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명세자와 함께하는 조선 생활 - 45편
(4장 - 재능)
일준이는 어떻게든 파혼을 하려고 애썼지만 소용이 없었다. 처가 식구들의 반대가 있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장모가 된 웬트워스 여남작은 아예 저택으로 찾아와 말하였다.
“에이다가 어린 시절 두통을 앓다가 아편에 빠지고 나중에 도박에 빠지면서 얼마나 걱정이 많았는지. 하지만 닐슨 조라면 이 아이를 다룰 수 있을 것 같으니 걱정이 사라졌지요.”
“실례지만 혼약을 처음에는 거절하신 것 같으신데요.”
“처음에는 그랬지요. 생각해 보니 남편을 닮아서 내가 혼약을 막아 보았자 조선으로 밀항할 아이니까 막을 수 없었지요. 아무튼 부족한 딸아이이지만 잘 부탁해요.”
처가에서도 결혼을 적극 권장하고 사회적으로도 소문이 퍼졌으니 돌이킬 방법이 없었다. 이후 며칠이 지나자 일준이는 인상을 찌푸린 채 나에게 구조 신호를 보냈다.
“제발 살려줘. 어디서 데이트라도 해야지 이 지옥이 끝날 것 같아.”
“그건 또 뭐냐? 웬 벌집이 있어?”
“에이다가 나에게 보낸 물건이야. 내가 만든 네모 그램을 개조해서 육각형으로 만들고 위, 왼쪽 위 그리고 왼쪽 아래 세 면으로 만들어서 풀게 하더라.”
수백 개나 되는 육각형의 집합체 끄트머리에는 숫자가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보기만 해도 역겨운 난이도의 문제를 보며 헛구역질을 하니 일준이는 나에게 간청하듯 말했다.
“제발 좀 부탁한다! 이대로 살다가는 뇌가 터지거나 말라 죽을지도 몰라!”
“그렇지 않아도 자카드 방적기와 해석기관을 보려 했는데 잘 되었네.”
에이다는 수학적인 물건이라고 하자 당연히 응했고 데이트가 시작되었다. 이 시대의 신사 숙녀들은 아무데나 마음대로 오가면서 문물을 보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저희 회사가 소유한 자카드 방적기는 프랑스의 기술자 자크 드 보캉송이 발명한 물건입니다. 보시다시피 수천 장의 천공카드가 날실의 흐름을 통제하며 직물을 양산하지요.”
“사람들이 고생이 많네요. 몇 번 베틀을 놀릴 때마다 새 천공카드로 교체해야 하잖아요?”
“예전보다는 고생이 덜 합니다. 예전에는 하나하나 계산해가면서 손으로 날실을 교체해서 한 달이 걸렸지요. 지금은 직물을 4피트(120cm) 만드는데 일주일 정도가 걸립니다.”
완성된 태피스트리(tapestry – 직물 공예)를 보니 기술자들의 고생을 알 수 있었다. 그리 많은 급료를 받지도 않겠지만 이런 기술조차 없으면 이스트엔드에서 베틀을 놀려야 하리라.
에이다는 방사형 도안으로 새겨지는 직물을 보면서 마음에 들어 했지만 어딘가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다음 데이트 코스로 정한 곳은 예정대로 찰스 베비지의 연구실이었다.
과연 차분기관이 얼마나 효과적인 물건일지. 에이다가 이 차분기관으로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우리를 만난 찰스 베비지는 홀가분한 표정으로 인사를 올렸다.
“제가 만들고 있는 차분기관을 확인하러 오시다니 참 감사한 일입니다. 뛰어난 과학자와 수학에 뛰어난 바이런 영애 그리고 외교관이라니 남다른 조합이군요. 차분기관을 보여드리지요.”
베비지가 보여준 차분기관은 대략 자동차 한 대 크기였는데 주변에 어지럽게 널린 부품을 보니 완벽한 물건은 아니리라. 일준이는 정보를 알고 있음에도 궁금한 표정으로 물어보았다.
“이게 무엇인지 설명을 해 주실 수 있습니까? 보기만 하면 톱니바퀴와 파이프가 정신없이 얽혀있어서 무엇인지 모르겠군요.”
“알겠습니다. 차분기관은 톱니바퀴가 지시한 공식을 저장하여 순차적으로 계산할 수 있는 기관입니다. 지금은 입력과 출력부분 그리고 저장부분이 완성되었지요.”
내가 알고 있는 차분기관 2호기 대신 수동으로 움직이는 차분기관 1호기가 있었다. 찰스 베비지와 함께 조립을 진행하는 조셉 클레멘트는 점검을 마치더니 기계를 작동시켰다.
“이 작품의 입력을 위해 천공카드가 들어가지요. 작동이 되니 원하는 수라도 계산해보면 어떻습니까? 스무 자리의 숫자와 다항 방정식을 마음대로 계산할 수 있습니다.”
“사람과 기계의 대결을 벌여보는 것은 어때요? 가볍게 곱셈이라도 해볼게요.”
에이다가 제안을 했고 찰스 베비지가 응해서 사칙연산 대결이 시작되었다. 천공카드에 펀치로 구멍을 뚫어 공식을 인쇄한 찰스 베비지가 천공카드를 투입구에 넣으며 말했다.
“수가 입력되었습니다. 셋! 둘! 하나! 시작!”
신호와 함께 찰스 베비지가 열심히 손을 움직였고 나도 계산을 시작했다. 내 수학적 재능이 그리 좋지 않은 편이라 허둥거리고 있었는데 에이다가 먼저 손을 들었다.
“계산 끝났어요! 시간이 좀 남으니 검산까지 할게요!”
차분기관이 결과를 하나씩 도출할 무렵 에이다의 계산이 끝났다. 뒤이어 일준이의 계산도 끝났고 베비지는 초조한 표정으로 우리의 답과 차분기관의 답을 비교하고 말하였다.
“바이런 영애와 닐슨 조의 답은 차분기관과 일치하는 87,179,160,137,026,729,434입니다.”
수동으로 움직이는 기계식 계산기보다 세 배 빠르게 답을 내놓은 에이다도 괴물이지만 그냥 머리가 좋은 축인 일준이도 이보다 빨랐다.
아마 전문적으로 사칙연산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차분기관보다 빠르리라. 찰스 베비지는 자신의 작품이 패배하였음을 알아차렸지만 포기하지 않고 말하였다.
“차분기관은 아직 개선점이 많습니다. 이미 두 번째 차분기관을 설계하고 있는데 다음 모델에는 증기기관을 연결하고 서른 자리 이상의 수를 계산하게 만들 겁니다.”
“그럼 크기가 얼마나 거대하게 되지요?”
“부피로 여섯 배 정도 거대해질 것이라 예상하고 있습니다. 몇 년이 걸릴지는 모르지만 해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일단 설계 초안이라도 확인해 보시지요.”
찰스 베비지는 이미 구상이 끝나고 실현 단계에서 계속 수정될 설계 초안도 보여줬다. 거대한 증기기관에 연결된 차분기관 2호기의 도면을 확인한 에이다는 조셉 클레멘트를 보며 질문을 하였다.
“이 기계 문제점이 제법 많은데요?”
“문제점이라 하셨습니까? 제가 보기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 같습니다만.”
“사람의 팔 힘이 아닌 증기동력을 사용하는데 부품의 크기가 대부분 1호기와 같아요. 이렇게 되면 몇 배나 강한 힘이 걸리면서 부품이 순식간에 망가지겠는데요.”
에이다는 어린아이와 같이 순수한 마음으로 기계의 문제점을 지적하였다. 여기에 어느 정도 공학적인 기준을 알고 있는 일준이도 냉정하게 평가하였다.
“부품이 손상되었을 때 교체가 너무 힘들 것 같습니다. 1호기는 몇 개의 부품만 해체하면 교체할 수 있는데 2호기는 증기를 다 빼내고 부품의 산을 파고들어 해체해야 하겠군요.”
에니악(ENIAC)도 가동 시간의 절반 이상을 터져나간 진공관의 교체에 할애하였다. 차분기관 2호기도 이와 마찬가지로 문제가 산적해 있었으니 일준이는 부품의 수를 확인하고는 말했다.
“부품이 많아지면 각 부품간의 동력 전달이 문제가 될 겁니다. 제가 보기에는 1호기와 2호기의 계산 속도는 큰 차이가 없을 것 같군요.”
“닐슨 조의 의견을 잘 반영하겠습니다. 그러면 차분기관 2호기 대신에 새로운 기관을 연구해야 할 것 같군요. 좀 더 많은 수를 계산하면 좋겠군요.”
“차라리 1호기를 경량화 시키는 것은 어떻습니까? 사칙연산만 가능한 탁자 크기의 소형 계산기로 만들면 여러 곳에서 구매하려고 시도할 것 같군요.”
일준이가 제시한 물건은 조선에서도 구매할 의향이 생기는 모델이었다. 크기가 작아지면 동력도 줄어들고 계산 과정에서 걸리는 시간도 줄어들기 마련이다.
계산원은 사람이라 언젠가 실수를 하기 마련이니 천공카드를 계속 먹이며 절대 틀리지 않는 계산기를 두어 이 실수를 보정해야 하리라. 그러나 찰스 베비지는 분노를 억누르며 말했다.
“인간을 뛰어넘는 계산기를 만드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좋은 의견입니다만 따로 설계를 의뢰하지 않는 한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찰스 베비지는 더 이상 답하지 않고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몸을 돌렸다. 오히려 조셉 클레멘트가 안타까운 표정으로 우리를 바라보기까지 하였다.
그는 실용성을 포기하고 오로지 위대한 업적을 위해 움직이고 있었다. 아마 기술자 고용비용도 댈 수 없을 지경이 되어가고 있으리라.
아마 영국 정부에서도 과도한 계산능력을 가진 거대한 기계보다는 실용적인 계산기를 원하고 있으리라. 밖으로 나와 잠시 숨을 돌리니 에이다가 투정을 부렸다.
“참 이상한 물건들만 봤어요. 한 쪽에서는 충분히 요약할 수 있는 숫자를 늘어놓아서 계산을 곤란하게 하고 다른 쪽에서는 너무 거대한 물건만 만들려고 애쓰네요.”
“둘 다 천공카드를 쓰는 것 외에 공통점이 없잖아?”
“닐슨 지금 농담하시는 건가요? 닐슨은 이미 답을 알고 있잖아요?”
갑자기 자신이 답을 알고 있다 말하는 에이다를 보며 일준이가 궁금한 듯이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에이다는 신문 한 부를 사서 요즘 유행하게 된 네모 그램을 보여주며 말했다.
“네모 그램과 같이 숫자를 나열한 것으로 도형을 만들 수 있어요. 자카드 직기는 이 숫자를 포기하고 씨실과 날실의 흐름을 천공카드로 차단하는 바보 같은 방식을 사용하지요.”
“그야 당연한 일 아니야? 사람의 손으로 움직이는 자카드 직기는 한 번 베틀을 움직일 때마다 천공카드를 교체해야 하잖아.”
“그럼 두 기계가 증기기관에 연결된 간단한 계산기를 통해 알아서 작동하면 어떻게 될까요?”
근처의 가게를 빌린 에이다는 종이를 가져와 네모 그램을 그리고 천공카드의 형상을 종이에 표현하였다. 그러더니 각 숫자를 16진수로 변경하여 표기하고 설명하였다.
“네모 그램은 자카드 방적기와 같은 구조에요. 세로는 날실을 가로는 씨실을 나타내지요. 도형을 완성하기 위해 계산과정에서 소거와 유추가 필요하지만 답을 제시하면 어떨까요?”
“그야 바보가 아닌 이상 숫자의 뭉치로 도형을 만들 수 있겠지. 세로 4번열 11번째 자리에 3개 이런 식으로 하나하나 끼워 맞추는 방법이야.”
“바로 그거에요! 자카드 직기에 차분기관의 입력 기관을 달아 씨실과 날실의 흐름을 통제하고 출력을 직조된 직물로 하는 방식이지요! 이 과정이 제법 복잡하긴 한데······.”
에이다의 설명을 이해하려 하니 머리가 부서질 듯이 아파 와서 아스피린을 먹고 아예 귀를 닫았고 일준이는 식은땀을 흘리며 간신히 따라가고 있었다.
거의 30분에 달하는 기초 개념 설명이 끝나자 에이다는 허리에 손을 대고 자랑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일준이는 이 말을 요약해서 내가 이해할 수 있게 해석했다.
“그러니 여덟 자리, 많아야 열여섯 자리를 계산할 수 있는 계산기를 자카드 직기에 결합하면 기계가 알아서 천공카드를 교체하며 원하는 무늬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말이지?”
“물론이죠! 천공카드도 적은 양만 들어가요. 십육진수로 뭉쳐서 기계에 입력하면 알아서 해석하고 씨실과 날실을 조합해 직물을 만들어낼 테니까요.”
에이다는 두 기계가 가진 공통점인 천공카드로 시작하여 각종 요소를 조합하여 즉석에서 자동 자카드 직기의 개념을 만들었다. 이건 정말 혁명적인 물건이다.
이 시대에 복장에 무늬를 넣는 방식은 대부분 자수(刺繡)이다. 이미 완성된 직물에 다른 직물을 덧입히는데 당연히 앞과 뒤의 무늬가 다르기 마련이다.
실 하나하나를 교체하며 무늬를 넣는 것은 어떠한 도구를 사용해도 막대한 노동력이 들어가지만 자동화가 되면 이야기가 다르다. 일준이는 자신의 양복을 보며 말했다.
“왕후장상의 의복을 누구나 입을 수 있겠군. 이는 의류계의 혁명이야.”
“제 계산이 틀리지 않다면 다양한 실을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닐슨이 만든 안료로 실을 물들여 이를 조합하고 휘황찬란한 옷을 만들면 얼마나 좋을까요?”
이건 도전해 볼 만한 가치가 있었다. 지금 계산으로는 조선에서 증기기관으로 직조한 직물도 청나라에 판매하면 그럭저럭 매출이 나올 뿐 시장을 장악할 수는 없었다.
반면 왕후장상이나 입는 최고급 직물을 양산할 수 있다면 시장을 휘어잡다 못해 전쟁이 벌어지건 말건 언제나 팔 수 있는 상품을 만드는 격이다. 다만 에이다가 우물쭈물 거렸다.
“다만 이 일을 진행할 사람이 필요해요. 제가 무슨 명령을 내려 보았자 듣기는 할까요? 두 기계를 합치고 검증하고 수정하는 시작에만 몇 년은 걸릴 것 같은데요.”
“그럼 간단히 해결할게. 내가 그랑제콜 조선 분교의 학과장이 될 사람이니 교수 선임 권한이 있어. 이제 수학과 교수로 에이다를 선임하면 연구생을 마음대로 다룰 수 있을 거야.”
“그게 되요? 지금 영국 왕립학회 회원은 죄다 남자인데?”
“내 약혼자인데 뭐가 어때! 이 일에 반대하는 놈이 있으면 죄다 권투로 박살내야지!”
평범한 과학자라면 말이 안 되는 일이었지만 일준이 정도라면 가능할 것 같았다. 꼴통들이 가득한 프랑스에서는 격렬히 반대하겠지만 어떻게든 임시 교수라고 인정은 해 주겠지.
길어야 10년, 짧으면 5년 이내에 에이다는 두 기계를 합치고 최고급 직물을 자동으로 인쇄할 기반을 마련하리라. 흐뭇한 마음에 밖을 바라보니 사람들이 모여 웅성거리고 있었다.
“저건 또 뭐야? 팻말을 보니 로버트 리스턴의 수술 경연? 길거리에서 수술을 한다고?”
“저거 보러가요! 로버트 리스턴은 외과수술의 대가에요! 그에게 절단 수술을 받은 사람 열 명 중 여덟 명은 목숨을 건진다 했어요!”
일준이는 뭔 미친 소리를 하냐는 표정을 지었는데 이 시대 절단수술의 생존 확률은 60%이었다. 소독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 시대이니 당연한 일이었다.
나도 궁금한 일이라 일준이를 앞세워 인파를 파고들었고 불행한 환자가 수술대에 묶여 양 다리를 드러내고 있었다. 로버트 리스턴은 숱이 거의 다 사라진 머리를 빛내며 말했다.
“이 환자는 무릎 관절부분의 괴사가 진행되었습니다. 절단 수술 외에는 답이 없으니 저 로버트 리스턴이 이 환자의 허벅지를 깔끔하게 절단하겠습니다!”
수술 자체가 일종의 쇼처럼 받아들여지는 시대이다. 에이다가 박수를 치자 다른 사람들 모두가 환호성을 지르며 박수를 쳐댔고 수술이 시작되었다.
방금 전 벼려낸 것 같이 말끔한 수술용 톱이 허벅지에 다가가자 환자가 재갈을 꽉 물며 눈을 감았다. 그리고 무자비한 톱질이 시작되었다.
살이 갈라지는 소리와 환자가 수술대에서 몸을 뒤틀며 지르는 비명 그리고 환호성이 교차하였다. 마침내 소리가 변하며 허벅지 뼈가 절단되기 시작하였다.
“염려하지 마시지요. 지금 뼈까지 닿았으니 곧 절단이 완료됩니다!”
로버트 리스턴이 20%의 환자를 죽이는 이유가 드러났다. 그는 날을 세운 수술기구로 세균 유입을 차단하였고 톱을 순식간에 새 것으로 교체하며 수술 시간을 단축하여 출혈과 추가 감염을 막았다. 그러나 사고가 일어났다.
“아아악! 내 손가락!”
“자네는 똑바로 잡지 않고 뭘 했나! 톱이 아래에서 엇나갈 수 있으니······.”
환자의 허벅지를 받치고 있던 조수의 손가락이 로버트 리스턴의 톱에 세 개나 잘려나갔다. 조수의 비명에 당황한 리스턴이 몸을 돌리자 신사 한 명이 톱에 스치며 거품을 물고 혼절했다.
“으허윽!”
“또 무슨 일이십니까! 누가 의사······. 내가 의사지! 지혈부터 하겠으니 도와주십시오!”
주변 사람들이 기절한 신사의 뺨을 때리고 옷을 벗겨서 숨을 틔우려 하였지만 심장마비를 일으킨 사람에게 할 짓이 아니었다. 리스턴이 환자의 출혈을 억누르는 사이 내가 달려가 심폐소생술을 시행했다.
“다들 비키시고! 일준이 네가 호흡 좀 시켜줘!”
일준이와 함께 군대 시절에 배운 심폐소생술을 시작하니 신사는 몇 분 지나지 않아 호흡이 돌아오고 정신을 차렸다. 리스턴이 감사의 인사를 올리고 돌아갔지만 환자와 조수가 문제였다.
닷새가 지나고 신문기사에는 다음과 같은 기사가 실렸다. [한 사람이 부활한 수술 두 사람이 죽다]라는 기사인데 일준이는 기사를 읽고 말하였다.
“빅토리아 시대의 사망률 300% 수술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실화였네. 사람 목숨이라도 건졌으니 다행이기는 하지만 아쉬운 일이야. 그나저나 네 앞으로 편지가 왔어.”
편지를 보낸 사람은 로버트 리스턴이었다. 편지에는 ‘수술 중 숨이 멎은 사람을 부활시키는 방법을 알고 싶다.’ 라는 정중한 요청이 있었다.
로버트 리스턴에게 일준이가 개발한 진통제와 소독제를 알려주면 외과의술을 급격히 발전시킬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사람을 조선으로 영입하기 위해 초대에 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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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드 방적기는 이런 물건입니다. 기존 방적기에 천공카드를 수천 장을 넣어 한 번 직물을 짤 때마다 날실의 흐름을 통제해 새로운 무늬를 만들어 냈습니다.
당연히 한 번 베틀을 움직일 때마다 천공카드를 수동으로 교체해야 했고 직조 속도가 빨라졌을 뿐 실용성이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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