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 9장 10화 천비 해전
조선군이 막 심양에 발을 들여 충격을 받을 10월 23일, 중국의 남부 해안도시인 광저우도 전쟁의 불길이 피어올랐다.
임칙서는 하루 전 미리 광주 앞바다로 출병하는 함대를 배웅하였다.
“영길리의 해군이 강대하다고 하나 본래 이 고장에서 살던 사람이 유리한 법이 아니겠습니까. 맞서 싸우지는 못하여도 광주를 지킬 수는 있을 것이니 무리하지 마십시오.”
“임 총독이 여러 준비를 하였고 나 또한 훈련을 맹렬히 하였소. 오랑캐들이 포술과 항해술에 능하다 하나 나 또한 할 수 있는 일을 모두 다 하지 않았소?”
임칙서와 함께 병사를 훈련한 광동제독 관천배(關天培)는 가슴을 굳게 펴고 배 위에 올랐다. 병사들의 사기를 진작시키기 위해 당당하게 행동했지만 그는 보조 역할을 담당하였다.
중국 함대의 핵심 전력은 서류상으로는 은자 10만 냥으로, 실제로는 아무런 돈도 받지 않고 오로지 영국에게 엿을 먹이기 위하여 자발적으로 나선 프랑스의 함선 다섯 척이었다. 여기에 관천배가 이끄는 무장상선 16척, 정크선 60여 척이 함께하였다.
임칙서는 이들을 배웅하였으나 프랑스 함대 장교들은 항구가 멀어지자마자 투덜거렸다.
“이런 오합지졸을 데리고 잉글랜드 놈들과 전투를 벌이라니. 말년 한번 더러워 죽겠군.”
함대 사령관 또한 루이필리프와 프랑스 정부가 고심 끝에, 실제로는 영국에게 최대한의 타격을 입히기 위해 배정한 인물이었다.
알제리 침공 전쟁을 감독한 해군 장성 장 투피니에(Jean Tupinier)는 베트남 대사를 역임하다 은퇴하고 바로 용병을 자처하였다.
그는 함대 전체를 훑어보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제대로 된 함대를 구성해도 훈련도가 부족한 판국에 오백 톤 급 슬루프에 소형 화포를 매단 녀석을 주력함이라 말하는 꼴이라니. 더군다나 저 어중간한 배는 뭐에 쓰라고 가져왔는가.”
“그래도 루이필리프 전하께서 명을 내리셨으니 영국 놈들에게 엿을 먹여야지요.”
“앙리 중위, 우리는 전하의 명으로 싸우는 것이 아니고 돈으로 고용된 사람들일세. 베트남 외교관으로 근무하던 내가 은퇴한 직후 용병으로 고용되었지.”
5척의 고용된 함대의 병력은 죄다 현역 프랑스 해군이며 명분상으로는 계약 중단 기간 동안 임칙서에게 고용된 형태였다.
장 투피니에는 다섯 척의 전함을 바라보며 한탄하듯이 말했다.
“이런 1,200톤급 고물딱지 대신 쉬프랑(suffren)급 90문 전열함이나 드리아드(Dryade)급 프리깃을 동원해야 승산이 있겠지.”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희망이 없는 전투입니다. 적당히 싸우고 빠지시는 것이…….”
“저 어중이떠중이들이 모조리 후퇴할 때까지는 버텨봐야지.”
부관의 말을 들은 장 투피니에는 내일 만날 영국 함대의 상세를 떠올렸다. 보고에 의하면 최신식 증기선 3척과 3급 전열함 5척 여기에 20여 척의 호위함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같은 정보를 입수하였지만 제반 지식이 부족해 오랑캐를 상대로 승리를 거둘 것이라 생각한 청나라 해군과 달리 프랑스 병사들은 승산이 아예 없다 판단하였다.
이러한 불안에도 불구하고 다음 날의 해가 떠올랐다. 막 동쪽 바다에서 떠오른 해가 어둠을 걷어낼 무렵 영국의 함대가 먼바다에서 천천히 접근하였다.
-오랑캐들의 함선이 오는구나! 불란서의 용병들과 함께 적을 소탕하라!
장 투피니에가 명령을 내리기도 전에 프랑스 함대들은 자발적으로 전선을 형성하였지만 청나라 함대는 아직까지 대열을 형성하지도 못하였다.
이 혼란을 영국 함대는 놓치지 않았다. 전열함을 중심으로 전열(戰列)을 구성한 영국 함대에서 포연이 치솟아 올랐고 장 투피니에는 다급하게 명령을 하달하였다.
“최후미의 전열함을 노려서 발사해!”
멀리서 전달된 영국 함대의 포성과 프랑스 함대의 포격이 거의 동시에 전장에 울렸다. 수백 개의 물기둥이 치솟는 가운데 불운한 정크선 한 척이 단번에 침몰하였다.
이런 와중에도 훈련도가 부족한 청나라 함대는 한 발의 포탄도 발사하지 못하였다. 재차 쏟아진 일제포격을 확인한 장 투피니에는 욕을 억누르며 명령을 하달하였다.
“내 이럴 줄 알았지! 청나라 해군을 방패로 삼아 놈들의 전열함을 노린다! 단 한 척이라도 좋으니까 전과를 거두고 이탈하도록!”
다섯 척의 프리깃이 필사적으로 포탄을 쏟아냈지만 절망적인 싸움이었다.
영국 해군의 전력을 100이라 따지면 프랑스–청나라의 연합 함대의 전력은 20에 불과하였다. 그 20조차도 대부분이 프랑스 프리깃이 차지하고 있었다.
청나라에서 구매한 무장상선들은 부족한 훈련도와 빈약한 화력으로 아무런 힘도 못 쓰고 좋은 목표물이 되었다.
“발사해! 계속 발사해라! 놈들이 전열을 형성하여 우리를 타격하고 있으니 화공을 실시하라!”
청나라의 전략 중 하나가 화공선이었다. 삽시간에 40여 척으로 줄어든 정크선 가운데 몇 척은 전력으로 전진하며 화공선을 끌고 달려들었다.
기름을 뿌린 장작과 짚단을 잔뜩 올린 화공선에 어느 정도 속도가 붙었을 무렵 밧줄이 끊기고 불화살이 날아들어 불을 붙였다.
불길이 치솟는 화공선을 확인한 프랑스 장교들이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말했다.
“이 멍청한 놈들아! 삼백 년 전도 아니고 저런 고물딱지가 통할 줄 알아?”
20여 척의 화공선이 영국 함선들이 구성한 전열을 향해 진격하였지만 영국 해군은 간단히 대처하였다. 소구경 화포 위주의 화망이 날아들어 화공선을 하나씩 침몰시켰다.
청나라 해군의 사기가 바닥으로 꺾였지만 천만다행으로 도주하는 함선은 없었다.
관천배는 갑판 위에서 병사들을 독려하며 명령을 하달하였다.
“불란서의 용병들이 잘 싸우고 있으니 영길리의 배도 타격을 입고 있다! 계속 맞서 싸워라!”
“제독님! 위험합니다!”
관천배가 타고 있는 기함으로 날아든 포탄이 갑판을 강타하였다. 나무 파편이 날아들어 관천배가 입은 두정갑을 뚫고 몸에 파고들었지만 그는 바닥을 뒹굴고 다시 일어났다.
“먼지를 좀 뒤집어쓴 것이 전부이구나! 영길리의 해적들을 모조리 죽여라!”
그 말과 달리 관천배의 몸 이곳저곳이 나무 파편에 꿰뚫려 피가 샘솟았다. 두정갑 아래를 타고 흐른 핏물이 바지와 신발을 적실 무렵, 마침내 청나라 함선의 대열이 무너져 내렸다.
“제독님! 벌써 서역에서 구매한 배 여섯 척이 침몰하였습니다! 고용한 불란서 용병들도 피해가 누적되어 한 척씩 전선을 이탈하고 있습니다!”
“퇴……. 퇴각하라! 할 일은 다 하였으니 퇴각하라!”
마지막 명령을 하달한 관천배가 바닥에 고꾸라졌고 모든 배가 도주하였다.
압도적인 전력 차이에도 불구하고 청나라와 프랑스 연합함대는 필사적으로 저항하였고 결국 패배하였다. 그들이 입힌 피해는 전열함 두 척의 중파(中破)와 쉰 명의 사상자가 전부였다.
과다출혈로 정신을 잃은 관천배를 대신하여 장 투피니에가 임칙서에게 경과를 보고하였다.
“노력은 해보았는데 여기까지가 한계인가 보구려. 영국 놈들이 단단히 준비했으니 지금의 전력으로는 상대할 수 없었소이다.”
“혹여나 철갑 증기선이라는 기물이 전황을 뒤집었습니까?”
임칙서의 질문을 받은 장 투피니에는 잠시 고민하며 기억을 떠올렸다.
정보와 달리 세 척의 철갑 증기선은 전선 후방에 숨은 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없었소. 놈들이 아끼는 물건인지 아니라면 다른 이유가 있었는지는 모르겠더구려.”
해전은 패배하였지만 임칙서는 이미 예상한 결과라고 생각하였다.
무장 상선을 구매할 때부터 들었던 말이지만 해군은 최소 십 년, 적어도 오 년의 훈련이 필요한 군대라고 하였다. 그래도 두 척의 배를 파손시켰으니 전력은 어느 정도 줄였으리라.
해가 중천에 떠오를 무렵 임칙서는 저 멀리서 다가오는 영국 함대를 확인하며 명령을 하달하였다.
“호남 제독께서 퇴각하였지만 심대한 타격을 입혔을 터. 놈들은 아침부터 벌어진 해전에 지쳐있고 이미 많은 화약을 소모하였다. 본관 또한 절대 퇴각하지 않을 것이니 맞서 싸우자!”
광주 일대에는 임칙서가 구매한 화포 중 450개가 배치되어 있었다. 여기에 길목인 천비(穿鼻)섬을 비롯한 주강 하구 삼각주에는 적의 진입을 막기 위한 쇠사슬을 박아 두었다.
해전의 패배로 떨어진 사기를 북돋기 위해 임칙서가 전선에 나서서 지휘를 시작하였다.
가장 먼저 접근한 전열함을 상대로 임칙서의 발포 명령이 하달되었다.
“놈들을 맹렬히 타격하라! 혼을 쏙 빼놓아 쇠사슬에 배가 전복되게 만들도록!”
“임 대인께서 명하신다! 화포를 모조리 쏘아라!”
해안 요새를 소탕하려던 세 척의 전열함은 수백 발의 포격 속에 휩쓸려 버렸다. 청나라 병사들의 훈련 수준이 부족하였지만 거대한 전열함이 목표이니 조만간 명중탄이 나올 것 같았다.
반격으로 날아온 전열함의 포탄이 여러 발 명중하자 망루가 무너지고 해안의 목책이 박살 나며 병사들의 피해가 누적되었다.
병사들의 사기가 떨어지고 있지만 임칙서는 대수롭지 않게 명령을 재차 하달하였다.
“너희가 엄폐물로 삼은 돌이 단단하더냐! 아니면 영길리의 배를 만든 나무가 더 단단하더냐! 본관이 너희와 함께 있으니 염려하지 말고 쏘아라! 계속 쏘아라!”
마침내 전열함도 소구경 화포의 타격을 두들겨 맞으며 피해를 입기 시작하였다.
돛대를 타격한 포탄이 전열함의 돛 중 하나를 무너트리자 병사들은 환호성을 질렀고, 임칙서는 명령을 재차 하달하였다.
“포탄을 조금 적게 쏘아라! 놈들이 조금만 더 방심하여 앞으로 나서면 쇠사슬에 걸려 배가 전복될 것이다! 전복되지 않더라도 크게 뒤흔들릴 것이니 그때를 노려라!”
임칙서는 사방에서 포탄을 두들겨 맞은 영국 전열함이 실수를 저지를 것이라 기대했지만 이 기대는 물거품이 되었다.
이들은 물속에 있는 쇠사슬을 확인하고 배를 급히 돌려 빠져나갔다. 전열함이 움직이기가 무섭게 후방에 있는 프리깃이 이 상황을 알아차리고 호위에 나섰다.
얼마나 많은 훈련을 하였는지 상상조차 못 할 일이었다.
임칙서는 이 모습을 보면서 기가 찬 듯이 말하였다.
“과연 영길리의 해군은 훌륭한 군대로구나. 육전이라면 서로 고함을 치고 전령을 보낼 수 있지만 해전이라면 고작 깃발을 흔드는 것이 전부이거늘.”
“훌륭한 군대면 무얼 합니까! 놈들이 도망치지 않습니까!”
“우리가 이겼다! 자포(滋圃) 제독님의 원한을 갚았으니 이 얼마나 좋은 일인가!”
중상을 입었을 뿐 아직 죽지 않은 관천배까지 거론하며 병사들이 환호하였지만 임칙서는 심각한 표정으로 망원경을 들었다. 저들의 대처는 정상적인 방식이 아니었다.
23척에 달하는 함선 모두가 상륙을 시도했다면 조금의 피해는 입힐지 모르지만 상륙을 막을 길이 없었다. 이런 수단을 두고도 적이 물러났으니 퇴각이 아닌 재정비이리라.
그런 임칙서의 시선에 돛대 대신 멀리서 피어오르는 연기가 보였다.
지금까지 전선에 나온 적 없는 네메시스급 철갑 증기선 세 척이 광주를 향해 다가왔다.
“드디어 철갑 증기선이라는 놈과 싸우게 되는군. 모든 포대 장전하라!”
“저 배는 참 기묘하게 생겼습니다. 양옆에 커다란 수차(水車)를 두었는데 이 수차가 물을 밀어내서 배가 움직이는 것 같군요.”
병사들은 이전의 전열함보다 훨씬 작고 프리깃 수준의 크기에 불과한 네메시스급 철갑 증기선을 보고 코웃음을 쳤다.
이전 배와 같이 사방에서 포격을 날리고 쇠사슬을 이용해 돌려보내면 충분할 것이라 생각하였다.
“포격 개시! 놈들의 배에 달린 수차를 노려서 쏘아라!”
청나라 군대의 첫 포격은 대부분 빗나갔다. 전열함은 흘수선(吃水線)이 깊어 좌초를 우려해 천천히 움직였지만 네메시스급의 흘수선은 2m조차 되지 않아 전속력으로 움직였다.
오히려 네메시스호의 갑판에 있는 회전 포탑과 콩그리브 로켓이 전열함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정확하게 망루를 노려 날아들었다. 그럼에도 임칙서는 승리를 확신하였다.
암초에 묶어둔 쇠사슬은 전쟁이 시작되기 전 항구를 봉쇄하기 위하여 수백 명의 장인을 동원해 만든 물건이었다. 속력과 선회반경을 보건대 세 척의 철갑 증기선은 쇠사슬에 걸려 좌초될 것이 확실하였다.
“놈들의 화포가 너무 정확합니다! 더군다나 놈들이 쏘는 화전(火箭 - 화약 화살, 콩그리브 로켓)에 휩쓸리면 포대까지 모조리 터져나갑니다!”
“계속 쏘아라! 저놈들이 포격을 회피해 무턱대고 기동하고 있으니 조만간 쇠사슬에 걸려서 배가 자빠질 것이 아니겠느냐!”
몇 발의 포탄이 명중한 것 같지만 세 척의 철갑 증기선은 망루를 하나씩 유린하며 배를 몰았다.
이윽고 전열함의 진격을 막은 쇠사슬에 근접했을 때 배가 갑자기 선회하였다.
“작은 나룻배라면 몰라도 저런 거대한 배가 저토록 민첩하게 움직이다니!”
범선과 달리 급격히 선회한 철갑 증기선은 쇠사슬을 코앞에 두고 선회에 성공하였다. 말도 안 되는 광경에 놀란 병사들이 포격을 늦추었지만 임칙서는 명령을 하달하였다.
“그래 보았자 돌아갈 놈이 아니더냐! 계속 포격을 쏟아부어라!”
수백 발의 물기둥이 치솟는 가운데 가장 앞에 선 철갑 증기선 네메시스호는 기이할 정도로 느리게 기동하며 아예 움직임을 멈추었다.
여기에 두 자매함인 플레게톤과 아리아드네가 동일한 기동을 보여주었다. 나란히 선 세 척의 철갑 증기선을 향해 포격이 이어지고 명중탄이 나왔다. 반격으로 32파운더 포와 콩그리브 로켓이 날아와 망루를 하나둘씩 침묵시켰다.
이 포성 사이에서 기묘한 소리가 전장에 퍼졌고 임칙서는 영국 해군의 전략을 눈치채고 명령을 내렸다.
“놈들이 쇠사슬을 끊어내려 한다! 계속 화포를 쏘아라!”
네메시스호와 자매함 두 척은 암초에 묶인 쇠사슬에 자신들의 사슬을 걸고 천천히 증기기관을 작동하였다. 쇠가 찢겨나가는 소름 돋는 소리가 전장에 울리기 시작했다.
마침내 쇠사슬의 가장 약한 연결고리가 끊겨 나갔고 임칙서가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방어체계가 무력화되었다.
임칙서가 바닥에 풀썩 주저앉았고 명령을 하달했다.
“모든 함선이 들어올 것이다! 남은 화포를 모조리 쏜 다음 퇴각하여 적의 상륙을…….”
“놈들의 나머지 함선들이 멀리서 관망만 하고 있습니다!”
네메시스호를 앞세운 세 척의 철갑 증기선은 마음대로 선회하고 화포를 쏘아대며 광주 앞바다를 들쑤셨다. 간혹 명중되는 탄환이 있었지만 둔중한 쇳소리와 함께 튕겨 나왔다.
어린아이가 개미집을 하나씩 부수듯 32파운더 포격이 망루를 무너트렸다.
해안의 포병들은 개미를 짓뭉개 죽이듯 콩그리브 로켓에 휩쓸려 떼죽음을 당했다.
“악마로다……. 저놈들은 악마로구나! 수십 발의 명중탄이 나왔거늘 흠집 하나 없구나!”
포탄이 떨어지자 한 척씩 후방으로 돌아가 포탄과 화약을 보급받고 돌아오기까지 하였다. 간혹 발악을 하듯이 나룻배를 몰고 달려든 병사들이 있었지만 이들도 모조리 몰살당하였다.
임칙서 휘하의 포병들이 결사적으로 항전하였지만 입힌 피해는 영국 병사 여섯 명을 죽이고 철갑 증기선 플레게톤의 외륜(外輪) 몇 개를 부러트린 것이 전부였다.
해가 질 무렵까지 처절한 싸움을 이어나간 결과, 임칙서 휘하의 병력은 사천 명이나 죽거나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병사들의 시신을 확인한 임칙서는 바닥에 주저앉아 흐느낄 수밖에 없었다.
박현상이 보낸 경고는 지극히 옳은 말이었으며 더더욱 많은 대비를 해야 막아낼 수 있었다고.
그 더더욱 많은 대비가 아직도 창고에 잠들어 있음을 알아차린 임칙서는 명령을 내렸다.
“불란서에서 들여온 폭약을 꺼내도록 하여라.”
겉으로는 프랑스에서 수입한, 실제로는 조선에서 들여온 폭약이 철갑 증기선에 어떤 타격을 입힐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
그러나 적이 오만한 판단을 하여 철갑 증기선을 만 안쪽에 정박시켰으니 이 기회를 잡으려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