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효명세자와 함께하는 조선 생활-71화 (71/345)

< 7장 - 기병 (2) >

에마뉘엘 그루시는 나폴레옹의 전술을 고스란히 흡수한 장군 중 하나였다. 사실 흡수만 하였을 뿐 응용이라는 단계에는 이르지 못한 고지식한 사람에 불과하였다.

그 고지식함은 프랑스 기병 제도를 어떠한 고려도 없이 조선에 주입하는 방식으로 돌아왔다. 각 군현에서 소집된 조선의 병사들은 오늘도 이 주입식 교육을 이수하였다.

“날이 밝았다! 네놈들에게 다시 기병의 정수를 주입할 날이 밝았단 말이다! 어서 기상!”

“저놈의 영감은 일흔이 넘었는데 세상에 원한이라도 있나. 이러다 죽을 것 같은데.”

“청나라가 우리 조선을 침탈할 야욕을 보이고 있다는데 맞서 싸울 준비라도 해야지.”

가혹한 훈련과 충분한 휴식 그리고 다시 가혹한 훈련을 반복하는 조선 기병들은 이를 부득부득 갈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들은 6개월 뒤인 1839년 9월에 훈련을 마칠 제 4사단과 제 5사단에 소속된 기병들이었다.

“빨리빨리 일어나 세면을 마치고 식사를 하도록! 오늘의 훈련도 사흘 내내 이어질 것이니 숙영 준비를 철저히 하라!”

그루시의 부관이자 조만간 기병 여단장의 직위를 약속받은 임건보는 훈련 준비물을 점검하였다. 솜이불을 비롯한 필수적인 물품이 준비되었으며 화전민들이 기병들의 말을 가져왔다.

“병사 나리들이 타고 다니시기 좋도록 철저히 관리하였습니다. 발굽 관리는 불란서 사람에게 부탁해야 할 일이지만 나머지는 저희도 할 수 있으니 염려 마시지요.”

개인 장구를 갖춘 기병들은 자신의 신장과 등 높이가 비슷한 거대한 말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이들은 조선에서 120cm 내외의 등 높이를 자랑하는 앙증맞은 말을 탔을 뿐이다.

카자크 기병들을 통해 수입한 말은 러시아산 올로브 트로터(Orlov Trotter)였으며 신장은 160cm에 체중은 450kg에 달하고 힘과 속력 또한 어마어마했다. 조선의 기병들은 오늘도 말에 오르며 서로 푸념을 늘어놓았다.

“노서아 말을 타면 허벅지 살이 죄다 부르트고 차돌처럼 단단해질 지경이네. 자네는 나보다 덩치가 큰데 어느 정도 버틸 수는 있는가?”

“그렇게 먹고 마셔대는데도 군살이 쪽쪽 빠져나가고 단단한 근육이 하체에 생겨나고 있지. 죽을 것 같지만 살 것도 같다니 우습군.”

“그루시 장군님이 처음에 우리를 보자마자 죽도록 체력훈련부터 시켰는데 다 이유가 있었군. 체력훈련을 안 했으면 이런 말 위에서 한 각도 버티지 못 했을 걸세.”

푸념도 끝나고 훈련이 시작되었다. 그루시와 안드레이는 각기 전방과 후방을 담당하고 조선 기병들의 기초 훈련 중 하나인 간격과 대형 유지를 시작했다.

“지금부터 표준 간격으로 대열을 유지한 채 훈련 장소까지 기동 훈련을 실시한다! 말 아래로 떨어지는 놈이 있으면 죽었다고 생각하도록!”

흙먼지가 피어오르며 천여 명에 달하는 조선 기병들 사이에서 훈련을 담당하는 프랑스 장교들이 대열을 조절하였다. 느슨한 자율 기동에 익숙하던 조선 기병들은 철저히 간격을 유지하는 방법을 몸으로 익히고 있었다.

“전방과 후방 대열 사이의 간격은 일 미터다! 조선 단위로 석 자란 말이다!”

“그렇게 가깝게 접근하면 제 말이 앞말의 발굽에 치이지 않습니까! 말이 겁에 질렸습니다!”

“네놈이 겁을 먹고 있으니 너의 두려움이 옮겨진 것이다! 절대 겁을 먹지 마라!”

훈련을 통해 말을 타는 법을 익혀도 사고는 벌어지기 마련이었다. 공포에 질린 기수를 신뢰하지 못 한 말이 투레질을 하며 대열을 무너트렸고 한 기병이 비명을 지르며 낙마하였다.

이미 수천 명의 조선 기병을 훈련시킨 카자크 기병들은 바로 수습에 나섰다. 말 아래로 떨어져가는 사람을 낚아채고 다른 이들이 말을 대열 밖으로 이동시켰다.

“한 명 탈락! 앞으로 몇 명이 탈락하는지 지켜보도록 하지!”

대열 전체가 바짝 긴장하여 기동을 재개하였지만 그루시의 조절 덕분에 속력이 약간 늦춰졌고 더 이상의 사고는 없었다. 배정된 훈련장으로 향한 그루시는 미리 준비한 병장기를 뒤에 두고 연설을 하였다.

“기존의 조선 기병들은 도태된 병기인 활을 사용하였지만 이제는 이 시대에 맞는 병기를 활용해야 한다. 너희는 경기병부터 흉갑기병까지 병종에 따라 다른 병기를 사용할 것이다.”

“그렇다면 한 종류의 병기만 사용해도 된다는 말씀이십니까?”

“좋은 질문이다. 당연히 주 장비를 익혀야 하지만 다른 병과의 장비도 다룰 줄은 알아야지.”

그나마 멍청하지 않은 질문에 만족한 그루시는 앞 열에 있는 병사들. 나름 덩치가 크고 기초 체력훈련에서 우수한 성과를 거둔 이들을 지목하고 첫 장비를 배급하였다.

“이건 육중한 흉갑이 아닙니까? 여기에 기병도가 거의 석 자가 넘어 넉 자에 다다르는 거대한 칼인데요. 대체 어디에 쓰이는 물건입니까?”

“흉갑기병의 제식 장비이지! 흉갑기병은 최고의 말 위에 올라 든든한 흉갑에 의지해 가장 위험한 곳을 돌파할 목적으로 창설된 부대이다. 카자크 촌놈들도 흉갑기병은 잘 알고 있겠지?”

“프랑스 흉갑기병을 모르면 병사 자격이 없지. 포도탄 집중사격에 노출된 상황에서도 우리 군대의 요새 하나를 기병으로 점령했잖아. 무식하기로는 천하제일이지.”

아직 낭만이 있으며 명예에 대한 욕심이 있는 시대였다. 조선 병사들은 무거운 흉갑과 거대한 기병도를 매만지며 뿌듯한 감정을 느꼈다. 여기에 흑색화약 권총까지 두 자루나 챙기자 아예 콧노래를 불러댔다.

흉갑기병 다음으로는 총기병대와 경기병이 물품을 지급받았으며 마지막으로 창기병대가 물품을 지급받았다. 그루시는 각 병장기를 패용한 기병들을 확인하며 당당하게 말했다.

“너희는 지금까지 어설픈 기병 나부랭이였지만 이제 어엿한 기병이 되었다. 다들 뭣 하나? 박수로 새로운 기병의 탄생을 축하하지 않고!”

프랑스 기병들과 카자크들이 일제히 박수를 치며 환호성을 질렀고 조선 기병들은 이러한 칭찬을 만끽하며 가슴을 곧게 폈다.

지휘관인 그루시가 며칠 전 까지만 해도 제사상을 일 년 전에 받아두라는 말을 하였지만 이는 과장에 불과하였다. 이렇게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사람이 죽어나갈 훈련을 하겠는가.

설령 무기술 훈련을 하여도 이런 좋은 장비를 지급받았다면 견딜 수 있었다. 그루시는 조선 기병들의 표정을 확인하며 다음 명령을 내렸다.

“그럼 무기술 훈련을 시작하겠다. 지금 연기가 피어오르는 언덕 보이는가? 대열을 유지하라는 말은 안 할 것이니 저기까지 가며 훈련용 목표물을 공격하게.”

“연기가 피어오르는 언덕이라 하시면 적게 잡아도 삼십 리(12km) 밖에 있습니다. 저기까지 질주하며 튼튼한 허수아비를 모조리 공격하라니요. 너무 가혹합니다.”

만호 출신의 기병이 공포에 사로잡혀 멀리서 연기를 뿜는 언덕을 가리켰다. 머나먼 언덕으로 향하는 길은 진창과 수렁 그리고 높은 언덕이 즐비한 장소였다.

배치된 허수아비는 통나무에 밀짚을 감아 두어 얼핏 보아도 사람 한 명의 무게는 하게 생긴 물건이었다. 이를 어설프게 공격하다가는 반동으로 낙마할 염려가 있었다. 그러나 그루시는 태연하게 답변했다.

“저건 첫 번째 장소에 불과하며 총 기동 거리는 조선의 거리로 일백이십 리(40km)가 조금 안 된다네. 시범이 있어야 하니 임건보! 자네가 전열에 서게!”

“명을 받들겠습니다! 그럼 간다! 으랴아아아앗!”

임건보는 고함을 치며 기병도를 한 손으로 움켜쥔 채 말을 박차고 질주하였다. 좌우로 요동치며 수렁과 진창을 교묘하게 피한 임건보가 통나무에 칼을 날렸다.

큰 소리가 나며 통나무가 뒤로 젖혀졌고 임건보는 다음 허수아비를 향해 돌격하였다. 삼 년에 걸친 노력의 결정체를 확인한 그루시는 만족하여 고개를 끄덕이며 명령을 내렸다.

“자네들은 앞으로 이 훈련을 반복하여 어엿한 기병으로서의 자질을 키울 수 있을 것이네. 말이 지치면 바꾸면 되고 사람은 계속 남아 훈련을 할 수 있으니 어찌 좋지 않은가.”

“만약 낙마하여 크게 부상을 입거나 중도 탈락하면 어떻게 됩니까?”

“낙마할 때를 대비해 최소한의 안전은 갖춰 뒀지만 불행한 사고가 있을 수도 있지.”

구석에 있는 자그마한 비석을 가리킨 그루시는 십자성호를 긋고 답하였다.

“어쩔 수 없이 죽은 사람은 내년에 제사상을 받으면 되겠고 탈락하면 기초 체력훈련부터 다시 시작해야겠지. 내가 일 년 전에 죽었으면 좋을 정도의 훈련이 있다 했는데 농담이라 생각했는가?”

끔찍한 훈련 난이도에 질린 조선 기병들은 할 말을 잊고 창백한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저 멀리서는 임건보가 기합을 넣으며 통나무를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항명하려 하였지만 순조에게 전권을 위임받은 그루시에게 반항할 수 없었다. 기병들은 나름 경험을 많이 쌓은 병사와 장수를 위주로 훈련에 돌입하였고 끔찍한 난이도에 모두가 공평하게 고통을 겪었다.

“이걸 어떻게 한 손으로 휘둘러! 사람 잡겠네!”

“야 이 머저리야! 말에서 전해지는 탄력을 이용하라고! 탄력을 타고 찔러도 충분해!”

카자크 기병들이 훈수를 두었었지만 경험이 없는 조선 기병들 입장에서는 복장을 터트리는 훈수가 대부분이었다. 통나무를 기병도로 찔렀지만 힘이 부족하여 흔들리지도 않았다.

지급받은 프랑스식 세이버는 한손 사용을 전제로 하였으니 사용법부터 익혀야 하는 물건이었다. 움찔거리는 통나무를 본 카자크는 고함을 치며 훈련을 다시 시켰다.

“이래서야 상대 기병들이 겉에 두른 가죽이라도 뚫을 수 있겠냐! 다시!”

“으아아아아악! 이걸 어떻게 하란 말이야!”

“비명을 지른다고 적이 죽나? 제대로 공격하지도 않았는데 적이 죽느냔 말이다! 다시 해라!”

총 네 번의 시도 끝에 가까스로 합격한 기병은 어깨를 주무르며 다음 목표로 향했다. 처음 열 개는 자신의 눈높이에 가까운 녀석이지만 다음 열 개는 말의 머리 높이에 배치되었다.

그나마 배운 것이 있어서 기병도로 찔렀지만 높이가 다르면 힘을 가하는 중심점이 어긋나기 마련이었다. 통나무에서 칼이 미끄러지고 바닥에 구른 기병에게 카자크가 다가와 말하였다.

“벌써 탈락인가? 탈락하려면 저기 가서 푹 쉬고 기초훈련부터 다시 하자고!”

“아직 할 수 있습니다!”

훈련 중 부상을 막기 위해 허수아비 근처에 깔아둔 밀짚 위에 떨어졌으니 어지러울 뿐 다시 말에 오를 수 있었다. 처음에는 악다구니를 가지고 훈련에 임한 조선 기병들이지만 결과는 참담하였다.

임건보가 40km를 질주하며 말을 네 번이나 갈아타고 모든 목표물을 완주했을 무렵 조선 기병들은 평균적으로 첫 번째 언덕에서 체력이 고갈되어 뒹굴고 있었다.

그래도 조금이라도 노력을 해야 그루시의 벌이 떨어지지 않을 것 같았다. 기병들은 해가 저물 무렵에도 말에 올라 반 시체 몰골로 칼을 휘둘렀고 그루시는 훈련 종료를 선언하였다.

“오늘의 훈련은 여기서 마칠 것이네. 다들 푹 쉬고 내일 훈련을 재개하도록.”

“감사합니다!”

다들 지옥 같은 하루를 보냈지만 내일을 생각하니 살 수 있었다. 그러나 임건보의 명령을 받은 보인(保人)들이 숙영지를 설치하였고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고작 이십 리 밖에는 뜨뜻한 온돌이 설치된 숙소가 있는데 왜 이런 일을 저지른단 말인가. 반면 그루시와 교관들은 말에서 내려와 자신에게 배정된 천막을 확인하고는 말했다.

“오늘의 훈련을 마칠 것이라 하였지 모든 훈련이 끝났다고는 안 했네. 자네들은 앞으로 삼 일은 기동 전술훈련, 다시 삼 일은 병장기 훈련을 하고 하루만 쉴 수 있다네.”

“이런 훈련을 육 일 내내 하고 하루를 쉬다니요! 그러다가 죽을 겁니다!”

“자네들이 어엿한 기병이라면 누려야 할 혜택이지만 아직 제대로 된 기병도 아니지 않나. 자네들을 훈련시키느라 일흔이 넘은 내가 이런 숙영지에서 잠을 청하게 되었군.”

그루시의 철저한 가르침과 카자크의 섬세한 보살핌은 부상자를 만들었지만 죽는 사람이 생겨나지 않을 정도의 훈련을 가능하게 하였다.

반면 조선 기병들의 정신은 날이 갈수록 마모되었다. 삼 일 내내 갖은 험지를 질주하며 다시 삼 일 내내 무기를 휘두르기를 반복하니 광증(狂症)의 조짐이 보였다. 여기에 프랑스 출신 교관은 속에 불을 질러버렸다.

“청나라 군대는 상대할 수 있는데 숫자에 밀려서 몰살당하겠군. 닭도 숫자가 많으면 솔개를 잡을 수 있는 법인데 너희는 칠면조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명심하도록.”

“청나라 군대라 하셨습니까? 청나라가 왜 저희와 전쟁을 벌인다는 말입니까?”

“그야 만만하고 숫자도 적은 나라가 있는데 당연한 결과 아니겠어? 너희들이 훈련받는 이유는 청나라가 조선에 눈독을 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나름 조선의 역사에 대해 배운 프랑스 교관은 청산유수처럼 병자호란의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조선이 지금까지 공격을 당하지 않은 이유는 가난한 나라라는 점 하나라고 비난까지 하였다.

조선이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며 점차 부유한 나라가 되니 병자호란처럼 전쟁을 벌일 것이라는 주장을 하였다. 정신이 마모된 기병들은 이 이야기에 심취하여 옛 원한을 되새기기 시작하였다.

“청나라 놈들 때문에 우리가 이 꼴이 된 거야. 주상전하께서는 이 조선을 부유하게 만들려 하셨는데 저놈들이 우리를 못 살게 구는 것이 아니겠나! 모조리 죽여 버리자!”

“악! 제가 청나라 장수를 만나면 배에 칼을 넣어 쑤셔도 될지에 대한 허락을 구하는 것을 묻는 것에 대한 승인을 요구하는 것에 대하여 검토해주실 수 있는지를 알아도 되겠습니까!”

“기합이 아주 잘 들었으니 허락한다! 네 말대로 팔기군을 모조리 죽이면 우리가 훈련을 받을 필요가 없다! 인조대왕의 원한을 갚자!”

여기에 카자크들의 욕설과 프랑스의 문화가 가득 담긴 언어폭력이 추가되었다. 눈에 독기가 서린 조선 기병들은 생전 만나본 적도 없는 청나라 팔기군을 향해 원한을 키우기 시작하였다.

“이번에도 독이 아주 바짝 올랐는데? 지난번에 가르친 녀석들은 왜 그런지 몰라도 독기가 덜 올라서 부족해 보였는데 아주 만족스러운 결과야.”

“저 정도는 되어야 적을 모조리 죽일 욕심으로 움직이지. 장군님이 보시기에도 그렇지 않습니까? 아직 실력은 부족하지만 부족한 실력은 의욕으로 보충할 수 있지요.”

“이런 상황에 청나라 정찰병이라도 한 일백 명 정도 온다면 적당할 것 같은데.”

그루시는 몇 개월 전 조선에서 보내온 첩보를 입수하고 있었다. 조만간 청나라의 정찰병이 여기까지 올 것 같은데 좋은 사냥감이 될지도 몰랐다.

안드레이는 정찰병을 상대로 실전을 치를지도 모른다고 판단하여 훈련을 다양하게 변형하였다. 먼 거리를 이동하며 맹수를 사냥하는 기동훈련을 비롯하여 카자크 특유의 포위와 기습을 권장하는 훈련이었다.

기병들은 훈련이 변하자 점차 안정을 찾아갔다. 물론 새로 고쳐진 정신의 핵심에는 청나라에 대한 원한이 가득하였기에 이러한 공격성향은 언제나 풀릴 조짐이 보였다.

이윽고 1839년 5월이 되었을 무렵 카자크 정찰병들이 황급히 본진으로 돌아와 보고를 올렸다. 박현상을 통해 입수한 정보를 토대로 청나라에서 마침내 정찰병을 보낸 것이다.

“여단장님께 보고를 올립니다! 서쪽 산골짜기에서 청나라 정찰병으로 보이는 기병 삼백여 기를 발견하였습니다! 이들을 당장 추적하시겠습니까?”

“정찰병이 왜 삼백 기나 뭉쳐서 다니지? 혹시나 대규모 원정군이 출몰할 조짐은 없는가?”

“그러한 조짐은 없습니다. 저희도 여러 경로로 정찰을 하였지만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마 서쪽 저 멀리에서는 이미 원정군이 거점을 만들고 있겠군.”

단순한 정찰병이면 여러 경로로 분열하여 정보를 입수하고 복귀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식이었다. 이런 규모의 정찰은 대규모 원정군에서나 벌어지는 현상이었다.

난데없는 전쟁의 조짐에 머리가 아파온 알렉세이는 자리에 앉아 지도를 보며 그루시에게 제안을 하였다.

“청나라는 인구가 수억 명이 넘으니 일만 명 정도의 기병은 손해도 안 보고 변방에 던져 넣을 수 있을 거야. 그 이상의 군대라면 우리가 정보를 입수했겠지.”

“내 생각도 같다네. 정찰이 아닌 일만 명 정도의 공세를 파견하기 전에 선제 타격 용도로 보낸 병력이겠군. 그렇다면 우리로서도 상황이 난감해지는데.”

우수리스크에 있는 병사는 프랑스 교관과 카자크 기병을 포함하여 기병 오천여 기에 불과하였고 여기에 이천여 명 정도의 훈련병들이 머물고 있었다.

청나라 기병에 대한 정보가 없으니 일만 명 이상의 기병을 상대로 조금이라도 전력을 끌어올려야 하는 시점이었다. 그루시는 지도를 보며 입술을 짓씹다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명령을 내렸다.

“아직 훈련도 덜 된 녀석들이지만 천 명 정도가 단숨에 몰아치면 삼백 명 정도는 제압할 수 있겠지. 놈들이 아직 주변 정황을 모르고 뭉쳐있으니 이번 기회에 실전 경험을 쌓자고.”

석 달 이상의 훈련이 남은 훈련병들의 파견이 결정되었다. 예상대로 전면전이 벌어지면 조금이라도 더 많은 병사가 필요하니 이번 실전 경험을 통하여 훈련도를 단숨에 끌어올리려는 생각이었다.

그루시와 안드레이의 생각은 어디까지나 상식에 기반을 둔 대처였다. 그러나 청나라는 비상식적으로 움직이는 국가였다.

우수리스크 인근까지 움직인 청나라 기병들은 제대로 된 정찰병도 아니고 마적으로 분류해야 될 패거리에 불과하였다.

작가의말

소제목을 기병으로 변경하였습니다.

프랑스와 러시아가 이제 청나라의 실상을 어느 정도 알게 되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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