골에 도달할 1월 10일 무렵, 이스트엔드의 고아들이 런던 시내로 소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