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고 (6) >
1942년 5월 2일
독일 베를린 신 총통관저
소련군의 전쟁 준비는 나날이 지속되고 있었다.
이미 우리에게 자신들의 움직임이 간파당했다는 사실을 모르는 건지, 아니면 알고서도 저러는 건지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놈들은 진심이라는 거다.
“총통 각하, 지금이라도 선제공격해야-”
“지금까지 내 말을 뭐로 알아들은 건가? 선제공격은 절대 안 되네! 그랬다간 놈들에게 명분을 실어다 줄 뿐이라고!”
“그렇다면 동원령이라도....”
“동원령은.... 아직이네. 전쟁이 터진다는 확실한 징후가 있기 전까지 동원령은 내릴 수 없네.”
소련은 국경에 병력을 배치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우리에게 약속한 물자를 꼬박꼬박 넘겨주고 있었다.
소련이 우리에게 제공하는 물자의 수량은 정확했고 질도 평균을 유지했다.
이를 보니 소련의 의도를 더더욱 알기 힘들어졌다.
정말로 소련은 전쟁을 준비 중인 게 맞는 것일까? 단순히 독일의 침략에 대비하여 미리 준비를 해두는 것일까?
어쩌면 이것도 우리의 눈을 속이기 위한 일종의 전략일지도 모른다. 빨갱이들의 주특기가 바로 화전양면전술(和戰兩面戰術) 아닌가.
하지만 그 신중한 스탈린이 독일과의 전쟁이라는 무모한 도박을 벌일 것 같지도 않고.... 도대체가 감을 못 잡겠군.
그래도 실제 소련이 방심하고 있다가 어떤 피해를 입었는지 생각하면 미리 대비를 해두는 게 옳았다.
나는 만슈타인에게 지시하여 독일 영공을 침범한 소련군 항공기가 경고에도 불응한다면 즉시 격추하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소련군과의 교전이 발생 시, 보고보다 조치를 먼저 취해도 좋다고 허락했다.
단, 소련군이 먼저 공격을 가했을 경우에만. 그전까지는 절대 공격하지 말고 적과 거리를 유지하며 상황을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소련 놈들이 우리가 먼저 공격했다고 주장할 구실을 하나라도 남기기 싫으니까.
루마니아와 터키와의 협상은 성공적이었다. 둘 다 우리의 제안에 동의하며 선뜻 국경을 개방했다.
이걸로 전쟁이 터지면 우리는 바쿠 유전을 공습할 수 있는 중요한 발판을 손에 넣었다.
노르웨이에서는 요한 뉘고르스볼이 건강상의 이유로 총리직을 사임했고, 영국의 침공을 예언하여 국민 사이에서 일약 스타로 떠오른 비드쿤 크비슬링이 노르웨이의 새 총리가 되었다.
크비슬링이 이끄는 국민연합당이 정권을 잡은 노르웨이는 소련과의 전쟁에 대비하여 노르웨이 북부의 군사기지를 이용하게 해달라는 우리의 요청을 즉각 수락하였다.
노르웨이 파견군의 임무는 유사시 노르웨이군의 지원을 받아 소련의 무르만스크 항구를 공격해 타격을 입히는 것이었다.
“총통 각하, 소련과의 전쟁에 대비하려면 전투력이 뛰어난 무장친위대의 규모를 키울 필요가 있습니다.”
힘러는 이때다 싶어 내게 무장친위대 신규 사단들의 창설을 요청했다.
브라우히치는 지금 6개 사단만으로도 충분하다며 힘러의 요청을 반대했지만, 무장친위대가 실전에서 보여준 뛰어난 활약상에 매료된 카이텔과 라이헤나우는 무장친위대가 국방군의 지휘하에 있는 한 힘러의 요청이 문제 될 게 없다며 사실상 힘러의 편을 들어줬다.
괴링과 레더는 중립을 선언했다.
힘러는 무장 SS 사단들을 6개에서 15개로 대폭 늘리자고 주장했지만, 나는 일단은 4개 사단의 창설만 허락했다.
제7SS산악 프린츠 오이겐과 제8SS기병사단 플로리안 가이어가 같은 날 동시에 창설되었고, 북유럽과 벨기에, 네덜란드 지원자들로 이루어진 제9SS기갑사단 노르트란트, 프랑스인 지원자들로 구성된 제10SS무장척탄병사단 샤를마뉴는 제각기 이틀간의 격차를 두고 창설되었다.
이외에도 SS 최초의 공수부대 500SS공수대대도 창설되었다.
다만 SS에는 강하 훈련을 받은 장교가 별로 없었기에 공군 공수부대에 위탁 교육을 맡겨야만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총통 각하.”
“왜 그러시오, 원수?”
“저는 이게 정말 옳은 결정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스탈린에게 보낼 전보를 검토하는 자리에서 카이텔이 영 자신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게 정말 맞나? 싶은 얼굴.
“오히려 우리가 놈들의 움직임을 간파하고 있다는 것만 알려주는 꼴이 되지 않겠습니까?”
카이텔의 지적대로, 소련이 잡아떼면 그만인 데다 되려 소련군의 위장만 더욱 정교해질 위험이 있었다.
하지만 나는 이미 결심을 굳힌 뒤였다.
“타당한 지적이오. 하지만 적어도 우리가 자신들을 예의주시하고 있음을 소련이 알게 되면, 침공 계획을 중단할지 모르지 않소? 이미 상대가 패를 대놓고 들여다보고 있는데, 게임을 계속할 사람이 없는 것처럼 말이오.”
나는 스탈린이 자신의 패가 들통났다는 것을 인지한다면 적어도 침공을 재고하지 않겠나 싶었다.
너무 신중한 나머지 독소전 초반 소련군의 대패를 초래한 스탈린이니만큼, 모든 게 들통난 상황에서 전쟁을 감행한다는 짓은 저지르지 않을 것이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내 희망 사항이고 역사가 바뀐 만큼 스탈린의 심정에도 어떤 변화가 일어났을지 아무도 모른다.
그래도 내가 생각할 수 있는, 전쟁을 막을 유일한 방도는 이것밖에 없었다.
“총통 각하의 말씀이 맞습니다, 카이텔 원수. 독일이 소련의 공격을 대비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소련도 감히 전쟁을 일으키지 못할 것입니다. 불필요한 전쟁을 막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성과가 아니겠습니까?”
“그래도 이건 좀....”
리벤트로프의 강한 옹호에도 카이텔은 영 마땅찮다는 듯 미간을 좁혔다.
“큰 전쟁을 막기 위한 작은 희생이라고 생각하시오, 원수. 리벤트로프 장관의 말대로 전쟁이 터져 수많은 사람이 죽고 다치는 것보다 훨씬 나은 선택이니.”
“....알겠습니다.”
내가 스탈린에게 보내는 ‘경고문’은 모스크바 주재 독일 대사 베르너 폰 슐렌베르크에게 보내졌다.
이걸로 나는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했다.
남은 건 스탈린의 몫뿐.
과연 스탈린은 어떤 결정을 내릴지....
***
1942년 5월 3일
소련 모스크바 크렘린 궁전
독일로부터 전보가 도착했다.
스탈린이 내심 얼간이라 여기며 경멸해 마지않는 몰로토프는 창백한 얼굴로 집무실에 들어와 스탈린에게 독일의, 히틀러의 전보를 전했다.
손바닥만 한 크기의 종이에는 히틀러가 스탈린에게 보내는 경고문이 적혀 있었다.
-이런 말을 전하게 되어 참으로 유감이지만, 귀국이 독일을 공격할 것이라는 첩보가 계속해서 들어오고 있고 귀국의 군대가 자꾸 서쪽으로 이동 중인데 우리가 뭘 잘못했습니까?
만약 우리가 귀국에 저지른 잘못이나 귀국이 오해하게끔 한 행동이 있다면 알려주십시오. 우리는 양국 간의 오해를 풀기 위해 귀국과 합동으로 조사할 의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합리적인 근거에 의한 것이 아닌 독일을 겨냥한 의도적인 위협이라면 우리도 부득이하게 필요해 조치할 수밖에 없습니다.
전보의 말투는 정중했지만, 내용은 전혀 정중하지 않았다. 너희들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으니, 허튼짓은 꿈도 꾸지 말라는 내용. 이것이 히틀러가 스탈린에게 보내는 말이었다.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역시 독일은 소련의 행동을 모두 사전에 간파하고 있었다.
군대를 독일 국경에 배치하는 것에서부터 최종적으로 독일을 공격할 계획이라는 것까지 전부 다.
“답변을 뭐라고 보내면 좋겠습니까?”
몰로토프가 물었지만, 스탈린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독일이 보낸 전보에 정신이 팔린 나머지 몰로토프가 아직 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렸다.
이미 상대에게 패를 읽힌 이상, 게임이라면 여기서 포기하고 승복하는 게 이치에 맞다. 하지만 현실은 게임이 아니었다.
여기서 소련이 물러선다고 한들, 독일이 자국을 침략하고자 했던 소련을 가만 놔둘 리 없었다.
어느 한쪽의 속내를 상대에게 들켰을 때부터, 전쟁은 피할 수 없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저, 서기장 동지?”
“.....무슨 일인가?”
“독일에 보낼 답장에 뭐라고 적으면 되겠습니까?”
스탈린은 자기가 이런 것까지 하나하나 다 지시해 줘야 하냐고 화를 낼까 하다가, 이내 상황의 중요성을 떠올리곤 고민에 빠졌다.
보통의 사안이라면 몰로토프에게 알아서 하라고 지시했겠지만, 이건 차원이 다른 문제였다.
“일단은 잡아떼게. 무조건. 무슨 말을 하든 간에 독일이 우리를 그나마 덜 의심하도록 조금이나마 그럴듯한 설명을 하게.”
“하지만 독일이 우리가 하는 말을 믿겠습니까?”
몰로토프가 자신 없다는 듯이 되묻자, 스탈린의 분노가 폭발했다.
“독일 놈들이 믿든 안 믿든 간에 무조건 잡아떼란 말이야! 놈들이야 당연히 안 믿겠지! 그렇다고 ‘아, 사실 우리가 댁네를 공격할 생각이었는데 들켜버리고 말았습니다’라고 말할 건가? 그게 네놈 생각이야? 제발 생각을 좀 하라고, 이 무능한 새끼야!”
화를 참을 수 없던 스탈린은 컵을 집어 몰로토프를 향해 던졌다. 컵은 몰로토프에게 맞지 않았지만, 벽에 부딪혀 산산이 조각났다.
“당장 꺼져!”
“예, 옙! 서기장 동지, 실례했습니다!”
몰로토프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쳤다.
독일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멈출 수 없다.
소련이 물러선다고 해도 이미 소련에 전쟁 의지가 있다는 것을 확인한 독일은 소련을 공격할 것이다.
당장은 속이 뻔히 보이는 거짓말이라도 해서 시간을 끌어야 한다.
초조해진 스탈린은 티모셴코와 주코프를 소환했다.
예고 없이 스탈린의 소환 명령을 받고 크렘린에 출두하는 일에는 이미 이골이 난 두 사람이었지만, 이어지는 스탈린의 물음에는 그들조차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
“천왕성 작전의 개시를 앞당겨야 할 것 같소.”
“예?”
“서기장 동지,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티코셴코와 주코프는 스탈린의 말에 당황했다.
이미 작전 개시일을 두 달이나 앞당기는 바람에 작전 계획을 다시 짜느라 바쁜데, 여기서 또 앞당긴다고?
스탈린의 두 부하의 반응을 예상하였던 듯 독일로부터 온 전보를 보여주었다.
“독일인들이 눈치를 챘소. 일단 몰로토프에게 적당히 둘러대라고 지시를 내렸지만, 먹히지는 않을 거요. 우리가 병력을 뒤로 물린다고 해도 독일은 기회라 여기고 쳐들어올 것이오. 이제 우리에게 남은 선택지는 독일 놈들이 공격하기 전에 서둘러 공격하는 것뿐이오.”
“하지만 서기장 동지. 여기서 계획을 더 앞당기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주코프가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보다 못한 티모셴코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이미 작전 개시일을 두 달이나 앞당겼는데 여기서 또 작전 개시일을 바꾸면 모든 계획이 엉망이 됩니다. 그리고 아직 전군의 배치는 절반도 채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스탈린은 티모셴코가 하는 말을 잠자코 경청했다.
티모셴코는 스탈린의 심기가 불편해질까 봐 이대로 계속 말해도 되나 망설였지만, 결심을 굳히곤 발언을 이어갔다.
“독일군은 전 세계를 통틀어 손에 꼽히는 강군입니다. 그런 군대를 상대하려면 붉은 군대가 가진 모든 전력을 다 쏟아부어야 하는데, 절반의 준비만으로는 결코 독일군을 상대로 승리를 장담할 수 없을 것입니다. 냉정하게 말해서 독일군은 우리 군보다 병력의 수만 적을 뿐이지, 병력의 질과 숙련도, 장비 등 거의 모든 면에서 붉은 군대보다 뛰어납니다.
서기장 동지, 부디 결정을 재고해주십시오.”
“시간을 끌수록 우리 군의 준비 상태도 나아지겠지만, 그건 적들도 마찬가지요. 이미 독일도 국경 일대에 병력을 배치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시오? 그리고, 준비가 덜 됐다는 이유로 우리 군이 망설이는 사이 독일이 먼저 선수를 친다면 그때는 어떻게 할 것이오? 본래 전쟁은 먼저 치는 쪽이 이기는 법이오. 멀리 갈 것도 없이 당장 일본을 보시오. 일본은 기습으로 미 태평양 함대를 괴멸시켰고 그 결과 동남아를 수중에 넣을 수 있었잖소.
그 막강한 독일군을 상대로 승기를 잡으려면, 우리도 기습을 통해 적의 전력을 박살낼 필요가 있소이다!”
“서기장 동지의 말씀도 옳습니다만 일본은 철저한 준비를 통해 진주만 기습을 성공시킬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절반만의 준비로는 결코 일본이 거둔 것과 동일한 성과를 낼 수 없습니다.”
스탈린도 스탈린이었지만 티모셴코도 이번에는 절대 물러서지 않으려고 했다.
티모셴코의 의지가 확고하다는 것을 깨달은 스탈린은 표적을 바꿔 주코프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주코프 동무, 동무는 무슨 의견이오?”
스탈린이 티모셴코와 언쟁을 벌일 때부터 주코프는 스탈린이 자신에게도 질문을 던지리라 예상했었다.
마음 같아선 티모셴코의 편을 들며 결정을 재고해달라고 말하고 싶었다. 현실적으로 볼 때, 스탈린의 명령은 자살행위나 다름없었다.
넉 달이나 걸릴 일을 두 달 안에 끝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데, 이마저도 더 줄인다고? 추수할 시기가 되지도 않았는데 빨리 빵을 만들라는 것과 뭐가 다른가?
그러나 주코프는 쉽사리 스탈린의 말에 반기를 들 수 없었다. 그의 가족들과 친척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굴라그에 갇혀 있었다.
여기서 스탈린의 의견에 반대해 그의 신경을 제대로 건드린다면, 그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을뿐더러 자신의 위치마저도 위태로워질 것이다.
이미 자신조차 NKVD에 의해 일거수일투족 감시당하는 신세가 아닌가.
스탈린이 마음만 먹으면 붉은 군대의 참모총장인 자신을 뼈와 가죽만 남은 산송장으로 만드는 것쯤은 일도 아니다.
상관이었던 로코솝스키가 하루아침에 어떤 처지가 되었는지 이미 봐서 알고 있지 않은가.
“저는....”
티모셴코 역시 절박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 역시 주코프는 모르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여기서 자신이 반대 의사를 낸다고 해서 스탈린이 양보할 것이란 보장도 없을뿐더러, 가족과 친척들은 더 큰 고초를 겪을 게 뻔했다.
심지어 자신의 목숨조차 위험해질 수 있었다.
결국, 남는 건 하나뿐.
“서기장 동지께서 지시하시면 그저 따를 뿐입니다.”
주코프는 스탈린의 두꺼운 콧수염이 꿈틀거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걸로 주코프와 그의 친족들의 목숨은 연장될 수 있었다.
붉은 군대 장병들의 운명은 정반대의 길을 걷게 되었지만.
“천왕성 작전의 개시일은 5월 25일이오. 5월 25일, 명심하시오.”
***
“정말 죄송합니다, 동지.”
스탈린의 집무실을 나와 크렘린 밖으로 나오기 전까지 두 사람은 한 마디 대화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크렘린을 나오기 무섭게, 주코프는 걸음을 멈추고 티모셴코에게 고개를 숙였다.
자존심 강하기로 유명한 주코프는 상관들에게조차 좋게 말하면 당당하고, 나쁘게 말하면 오만한 태도를 보여 여러모로 말이 많았다.
그런 그가 상대가 뭐라 말하기도 전에 먼저 고개를 숙이는 일은 흔한 일이 아니었다.
“자네, 대체 왜.....”
주코프의 ‘배신’에 역정을 내려던 티모셴코는 이내 입을 닫곤 고개를 돌렸다.
그도 눈과 귀가 달려 있는지라 지금 주코프가 어떤 상황에 부닥쳤는지 모르지 않았다.
자신과 친족들의 목숨을 건지려면 서기장의 부당한 명령에도 어쩔 수 없이 수긍해야 했을 터.
무엇보다도 붉은 군대에서 가장 유능하다고 평가받는 군인인 그가 서기장의 지시가 얼마나 허황된 것인지 모르지 않았을 것이다.
티모셴코는 답답한 마음에 한숨을 내뱉었다.
“자네나 나나 이젠 돌이킬 수가 없네.”
“알고 있습니다, 동지.”
“겨우 3주 안에 모든 준비를 끝내야 하는데, 가능할 것 같나?”
“불가능합니다.”
주코프는 바로 고개를 저었다.
“허나 100%까지는 무리더라도 90%까지는 노력해보겠습니다. 다시 한번 죄송합니다, 동지.”
연신 고개를 숙이며 사죄하는 주코프에게 티모셴코는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이제 붉은 군대와 소련의 운명은 오로지 이 두 사람에게 달려 있었다.
소련에서 유능하기로 손에 꼽히는 그들이지만, 이들 두 사람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나도 큰 짐이었다.
빌어먹을. 이렇게 큰 짐을 떠맡으려고 이 자리까지 오른 게 아닌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