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틀러가 되었다-73화 (73/150)

< 프랑스 침공 (5) >

1940년 5월 16일

프랑스 스톤느

“후우.”

다가올 전투를 앞두고 피에르 가스통 비요트 대위는 부하들과 함께 시가를 피웠다.

옅은 회색 연기가 산들바람에 붙들려 날아가고 도토리를 문 청설모가 떡갈나무 위를 잽싸게 올라갔다.

다들 이것이 살아생전에 피우는 마지막 담배라는 심정으로 열심히 담배를 피웠다.

담배를 피우면서 으레 하기 마련한 우스갯소리나 농담은 한마디도 없었다.

모두들 담배를 피우는 행위 그 자체에 열중했다.

“다들 표정이 왜 이렇게 어둡나. 누가 보면 죽으러 가는 줄 알겠어.”

너무 무겁게 내려앉은 분위기를 조금이라도 풀어보려고 비요트가 입을 열었다.

“내가 죽는 것보다 더 무서워 하는 게 뭔지 아나? 바로 보슈들을 100명도 못 죽이고 전쟁이 끝나는 거야. 대위씩이나 되어서 겨우 99명 밖에 못 죽였다고 해봐. 얼마나 쪽팔리겠어.”

“하하하하······.”

비요트의 농담으로 굳은 분위기가 조금은 풀어지는 듯했다.

어느새 작전 시간까지 3분도 채 남지 않았다. 비요트는 마지막 한모금을 들이마신 뒤, 시가를 멀리 던졌다.

“슬슬 출발해야지. 보슈들 죽이러.”

비요트가 소속된 제3흉갑기병사단은 상부로부터 독일군의 우측을 공격하라는 지령을 받았다.

비요트의 중대는 사단의 선두에 서서 독일군을 공격할 예정이었고.

자신들이 사단 선두라는 소리를 들은 중대원들의 표정이 일그러지는 광경을 비요트는 잊을 수 없었다.

애초에 가장 위험한 임무에 제일 먼저 투입되는데 누가 기뻐하겠는가.

하지만 비요트의 중대가 사단이 보유한 전차 중 가장 강력하다고 평가받는 샤르 B1 bis 중전차로 무장하고 있었기에 선택된 것이었다.

그만큼 사단에서 그들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는 뜻이기도 했지만, 병사들에겐 사단의 기대가 썩 달갑지 않았다.

기대를 안해도 좋으니 제발 다른 중대에게 임무를 맡겼으면 하는 것이 중대원들의 본심이었다.

“여기는 뻐꾸기. 각 소대는 보고 바람.”

-여기는 까마귀, 전투 준비 완료.

-여기는 쏙독새, 전투 준비 완료.

-여기는 부엉이, 전투 준비 완료.

중대의 모든 전차들이 출발할 준비를 마쳤다. 바로 직전에 각 전차마다 정비병들이 달라붙어 엔진을 점검해뒀으니 가다가 전차가 퍼지는 일을 없을 터였다.

문제는 연료인데, 연료를 꽉꽉 채워 넣었음에도 그놈의 연비 때문에 샤르 B1의 전투 가능시간은 길어봐야 2시간 남짓이었다.

지뢰를 밟아 궤도가 파괴되거나 적탄에 피격당하지 않는다고 해도 2시간이 지나면 연료가 바닥나 오도 가도 못할 처지가 되고 만다.

이 때문에 비요트의 중대는 전투가 마무리되는 즉시 진격을 멈추고 아군 보급부대의 도착을 기다리기로 했다.

2시간마다 보급을 받아야 한다는 것은 매우 번거롭기 짝이 없는 일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제때 후방으로 철수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비요트는 이 점을 부하들에게 상기시키며 그들의 용기를 북돋으려고 노력했다.

“끽해야 2시간이다, 2시간. 2시간만 버티면 돼. 뒷일은 다른 중대가 알아서 해줄 거야.”

보급이 끝나는 즉시 도로 전투에 투입될 예정이라는 말은 일부러 생략했다. 굳이 안 해도 될 말까지 해서 사기를 꺾을 필요는 없었다.

공격에 앞서, 프랑스군 포병대가 포격을 개시했다. 포격이 진행되는 동안 비요트는 신에게 기도를 올렸다.

부디 이번에도 무사히 살아남을 수 있기를.

전투에서 이기고 프랑스가 전쟁에서 승리하는 광경을 볼 수 있기를.

짧은 포격이 끝나고 무전이 들어왔다. 대대본부의 무전이었다.

-여기는 둥지. 뻐꾸기는 응답 바람.

“뻐꾸기 수신.”

-즉시 공격하라. 반복한다. 현 시간부로 뻐꾸기는 즉시 공격 바람. 이상.

“수신 완료.”

드디어 시작이군.

“중대, 전진!”

비요트의 입에서 전진 명령이 떨어지자 무게 31톤의 거대한 쇳덩어리가 궤도를 굴리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비요트는 휘하 전차들을 이끌고 곧바로 마을로 들어섰다.

마을은 프랑스군 포병의 포격으로 파괴되어 곳곳에서 연기가 치솟고 있었다. 연기 때문에 시야가 흐려지자 비요트는 인상을 썼다.

“주의해라. 언제 어디서 보슈가 튀어나올 줄 모르니까.”

“명심하고 있습니다, 대위님.”

적이 튀어나오면 바로 발포할 수 있도록 비요트는 미리 포탄을 장전해두라고 지시했다.

현재 47mm 주포의 약실과 차체에 장착된 75mm 주포의 약실에는 철갑탄 한 발이 장전되어 있었다.

일직선으로 된 가도를 달리던 중, 낯선 물체가 비요트의 시야에 들어왔다.

비요트는 눈을 크게 뜨고 시야에 잡힌 물체를 살폈다.

“보슈다!”

포탑 측면에 그려진 철십자 마크를 보는 순간, 비요트는 그것이 독일군의 전차임을 간파했다.

“발사!”

조종수는 즉시 전차를 멈춰 세운 뒤, 75mm 주포를 발사했다.

비요트의 전차를 향해 포탑을 돌리던 38(t) 전차는 75mm 철갑탄의 직격을 맞고 포탑과 차체가 분리되었다.

“여기는 뻐꾸기! 적과 조우했다! 적 전차의 공격에 주의하라!”

무전기로 휘하 전차들에게 독일군과의 조우 사실을 전한 비요트는 다시 관측창으로 시야를 옮겼다.

차체에서 화염을 내뿜고 있는 잔해 옆으로 새 전차가 나타나 주포에 불을 당겼다.

그러나 빈약한 37mm 주포로는 샤르 B1 bis의 표면에 흠집조차 낼 수 없었다.

공격이 실패하자 38(t)는 즉시 도주를 시도했지만 비요트가 가만히 놔두지 않았다.

47mm 주포가 불을 뿜고 또 한 대의 38(t)가 격파되었다. 이로써 비요트의 전과는 전차 2대가 되었다.

장갑이 얇고 화력도 빈약한 38(t) 전차들은 프랑스 중전차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휘하 전차들이 제각기 주포를 발사해 마을에 있던 전차들을 격파했다.

“11시 방향에 적 전차다. 정지!”

마을을 향해 다가오는 독일 전차를 발견한 비요트가 조종수에게 정지를 지시했다.

앞서 마주쳤던 38(t)처럼 차체가 각지고 진회색의 전차였다.

하지만 크기는 38(t)보다 훨씬 컸다. 비요트는 저것이 예의 4호 전차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놈도 비요트를 발견하곤 정지하여 포탑을 돌렸다. 적이 포탑을 돌리는 사이 조종수가 먼저 75mm 주포를 발사했다.

-캉!

“튀, 튕겼습니다!”

야심차게 발사한 75mm 포탄이 적 전차의 전면장갑을 뚫지 못하고 그대로 도탄되는 것을 본 조종수는 당황했다.

비요트는 그 즉시 47mm 주포를 발사했다.

그러나 그가 발사한 47mm 포탄도 적 전차의 장갑판 앞에서 무력했다.

포탄 두 발이 시간을 두고 튕겨나가자 비요트의 입에서 당혹스러운 외침이 튀어나왔다.

“이 무슨······!?”

80mm 전면장갑으로 샤르 B1 bis의 공격을 방어해낸 4호 전차의 포구에서 화염이 뿜어졌다.

전에 탑재된 75mm 24구경장 주포였더라면 무리없이 튕겨냈겠지만, 불행히도 정면의 4호 전차는 75mm 48구경장 주포로 무장하고 있었다.

24구경장 주포로는 100m에서 54mm를 관통하는 게 최대였지만, 48구경장 주포는 1km에서 82mm를 관통할 수 있었다.

철갑탄에 전면을 직격당한 비요트의 샤르 B1 bis는 요란한 섬광을 내뿜으며 폭발했다.

차내의 탄약이 일제히 유폭을 일으킨 탓에 포탑이 허공으로 치솟고 무한궤도가 끊어져 철퍼덕 소리를 내며 흘러내렸다.

-여기는 늑대 3. 방금 적 전차 한 대를 격파했다. 공격을 지속하겠다.

-늑대 1, 수신.

장포신 주포로 무장한 4호 전차들이 일제히 마을에 들이닥치자, 전황은 완전히 반전되었다.

방금 전까지 신나게 독일 전차들을 사냥하고 다니던 샤르 B1 bis 전차들은 역으로 독일군에게 사냥당하는 처지가 되었다.

독일군은 마치 사슴을 사냥하듯이 장포신의 이점을 살려 안전거리 내에서 프랑스 전차들을 저격했다.

해가 저물기 전에 스톤느는 독일군에 의해 완전히 점령되었다.

***

1940년 5월 17일

프랑스 몽코르네

“전차, 전진!”

사단장 샤를 드골 대령의 명령이 떨어지자, 수십 대의 전차들이 일제히 궤도를 굴리며 전진했다.

이틀 전, 프랑스군 총사령관 모리스 가믈랭은 프랑스의 패전을 선언했다.

독일군의 기만에 속아 유일한 예비대인 제7군을 딜 방어선에 배치하는 바람에 프랑스군은 A 집단군을 막을 수 없게 되었다.

7군을 다시 불러들였다간 딜 방어선까지 붕괴되어 패전이 더 빨라지는 결과만 낳게 될 터였다.

“우리에게 더 이상 희망은 없네. 이 전쟁은 진 거야······.”

총사령관조차 승리에 대한 희망을 모두 내려놓았지만, 드골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비록 전황이 최악이긴 하나, 희망이 아예 없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사단으로 독일군의 후방을 타격해 대서양을 향해 뻗어가는 독일군의 진격을 저지할 계획을 세웠다.

작전이 성공한다면 독일군은 프랑스군의 역습에 대비하기 위해 전열을 가다듬으려 할 것이고 자연스레 진격도 멈출 것이다.

적이 진격을 멈춘 틈을 타 프랑스군도 전열을 재정비하고 영국군과 힘을 합쳐 방어선을 보강한다면 승산이 있을지도 모른다.

어디까지나 일이 아주 잘 풀렸을 때에나 가능한 시나리오지만, 드골은 실낱같은 희망에 목숨을 걸었다.

50살의 대령은 조국의 패전을 막기 위해 직접 전차에 올라 최전선으로 향했다.

조국을 위기에서 구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돌격하던 4흉갑기병사단의 전차들은 얼마 못 가 난관에 부딪혔다.

프랑스군의 역습에 대비하여 구데리안이 후방에 배치한 LSSAH 사단이 그들을 가로막은 것이었다.

***

“저 전차들 좀 보게. 족히 100대는 되겠군.”

LSSAH 사단장 요제프 디트리히 SS 대장은 쌍안경을 통해 파도처럼 몰려오는 프랑스 전차들의 모습을 보곤 휘파람을 불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그 광경을 보고 경악을 했겠지만, 디트리히는 시종일관 여유로웠다.

1차대전에 돌격포병과 전차병으로 참전하여 수많은 사선을 넘나들었던 디트리히는 프랑스 전차들의 돌격을 흥미진진한 눈으로 관찰했다.

그가 이토록 여유를 부릴 수 있는 이유는 이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에서도 살아남았다는 자신감이기도 했지만, 따로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슬슬 시작하게.”

“알겠습니다, 각하. 사격 개시!”

프랑스 전차들이 사정거리 안으로 들어서자, 매복 중이던 독일군의 전차와 대전차포가 일제히 주포를 발사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10대가 넘는 프랑스 전차들이 피격되어 불타올랐다.

피격된 전차에서 탈출한 전차병들이 몸에 붙은 불을 끄기 위해 땅바닥을 구르며 괴성을 질렀다.

“명중! 재장전!”

자신이 노린 르노 R35 전차가 폭발하는 모습을 확인한 비트만은 포수에게 다음 표적을 지정했다. 피라미드를 닮은 세모꼴의 전차 FCM 36이었다.

경사장갑을 적극적으로 채용한 덕에 방어력은 준수하지만, 최악의 기동성을 가진 FCM 36은 매우 손쉬운 먹잇감이었다.

“장전 완료!”

“쏴!”

비트만의 헷처가 다시 불을 뿜자 FCM 36의 포탑이 날아갔다.

녀석은 포탑이 날아간 상태에서도 느릿느릿 전진하다가 재차 폭발을 일으킨 후에야 완전히 멈춰 섰다.

“명중입니다!”

“좋아, 잘하고 있어. 폴란드에서 잡은 놈들까지 더하면 이걸로 딱 10대째로군.”

폴란드전에서 세운 전공으로 2급 철십자훈장을 수여받은 비트만은 대대장의 추천으로 사관후보생으로 선출되었다.

예정대로라면 그는 지금 바트 퇴츠 SS 사관학교에서 자신보다 7, 8살 어린 생도들과 함께 교육을 받고 있어야 했지만, 프랑스 침공을 앞두고 실전 경험이 풍부한 군인들이 한 명이라도 더 많이 필요했던지라 임시 SS 소위 신분으로 전선에 투입되었다.

“11시 방향에 적 전차! 하셀, 우측으로 차체 돌려!”

“알겠습니다!”

SS 병장으로 진급한 하셀은 능숙한 솜씨로 차체를 회전시켰다.

불타오르는 잔해 뒤에 숨어 포탑만 내민 소뮤아 S35가 포탑을 돌리고 있었다.

“정지!”

하셀이 전차를 정지시킴과 거의 동시에 적이 발포했다. 47mm 철갑탄은 헷처의 장갑 표면에 도포된 페인트만 살짝 벗겨내고 도탄되었다.

“잔해 뒤에서 포탑만 내민 놈이다. 맞출 수 있겠냐?”

“한 번 해보겠습니다!”

19살의 어린 포수는 심호흡을 한 뒤 신중하게 주포를 발사했다. 포탄은 아슬아슬한 차이로 소뮤아 S35의 포탑에 명중하여 전차장의 상반신을 토막냈다.

조종수와 통신수가 밖으로 나오다 기관총을 맞고 벌집이 되어 쓰러졌다.

전차와 대전차포가 적 전차를 맞추면, 보병들이 탈출하는 프랑스 전차병들을 기관총으로 사살했다.

격파된 전차 주변에는 탈출하다가 총에 맞은 전차병들의 시체가 즐비했다.

“다음!”

비트만은 이미 격파된 전차에는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여전히 적은 많았고, 그가 할 일은 끝이 없었다.

***

“맙소사······.”

드골은 두 눈으로 직접 보고도 눈앞의 광경을 차마 믿을 수 없었다.

그의 앞에는 그가 베르됭의 진창에서 본 광경보다 더욱 끔찍한 지옥도가 펼쳐져 있었다.

“함정입니다, 대령님! 함정이라고요! 지금이라도 퇴각해야 합니다!”

드골이 탑승한 소뮤아 S35의 조종을 맡은 소위가 비명을 지르듯이 소리쳤다.

기세좋게 돌격하던 전차들이 매복한 적군의 포탄을 맞고 불덩이로 변하는 광경은 공포 그 자체였다.

4호 전차와 헷처, 대전차포 앞에 4흉갑기병사단의 전차들은 햇빛에 노출된 얼음마냥 녹아내렸다.

겨우 전차와 대전차포의 공격을 피하더라도, 참호를 파고 숨어있던 보병이 튀어나와 발사한 판처파우스트에 맞아 격파당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으아아아아!!!!”

적탄에 피격된 호치키스 H35에서 탈출한 전차병이 화염을 뒤집어쓰고 몸부림치다 그만 아군 전차의 궤도에 깔리고 말았다.

연기 속을 헤매던 전차는 자신이 방금 아군을 육포로 만든 사실도 모른 채 전진하다가 대전차포에 의해 격파되었다.

-후진! 후진해, 이 새끼야!

-중대가 전멸했다! 즉시 퇴각을······.

-나폴레옹으로부터 뷔셰에게, 지원을 요청한다! 이대로 가면 다 죽는다!

사단 무전망은 비명과 도움을 구하는 다급한 외침, 절규로 넘쳐났다.

수뇌부의 안일함과 실책으로 무전기가 소대당 1대씩밖에 보급되지 않은 것을 고려하면, 무전망에 들리는 목소리보다 더 많은 절규가 울려 퍼지고 있을 터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제는 독일 공군까지 전투에 가세했다.

슈투카가 기괴한 사이렌 소리를 울리며 급강하하자, 프랑스 전차들이 일제히 흩어졌다.

슈투카가 투하한 1톤짜리 폭탄은 전차들의 정중앙에서 터졌다.

폭탄에 직격당한 샤르 B1 bis는 문자 그대로 산산조각났고, 폭발의 폭압에 휩쓸린 호치키스 2대는 전복되었다.

사이렌을 울리며 급강하해 폭탄을 투하하는 슈투카는 전차병들에게 저승에 올라온 사신이나 다름없었다.

슈투카가 폭탄을 투하할 때마다 평균 2대의 전차가 격파되거나 기동불능에 빠졌다.

기동불능에 빠진 전차는 지상의 전차와 대전차포의 손쉬운 사냥감이 되었다.

독일군의 허를 찔러 전세를 역전시킨다는 드골의 야심찬 계획은 걸음마조차 떼지 못했다.

누가 봐도 역습은 실패였다.

그것도 아주 완벽한 실패.

“대령님!”

“······빌어먹을.”

조금이라도 더 피해를 줄이려면, 지금이라도 퇴각 명령을 내려야만 했다. 그래야 한 명이라도 더 많은 부하를 살릴 수 있었다.

“사단장이다. 지금 즉시 퇴각해라. 반복한다. 전 병력은 지금 즉시 퇴각해라.”

드골은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퇴각 명령을 내렸다.

처음 부하들에게 진격 명령을 내릴 때까지만 하더라도 어떤 피해를 입던 간에 끝까지 전진하겠다고 다짐했던 그였다.

그러나 실시간으로 부하들이 헛되이 죽어가는 모습을 보자 의지는 모래성처럼 무너지고 말았다.

드골의 입에서 퇴각 명령이 떨어지자 조종수가 전차를 후진시켰다.

이 지옥에서 단 1cm라도 더 멀어지고 싶었다. 사단장이 타는 전차의 조종수답게 조종실력이 보통이 아니었지만, 하늘을 날아다니는 사냥꾼의 눈을 피할 순 없었다.

주익에 폭탄을 매단 슈투카 한 대가 저공으로 날아오자 드골은 다급한 마음에 주포를 발사했다. 포탄은 슈투카를 한참 지나쳐 빗나갔다.

포탄이 빗나가자 그는 공축기관총을 발사했다. 총탄 몇 발이 슈투카의 날개에 맞았다고 생각이 드는 그때, 폭탄이 투하되었다.

지면에 맞닿은 폭탄이 터지는 순간 드골은 반사적으로 눈을 감았다.

이어 온몸이 거꾸로 뒤집히는 듯한 느낌이 들면서 거대한 충격파가 온몸을 강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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