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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명세자와 함께하는 조선 생활-6화 (6/345)

효명세자와 함께하는 조선 생활 - 6편

(1장 - 적응 (3))

금에 미친 사람들은 광맥을 잘게 분쇄해 화로에 넣어 금을 녹여내기 시작했다. 여기서 코발트가 남아있는 광물을 찾다가 마침내 일준이가 말한 광물을 찾아낼 수 있었다.

“드디어 찾았습니다. 금을 뽑아내려고 자잘하게 쪼개니 찾기 편해졌군요.”

“내가 보기에는 진귀하지 않은 것 같은데 꼭 필요한 물건이란 말인가.”

“초벌구이한 자기에 긁어보니 조흔(爪痕)으로 드러난 색이 회색이며 광택이 나는군요. 저희에게는 꼭 필요한 물건입니다.”

일준이가 알려준 코발트를 함유한 광석 중 하나를 찾아내는데 성공했다. 며칠이 지나자 전에 나를 본척만척 하던 이장은 점잔을 빼며 나를 찾아왔다.

“참으로 훌륭한 일을 해냈어. 젊은 지관이 산 속에서 금맥을 찾아내다니 믿은 보람이 있군. 여기 품삯으로 이천 냥을 준비했으니 어서 돌아가 보게나.”

광산을 꿀꺽 삼키려는 심보 같았지만 이미 코발트 광석을 얻어냈으니 더 볼 필요도 없었다. 제대로 된 기반이 생기고 조정에서 일을 하면 무역으로 수만 냥 정도는 쉽게 얻어내는데 연연할 필요도 없다.

“참으로 감사합니다. 돌아가도록 하겠습니다.”

“고생이 많았네! 나중에 일이 있으면 또 부르도록 함세!”

상평통보 이천 냥이면 큰 액수 같지만 지금은 돈에 연연할 때가 아니었다. 금을 캐려고 시간을 끌다가 효명세자가 죽으면 헌종에게 매달릴 수밖에 없으니까.

일준이가 물감을 만들 수 있도록 코발트가 많아 보이는 광물을 한 보따리 챙겨 남양주로 돌아갔다. 정학유는 아쉬움이 남았는지 여전히 금을 캐는 사람들을 보며 말하였다.

“금맥을 발견하고 이천 냥을 받아 순순히 물러났다 하면 어느 누구도 믿지 않을 것이네.”

“고작 금맥 따위에 매달려 대계(大計)를 그르치느니 금을 포기하는 것이 좋습니다.”

오는 길은 인부도 여럿 있어서 편했지만 돌아가는 길은 각자 코발트 광석을 짊어지고 가니 더욱 힘들었다. 그래도 어느 정도 시대에 적응했으니 고생이 더 많을 뿐 견딜 수 있었다.

그나저나 내가 이렇게 고생하는 동안 일준이는 뭘 하고 있을까? 혹시 정약용에게 모든 것을 떠넘기고 팔짱만 끼고 있지는 않을까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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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상이 한참 광맥을 찾아 산을 돌아다닐 동안 조일준의 몸도 완전히 치료되었다. 새벽부터 일어난 조일준은 뒷마당에서 자신의 몸을 갈고 닦으며 하루 일과를 시작하였다.

“살을 빼자! 군살을 다 걷어내고 예전 몸을 되찾는 거야!”

“부상을 당한 사람 치고 몸을 참 날래게도 움직이는군. 혹여나 예전에 무예를 배웠는가?”

“이 시대의 말로는 무예를 배웠지요. 다른 무엇도 아닌 권투를 오 년 넘게 배웠습니다.”

새벽부터 줄넘기로 하체를 단련하고 장작을 패서 상체를 단련한 조일준은 땀에 젖은 몸을 물로 대충 씻어내고 몸에 남은 기름기를 재와 잡다한 기름을 섞은 비누로 닦아냈다.

대학원에서 시달리며 지방을 쌓아가던 사람은 온데간데 없었다. 조일준은 올바른 음식섭취와 규칙적인 생활로 몸을 다스렸고 동시에 필요한 물건을 만들기 위해 움직였다.

정약용은 이런 작업을 물심앙면으로 지원하였다. 조일준이 원하는 물건을 한양 상인을 통해 들여왔고 조일준은 고개를 꾸벅 숙이며 감사를 표시했다.

“유황을 구하셨군요. 참으로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고생이라 할 것이 무어가 있겠나. 이미 왜국에서 유황을 들여오고 있으니 시일이 걸릴 뿐 구할 수 있었지. 목초액 또한 준비하였네.”

정약용은 소나무를 건류(乾溜) 하여 목초액을 얻어내었고 이제 조일준이 나설 차례였다. 항아리에 담긴 목초액을 건넨 정약용이 질문을 하였다.

“본래 목초액을 사용할 때에는 일 년을 가만히 두어 가운데의 초(醋)만 사용한다네. 자네가 말하기를 일 년이 걸릴 일을 한나절 안에 끝낼 수 있다 하였는가.”

“충분히 가능합니다. 이 대나무 통 속에 목초액을 넣고 쥐불놀이를 하듯이 꾸준히 돌리면 원심력에 의해 액체가 분리될 겁니다.”

여러 물질이 혼합되어 자연스럽게 분리되는 목초액은 원심분리 난이도가 높지 않았다. 난이도가 높지 않을 뿐 힘이 들기는 매한가지이니 조일준은 이를 악 물고 대나무 통을 돌렸다.

“조정에 들어가면 나무로 실험기구를 만들어 달라고 해야지. 이러다가 어깨가 뽑혀나갈 것 같은데.”

장인을 고용해 소형 원심분리기를 제작할까 생각도 해 봤지만 생각을 접었다. 자신들에 대해 아는 사람이 적을수록 정보가 새어나갈 위험도 적어진다는 것이 조일준의 판단이었다.

반면 정약용은 자신이 여러 물건을 사들인다는 소문이 퍼졌으리라 짐작하였다. 다만 이를 추궁할 사람은 세상 천지에 없으니 무시하고 있었다.

“참으로 고생이 많군. 서책을 쓰기 위하여 닥나무를 벗겨내 종이를 만들고 담비를 잡아 털을 뽑아 붓을 만드는 것과 흡사한 꼴이 아닌가.”

“기구를 쓸 수 있다면 일도 아닌데 사람을 고용하면 제 정체가 들킬 수 있으니 각별히 조심해야지요.”

원심분리를 마치자 목초액의 성분들이 분류되었지만 시작에 불과하였다. 아직 정제되지 않은 크레오소트유를 정제하려면 르블랑 공정에서 나오는 물질들이 필요했다.

“정말로 층이 나뉘었으니 눈으로 보지 않았으면 믿을 수 없군. 이제 할 일이 무엇인가?”

“정제를 위해서는 여러 작업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하여 르블랑 공정을 진행하여 여러 화합물을 얻어내야 하지요. 이 공정은 염료를 만들기 위한 물질도 얻어낼 수 있습니다.”

르블랑 공정은 비누의 재료인 탄산나트륨을 만드는 공법이다. 최종 생산물은 비누를 만드는데 쓰였지만 이 중간 과정에서 염산 등의 산물을 얻어낼 수 있었다.

첫 작업은 연실법(鉛室法)을 이용해 황산을 만드는 작업이었다. 조일준은 초석과 유황을 섞어 태운 뒤 여기서 나온 연기를 물에 녹였다.

조일준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정약용은 노란 빛으로 변한 물을 살펴보다 아무런 냄새가 없음을 알아차리고 말했다.

“이것이 황산이라는 물건인가. 산(酸)이라 하면 식초 같이 냄새가 날 줄 알았는데.”

“황산은 냄새가 없으며 유독한 물건이니 가까이 하시면 아니 됩니다. 황산인지 아닌지는 아주 간단한 방법으로 확인할 수 있지요.”

묽은 황산 한 방울이 떨어진 쇳조각에서 기체가 뿜어져 나오며 조금씩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기나긴 공정의 한 과정을 마쳤지만 아직 멈출 수 없었다.

수많은 화학 지식이 머릿속에 맴돌며 가급적 쉽고 빠르며 정확한 길을 찾았다. 앞으로 필요한 물질과 이를 얻어내는 과정이 머릿속에서 그려졌다.

현대에는 흔해빠진 수산화나트륨조차 조선시대에 만들려면 불순물을 가급적 줄여야 했다. 처음에는 전기분해를 생각하던 조일준은 잠시 생각하다 다른 답을 찾았다.

“혹여나 생석회를 구해오실 수 있으신지요. 다음 작업에는 생석회가 필요합니다.”

“생석회야 얼마든지 구할 수 있다네. 물을 먹여 소석회로 만들 때 각별히 조심하게나.”

박현상이 한창 금광을 캐고 있을 무렵에도 작업은 이어졌고 조일준은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크레오소트유를 정제하기 시작하였다.

목초액을 침전시키고 각종 물질을 녹이는 작업을 하며 열흘을 소모한 조일준은 마침내 한 잔 분량의 크레오소트유를 얻어낼 수 있었다. 이를 검증하는 작업이 남았다.

“불순물이 좀 있겠지만 확실하게 알아볼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황산을 넣으면 색이 변한다 하더군요.”

“자네 말대로 황산을 넣으니 시커먼 목초액이 붉게 변하는군. 제대로 된 건가?”

“제대로 만들어 졌다면 잠시 뒤 보라색으로 변할 것입니다.”

정해진 대로 색이 변하니 정제 크레오소트유가 맞았다. 현대의 실험기구가 있었다면 단순한 반응에 불과하였지만 기구가 부족한 이 시대에서는 험난한 일이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쉰 조일준은 탈진하여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정약용은 식혜 한 대접을 퍼와서 건네주고는 잠시 숨을 돌리게 하며 말하였다.

“한 걸음씩 차근차근 나아가게나. 사람에게 쓸 약을 급히 만들면 될 것도 아니 되는 법일세. 차근차근 준비하도록 하고 그 동안 내게 과학이라는 학문을 가르쳐 줄 수 있겠나.”

“과학을 배우겠다고 하셨습니까? 제가 누구를 가르칠 재주는 없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아니 되네. 자네는 이백 년 뒤의 사람이고 자네 혼자서 모든 일을 해결할 수 없는 노릇이 아닌가. 명성을 떨치면 자연스럽게 제자들이 생길 것인데 이를 대비해야지.”

“제가 다른 사람을 가르치는 법을 배우지 않았는데 다산 선생님에게 과학을 가르치다니요.”

조일준이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손사래를 쳤지만 정약용은 별 일이 아니라는 듯이 고개를 옆으로 흔들며 말하였다.

“앞으로 살아보았자 십 년을 살면 족한 사람인데 다른 제자를 가르칠 때 교훈으로 삼으면 더욱 좋지 않겠는가. 새 학문을 배울 욕심이 생겼으니 내 욕심을 조금만 이해해 주게.”

“그렇게 말씀하시니 거절할 수가 없습니다. 앞으로 저녁때에 가르쳐 드리면 어떠한지요.”

다음 날부터 정약용에 대한 기초 과학강의가 시작되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기초 상식을 배운 사람들을 기준으로 강의를 하였으니 머리가 좋은 정약용이라 하여도 배우기 힘들었다.

정약용은 조일준이 머나먼 훗날의 지식을 가지고 있음을 굳게 믿고 있었지만 새로운 개념의 이해는 언제나 난해한 일이었다.

“산성과 염기성이라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군. 수소 이온은 무엇이고 양이온은 무엇인가.”

“산성은 다른 물질을 녹이고 삭아버리게 만드는 물건입니다. 식초가 묻은 쇠가 얼마 지나지 않아 녹이 생기는 것을 떠올려 주십시오.”

평상시라면 지나쳤을 설명이지만 배우는 사람이 생긴 이상 꼭 짚고 넘어가야 한다. 산과 염기의 개념을 이해시키기 위하여 설명하던 조일준은 지시약을 떠올리고 물어보았다.

“지시약이라 하는 물질이 있습니다. 산성이나 염기성을 만나면 색이 변하는 물건인데 여러 식물에서 채취하는 방법도 있지요. 혹여나 강황(薑黃)을 구할 수 있습니까?”

“강황이라 하면 약재인 울금(鬱金)아닌가? 청나라나 월남에서 수입하지만 양이 그리 많지 않고 구하는데 시일이 오래 걸릴 것이네.”

지시약을 만들 생각이던 조일준도 강황의 가격이 비싸다는 말을 듣고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다 초등학생들의 체험학습을 보조할 때 만들었던 지시약을 떠올렸다.

“아니면 미역취의 꽃이 필요합니다. 시월 경에 노란 꽃이 피는 풀이며 짓이겨 보니 비릿한 냄새가 나더군요. 약초로 사용했다 하는데 무슨 녀석인지 알고 계십니까?”

“일지황화(一枝黃花)라는 약초로군. 꽃이 피면 이를 통째로 뽑아 말려두지만 들판에 많이 피어나는 약초라 구하기 쉬운 편이지. 아예 기회를 보아 잔뜩 사들이겠네.”

미역취의 노란 꽃잎으로 한지를 염색한 조일준은 실험을 시작했다. 잿물을 바른 종이가 핏빛으로 변하자 정약용은 제법 놀란 눈빛을 보였고 조일준의 설명이 이어졌다.

“미역취의 꽃에 있는 성분이 염기성 물질을 만나 붉은 색으로 변한 겁니다. 여기에 다시 식초를 바르면 중화가 되어 본래의 색으로 돌아오지요.”

배움의 교환 속에서 조일준의 상식이 채워졌고 정약용도 과학에 대한 지식을 축적하였다. 날을 정해 하루를 푹 쉬던 조일준은 박현상이 남긴 글을 읽다 정약용에게 질문을 하였다.

“생각해보니 현상이를 경산으로 보낸 것이 훗날 문제가 되지 않겠습니까? 관직에 진출한 사람이 목소리가 이상한 지관과 닮았다는 이야기가 나올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럴 일은 없으니 염려하지 말게. 자네들이 여기에 오고 급격하게 변모하고 있으니 돌아온 다음에는 안색이 변하고 피부가 거칠어질 것이 아닌가. 이미 자네도 많이 변모하였네.”

조일준이 얼굴을 쓰다듬자 정약용의 말 대로 잡티가 느껴졌다. 햇빛과 거리가 먼 생활을 하던 대학원생의 피부는 서서히 세상을 만나 변질되기 시작하였다.

공정을 반복해 크레오소트유를 완성한 조일준은 다음 작업에 돌입하였다. 약효를 낼 수 있는 양을 검증하기 위해 크레오소트유의 비율을 달리 한 경단 여러 개를 만들었다.

“사람에게 얼마를 먹여야 하는지 감이 안 잡히니 일단 쥐의 반수치사량(LD50, 절반이 죽는 양)을 계산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를 통해 쥐의 증세를 확인하고 개선하면 될 겁니다.”

“내 살아생전 쥐의 사지를 묶고 입을 벌릴 줄은 몰랐네. 내가 입을 벌릴 것이니 먹이게나.”

헛간에서 잡힌 생쥐는 고개를 마구 돌려댔지만 조일준은 다짜고짜 경단 조각을 밀어 넣었다. 정약용이 쥐를 항아리 안에 내려놓자 잠시 뒤 이변이 벌어졌다.

- 찌이이이이익!

“내가 살면서 온갖 꼴을 보았지만 저렇게 비참한 몰골로 죽는 생쥐는 처음 본다네.”

사지를 뒤틀며 죽은 쥐를 꺼낸 정약용은 다음 쥐를 가져왔고 실험이 반복되었다. 이번에는 쥐가 살아서 돌아다녔지만 곧이어 배를 긁으며 고통스러워 하다가 숨을 거두었다.

“조금만 더 노력해 보면 될 것 같습니다. 과학은 수많은 실험을 통해 발전하는 학문이지요.”

과학의 발전을 위해 쥐들이 희생되었으나 이 시대의 생쥐는 곡식을 축내는 짐승이라 어느 누구도 거리낄 것이 없었다.

조일준의 엄청난 끈기를 알고 있는 정약용은 다음 쥐를 찾아 손을 놀렸다. 이후로 수많은 쥐가 과학의 발전에 공헌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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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주에 돌아오니 두 달이 넘게 흘러 음력 11월 초가 되어버렸다. 효명세자의 죽음까지 윤달을 포함해 7개월이 남았으니 아직 여유는 있었고. 정학유는 내 얼굴을 살펴보더니 아쉬운 표정으로 말했다.

“자네가 처음 경산으로 내려갈 적에는 얼굴이 하얗고 귀티가 흐르고 있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아니하군. 대체 무슨 생을 살아왔기에 안면이 이다지도 급히 변하는가.”

“콩나물시루 속에서 자라는 콩과 같은 인생을 살아왔습니다.”

“그런 인생이라니 참으로 끔찍할 것 같군. 노비이되 방 안에만 갇혀 사는 노비가 아닌가.”

바깥 환경에 고스란히 노출되고 말기름으로 로션을 대신해 피부를 보호했으니 얼굴이 너무 삭아버렸다. 그래도 이렇게 얼굴이 변하는 것이 어색하지 않다.

머나먼 영국에서 건너오며 바닷바람에 시달렸는데 얼굴에 잡티가 없다면 말이 안 되었다. 정약용의 집에 도착해 정학유가 먼저 작별인사를 나누게 한 뒤 보고를 올렸다.

“여러 문제가 있었지만 코발트 광석을 캐올 수 있었습니다.”

일준이와 정약용 앞에서 보고 형식으로 경산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였다. 정약용은 금맥을 발견했다는 말에 껄껄 웃더니 태씨 문중에게 넘겨줬다는 말을 듣고 흡족한 표정으로 말했다.

“잘 하였네. 거기서 오래 있었다간 대계를 망치는 꼴이 아닌가. 큰 수익이 나는 금광도 아닌데 싼 값에 파는 것이 옳은 판단이라네.”

“돌아오면서도 한참을 고민하였는데 제 판단이 옳았군요. 귀찮게 다른 사람과 싸우느니 넘겨 버리는 것이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라 생각하였습니다.”

일준이는 두 달 사이에 몸이 날렵해졌다. 아직 학부생 시절의 몸을 되찾지는 못했지만 누가 보면 다른 사람이라 생각할 지경이었다. 얼굴도 마찬가지였다.

“우리 아버지가 스무 살에 군 생활 할 때 찍었던 사진이랑 네 얼굴이랑 비슷하게 삭았네.”

“네가 더 삭았는데 뭐가 좋다고. 네가 경산에 다녀오는 동안 나도 고생 많이 했다. 내 일정을 쪼개가며 과학 강의도 했지.”

녀석은 얼마나 힘들게 살았는지 팔뚝에 근육이 돋아 올라 전성기의 몸을 절반 정도 되찾았다. 여기에 정약용을 가르쳤다면 잠 잘 시간도 쪼개가며 매달렸으리라.

“선생님도 열정이 있으셔서 많이 배우시더라. 최근에는 선생님께 산 염기 반응을 알려드렸어. 지시약으로 시험하니 금세 터득하시더라.”

내가 삭아버린 외모를 얻은 동안 정약용은 과학에 대한 기초 지식을 얻었다. 일준이는 내가 가져온 광석을 확인하더니 콧노래를 부르며 작업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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