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아침 해가 뜨기 전에 (4) > (62/150)

< 아침 해가 뜨기 전에 (4) >

1940년 4월 8일

윌프레드 작전이 개시되었다.

영국 해군의 기뢰부설함들은 노르웨이 영해에 기뢰를 부설한 뒤 쏜살같이 달아났다.

노르웨이 해군의 경비정들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영국 해군은 이미 철수한 뒤였고 도리어 경비정 한 척이 기뢰와 충돌하여 격침되었다.

노르웨이는 즉시 영국과 국교를 단절했다.

노르웨이 정부에서 보낸 국교 단절문이 도착하자 처칠은 R4 작전의 개시를 명령했다.

1940년 4월 9일

나르비크는 불타올랐다.

***

1940년 4월 10일

독일 베를린 신 총통관저

역시 혐성국 녀석들이야. 제 버릇 남 못 주는군.

나는 이번에도 내 예상이 적중한 것에 만족감을 느끼며 카이텔의 보고를 들었다.

노르웨이인들에겐 미안하지만, 오늘따라 콜라가 더욱 달고 시원하게 느껴졌다.

“어제 노르웨이 정부는 영국에게 공식적으로 선전포고했습니다. 노르웨이 전국에 계엄령이 선포되었고, 동원령이 내려져 예비역들이 입대하고 있답니다.”

카이텔은 말을 멈추고 나를 흘끗 쳐다봤다.

나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일부러 어깨를 으쓱거렸다.

“왜 그러시오? 갑자기 말하다 말고. 계속하시오.”

“아······ 크흠, 이어서 말씀드리자면, 영국 해군의 공격으로 나르비크는 초토화되었으며 현재 영국군이 항구를 점거 중입니다.”

“나르비크 시내에는 아직 진입하지 못했소?”

“확인된 바로는 그렇습니다. 노르웨이군의 저항 때문에 시내 진입이 힘든 모양입니다. 그리고 이번 공격으로 노르웨이인들뿐만 아니라 항구의 선박에 물자를 선적하던 스웨덴인들도 다수가 사망하여, 스웨덴 정부가 영국에게 항의서한을 보냈습니다.

스웨덴 국왕이 직접 영국과의 단교까지 거론했지만, 영국은 아직까지 이렇다 할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보나마나 무시로 일관하려는 속셈이겠지. 잘하면 스웨덴도 우리 편으로 만들 수 있겠어. 노르웨이군의 피해는 어느 정도요?”

“예. 노르웨이 해군의 경비정 3척이 공격에 나섰지만 모두 격침당했습니다. 자세한 수치는 모릅니다만, 이번 공격으로 사망한 노르웨이인들의 숫자는 군과 민간인을 모두 합쳐 대략 1천여 명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많이도 죽였군. 정말 지독한 놈들이야. 영국군의 피해는 없고?”

기습공격이니 당연히 영국군의 피해는 별로 없을 줄 알았는데 뜻밖의 대답이 나왔다.

“의외로 영국 해군의 피해도 제법 큽니다. 노르웨이군의 해안포와 어뢰 공격으로 중순양함 요크가 격침되고 구축함 2척이 중파되었답니다.”

중순양함 격침? 실화냐?

의외의 성과에 이번에는 내가 놀랐다.

실제 역사에선 독일군의 중순양함 블뤼허가 노르웨이군 해안포와 어뢰를 맞고 격침당하더니, 여기서는 영국군 중순양함 요크가 노르웨이군에게 격침당했다.

신기한 일일세. 이런 것도 평행이론에 포함되려나?

“아무튼 잘된 일이군. 우리 해군이 격침시켜야 할 적의 배가 한 척 줄어들었으니 말이오. 레더 제독한테서 온 답장은?”

“명령만 내리신다면 당장 출발할 수 있답니다.”

영국군의 노르웨이 공격 소식을 듣자마자 나는 레더에게 출동 준비 명령을 내렸다.

현재 킬과 단치히에는 군함과 병력을 태운 수송선들이 출발 명령을 기다리며 대기 중이다.

킬에 정박한 본대는 노르웨이의 지원 요청을 받는 즉시 출항하여 오슬로 상륙할 예정이고 단치히의 함대는 스웨덴 통과해 노르웨이로 진입할 예정이다. 

역사에서도 노르웨이 치러 가는 길이니 길 좀 빌려달라는 독일의 요청에 군말없이 길을 내줬던 스웨덴이니, 거절하거나 그러지는 않겠지.

더군다나 이번 나르비크 공격으로 스웨덴인들도 다수 사망한 상황이라 스웨덴은 틀림없이 우리의 요청을 받아들일 것이다.

“남은 건 이제 노르웨이 정부의 결단뿐이군. 밥이나 먹으러 갑시다. 메뉴는 뭘로 하시겠소?”

“총통께서 추천하시는 걸로 하겠습니다.”

***

베를린에서 히틀러가 미소 지을 때,

같은 시각 나르비크에선 영국 해병대와 노르웨이군 간의 교전이 한창이었다.

“리처드! 빨리 와!”

“헉! 헉!”

리처드 벰포드 이병은 숨이 턱까지 차오른 것을 느꼈다. 가뜩이나 무거운 장비를 짊어지고 전속력으로 뛴 탓에 다리가 후들거렸다.

하지만 사방에서 총알이 날아다니고 있기에 그는 달리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심장이 터질 것 같지만, 다리를 멈추면 정말로 죽는다는 생각에 그는 죽기살기로 달릴 수밖에 없었다.

“수류탄, 수류탄 챙겨왔어?”

“여, 여기 있습니다-!”

“좋아, 수고했어!”

수류탄 상자를 받아든 고참의 얼굴이 조금은 환해졌다.

콘크리트 바닥에 주저앉은 리처드는 수통을 꺼내 냅다 얼굴이 들이부었다.

전투가 한창이지만, 방금 전까지 죽을 고생을 하며 탄약통을 날랐으니 물 정도는 마셔도 되겠지······.

“야 이 새끼야! 지금 뭐하냐?”

정신없이 물을 들이키는데, 곧바로 귀에 욕설이 날아와 꽂혔다.

고개를 돌리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중대 행정보급관 게일 파워드 상사의 목소리였다.

그는 전사한 소대장을 대신해 2소대의 지휘를 맡고 있었다.

“전우들이 피땀 흘리면서 싸우고 있는데, 한가하게 물이나 처 마시고 있다니. 네놈이 그러고도 해병이냐?!”

“죄송합니다!”

“알아들었으면 얼른 총 들고 일어서서 싸워! 지금부터 내 허락 없이 물 한 방울이라도 마셨다간 바닷물을 드럼통째로 처먹이겠다, 알겠나?”

“예! 알겠습니다!”

씨발, 하다하다 이젠 물 마시는 것 가지고도 뭐라 하네. 이거 서러워서 살겠나.

툴툴거리면서 일어난 리처드는 이쪽을 향해 뭐라고 외치는 노르웨이군을 조준하고 리-엔필드 소총을 발사했다.

소대에서 사격 1등을 먹은 그답게, 초탄에 적을 명중시켰다.

인중에 총알이 박힌 적병은 고꾸라져 움직이지 않았다. 동료인 듯한 병사가 쓰러진 병사의 목덜미를 움켜쥐고 엄폐물 뒤로 끌었다.

이번에는 게일 상사가 맞췄다.

팔을 관통당한 노르웨이 병사는 동료를 포기하고 도망쳤다. 검붉은 피가 콘크리트 바닥으로 서서히 번졌다.

“1분대는 나를 따라 돌격하고, 2분대는 엄호사격을 실시한다. 셋 세면 시작하는 거다.”

“예!”

“1, 2, 3!”

“가즈아!”

2분대가 엄호사격을 실시하는 동안, 1분대는 게일 상사를 따라 돌격했다. 1분대 소속이었던 리처드는 이번에도 죽기 살기로 뛸 수밖에 없었다.

리처드는 이를 악물고 달렸다.

총알이 귀를 스치며 날아갈 때마다 몸에 소름이 돋았다.

“아아악!”

리처드의 동기, 에반이 노르웨이군의 총알을 맞고 쓰러졌다. 복부에 총을 맞은 에반은 몸을 뒹굴며 고통스러워했다.

“도와줘!”

에반은 전우들을 향해 손을 내밀었지만, 아무도 그의 손을 잡지 않았다.

총탄이 빗발치는 전장에서, 조금이라도 발을 멈췄다간 같은 꼴이 되기 십상이었다.

리처드는 양심을 가책을 느끼며 달렸다. 이 순간만큼은 차라리 자신이 귀머거리이길 바랬다.

이윽고 총알 한 발이 날아와 에반의 이마를 파고들었다. 에반은 더 이상 비명을 지르지 않았다.

리처드는 함포탄에 지붕이 날아간 3층 벽돌집 뒤에 숨었다. 숨을 고르고 있는 분대원들을 둘러보며 게일 상사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8, 9, 10. 딱 10명만 살아남았군.”

분대원의 숫자가 13명이었으니, 지금까지 3명이 전사한 것이다.

함께 동거동락하던 전우들이 차가운 시체로 변했다고 생각하니 망치로 때린 것마냥 머리가 멍해졌다.

“뭣들 하냐, 이놈들아! 2분대 애들이 올 수 있게끔 엄호사격해야지!”

이번에는 1분대가 엄호사격을 하고 2분대가 돌격할 차례였다.

리처드는 바닥에 배를 깔고 누웠다. 마드센 경기관총을 쏘고 있는 노르웨이군 기관총 사수가 그의 목표물이었다.

리처드가 방아쇠를 당기자, 기관총 사수의 고개가 뒤로 휙 젖혀졌다.

“잘했다, 리처드! 계속 쏴!”

“예, 상사님!”

분대원 중 한 명이 브렌 경기관총을 거치한 다음 발사했다.

1분대의 사격이 시작되자 노르웨이군 2명이 쓰러졌다. 적들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1분대의 엄호사격으로 무사히 엄폐물까지 도착한 2분대도 사격에 가세했다.

몇 분 전 리처드에게 수류탄 배달을 시킨 고참병이 일어나 수류탄을 던졌다.

수류탄 한 발로 노르웨이군 6명이 날아갔다. 좁은 장소에 많은 인원이 밀집된 탓에 벌어진 참사였다.

노르웨이군은 용감했지만, 숙련된 병사는 아니었다. 사격도 그렇고, 은엄폐에서 노르웨이군은 미숙한 모습을 여럿 보였다.

리처드는 적들이 마치 군인보다는 총 쏠 줄 아는 민간인에 더 가까워 보인다고 생각했다.

“엎드려라!”

마침 아군 항공모함에서 발진한 함재기들이 날아와 적진에 폭탄을 투하했다. 후폭풍이 밀려와 고개를 들 수 없었다.

먼지가 가라앉은 뒤 눈을 뜨자, 거대한 폭탄 구덩이 가장자리에 널린 사람의 팔다리가 보였다.

폭발로 허공으로 올라갔던 피와 살점들이 투둑투둑 쏟아졌다. 피의 비를 맞으며 게일 상사가 소대원들에게 소리쳤다.

“전원 착검!”

“착검!”

“돌격, 앞으로!!!”

게일 상사를 선두로 해병대원들은 돌격을 감행했다. 바닥에 널린 인간의 팔다리와 살점을 밟을 때마다 리처드는 오만 생각이 들었다.

그는 군화 밑창의 감촉을 느끼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오직 앞만 보고 달렸다.

하늘에선 여전히 핏방울이 쏟아지고 있었다.

“으아아아!”

“뒈져라!”

해병대원들은 폭발의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던 노르웨이군의 복부와 가슴에 총검을 박아넣었다.

셸쇼크에 빠져 버둥거리던 병사들은 비명조차 제대로 지르지 못하고 영국군의 총검과 개머리판의 희생양이 되었다.

한 노르웨이군은 영국 해병대원이 휘두른 개머리판에 얻어맞기 전까지 멍하니 앉아있었다.

영국군의 공격에 밀린 노르웨이군은 나르비크 시내 중심부까지 퇴각했다.

게일 상사의 2소대도 진격을 잠시 멈추고 아군의 도착을 기다렸다. 일개 소대로 너무 멀리 진격했다간 되려 적에게 포위당할 위험이 있었다.

노르웨이군의 반격에 대비하여 소대원들은 기관총을 거치하고 전사한 적의 시체에서 무기와 탄약을 챙겼다.

노르웨이군 시체에서 탈취한 루이스 경기관총을 적당한 자리에 설치한 리처드가 목을 축이기 위해 수통을 꺼내는데, 어느새 옆에 다가온 게일 상사가 말을 걸었다.

“마시고 난 뒤에 나 좀 줘라. 나도 목말라 죽겠다.”

“예? 아, 알겠습니다.”

게일 상사의 수통은 전투 중에 날아온 총알을 맞고 구멍이 뚫린 상태였다.

상사는 그 수통을 내던진 뒤 리처드의 수통으로 대신 갈증을 해소했다.

“상사님, 질문 있습니다.”

“뭔데.”

“저희 임무는 나르비크 항구랑 철로를 파괴하는 것이라고 들었는데, 임무가 끝나면 바로 철수하는 겁니까?”

“바로 철수하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예?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임무가 끝나면 바로 철수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 그런데 모르겠다니?

“처음엔 나도 임무 완료 후 바로 철수할 예정이라고 들었는데, 또 명령이 바뀌었나 봐. 우리가 철수하면 노르웨이인들이 다시 항구를 수리할 테니까, 그러지 못하도록 우리가 막아야 한대.”

“예에? 아니, 그러면 우린 전쟁이 끝날 때까지 여기 있어야 하는 겁니까?”

“아마도?”

당황한 리처드와 달리 게일은 그게 뭐 대수냐는 듯 심드렁한 말투였다. 1+1이 2라는 말을 들은 사람처럼, 그의 얼굴에서 표정의 변화를 읽을 수 없었다.

“전쟁 중이니 어쩔 수 없지. 원래 세상일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 법이야.”

***

“크비슬링, 결국 그 친구 말이 맞았군.”

뉘고르스볼이 연 긴급 회의에 참석한 호콘 7세가 한 말이었다. 이틀 사이에 그는 10년은 더 나이를 먹은 것처럼 보였다.

“나는 여태까지 그가 광대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보니 아니었어. 광대는 바로 나였네.”

“······.”

영국과 프랑스가 노르웨이를 침략할 준비를 하고 있으니 이에 맞서기 위해선 하루빨리 독일과 군사동맹을 맺어야 한다.

크비슬링과 국민연합당이 입버릇처럼 하고 다니던 말이었다.

노르웨이에서 크비슬링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이들은 크비슬링의 지지자들 외엔 전무했다. 국민들은 물론, 국왕조차 국민연합당이 하는 말을 반쯤 헛소리로 취급했다.

하지만 지금, 그가 했던 말을 결국 사실이 되었다.

노르웨이 정부의 필사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영국은 끝내 노르웨이를 공격했다.

영국의 적국인 독일에 철광석을 수출하는 노르웨이를 더 이상 중립국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를 대면서.

이로써 그간 노르웨이 정부가 기울였던 모든 노력들은 죄다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크비슬링의 말대로 독일과 손을 잡았다면 영국이 더 빨리 공격했을 테지만, 아무튼 결과만 따지면 크비슬링의 말이 옳게 된 셈이었다.

영국의 선제공격으로 크비슬링은 하루만에 3류 선동가에서 세기의 예언가로 평가가 뒤바뀌었다.

지지자들과 기자들이 그의 자택으로 몰려들었고, 국민연합당의 지지율도 수직 상승 중이라고 한다.

“폐하, 지나간 일에 연연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이미 전쟁이 터진 이상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뉘고르스볼 내각 구성원 중 한 명이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원론적인 얘기였지만, 틀린 말은 아니었다. 한탄만 한다고 세상이 바뀌는 일은 없으니까.

“맞는 말이군. 후회한다고 해서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니. 그럼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겠나?”

영국에 선전포고하긴 했지만, 노르웨이 단독으로 영국과 싸우기란 불가능했다.

세계 제일의 해군과 질적으로 우수한 육군, 공군을 가지고 있으며 세계 모든 대륙에 식민지를 보유한 영국을 상대로 싸우려면 영국만큼이나 강력한 동맹국이 필요했다.

마침 그 영국과 전쟁 중인 나라가 하나 있다.

그것도 노르웨이에서 가까운 곳에.

“여기까지 온 마당에 무엇을 망설이겠습니까.”

노르웨이군 총사령관 크리스티안 로케는 작심한 듯 발언을 이어나갔다.

“영국과 전쟁 상태에 돌입한 이상, 우리가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나라는 독일밖에 없습니다. 독일에 지원을 요청할 수밖에요.”

“허어, 그걸 말이라고 하는 겁니까?”

“파시스트들의 도움을 받자니요!”

로케의 입에서 독일이라는 말이 튀어나오기 무섭게 여기저기서 성토의 목소리가 들렸다.

뉘고르스볼 내각 구성원들 다수가 노르웨이 노동당 소속.

노동당이 추구하는 이념인 사회민주주의와 정반대되는 이념을 가진 나치 독일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로케도 내각 구성원들이 독일을 언짢아하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물러서지 않았다.

“그럼 어떻게 하자는 겁니까? 지금 독일 말고 어느 나라가 우리에게 도움이 될 것 같습니까? 예? 어디 말해보시오!”

로케가 강하게 나오자, 반대 의견을 내던 각료들의 목소리가 작아졌다.

“우선 미국한테 도움을······.”

“미국? 영국에 막대한 물량의 물자를 수출하고 있는 미국한테 영국과 싸울 예정이니 도와달라고 말할 생각이십니까?”

“그렇다면 스웨덴에게······.”

“스웨덴이 우리를 도와 참전한다고 해도, 과연 영국을 막을 수 있을까요?”

“······.”

“이미 우리나라는 공격을 받았고, 독일 외에 도움을 청할 나라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설마 이중에서 소련을 말하고 싶은 사람은 없으리라 믿습니다.”

로케가 하는 말을 잠자코 듣던 뉘고르스볼이 입을 열었다.

“로케 장군의 말이 맞소. 독일 외에 노르웨이를 도와줄 나라는 없소이다.”

노동당 당원이자, 사회민주주의의 열렬한 신봉자인 그조차 독일 외엔 대안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호콘 7세는 발언에 앞서 고개를 좌우로 돌려 좌중을 훑어봤다.

그의 마음은 영국이 나르비크를 공격했을 때부터 이미 정해진 상태였다.

“총리.”

“예, 폐하.”

“독일에 지원을 요청하게. 현재로선 그 방법밖에는 없네.”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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