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효명세자와 함께하는 조선 생활-48화 (48/345)

효명세자와 함께하는 조선 생활 - 48편

(5장 - 귀국(1))

조일준이 프랑스로 돌아와 그랑제콜 분원의 교수 선임을 진행하고 있을 동안 급격히 진전된 논의가 있었다. 예조판서 이지연을 필두로 파리 외방전교회와 맹렬한 언쟁을 벌였던 유학자들도 마침내 어느 정도 합의에 성공하였다.

파리 외방전교회는 우상을 숭배하는 제사를 절대 허락하지 못 한다며 제사 금지라는 태도를 고수하며 팽팽한 대립을 이어갔다.

그러나 파리 외방전교회는 1833년 5월부터 곤욕을 치르게 되었다. 이는 조일준의 약혼 소식부터 시작된 여론 공격이었다.

- 닐슨 조, 영국의 문호 바이런의 딸 에이다와 약혼을 하다.

- 프랑스에는 인재가 없는가? 아니라면 닐슨 조의 눈이 너무 높은가?

약혼에 대한 프랑스의 감정은 질투였다. 이 시대의 서양은 국제결혼이 빈번한 시대이니 그저 천재가 천재를 만나 사랑에 빠진 것이라 질투하는 것이 전부였다.

그러나 다음 문제가 터져 나왔다. 영국 신문에서는 약혼 전후의 사정에 대해 논하였는데 여기에는 프랑스의 자존심을 건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하였다.

- 닐슨 조, 약혼을 하기 일주일 전 캔터베리 대주교와의 접견을 하다.

- 프랑스의 자랑인 닐슨 조, 성공회 신도가 되는가?

결혼까지는 개인의 선택이라 생각하였지만 종교가 문제였다. 그렇지 않아도 빅토르 위고의 작품 파리의 노트르담으로 종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던 시기였다.

프랑스의 사람들은 이대로 가만히 있다가는 성공회를 믿게 된 조일준이 뼛속까지 영국인이 될 것이라 염려하기 시작하며 불을 피웠다. 여기에 적절한 기름이 끼얹어졌다.

- 성공회, 제사 문제에 대한 관심이 없다는 입장 표명

- 성공회, 조선 선교에 대한 적극적 참여 고려.

- 성공회의 독실한 신자인 로널드 하트만 대령을 군사고문단 대표로 파견하기로 결정.

박현상이 보낸 가짜 정보를 입수한 온갖 황색언론들이 프랑스의 여론을 뒤흔들었다. 파리의 정재계 인사들은 외방전교회로 달려와 언어의 폭력을 퍼부었다.

“그놈의 제사가 뭔 의식이오! 칼춤이라도 추면서 아스텍의 야만인처럼 살아있는 사람의 심장을 꺼내 바친다는 말이오! 대체 뭐가 안 된다는 거요!”

“제사는 죽은 사람의 영혼을 불러오는 잘못된 방식입니다!”

몇몇 사람들은 김정희를 비롯한 조선의 예술가들과 나눈 단편적인 대화로 정보를 입수하여 공격하였다. 심지어 논리적으로 접근하는 사람마저 생겨났다.

“김정희라는 사람을 불러 제사를 시연하게 했는데 동양의 공용어인 한자로 뭔가를 중얼거리는 것이 전부이더구려! 이대로 닐슨 조가 성공회 신자가 되면 어떻게 책임을 지겠소!”

“성공회 신자가 되어도 이는 개인의 선택에 불과하지 않습니까.”

“개인의 선택할 자유를 막아놓고 문제가 아니라 하다니! 듣자하니 제사를 통해 조상에 대한 예의를 지킨다 하였는데 뭐가 문제인지 논해 보시오!”

선교 과정의 순수함과 독립성을 추구하기 위해 설립된 파리 외방전교회이지만 여론이 기울어 버렸다.

결국 파리 외방전교회는 제사의식을 최대한 천주교의 틀 안에 머물게 하는 식으로 합의점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이후 1833년 7월이 지나자 합의가 도출되었다.

“예조판서 대감께 말씀을 드립니다. 마침내 제사에 대한 합의에 도달하였으니 실로 좋은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침대에 누운 채 멀뚱하니 천장을 올려보고 있던 이지연이 눈을 돌렸다. 오늘도 논의가 미루어질 것이라 생각하였는데 1년 5개월 동안 버틴 보람이 있었다.

배를 매만진 이지연은 핏기가 사라진 창백한 표정으로 미소를 지었다. 파리에 유행하는 콜레라에 걸려 죽을 것이라 생각하였지만 조일준 덕분에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참으로 다행이로군. 내가 신문을 보았는데 서학을 퍼트리는 외방전교회 무리들이 백성들의 민의에 밀려 뭇매를 맞았다 하였네. 듣자하니 조일준이 이를 유도했다 하더군.”

“옳은 말씀이십니다. 듣자하니 조일준이 서학의 분파인 성공회의 서원에 약혼자와 함께 드나들고 여러 차례 성공회의 교주와 상담을 하였다 하더군요.”

“얼굴에 철판을 붙이고 언제나 우리가 잘못된 가르침을 하였다 말하던 자들이 아닌가. 이들이 다른 나라의 눈치를 보느라 옳은 말이라 하다니 참으로 우스운 일이라네.”

조일준은 파리에 콜레라가 유행한다는 사실을 알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경구수액을 미리 퍼트려 두었다. 이지연도 콜레라에 걸리고 온갖 약으로도 차도가 없자 마침내 경구수액 요법을 시작하여 목숨을 건지게 되었다.

이지연은 보름 가까이 설사에 시달렸지만 어느 정도 혈색을 유지한 채 병을 극복하였다. 그는 비어버린 경구수액 병을 바라보며 말하였다.

“조일준이 여기 도착하자 경구수액이라는 물건을 만들었는데 쓸모가 있었군.”

“듣자하니 불란서의 사람들도 이 경구수액을 동양의 신비라 부른다 합니다. 많은 사람의 목숨을 건사하지는 못 했지만 이제는 어지간한 병원에서는 제조법을 알고 있다 하더군요.”

이로 인하여 역사가 변하기 시작하였다. 경구수액으로 목숨을 건진 사람 중에는 공화주의자인 장 막시밀리앙 라마르크도 있었다. 그는 우연히 경구수액 치료를 받고 목숨을 건졌다.

그의 장례식으로 인해 촉발된 파리의 6월 봉기는 뒤늦은 9월의 집회로 격하되었다. 이를 알 길이 없는 이지연은 불편한 몸으로 주교를 접견하러 나아갔다.

“조선의 외교대신께 어느 정도 합의를 도출하여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급히 교황청에 사람을 파견하여 알아본 결과 제사라는 조선의 예법에 대하여 최종 수정권고가 내려졌습니다.”

얼마 전 까지만 하여도 오만한 태도를 유지하였지만 이제는 이지연에게 굽실거리기 시작하였다. 이미 이겨놓은 싸움이지만 이지연은 예리한 태도로 더욱 많은 이득을 취하려 하였다.

“최종 수정권고라 하였는가? 대체 무엇이 잘못되었는가?”

“제사를 허락하되 제사 의식에서 축문(祝文 - 제사를 올리며 천지신명에게 고하는 글)을 읽는 것을 비롯하여 각종 미신적인 예식을 천주교 신자가 행하지 아니하는 것입니다.”

“미신이라 하였는가? 제사는 이 조선의 근본이자 도덕일세!”

“다른 일이 아니라 교리와 상충되기 때문입니다. 천주교에서는 죽은 사람이 심판의 자리에 오를 것이라 하였습니다. 주인이 있는 사람의 혼백이 어찌하여 다시 내려온다는 말입니까?”

여론에 밀린 파리 외방전교회는 제사라는 의식 자체를 반대하지는 못 하였다. 다만 제사 자체에서 벌어지는 천주교 교리와의 상충된 점을 지적하였다. 이지연은 의자에 앉은 채 조소를 보내며 말하였다.

“그러하면 서학 신자들이 죽으면 모두 혼백이 천주(天主)에게 묶이게 된다는 말이구려.”

“교리에 의하면 그렇습니다. 조선의 법도에 의하면 죽은 뒤는 알 길이 없다 하지 않았습니까? 저희는 하느님 아버지를 믿으니 오로지 주님의 은혜를 바랄 뿐이지요.”

“서학에서 죽은 뒤 낙원에 머물게 하였으니 이 세상에서 부르는 것이 잘못되기는 하였군. 그러한 분들이 후손이 정성스럽게 차린 상을 외면하고 제물을 받지 아니하다니.”

“저희는 대신 제사 때에 올릴 수 있는 기도문을 마련할 것입니다. 축문 대신 기도를 바치고 정성을 다 하여 예식 대신 기도를 올리면 어떠하겠습니까?”

이후 논의가 계속 오갔다. 위패는 서양에서 조상의 초상화를 두는 것과 같다고 하여 허가하였으며 초상화나 요즘 등장한 사진으로 대신할 수 있다는 언질까지 받았다.

기존 천주교 신자들에 대해서는 박해로 인한 순교자 대우를 하되 예외가 있었다. 반역죄를 저지른 황사영을 순교자로 삼지 않고 평신도로 보는 것으로 합의를 보았다.

마지막으로 천주교 신자가 올릴 수 있는 제사가 거행되었다. 가상의 제사이니 십자가상이 위패 대신 올라갔고 이지연은 이를 보며 심드렁한 표정으로 평가하였다.

“참으로 심심한 제사로군. 각 집안마다 예법이 다를 수 있으니 이해는 할 것이네.”

“보시다시피 이것이 저희 외방전교회가 제시한 표준 제사입니다.”

“이 정도면 허락할 수 있을 것 같군. 자네들의 생각은 어떠한가?”

유학자들도 어느 정도의 합의점을 도출하여 크게 문제 삼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지연은 노회한 관료이기에 파리 외방전교회가 여론의 뭇매를 두들겨 맞음을 알고 거래를 제시하였다.

“이제 모든 일이 끝난 것 같지만 서학은 우리 조선에게 선교를 실시할 생각이 분명하군.”

“선교를 허가하여 주시면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외교 장관이시니 부디 이 자리에서 선교에 대한 허가를 논하여 주실 수 있겠습니까?”

“나는 주상전하께서 임명한 사람이니 주상전하에게 이를 논하여야 하지 않겠는가. 듣자하니 서학의 교리에 의하면 백성들의 삶에 관심이 많은 것 같던데 이를 개선해야 하지 않겠나.”

이지연은 이미 이긴 싸움에서 더 많은 것을 얻어내려 하였다. 파리 외방전교회의 주교들이 눈을 질끈 감고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이니 그는 창밖의 성당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런 건물을 만들 수 있는 기술자들과 여기에 필요한 재료들이 있으면 더욱 좋지 않겠는가. 주상전하께서도 저 정도의 기술자가 오면 만족하실 것이네.”

하필 노트르담 대성당을 지목하자 주교들이 경악하였다. 183년에 걸친 대공사 끝에 완성된 성당을 조선에 지으려면 파리 외방전교회를 뽑아다 바쳐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합의점을 찾으시지 않겠습니까? 저희는 재물이 아닌 교리와 지식을 논하는 사람들입니다.”

“지식으로 재물을 대신하려면 많은 지식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사실상의 노예계약에 가까운 선교 계약이 체결되었다. 이지연은 이 정도가 아니라면 주상전하께서 만족하실 리가 없다면서 수위를 계속 높여나갔다.

파리 외방전교회 입장에서는 조선 선교 실패로 인한 여론의 뭇매를 맞느니 지속적인 기술 제공을 약속할 수밖에 없었다. 서학에 대한 완벽한 승리를 거둔 이지연은 사절단에게 배정된 저택으로 돌아왔다.

저택에는 이미 파리의 예술가들을 통해 서양 미술을 배운 사람들이 새로운 작품을 여럿 만들어 두었다. 개중 정선의 인왕제색도를 본뜬 회화가 눈에 들어왔다.

“휘황찬란하기 이를 데 없는 회화로군. 안료를 수십 수백 번이나 번갈아가면서 축여 기기묘묘한 인왕산의 풍경을 구현하다니. 자세히 보니 검은 것 같으면서도 검은 색이 아니로군.”

“예조판서 대감께 제 회화를 보여드리니 부족한 실력이라 면목이 없습니다.”

화가이자 김홍도의 아들인 김양기가 겸손하게 말했지만 이지연은 새로운 안료로 만들어진 회화를 눈여겨보았다. 그곳에는 조선의 화풍도 아니고 서역의 화풍도 아닌 무언가가 있었다.

“참으로 훌륭하네. 저런 회화를 창안하다니 서역의 기술도 아닌 것 같군.”

“서역의 종이와 저희의 종이는 다르니 당연한 일입니다. 질감이 다른 종이에 적응하는 것 보다 기존에 사용하던 한지를 계속 사용해야지요.”

“그럼 추사는 어디에 있는가? 그가 어떤 작품을 만들지 궁금하군.”

안내를 받은 이지연은 추사 김정희가 자신이 다가온 것도 모르고 몰두하여 회화를 그리고 있음을 알고 감탄하였다. 김양기의 수채화와 달리 김정희는 만년설이 가득한 산을 유화로 그려나가고 있었다.

색을 섞고 다듬어 흩뿌리며 뭉개고 순식간에 회화를 완성하는 모습에 이지연도 흡족한 마음으로 바라보았다. 마침내 완성된 회화는 웅장한 설산을 흑백으로 표현하였다.

“예조판서 대감께서 오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아닐세, 얼핏 보니 난을 치는 것처럼 선의 강약을 조절하고 이를 조합하여 새로운 회화를 창안하였군. 마르지 않은 안료를 종이 위에서 계속 섞어나가다니 참 대단한 일이야.”

“제가 실력이 부족하여 쉬운 회화를 그리는 법을 찾다 이런 경지만 터득하였습니다.”

쉬운 경지라 하였지만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김정희의 손에 물집이 터져나간 흉터만 보아도 엄청난 노력을 하였음을 증명하였다.

사절단은 11월에 조선으로 귀국하기로 하였으니 모두가 모여서 거둔 성과를 확인할 예정이었다. 프랑스에 머문 사절단이 간만에 집결하고 이지연은 모두의 눈빛을 살펴보고 말하였다.

“조일준 자네는 조선으로 돌아가는 것이 당연한 일이겠군. 다만 이 자리에서 조선으로 돌아가지 않고 더 오랫동안 유학을 하여 학문을 터득하려는 사람들이 있을 것 같은데.”

“저희는 그랑제콜에서 과학을 더욱 익혀 정진할 예정입니다.”

“저 또한 회화를 절반밖에 익히지 못 하였습니다. 필선이신 추사께서는 돌아갈 예정이라 하지만 남아서 더욱 많은 회화를 익힐 것입니다.”

프랑스 사절단 중 서른두 명이 남기로 하였다. 이들은 원하는 대로 학문을 익힐 예정이라 하였으니 오히려 잘 된 일이리라. 이지연은 영국에서 전해진 서신을 보며 말하였다.

“세자저하의 휘하에 있는 사람들 가운데 여든한 명이 영길리에 남아 더욱 많은 학문을 익힐 것이라 하였네. 주상전하께서도 이를 허락하였으니 다음 사절단과 함께 돌아오게나.”

“다음 사절단도 예정하였습니까?”

“듣자하니 남연군 대감을 대표로 하여 거의 같은 규모의 사절단을 보낼 것이라 하였네. 이번 사절단은 프로이센과 오스트리아 그리고 이탈리아에 다녀온다 하더군.”

효명세자는 다음 사절단에 대한 계획도 제출해 두었다. 이를 확인한 순조조차도 지속적인 사절단을 보내 더욱 많은 문물을 들여올수록 조선이 발전할 기회가 열릴 것이라 생각하였다.

조선에 보내기로 정한 문물을 담은 배가 한 달 먼저 출발하고 마침내 1833년 11월이 되었다. 조선에서 출발한 날과 거의 비슷한 시기에 귀국행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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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국을 위한 배에 오른 효명세자는 이전보다 불어난 함대 규모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사실 함대라고 할 수준이 아니고 150척에 달하는 거대한 선단이 구성되어 있었다.

“서역의 선박 일백 척을 구매하였는데 이를 귀국길에 편성하여 가져오다니 참으로 대단한 일이 아닌가. 서역의 평범한 상선이나 어선마저도 판옥선에 견줄 크기로군.”

“기존의 선박은 원양을 나설 수 없었으나 이제는 아니옵니다. 신이 듣기로는 동인도회사의 사람들이 경상도에 머물며 수많은 선원을 육성하였으니 이 배를 사용할 길이 열렸사옵니다.”

“더군다나 열 척에 달하는 제대로 된 군선도 사들였으니 어찌 좋은 일이 아닌가.”

차관을 도입하고 선박 구매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명목상으로 기함으로 사용하기 위해 구매한 1척의 전열함은 프랑스와의 경쟁을 통해 가격을 최대한 깎았다.

나머지 프리깃 10척은 최신예 함선으로 구매하였고 여기에 어선과 상선으로 쓰기 위한 200톤급 슬루프를 비롯한 가격 대 성능비가 좋은 선박도 일백 척을 구매하였다.

“일백 척의 배를 사들였음에도 고작 삼십만 파운드, 은자 백오십만 냥으로 사들일 수 있다니 이 어찌 좋은 일이 아닌가.”

조선의 바다는 아직까지 원양 어업이 발달하지 않아 수자원이 완벽히 보존되어 있다. 근대화를 위해서는 온갖 자원이 필요한데 요긴하게 쓰일 수 있으리라. 프리깃을 바라보는 효명세자를 쳐다본 영국 대령이 다가와 말하였다.

“조선의 바다는 거칠고 조석간만의 차가 심하다 하였습니다. 부디 저 로널드 하트만 대령이 인솔하는 레드코트를 중점적으로 육성하여 주십시오.”

“염려하지 말게. 어차피 청나라를 상대로 일전을 벌여야 하는 법이니 강성한 육군이 필요한 법이지. 그나저나 불란서에서도 대령을 파견한다 하였는데.”

“소문을 들으니 퇴역 장성이더군요. 프랑스의 배가 접근하고 있으니 인사라도 해야지요.”

서로의 기함이 접선하고 이지연과 일준이가 내려와 효명세자에게 절을 올렸다. 그러더니 눈물을 글썽이며 말하였다.

“신이 부족한 재주로 여러 궁리를 하여 사소한 이문을 얻게 되었사옵니다. 다만 가장 큰 이문을 거둔 사람이 조일준이니 이를 중히 여기어 주시옵소서.”

“이야기는 들었네. 불란서의 학자들과 인부들을 호위하는 목적으로 병력을 파견한다 하였네. 각기 기병 대령과 포병 대령이라 하였는데 대체 누구인가?”

“저 에마뉘엘 그루시가 프랑스 육군을 대표하여 인사를 올리겠습니다.”

“나 오귀스트 마르몽이 대장이란 말이다! 네놈은 또 어디에 있다가 튀어나왔나!”

환갑이 넘은 백발의 노인들이 서로 어깨싸움을 벌이며 건너와 효명세자에게 무릎을 꿇고 인사를 올렸다. 효명세자는 나를 바라보더니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불란서에서 장수를 보낸다 하였는데 하필 맹달과 마속이라니.”

워털루 전투에서 소위로 참전했다 말한 로널드 하트만은 둘을 확인하더니 웃음을 터트렸다. 그 웃음소리 속에서 효명세자는 이들을 맞이해야 할지 몰라 어처구니가 없는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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