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상이몽 (1) >
1942년 1월 5일
독일 베를린 신 총통관저
1941년이 끝나고 1942년 새해가 밝았다.
독일 국민들은 즐거운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했지만, 미국과 영국, 그리고 중국인들은 그렇지 못했다.
그들에게 1942년은 기나긴 겨울의 시작이었다.
일본군은 필리핀과 말레이, 버마, 인도네시아를 침공했고 연합군은 일본군을 상대로 지리멸렬하기 짝이 없었다.
숫자로만 따지면 연합군이 일본군보다 많았지만, 제해권과 제공권을 모두 잃은 상황에서 병력의 차이는 전황에 어떤 영향도 줄 수 없었다.
일본이 동남아시아를 야금야금 먹어치우는 동안, 나는 몇 가지 사안에 대해 보고받았다.
하나는 스페인이 요청한 4호 전차의 라이센스 생산과 칠레, 아일랜드 정부의 무기 수출 요청을 허가하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독일-소련 국경 사이에 건설 중인 동부방벽(Ostwall)에 관한 것이었다.
전에도 말했지만, 반공을 국시로 삼는 독일과 공산주의 국가인 소련은 결코 사이좋게 지낼 수 없다.
지금 당장은 잠잠하지만, 머지않아 곧 서로를 향해 이빨을 드러낼 것이고, 대립이 계속될 경우 끝내 전쟁이 터질지도 모른다.
나는 소련과의 전쟁에 대비하여, 폴란드 침공이 마무리된 직후부터 동부 국경에 방어선 구축을 지시했다.
본래 계획으론 메멜에서 독일-슬로바키아 국경까지 독일과 소련 국경 전체를 잇는 방어선을 만들 생각이었지만, 내 장대한 구상은 금방 난관에 부딪히고 말았다.
바로 비용.
당초의 구상대로 방벽을 만들려면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필요했다.
당연히 우리의 샤흐트가 태클을 걸었고, 수차례의 토론 끝에 전 국경 대신 중요 길목에만 방벽을 설치하는 걸로 결론이 내려졌다.
비록 규모는 대폭 축소되었지만, 그만큼 건설도 빨라져 현재 방벽의 60%가 완성된 상황이다.
이 속도대로면 1943년 봄에는 동부방벽이 완공되리라.
마지막 하나는 스탈린의 초청이었다.
“스탈린이? 나를?”
“그렇습니다, 총통 각하. 스탈린 서기장이 총통 각하께 초청장을 보냈습니다.”
스탈린은 나에게 모스크바 초청장을 보냈다. 너무 갑작스러운 소식이라 몇 분 동안 벙쩌있던 기억이 난다.
“이유가 뭐지?”
“총통 각하와 직접 만나 세계정세를 논의하고 독소 양국 간의 우호 관계를 돈독히 하고 싶다 합니다.”
리벤트로프는 주독 소련대사 블라디미르 게오르기비치 데카노조프로부터 받은 스탈린의 친필 서명이 들어간 초청장을 내게 보여주었다.
“스탈린이 갑자기 왜 나를 초청했을까? 이유를 모르겠어.”
“아까 묻지 않으셨지 않습니까?”
“아니, 그 이유 말고. 분명 뭔가 꿍꿍이가 있어. 분명히.”
깊게 생각할 필요 없이 표면 그대로의 이유일 가능성도 있지만, 그럴 거면 굳이 내가 모스크바까지 가서 스탈린을 만날 필요 없이 실무자들만 보내서 회의를 열면 된다.
그런데도 굳이 나를 모스크바로 부른 것을 보면, 분명 숨겨둔 다른 이유가 있다.
“설마 차기 폭격기 이름에 시베리아라는 이름을 붙인 것을 항의하려고 부른 것은 아니겠지?”
“Me264 시베리아 말씀입니까? 시베리아라는 이름은 아직 개발진에게 전해지지도 않았으니 소련인들이 알 도리가 없다고 여겨집니다만.”
“....그냥 농담 한 번 해본 걸세. 뭘 또 그리 진지하게 받아들이나.”
“아, 죄송합니다.”
혹시.... 암살? 지금 소련에 가장 위협이 되는 나라는 단연코 독일이고, 나는 독일의 총통이다.
따라서 스탈린에겐 나만큼 자신의 안전에 위협이 되는 인물이 없다.
죽일 기회가 있다면, 가차 없이 죽이고 싶겠지. 나를 모스크바로 부른 이유도 어쩌면 나의 암살을 위해서일 가능성도 있다.
물론 대놓고 죽였다가는 바로 전쟁이니, 티 나지 않는 방법으로 나를 해하려 들 것이다.
예를 들어 음식이나 물에 독을 탄다던가, 덮고 잘 이불에 장난질을 쳐둔다던가 등등....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내가 할 수 있는 가정 중 가장 극단적인 가정일 뿐 정말로 스탈린이 나를 죽이려 들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스탈린이 그러고도 남을 인간이라는 것, 그리고 스탈린 입장에서 나만큼 죽여야 할, 죽여야만 하는 인간도 없기 때문에 가능성이 제로라고 하기에도 뭣하다.
진짜 이유는 스탈린만이 알고 있을 터. 내가 아무리 머리를 굴려봤자 알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단 두 개뿐이었다. 가느냐, 안 가느냐.
“어찌하는 게 좋을 거 같소?”
“자그마치 스탈린이 직접 초청장까지 보냈으니, 가시는 편이 옳으리라 봅니다.”
“제 생각도 괴링 원수와 같습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측근들에게 물어보니 거진 다 가는 게 맞는 거 같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리벤트로프, 괴링, 힘러, 카이텔에 이어 괴벨스도 모스크바행에 찬성표를 던졌다.
“만약 총통 각하께서 스탈린의 초청을 거절하신다면, 소련 입장에선 의도적으로 자신들을 망신 준 것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것도 그래.”
나름 신경 쓴다고 정성스레 초청장까지 보냈는데, 안 가겠다고 하면 누구나 다 화가 날 법하지.
당장 개인 대 개인의 일조차 이 정도인데, 국가 간에는 어떨까?
일정이 안 맞는다고 하면 일정을 조정하면 되는 일이고, 전시도 아니라 딱히 이렇다 할 일도 없어서 바쁘다는 핑계를 댈 수조차 없다.
그걸 뻔히 아는데도 초청을 거절한다는 것은, 상대방 국가에서 도발로 받아들여도 뭐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사항이다.
“그래, 언젠가 모스크바에 한 번쯤은 가보고 싶었는데 이번 기회에 갔다 와야겠구만.”
***
1942년 1월 6일
소련 모스크바 크렘린 궁전
독일의 히틀러가, 자신의 모스크바 초청 제안을 받아들였다는 몰로토프의 보고를 받은 스탈린은 의자에 몸을 파묻었다.
“방문일정 등 자세한 사항들에 대해서 서로 협의가 필요할-”
“그건 동무가 잘 처리하게. 피곤하니 그만 나가 봐.”
“실례했습니다, 서기장 동지. 이만 가보겠습니다. 편히 쉬십시오.”
스탈린이 귀찮은 듯 손을 휘휘 젓자 몰로트프는 허둥거리며 집무실을 빠져나갔다.
밖에선 외무인민위원이랍시고 거들먹거리면서 내 앞에서는 쥐새끼처럼 구는 꼴이라니.
아무리 측근이라지만 몰로토프의 한심한 모습을 볼 때마다 스탈린은 기가 찼다.
몰로토프는 스탈린이 죽으라면 죽는시늉까지 낼 정도로 그가 하는 말이라면 충실하게 따랐지만, 스탈린은 몰로토프가 자신에게 충성하면 충성할수록 그를 하찮게 여겼다.
이전 외무인민위원이었던 막심 리트비노프를 내쫓고 몰로트프를 그 자리에 앉힌 이는 스탈린 본인이었음에도, 스탈린은 몰로토프가 외무인민위원을 맡기에는 너무나 간이 작고 약았다고 생각했다.
병적으로 모든 것을 의심하고, 심지어 자신의 가족과도 거리를 두는 스탈린에게 몰로토프 같은 자들은 언제 어느 때나 갈아 끼울 수 있는 기계의 부속품 같은 존재에 불과했다.
이젠 얼굴 보는 것도 슬슬 짜증이 나는데, 확 숙청해버릴까?
몰로토프 같은 인간들이야 한 트럭이니, 당장 베리야에게 지시해 몰로토프를 숙청해버려도 스탈린은 아쉬울 게 없었다.
아니다. 그래도 꼴에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빌빌거리는데 한 번쯤은 봐줘야지.
꼭 살려둘 필요도 없지만, 반대로 꼭 죽여야 할 필요도 없으니까.
그리고 히틀러가 자신의 초청을 받아들였는데, 갑자기 몰로토프를 숙청해버리면 독일에서 이상하게 여기지 않겠는가.
히틀러를 모스크바로 초청하자는 아이디어는 순전히 스탈린의 머리에서 나온 것이었다.
자신이 히틀러와 직접 만나 회담을 갖겠다는 스탈린의 말에 놀라지 않은 이가 없었다.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사람을 고문하는데 도가 튼 베리야조차 스탈린의 말이 무척이나 충격적이었는지 말까지 더듬으며 그 이유에 관해서 물었다.
스탈린은 측근들의 의문이 가당찮은 듯 콧방귀를 뀌었다.
“내가 그것까지 일일이 다 설명해줘야겠소? 동무들은 언제부터 내가 하는 말에 이유를 찾게 된 것인지 모르겠군.”
스탈린의 말에서 느낀 위협에 측근들은 입을 다물었다. 스탈린이 하는 말은 소련에서 곧 법이었다.
그 사실을 잠시나마 망각했던 이들은 행여 스탈린의 눈 밖에 난 게 아닌지 걱정하며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스탈린이 히틀러를 모스크바로 초청한 이유는 단 하나였다.
바로 자신이 직접 그와 대면하여, 그의 속내가 무엇인지 파헤치는 것. 그것이 히틀러에게 모스크바 초청을 권유한 이유였다.
무성한 소문과 덜 떨어지는 측근들의 보고만으로는 히틀러가 정확히 어떤 인간인지 판단할 수 없었다.
역시 사람을 평가하는 데 있어 가장 최선은 그 사람과 직접 마주하는 것뿐이라고 스탈린은 확신했다.
자신이 먼저 제안한 것이기는 하나 히틀러가 그 제안에 응할지는 두고 볼 문제였다.
그런데 막상 히틀러가 순순히 초대에 응하자, 스탈린은 역으로 당황스러웠다.
스탈린이 볼 때 히틀러는 그와 같은 동류의 인간이었다.
남에게 좀처럼 자신의 속내를 보여주지 않고, 철저히 위장에 능한 인간.
스탈린은 자신의 초청을 받은 히틀러가 바로 응하지 않고 뜸을 들이다가 모두의 기억 속에서 잊힐 만한 즈음에 덜컥 답장을 보내리라 예상했다.
그런데 이렇게나 빨리 답변을 보내올 줄이야. 한술 더 떠 히틀러는 기왕 초대받았으니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만나는 것을 희망한다고 답변하기까지 했다.
혹시 자신이 히틀러를 너무 어렵게 생각했던 것이 아닐까? 사실 히틀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단순하고, 직선적인 인간인 게 아닐까?
.....아니지, 아니야. 그럴 리가 있나. 히틀러가 정말로 단순한 인간이었다면, 유럽 정복은커녕 총통의 자리에 오르지 못했을 것이다.
그가 초청 제안을 덜컥 받아들인 것에는 분명 숨겨진 의미가 있다.
어쩌면 이것도 스탈린을 교란하기 위한 고도의 노림수일지도 모른다.
스탈린이 생각하는 히틀러라면, 분명 그러고도 남을 인간이었다.
무서운 놈. 스탈린은 벽장에서 스카치 병을 꺼내 잔에 따랐다.
지금처럼 고도의 집중을 필요할 때는 술을 피하는 게 이치에 맞지만, 술이라도 마시지 않으면 도저히 몸의 떨림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스탈린은 잔에 스카치를 흘러넘치기 전까지 부은 후, 그것을 단숨에 마셨다.
몸에 취기가 돌 때까지 잠시 기다렸다가, 벨을 눌러 티모셴코와 주코프를 호출했다.
“부르셨습니까, 서기장 동지?”
국방장관 티모셴코와, 건강 문제로 직위에서 물러난 샤포시니코프를 대신해 소련군 총참모장으로 임명된 주코프가 스탈린 앞에 나란히 섰다.
“내가 무엇 때문에 불렀다고 생각하시오?”
스탈린은 늘 설명에 앞서 질문을 던지는 것을 좋아했다.
그가 질문을 던질 때마다 수하들은 긴장했다. 행여 자신이 잘못된 답변을 꺼내 그의 심기를 긁어놓거나 무능력자로 인식될까 봐.
스탈린의 부하들은 스탈린의 질문을 받을 때마다 전전긍긍했지만, 둘은 달랐다. 주코프가 말했다.
“그야 독일 때문이 아닙니까.”
“맞소.”
정답을 말하자 스탈린은 제법이라는 듯 웃었다. 스탈린의 집무실 문이 열릴 때부터, 둘은 방안에 퍼진 은은한 스카치 냄새를 맡았다.
술이 들어가면 스탈린은 평소보다 변덕이 심해지지만, 동시에 너그러워지기도 했다.
답변만 잘한다면 이번에도 무사히 넘어갈 수 있으리라.
“내가 동무들을 부른 것은 다름이 아니라, ‘천왕성 작전’의 수립이 어디까지 진척되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요.”
***
모스크바 방문계획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괴링은 나의 유고 시 총통직을 계승해야 하므로 독일에 남았고, 대신 명목상 서열 3위인 헤스가 모스크바행에 동행하기로 했다.
헤스 외에도 구데리안과 리벤트로프, 통역관 슈미트, 주치의 베르너 하세 박사를 비롯한 20명의 인원이 선별되었다.
모스크바행을 앞두고, 나는 나와 함께 모스크바로 갈 이들을 불러 주의사항을 전달했다.
“러시아인들은 틀림없이 우리가 머무는 모든 곳에 스파이와 도청기를 깔아뒀을 걸세. 그러니 절대, 절대로 국가기밀과 관련된 얘기는 하지 말도록.”
얄타 회담 때 소련이 미국과 영국 협상단이 머무는 숙소에 도청기를 대량으로 설치해, 각종 기밀들을 빼돌려 회담에서 유리하게 써먹었다는 사실은 유명한 얘기다. 동맹국을 상대로도 그런 짓을 태연히 저지른 소련인데, 잠재적 적국인 우리한테는 오죽할까.
서독 대통령 콘라트 아데나워도 니키타 흐루쇼프와 회담을 하러 소련에 갈 때 도청당하지 않으려고 자동차부터 전화기, 책상 등 모든 집기를 서독에서 싣고 갔다지.
기왕 말이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아데나워는 지금 포젠에서 시장직을 맡고 있다.
레마르크처럼 사석에서 반나치발언을 여러 번 해서 힘러와 하이드리히가 체포를 건의한 적이 있지만, 나는 그를 체포하는 대신 포젠의 재건을 맡겼다.
홀로코스트도 없고, 공산당과 사민당을 제외한 정당들은 해산시키지 않고 그대로 놔뒀기에 그도 조금은 고분고분해진 데다 쾰른 시가지를 말끔하게 개발한 그의 능력을 생각하면, 처형하거나 강제수용소로 보내기엔 너무 아까운 인물이었다.
아데나워도 내가 자신을 그리 나쁘게 보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는지 제안을 수락했고, 그 결과 포젠은 화려한 도시로 탈바꿈할 수 있었다.
여태껏 힘러와 하이드리히가 조용히 있는 걸 봐선 요즘은 발언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 듯싶다.
“따라서 정말로 급히 전해야 할 소식이 있다면 소련이 듣지 못하게 무조건 필담으로 전달하게나. 조금은 불편하겠지만, 국가기밀이 공산주의자들에게 넘어가서 생기는 일을 생각하면 값싼 대가라고 생각하게. 이의 있나?”
이의 없음. 전원 찬성.
따로 이의가 없으니 이만 끝내려는데, 잠자코 있던 헤스가 손을 들어 발언을 요청했다.
“헤스, 추가로 할 말이 더 있나?”
“총통 각하. 소련인들이 우리가 나누는 대화를 도청하는 게 문제라면, 역으로 우리가 그들에게 역정보를 흘리는 것도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
그래, 이 간단한 걸 왜 여태껏 생각 못 했지? 모두 소련의 도청을 피할 방법만 생각했을 뿐, 이를 역이용할 생각은 하지 못했다.
소련 놈들은 분명 우리가 자신들의 대화를 이미 도청하고 있었다고 여기지 못할 것이다.
그 말은 즉, 우리가 하는 모든 말을 거진 다 사실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아주 크다!
“헤스, 자넨 천재야! 이건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가 없군. 모두 박수 한 번 주게.”
나를 포함한 전 인원이 우레와 같은 박수로 화답하자, 헤스는 쑥스러운 듯 얼굴을 붉혔다.
나는 즉시 나우요크스를 호출해 헤스가 떠올린 방안에 관해 설명했다.
눈치빠른 나우요크스는 즉시 필요한 자료들을 준비하겠다고 대답했다.
소련과 합의한 모스크바행 날짜가 다가올수록 나는 긴장과 흥분을 동시에 느꼈다.
정말로 소련 놈들이 내게 장난질을 친다면 어떡하지? 그렇다고 그쪽에서 주는 요리는 안 먹는다고 말할 수도 없고, 결국에는 저들이 음식에 장난을 치지 않길 바라는 수밖에 없었다.
한편으로는 생애 처음으로 소련을 방문해, 그 스탈린과 직접 만날 것을 생각하니 묘한 흥분이 느껴졌다.
이미 역사적 인물들을 죄다 만나 더 이상 신기할 것도 없지만, 스탈린은 이전 회귀들을 모두 포함해서 여태까지 한 번도 만나본 적이 없었다.
나는 러시아어를 모르고, 스탈린은 독일어를 못하니 단둘이서 대화를 주고받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그래도 근거리에서 서로를 관찰하며 대화를 나누는 것은 가능할 것이다.
스탈린은 나와 만나서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까? 그리고 그를 만나서 뭘 물어야 할까? 이런저런 고민으로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
1942년 1월 16일,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걱정과 기대가 뒤섞인 채 나는 전용기에 몸을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