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명세자와 함께하는 조선 생활 - 19편
(2장 - 홍삼 (1))
효명세자는 조만영을 보며 한참을 고민하였다. 이 심각한 문제를 조만영 혼자서 해결한다면 장인의 가문이 이어지는 탄핵과 압박으로 풍비박산이 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명분을 앞세운 자신은 물론이요 형조(刑曹)를 관할하고 있는 순조의 힘과 여기에 다른 힘이 필요하다. 당장 해결할 수 없는 일이기에 효명세자는 사관을 슬쩍 흘겨본 뒤 말하였다.
“이번 일을 이전과 같이 행하면 아니 되는 법입니다. 모두 발본색원하기 위하여 산골에 숨어있는 이들의 신상을 알아내고 이들이 청나라를 오가는 경로를 확인하도록 하십시오.”
“그러하면 이들이 이번 겨울에 벌이는 행적을 막아내지 말라는 말씀이시옵니까? 이들의 기세가 점점 불어나니 신으로서도 감당하기 힘든 지경에 이르렀사옵니다.”
“한 해를 그대로 두어도 상관없습니다. 때가 되면 내가 움직일 것이니 더욱 많은 이들을 한 번에 몰아서 추포할 수 있도록 힘을 써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사관이 정보를 퍼트릴지도 모르니 겉으로는 천주교 신자를 박해할 것처럼 이야기 했지만 서로가 속뜻을 알고 있었다. 사태가 커지면 발뺌하는 이들이 생겨날지도 모르니 모조리 잡아들이겠다는 말이었다.
조만영 혼자서 모든 죄를 뒤집어쓰는 일은 없을 것이며 세도가가 자발적으로 움직이게 유도할 수 있었다. 배려를 아끼지 않는 효명세자의 모습을 확인한 조만영은 고개를 들고 말하였다.
“신이 모든 힘을 다 하여 명을 받들겠사옵니다. 또한 뜻이 맞는 이들을 여럿 알게 되었으니 이들과 함께 하기 위하여 여러 방안을 모색해 볼 것이옵니다.”
“내의원 부제조인 정약용은 여러 일에 능통하며 아직까지 인연이 있을 터. 그렇지 않아도 좋은 이야기를 하였으니 그를 통하여 이런저런 정보를 입수할 것입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천주교 박해를 위한 사전 정리 같았지만 진실은 홍삼 밀매의 일제 양성화였다. 이를 위한 자료들이 충실히 수집되었고 여기에 필요한 사람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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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만영이 우리의 제안을 거절하고 한 달이 흘렀다. 한가위가 코앞으로 다가왔으며 조만간 인삼이 수확되어 홍삼으로 탈바꿈할 시기였다.
“결국 김조순의 힘을 빌려야 하는데 일 년을 버려야 하나.”
여전히 홍문관에서 서적을 저술하고 있자니 좀이 쑤셔왔다. 당장이라도 김조순과 면담을 하고 싶었지만 잘못하다가 과로로 세상을 떠날지도 모른다는 경고를 들어두었다.
내가 굳이 말을 하지 않았지만 김조순의 수명은 2년도 남지 않았다. 독한 마음을 품고 그냥 제안을 해 볼까 생각하였는데 박규수가 새벽부터 들어와 말하였다.
“오늘 경연의 준비는 잘 되고 있는가? 그렇지 않아도 흉험한 기색을 느꼈는데 자네가 미리 알아뒀으면 하여서 이를 알려주려 왔다네.”
“흉험한 기색이라 하셨습니까?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요.”
“세자저하께서 석애(石崖 - 조만영의 호) 대감과 논의를 하신 뒤 산골에 있는 서학교도들을 추포할 마음을 품으신 것 같다네. 이들의 재산을 압류하여 나라에서 쓸 것 같더군.”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 잠시 생각해 보았는데 말이 안 되는 일이다. 이 시기에도 천주교 신자가 살고 있지만 박해를 할 명분도 없었다. 혹시나 정하상이 성직자를 들여왔다면 모를 일이지만 정하상은 가만히 한양에 머물러 있었다.
더군다나 한 줌 밖에 안 되는 신자들의 재산을 빼앗아서 무슨 돈이 되겠는가. 다른 꿍꿍이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여 박규수를 살펴보며 답하였다.
“혹여나 다른 뜻을 품으신 것 같지는 않습니까?”
“나야 모를 일이라네. 다만 한 줌 밖에 안 되는 서학교도들의 재산을 빼앗아 나라를 부풀리는 행동을 하다니. 이는 지극히 잘못된 일이니 석애 대감이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것 같군.”
알 길이 없으니 경연을 하며 효명세자를 떠 보아야 하리라. 오늘의 경연 주제는 영국이 인도를 지배한 과정을 담은 천축 정벌기라는 내용이었는데 역시나 속 터지는 말이 나왔다.
“천축의 모든 호족들이 서로 아귀다툼을 벌이니 영길리를 이기지 못하였사옵니다. 이는 충효를 모르고 권세만 누리며 눈앞의 이득을 원한 천축 호족들의 잘못이옵니다.”
“신의 생각은 다르옵니다. 영길리가 천축의 패자가 되었다 하여도 이는 임진년의 겁화와 같은 일일 것이옵니다. 기껏해야 큰 도시와 도읍을 점거하고 행패를 부리는 일에 불과하옵니다.”
애초에 기대도 안 했으니 실망할 필요도 없다. 효명세자는 더 이상 대답할 가치도 없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기만 하고 나를 바라보면서 말하였다.
“듣자하니 영길리에서 천축을 정벌한 뒤에 앵속(罌粟 - 양귀비)을 재배한다는 말이 있더구나.”
“그러하옵니다. 영길리에서는 이를 다시 정제하여 아편이라는 약으로 만들고 이를 청나라에 팔아 수익을 거두고 있사옵니다.”
“내가 듣기로 아편은 한 번 빠져들면 신세를 망치는 극약이라 하였다. 조만간 영길리의 상인이 아편을 이 나라에 퍼트릴지도 모르고 청나라를 통해 아편이 들어올지도 모르겠구나.”
홍문관 제학으로 참석한 조인영은 나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는데 이간질을 하기 위해 억지로 웃는 표정이 아니었다. 효명세자는 잠시 고민하는 척 나와 조만영을 바라보다 말하였다.
“두 가지 대책이 필요하다. 하나는 영길리의 상인이 허튼 짓을 하지 못 하도록 병졸을 훈련시키고 좋은 장비를 지급하여 이들을 엄히 다스리는 것이다.”
“세자저하께 아뢰옵나이다. 청나라의 백성이 앵속에 빠져든 것은 형편이 궁핍하여······.”
“형편이 궁핍한 백성들이 머나먼 천축에서 들여오는 약을 구매하다니 말이 안 되는 이야기로구나. 모든 문제의 원흉은 근본부터 막아내야 하는 법이니 병졸을 훈련시키겠다.”
예산 부족을 논하고 그냥 백성에게 쌀이나 먹이자는 말을 하였지만 효명세자의 의지는 변하지 않았다. 아예 쐐기를 박겠다는 듯이 말하였다.
“영길리의 상인이 이 나라에 방문하면 올바른 일을 논할 때에만 통교(通交)를 허가할 것이다. 그러지 아니하면 엄히 단련한 병사들로 즉각 추방시키도록 하겠다.”
그 먼 나라에서 여기까지 방문할 일이 없을 것이라 생각하여 가만히 있는 이들이 대부분이었지만 말 속에 뼈가 담겨 있었다. 사실상 법을 지키면 무역을 허가한 꼴이니까. 다음 내용은 내가 원하던 내용이었다.
“또한 아편이 의주를 통하여 이 나라에 들어올지도 모르는 일이다. 앞으로 아편을 엄히 단속하고 내의원을 통하여 어떠한 약인지 명확히 알아봐야 할 것 같구나.”
모든 일이 순리대로 흘러갔다. 잘못하면 우리가 전면에 어설프게 나섰다가 온갖 세도가의 공격에 시달려야 할지도 몰랐지만 효명세자는 우리에 대한 이야기도 꺼내지 않았다.
아마 효명세자가 천주교도를 잡아들이려고 산골을 확인한다는 말은 홍삼 밀무역에 대한 심층적인 정보를 입수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였다. 늦어도 내년 초에 사태가 급격히 진전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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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편 중독에 대한 치료 실험은 홍삼 시세를 좌우할 수 있는 문제가 되었다. 명분이야 청나라에서 넘어오는 아편에 대한 대책이었지만 정약용이 서적을 작성하여 홍삼 시세를 끌어올릴 계획이었다.
처음에는 92명으로 실험을 시작하였고 사람이 늘어나 189명이 되었다. 아편에 심각하게 중독된 사람이 갑작스럽게 아편을 끊으면 금단증상으로 사망할 수 있으니 양을 줄이며 적응 기간을 거치기까지 하였다.
“이 아편을 누구 코에 붙여? 속 시원하게 한 돈(3.75g)정도 피웠으면 좋겠는데.”
“아편을 끊으려고 여기 왔으면서 뭔 소리야. 우리가 지금 먹는 탕약이 홍삼 탕약인건 알아? 이렇게 좋은 약을 주는데 응해보기는 해야지.”
“난 지금이라도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드는데. 저쪽 건물에서 매일 고함에 폭언에 몽둥이질 소리가 들리니 밤잠을 설칠 지경이야.”
약을 마시고 작은 아편 덩어리를 삼킨 치료 대기자들은 편안히 생활하였지만 나머지는 아니었다. 아편을 끊고 나서 금단증상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날뛰는 일이 빈번하였다.
“호로잡놈들아! 의원 정가 놈 어디에 있어! 아편 준다면서!”
“저놈이 발작을 일으킨다! 어서 억눌러라!”
바지에 설사를 질질 흘리며 구토하던 중독자가 흥분을 참지 못 하고 날뛰었다. 미리 대기하고 있던 나졸들이 육모방망이로 두들겨 패도 한참을 저항하기까지 하였다.
마침내 중독자를 포승줄로 묶은 나졸들은 한참을 기다렸고 꿈틀거림이 멈추었다. 우물가로 데려가 물로 중독자의 몸을 씻어주던 나졸들은 혀를 차며 말하였다.
“시골에 살 때에는 앵속(罌粟 - 양귀비)로 치통을 달래기도 했는데 앵속이 이런 끔찍한 물건일 줄은 몰랐네. 사람이 이다지도 망가질 수 있단 말인가.”
“내 말이 그 말일세. 그나마 다행인 것이 아편은 피울수록 더 많은 양을 찾게 되어서 문제라더군. 가끔 약 대용으로 쓰는 앵속정도라면 이 몰골이 되지는 않는 것 같아.”
“그야 통증이 격할 때만 복용하고 이후에는 복용하지 않으니 당연한 일이 아닌가. 아편 팔아치우는 놈들도 제정신이 아니고 좋다고 들이켜는 놈들도 제정신이 아니야.”
두 군관이 혀를 차며 말하듯이 아편 중독의 해악은 막대했다. 189명에 달하는 아편중독자 중 증세가 심하지 않은 29명은 가벼운 금단증상을 겪고 치료되었지만 나머지는 육체와 정신 모두 고통을 겪었다.
정약용도 이들을 치료하기 위해 온갖 방법을 사용하였다. 난동을 부리고 힘이 빠진 중독자가 금단증상인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으니 침과 뜸을 놓으며 이를 진정시키려 하였다.
“심호흡을 하고 마음을 가라앉히게. 더 흥분하면 돌이킬 수 없을 지경이 된다네.”
“사람이 사는 것 같지가 않습니다. 먹으면 도로 토해내고 아래로는 쏟아내지 않습니까. 온 몸에서 땀이 흐르고 사지가 얼음물에 빠진 것 같이 감각이 없습니다. 제발 아편을 주십쇼.”
“침을 다 맞았으니 기혈이 트였을 것일세. 어서 탕약을 마시게나.”
몇 번이고 헛구역질을 하며 홍삼이 들어간 탕약을 마신 중독자는 탕약을 가까스로 삼켰다. 다시 자리에 누운 중독자는 정약용에게 감사를 표시하였다.
“홍삼을 이리도 많이 넣은 탕약을 주시다니요. 정녕 아편이라는 물건이 홍삼을 써야 억누를 수 있는 극약인 줄 알았다면 손도 안 댔을 것입니다.”
“극약도 아니고 마약(痲藥)일세. 몸에 좀 차도가 있는가?”
“몸에 열이 돌아다니니 조금 나아지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든 잠을 청해 보겠습니다.”
이불을 덮고 눈을 굴리는 중독자는 어떻게든 마약을 참으려 하였지만 다음 발작까지는 시간문제 같았다. 한 달에 걸친 아편과의 싸움에 지친 정약용은 자료를 정리하고 있는 조일준에게 말했다.
“자네가 대조(對照)를 위하여 홍삼 대신 더덕을 먹인 사람들은 어떠한가?”
“금단증상이 이 할 정도 느리게 사라진 것이 전부이니 차이가 있기는 합니다. 홍삼의 해독효과가 아예 없지는 않지만 그리 크지도 않군요.”
홍삼의 아편 중독 해소 능력은 조일준 입장에서 실망스러운 수준에 불과하였다. 아예 복용하지 않은 사람과 대조하면 차이가 있었지만 약간의 효과가 있는 수준이었다.
마약에 대한 탐닉(耽溺), 마약 중독이라 불리는 증상은 여러 요소가 혼합된 뇌기능 장애이다. 이 장애는 크게 심리적, 육체적 의존성과 내성 그리고 금단증상으로 분류할 수 있었다.
현대에는 변형된 뇌신경을 복원시키고 금단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는 약을 투여한다. 그리고 의존을 줄이기 위한 추가 약물치료와 행동치료를 병행한다. 이를 대략적으로 알고 있는 조일준은 한숨을 쉬며 말하였다.
“홍삼이 아편을 몰아내리라고 기대하지 않았는데 예상보다 약효가 부족합니다. 의존성을 사 할 정도만 덜어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였는데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 합니다.”
“자네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시대를 살다 왔으니 부족해 보이는 것일세. 지금은 어느 정도 약효가 있으면 충분하니 염려하지 말고 그대로 기입하도록 하게.”
정약용의 입장에서는 약효가 아예 없는 것 보다 조금이라도 있는 것이 나았다. 사실 이 시대의 약은 마약성 약물이거나 수은을 비롯한 부작용이 가득한 약을 사용하는 시대였다.
“이마저도 개개인의 차이를 고려하면 오차 범위 이내입니다만······. 그래도 없는 것 보다는 나은 형편이니 기입은 하겠지만 이 자료로 사람들이 얼마나 호응할지는 모르겠습니다.”
조일준은 어쩔 수 없이 책의 기반 자료가 될 연구 자료에 의존성 억제 비율을 17%라 정직하게 적었다. 그리고 새로 정리한 자료를 확인하며 정약용에게 말했다.
“오히려 생각하지도 못 한 엉뚱한 결과가 나왔지요. 홍삼을 복용한 사람이 아편을 복용하면 내성이 사라집니다. 쉽게 말하여 효과를 보는데 필요한 양이 줄어들더군요.”
“얼마나 줄어드는지 알 수 있겠는가?”
“이번에는 제법 높습니다. 삼 할 내외로 줄어들지요.”
둘의 시선이 교차하였다. 아편의 약물 내성은 투여량과 복용기간에 비례하여 급격히 증가한다. 이로 인하여 중독자는 점점 더 많은 아편을 복용하고 이로 인하여 죽게 된다.
홍삼이 기대한 약효 대신 엉뚱하게도 내성을 저감시키는 효과가 발휘되었다. 의외의 사실을 알게 된 정약용은 정리한 자료를 살펴보다 엉뚱한 자료도 확인하였다.
“자네가 놓친 기록이 있군. 아편을 줄이며 적응을 하는 사람들이 홍삼 탕약을 마신 다음부터 서기 시작하는군. 이런 효과가 나올 줄은 몰랐는데.”
“사람이 설 때도 있어야 하지 않습니까?”
“몸의 기력, 자네의 말로는 혈압을 낮추는 아편을 먹는데 서는 사람이 있겠는가?”
논문을 작성하기 위한 자료이니 안색부터 체온이나 피부의 색상 변화를 비롯한 다양한 기록이 있었다. 이를 다시 살펴본 조일준은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말하였다.
“혈류 순환이 억제되는 것이 모르핀의 효과 중 하나이지요. 그럼 발기부전이 일어나는게 당연한데?”
강력한 진정제인 모르핀과 그와 흡사한 화학구조를 가진 약물의 가장 큰 부작용은 발기부전이었다. 맥박과 혈압 모두가 감소하니 당연히 일어날 신체의 변화였다.
인삼은 모르핀의 부작용을 완화하며 혈류의 흐름을 촉진시켰다. 정약용은 이를 확인하며 저술하고 있는 앵속제독서(罌粟除毒書)를 펼쳤다. 그러더니 얄궂은 미소를 지으면서 말하였다.
“이 시대에는 자손을 남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네. 아편을 먹어서 자손을 남기지 못하는 사람이 이 서적을 보면 홍삼을 먹고 자손을 남기려 달려들 것이네.”
“가장 잘 팔리는 약인 실데나필 하나로 세계최고의 제약업체가 탄생하였는데 이 서적이 널리 유통되면 무슨 일이 벌어지겠습니까! 이건 도전할 가치가 있습니다!”
“자네가 말하기를 연구 결과에 따라 논문의 주제가 변할 수도 있다 하였네. 여기에 어울리는 제목으로 바꾸면 더욱 좋을 것 같군.”
발기부전이라는 네 글자가 얼마나 끔찍한 질병인지 알고 있는 조일준은 정약용의 서적을 보고 논문을 작성하였다. 논문의 제목은 [아편의 부작용에 대한 인삼의 완화작용 및 발기부전 개선효과] 이었다.
“발기부전 치유라는 내용은 꼭 넣게나. 내가 보기에는 이런 약은 영길리에서도 사들일 것 같다네. 아편은 피우더라도 입에 넣더라도 몸을 늘어지게 만드는 약이 아닌가?”
“서적은 조금 과장하여도 좋지만 논문은 담백하게 사실만 저술해도 될 겁니다. 발기부전 완화효과에 중독 기간의 단축과 내성 감소라면 적당하겠군요.”
논문의 표지에는 주요 저자는 다산 정약용, 공동 저자로 조일준이 기록되었다. 이 시대의 논문이 형식에 맞게 정약용은 자신의 상징으로 이름의 용(鏞)자를 예서체로 기록하였다.
이후 조일준의 차례였다. 멋들어진 필기체로 빼곡하게 글이 나열되었으니 영국인이 보기에도 몇몇 오탈자를 제외하면 흠을 잡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