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효명세자와 함께하는 조선 생활-66화 (66/345)

< 7장 - 출산 >

음력 8월이 되어 무더위가 한풀 꺾이고 서늘한 바람이 불어올 시기에 아내의 진통이 시작되었다. 예상보다 만산(晩産)이 되어 여러모로 힘든 출산이 될 것 같아 지인들이 집에 몰려들었다.

“부부들의 생각과 행위를 하느님의 은총으로 이끄시어······.”

어느새 천주교신자가 된 장인어른 김유근은 십자가를 움켜쥔 채 눈을 감고 기도를 하였다. 이제 천주교를 믿는 것이 공인되었고 개인의 선택이 되었으니 만류하는 사람도 없었다.

옆에서는 김좌근이 꾸벅꾸벅 졸고 있었으며 일준이는 천주교 신자 아니랄까봐 앞마당을 맴돌며 기도를 올렸다. 뇌가 터질 것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할 수 있는 조치는 모두 취해두었다.

숙련된 산파를 고용하고 일준이가 개발한 소독약으로 환부와 산파의 손을 모조리 소독하였으며 나머지 기구는 끓는 물로 세척하여 세균 감염을 막았다.

최악의 사태를 대비해 로버트 리스턴을 불러두었다. 외과 의술이 부족한 이 시대에는 제왕절개를 시작이라도 해 볼 수 있는 의사였지만 그는 초조한 듯이 시계를 바라보며 말했다.

“첫 진통이 시작되고 20시간이 지났습니다. 제가 수술 경력이 없지만 산모의 체력을 감안하면 지금이라도 제왕절개를 실시하시는 것이······.”

“마취제가 있다 하여도 위험하지 않습니까. 얼마 전에 아편에서 분리한 모르핀은 호흡 억제와 혈압 강하효과가 지나치게 심하니 최후의 방법으로 사용하시지요.”

지금의 제왕절개는 어디까지나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는 위험천만한 수술이다. 할 수 있는데 까지 버텨보고 산파가 포기한 다음에야 해야 할 수술이었다.

“아이가 나왔습니다!”

김유근과 김좌근이 벌떡 일어나고 로버트 리스턴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잠시 뒤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리고 산파가 나와서 피로에 휘청거리며 말했다.

“튼튼한 남아를 출생하였습니다. 당분간 금줄을 치고 출입을 금하시지요.”

“여부가 있겠소. 당장에라도 부인을 만나고 싶지만 아니 되는 일이지.”

현대라면 당장이라도 만날 수 있겠지만 아직 항생제가 없어 나로 인해 감염이 벌어지면 아내와 아이의 목숨이 위험하였다.

어쩔 수 없으니 주변 사람들과 있어야 할 시간이었다. 김유근은 기도를 마치고 성호를 올렸으며 김좌근은 잠이 다 깨었는지 벌떡 일어나 나와 악수를 나누었다.

“고생이 많았네! 마음속으로는 조카손녀가 나기를 원하였지만 손자도 나쁘지 않지. 아무렴 그렇고말고.”

“처숙부님도 며칠 동안 밤을 지새우느라 피곤하였는데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좌근이가 고생이 많기는. 나도 밤을 지새우기는 매한가지였는데.”

김유근도 내 어께에 손을 올리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일준이는 뒤를 이어 다가오고 내 손을 잡고 마구 흔들며 말했다.

“드디어 너도 아이가 생겼구나. 앞으로 눈이 휙휙 돌아갈 테니 정신 똑바로 차려.”

“늦게 생긴 아이이지만 정신을 정말 똑바로 차려서 키워야지.”

조선시대의 공식적인 나이는 29세이지만 우리는 시작부터 나이를 속였으니 알맹이는 37세이다. 어느새 중년이 시작된 일준이와 나도 슬슬 흰머리가 올라왔다.

21일이 지나고 아이를 만나게 되니 정말 정신이 없었다. 조그마한 손으로 내 손가락을 움켜쥐니 어느 무엇보다 뿌듯한 느낌이 들 지경이었다.

첫 아이의 이름은 놀랍게도 순조가 내려주었다. 순조는 21일이 지나기가 무섭게 나에게 교지(敎旨)로 명령을 내렸는데 초명이 아닌 본명으로 사용할 이름이 담겨있었다.

“주상전하가 명하시기를 아이의 이름은 은찬(殷燦)으로 정하라고 하였소.”

“하해와 같은 은혜로 이름을 내려 주시니 감읍할 따름입니다.”

산후조리가 끝나가는 아내는 아이를 안은 채 은찬이라는 이름을 몇 번이고 되새겼다. 본래 친가에서 지어줘야 하는 이름이지만 나에게 친가가 없으니 내린 특별 조치이다.

이 교지는 성은이기도 하지만 명령이기도 하였다. 아내의 산후조리가 끝나고 위험한 시기를 끝냈으니 본격적으로 외교 업무에 착수하라는 소리였다.

청나라와의 일전을 대비하여 적을 현혹시키는 과정이 필요하였다. 정황을 살피니 청나라도 서서히 조선을 의심하기 시작했는데 내가 직접 나서서 청나라를 한 번 뒤흔들 필요가 있었다.

“은찬이가 웃고 있어요! 지금 우리 은찬이 생각하셨죠?”

아들은 내 생각을 알았는지 아니면 그냥 내 얼굴이 보기 좋아서 웃는지 모르지만 해맑게 웃고 있었다. 혹시나 내가 또 혐오스러운 생각을 하였다고 웃고 있는 건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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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8년 음력 7월에 조선에서 출발한 다람쥐 1만 마리는 가장 빠른 선박을 통해 계속 옮겨졌다. 조금이라도 많은 다람쥐를 살리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조치가 취해졌다.

“조금이라도 큰 우리에 각각 나누어서 배정해! 가급적 신선한 물과 곡물을 주도록!”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야생동물인 다람쥐는 픽픽 죽어나갔고 마침내 980여 마리의 다람쥐가 런던에 도착하였다. 이 다람쥐들은 바로 철창에 담겨 경매에 들어갔다.

“첫 상품은 암수 섞어서 열 마리입니다! 신선한 녀석들이니 어서 구매하십시오!”

“십오 파운드 내겠소!”

“십구 파운드! 아니 이십오 파운드!”

평균 가격은 다람쥐 한 마리당 4파운드, 은자 20냥에 달하였고 휴 린지는 흥분하여 제자리에서 방방 뛰어댔다. 죽어나간 9천여 마리의 다람쥐와 조치가 아깝지 않은 수입이었다.

듣자하니 미국에서도 다람쥐를 수입한다지만 두 상품의 차이는 알고 있었다. 희소성과 귀여움으로 무장한 다람쥐가 절대 패할 일이 없다 생각한 동인도회사는 차기 수입계획을 세웠다.

이 다람쥐를 사들인 영국 귀족의 취미는 수없이 많았지만 가장 명망이 높은 취미는 예술 방면이었다. 이들은 아름다운 그림이나 작품들을 사들이고 후원을 아끼지 않았다.

웨스트민스터 후작 직위를 역임하는 그로브너(grosvenor) 가문은 이런 문화의 정점에 있었다. 그들은 동인도회사에 후원금을 보내 조선의 예술품을 사들였다.

가문의 후계자 리처드 그로스베너의 아내인 엘리자베스 부인은 남편과 함께 수집한 예술품을 자랑하였다. 이들은 아직 흥선부정의 관직에 있는 이하응의 난초를 감상하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 그림은 난초를 묘사한 그림이지요. 대영박물관에 전시된 정희 김의 회화는 고전 방식을 본떴지만 이 그림은 조선에 전해져 내려오는 전통 방식을 사용했어요.”

“엘리자베스 부인께서 자랑하실 만하네요. 저 문장은 왕족인 하응 리의 문장 아닌가요?”

“바로 알아보셨네요. 하응 리는 나이가 어린데도 품격이 넘치는 수묵화를 많이 그리지요.”

“단 한 번의 붓놀림으로 저런 아름다운 선을 그릴 수 있다니 재주가 넘치는 사람이에요.”

이하응은 그랑제콜 분원의 교육을 받으며 마음을 달래기 위해 수많은 난초를 그려댔다. 아버지 남연군이 대접을 받으며 형편이 나아진 이하응이기에 회화는 헐값에 외국으로 팔았다.

이러한 그림 가운데 몇 점은 대영박물관에 전시되었지만 약탈이나 절도가 아닌 올바른 방식의 구매이니 영국 입장에서는 손해를 보는 장사였다.

저택을 돌며 회화 감상을 끝낸 부인들은 담소를 나누며 홍차를 즐겼다. 이들이 보는 회화는 동방의 회화이며 홍차는 초의선사가 덖어낸 대동홍차였다. 홍차의 향을 알아챈 한 부인은 호들갑을 떨며 말했다.

“얼마 전에 조선의 초의라는 승려가 트와이닝스 사에 고용되었다죠? 조선 전통 차는 맛이 별로 없었지만 초의가 만든 새로운 홍차는 맛이 아주 뛰어났어요.”

“조선이라는 나라는 파면 팔수록 놀라움이 가득한 나라라니까요. 생물들도 예쁘지요.”

벽에 있는 호랑이 가죽과 표범 가죽을 확인한 엘리자베스 부인은 집사에게 박수를 쳤다. 이윽고 집사는 사람 키만큼 거대한 철제 우리를 가져왔다.

“다람쥐군요! 저도 다람쥐를 세 마리 길러서 소개하려고 가져왔는데 잘 되었네요.”

“두 다람쥐를 접붙여서 번식시키면 얼마나 좋을까요. 어서 꺼내오세요.”

대기하고 있는 마차에서 사람 키만큼 거대한 철제 우리가 운반되었고 두 다람쥐가 우리를 마주하고 만났다. 그러나 두 종의 다람쥐는 형태는 비슷해도 차이점이 있었다.

“이건 다람쥐(daramjwi)가 아니고 콜롬비아(미국의 옛 별칭)의 칩멍크(chipmunk)아닌가요?”

“저는 다람쥐라고 해서 구매했는데요? 제 지갑에 쓰인 가죽과 거의 같은 가죽을 가지고 있는데요?”

급작스러운 환경변화에 철망 안에서 쉴 새 없이 질주하는 다람쥐이지만 외형상의 차이가 있었다. 엘리자베스 부인은 두 종의 차이를 명확히 설명해 주었다.

“조선의 다람쥐와 비교했을 때 차이를 알려드릴게요. 각 개체마다 크기 차이는 있지만 칩멍크는 다람쥐보다 삼 할 정도 큰 편이에요. 무늬도 선명하지 않고 꼬리에 줄무늬도 없지요.”

“자세히 보니 알 것 같네요. 칩멍크는 거의 시궁쥐만큼 큰데 다람쥐는 작아요. 칩멍크는 아무리 생각해도 다람쥐를 어설프게 복제한 물건 같은데요.”

“콜롬비아의 인삼도 많이 수입되지만 조선의 홍삼과 비교하면 약효가 부족하잖아요. 물량이 많고 구하기 쉬워도 결국 조선 물건이 가장 좋다니까요?”

수요가 생겨 값싼 상품을 공급한 미국인들과 수입업자가 들으면 화를 낼 소리였지만 돈이 많은 귀족들이기에 당연하게 여겼다. 엘리자베스 부인은 자리에서 일어나 자랑스럽게 말했다.

“옳은 말이에요. 그러고 보니 남편이 조금 힘을 써서 다람쥐를 번식시키는 공간을 마련해 두었어요. 거대한 철창으로 나무 몇 그루와 다람쥐 서른 마리를 가둬 두었지요.”

“거기서 번식이 될까요?”

“모를 일이죠. 번식에 실패하더라도 자연에 사는 다람쥐를 보려고 특별히 만든 공간이에요. 한 번 감상하면 어떨까요?”

집사의 안내를 받아 후원의 숲으로 향한 엘리자베스 부인은 아몬드 한 주먹을 들고 철창 앞에 섰다. 그러나 정신없이 뛰어다녀야 할 다람쥐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오스틴은 어디 있나요? 다람쥐가 하루 만에 어디로 사라졌지요?”

“여기 있습니다. 제가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다람쥐에게 먹이를 주었는데 대체······.”

설치된 우리는 엄청난 값을 들인 물건이었다. 다람쥐가 갉을 수도 없고 빠져나갈 수도 없는 철망이며 땅을 파는 다람쥐를 대비해 4피트(1.2m)까지 기초를 설치하였다.

그러나 이런 우리는 자유를 갈망하는 다람쥐를 막지는 못했다. 집사 오스틴은 사방을 살피다가 토대 근처에 뚫린 굴을 확인하고 표정을 일그러트렸다.

굴의 끝을 찾기 위해 갈대를 엮어 넣으니 토대를 아래로 넘어 철망 한참 밖으로 빠져나왔다. 집사의 부주의가 아닌 남편의 설계 실수로 벌어진 탈출극이었다.

졸지에 값비싼 다람쥐를 잃어버린 엘리자베스 부인이지만 그로브너 가문 입장에서는 푼돈에 불과하였다. 그녀는 억지로 쾌활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우리 설계가 잘못되었네요. 다음 철망은 기초를 훨씬 깊게 묻어야겠어요.”

“안타까운 일이지만 어쩔 수 없지요. 그럼 내년에 다람쥐가 수입되면 방문할게요.”

“이 귀여운 것들이 여우를 만나면 모조리 죽어버릴 텐데 아쉬운 일이네요.”

자유를 갈망하여 철망 밖으로 향한 다람쥐가 어떤 일을 벌일지도 모른 채 부인들은 담소를 나누러 돌아갔다.

엘리자베스 부인의 예상과 달리 서른 마리의 다람쥐는 순식간에 영국 환경에 적응하였다. 이들의 천적인 여우와 고양이는 다람쥐를 목격하고 당황하여 움직이지도 않았다.

- 저건 뭔 쥐야? 독이 있을지도 모르니 건드리지 말자.

포식자들은 아무리 사냥하기 쉬운 먹이라도 익숙하지 않으면 사냥을 꺼리는 습성이 있었다. 몇 마리의 여우는 다람쥐에게 호기심으로 달려들기는 하였다.

그러나 땅을 뛰어다니던 다람쥐가 삽시간에 나무 위로 달려 오르니 사냥을 바로 포기하였다. 여우들과 고양이들의 방임으로 목숨을 건진 다람쥐는 숲에서 나와 농가로 향하였다.

창고를 살펴보던 농부는 밀알을 마구 삼키고 기둥을 타고 올라 환기구로 도망가는 다람쥐를 보고 놀라 자빠졌다.

농부들은 구석을 따라 이동하는 쥐를 잡으려 덫을 설치했지만 다람쥐는 날렵하게 수직으로 움직였다. 이러한 차이로 인해 기존의 쥐덫이 무력화되었다.

“이건 또 뭐야? 쥐덫도 설치해 두었는데 잡히질 않아?”

“저건 쥐가 아닌 것 같은데. 구석으로 도망치지 않고 기둥을 순식간에 타고 오르는데 쥐라고?”

“하는 짓거리를 보면 모르겠어? 쥐 같이 생기진 않았는데 하는 짓은 쥐잖아!”

영국에 있는 다람쥐의 생체시계는 겨울이 닥칠 것을 염려하였다. 이들은 겨울잠을 자기 위하여 3kg에 달하는 곡식과 견과류를 비축하고 충분한 영양분을 섭취하였다.

겨울은 오지 않았다. 습도가 높아지고 쌀쌀한 영국의 겨울은 굳이 겨울잠을 잘 필요가 없는 수준이었다. 결국 다람쥐의 생체시계는 오류를 일으켜 겨울이라는 과정을 삭제하였다.

겨울을 이미 극복한 것으로 인식하고 몇 개월을 뛰어넘어 봄을 맞이한 것으로 오인하였다. 엄청난 먹이를 비축하였고 천적도 없으니 암수의 두 다람쥐가 만나 서로 볼을 부비며 대화를 나누었다.

- 찍! 지금부터 번식을 실시한다!

- 찍! 번식을 실시하겠습니다!

다람쥐는 기후가 온화한 유럽에서 두 번 이상을 번식할 수 있었다. 서로 비축한 양식을 소모하며 번식한 30마리의 다람쥐는 한 달 만에 100마리로 수가 불어났다.

다른 귀족가문의 다람쥐도 속속들이 탈출하여 1839년 1월 경 런던의 다람쥐는 200마리로 불어났다. 이들은 온갖 장소를 쏘다니며 먹이를 찾았고 우연히 한 사람을 만났다.

영국에 방문한 초의선사는 트와이닝스 사에 근무하며 홍차 비법을 전수하였다. 그는 조선 기준으로는 더럽게 맛이 없는 찻잎을 덖어내고 발효시켜 새로운 홍차를 만들어냈다.

“이렇게 맛이 없는 차를 좋아하다니 서역인의 취향은 이해할 수 없다니까.”

동양의 차는 깔끔한 맛과 약한 향을 즐기지만 서양은 향과 맛 모두가 강한 것을 추구하였다. 초의선사는 오래 성장해 두툼하고 맛이 너무 강한 싸구려 찻잎을 즐기는 서양인을 이해할 수 없었다.

이해할 수 없어도 조선의 명성과 자신의 명성을 떨칠 수 있으니 원하지 않는 홍차를 만들어냈다. 이러한 모순을 다스리려 잠시 숲으로 향한 초의선사는 어쩔 수 없다며 중얼거렸다.

“내가 성과를 거두어 명성을 떨치면 주상전하께서 지원을 내려주시겠지. 좋은 일만 하고 살 수는 없는 법이니 이 또한 가르침을 얻는 과정이 아닌가.”

숲 한복판에 멍석을 깔고 가부좌를 틀어 참선을 시작한 초의선사의 곁으로 다람쥐들이 몰려들었다.

이들은 초의선사가 돌아가는 길에 먹기 위해 준비한 볶은 현미를 노렸다. 한 통이 넘는 볶은 현미가 다람쥐들의 입 안으로 순식간에 사라졌고 초의선사가 눈을 떴다.

“이건 또 무슨 일인가? 내가 알기로 영길리에는 다람쥐가 없었는데?”

눈을 뜬 초의선사는 주변에 몰려든 다람쥐를 보며 화들짝 놀랐다. 다람쥐가 달아나자 눈을 비비며 재차 확인하였지만 조선에서 살고 있는 다람쥐가 확실하였다.

런던 일대에 퍼진 다람쥐의 서식반경은 동료를 만나고 번식하며 점차 넓어졌다. 개중에는 이스트엔드로 흘러들어간 다람쥐도 있었는데 이 다람쥐는 끔찍한 환경에 당황하였다.

- 이런 끔찍한 곳을 봤나! 여기서 사느니 죽음을 택하겠다!

설치류 입장에서도 살기 버거운 환경이 이스트엔드의 빈민촌이었다. 지독한 악취에 코를 벌름거리던 다람쥐는 역겨운 환경을 피해 몸을 돌렸지만 마침내 천적을 만났다.

“맞았다! 오늘은 쥐고기 먹는 날!”

이스트엔드의 사람들은 쥐를 잡아먹는 경우가 흔하였으니 쥐와 흡사한 다람쥐도 사냥 대상이었다. 돌에 맞아 죽은 다람쥐의 가죽을 벗긴 빈민은 이를 불에 구워서 먹었다.

이런 불운한 사고로 죽는 개체를 제외하고 6개월마다 3배 이상으로 수가 불어나는 다람쥐는 머지않아 영국의 골칫거리가 될 예정이었다.

작가의말

박현상 : 아이가 주변을 인지하기 전 까지만 혐성부려야지

박은찬 : 아빠 또 웃으셨다 무슨 생각 하셨지?

영국은 조선의 문화에 빠지면서 다람쥐에 오염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몇 년이 지나기도 전에 비극이 시작되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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