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겨울전쟁 (2) (56/150)

겨울전쟁 (2)

1939년 12월 26일

독일 킬 군항

군항에 들어서자 해군 군악대가 연주를 시작했다.

첫 번째 곡은 바덴바일러 행진곡이었고, 두 번째 곡은 바다의 전우들(Kameraden auf See)이었다.

오늘 같은 경사스러운 날에 딱 어울리는 곡이다.

비록 하늘에는 먹구름이 껴있고 발트해로부터 불어오는 찬 바람이 살을 에는 듯했지만, 마음만큼은 따스한 봄날이었다.

특히 진성 전함덕후인 레더에게는 더욱 감격스러운 날일 터.

오랫동안 헤어졌던 첫사랑을 다시 만나기라도 한 것처럼 환희와 기쁨에 들떠 있는 저 표정을 좀 보라.

“어째 나보다 더 기뻐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려.”

농담삼아 건넨 말인데 레더는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의 두 눈은 여전히 정면을 향해 있었다.

이 아저씨, 정말 기쁜가 보구만.

유보트와 더불어 2차대전 크릭스마리네의 상징이자 당대 전함들 중 가장 인상적인 활약상과 최후를 남겼던 전함 비스마르크가 드디어 정식으로 취역했다.

거대한 주포와 하늘 높이 치솟은 함교까지.

중세의 요새를 연상케 하는 저 웅장한 자태를 보라.

나는 전함덕후가 아니지만, 저 위엄 넘치는 모습을 보고도 아무 감정도 느낄 수 없다면 고자가 아닌지 한 번쯤은 의심해봐야 한다.

“이름에 걸맞게 어마어마한 모습이군요.”

괴링조차 비스마르크의 위용에 압도당했는지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동승한 나치 고관들의 입에서 연신 감탄사를 터져나오자 레더를 비롯한 해군 장성들은 입꼬리가 귀에 걸릴 지경이 되었다.

쓸모 있고 없고를 떠나, 전함은 그 모습만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마성의 매력을 가지기 마련.

“총원, 총통 각하께-”

“아아, 목 아프게 그럴 필요 없소, 제독. 오랜만에 만나는구려.”

“영광입니다, 총통 각하.”

나는 귄터 뤼첸스 중장과 악수했다.

뤼첸스와는 작년 봄에 있었던 비스마르크의 진수식 때 처음 만났고 이번이 두 번째 만남이었다.

원 역사에서 수상함대의 지휘를 맡아 덴마크, 노르웨이 침공에서 활약하여 기사십자장을 수여받고 비스마르크 추격전에서 전함과 운명을 함께 한 남자다.

마지막 전투 당시 뤼첸스는 “이상의 항해는 불가능하다. 최후의 한 발까지 싸우겠다. 하일 히틀러.”라는 전보를 독일로 보낸 뒤, 최후까지 싸우다가 장렬하게 전사했다.

그러나 간지 넘치는 최후와는 달리 성격이 워낙 지랄맞아서 비스마르크의 모든 승조원들이 그를 싫어했다고 하는데 얼굴을 보면 바로 이해가 됐다.

척 보기에도 성격 더러워 보이는 얼굴에 ‘나 꼰대요’라고 말하는 듯한 삐딱한 표정.

보자마자 사람 참 잘 갈구게 생겼다는 느낌이 확 드는 게, 크릭스마리네 정복 대신 국군 전투복을 입혀도 전혀 어색함이 없을 것 같은 외모다. 계급은 상병이나 병장이면 적당할 것 같고.

“그리고 자네 이름이······?”

“에른스트 린데만이라고 합니다, 총통 각하. 모시게 되어 영광입니다.”

에른스트 린데만 대령.

비스마르크의 함장으로 뤼첸스와 함께 장렬한 최후를 맞았던 인물.

성격이 더러운 뤼첸스와 달리 정이 많고 너그러운 성격의 소유자라 모든 승조원들의 존경을 받았다고 한다.

뤼첸스와 사이가 별로 좋지 않아 자주 언성을 높이며 싸우는 일이 많았는데 뤼첸스가 계급빨로 누르는 경우가 많아 린데만의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한다. 불쌍한 양반 같으니.

해군 주요 인사들과 인사를 끝낸 나는 비스마르크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미국과 영국, 일본의 기술이 들어간 비스마르크의 모습은 내가 기억하는 역사 속의 모습과 조금 차이가 있었다.

속사 능력을 포기해서 얻어낸 380mm 주포 3연장 포탑을 장착한 게 외관상의 가장 큰 차이였다.

또한 수상용 부포와 대구경 대공포를 따로 장비하지 않고 새로 개발한 128mm 양용포를 달았다.

약점으로 지적된 포탑 장갑과 갑판장갑도 보강하고, 특히 거지 같은 성능으로 유명했던 SK C/30 37mm 단발식 대공포 대신 Mk103 30mm 대공포와 스웨덴제 보포스 40mm를 면허생산한 FlaK 28 40mm 대공포를 달아 대공화력도 강화되었다. 그것도 30문이나!

마지막으로 우리의 일본인 친구 우다 신타로가 독일을 위해 개발한 ‘우다 레이더’를 장착하여 탐지능력까지 보강했다.

이외에도 사격방위반을 개발하여 사격통제능력을 향상시키는 등 여러 개선점이 있지만 설명하자면 시간이 부족하니 이하 생략.

이 정도면 거의 환골탈태 수준이라 해도 무방했다.

비스마르크 말고도 오늘의 주역은 하나 더 있었다.

영화에서나 볼법한 장렬한 최후를 남겼던 비스마르크와 달리, 종전 때까지 끝끝내 완성되지 못하고 종전 후에는 소련군에 의해 표적함으로 전락한 뒤 발트해에서 쓸쓸히 생을 마감한 그라프 체펠린 항공모함이 바로 그것이었다.

이놈도 원 역사와 달리 여러 부분에서 개선이 이뤄진 상태다.

자기방어를 위해 설치되었던 함포들은 설계 때부터 모조리 쳐냈고, 비스마르크와 동일하게 Mk103과 FlaK 28, 우다 레이더를 달았다.

아직 항모 위에는 아무것도 없지만, 실전에선 Bf109 T형 함재기와 Ju87 슈투카, Ar196 수상기에 Fl 282 헬리콥터로 구성된 해군 항공대를 태우고 다닐 예정이다.

해군과 사이가 더럽게 나빴던 원 역사와 달리 지금의 괴링은 외형뿐만 아니라 내면도 180도 바뀌었다.

자뻑 기질은 타고난 본성인지 그대로였어도 그래도 양보할 건 양보할 줄 아는 성격으로 바뀌어 해군 항공대 설립에 군말없이 찬성하고, 해군에게 관련 노하우를 전해주는 모습을 보이기까지 했다.

“제국원수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해야 할 것 같군요. 공군의 협조가 없었다면 해군 항공대는 꿈도 못 꿨을 겁니다.”

“별말씀을. 전시인데 당연히 서로 도와야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레더의 감사 인사에 괴링은 손사래를 쳤다.

내가 알던 그 괴링이 맞나 싶군.

괴링과 이름만 같고, 실제로는 다른 사람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실제 역사에서도 이랬으면 얼마나 좋아.

욕도 덜 처먹고, 어쩌면 천수를 누리다 갔을지도 모를 일인데.

크릭스마리네가 여전히 영국 해군에게 열세라는 사실에는 변함 없지만, 그래도 실제 역사 이상으로 영국 해군의 똥줄을 태우는 것 정도는 가능할 것이다.

1941년에는 태평양 전쟁이 발발하니, 영국도 대서양에만 집중할 수는 없을 테고.

물론 최선의 방안은 그전까지 영국과 평화협상을 맺어 전쟁을 끝내는 것이다.

됭케르크에서 영국군을 괴멸시키고 영국 본토 항공전에서 승리를 거둔다면 영국인들도 더 이상 전쟁을 계속하자고 말하지 못할 것이다.

문제는 그놈의 처칠인데······.

낯짝 두껍기로는 유럽 역사에서 따라갈 자가 드문 인간인지라, 여론이 뭐라고 하든 간에 다 씹을 가능성이 크다.

솔직히 처칠이라면 군중이 들고 일어서도 독일의 스파이 운운하면서 강제진압하고도 남을 놈이다.

영국인들이 알아서 그를 끌어 내려준다면 좋을 텐데.

영국인들까지 단체로 미쳐서 계속 전쟁한다고 하면?

바다사자 작전을 펼쳐서 영국 본토를 점령하거나 유보트를 풀어 제2차 무제한 잠수함 작전을 펼치는 것 외에 방법이 없다.

지금의 크릭스마리네로는 바다사자 작전은 어림도 없다.

Z 계획이 실현화된다면 모를까. 그런데 Z 계획을 진행하려면 무지막지한 예산이 필요하다.

군 전체도 아니고 해군에 그만한 예산을 쏟아부을 수 있는 나라는 미국밖에 없는데······.

“총통 각하? 어디 편찮으십니까? 표정이 좋지 않습니다.”

방금 전까지 웃고 있다가 갑자기 낯빛이 어두워지자 레더가 걱정스럽다는 듯이 물었다. 생각에 너무 집중했나 보군.

“아무것도 아니오. 그냥 옛날에 안 좋은 일이 생각나서······.”

“대체 무슨 생각을 하셨길래 안색까지 나빠지신 겁니까?”

아씨, 뭐라고 변명하지?

사실대로 영국과의 전쟁이 걱정되서 그랬다고 말했다간 분위기 다 잡칠 것 같은데.

어디 괜찮은 변명거리가··· 아!

“스캐퍼플로에서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했던 우리 해군을 생각하니 목이 메여서 그만······.”

“아.”

스캐퍼플로 대양함대 자침 사건.

독일 해군을 넘어 독일인이라면 결코 모를 수 없는 사건이다.

전에 얘기했듯이 1차대전에서 패하기 전까지 독일 해군은 세계 2위를 자랑하는 막강한 전력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1차대전이 독일의 패배로 끝나면서 독일 해군이 보유한 각종 전함과 순양함, 구축함들은 승전국들에게 분배될 처지에 놓였다.

루트비히 폰 로이터 대장이 지휘하는 독일 대양함대는 영국 해군의 명령에 따라 영국 스캐퍼플로 군항에 정박했다.

영국과 프랑스, 미국 등 승전국들이 군함의 분배 문제를 두고 논의하는 사이 적국에게 조국의 군함들을 넘겨주기 싫었던 로이터는 배들을 모두 자침시키기로 결정했다.

1919년 6월 21일, 스캐퍼플로의 영국 해군 함대가 훈련을 위해 출항하자 로이터는 휘하 장병들에게 자침을 명령했다.

육지로부터 독일 함대가 자침을 시도 중이라는 연락을 받은 영국 함대가 부랴부랴 스캐퍼플로로 복귀했지만 이미 한발 늦은 뒤였다.

40만 톤 이상의 독일 군함들이 자침했고 그렇게 독일 대양함대는 대서양 아래로 완전히 가라앉고 말았다.

비록 연합국에게 엿을 먹이려는 계획 자체는 성공했지만, 독일 국민들에게 이 사건은 두고두고 한으로 남았다.

“총통 각하의 진심에 감동했습니다. 이렇게나 해군을 진심으로 생각해주시다니.”

어디까지나 변명삼아 대충 한 말이었는데, 레더는 진심으로 감동한 듯 눈물을 글썽거렸다.

“해군이고 아니고를 떠나 독일인이라면 누구도 그 비극적인 사건을 결코 잊을 수 없을 겁니다. 비록 과거의 영광을 되찾는 게 불가능하다고 해도, 해군은 총통 각하의 관심과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모두 죽음을 불사하고-”

······그냥 사실대로 말할 걸 그랬나.

***

레더의 장광설이 끝나고, 비스마르크의 첫 시범 포격이 있었다.

시범 포격은 별 탈 없이 잘 마무리되었다.

아직 수병들의 숙련도가 뛰어나지 않아 첫 사격 후 다음 사격까지 시간이 많이 걸린 것만 빼면 모든 게 완벽했다.

시범 포격까지 무사히 끝난 후 비스마르크와 그라프 체펠린의 취역을 축하하는 연회가 열렸다.

오늘만큼은 마음껏 마시기로 작정했는지 레더는 연거푸 꼬냑과 샴페인을 들이켰다.

몸을 생각해서라도 천천히 마시라는 내 충고에 자기는 술이 세다며 자신만만해하던 그는 결국 연회 도중에 몸을 제대로 가눌 수 없는 상태가 되어 먼저 퇴장했다.

“거참. 나이도 있는 양반이 저렇게 마셔서야 원······.”

“됐네. 오늘 같은 날에는 잔뜩 취해야지. 가뜩이나 전함이면 사족을 못 쓰는 양반인데.”

점잔을 빼던 힘러도 얼마 못 가 부관 요아힘 파이퍼의 부축을 받아 퇴장했다.

힘러가 퇴장한 뒤 괴링도 고주망태가 되어 널브러졌고, 다른 고관들도 비슷한 상태가 되어 숙소로 돌아갔다.

나는 원래 술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아서 적당히 마신 덕택에 시간이 제법 지났음에도 맨정신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함께 온 나치 고관들 중에 마지막까지 제정신을 유지한 이들은 손에 꼽을 정도였는데, 독일 교육부장관 알프레트 로젠베르크도 그중 한 명이었다.

“자네, 생각보다 주량이 센 것 같구만?”

“하하하, 남들처럼 다 취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서요. 한 명쯤은 끝까지 맨정신을 유지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말 한 번 잘하는군. 한 잔 받게.”

로젠베르크는 내가 권한 칵테일을 단숨에 들이키더니, 중요한 얘기가 있다는 듯 슬며시 목소리를 낮추었다.

“참, 총통 각하. 그가 어제 제게 극비소식을 전해왔습니다.”

“그? 그가 누굴 말하는 건가?”

“전에 만났던 비드쿤 크비슬링입니다.”

크비슬링이라는 말에 나는 잔을 내려놓았다.

크비슬링이 여기서 갑자기 왜 나와?

12월 14일, 로젠베르크는 크비슬링을 데려와 내게 소개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훗날 독일의 세계전략이 아주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인물이라는데 이미 크비슬링에 대해 알고 있던 내겐 가당찮은 말이었다.

비드쿤 크비슬링이 누구인지 모르는 사람을 위해 설명하자면, 쉽게 말해 노르웨이판 이완용이라고 보면 된다.

노르웨이 전 국방부장관이자, 친독 파시스트 정당인 국민연합당의 당수인 크비슬링은 독일이 노르웨이를 침공하자 쿠데타를 일으켜 친독 정권을 설립, 자국을 침략한 독일군에게 열심히 협력했다.

당연히 전쟁이 끝난 후 노르웨이 정부에게 체포된 그는 재판에 넘겨져 사형을 선고받고 처형당했다.

크비슬링에 대한 인식은 21세기에 들어서서도 최악이라, 노르웨이에서 크비슬링이라는 말은 매국노의 대명사로 통할 정도다.

“존경하는 총통 각하를 뵐 수 있어서 참으로 영광입니다!”

“어, 음, 반갑소······.”

크비슬링은 내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모른 채 열심히 내 손을 잡고 흔들었다.

이거 참, 나 한 번 보겠다고 찾아온 인간에게 꺼지라고 할 수도 없고.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더니, 지금이 딱 그 상황이군.

그렇게 나와 크비슬링의 불편한 대화가 시작되었다.

“당신에 관해선 전에 얘기를 몇 번 들어서 알고 있소. 여긴 어쩐 일로 오셨소이까?”

“최근 북유럽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사건들과 관련하여 총통 각하와 진솔한 대화를 나누기 위해 왔습니다.”

크비슬링은 먼저 노르웨이의 사회주의자들이 소련의 지원 아래 세력을 키워가고 있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하며 내게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마땅한 방법이 없느냐고 물었다.

그걸 왜 나한테 물어?

“총통 각하께선 독일에서 공산당을 박멸하신 전력이 있지 않으십니까? 노르웨이도 독일을 따라 사회주의자들과 공산주의자들을 뿌리 뽑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크흠, 내가 독일에서 공산당의 씨를 말린 것은 분명 사실이오. 하지만 동시에 나는 소련과 불가침조약을 맺었소만?”

“그건 어디까지나 필요에 의한 부득이한 선택이지 않습니까. 공동의 적을 섬멸하기 위해 과거의 적과 손을 잡는 것과 내부의 적을 소탕하는 것은 엄연히 다른 문제입니다.”

어······ 듣고 보니 그렇네?

“아무튼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소. 소련의 핀란드 침공으로 노르웨이인들도 소련이 어떤 나라인지, 그리고 소련이 제창하는 공산주의가 무엇인지 알게 됐을 터이니. 대중들이 자연스레 그들을 멀리할 때까지 기다리는 게 상책이오.”

“그렇습니까?”

이어 그는 내게 노르웨이와 독일의 협력에 관해 논의했다.

말은 번지르르하게 해도 정작 이 자의 국민연합당이 노르웨이인들 사이에서 별 인기가 없다는 사실을 아는 나로서는 어이없는 얘기였다.

아무리 국민연합이 독일에 우호적이라곤 하나, 의석이 한 개도 없고, 지지율도 겨우 2% 언저리에 머무르는 듣보잡 정당이 어떻게 노르웨이 전체를 대표할 수 있단 말인가?

우리나라로 치자면 국회의원 한 명도 내지 못하고 지지율은커녕 존재 자체조차 알려지지 않은 듣보잡 정당이 중국이나 러시아한테 한미동맹 폐기하고 한중, 한러동맹 맺자고 제안하는 격이다. 얼마나 같잖은가?

“이런 말은 하지 않으려고 했소만, 국민연합당은 노르웨이인들의 지지를 별로 받지 못하는 군소정당이 아니오? 그런데 어떻게 노르웨이 전체를 대신해 독일과 협력할 수 있단 말이오?”

크비슬링 입장에선 다소 기분이 나쁜 말일 텐데도 그는 눈썹 하나 깜빡이지 않았다. 이런 질문을 받으리라고 예상하고 있었던 걸까.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지지자들을 모아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탈취하면, 자연스레 노르웨이 국민들은 국민연합당을 지지할 것입니다. 국민들의 지지가 있다면, 국왕 폐하도 제 말에 귀를 기울이시겠지요.”

“······진심으로 하는 소리요?”

크비슬링은 내 생각보다 훨씬 정신이 나간 인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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