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왕성 작전 (3) >
지노비 콜로바노프 중위는 손바닥 크기로 잘라낸 프라우다(правда, 소련 공산당 기관지) 지에 마호르카 담배를 넣고 돌돌 감아 궐련을 만들었다.
프라우다 지로 만든 궐련에선 신문지 특유의 퀴퀴한 냄새와 잉크 맛이 났지만, 깨끗하고 질 좋은 종이가 부족한 소련에서는 담배를 마는 용도로 프라우다를 많이 애용했다.
공산주의에 목을 매는 정치장교들도 병사나 장교들이 프라우다 지를 잘라 담배를 마는 것쯤은 눈 감아 줄 정도였다.
콜로바노프가 소속된 제1전차사단 제1전차연대는 붉은 군대의 선봉을 맡아 육군 중 최초로 독일 국경을 넘는 ‘영광’을 누렸다.
하지만 국경을 넘기 무섭게 선두 전차가 지뢰를 밟고 정지하면서, 연대는 발이 묶이고 말았다.
땅에 묻힌 지뢰가 얼마나 되는지 알지 못하는 이상, 함부로 움직일 수 없는 노릇. 공병이 도착할 때까지 연대는 계획에도 없던 휴식에 들어갔다.
“이거 왠지 불안한데.....”
“잘 못 들었습니다.”
“아무것도 아냐. 앞이나 봐.”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마음의 소리가 입 밖으로 새어 나온 콜로바노프는 정신을 다잡았다. 이런 기초적인 실수를 하다니. 정치장교의 귀에 들어가면 어쩌려고!
포수 안드레이 우소프 하사는 다행히도 콜로바노프가 한 말에는 별 관심이 없는 듯했다.
콜로바노프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묵묵히 담배를 태웠다.
겨울전쟁에 소총수로 참전한 경력이 있는 콜로바노프는 전쟁 첫날에도 핀란드군이 매설한 지뢰에 묶여 진격이 지체되었던 때가 있던 것을 기억했다.
그때도 공병대가 도착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데, 핀란드군의 공격이 시작됐었지. 왠지 그때와 비슷한 상황인 것 같은 예감이 드는데.....
불길한 예감은 항상 빗나간 적이 없었다. 공병이 도착해 지뢰 탐색을 시작할 무렵, 서쪽 하늘로부터 기괴한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다.
콜로바노프가 고개를 돌리자, 그의 눈동자에 새까만 점들이 비쳤다.
“슈, 슈투카다!”
***
루델 대위가 탑승한 Ju87 슈투카는 BK 3.7 37mm 대전차기관포를 장착한 버전으로, 일선 조종사들과 정비병들에게 카노넨포겔(Kanonenvogel, 대포새)이라는 별칭으로 불리고 있었다.
1942년 기준으로 37mm라는 구경은 전차를 전면에서 잡아내기에는 위력이 다소 부족하지만, 통상적으로 장갑이 얇은 상부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카노넨포겔은 바로 이 37mm 포탄을 전차의 상부에 때려 박아 전차를 격파하려는 용도로 만들어진 물건이었다.
문제는 기관포의 무게로 슈투카의 기동성이 악화되었고, BK 3.7 기관포를 대체할 무기들이 개발되자 히틀러는 기동성 하락 및 운용에 어려움이 많다는 이유로 카노넨포겔의 양산 중단을 지시했다.
BK 3.7 기관포에 사용되는 텅스텐 합금으로 코팅된 전용 철갑탄의 생산비용도 무지막지하게 높다는 것도 히틀러의 결정에 큰 영향을 끼쳤다.
그렇게 카노넨포겔은 소수만 생산되고 양산이 끝난 비운의 병기가 되었지만, 루델은 이 강철새가 썩 나쁘지 않았다.
확실히 전에 타던 놈들보다 속도가 느려진 게 느껴질 정도로 기체가 무겁다는 단점이긴 했지만, 잘만 사용하면 전차를 일격에 보내버릴 수 있다는 장점에 주목했다.
BK 3.7 기관포의 장탄수는 1문당 12발. 1번 쏠 때마다 전차 1대씩만 잡으면 전차 12대를 잡을 수 있다는 소리가 아닌가.
물론 일격에 전차를 명중시키는 게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지만, 루델은 보통이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먼 남자였다.
남들의 몇 배에 달하는 훈련량과 노력, 근성을 가진 자신이라면 한 번에 전차 한 대씩을 잡는 일은 불가능하지 않았다.
이미 이놈을 타고 수십 번도 더 연습하지 않았던가.
오늘 그 노력의 결실을 보여줄 때였다. 목에 건 1급 철십자훈장도 슬슬 다른 놈으로 바꿀 때이기도 했고.
슈투카들의 엄호를 위해 따라온 Bf110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던 적 보병들을 향해 기총소사를 퍼붓는 사이 루델은 멈춰 서 있는 적 전차들을 노렸다.
전체적으로 각진 외형으로 볼 때 식별표에서 본 KV-1이지 싶었다.
“신참들은 잘 봐둬. 슈투카는 이렇게 운용하는 거야.”
루델은 공격에 앞서 신참 조종사들에게 자신을 잘 관찰하라고 지시했다.
출격에 나선 12대의 슈투카 중의 4대는 신참 조종사들이 탑승하고 있었다.
말이 신참이지 이들도 폴란드에서부터 싸워온 베테랑들이지만, 슈투카의 조종간을 잡고서 전투에 나간 적이 없다는 이유로 햇병아리 취급을 받고 있었다.
“준비는 됐지, 헨첼?”
“두말하면 잔소리 아닙니까, 대위님.”
“훗! 그래야 내 부하답지!”
후방기총수 에르빈 헨첼 상사는 루델과 죽이 잘 맞았다.
그 역시 루델처럼 통이 크고 대담했으며 루델을 따라 휴일에도 그와 함께 훈련과 운동을 하며 끊임없이 체력을 단련하는 ‘비정상인’이었다.
“자, 그럼 간다!”
루델은 소련군 대열의 맨 선두에 있는 전차부터 노렸다. 카노넨포겔은 보통의 슈투카보다 조준에 더 신경을 써야 했다.
통상적인 폭탄은 굳이 목표물에 정확히 명중시킬 필요 없이 땅에 떨어져도 표적을 충분히 격파하거나 무력화시킬 수 있지만, 기관포탄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지구 중력의 영향으로 온몸이 거대한 바위에 짓눌리는 것 같았다. 그러나 루델은 정신이 혼미해질 만한 상황 속에서도 조준에 신중을 기했다.
지금이다. 조준선에 전차의 네모난 상부가 들어오자 루델은 격발기를 눌렀다. 기관포의 반동으로 슈투카가 들썩거렸다.
37mm 텅스텐 합금 탄두가 명중하자, KV-1의 상부장갑은 두부처럼 손쉽게 관통되었다.
KV-1 포탑 상부장갑의 두께는 40mm로 일반적인 전차들과 비교해서 상당히 두꺼운 축에 속했지만, 수직에 가깝게 내리꽂는 37mm 포탄의 위력 앞에서는 종잇장이나 다름없었다.
“명중입니다!”
“좋았어!”
루델이 명중시킨 철갑탄은 전차장의 몸을 반으로 가르며 차체 하부에 위치한 탄약고에 명중, 전차를 유폭으로 몰고 갔다.
110개가 넘는 76mm 포탄들이 일제히 유폭하면서 육중한 전차 포탑이 허공으로 떠오르고 주위의 보병들에게 불꽃과 파편의 비를 흩뿌렸다.
루델의 성공에 힘입어 다른 슈투카들도 일제히 공격을 개시했다.
루델의 동료가 탑승한 슈투카는 KV-1 차체 상부에 기관포탄을 꽂아 넣었다.
요란한 폭발은 없었지만, 엔진이 박살 나 기동이 불가능했다.
전차가 멈춰 서자 전차병들은 표적이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밖으로 나와 도망치다가 Bf110의 기총소사에 당해 걸레짝이 되었다.
저 멍청이들. 차라리 전차 안에 그대로 있었으면 살았을 텐데.
루델은 허공에서 잠시 숨을 고른 다음, 지체없이 다음 목표물을 향해 급강하했다.
헨첼 상사는 혹시 모를 적기의 공격에 대비하여 MG81을 잡은 손에 힘을 줬다.
“헨첼, 꽉 잡아!”
“후읍-!”
슈투카 조종사들은 급강하에 돌입할 때마다 목숨을 걸어야 했다.
적의 대공포화도 충분히 위협적이지만, 중력의 가속을 견디지 못하고 정신을 잃는 경우엔 생존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이 같은 경우를 대비해서 슈투카에는 일정 고도까지 내려가면 자동으로 폭탄을 투하하고 고도를 상승시키는 안전장치가 장착되어 있지만, 훈련이 아닌 실전에서 정신을 잃는다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했다.
“이쪽으로 온다아!!!”
“대피!”
“야, 이 개새끼들아! 대공사격 안 해!?”
공황에 빠져 허둥거리는 병사들을 향해 소리치던 정치장교가 Bf110의 탄막을 직격으로 맞아 갈가리 찢어지고, 앞이 막히자 후진을 시도하는 전차에 운 없는 병사들이 깔려 육포가 되었다.
아군 병사들을 깔아뭉개며 후전하는 KV-1은 뒤에 있던 KV-1과 충돌했다.
정지한 두 전차를 향해 37mm 철갑탄 두 발이 날아들었다.
한 발의 KV-1의 차체에 명중하여 변속기를 박살 냈고, 한 발은 KV-1 조종수 바로 옆에 위치한 탄약고에 명중하여 유폭을 일으켰다.
차체와 분리된 포탑이 변속기가 박살 난 KV-1의 차체 상부에 떨어져 졸지에 하나의 차체에 포탑이 두 개가 달린 것처럼 보였다.
“끼얏, 호우!!”
루델은 자신이 이룬 전과에 자신이 놀라 탄성을 내질렀다.
한 번의 사격으로 전차 2대를 동시에 격파.
루델의 동료들도 그의 묘기에 가까운 전과에 놀라 입이 떡 벌어졌다.
“대단하십니다, 대위님. 전차 2대 동시격파라니..... 역시 연습한 보람이 있군요!”
“그래. 존나게 연습한 보람이 있어.”
전차 2대를 동시에 격파하는 연습을 훈련 때도 안 해본 것이지만, 자신감으로 가득 찬 루델은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들였다.
“노력은 결코 사람을 배신하지 않는 법이지. 이 기세로 계속 간다!”
“예!”
***
독일 공군의 공격은, 그들이 보유한 탄약이 모두 바닥을 드러낼 때까지 계속되었다.
독일 공군의 기습으로부터 지상의 아군을 보호해야 할 공군의 전투기들은 나타나지 않았다.
공격이 끝난 직후, 생존자들은 불타는 전차의 잔해와 무참히 찢기고 불타버린 전우들의 시체를 바라보며 울분을 토했다.
“우리 공군은 뭘 하는 거야!”
“개새끼들, 이 개새끼들.....”
한 번 죽은 병사들이 되살아나는 법은 없다. 죽으면 그걸로 끝이고, 한 번 지나간 시간은 다시는 되돌아가지 않는다.
콜로바노프는 운이 좋았다. 공습을 받는 동안, 그와 그가 탑승한 KV-1은 어떤 피해도 받지 않았다.
하지만 중대의 다른 전차들은 그렇지 못했다.
14대의 전차 중에, 멀쩡히 살아남은 전차는 콜로바노프의 전차를 포함해 겨우 5대 밖에 없었다.
9대의 전차 중에 완파된 게 5대, 궤도가 끊어지거나 엔진이 망가진 게 4대였다.
단 한 번의 공습으로 중대의 가용 가능한 전력은 3분의 1로 줄어들었다.
“지옥이 따로 없군요.”
우소프 하사가 질린다는 말투로 말했다.
도처에 널린 시체들과 비명을 지르는 부상병들을 보고 있자니 지옥의 한복판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콜로바노프는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자넨 전차에 남아 이상이 있는지 다시 한번 점검하게.”
“어디 가십니까?”
“대대장 동지께 가서 이제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어야지.”
중대장은 슈투카의 직격을 받아 전차와 함께 운명을 달리했다.
콜로바노프의 전차에 탑재된 무전기는 고장이 났는지 작동이 되질 않았다.
콜로바노프는 하는 수 없이 전차에서 내려 대대장에게 직접 가기로 마음먹었다.
“씨발, 아 씨발!”
다리가 절단된 정치장교가 피거품을 토하며 버둥거리고 있었다.
그를 치료하기 위해 위생병 둘이 달라붙었지만, 이미 정신줄을 놔버린 정치장교는 자꾸만 몸을 움직이며 위생병들의 치료를 방해했다.
대대장 이오시프 보리소비치 중령의 전차는 좌측 궤도가 끊어지고 주포에 균열이 생긴 것만 빼면 전체적으론 멀쩡해 보였다.
대대장 차량에 올라탄 콜로바노프는 해치가 열린 것을 발견하고 안을 들여다봤다.
“대대장 동.....”
전차 내부를 확인한 콜로바노프는 반사적으로 눈을 감으며 뒤로 물러섰다. 욕지기가 솟구쳐오르며 입에서 토사물이 쏟아졌다.
“우웨에엑!”
보리소비치 중령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숨이 끊어진 대대장은 전신이 반으로 토막 나 있었다. 전차 상부에 명중한 기관포탄이 그의 어깨를 파고들며 사타구니까지 전진해 고환을 터뜨렸다.
포탑 내부는 대대장의 내장과 살점으로 가득했다.
콜로바노프는 쉬지 않고 토했다.
일찍이 겨울전쟁에서 수많은 죽음을 목격한 적 있는 그였지만, 이토록 처참한 시체는 난생 처음 보았다.
토하고 토한 끝에 위가 텅 빈 후에야 그는 구토를 멈췄다.
“.....씨발.”
***
아침 7시.
베를린은 잠에서 깨어났다.
비단 베를린뿐 아니라 독일 전체가 잠에서 깨어날 시간대였다.
카페인의 힘을 빌렸음에도 최전선에서 쏟아지는 각종 보고를 듣고 장군들과 토의를 하느라 몸에 힘이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아직 할 일이 남았기에 나는 서둘러 베를린 라디오 방송국으로 향했다. 이미 방송국에는 내가 간다고 미리 연락된 상태였다.
방송국 복도에는 MP40으로 무장한 SS 병사들이 철통같은 경계를 서고 있었다.
방송국에 출근하는 직원들은 흑색의 병사들을 보고 기가 죽은 듯 발소리조차 내지 않으려고 살금살금 걸어 다녔다.
그리고 나와 눈이 마주치자 깜짝 놀라 그 자리에서 얼어붙고 말았다.
“초, 총통 각하!”
“총통께서....!”
나는 나를 보고 놀란 직원들에게 한쪽 손을 들어 가볍게 인사했다.
그리곤 방송실로 들어갔다. 방송실에선 아나운서가 차분한 어조로 사전에 준비한 원고를 읽고 있었다.
“다시 한번 알려드립니다. 금일 새벽 1시, 소련의 붉은 군대가 선전포고도 없이 국경을 넘어 공격해 왔습니다.
볼셰비키 침략자들로부터 유럽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독일 국민의 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곧 총통께서 국민 여러분께 직접 대국민담화에 나서실 예정입니다. 모두 하던 일을 멈추고 총통의 말씀에 귀를 기울여주시길 바랍니다.”
자리에 착석한 나는 헤드폰을 썼다. 스태프들로부터 OK 사인이 떨어졌다.
참 오랜만에 하는 대국민연설이었다. 앞에 청중이라곤 괴링, 괴벨스, 리벤트로프 등의 측근들과 방송국 스태프들, SS 병사들뿐이라 그런지 긴장감은 덜했다.
그래도 마음을 놓을 수는 없지. 이토록 중요한 역사의 순간에, 실수해선 안 되니까.
시작해볼까.
“친애하는 대독일의 국민 여러분. 아돌프 히틀러입니다.
저는 여러분께 중요한 사실을 고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오늘 오전 1시를 기하여 단 한마디의 요구 사항이나 선전포고도 없이 소련군은 우리 독일을 공격하여 국경을 침범해왔으며, 비무장 승객들이 탄 여객선을 격침시켜 무고한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전쟁범죄를 저질렀습니다. 소련은 헝가리와 루마니아에도 공습을 자행했습니다. 우리나라에 대한 이 같은 공격은 문명국 역사상 유례가 없는 배신행위입니다.
소비에트 사회주의 연방과 독일 사이엔 불가침조약이 체결되어 있었고, 우리 정부에선 이 조약의 모든 규정을 성실하게 이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공격 행위를 저지른 것입니다. 소비에트 연방의 지도자들은 이 같은 파렴치한 배신과 전쟁범죄 행위에 대해 마땅히 책임을 져야 할 것입니다.
베를린 주재 소련 대사 데카노조프는 자신의 정부를 대신하여 국방군이 소련의 서부 국경 지대에 집결하여 소련의 안전을 위협하고 도발을 일삼았다는 이유로 독일에 대해 전쟁을 개시한다는 크렘린의 결심을 리벤트로프 외무장관에게 일방적으로 통보했습니다. 이러한 통보에 대해 리벤트로프 장관은 독일 정부를 대신하여 다음과 같이 대응했습니다. 독일 정부는 소련 측에 어떠한 요구도 하지 않았다는 점, 소련은 독일의 평화적인 입장과 태도에도 불구하고 불가침조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독일을 공격했다는 점을 밝혔습니다. 데카노조프 대사는 외무장관의 항의와 의문에 자신은 단지 스탈린 서기장의 명령에만 따른다고 대답했습니다.
이걸로 소련의 입장은 명확해졌습니다. 저들, 붉은 침략자들의 목적은 독일을 멸망시키고, 나아가 유럽의 평화와 문화를 파괴하는 것입니다.”
2초 정도 뜸을 들인 뒤, 나는 전보다 더 격정적인 어조로 말을 이어갔다.
라디오 앞에 모여 내 말을 듣고 있을 독일 국민, 그리고 전방에서 싸우고 있을 병사들을 생각하면서.
“저는 국방군에게 이 약탈자들의 공격을 격퇴하고, 독일의 영토에서 완전히 몰아내라고 명령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최전선에서는 치열한 혈투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제가 여러분께 제 진심을 전하는 중에도 누군가의 아들이자 형제이며 누군가의 남편이자 누군가의 아버지인 병사들이 조국을 지키기 위해 이를 악물고 침략자들과 싸우고 있을 것입니다. 1914년과 1918년 사이, 독일의 모든 아들이 그랬던 것처럼 말입니다.
저는 우리 장병들이 조국과 독일 민족을 위해 명예롭게 의무를 다해 침략자들을 몰아내 주리라 굳게 믿습니다. 그리고 우리 국민들이 국가사회주의의 깃발 아래 하나로 뭉쳐 이 어려운 위기를 굳건하게 헤쳐 나갈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이 자리에서 여러분께 약속합니다. 절대 침략자들의 무력과 협박 앞에 무릎 꿇고 생존을 애걸하지 않겠노라고. 독일을 지키기 위해 산화한 장병들에게 있어 단 한 점의 부끄럼이 없이 행동하겠노라고. 다시는 독일 역사에 항복이라는 단어가 적히지 않게 하겠노라고!
저는 모든 국민이 자신의 의무를 다하고,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한다면, 우리는 다시 한번 기적을 이루어낼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이것은 독일 정부의 결의이자 독일 국민의, 게르만 민족의 결의이기도 합니다.
유럽과 아시아의 드넓은 대지와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수많은 도시, 그리고 평화로운 삶을 살아가던 수많은 민족의 구성원들이 볼셰비키와 NKVD의 잔혹하고 간악한 통치 아래서 신음하고 있지만, 그 명단에 독일은 포함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하나로 뭉쳐 타협과 구걸 대신 자유와 저항을 택한다면 말입니다.
우리는 끝까지 갈 것입니다.
우리는 대지에서 싸울 것이고 바다와 하늘에서 싸울 것입니다.
우리는 해변에서 싸울 것이고 들판과 거리에서 싸울 것입니다.
우리는 힘과 기백을 길러 싸울 것이며,
용기와 긍지를 가지고 자유를 지키기 위해 싸울 것입니다.
우리는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이 나라를 지켜낼 것입니다.
우리는 결코 항복하지 않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