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틀러가 되었다-103화 (103/150)

< 오늘도 하늘은 맑은 뒤 흐림 (6) >

1941년 1월 6일

독일 베를린 신 총통관저

슈타우펜베르크와 빌헬름 2세의 대화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쭉 이어졌다.

카이저는 슈타우펜베르크의 말에 반신반의하면서도 독일이 군주정 국가로 되돌아가려면 자신이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했다.

하지만 정확히 무엇을 해야 한다고는 말하지 않았고, 슈타우펜베르크가 권한 대국민 연설 안에 대해선 아직 자신을 좋게 보지 않는 국민이 많다며 거절했다.

그러다가 후처 헤르미네가 나타났고, 둘의 대화는 끝났다.

이 두 명은 자신들이 나눈 비밀 대화가 내 귀에 들어가게 되리라곤 꿈에도 몰랐겠지.

도른 하우스에서 일하는 일꾼들과 하녀들 사이에 게슈타포 정보원을 끼워 넣는 것쯤은 일도 아니다.

빌헬름 2세가 군주제 복고에 대해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쯤은 전부터 잘 아는 사실이라 별로 놀랍지 않지만, 슈타우펜베르크는 의외였다.

융커 출신이니 군주정 복고를 희망할 것이라고 어렴풋이 짐작은 했지만, 이 정도로 막 나갈 줄은 몰랐는데 말이야.

2차 장검의 밤 사건 당시 음모자들과 매우 가까운 사이였던 슈타우펜베르크는 자연스레 게슈타포의 조사대상으로 지목되었고, 설상가상으로 체포된 동료들의 무죄를 확신한다고 발언한 것이 문제가 되어 조사를 받았다.

그에 대한 게슈타포의 보고서는 하이드리히와 힘러를 거쳐 내 책상 앞에 올려졌다.

이전 회귀에서 뒤통수를 맞았던 기억 탓에 음모자들을 처형하는 것에 망설이지 않았지만, 슈타우펜베르크만큼은 결론을 내리기 어려웠다.

게슈타포의 보고서에도 그가 이번 음모에 관여했다는 증거를 전혀 찾을 수 없다고 적혀 있는 데다, 이전 회귀에서도 그가 쿠데타에 가담했는지, 그러지 않는지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수정의 밤 전까지만 해도 그는 히틀러와 나치당의 열렬한 지지자였다가 나치의 잔학행위에 질려 반나치파로 전향했다고 알려져 있다.

수정의 밤도 일어나지 않았고, 잔학행위도 엄격히 금지했으니 여기에서 그는 나의 충실한 지지자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다.

그런 그를 단순히 불안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죽일 순 없었기에 나는 그를 살려두기로 했다.

풀려난 슈타우펜베르크는 폴란드와 프랑스에서 싸운 뒤 빌헬름 2세의 경호담당으로 임명되어 네덜란드로 보내졌다.

그런데 여기서 호박씨나 까고 있었을 줄이야. 가만히만 있었어도 천수를 누렸을 텐데 굳이 입을 놀려서 명을 재촉하는군.

“하이드리히. 자네는 이 발언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명백히 반역혐의가 짙은 발언입니다. 결코 좌시할 수 없습니다.”

“이 자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생각이 있나?”

“당연히 총살형으로-”

“아니, 아니. 그 방법은 별로 좋은 방법이 아닌 것 같네.”

“어째서입니까?”

“슈타우펜베르크의 발언을 문제 삼아 그를 총살한다면, 역으로 남아있는 왕당파들의 결속력이 강해질지 모르네. 겨우 독일을 하나로 뭉치게 했는데 이 일로 다시 서로를 헐뜯고 미워하게 되면 안 돼.

슈타우펜베르크는 조용히 처리하게. 되도록 ‘티가 나지 않는 방법’으로 말일세. 그가 네덜란드에 있다는 것을 잘 이용해 봐.”

“알겠습니다. 카이저는 어떻게 하실 겁니까?”

“마음 같아선 다시는 헛된 망상 따위 품지 말라고 윽박지르고 싶네만.... 그럴 수 없다는 걸 자네도 알지 않나. 이대로 내버려 둬야지. 단, 도른 하우스에 대한 감시를 더욱 철저히 하게. 슈타우펜베르크 같은 놈들이 카이저에게 접근해 이상한 헛바람이라도 불어넣으면 곤란해지니까.”

***

1941년 1월 9일

네덜란드 위트레흐트

“그 소식 들으셨습니까, 소령님?”

“무슨 소식 말인가?”

“듣자 하니 총통께서 카이저를 독일로 초청할 계획이라고 하던데요. 소령님은 뭐 아시는 거 없습니까?”

“전혀. 오늘 처음 듣는데.”

퀴벨바겐의 뒷좌석에 앉아 태연히 담배를 피우던 슈타우펜베르크는 문득 사령부로 출두하란 지시가 내려온 것이 부관이 말한 소식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총통이 카이저를 독일로 초청할 계획이라면, 갑자기 사령부에서 호출 명령이 내려온 이유가 설명된다.

“또 다른 소문으론, 제국원수 괴링이 카이저를 알현하러 온다고도 합니다.”

“괴링이라. 그런데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지?”

“생각해보십쇼. 높으신 분들이 온다면 며칠 전부터 난리잖습니까. 그것도 총통께서 인정한 독일의 이인자가 온다는데.”

부관은 상상만으로도 끔찍한지 고개를 저었다. 사단장이 온다는 소식만 떠도 사단 전체가 뒤집히는데 원수, 그것도 자그마치 제3제국의 이인자인 괴링이 온다면 어떻겠는가. 며칠 동안 잠도 제대로 못 자고 걸레질하기 바쁘겠지.

“평소처럼만 하면 되겠지. 뭘 또 쓸데없는 걱정을 하고 있나.”

총통이 카이저를 독일로 초청한다는 소식이 사실이라면, 무엇 때문에 카이저를 초청하는 걸까? 이것도 괴벨스가 준비한 작품이려나?

어쩌면 군주정 복고 논의를 위해 부르는 것···. 일 가능성은 작겠지. 보나 마나 카이저를 앞세워 그럴듯한 장면을 연출해 국민에게 선전하려는 목적일 터.

‘가만. 이번 기회에 국민에게 카이저의 존재를 알리고 군주정 복고에 대한 지지를 끌어낼 수만 있다면 나쁘지 않을지도 모르겠군.’

제아무리 카이저가 실권이라곤 하나도 없는 노인이라고 하나 독일의 옛 군주였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총통조차 그를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

그 점을 이용해 국민에게 직접 연설할 수만 있다면....?

총통의 막연한 자비를 바랄 게 아니라, 국민에게 직접 군주정 복고의 필요성에 대해 설파한다면 지지세력을 끌어모으고 국민의 반응도 살필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우왓!?”

도로 위를 주행하던 퀴벨바겐의 우측 타이어가 터지자, 운전병은 급히 핸들을 왼쪽으로 꺾었다.

균형을 잃은 퀴벨바겐은 빙글빙글 돌다가 그대로 가로수를 들이박고 멈췄다.

“소령님? 괜찮으십니까?”

“난 멀쩡하네. 이게 무슨 상황인가?”

“잘 모르겠습니다만, 아무래도 타이어가 터진 것 같습니다.”

운전병이 타이어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운전석 문을 여는 순간, 총격이 가해졌다.

수십 발의 총탄이 거의 동시에 날아들어 퀴벨바겐에 탄 3명의 탑승객의 몸을 무차별적으로 난도질했다.

운전병과 부관은 현장에서 즉사했다. 하지만, 슈타우펜베르크는 죽지 않았다.

온몸에 구멍이 뚫려 피가 분수처럼 흐르고 있는 와중에도, 그는 여전히 살아있었다.

하지만 당장 숨이 끊어지지 않았을 뿐, 그도 얼마 못 가, 죽을 운명임은 확실했다.

온몸에 난 구멍에서 흘러나온 피로 회녹색 군복이 붉게 물들어 가는 광경을 슈타우펜베르크는 멍한 눈길로 응시했다.

“이, 이게, 대, 대체.....”

한 단어를 뱉을 때마다 입에서 검붉은 피를 토했다. 오한이 들면서 시야가 서서히 흐려졌다.

슈타우펜베르크는 밀려드는 졸음을 견뎌내려고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그가 아무리 노력해도 눈꺼풀이 자꾸만 감겼다.

의식이 완전히 끊어지기 전, 그는 도로 옆 수풀에서 한 무리의 괴한들이 나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퀴벨바겐으로 다가온 괴한들은 아직 의식이 끊어지지 않은 슈타우펜베르크를 보고 놀란 기색이었다.

이윽고 무리의 두목으로 추정되는 괴한이 품에서 권총을 꺼냈다.

“잘 가게, 전우.”

괴한의 말은 틀림없이 독일어였다. 흐려져 가는 의식 속에 슈타우펜베르크는 이거 하나만큼은 확실하게 기억했다.

자신을 죽인 자들의 정체가 자신과 같은 독일인이라는 것을.

하지만 그들이 무슨 이유로, 같은 민족인 자신을 죽이는지 그는 영원히 알 수 없었다.

총성이 울리자, 슈타우펜베르크의 머리가 뒤로 젖혀졌다. 임무를 완수한 괴한들은 수풀 속으로 사라졌다.

***

1941년 1월 11일

독일 뮌헨 브라운 하우스

슈타우펜베르크의 죽음은 표면적으로 네덜란드 레지스탕스의 죽음으로 발표되었다.

나우요크스가 이끄는 SD 요원들은 철저한 위장을 위해 네덜란드군이 사용하던 마드센 경기관총과 FN M1910 권총을 사용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아무튼 현장에 도착한 국방군 헌병대는 곧 네덜란드 주둔군 사령부에 슈타우펜베르크의 죽음에 대해 보고했고 네덜란드 레지스탕스의 소행으로 추정했다.

나는 이번 기회에 네덜란드 레지스탕스들이 빌헬름 2세의 납치나 암살을 꾀할지 모른다는 이유로 도른 하우스의 경비 병력을 모두 무장친위대로 교체했다.

무세르트도 네덜란드군 1개 중대를 추가로 파견해 도른 하우스 인근을 철통같이 경비했다.

늙은 카이저가 이번 암살의 배후에 누가 있는지 눈치챘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눈치를 챘다고 해도, 그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실권이라곤 하나도 없는 뒷방 노인네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다고.

오히려 이번 기회에 제정복고 같은 헛소리는 꿈도 꾸지 말라는 내 의중이 전달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다.

가만히만 있으면 안 건드릴 테니, 다시 황제 노릇 해보고 싶다고 징징거리지 말라고.

난 대놓고 남의 밥상에 숟가락 올리려는 놈들이 가장 싫으니까.

“이 나라에 더 이상 왕족은 필요 없지. 그렇지 않소, 괴벨스 박사.”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총통 각하. 능력도, 의지도 없는 주제에 타고난 핏줄 하나만 믿고 꺼드럭거리며 사는 것들이야말로 독일의 가장 큰 적들이죠. 그러니 이번 기회에 독일에 남아있는 왕당파들을 모조리 숙청해버리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잘 나가다가 또 이러네. 얘는 왜 이렇게 중간이 없어, 중간이.

“그랬다간 되려 내가 왕당파들을 두려워한다는 인식만 국민에게 심어줄 뿐이네. 그리고 왕당파지만, 내게 충성하는 이들도 많은데 그들을 모두 내칠 순 없는 노릇 아닌가.”

대표적으로 에리히 레더와 카를 되니츠도 군주정을 지지했던 인물들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둘은 개인적인 정치성향과 별개로 내게 충성을 바치고 있으며, 이전 회귀에서 그랬듯이 아마도 죽을 때까지 같은 기조를 유지할 것이다.

이들까지 왕당파라는 이유로 숙청한다면, 누가 내게 충성을 바치겠나. 자기도 숙청당하기 전에 먼저 대가리 깨야 한다고 생각하겠지.

1차대전 독일 육군 원수였던 아우구스트 폰 마켄젠의 경우, 대놓고 자신이 왕당파임을 자처하고 다니지만, 총통인 나조차 감히 손댈 수 없는 거물이라 함부로 대할 수 없다.

육군뿐만 아니라 국방군 전체를 통틀어 최고참인 마켄젠을 건드린다는 것은 곧 국방군 전체를 적으로 돌린다는 것과 같다.

그리고 마켄젠 이 양반, 암만 내가 자길 못 건드린다는 걸 알아도 뻗대거나 하지 않고 나치당 정책에 알아서 협조하는 등 기본적인 선 자체는 잘 지키고 다닌다.

왕당파의 최고 거물인 마켄젠이 이러니 다른 이들도 알아서 처신 잘하고 있고.

물론 겉모습만 이럴 뿐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본래 사람 속은 알 방법이 없다.

그러니 슈타우펜베르크처럼 대놓고 선을 넘지 않으면, 왕당파든 민주주의자들이든 조용히 넘어갈 생각이다.

“힘러, 내게 건의할 게 하나 있다며? 이번에는 뭔가?”

“예, 이 계획서를 봐주십시오.”

보나 마나 이번에도 고대 아리아인 유물이니 뭐니 같은 헛소리겠지, 하는 심정으로 힘러가 내민 계획서를 받아 든 나는 내 예감이 틀렸음에 한 번 놀랐고, 계획서의 내용에 두 번 놀랐다.

계획서의 제목은 [폴란드 보호령 내 유대인들의 활용 방안].

“폴란드 내 유대인들을 활용하자고? 자네가?”

애 오늘 뭐 잘못 먹었나?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걸 건의할 리가 없는데?

설마 내가 히틀러에 빙의한 것처럼 다른 사람이 힘러에 빙의한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힘러의 계획서는 충격적이었다.

역사에서 유대인이라면 한 명도 빠짐없이 모조리 몰살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던 놈이, 스스로 유대인들을 활용하자고 나오다니. 해가 서쪽에서 뜰 일이군.

“다른 사람도 아니고 자네가 유대인들을 활용해야 한다고 건의할 줄은 꿈에도 몰랐네만.”

“유대인들이 독일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는 제 신념에는 변함이 없습니다만, 총통께서 유대인이든 흑인이든 황인종이든 독일에 도움이 된다면 누구나 써먹어야 한다고 전에 제게 말씀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총통 각하의 말씀대로 최대한 실용적으로 생각해봤을 뿐입니다.”

그럼 그렇지. 사람이 하루아침에 갑자기 바뀔 리가.

그래도 극렬 반유대주의자였던 힘러가 먼저 유대인들을 활용해야 한다고 건의하는 걸 보면, 이놈도 변화의 여지는 보이는 것 같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여기까지라도 온 게 어딘가.

“SD가 조사한 바로는, 폴란드 보호령에 거주하는 유대인들의 수는 330만 명으로 추산됩니다. 이들은 원칙상 폴란드인이지만, 폴란드 민중과 폴란드 정부로부터 크고 작은 차별과 박해를 받았습니다.

따라서 보호령의 유대인들은 우리 독일군의 진주를 되려 반기는 편이며, 보호령 주민 중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당국에 협력하고 있습니다.

보호령의 폴란드인들은 보헤미아-모라비아 보호령의 체코인들처럼 독일의 지배에 대체로 순응하고 있지만, 일부는 파르티잔이 되어 무장투쟁을 벌이는 중입니다.

물론 철저히 소탕 중이고, 나날이 성과를 올리고 있습니다만 그래도 병사 한 명 한 명이 아쉬운 상황입니다. 따라서 독일에 호의적인 유대인들을 훈련시키고 무장시켜 이들로 하여금 파르티잔을 토벌하게 하는 겁니다.”

“이이제이, 폴란드인들끼리 서로 싸우게 만들자는 거군.”

우리로선 병력을 아낄 수 있으니 좋고, 보호령의 폴란드인들과 유대인들을 서로 싸우게 만듦으로서 파르티잔의 세력 약화를 불러올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나쁘지 않아.

“좋은 발상이야. 그런데 힘러, 유대인들은 어떻게 모집할 건가? 배급량을 늘려준다던가, 특별수당을 지급한다던가 등 보상이 있어야 유대인들이 모이지 않겠나?”

내 물음에 힘러는 빙긋 웃으며 대답했다.

“보상은 따로 없습니다, 총통 각하.”

“보상이 없다고? 그건 또 무슨 말인가? 보상이 없는데 유대인들이 모이겠나?”

“당연히 기본적인 수당은 지급할 예정입니다. 엄연히 그들도 독일을 위해 총을 들고 싸우는 ‘용병’이니 말입니다. 하지만 특별히 보상을 따로 챙겨줄 필요는 없습니다. 왜 그런지 아십니까?”

“모르겠네만?”

“굳이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왜냐면, 유대인들은 폴란드에서 심한 박해를 받아온 탓에 폴란드인들을 증오하는 자들이 많습니다. 그들에게 그들 스스로의 손으로 폴란드인들을 죽일 기회를 준다고 하면 누가 마다하겠습니까? 오히려 돈을 내고서라도 폴란드인들을 죽이고 싶어할 겁니다.”

***

힘러의 예상은 얼마 못 가 사실로 드러났다.

보호령 전역에서 유대인 부대의 창설을 위해 모집을 시작한 결과, 일주일 만에 4만 명이 넘는 지원자들이 몰린 것이다.

워낙 지원자들이 많이 몰린 탓에 2월 중반으로 예정이었던 모집 마감일은 1월 25일에 조기 종료되었다.

모집 마감일까지 모인 유대인들의 수는 7만 2천 명. 모집인원이 6천 명임을 생각하면 상당한 숫자였다. 그만큼 폴란드인들을 향한 유대인들의 증오와 분노는 상상 이상이었다.

“지원자 중에 독일어를 할 줄 아는 자들과 군 복무 경험이 있는 자들을 우선해서 선별하도록. 그럼 정원을 채울 수 있겠지.”

“유대인 부대의 명칭은 무엇으로 하시겠습니까?”

“굳이 거창하게 정할 필요 있겠나. 간단하게 존더코만도(Sonderkommando, 특수직무대)로 하게.”

존더코만도.

아우슈비츠에서 동족을 가스실로 인도하고, 시체들을 매장하는 일을 맡은 수용자들을 부르던 이름이 폴란드 파르티잔을 상대할 유대인 특별부대의 이름으로 재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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