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효명세자와 함께하는 조선 생활-56화 (56/345)

효명세자와 함께하는 조선 생활 - 56편

(6장 - 대경장(大更張) (2))

그랑제콜 분원을 용산에 둔 이유는 외국인이 들락거리는 기관인 점도 있지만 인근의 마포나루를 통해 문물을 전해받기 위해서였다. 개중 내 앞에서 한창 수레에 담겨 옮겨지는 인광석이 가장 중요했다.

다이토 제도에서 한양까지 옮겨온 인광석을 가공하는 곳이 그랑제콜이었다. 효율을 따지려면 전라남도 일대의 항구에서 비료로 만들어야 하지만 명분이 중요한 시대였다.

비료는 토지를 제대로 측량하고 세금을 성실하게 납부한 사람들에게 하사하는 물건이니 당분간은 한양에 만들어야지.

그랑제콜의 정문 안으로 들어가니 마침 앞마당에서 베서머 전로(轉爐)의 시험이 시작되고 있었다. 거대한 달걀형상의 용광로가 쉴 새 없이 연기와 불을 뿜고 있었다.

“그렇지! 좀 더! 좀 더 물러나! 온도가 부족한 것 같으니 공기 양을 조금 늘려!”

“이러다가 내화벽돌이 깨어질 것 같습니다! 온도를 좀 낮추십시오!”

일준이는 전로의 배출구에서 솟구치는 불길을 점검하며 뜨거운 열기에 진땀을 흘리고 있었다. 사방에서 불꽃이 용솟음치고 여기까지 열기가 밀려오고 있었다.

아무리 기술에 대한 지식이 있어도 이를 시대에 맞게 적용하고 실현화 시키는 것은 무한한 반복과 실험의 연속이었다. 이윽고 연기의 색이 변하였고 일준이가 지시를 내렸다.

“공기 공급 끊고 기울여! 빠르게 슬래그를 걷어내고 철만 분리해서 모아!”

“풀무 그만 움직여! 풀무 끊어!”

거대한 전로가 뒤엎어지며 다시 기술자들이 움직였다. 잡다한 불순물을 걷어낸 기술자들은 시뻘겋게 달아오른 쇳물을 쏟아내는 전로를 피해 달아났다.

화염이 솟구치며 쇳물을 쏟아내는 전로를 보니 저절로 가슴이 뿌듯해지는 것 같았다. 일준이는 털썩 주저앉아 땀을 닦더니 소금을 섞은 물을 마구 들이켜고 아예 털썩 누워서 말했다.

“한 번 실험할 때마다 수명이 일 년은 줄어드는 것 같네. 조금 있으면 결과가 나올 것 같으니 잠시만 기다리자. 이번에는 제발 성공하면 좋겠는데.”

“방법을 알고 있어도 문제라니. 이렇게 힘들 줄 알았으면 사람을 더 붙여줄걸.”

“그랑제콜 사람들 가운데 대다수가 말이 통하니까 좀 작게 말해. 나는 명나라 시절의 서적인 천공개물(天工開物)의 고로를 현대식으로 재구성 해 본 거지 방법을 모르고 있어.”

일준이는 현대에서 배운 각종 지식을 이 시대에 맞게 변경하고 실험하는 영감을 옛 서적에서 얻는다고 주변에 설명하였다.

이를테면 니트로글리세린의 발견은 옛 서적에서 초석과 염산을 섞고 화재가 일어난 사건을 재현하려는 시도이며 아스피린은 버드나무 껍질 추출물을 가공하려는 시도이다.

이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별로 겪지 않고 직관적으로 필요한 요소를 찾아나가 성공하니 다른 사람들이 천재라 부르고 있었다. 그런 일준이에게 에이다가 헐레벌떡 뛰어와 말했다.

“닐슨! 보름 전부터 고생이 많았어요. 이번에는 성공할 수 있을까요?”

“여보. 임신하고 석 달 정도 지났는데 제발 연구실에 가만히 있어줘. 내가 출근하는 것 까지는 상관 안 하겠지만 당신이 이런 위험한 곳에 돌아다니는 꼴은 못 보겠어.”

내 아내는 회임하지 않았지만 에이다는 어느 새 임신하여 지금 석 달이 조금 지난 시기라 하였다. 일준이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한사코 만류했지만 에이다의 고집은 꺾이지 않았다.

“닐슨도 참? 제가 안전수칙을 안 지킬 것 같아요? 그리고 누구 아이겠어요? 천재 둘 사이에서 태어날 우리 아이인데 태교를 과학으로 해야죠!”

태교는 동아시아의 문화이며 서양에는 아직 이념이 정립되지 않았다. 그러나 에이다는 조선에 살며 사교계에서 활동하듯 수많은 양반가를 들락거리며 정보를 입수했다.

일준이가 예전에 하소연을 하기를 에이다에게 이길 수 없는 것이 있었으니 그 활달함과 고집이라 하였다. 결국 일준이는 소금물을 들이켜고는 푸념하였다.

“당신을 말리느니 그냥 내가 들어가고 말지. 현상이한테 얼마 전 실험에 성공한 다이나모(dynamo) 발전기 좀 설명해줄 수 있겠어?”

“물론이죠! 그렇지 않아도 모형이 아닌 실제 발전기를 만들고 있었어요.”

에이다의 연구실은 제대로 정돈되어 있기는 했지만 보기만 해도 머리가 어지러워질 지경이었다. 찰스 베비지의 계산기는 이미 해석이 끝나 복제를 완료했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가뜩이나 복잡한 자카드 방적기와 계산기를 연결시켜 본래 역사에서 존재하지 않았을 새로운 기계를 창조하니 이럴 만도 하였다. 에이다는 탁자 위에 있는 머리 크기의 기계를 보여주며 말했다.

“새로운 방적기를 연구하면서 짬을 내서 만든 발전기에요. 제가 기초를 만들면 닐슨이 개량하기를 반복했죠. 모형은 완벽하게 작동하니 당장 실험 해 볼게요.”

내가 상상하는 발전기와 다른데 일단 작동은 하는 물건이었다. 양 도선에서 튀어나온 전깃줄이 일준이가 개량한 전구에 연결되었고 에이다가 레버를 돌리니 희미한 불이 들어왔다.

“모형이 이 정도면 실제 크기는 얼마나 될지 궁금한데요.”

“아마 제 추정이지만 높이 십이 피트? 프랑스 단위계로 3미터가 좀 넘겠네요. 출력은 연결된 증기기관에 따라 다르지만 아마 이십 마력 정도의 출력일 것 같아요.”

옆방에는 에이다가 이야기한 대로 한창 조립되는 발전기가 있었는데 증기기관과의 연결을 위해서인지 크랭크가 있었다. 일준이는 발전기를 매만지면서 자랑스럽게 말했다.

“첫 술 밥에 배부를 수는 없지. 점차 발전기를 개량해나가면서 공식을 완성시키고 이를 적용해서 새로운 발전기를 만들면 될 거야.”

일준이는 어디까지나 화학을 전공했으며 물리학과 연관된 발전기에 대해서는 기초 이론조차도 대략적으로 익히고 지나갔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상한 점이 있었다.

고등학교 교과서에도 발전기의 기본 구조에 대해서는 나와 있으니 이를 그대로 만들면 충분하지 않을까. 내 표정을 보고 속마음을 알아차린 일준이는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사실 실패한 물건도 많이 있는데 좀 보여줄게. 지금 발전기는 이전의 실패를 딛고 일어난 물건이니 네가 보고 개선점을 찾을 지도 모르잖아.”

“닐슨! 힘내요! 닐슨은 수백 번의 실패가 아닌 수십 번의 실패만 하잖아요!”

답을 알고 있으니 수십 번의 실패를 할 뿐이지. 일준이와 창고로 쓰이는 방으로 가는 동안 다른 사람이 듣지 않게 작은 목소리로 물어보았다.

“내가 아는 발전기의 구조와 뭔가 좀 다른데. 발전기는 터빈을 돌려서 작동하는 거 아닌가? 자석 사이에 전선을 회전시켜서 교류 전기를 만드는 거잖아.”

“나도 그 생각을 하고 시도하려고 했지. 결과는 말 할 수도 없이 처참하더라고.”

창고에는 처참한 결과가 가득하였다. 증기 터빈으로 보이는 원반형 부품들이 짓뭉개지고 일그러진 채 방치되어 있었다. 일준이는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

“일단 나도 교류로 발전을 시도하려고 했어. 문제는 출력 자체가 엉망이라 주파수 통제가 안 되고 직류로 정류(整流)하는 다이오드도 이 시대에는 만들 수가 없잖아.”

“그럼 직류를 택하고 나중에 기술을 발전시키기로 한 거야? 그래도 터빈을 쓰면 되잖아.”

“지금 증기기관이 왜 피스톤 방식 증기기관만 있겠냐. 증기터빈은 에너지 손실이 적은데다 발전에 필요한 회전운동을 할 수 있지. 근데 출력이 높아지니 버티질 못 하더라.”

“그럼 야금술(冶金術)이 아직 부족하다는 소리지?”

가만히 보니 리벳접합을 비롯하여 세세한 손길이 많이 닿은 터빈이었지만 한 부분이 찢어지면서 엉망진창으로 구겨진 것 같았다. 일준이는 아예 터빈의 날개를 하나 뜯고는 말했다.

“맞아, 크기와 두께를 늘리면 버틸 수는 있지만 터빈 외부의 틀이 망가지거나 무게로 인해 출력이 낮아져. 세밀하게 만들면 증기 압력을 견디지 못 하고 터빈 자체가 일그러지더라.”

컴퓨터로 따지면 최신형 CPU의 설계도는 있지만 미세공정이 발달하지 않아 아예 생산이 불가능한 상황이나 마찬가지이다. 일준이가 아무리 재주가 좋아도 모든 기술발달을 주도할 수는 없다. 일준이는 터빈을 걷어차며 말했다.

“그나마 수력발전은 이런 제한이 없어서 편하긴 한데 설치할 수 있는 곳이 제한적이잖아. 한 이십 년 정도 지나면 야금술이 더 발달해서 희망이 생기기는 할 거야.”

이런 상황에서는 남들보다 앞서서 신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퍼트려 전반적인 기술 향상을 주도하는 것이 답이다. 일준이는 대략적인 계산을 마치고 나에게 설명하였다.

“효율은 떨어지지만 지금의 증기기관으로도 발전기를 돌릴 수 있어. 크랭크를 통해 회전시키면 공장 조명이나 환풍기 정도는 충분히 작동시킬 수 있을 거야.”

“삼백 평 정도의 공장에 조명을 설치하면 한 대의 증기기관으로 조도를 확보할 수 있을까?”

“확보하고도 남지. 지금 쓰는 증기기관이 약 사십 마력이니 변환 효율을 낮게 계산해도 조만간 양산할 예정인 백열전구 이백 개는 작동시킬 수 있는 출력이다.”

작업공간을 쾌적하게 만들면 업무 효율이 증가하는데 이 정도 투자면 나쁘지 않은 수준이다. 당장 발전기를 양산해서 도입시키면 좋을 것 같은데 일준이는 에이다에게 선물로 받은 브로치를 건드리며 말 했다.

“또한 이 발전기를 구백 시간 동안 돌리면 알루미늄 일 톤을 만들 수 있을걸?”

“맞네. 그러고 보니 빙정석으로 알루미늄을 생산할 예정이었지?”

“작위적인 발명을 하지 않으려고 억제하는 중이라서 아직 안 하고 있을 뿐이다. 실험에 돌입하면 금보다 비싼 알루미늄이 헐값에 쏟아져 나올걸?”

알루미늄 가격이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지겠지만 나쁜 일은 아니었다. 어차피 알루미늄을 많이 가지고 있는 서양 열강들이 손해를 보지 조선이 손해를 보겠는가.

일준이는 여섯 달 이내에 발전기 시제품 20대를 조립할 예정이라 하였고 조정에 해당 내용을 정리해 보고하려 했는데 이점바드 브루넬이 일준이에게 달려와 손을 잡고 흔들었다.

“성공입니다! 새로운 전로에서 나온 철이 성능이 기준을 모두 충족하였습니다. 이런 간단한 방식으로 무쇠를 강철로 만들다니 놀라울 지경이군요!”

“성공이라? 그럼 저 철을 바로 철도 레일로 쓸 수 있을 것 같습니까?”

“물론입니다. 조선의 환경이 지나치게 험난해서 공사가 여전히 난해하지만 적어도 레일은 원하는 대로 찍어낼 수 있습니다!”

이점바드 브루넬은 여기저기에 그을음을 묻힌 채 자리에서 방방 뛰며 말하였다. 그러더니 앞으로 만들 수많은 물건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하였다.

“지금 이론만 있는 장갑함을 만들 수 있으며 온갖 철제 물건을 원하는 대로 찍어낼 수 있겠군요. 더군다나 고국인 영국에도 이 기술을 보내면 더욱 좋을 겁니다!”

“영국이라 하셨습니까? 이걸 발견한 사람은 그랑제콜 분원의 조일준인데요.”

“이번 고로 설계에는 제 공학적 지식과 프랑스 과학자들의 보조 그리고 닐슨 조의 위대한 발상이 함께하였습니다. 당연히 세 국가가 특허를 공유해야지요!”

공헌은 제법 많이 했지만 특허를 날름 빼먹는 모습을 보니 괘씸해서 한 대 쥐어 패고 싶었다. 그러나 일준이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이점바드 브루넬에게 말했다.

“숨을 쉬는 것에도 특허를 부여할 생각은 없습니다. 원하는 대로 가져가시지요.”

이점바드 브루넬은 이미 준비를 마쳤는지 특허에 관하여 세 나라가 모두 공유할 것이라는 서류를 작성하였다. 일준이는 이 서류에 날인을 하고는 뒤로 돌아서 말했다.

“조선은 유황이 없는 무연탄을 사용하는데다가 철의 질이 좋아서 성공한 거야. 프랑스도 시행착오를 제법 겪어야하는데 코크스를 쓰는데다 철광석에 인이 많은 영국이면 어떻게 될까?”

“그래도 실패를 몇 번 하면 정신을 차릴 것 같은데.”

“영국에서 제대로 된 이론을 정립하고 이를 활용하려면 십 년은 걸릴 거다. 내가 특허를 매매했다면 양심에 걸리겠지만 공짜로 줬잖아? 나중에 물어보면 시치미를 뚝 떼야지.”

졸지에 십 년 동안 답을 두고 헤매게 될 영국의 과학자들이 불쌍했지만 이 나라의 일이 아니니 상관이 없었다. 일준이는 다른 사람들이 종합한 보고서를 읽고는 흡족한 듯이 말했다.

“전로를 이용해 강철 일 톤을 만드는 원가가 은자 스무 냥 정도야. 이 정도면 기존 조선식 제련법의 오분의 일, 영국에서 사용하는 도가니 제련법의 삼분의 일 가격이다.”

“그럼 철도 건설비용이 천만 냥 아래로 떨어지겠는데?”

“고작 그만큼만 떨어지겠어? 내가 알루미늄을 양산하면 더더욱 떨어질 예정이지.”

알루미늄이 철도에 어떻게 적용될지 모르겠지만 기대 해도 좋을 것 같았다. 그랑제콜에서 만들어지는 각종 물품에 대한 보고를 올리니 순조는 흐뭇한 표정으로 말하였다.

“조만간 그랑재골에 사람들이 입학할 것이라 하였는데 잘 된 일이로군. 흥선도정(都正 - 정3품 종친)이 서역의 학문을 익히고 관심을 보인다 하였지. 자네가 보기에는 흥선도정이 그랑재골에 입학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는가?”

본래 역사의 흥선대원군은 아직 종친의 일원이며 품계도 그리 높지 않았다. 재주가 많은 15살의 청년이지만 과학에는 소질이 있을지 나도 궁금하여 애매한 답을 하였다.

“그야 어떠한 자질을 품고 있는지 모르니 확답을 드릴 수 없사옵니다.”

“그랑재골은 신묘한 기물을 마음대로 만들어 내는 곳이라네. 그런 신묘한 물건들을 접하다 보면 더욱 신묘한 물건을 만들 수 있지 않겠는가?”

“저는 오로지 주상전하께서 뜻하신 바에 응할 뿐이옵나이다.”

순조도 고집이 있는 사람이니 올해 10월로 예정된 그랑제콜 입학식에 종친이 들어서게 되었다. 눈치를 보고 있는 유생들도 이 소식을 들으면 새로운 학문을 배울 마음이 생기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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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몇 달 동안 외교 업무에 몰두하였다. 발전기와 화포의 양산을 위해 더 많은 구리가 필요하였으니 일본 막부에 기술 공유를 조건으로 더 많은 구리를 얻어낼 수 있었다.

이미 조선에서 양산을 시작한 다이너마이트는 물을 건너 일본으로 향하였다. 일본은 이를 고려화약이라 부르며 기존 광산을 막고 있던 단단한 암반층을 터트리는데 사용하였다.

“구리도 아슬아슬하게 부족한데 이거 더 생산하라고 독촉할 수도 없고. 막부에게는 손해를 좀 보더라도 세력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좋게 대접해야지.”

일본은 절대 우습게 볼 상대가 아니다. 아마 1850년 정도에 근대화를 시작해도 잘못하면 일본의 막대한 인구로 인하여 조선이 손해를 볼 지도 모른다.

세력균형을 유지하고 이득을 챙기다 사태가 심상치 않으면 개입해서 근대화를 1870년 이후로 늦춰야 하리라. 퇴근하려 하는데 박규수가 오랜만에 궁궐로 돌아왔다.

“진일(振佚 - 박현상의 자) 자네를 넉 달 만에 보는군. 그간 잘 지냈나?”

“무탈하게 지냈습니다. 그나저나 살이 쏙 빠지신 것 같은데 어찌 된 일인지요.”

나야 한복을 입고 있었지만 박규수는 영국에서 입은 양복과 짧은 머리를 유지하였다. 이미 도성에서는 젊은 양반가 자제들이 부모에게 허락을 받고 짧은 머리를 하며 돌아다녔다.

박규수는 이런 젊은이들의 대표주자나 마찬가지였다. 효명세자의 밀명을 받고 지방을 순회하고 각종 범죄를 소탕하던 그는 너스레를 떨며 말하였다.

“새로운 공법을 적용하기 이전에 지방에 산적한 문제를 처리하였다네. 지금까지 호적을 속여 세금을 포탈한 이들은 물론이며 이들과 작당을 한 아전과 관리까지 모조리 두들겨 팼지.”

“제법 많은 사람들이 잡혔을 것 같군요. 얼마나 되는 사람들이 적발되었습니까?”

“오백 명 이후에는 굳이 셀 필요가 없었지. 그나저나 자네에게 청할 말이 있다네. 조만간 공장을 가동할 것이라 하였는데 백성들의 생활이 궁핍해질까 염려가 된다네.”

“백성들의 생활이 궁핍해지기는 하겠지요.”

이 시대의 백성들은 봄부터 가을까지 열심히 농사를 짓고 겨울에는 남자는 내년 농사준비를, 여자는 면직물을 짜며 부외수익을 거둔다.

공장제 면직물이 쏟아지면 베틀을 아무리 놀려도 돈을 벌 수 없다. 물론 비료를 통해 식량 생산이 늘어 굶주리지는 않겠지만 노력해도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제자리걸음만 하리라.

“내가 보기에는 새로운 수단이 필요할 것 같다네. 공장이야 일 년 내내 가동되니 겨울에만 일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 아닌가.”

“제가 재주는 부족하지만 여러 방법을 알아보겠습니다.”

박규수가 의외로 어려운 과제를 내주었다. 백성들의 생활은 변화하고 있었지만 이 변화에 적응하지 못 하고 낙오하면 굶지 않을 뿐 희망이 없어지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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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준이와 에이다가 협력하여 제작한 발전기는 그래미 머신(Gramme machine)이라 불리는 기계입니다. 1870년대에 제작된 직류 발전기이지요.

기술의 발전에는 중간 단계가 필요합니다. 기술 요구량이 많은 증기터빈 대신 일단 쓸 수 있는 직류발전기를 먼저 만들어야지요

출처 :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Dijon_-_Mus%C3%A9e_de_l%27Electricit%C3%A9_-_Machine_de_Gramme.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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