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효명세자와 함께하는 조선 생활-80화 (80/345)

< 8장 - 아편 (2) >

영국의 방식은 임칙서의 상상을 뛰어넘었다. 벵골에 있는 동인도회사 직원들과 각종 상회의 직원들은 오늘도 콧노래를 부르면서 아편을 밀수할 준비를 진행하였다.

프랑스와 협력한 베트남에서 거둬들인 고무는 가황처리를 거쳐 유럽과 조선으로 판매되었다. 이 경로에 속하는 벵골에서는 당연히 고무를 쉽게 입수할 수 있었다.

“아편과 고무가 제일 좋아. 아편과 고무가 제일! 좋아! 아편을 싸서 고무에 넣는다네.”

인부들은 가황고무를 이용해 아편 밀수 도구를 만들었다. 안에는 주먹 두 개만한 덩어리 아편을 넣고 적당한 공기층을 만들어 물에 살짝 가라앉는 아편이 함유된 고무공을 만든다.

이 고무공은 상선이 광주에 입항하기 전 거래되었다. 예인선을 담당하는 인부에게 돈을 받고 이 공이 엮인 밧줄을 예인선에 내어주는 방식이었다.

서로의 조약과 법을 준수하여 청나라 ‘내부’에서는 아편을 거래하지 않으니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었다.

찰스 엘리엇은 국제 협약과 법을 줄타기하듯 오가면서 아편을 파는 자신이 혐오스러울 지경이었다. 이런 상황에도 그는 부하에게 다음 작업에 대한 질문을 하였다.

“이건 다 국익을 위해서이니 어쩔 수 없지. 그나저나 다음 단계는 준비해 두었습니까? 임칙서의 인내심이 예상보다 좋은 편이니 참 답답하군요.”

“물론입니다. 이미 상인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밀수 단속을 받아들이라 하였습니다.”

찰스 엘리엇은 조선에서 수입한 장죽에 불을 붙이고 담배 연기를 빨아들였다. 자신이 생각해도 혐오스러운 방식으로 청나라의 공격을 유도하고 조선과의 전쟁을 유도하였다.

당장 그만두고 싶었지만 국익이라는 두 글자가 눈앞을 가로막았다. 그는 영국에 소속된 관료였으며 자신의 죄책감과 도덕적 질타를 국익이라는 방패로 가로막는 사람에 불과하였다.

“아편을 판매하려고 전쟁을 일으키면 온 세상이 경악을 하겠지. 우리는 어디까지나 청나라가 선제공격을 하여 전쟁을 일으킬 뿐이야. 아니면 동맹국을 도와 분연히 일어난 나라이거나.”

영국 정부에서 찰스 엘리엇에게 주문한 내용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청나라의 선공을 유도해 조선이 정비를 하고 있을 무렵 전쟁을 조기에 일으키는 것이었다.

다른 하나는 청나라와 조선 사이의 이간질을 유도하라는 명령이었다. 뭘 하건 조선이 시련을 겪게 되니 찰스 엘리엇은 담배연기를 내뱉고 착잡한 심정으로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두 번째 단계인 이간질이 시작되었다. 오늘도 임칙서의 눈을 피해 아편의 거래가 시작되었다. 입항하는 상선들은 예인선을 기다리고 있었고 어촌 사람들이 운영하는 예인선이 도착했다.

“아이고 영길리 나리들 오셨습니까? 오늘도 배를 예인하고 삯을 좀 받으러 왔습니다.”

“그래 삯은 잘 받아야지. 오늘은 몇 개나 사들일 건가?”

“백 개만 주시지요. 혹시 더 있으면 백이십 개도 가능합니다.”

배를 예인하고 은자 몇 푼을 받아야 하는 인부가 오히려 품속에 숨겨온 은 덩어리를 내밀었고 상선의 선장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선원에게 손짓하였다.

인부로 나선 사람은 임칙서의 단속에 걸려 파면된 전직 관리였다. 표면상으로는 아편으로 가산을 탕진하고 관직에서도 파면당해 인부 일을 하였다.

이런 전직 관리에게도 연줄이 있었고 수많은 중독자들이 지인으로 남아있었다. 고무공이 엮인 밧줄을 여러 척의 예인선 뒤에 걸친 전직 관리는 명령을 내렸다.

“신속하게 이 분들을 예인하도록! 다들 예인이 끝나고 항구 바깥으로 빠지는 것 알지?”

“물론이지요! 광주로 되돌아갈 수 없지 않습니까!”

표면상으로는 영국 정부에서 회수해 보상을 해 준 아편들은 수입 방법이 까다로워지며 더욱 비싼 값으로 밀매되었다. 밧줄이 적당히 가라앉지 않아 돌을 하나 덧댄 전직 관리는 배를 입항시키고 인근 어촌으로 도망갔다.

거래를 마친 상선이 입항하였고 임칙서가 달려들었다. 상선이 입항하자마자 포위하고 즉각 내부를 수색하였으나 여전히 아편을 발견하지 못 하였다.

모든 상자를 확인하고 고무덩이는 칼로 잘라 내부를 확인하였으며 수통을 비롯한 물자들도 수색 대상이 되었다. 그러던 차에 상인이 완강히 저항하며 상자를 여는 것을 거부하였다.

“이 물건은 잘못 들어온 물건입니다. 조선으로 들어갈 물건이니 배에 보관하고 있다 다른 상선에 옮겨 넣겠습니다.”

“조선으로 들어갈 물건이라? 조선은 번국인데 왜 그렇게 허둥대는가?”

상인은 초조한 표정으로 임칙서를 바라보았으나 임칙서의 행동이 더 빨랐다. 그는 쇠지렛대를 넣어 상자를 뜯어내 안을 확인하더니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이게 조선으로 가는 물건이라고? 조선에서 왜 이런 물건을······.”

신품 브라운베스 머스킷이 잔뜩 담긴 상자를 확인한 임칙서는 정신을 차리지 못 했다. 간혹 영국의 병사들이 새로운 조총을 사용하지만 대부분 낡아빠진 물건이었다.

반면 신품 브라운베스 머스킷은 달랐다. 성능 확인을 위해 단 한 번 사격하여 총열도 매끈하였고 개머리판에는 광택이 맴돌 지경이었다.

“이런 병기를 조선이 왜 구입한단 말인가? 얼마 전에 조총을 도합 삼만 정이나 내놓은 나라가······. 무엇이 부족하여 이런 크고 듬직한 총을 사들이지.”

상인에게서 정보를 얻으려는 임칙서였지만 그는 고개를 도리도리 돌리며 절대 답 하지 않겠다는 듯이 입을 다물었다. 한숨을 내쉰 임칙서는 자그마한 금덩어리를 내밀었다.

“이 소총은 브라운베스라 하는 제식병기입니다. 저희가 쓰는 것 보다 더 개량하여 퍼커션 캡 모델로 강화하였으며 이로 인하여 가격은 한 정에······.”

“상세한 사항은 되었으니 조선이 이 무기를 얼마나 수입하는지 말하도록.”

“확실히는 모르지만 저희 동인도 회사에서 최소 일만 정 이상을 매년 구입하고 있습니다!”

임칙서는 총을 내려놓고 생각에 잠겼다. 그는 군사에 대한 지식이 있었으니 이 브라운베스라는 소총이 얼마나 위협적인 무기인지는 말 하지 않아도 알았다.

조선은 지금까지 사 년 동안 영국과의 무역을 하였고 매년 일만 정을 사들였다면 파손이나 망실된 물건을 감안해도 삼만 정 이상의 신형 머스킷을 소유한 국가였다.

“소리장도(笑裏藏刀 - 웃음 속에 칼이 있다, 적을 방심시키고 공격하는 전술)인가. 황상께 조공을 바쳐서 현혹시키고 팔기군을 방심하게 만들려는 것이 분명해!”

조공으로 인력과 각종 자원 심지어 병기까지 내놓고 있는 조선이지만 뒤로는 신형 무기를 대량으로 구매하고 있었다. 무기만 구매하였다면 임칙서도 의심 수준에서 끝났을 것이다.

의심을 키운 것은 영국의 태도였다. 아편을 어떻게 밀매하였는지 모르지만 법을 어길 듯 말 듯 움직이니 마치 한 대 쳐보라는 심산으로 건들거리는 모습이었다. 이는 정상적인 모습이 아니었다.

임칙서는 갑판 위로 올라가 영국의 상선들을 살펴보았다. 고작 상선임에도 청나라에서 사용하는 정크선과 견줄 수 없이 화포가 튼튼하고 선체가 우람하였다. 상인이 아닌 선장을 찾아간 임칙서는 아예 금 덩어리를 내놓으며 물어보았다.

“조선에서 이러한 선박을 얼마나 구매하였는지 궁금하군. 혹여나 알려줄 수 있나?”

“저도 잘은 모릅니다. 조선은 적어도 배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더군요.”

임칙서의 의심은 더더욱 증폭되었다. 모든 문물을 받아들이고 함대를 구성하면 조선의 덩치로는 그 유지비를 감당하지도 못 하고 거꾸러질 것이라 예상하였다.

반면 조선은 목적을 가지고 오로지 육군에 집중하는 것 같았다. 강력한 수군으로 돌변할 수 있는 상선을 지닌 영국과 협력한다면 최악의 조합이 되리라.

“당장 황상께 보낼 서신을 준비하도록! 아주 급한 일이니 꼭 전달되게 하라!”

조선이 얼마나 많은 병력을 보낼지는 몰랐지만 승산이 있으니 합을 맞추어 전쟁을 치르려 하리라. 당장 영국과의 거래를 끊고 추방하고 싶었지만 기회는 아직 임칙서에게 있었다.

그에게는 아편 단속으로 입수한 은자가 있었으며 부호들에게 재산을 각출할 수도 있었다. 뭍으로 내려와 상인들을 소집한 임칙서는 질문을 하였다.

“내가 보기에 영길리의 총과 화포는 쓸 만한 것 같더군. 이를 많이 사들이고 싶은데 얼마나 많은 자금이 들어가는지 알 수 있겠는가?”

“브라운베스는 한 정에 은자 열두 냥이며 화포는 종류마다 다르지만 한 문에 은자 팔백 냥 정도 합니다. 얼마나 구매하실 생각이십니까?”

“일단 총 일만 정부터 구매하고 싶군”

더 나은 무기를 쓰는 상대와 맞서 싸우려면 같은 무기를 사용해야 승산이 있었다. 임칙서는 전쟁이 언제 어떻게 일어날지는 몰랐지만 최대한의 준비를 갖추기로 하였다.

임칙서가 알아차린 조선의 진실은 도광제에게 보고되었다. 도광제는 의심이 과하다며 임칙서를 책망하려다가 최소한의 준비를 갖추기로 하고 명령을 내렸다.

“아이신기오로 자이콴은 명을 들으라. 근래에 들어 변방이 소란하고 여러 오랑캐가 번잡한 일을 저지르니 마음이 들쑤시는구나. 팔기를 소집하여 변란에 대비하라.”

“신 자이콴 명을 받들겠사옵니다. 황상께서 어느 오랑캐를 토벌하라는 명을 내려도 모든 군사를 소집하여 철저히 토벌하겠나이다. 대략 여섯 달 정도 걸릴 것이옵나이다.”

“조선이 계속 고개를 숙이고 있다면 충실한 번국으로 모범을 보이는 것이다. 다만 짐의 심기를 어지럽히기 위해 무모한 행동을 일삼는다면 엄히 벌할 것이니 이를 준비하라.”

지엄한 황명이 내려졌지만 팔기군으로 대규모 원정군을 편성하는 것은 6개월로 될 일이 아니었다. 기강이 떨어지고 도적떼와 다름없는 이들이 집결하려면 1년 뒤인 1840년 9월은 되어야 가능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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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말 겨울추위를 뚫고 조선에 방문한 찰스 엘리엇, 본래 역사에서 외교관이자 해군 제독이며 홍콩 초대 총독이 된 인물이 조선을 방문하였다. 그는 빵빵한 얼굴을 들이밀며 죽어가는 목소리로 효명세자에게 말하였다.

“청나라와의 무역에서 사소한 문제가 벌어져 조선으로 향하는 화물이 탄로가 났습니다. 참으로 애석한 일이지만 이번에 도입할 브라운베스 물량 일부가 유출되었습니다.”

“참으로 애석한 일? 지금 영길리와 이 나라가 대계를 논하고 있는데 애석한 일이라? 그러하면 어디까지 유출되었는지는 아시오?”

“저도 상세히 모르고 있습니다. 상인이 뇌물을 받은 정황은 드러났지만 얼마나 알고 있는지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는 알 길이 없습니다. 부디 실수를 뉘우칠 기회를 주십시오.”

효명세자는 표정을 일그러트리고 눈썹을 꿈틀거리며 벌레 씹은 표정으로 찰스 엘리엇을 바라보았다. 그는 조선의 예의에 맞게 부복을 하며 자신을 반성하는 태도를 취했다.

반성을 한다고 달라질 것은 없었으니 효명세자는 코웃음을 쳐댔다. 조선의 전략은 청나라가 제대로 전력을 갖추기 전에 수도를 함락하고 강화 협상을 맺는 것이었다.

이 전제조건이 깨져버렸고 전략 자체가 헝클어졌다. 총리인 웰즐리와 외교장관 파머스턴이 만에 하나라도 생길 수 있는 변수를 뭉개버릴 작정을 해 버린 것이다. 외교관인 찰스 엘리엇은 되도 않는 변명을 하였다.

“우연히 벌어진 일이지만 수습할 방법이 있습니다. 함대를 더 임대하셔서 적이 집결하기 전에 북경 인근의 천진 항을 공격하시면 적의 분열을 유도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 함대 비용은 누가 대고 전쟁 비용은 어떻게 할 작정이오? 프리깃 스무 척만 임대해서 전쟁을 일 년만 벌여도 유지비와 수리비 그리고 소모비가 백만 파운드에 달하는데!”

효명세자는 너무나 분통이 치밀어 올라 자리에서 일어나 나를 슬쩍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헛웃음을 지으며 엘리엇이 들으라는 듯이 말하였다.

“지금은 고인이 되신 윌리엄 4세께서 말하시기를 영국 사람은 믿을 수 있지만 영국이라는 나라는 믿을 수 없다 하였소. 그 말이 맞는 것 같구려.”

애초에 효명세자가 영국을 믿지 않았지만. 분위기로 보아 아직도 부복하고 있는 엘리엇을 박살내라는 말이니 대사관으로 쓰이는 경운궁으로 안내하였다.

“한센 박에게도 죄송한 일입니다. 본래 청나라와의 전쟁을 통해 조선을 독립국으로 만들고 영국의 확고한 동맹으로 삼으려고 하였습니다.”

“세상에 우연이 넘쳐나는 법이니 그럴 수도 있지요. 잠시 마음을 정리하겠습니다.”

엘리엇은 영문도 모르고 외교관저로 쓰이는 경운궁 후원으로 따라왔다. 여기에는 각국의 호위병들이 모여서 훈련을 하고 있었는데 나는 프랑스 호위병에게 흑색화약 리볼버를 빌렸다.

“마음을 정리하신다면서 왜 리볼버를 드시는지요.”

“마음을 정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죽어 마땅한 놈을 쏘아 죽이는 상상을 하는 것이니까! 널 쏘아죽일 수 없으니 표적이나 쏴야지!”

심호흡을 하고 장전된 흑색화약 리볼버를 표적에 쏘았다. 한 발을 쏠 때마다 억지로 분노를 담아 총성과 함께 고함을 내뱉었다.

“우연이라니! 지○하고 자빠져있네! 그렇게 아편을! 밀수하면서! 우연히 머스킷이 넘어가!”

“좀 진정하시지요! 으헉!”

흑색화약 연기가 모락모락 올라오는 리볼버를 들이대니 엘리엇은 놀라서 뒤로 자빠졌다. 나는 프랑스 호위병에게 리볼버 하나를 더 빌리고 코웃음을 치면서 말했다.

“내가 영국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서 영국과 흡사한 짓을 하는 것인데 뭐 그리 놀라시나? 댁들은 정중하게 웃는 얼굴로 인사를 하고 뒤에서는 지금처럼 흉계를 꾸미던데?”

다시 여섯 발의 리볼버를 발사하니 손목이 아려오고 흑색화약 연기로 콧물과 눈물이 나왔다. 그래도 한 번 쏘았으니 대수롭지 않게 리볼버를 받아들고 사격을 하였다.

“생각해보니 내가 더 나은 점이 있지. 나는 영국처럼 뒤에서 흉계를 꾸미지 않지. 우연을 빙자해서 남을 엿 먹이지도 않고. 그런 점에서 네놈들이 더 역겨워!”

도합 18발의 리볼버를 쏘고 다 쏜 리볼버를 표적에 집어던진 다음 이를 부득부득 갈아대며 엘리엇을 바라보았다. 그는 아직도 변명을 하려고 창백한 표정으로 차관을 권유하였다.

“참으로 안 된 일이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니 방도가 없습니다. 조금이라도 조선의 승산을 올리려면 저희의 차관을 더 받으셔서 전쟁에 쓰일 물자를 많이 구매하시지요.”

“앞으로 한 푼의 차관도 받지 않을 겁니다. 댁들을 믿느니 프랑스와 러시아를 믿고 말지요.”

영국을 더더욱 곤경에 빠트리려면 외교력과 군사력을 헛되이 소모하게 만들어야 한다. 청나라? 소모 할 가치도 없는 대상이니 논외이다.

그러나 조선이 최악의 사태에 직면하여 발작적으로 프랑스와 러시아의 연줄을 잡으려 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영국 입장에서는 청나라와의 전쟁을 진행하며 외교 전쟁도 진행해야 한다.

이미 그루시를 통해 청나라의 실상을 알아차린 프랑스는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엘리엇도 알고 있는 사항이니 그는 다시금 고개를 숙이며 말하였다.

“프랑스의 해군은 저희보다 약하고 경험도 적습니다. 저희도 적극적으로 참전할 것이니 부디 남쪽과 북쪽을 협공하여 승산을 높입시다.”

“승산? 확전을 요청하였으면 기꺼이 응할 것인데 네놈들이 지○을 해서 불구덩이로 사람을 밀어 넣었잖아! 승산이 더 적더라도 정직한 프랑스와 합을 맞추고 말지!”

다시 화를 내니 찰스 엘리엇이 움찔거리며 뒤로 물러났지만 욕을 먹어도 싸다. 우연을 핑계 삼았지만 다른 나라의 대전략을 헝클어트렸으니 이 정도는 당해야지.

일부러 콧김을 뿜으며 자리에 주저앉자 프랑스 병사들이 박수를 치면서 환호성을 지르고 나를 응원하였다. 엘리엇은 이 광경을 보면서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하였다.

“이번 일은 참으로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부디 청나라의 선공을 당하는 일 만큼은 피해 주십시오. 그렇게 되면 승산이 없습니다.”

“우리 조선이 알아서 할 일이니 염려하지 마시오. 교역이나 제대로 하면 좋겠는데 설마 전쟁 이후 수입할 물자에 손을 댈 생각일지도 모르겠구려.”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니 염려하지 마시지요. 저희는 현지 시세와 연동해서 운송비만 받고 물건을 팔 겁니다.”

“거 현지시세가 갑자기 세 배 정도 폭증하겠네.”

마지막까지 쏘아붙이자 찰스 엘리엇도 분노로 얼굴이 벌겋게 변했지만 아무 변명을 못 했다. 내가 뻔히 일어날 일을 이야기 하였으니 미량 첨가된 양심이 드러났을지도 모른다.

이 보고가 들어가면 프랑스의 개입을 막으려고 웰링턴이 온갖 진땀을 뺄 것이다. 이미 베트남과 동맹을 맺은 입장이니 각종 압박을 취할 것이고 이와 동시에 전쟁도 치러야 하리라.

그리고 먹기 좋은 것은 혼자 먹어야지 나눠 먹을 이유가 없다. 이번 전쟁에서 조선이 가장 많은 이득을 거두어야 하니 당연히 다른 나라의 지분을 빼내야지.

작가의말

현상이 : 느그나라 혐성국

엘리엇 : 으윽... 진실이지만 너무 아프다

현상이 : 느그나라 뒤통수 잘침

엘리엇 : 으윽... 진실이라 반박할 수 없다

현상이 : 느그나라 시세조작 잘하고 아편밀매 잘함

엘리엇 : 팩폭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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