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틀러가 되었다-110화 (110/150)

< 꺼지지 않은 불씨 (6) >

“그리스는 어떻게 하실 겁니까?”

“당연히 혼내줘야지. 이번 기회에 버르장머리를 고치지 않으면, 틀림없이 또 말썽을 부릴 거야. 마침 알바니아와 불가리아도 그리스를 손봐줘야 한다고 벼르고 있지 않나.”

침공당한 알바니아는 말할 것도 없고, 1차대전 패배로 그리스에 영토를 뜯긴 불가리아는 빼앗긴 영토를 되찾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 했다.

그리고 그리스는 유고와 더불어 발칸반도에서 알아주는 친영 국가.

기왕 전쟁이 터졌으니, 알바니아와 불가리아를 이용해 그리스를 제대로 밟아놓음으로써 발칸반도에서 영국의 영향력을 완전히 제거한다.

이것이 바로 내 계획이다.

“하지만 우리가 굳이 나설 필요는 없지. 알바니아와 불가리아, 이 둘을 이용하면 될 걸세.”

독일과 그리스 사이가 썩 좋은 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관계가 아주 나쁜 것도 아니라서 그리스는 독일에 크롬 등의 광물을 수출하고 있다.

따라서 전후에도 그리스와 그럭저럭 관계를 이어나가려면, 직접적으로 전쟁을 하는 일은 다소 곤란하다. 전비도 고려해야 하고.

그래서 택한 게, 그리스와 직접적으로 싸우지 않는 대신 알바니아와 불가리아에 지원군을 보내 그리스를 적절히 혼내주는 방법이었다.

“괴링 원수. 공군 일부를 알바니아군과 불가리아군에 지원해서 그리스군을 공격하고자 하는데, 어떻소? 가능하겠소?”

“충분히 가능합니다, 총통 각하. 하지만 이 경우엔 그리스군이 우리 공군의 참전 사실을 알게 되지 않겠습니까?”

“그러니 우리 공군 전투기들과 폭격기들을 알바니아군과 불가리아군 도색으로 칠하는 거지. 무전 사용도 가급적 자제하면 적들이 눈치채지 못하지 않겠소.”

6.25 전쟁에도 소련이 직접 참전하지 않고 공군을 파견해 빨갱이들을 지원한 일이 있다.

이때 소련 조종사들은 소련의 지원 사실을 숨기기 위해 인민군과 중공군으로 도색한 전투기들을 몰고 유엔군과 싸웠는데, 영원한 비밀은 없다고 유엔군도 정보 수집 및 무전 감청, 포로 확보를 통해 소련 공군의 참전 사실을 알아차렸지만, 전쟁이 3차대전으로 번지는 것을 우려한 트루먼 정부의 결정으로 유엔군은 소련 공군의 개입을 끝까지 모른 척할 수밖에 없었다.

돈바스 전쟁 때도 러시아는 자국 군대를 친러 반군으로 위장시켜 개입을 시도한 전력이 있다. 이 경우 금방 들통이 나긴 했지만.

설렁 들통나더라도 그리스 입장에선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우리한테 항의한다고 해도, 우리가 무시해버리면 그만인 것이 그렇다고 그리스가 우리에게 선전포고할 리는 없기 때문이다.

당장 알바니아와 불가리아만으로 벅찬 놈들이 미쳤다고 독일에 선전포고할까?

따라서 굳이 도색까지 할 필요 없이 대놓고 개입해도 상관없지만, 그래도 되도록 일을 크게 만들 필요는 없기에 최소한의 성의 정도는 보여야 하는 법이다.

“공군 외에 전차에도 도색을 새로 해서 그리스군의 눈을 속이는 거요. 우린 참전하지 않고 무기만 팔았다고 발뺌할 수 있고, 적당한 시기에 중재자를 자처하면서 휴전을 중재하면 그리스에 반독 감정이 퍼지는 것도 어느 정도 억제할 수 있지.”

“호오?”

“괜찮은 전략입니다. 즉시 일선 부대에 지시하도록 하겠습니다.”

***

1941년 4월 26일

독일 베를린 외무부 청사

“리벤트로프 장관, 그 말이 정말입니까?”

주독 그리스 대사의 얼굴은 리벤트로프의 말에 화색이 되었다. 리벤트로프는 느긋한 표정으로 커피잔을 들었다.

“물론입니다. 내가 왜 대사께 거짓말을 하겠습니까?”

그리스 대사는 리벤트로프에게 히틀러 총통과의 만남을 성사시켜 달라고 간절히 요청했다.

유고슬라비아가 일주일 만에 무너지자, 그리스는 졸지에 혼자서 알바니아와 불가리아, 그리고 어쩌면 독일까지 상대해야 할지도 모르는 위기에 처하고 만 것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그리스가 살기 위해선 독일에 납작 엎드려 기는 방법밖에 없었다. 알바니아와 불가리아, 이 두 국가를 중재할 수 있는 나라는 오직 독일 뿐이었으니까.

그리스 대사의 요청에 리벤트로프는 총통이 워낙 바빠 만나줄 수는 없지만, 그리스가 어떤 사정에 처해있는지 알고 있으므로 이른 시일 내에 알바니아와 불가리아에 휴전 제안을 보내겠다고 대답했다.

그리스 대사는 이제야 한시름 덜었다는 듯 안도의 표정을 지었다.

“정말 고맙습니다, 장관. 장관이 아니었더라면 그리스가 어떤 고난에 처했을지....”

“그리스는 독일에 중요한 무역국인데, 어찌 그리스의 요청을 함부로 거절할 수 있겠습니까.”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그리스 대사와 대화하던 리벤트로프는 돌연 미소를 거두곤 커피잔을 내려놓았다.

“하지만.”

“?”

“그렇다고 해서 총통께서 그리스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가지고 계신 것도 아닙니다. 일전에 총통께서 그리스에 중립을 요청하셨을 때, 그리스는 총통의 요청을 무시했소. 그것 때문에 총통께선 아직도 화가 나신 상태요.”

“뭐, 뭐라고 드릴 말씀이 없군요.... 그건 확실히 그리스의 잘못입니다.”

그리스 대사는 대번에 얼굴이 사색이 되어 말을 더듬었다.

역시, 좋게 넘어가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당장 급한 불은 껐지만, 히틀러의 분노를 산 이상 그리스도 무사히 넘어가기 어려울 것이다.

“이번에도 그리스가 독일의 신뢰를 저버린다면 그때는 독일과의 전쟁을 각오하라고 하셨습니다. 이거 하나만큼은 꼭 명심하셔야 할 겁니다.”

“물론입니다, 장관. 반드시 본국에 총통 각하의 뜻을 명확히 전달하겠습니다.”

“그리고..... 그리스에 전할 요구들에 대해선 아직 논의 중이니 오늘 안으로 말씀 못 드릴 것 같군요. 대신 가까운 시일 안에 한 번 더 만나뵙게 될 것 같습니다. 그럼, 그때까지 무탈하게 잘 지내시길 바랍니다.”

“아아, 물론입니다....”

리벤트로프가 완곡한 말로 오늘 회담의 끝을 알리자, 그리스 대사는 냉큼 자리에서 일어났다. 대사관으로 돌아가는 그리스 대사를, 리벤트로프는 배웅하지 않았다.

멍청하기는. 리벤트로프는 도망치듯이 떠난 그리스 대사를 속으로 실컷 비웃었다.

대사는 정말로 독일이 그리스와 전쟁을 하지 않으리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히틀러의 성격상 절대 그냥 넘어갈 리가 없는데도.

대사관에 도착하자마자 대사는 그리스 본국에 독일은 그리스를 공격할 의사가 없다고 전할 것이고, 그리스는 안도하며 휴전 협상을 어떻게 하면 잘 처리할 수 있을지 대해서만 고민할 것이다.

자신들에게 어떤 일이 닥칠지 전혀 모른 채 말이다.

***

1941년 4월 29일

알바니아 코르처

“소식 들었냐?”

“곧 전쟁이 끝날 거란 소식?”

“그래. 히틀러가 조만간 알바니아랑 불가리아 대사를 불러서 이만 전쟁 좀 끝내라고 압력을 넣을 거라는데.”

“잘된 일이지. 언제쯤 집에 가려나 싶었는데.”

최전선의 그리스 병사들은 곧 전쟁이 끝날 것이라는 희망에 부풀어 있었다.

군가를 부르며 알바니아 국경을 넘어 진격하던 그리스군은 곧 알바니아군의 치열한 저항에 부딪혔고,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

알바니아군 전력 다수가 유고슬라비아군을 막느라 그리스군은 알바니아군을 몰아내고 알바니아 남부를 차지할 수 있었지만, 병력의 피해와 물자의 소모가 당초 예상보다 많은 탓에 진격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약소국인 그리스의 부족한 병참 능력도 진격 중단에 상당한 영향을 줬다.

알바니아군 따윈 한주먹거리라며 자신감에 차 있던 병사들은 자신들의 예상보다 격렬한 알바니아군의 저항, 부족한 배급에 점점 지쳐갔다.

설상가상으로 독일의 참전 소식이 전해지자 그리스군은 동요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나마 독일은 그리스에 선전포고하지 않았지만, 언제 태도를 바꿔 그리스를 공격할지 아무도 몰랐다.

유고슬라비아가 일주일 만에 독일과 그 동맹국들에 점령당하자, 그리스는 엄청난 충격에 빠졌다.

국민은 이러다 독일과 전쟁을 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떨었고 병사들의 사기는 수직하락했다.

영토고 뭐고 당장 휴전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물밀듯이 쏟아졌다.

하지만 그리스에 맞기만 할 알바니아가 그리스의 휴전 요청을 거절했다.

불가리아도 마찬가지. 그리스군이 알바니아를 공격하는 동안 불가리아는 그리스 동부를 공격했고, 영토 확장을 꿈꾸며 전쟁을 일으킨 그리스는 이제 생존을 위해 싸우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전쟁이 끝나기는커녕, 되려 길어질 기미를 보이자 그리스군들은 낙담하고 있었다. 언제쯤 집에 돌아갈 수 있을련지.... 그러던 와중에 독일이 휴전을 중재하겠다는 소식이 들려온 것이다.

소식이 전해지자 그리스군 장병들은 너 나 할 거 없이 만세를 외쳤다.

천하의 독일이 직접 나섰으니, 알바니아와 불가리아도 별수 없을 것이다.

독일 덕분에 그리스는 살아남았고, 병사들은 살아서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다.

비록 영토는 한 뼘도 못 얻고, 죽은 병사들만 억울하게 됐지만 어쩌겠는가.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이고, 살 사람은 살아야 하는 법. 그리스군은 들뜬 마음으로 휴전 소식을 기다리면서 철수 준비를 서둘렀다.

휴전조약에 서명하는 즉시 알바니아 영토에서 떠나야 했으므로.

“집에 돌아가면 뭐부터 할 거냐?”

“일단 살아서 돌아온 것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한잔해야지. 그다음에 사랑스러운 소니아랑 뜨거운-”

“아직 제대까지 한참 남은 놈들이 뭔 소릴 하는 거야. 근무 똑바로 안 서?”

“에이, 행보관님도 왜 그러십니까. 누구보다 집에 가길 원하시는 분이.”

그리스군은 이미 전쟁이 끝난 것처럼 굴었다. 그들에겐 전장의 긴장감을 찾기 힘들었는데, 그들이 주둔한 곳이 최전선과 거리가 있는 후방이라는 것도 기강해이에 한몫했으리라.

“어? 저게 뭐지?”

한 그리스군이 하늘에 떠 있는 작은 점들을 가리켰다.

“새 떼인가?”

“네 놈엔 저게 새들로 보이냐? 비행기잖아, 비행기!”

“우리 공군인가 본데?”

그리스 병사들은 하늘에 뜬 항공기들을 보고 겁내지 않았다. 알바니아 공군은 개전 초에 궤멸하였기에, 하늘에 떠다니는 항공기들은 십중팔구 아군기가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항공기들의 정체는 그리스 공군이 아니었다. 쌍안경으로 항공기들을 관찰하던 상사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아냐, 씨발! 우리 공군이 아냐! 적기다!”

“예? 적기라고요?”

“그래, 적기라고, 씨발! 적 공군이란 말이다!”

양쪽 날개에 그려진 라운델이 그리스 공군의 것이 아닌 알바니아 공군의 것임을 확인한 상사는 전 부대에 비상사태임을 알렸다.

“비상! 적의 공습이다!”

“대공사격 실시!”

알바니아 공군으로 위장한 독일 공군의 Ju88 편대는 그리스군의 대공사격에 아랑곳하지 않고 폭격을 개시했다.

폭격이 시작되자, 그리스군 진지는 순식간에 초토화되었다.

대공포 한 문 없이, 기관총 몇 문밖에 없는 그리스군 진지는 독일 공군의 폭격에 너무나 취약했다.

일부 조종사들은 중형 폭격기지만 슈투카 같은 경폭격기들처럼 급강하 폭격이 가능한 Ju88로 급강하 폭격을 시도하기도 했다.

공습이 시작되자 차에 탑승해 진지를 빠져나가려면 차량이 폭탄을 맞고 탑승객들과 함께 가루로 변했다.

최전선의 그리스군 병력도 알바니아군으로 위장한 독일군의 공격을 받았다.

독일은 전차들을 알바니아군 도색으로 칠한 뒤, 알바니아군 병사들을 태우는 방식으로 참전 사실을 숨기려고 했다.

전차병들과 조종사들은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교신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다.

그리스군이 무전을 감청하여 독일의 참전을 눈치챌 우려가 있어서였다. 또 그리스군의 감청에 대비해 병사들에게 알바니아어와 불가리아어를 가르치긴 했으나, 실전에 돌입한 병사들은 사전에 숙지한 단어들을 모두 까먹어 버렸다.

“2시 방향에 적 기관총 진지. 거리 400, 유탄 장전.”

“장전!”

“발사!”

4호 전차의 75mm 주포가 불을 뿜어 그리스군 기관총 진지를 침묵시켰다.

그리스군의 빅커스 경전차가 저지에 나섰지만, 47mm 단포신 전차포는 4호 전차에 흠집조차 내지 못했다.

“도탄!”

“젠장! 뭐야, 저 괴물은!?”

포탄을 콩알 튕기듯 도탄내는 4호 전차에 그리스군 전차병들 경악했다.

조종수가 전차를 후진시키기도 전에 75mm 39형 철갑탄이 명중해 전차병들을 죽음으로 몰고 갔다.

“격파!”

“마, 이게 독일이다!”

***

자국군대로 위장한 독일 기갑부대와 공군의 지원으로 알바니아군은 그리스군을 영토에서 빠르게 몰아낼 수 있었다.

불가리아군의 경우, 본래 독일로부터 수입한 전차와 전투기들을 굴리고 있었으므로 위장에 한결 더 용이했다.

그리스군 전투기들은 이륙하기도 전에 지상에서 파괴되었으며, 전차들은 전투에 나가는 족족 고철 더미가 되었다.

그리스군의 전차와 전투기들은 압도적인 성능과 경험을 가진 독일군에게 표적에 불과했다.

독일군의 지원 아래 알바니아군과 불가리아군은 진격을 거듭하여 그리스 영토를 잠식해갔다.

세레스, 크산티, 코모타니 등 동부 도시들이 불가리아군에게 함락되었고, 알바니아군은 카스토리아를 함락시켰다.

이쯤 되니 그리스도 어느 정도 눈치를 챘는지, 주독 대사를 통해 독일군이 참전한 것 아니냐고 항의해왔지만, 사실이 아니라고 잡아뗐다.

알바니아군이 굴리는 전차와 전투기는 최근에 알바니아에 판매한 것이고, 불가리아군이야 원래 독일제 장비를 굴리고 있으니 독일군이 참전했다는 소문은 근거 없는 억측이라고.

“휴전회담 중재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알바니아와 불가리아 모두 우리의 중재를 거절했소. 둘 다 자국의 요구를 그리스 정부가 받아들이기 전까지 휴전은 없다고 하더군.”

“그, 그런! 총통께서 양국을 중재해주시겠다고 말씀하셨잖습니까? 이제와서 이렇게 말씀하시는 게 어디 있단 말입니까?”

양국의 요구 조건이 어느 정도인지 전해 들은 그리스 대사는 사색이 되었다.

사정이 급한 건 아는데 그걸 왜 나한테 따져? 맡겨놓은 물건을 잃어버렸다는 소리를 들은 마냥 호들갑을 떠는 그리스 대사에게 나는 목소리를 한껏 내리깔고 말했다.

“이보시오, 대사. 대사도 나름 절박한 사정인 것은 나도 이해하오만, 그게 왜 내 잘못인 것처럼 말하시오? 먼저 우리의 중재를 거절한 것은 그리스가 아니었소? 대사는 과거 일도 까먹은 거요, 아니면 모르는 척을 하는 거요?”

“아..... 실례했습니다, 총통 각하. 큰 무례를 끼쳤습니다.”

짐짓 화난 척을 하자 그리스 대사는 바로 굴복했다. 주제도 모르고 어디서 큰소리야. 내가 히틀러란 사실을 모르나?

“본국에 전하시오. 저들의 요구사항을 받아들이고 전쟁을 끝낼 것인가, 아니면 전쟁은 계속할 것인가. 우리도 계속 노력해보겠소만, 어디까지나 최종 결정은 그대들의 몫이오. 알겠소?”

그리스 대사는 갓 전입해 온 이등병처럼 바짝 얼어서 관저 밖으로 나갔다.

이대로 마냥 밀릴 수만은 없었던지 그리스군은 병력과 물자를 긁어모아 반격을 시도했지만, 위장한 루프트바페의 활약으로 공세는 하루 만에 중단되었다.

이로 인해 그리스군은 다시는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로 심각한 타격을 입었고, 불가리아군에게 테살로니키를 빼앗기고 말았다.

더 이상 전쟁에 가망이 없다고 판단된 그리스 정부는 결국 알바니아와 불가리아의 요구를 수용하겠다고 내게 전해왔고, 나는 알바니아와 불가리아에 진격 중지를 명했다.

그리스가 사실상 항복을 선언했으니, 더 이상 피를 흘릴 필요는 없었다.

5월 7일, 베를린에 그리스와 불가리아, 알바니아 대표단이 모여 휴전회담을 시작했다.

나와 리벤트로프가 지켜보는 가운데, 세 국가의 대표들은 돌아가면서 휴전협정 문서에 서명했다.

그리스의 항복 선언으로 한 달 동안의 ‘제4차 발칸전쟁’은 종결되었다.

전쟁을 일으킨 유고슬라비아와 그리스는 패배했으며, 침략당한 피해국 알바니아와 유고, 그리스에 이를 갈던 불가리아, 그리고 독일은 완승을 거두었다.

전쟁도 끝났겠다, 이제 남은 건 뒤처리뿐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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