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명세자와 함께하는 조선 생활 - 46편
(4장 - 배신자와 머저리)
국제 박람회로 성공을 거둔 프랑스 정부는 조선에 대한 지원을 결의하였다. 조일준과의 애매한 약속이 아닌 그랑제콜의 분원을 만들고 과학자를 파견하려는 계획이었다.
“닐슨 조를 분원의 대표로 임명할 것이며 교수 임명 권한을 줄 걸세. 명목상으로는 프랑수아 기조가 대학 총장 자리를 역임하겠지만 입학생 선별 과정을 담당해주게.”
“옳은 말씀입니다. 조선 분원에서 어떠한 성과를 거두던 닐슨 조가 발명한 물건들을 함께 연구하여 특허권을 공동 소유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겠습니까. 천재에게 자율성을 주어야 합니다.”
그랑제콜 조선 분원의 첫 편성 인원은 12명의 교수와 24인의 보조 연구원으로 결정되었다. 여기에 시종이나 각종 기술자를 파견하여 200명 규모의 인원이 조선으로 향할 예정이었다.
또한 매년 50명의 인원을 프랑스 출신으로, 나머지 50명을 조선 출신으로 정해 대학을 운영하려 하였다. 규모는 분원의 활성화와 연구 결과를 보아 늘릴 계획이었고 이로 인한 명분이 생겨났다.
영국이 정식 군사 고문단을 파견하였으니 이와 대등한 규모의 프랑스 비공식 군사 고문단도 파견할 계획이었다. 명분이야 과학자들의 신변 보호를 위한 호위대이다.
다만 1833년 6월이 되어 영국의 군사 고문단 규모가 완전 확정된 것이 문제였다. 생각보다 적은 병력에 애매한 지휘관을 군사 고문단으로 편성하였다.
“영국에서 전열보병 3개 중대와 정규 프리깃 열 척을 군사 고문단으로 보낸다 하더군. 대표는 워털루 전투를 비롯한 여러 전쟁에 참가한 대령인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조선의 인구로 보아서는 합당한 군사 고문단이지만 청나라를 상대로 하기에는 너무나 부족합니다. 일개 대대라면 모를까 완전 편제 기준 삼백 명으로 뭘 합니까.”
루이필리프의 말에 나폴레옹 휘하의 원수 출신인 장드듀 슐트가 대놓고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그는 군사 지원을 받은 조선이 사력을 다 해서 군대를 5년간 양성하는 것을 가정하고 의견을 제시하였다.
“인구가 천만 명이 조금 넘는 조선에서 사력을 다 하여 군대를 만들어도 5개의 사단을 만드는 것이 전부입니다. 청나라와의 전쟁에 투입할 수 있는 사단은 2개에 불과하지요.”
“수도방위사단과 휘하 사단 그리고 후방에 배치하여 보조할 사단을 제외한 숫자로군. 그럼 우리가 끼어든다면?”
“기병과 포병 양성을 가속할 수 있어서 7개 사단 정도는 만들어낼 수 있을 겁니다. 그렇다 하여도 청나라를 이길 수나 있겠습니까?”
장드듀 슐트는 조선이 완전 편제된 7개 사단, 약 4만의 병력을 구성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청나라의 군사력과 비교했다. 그리고 한숨을 내쉬며 말하였다.
“이집트 원정 당시 전투 기록과을 근거로 계산해 보았습니다. 청나라의 무기는 오스만 제국보다 구식이지만 숫자가 열 배는 많습니다. 아마 삼 년 정도 버티겠군요.”
그는 조선이 전쟁을 시작하고 3년 이내에 수세에 몰려 조선이 무너질 것이라고 예측하였다. 청나라의 인구와 동원력을 지나치게 과대평가한 결과물이었다.
유럽의 열강들을 상대로 싸워온 사람이니 나름 문명을 갖춘 국가에서 이 이하의 군대가 존재하리라 생각하지도 못했다. 합당한 의견이니 루이필리프도 고개를 끄덕이며 답하였다.
“조선이 수세에 몰리면 당연히 전쟁 비용이 폭증해서 차관을 갚아나가지 못 하겠군. 여기에 영국은 대놓고 개입을 선언하여 조선의 숨통을 틔워주려 하겠지.”
“그렇게 되면 아서 웰즐리가 조선을 단숨에 먹어치울 빌미를 마련해주는 격입니다.”
“조선의 왕자는 왜 이런 제안을 받아들였을까. 혹시 청나라가 생각보다 약한 것은 아닐까?”
“청나라의 수도인 북경이 조선과 다소 가까우니 단숨에 수도를 점령하려는 계획이겠지요. 물론 웰즐리의 성격을 보면 이런 행동을 내버려 둘 리가 없습니다.”
슐트를 대신하여 에두아르 모르티에가 영국의 행동을 예상하여 설명했다. 첫 전투에서 전열보병의 화력으로 승리를 거둔 조선은 최대한 빠르게 북경으로 진격하려 하리라.
여기서 군사 고문이자 각 전열보병 중대의 지휘관으로 들어간 영국군이 정석적인 진격을 요구한다면 조선군의 진격을 정상 속도로 되돌리거나 더 늦게 만들 것이 분명했다.
시간을 번 청나라는 병력을 동원하여 인해전술을 실시하고 조선은 청나라의 물량에 밀려 순식간에 수세에 몰릴 것이다. 모르티에는 이야기를 마치고 의견을 제시하였다.
“영국에서는 대령을 파견한다 하였는데 이보다 높은 직급과 경험을 가진 사람을 우리 프랑스에서 파견하면 해결될 문제입니다. 영국 군사고문의 의견을 무시하고 진격하면 조선에게도 승산이 있습니다.”
“현직 사단장이라도 보낼 생각이라면 아니 된다고 말하겠네. 영국이 바보도 아니고 우리가 높은 계급을 보내면 자신들의 고문도 같은 계급으로 갈아치울 거야.”
한참을 고민한 루이필리프는 퇴역 장성이자 대령 지위로 돌아와도 만족할 만한 사람을 찾기 시작하였다. 그러다 기억을 더듬고 더듬어 슐트와 모르티에의의 동료였던 사람을 떠올렸다.
“오귀스트 마르몽과 에마뉘엘 그루시를 각기 포병과 기병 대령으로 임명하면 어떻겠나?”
“제정신이십니까! 배신자와 어디론가 사라지는 머저리를 임명하시다니요!”
“말이 안 됩니다! 오귀스트는 조선군을 배신하여 청나라에 단번에 붙을 놈이고 에마뉘엘은 전투에서 갑자기 아무도 없는 만추리아(만주)로 질주하여 시베리아 벌판까지 나갈 놈입니다!”
“그루시는 몰라도 오귀스트 마르몽은 절대 안 됩니다! 놈은 제대로 된 배신도 하지 못하는 멍청이가 아닙니까! 조선이 수세에 몰리면 허둥거리다 포격 명령을 내리지 않을 겁니다!”
내각 모두가 루이필리프의 명령에 반박하였다. 평상시에는 인품이 뛰어난 그에게 어지간해서는 반대의사를 표현하지 않고 근거를 제시하였지만 이 의견만큼은 대놓고 반대하였다.
오귀스트 마르몽은 나폴레옹의 부하로 있다 불리한 상황에 처하자 배신을 하였던 원수이다. 여기에 루이필리프가 즉위하게 된 7월 혁명 당시 혁명세력의 진압도 포기하였다.
덕분에 루이필리프가 즉위하였지만 오귀스트 마르몽은 두 번이나 배신을 저질렀다. 그러더니 자신이 혁명을 진압하지 않아 퇴위당한 샤를 10세와 함께 망명길에 올라 의리를 지키는 척을 하였다.
어중이떠중이처럼 시류와 세태에 굴복하는 모습을 보이니 결국 아무도 신임하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그래도 자신의 즉위에 공헌한 사람이니 루이필리프는 자신의 의견을 굳혔다.
“오귀스트 마르몽을 포병대 대령으로 임명하되 배신을 저지르면 영원히 동방에 머물게 하면 어떻겠나. 그가 프랑스로 돌아오고 싶으니 조선에 파견하여 시험을 치르는 셈이지.”
“그 정도라면 마르몽도 함부로 배신을 하지 않겠군요.”
“또한 그루시는 무능한 판단으로 나폴레옹을 실각시켰지만 병력을 온전히 보존하였으니 최악의 경우에는 퇴각이라도 잘 시키지 않겠는가.”
에마뉘엘 그루시는 나폴레옹의 패배에 일조한 원수였다. 그는 나폴레옹의 명령을 받고 워털루 전투 이전의 리니 전투에서 퇴각하는 프로이센군을 요격하는 임무를 담당하였다.
그러나 그루시는 추격에 실패해 엉뚱한 곳으로 향해버렸다. 그루시를 피해 돌아온 프로이센군은 본대에 합류하였고 그루시는 그동안 엉뚱한 곳에서 엉뚱한 부대를 공격하였다.
결국 나폴레옹의 본대가 궤멸하고 나서야 돌아온 그루시는 패잔병을 수습해 귀환한 공을 세운 것이 전부였다. 루이필리프는 자신이 그루시를 후작으로 복권시킨 것을 떠올리고 말했다.
“혹시나 이 두 사람 외에 다른 사람을 추천할 수 있으면 말이라도 해 보게. 퇴역 장성이면서 현역 대령으로 편성되어 활동할 수 있는 사람 말일세.”
내각 관료들도 여러 퇴역 장성을 떠올렸으나 이 두 사람, 배신자와 머저리 외에는 조선으로 보낼 사람이 없었다. 갑자기 대령 취급을 받으면 누구라도 나서지 않을 사람들이었다.
오귀스트 마르몽은 자신이 배신자가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 대령 지위를 받을 것이요. 에마뉘엘 그루시는 죽기 전에 마지막 성과를 올리기 위해 대령 지위를 받아낼 것이다.
아무도 반발하지 않았으니 사실상 내각에서도 루이필리프의 의견을 존중했다. 그는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둘의 정보를 떠올리고 물어보았다.
“오귀스트 마르몽은 지금 오스트리아에 머무르고 있다 하였네. 그에게 서신을 보내 조선에 파견하는 군사 고문단의 대표 자리를 마련하겠네. 그리고 그루시는······.”
루이필리프는 이미 에마뉘엘 그루시를 몇 번 만나 보았지만 어디에 있는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한참을 고민하던 루이필리프는 파리에 있는 그루시의 주소를 물어보았다.
“그럼 그루시는 어디에 있는 건가?(Où est Grouchy?)”
워털루 전투에 참전하지 못 한 에두아르 모르티에이지만 나폴레옹의 대화는 알고 있었다. 그가 웃음을 참지 못 하자 장드듀 슐트도 웃음을 터트렸고 내각은 웃음바다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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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색 코트에 화려한 깃털로 장식된 바이콘(이각모)을 쓰고 주변을 돌아보는 중년의 남성이 있었다. 그는 늠름한 명마 위에 앉아 휘하 군단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대포 소리가 들리시지 않습니까? 아무래도 워털루에서 전투가 시작된 것 같습니다.”
“제라르, 자네의 의견은 워털루로 회군하자는 말이 아닌가? 아직 전령도 도착하지 않았는데 어찌하여 회군을 한단 말인가. 황제께서 나에게 명을 내렸으니 이를 이행해야지.”
다시 머나먼 벌판에서 대포의 소리가 들려왔다. 격전이 벌어지는 정황이었고 휘하에 있는 보병들도 이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였다. 군단장은 다시 의견을 내놓았다.
“주제넘은 말씀입니다만 우리에게 소속된 병력이 전체의 삼 할이 넘습니다. 이 상황에서 전면전이 벌어진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제 군단이라도 가게 해 주십시오!”
“나폴레옹께서는 위대한 지휘관이니 이 상황도 예측하고 있겠지! 내가 함부로 병력을 나누면 위대한 프랑스는 내 판단을 질책할 것이 아닌가! 진군 속도를 높여라!”
에마뉘엘 그루시의 명령이 떨어지고 진군 속도가 올라갔다. 그는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고 나폴레옹의 명을 이행하기 위해 머나먼 어딘가에 있는 엉뚱한 군대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그의 상상 속에 있는 나폴레옹은 그루시를 찾으며 무너지는 군대를 어떻게든 수습하려 하였다. 자신이 나아가는 한 걸음마다 무너지는 군대가 눈에 겹쳐왔다.
- 그루시는 어디에 있지?(Où est Grouchy?)
“저 여기 있습니다! 황제폐하!”
안락의자에 앉아 워털루 전투의 악몽을 꾸고 있던 에마뉘엘 그루시는 소스라치게 놀라 벌떡 일어나며 경례를 하였다. 그리고 자신의 저택 풍경을 확인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워털루 전투가 벌어지고 18년이 흘렀지만 그는 악몽에 사로잡혀 있었다. 나폴레옹의 패배에 일조하고 영원한 조롱거리가 되어버린 스트레스가 악몽이 되었다.
정신을 차린 그루시는 자신이 집필하고 있던 책의 원고를 확인하였다. 워털루 전투에 대한 변명과 자신의 정당성을 증명하는 회고록에 손을 대려던 그루시는 어디선가 들려오는 타격음에 귀를 쫑긋거렸다.
“마티아스 녀석은 권투인지 뭔지를 배우는 것 같은데 저게 동방의 신비한 무술이라 하던가.”
펜에 잉크를 축이고 다시 종이에 회고록을 작성하려 하였지만 선뜻 손이 움직이지 않았다. 이런 회고록을 써 보았자 자신의 오판은 사라지지 않는 법이었다.
적어도 한 번의 기회라도 있다면. 이 늙은 몸으로 말에 올라 적진을 향해 장렬히 돌격할 기회라도 주어진다면 당장 적을 분쇄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났다. 그의 갈망을 듣기라도 한 듯이 저택에 루이필리프가 보낸 사람들이 도착하였다.
“에마뉘엘 그루시 후작님 계십니까? 전하께서 새 직위를 내려주겠다 하셨습니다.”
“또 무슨 일이란 말인가. 군사 고문 직위라도 내려주려는 생각인가?”
금박이 박힌 종이를 확인한 그루시는 군사 임명장임을 확인하고 가슴을 졸였다. 혹여나 자신을 육군 장성으로 임명하지 않을까 하였는데 임명장에 적힌 직위는 대령이었다.
“그랑제콜 조선 분원 호위병 중 기병대 소속 대령이라? 본국 군대도 아니고 장성 직위도 아니고 대령 직위를 내려주셨다니 말이나 되는가?”
“저도 자세한 사항은 듣지 못 하였습니다만 조선에서 조만간 전쟁이 일어날 것 같더군요.”
전쟁이라는 말에 벌떡 일어난 그루시는 전성기 시절 입었던 복장으로 갈아입었다. 나이가 들어 근육이 줄어들고 뱃살이 늘어나 잘 맞지 않았지만 어떻게든 입을 수는 있었다.
이 전쟁은 아마 자신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이리라. 복장을 정돈하고 궁전에 들어간 그루시는 미리 대기실에 기다리고 있던 오귀스트 마르몽을 보고 손가락질을 하며 외쳤다.
“마르몽! 배신자가 여기에 있다니 자네들은 뭘 하는가! 배신자를 어서 체포하지 않고?”
“그루시! 네놈은 배신을 하지는 않았지만 배신에 준하는 행위를 했잖아! 이 머저리 같으니!”
“닥쳐! 네 놈의 라구사 공작 칭호가 배신의 의미를 담고 있음을 알지도 못하나! 네놈은 황제를 배신한 죽어 마땅한 놈이니 당장 결투를······.”
“둘 다 그만 두게. 자네들이 꼭 필요한 일이 생겨서 초청하였으니 어서 들어오게나.”
오귀스트 마르몽과 에마뉘엘 그루시는 루이필리프에게 무릎을 꿇고 인사를 올렸지만 시선은 옆을 바라보았다.
이글거리는 눈으로 상대를 바라보는 그루시와 여기에 눌릴 수 없다는 듯이 노려보는 오귀스트에게 같은 원수 출신인 에두아르 모르티에의 질책이 쏟아졌다.
“둘 다 뭐가 잘났다고 눈을 동그랗게 뜨는가. 내가 보기에는 그루시가 좀 더 나은 형편이지만 그리 큰 차이가 없는 것 같군. 전하께서 자네들에게 마지막 기회를 줄 것이네.”
에두아르 모르티에는 현재의 상황에 대해 설명하였다. 조선이 조만간 청나라와 전쟁을 벌일 예정이며 여기서 조선이 승리해야 영국의 야욕을 분쇄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는 마지막 기회일세. 자네들은 누구보다 많은 경험을 하였고 대령 직위를 수여할 예정임에도 나를 접견하려 하였다네. 이 좋은 기회를 거절하겠나?”
“거절할 수 없으나 청이 있습니다. 어디론가 사라지는 기병 대장을 믿을 수 없으니 다른 사람을 주십시오. 원수 한 명만 있으면 영국에서 파견한 대령을 압도할 수 있을 겁니다.”
“저도 같은 요청을 하겠습니다. 틈만 나면 배신을 일삼는 줏대 없는 포병대장을 믿을 수 없으니 다른 사람을 파견하여 주십시오. 가급적 충성심을 가진 사람이면 좋습니다.”
루이필리프가 보기에는 둘 다 똑같은 생각을 하니 오히려 효과가 좋을 것 같았다. 한 명만 있다면 멋대로 배신하거나 허허벌판으로 질주할지도 모르지만 서로를 대놓고 견제하였다.
이렇게 되면 둘 다 보내거나 둘 다 보내지 않는 선택 외에는 할 수 없었다. 루이필리프는 임명장 두 개를 건네주면서 오귀스트 마르몽과 에마뉘엘 그루시에게 명령을 내렸다.
“요청은 거절하겠네. 둘 다 서로에게 부끄러운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여 군을 지휘하도록. 자네들은 그랑제콜 조선 분원(分院)의 호위 목적으로 파견될 것일세. 실제로는 군사 고문을 담당하겠지만 아무려면 어떤가.”
“대 프랑스의 기병의 위엄을 보여드릴 것입니다. 마르몽이 배신을 하면 당장 쓸어버릴 것이니 염려하지 마십시오.”
“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놈이 엉뚱한 곳으로 진격하여 패전에 기여하면 어떻게든 포격으로 머리통을 날려버릴 것입니다.”
마지막 기회를 잡은 둘은 악수를 나누면서도 서로를 배신자와 머저리라 욕하며 이를 갈아댔다. 이미 환갑을 넘어 칠순이 다 된 노인이 저런 기력을 보여주니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