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 침공 (1) >
1차대전으로 크나큰 피해를 본 프랑스는 프랑스-독일 국경 일대에 마지노선을 세워 독일과의 다음 전쟁에 대비했다.
막대한 비용과 물자, 인력, 기술을 아낌없이 투입해 구축한 마지노선은 보통의 방식으론 결코 돌파가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세계 최강의 방어선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마지노선의 존재 때문에 독일은 프랑스를 정면에서 공격할 수 없게 되었다.
정면이 막혔으니 남은 방법은 스위스를 거쳐 프랑스를 침공하거나, 1차대전 때처럼 벨기에를 통해 프랑스 침공하는 방법뿐이었다.
하지만 스위스는 산악지대로 구성된 국가로 대규모 부대의 통행이 제한되는 것은 물론이고 프랑스의 수도 파리에서 너무 멀었다.
따라서 독일의 프랑스 침공 계획은 1차대전의 슐리펜 계획처럼 벨기에를 통과하는 것을 기본 전제로 깔고 갈 수밖에 없었다.
이 정도는 프랑스군도 예상하고 있었다.
프랑스군 총사령관 모리스 가믈랭은 프랑스군을 벨기에로 투입시켜 마스강과 연결된 벨기에의 하천들을 방어선으로 삼아 독일군을 격퇴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른바 딜 계획은 성공적으로 수행되는 듯 보였다.
프랑스군은 질서정연하게 이동하여 예정된 목표지점에 도달, 방어선을 형성하였고 벨기에 정부도 프랑스군에게 적극적으로 협력했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일은 독일 놈들이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놈들을 묵사발로 만들어버리는 것뿐이네.”
자신의 계획에 스스로 만족한 가믈랭은 잔뜩 거드름을 피우며 지휘봉의 끝으로 지도를 톡톡 두들겼다.
그가 지휘봉으로 지도 여기저기를 가리킬 때마다 초급장교들은 서둘러 말판을 배치했다.
“독일 놈들은 결코 위대한 프랑스의 땅을 밟지 못할 걸세. 놈들이 딜 방어선에 정통으로 부딪혀 박살이 나면, 반격을 가해 루르까지 밀고 나가는 거지.
작전이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여름이 끝나기 전에 병사들은 라인강에서 수영을 즐길 수 있을 걸세.”
“각하의 안목을 따라올 군인은 아무도 없습니다.”
“병사들에게 미리 수영복을 지참하라고 전달해두지요.”
참모들이 가믈랭에게 열심히 아부할 때, 한 참모가 조심스레 의문을 제기했다.
“각하, 아르덴 숲 방면은 어찌하실 생각이십니까?”
“아르덴 숲? 그곳에선 독일 놈들의 주특기인 전차를 굴릴 수 없지 않나. 아마 다른 곳으로 오겠지.”
전차의 통행이 불가능하다고 여겨진 아르덴 숲에 특별히 관심을 기울이는 프랑스군 장성은 없었다.
어차피 전차도 못 움직이는 곳을 굳이 신경쓸 필요가 있나?
“그리고 우리에겐 벨기에군이 있네. 자기네 나라 땅이니, 그치들이 알아서 막을 거야.”
“과연, 그렇군요.”
프랑스군은 벨기에군이 아르덴 숲의 방어를 맡으리라 생각했고
“아르덴 숲은 어떡하죠?”
“프랑스군이 알아서 잘 막겠지. 유럽 최강 육군이라 자부하는 녀석들이니, 믿고 맡겨도 될 거야.”
벨기에군은 프랑스군이 아르덴 숲의 방어를 담당하리라 판단했다.
소통의 부재가 낳은 사소한 착오는 거대한 재앙으로 되돌아왔다.
***
1940년 5월 10일 새벽 5시 35분
한 줄기의 호각소리가 새벽의 침묵을 갈랐다.
호각소리를 신호로 에발트 폰 클라이스트 상급대장이 지휘하는 제1기갑집단, 일명 ‘클라이스트 기갑집단’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클라이스트 기갑집단뿐 아니라 프랑스 침공을 위해 동원된 전 독일군도 행동을 개시했다.
클라이스트 기갑집단의 선두에 선 것은 구데리안의 제19기갑군단 소속 전차들이었다.
2호 전차와 체코제 전차들, 헷처가 울퉁불퉁한 아르덴 숲의 오솔길을 내달렸다.
기동전에서 속도는 생명이기에 무게가 가볍고 속도가 빠른 경전차와 장갑차들이 선두에 섰고, 경전차들보다 상대적으로 무겁고 느린 4호 전차와 자주포들은 후발주자로 배치되었다.
출격에 앞서 전차병들은 사전에 지급받은 알약 하나를 삼켰다. 이전에 쓰이던 페르비틴보다 효과가 강력하다고 알려진 모렐 알약이었다.
알약을 삼키고 5분도 되지 않아 전차병들은 신체의 변화를 느꼈다.
조금 전까지 가슴을 짓누르던 긴장감은 어느새 흥분과 쾌감으로 변했고 한숨 푹 자고 일어난 것마냥 몸이 개운했다.
지금 상태라면 뛰어서 파리까지 가라고 해도 충분히 가능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저녁은 지옥에서 먹는다! 알겠냐, 새끼들아!”
“이예에에에!”
“폭풍이 불어도, 눈이 불어도
태양이 우릴 향해 웃어도
불에 타듯 뜨거운 한낮에도, 서릿발 서는 추운 밤에도
먼지 투성이 얼굴을 하고도
우리는 행복하다네.
그래, 행복하다네.
우리의 전차는 폭풍 속에서 돌진한다!”
판처리트(Panzerlied)를 흥얼거리는 전차병들이 전속력으로 모는 전차들의 대열을 바라보며 구데리안은 가슴이 벅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이 순간을 얼마나 오랫동안 기다려왔던가!
“자네, 올해로 몇살인가?”
구데리안은 지휘차량에 동승한 참모장교에게 물었다. 이제 갓 서른을 넘은 것으로 보이는 젊은 참모였다.
“31살입니다, 각하.”
“그렇군. 자네가 집에서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을 때, 나는 최전선에 있었네. 지금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겠나?”
“잘 모르겠습니다.”
“1914년으로 되돌아간 기분이야.”
1888년생인 구데리안은 1914년, 독일군이 파리를 향해 돌진하던 현장에 있었다.
눈을 감으면 그때 봤던 광경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시민들이 뿌리는 색종이와 꽃송이를 받으며 쾌활하게 행진하던 병사들, 금방 파리를 점령할 수 있을 것이라 자부하던 동기들과 승리에 대한 확신으로 들뜬 부하들의 모습들.
살아서 이 감정을 다시 느끼게 될 줄이야.
비록 1914년의 시도는 파리 점령 대신 참호전이라는 처참한 결과로 끝났지만, 이번에는 다를 것이다.
1914년에는 없었던 전차들이 지금은 독일군의 손과 발이 되어 선두에서 돌격하게 되었으니까.
젊은 소위였던 자신이 지금은 금은실로 장식된 견장을 착용한 상급대장이 된 것도 1914년과는 다른 점이었다.
“이번에는 반드시 파리를 점령해야지. 그래야 죽어서 먼저 떠난 전우들을 볼 면목이 생기지 않겠는가.”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각하.”
“파리를 손에 넣어서, 죽은 병사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았음을 국민들에게 보여줘야지요.”
구데리안에겐 소망이 하나 있었다.
반드시 승리하여 죽은 전우들의 무덤 앞에서 우리가 승리했노라고, 그대들의 원수를 갚았노라고 소리치고 싶은 소망이.
***
“정숙하시오, 정숙! 다들 여기가 대체 어디라고 생각하는 거요?”
독일군의 프랑스 침공 이틀 전인 5월 8일, 하원 회의장은 난장판이라는 말이 아까울 정도로 난리법석이었다.
하원의장이 목청이 터져라 소리를 치고, 화도 내보고, 애원도 해봤지만 장내는 잠잠해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보수당과 노동당 의원들이 서로에게 삿대질을 해대고, 보수당 내부에서도 체임벌린파와 처칠파로 나뉘어 고성이 오갔다.
“이게 다 당신들 때문이야!”
“헛소리! 이게 왜 우리 탓이란 말이오?”
“너희 당의 절반은 입만 산 선동꾼들이야!”
“지금 뭐라고 했소? 어떻게 그런 말을!”
“정숙하시오!”
전과자, 불량배들이 드나드는 싸구려 펍처럼 변해버린 하원 의회에서 체임벌린은 묵묵히 앉아있었다.
그는 자신에게로 향하는 사람들의 비난과 비판의 목소리에 대꾸하지 않고 오직 앞만 바라보고 있었다.
노르웨이 전역이 대실패로 끝나면서 체임벌린 내각에 대한 성토의 목소리가 폭발하고 말았다.
평소 체임벌린과 보수당에 쌓인 게 많았던 노동당은 체임벌린 내각의 총사퇴를 요구했고, 보수당 내에서도 체임벌린이 그만 총리직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공공연하게 나왔다.
“지금 대영제국은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자랑스러운 우리의 로열 네이비는 노르웨이에서 독일군에게 참패를 당했고, 설상가상으로 세계는 우리를 비난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노르웨이와 덴마크를 먼저 공격했으니, 우리도 독일과 다를 바 없는 침략자라고 말입니다.
이 모든 사태를 일으킨 원인이 누구입니까? 바로 체임벌린 총리가 아닙니까! 총리가 만약 뮌헨에서 히틀러의 요구를 거절하는 단호함만 보였더라면, 지금의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겁니다!”
노동당 당수 클레멘트 애틀리의 말에 한쪽에서 박수와 격려의 목소리가, 다른 쪽에선 비난과 고함이 쏟아졌다.
“옳소!”
“말 잘한다!”
“헛소리 집어치워! 무슨 개소리를 하는 거야!”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반공주의자이지만, 반파시스트이기도 한 애틀리는 히틀러의 나치 정권에게 유화적으로 대했던 체임벌린을 자주 비판해왔다.
그러던 중에 전쟁이 터지고, 노르웨이에서 아군이 참패까지 당하자 그는 물 만난 고기처럼 날뛰며 체임벌린에 대한 성토를 이어갔다.
“유럽이 다시 불바다가 된 것도, 폴란드가 무너진 것도, 세계의 비난이 대영제국을 향하게 된 것도 전부 다 체임벌린 총리의 잘못입니다. 당신이, 당신네들이 매번 같은 실수를 반복해왔기에 이 나라는 위기에 처하고 말았습니다!
마지막 양심이 있다면, 그대들도 대영제국의 국민이라면 더 이상 추하게 남지 말고 깨끗하게 잘못을 인정하십시오! 그리고 사퇴하세요! 그것만이 대영제국과 국왕폐하, 그리고 국민들께 봉사하는 일입니다!”
“애틀리! 애틀리!”
“끌어내려!”
“못하는 말이 없군!”
노동당 의원들이 일제히 애틀리를 원호하는 동안, 체임벌린파에 속한 보수당 의원들은 분에 못 이겨 씩씩거렸다.
체임벌린은 여전히 침묵했다.
애틀리 다음은 처칠이었다.
후드의 격침 소식이 전해진 뒤로 처칠은 손바닥 뒤집듯이 입장을 바꿔 체임벌린을 격렬하게 비난해왔다.
눈치빠른 보수당 의원 일부도 처칠에 가세하여 같은 당 동료들을 향해 비난을 퍼부었다.
처칠의 목적은 안 봐도 뻔했다.
체임벌린에게 모든 책임을 뒤집어씌우고, 그를 사퇴시키는 것.
그렇게 함으로써 자신이 살아남는 것이 그의 목표이리라. 체임벌린은 연단에 올라 연설을 시작한 처칠을 차가운 눈으로 응시했다.
처칠은 그런 체임벌린의 눈빛을 신경 쓰지 않고 격정적인 어조로 자신의 말을 늘어놓았다.
“대영제국의 자랑이자 상징이나 다름없던 로열 네이비는 노르웨이에서 치욕스러운 패배를 당했습니다. 그뿐입니까? 전 세계가 우리를 비난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덴마크와 노르웨이, 스웨덴을 공격했다는 이유 하나로 말입니다.
대체 어쩌다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일까요? 세계 평화와 질서의 수호자였던 대영제국이, 어쩌다 침략자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게 됐는지 여러분은 알고 계십니까?”
처칠은 말을 잠시 멈추고 좌중을 둘러봤다. 체임벌린은 터져나오려는 고함을 억누르기 위해 손에 힘을 줬다.
쉽지 않았다.
“이게 다 체임벌린 총리의 실책 때문에 일어난 일입니다! 제가 간곡히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체임벌린 총리는 노르웨이 공격을 강행했습니다. 이어 덴마크도 공격했고, 스웨덴까지 우리의 적으로 돌렸습니다. 이 얼마나-”
“입 닥쳐, 이 돼지새끼야!”
이제까지 죽은 사람처럼 줄곧 침묵을 지키던 체임벌린이 벌떡 일어서서 고함을 치자, 장내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체임벌린에게 삿대질을 하며 사퇴를 요구하던 노동당 의원들도,
체임벌린을 옹호하며 노동당 의원들과 설전을 벌이던 보수당 의원들도,
정숙을 외치던 하원의장도,
연설 중이던 처칠조차도,
모두가 충격에 빠져 그대로 얼어붙고 말았다.
욕설은 물론이고 고함과도 평생 거리가 멀었던 체임벌린이지만, 이번에는 그도 도저히 참을 수 없다.
이미 잃을 게 없어진 그에게 더 이상 예절이니 체면이니 하는 말은 더 이상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걸 왜 나한테 뒤집어씌우는 거냐? 네놈이 먼저 제안했잖아! 네놈 대가리에서 나온 거라고! 국제법이고 뭐고 간에 전쟁에서 이기는 것만 생각해야 한다면서, 이제와서는 왜 말을 바꾸는 거냐? 어?
양심? 네가 양심 운운할 자격이 돼? 갈리폴리도 그렇고, 네놈은 늘 일이 잘못되면 남한테 뒤집어씌우기만 하고 자기는 늘 쥐새끼처럼 빠져나갈 궁리만 했지. 단 한 번도 먼저 나서서 책임을 지겠다고 말한 적이 없어!”
“무, 무슨······.”
거침없는 체임벌린의 폭탄발언에 처칠은 꿀먹은 벙어리처럼 우물거렸다. 노동당 의원들은 물론이고 같은 보수당 의원들조차 악에 받쳐 소리치는 체임벌린의 모습에 일제히 경악했다.
일국의 총리가 이토록 분노하여 상스러운 말을 쏟아내는 모습은 이제까지 본 적이 없었고, 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지도 못한 것이었다.
이미 이성을 잃은 체임벌린은 여태까지 가슴 속으로 담아두고 한 번도 입 밖으로 꺼낸 적 없는 욕설까지 토해내고 있었다.
“이 늙은 돼지새끼야! 누가 네놈의 더럽고 역겨운 속내 따위 모르는 줄 알아? 이 자리가 그렇게 탐이 나면, 차라리 대놓고 말을 할 것이지 어디서 수작질이야! 이 자리에서 피 토하고 뒈지는 한이 있어도, 네놈만큼은 내가 반드시-”
“초, 총리!”
“의사를 불러!”
이미 71세의 노인이었던 체임벌린은 전쟁과 과도한 업무, 자신에 대한 비난 여론으로 인한 스트레스에 암까지 걸려 몸도 마음도 지칠대로 지친 상태였다.
체임벌린이 쓰러지자 장내는 다시 아수라장이 되었다.
***
쓰러졌던 체임벌린은 하루가 꼬박 지나서야 다시 눈을 뜰 수 있었다.
세계 각국은 물론, 자국민들한테도 비판을 받았던 노르웨이 공격의 책임을 체임벌린에게 뒤집어씌우고 그를 사퇴시키려던 처칠은 난처한 입장에 놓였다.
체임벌린의 뜻은 변함이 없었다. 처칠이 물러나지 않는다면, 자신도 결코 물러나지 않겠다.
체임벌린이 완강하게 나오자 분위기는 반전되었다.
체임벌린에 대한 사퇴 압박은 변함이 없었지만, 이전까지 처칠을 ‘동지’로 대우하던 노동당 의원들도 처칠에게 책임을 묻기 시작한 것이다.
“아니, 제가······ 총리직을 말입니까?”
“자네 외에 이 자리를 맡은 사람이 없네.”
차기 총리직을 노리던 처칠의 야망이 물거품으로 변해가는 동안, 체임벌린은 외무장관 ‘핼리팩스 자작’ 에드워드 우드를 불렀다.
체임벌린이 볼 때 자신의 뒤를 이어 총리를 맡은 적임자는 영국 전체를 통틀어 단 한 명, 핼리팩스뿐이었다.
“자네에게 못할 짓이란 사실은 나도 잘 아네. 하지만, 자네 말고는 이 자리를 맡을 수 있는 사람이 없어. 처칠 같은 욕심 많은 사기꾼이나, 애틀리 같은 철부지 이상주의자가 총리가 된다면 대영제국은 정말로 끝이네.”
“허어······.”
역사에서도 체임벌린으로부터 총리직을 제안받았지만, 자신의 귀족 작위를 포기하기 힘들다는 핑계를 대며 처칠에게 총리직을 넘겼던 핼리팩스는 고민에 빠졌다.
대영제국 총리.
이름만 들으면 아주 대단한 자리처럼 느껴지지만 큰 힘에 큰 책임이 따르듯이 총리직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어쩌면 그보다 더 큰 책임과 희생이 요구된다는 사실을 핼리팩스는 모르지 않았다.
허울뿐인 자리를 거절하고픈 마음이 굴뚝 같았다.
하지만 체임벌린의 눈을 보자 좀처럼 입이 떨어지질 않았다. 총리를 맡을만한 사람이 자신밖에 없다는 체임벌린의 말은 분명 진심이었다.
“국왕 폐하께서도 적임자가 자네뿐이라고 말씀하셨네. 어려운 일인 것은 알지만, 조국과 국민을 위해 결단을 내려주게.”
“······.”
개인의 영달을 위해 오랜 정치적 동반자의 부탁을 거절할 것이냐.
조국과 국민을 위해 고난의 길을 걸을 것이냐.
“알겠습니다, 총리 각하. 대영제국과 국왕폐하, 그리고 국민을 위해서라면, 받아들이겠습니다.”
“고맙네. 정말로 고맙네.”
핼리팩스는 후자를 택했다.
1940년 5월 10일, 체임벌린은 총리직에서 사임할 뜻을 밝혔다.
다음날인 11일, 총리직에서 물러난 체임벌린을 대신해 핼리팩스가 영국의 61대 총리가 되었다.
< 프랑스 침공 (1)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