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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전쟁 (1) (51/150)

가짜 전쟁 (1)

폴란드는 죽었다.

이제 없다.

나는 영프에게 ‘전쟁의 원흉’이 사라졌으니, 더 이상 싸울 이유가 없지 않느냐며 공개적으로 휴전을 제안했다.

“전쟁을 일으킨 폴란드는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단치히 문제로 일어났던 전쟁이 해결되었으니, 나는 영국과 프랑스에게 평화협상을 제안하는 바입니다. 무의미한 싸움은 이제 끝내고, 다시 평화의 시대로 돌아갈 차례입니다.”

영프의 대답은 “NO”였다.

어차피 영프가 휴전 제안을 거절하리라곤 알고 있었기에 그들의 답변이 실망스럽다거나 그러지는 않았다.

상대가 거절할 거라고 뻔히 알면서도 왜 휴전을 제안했냐고? 그야 명분 때문이지.

인류 역사에서 전쟁만큼 명분을 따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하다못해 일개 조폭들끼리도 명분이 생겨야 상대방 나와바리로 쳐들어가는 법인데, 그보다 규모가 몇천 배는 더 큰 진짜 전쟁은 오죽하겠는가.

굳이 글라이비츠에서 자작극을 일으킨 이유도 다 명분 때문이다.

폴란드가 먼저 선빵을 때려서 어쩔 수 없이 보복에 나섰다는 핑계를 대기 위해 나는 명분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내가 평화를 원한다는 인식을 영프의 국민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휴전을 제안했다.

휴전 제안은 거절당했지만, 나는 이제 굳이 전쟁을 계속해야겠느냐는 말을 듣지 않아도 된다.

나는 휴전을 원했는데, 영프가 거절해서 어쩔 수 전쟁을 계속하는 것이니까(그게 사실이기도 했고).

무엇보다도 내 휴전 제안은 영프의 반전여론을 자극시키기에 충분했다.

“우리가 어째서 단치히를 위해 죽어야 하는가?”

“전쟁은 지겹다! 우리는 평화를 원한다!”

“또 얼마나 많은 피를 흘려야 정신을 차릴 건가!”

전쟁을 지속하기로 한 정부의 결정에 다수의 국민들이 지지를 보낸다고 하나, 이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어느 나라에서나 있기 마련이다. 특히 1차대전에서 어마어마한 피해를 본 당사국의 국민들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파리에서 대규모 반전시위가 열렸습니다. 런던에서도 반전세력과 BUF가 연대하여 시위를 열었다고 합니다.”

“흠, 하이드리히? 이것도 혹시 SD의 공작인가?”

“아닙니다. 이번 시위에 저희 SD는 일절 관여하지 않았습니다. 모두 자발적으로 일어난 시위입니다.”

“잘됐군. 굳이 우리가 나서서 선동하지 않아도, 자기들끼리 알아서 싸워대니 말이야.”

전쟁을 지지하는 강경파들도 맞불 집회를 열었지만, 전장에서 아들을 잃고 울부짖는 부모들을 상대로 이기긴 힘든 법이다.

영국과 프랑스에서 일어난 반전시위는 전 세계 언론사들이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가장 큰 변수인 미국의 여론도 반으로 나뉜 상태.

영프를 도와 독일의 침략 야욕을 분쇄해야 한다는 참전파와 하던 대로 중립이나 지키고 있으면 된다는 반전파.

아직 프랑스를 정복하기 전이라 참전파보단 반전파의 목소리가 더 큰 상황이다.

특히 미국으로 이민간 독일계(오스트리아계 포함)와 영국이라면 이를 가는 아일랜드계가 적극적으로 반전을 부르짖었다.

뿐만 아니라 파시스트, 흑인, 유대인 단체와 미국 공산당까지 반전파를 지지했다.

미국 은색 군단, 독일계 미국인 동맹 같은 친독 파시스트 단체들이야 원래 독일에 우호적이었으니 딱히 설명할 필요도 없겠지만 이전까지 독일에 맹비난을 퍼붓던 미국 공산당마저 독소 불가침조약이 체결되자 손바닥 뒤집듯이 입장을 바꿔 철저한 중립을 선언했다.

“미국은 남의 나라 전쟁에 관심을 가질 게 아니라, 미국 자체의 모순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유럽의 일은 유럽의 일이지, 미국의 일이 아닙니다!”

뉴욕에서 열린 반전시위에 참가한 제시 오언스가 청중 앞에서 한 말이었다.

오언스는 자신이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임에도 불구하고 정부로부터 철저히 외면받았던 사실을 폭로하면서 전쟁보다 미국 사회에 만연한 인종차별 해소가 더욱 중요한 문제라고 대중에 호소했다.

“보게. 내 말이 맞지 않았나. 틀림없이 도움이 될 거라고.”

“어, 음······.”

뉴욕 타임스 1면에 실린 제시 오언스의 연설을 보여주자, 괴링, 괴벨스, 힘러, 하이드리히 모두 뻘쭘한 표정으로 눈알만 굴렀다.

운터멘쉬라고 무시하던 흑인이 정작 독일에 도움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겠지.

오언스는 올림픽 당시 내가 흑인인 자신과 함께 식사했던 일화를 얘기하며 다음과 같은 말을 덧붙였다.

-히틀러 총통이 독재자라는 사실은 저도 압니다. 하지만, 그 독재자조차 저를 미천한 검둥이가 아닌 동등한 사람으로 대우해줬습니다. 그는 진심을 담아 제 우승을 축하해줬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대통령은 그렇지 않았죠. 백악관이 뭐라고 변명할지 궁금하군요.

“오언스, 이 친구. 운동만 잘하는 줄 알았는데 말도 기똥차게 잘하는군. 아주 마음에 드는 친구야, 하하하.”

오언스의 인터뷰에 대한 백악관의 답변은 ‘침묵’이었다.

애초에 오언스를 대놓고 차별대우한 게 사실인지라 뭐라고 말하든 간에 변명이라 받아들일 테니 차라리 침묵으로 일관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나름 머리를 굴려서 내놓은 해답이겠지만, 결과만 따지면 오히려 악수를 둔 셈이 되었다.

루스벨트 자신이 오언스를 차별한 게 사실이라고 인정한 셈이 되었으니 평소 정부에 불만이 많던 흑인들의 여론은 더더욱 거세게 불타올랐다.

흑인들이 반전파를 지지하자 흑인들을 극도로 증오하던 KKK는 적극적으로 참전을 주장했다.

심지어 오언스가 나치의 지령을 받고 움직이는 매국노라며 FBI에 신고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독일을 지지하는 흑인, 유대인 단체와, 나치를 물리치기 위해 참전을 주장하는 KKK라니. 정신이 아득해지군.

이쯤되니 내가 역사를 비틀어도 아주 제대로 비틀었다는 사실이 더더욱 실감이 났다.

비록 휴전 제안은 거절당했지만, 영프는 내년 여름 전까지 움직일 생각이 없을 테고 미국도 내부 문제로 시끄러우니 우리는 마음놓고 집안정리에 주력했다.

“포로들 중에 독일계와 부상병들, 그리고 병 계급의 포로들 중에 나이 50을 넘긴 자들은 석방시키시오. 소련행을 원하는 포로들도 모두 조사하여 소련에 인계하고.”

“즉시 실행하겠습니다.”

독일계 폴란드군 포로 중에서 독일군으로의 입대를 희망하는 자들은 개별면담을 통해 동일 계급으로 입대시켰다.

독일계는 아니지만, 자발적으로 독일에 협력할 의사를 밝힌 포로들은 따로 모집하여 보조부대를 창설하기로 했다.

이들은 주로 독일군 밑에서 통역을 맡거나, 보호령 각지로 배치되어 치안유지에 동원될 예정이었다.

나머지 포로들 중 운이 좋은 일부는 석방되어 집으로 돌아갔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극소수에 불과했고 다수는 독일과 체코에 있는 공장들로 보내져 전시 물자 생산에 투입되었다.

군에 징집된 남자들을 대신해 여성 노동자들이 대거 산업현장에 투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일손이 부족했기에 폴란드군 포로들의 존재는 큰 도움이 되었다.

포로들에게 지급되는 수당은 독일인 노동자들의 받는 수당의 60%에 불과했지만, 식사와 잠자리 등 대우 면에서는 포로수용소에 있을 때보다 훨씬 나았기에 의외로 불만은 적었다.

석방되어 고향으로 돌아간 포로들은 전투와 공습으로 파괴된 자기네들 도시와 마을의 재건에 투입되었다.

비록 부수기는 우리가 부쉈어도 어차피 자기들이 살아야 할 곳이니 자기들 손으로 짓게 하는 것에 불만은 없겠지.

***

“보시는 바와 같이, 우리 독일은 제네바 조약에 철저하게 의거하여 포로들을 인도적으로 대우하고 있습니다.”

미국, 스웨덴, 스위스, 포르투갈, 일본 등 중립국 기자들의 안내를 맡은 SS 중위의 말이었다.

그들이 지금 있는 곳은 우치 인근에 있는 제451포로수용소로, 이곳에는 3천 명에 달하는 폴란드군 포로들이 독일군의 감시를 받으며 살아가고 있었다.

“저기 보이는 건물들이 포로들이 평소 생활하는 막사입니다. 우측이 사병용 막사, 좌측이 장교용 막사지요. 하사관 포로들은 주로 사병용 막사에서 머무는데, 상사 이상의 계급을 가진 포로들은 장교용 막사에서 지냅니다.”

“저 건물은 뭐죠? 저기도 포로용 막사인가요?”

“아, 저곳은 체육관입니다.”

“체육관?”

“포로들의 오락활동을 위해 지어진 곳이죠. 저곳에서 포로들은 탁구와 당구를 하며 시간을 보냅니다. 하루에 3시간밖에 이용할 수 없지만, 인기가 무척 많습니다.”

SS 중위의 말대로, 정말로 건물 안에는 탁구대와 당구대가 놓여 있었다. 작업시간이라 체육관을 이용하는 포로들의 모습은 볼 수 없었지만.

“대략적인 설명은 여기까지입니다. 질문 있으십니까?”

뉴욕 타임스 특파원 거스 해리슨은 질문이 허락되자마자 지체없이 손을 들었다.

“말씀하시죠.”

“혹시 포로들과 직접 인터뷰를 할 수 있을까요? 1분이라도 좋습니다.”

오직 진실만을 전하겠다는 신념 하나로 기자가 된 그는 SS 중위가 하는 말을 곧이 곧대로 믿지 않았다.

직접 포로들과 대화를 나누면, 독일군이 설명하지 않은 사실을 하나라도 더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독일군의 허가가 있어야만 가능하겠지만.

“좋습니다. 허락하지요.”

예상과 달리, SS 중위는 의외로 순순히 허락해줬다.

“단, 3분만입니다. 그리고 혹시 모를 군사기밀 누설 방지를 위해, 이 친구가 보는 앞에서 해주십시오.”

“알겠습니다.”

해리슨은 신화 속에 나오는 거인처럼 각진 턱을 가진 SS 하사가 지켜보는 가운데 폴란드군 포로와 인터뷰를 했다. 수염이 제법 길게 자란 중사 계급의 포로였다.

그가 머리에 쓴 차프카(Czapka, 폴란드군의 군모)는 울이 헤지고 군데군데 찢어져서 넝마조각이 다름없었지만, 정면 중앙에 달린 독수리 마크는 여전히 광택이 났다.

“독일군의 설명에 따르면 포로들을 인도적으로 대우하고 있다는데, 사실인가요?”

“뭐어, 거짓은 아니오. 삼시세끼 꼬박꼬박 밥도 주고, 잠도 하루에 8시간은 잘 수 있게 해주니까.”

“수용소에선 주로 어떤 일을 합니까?”

“나처럼 기술이 없는 친구들은 벌목을 하거나, 수용소 막사를 짓는 일을 주로 하고 있소. 기술이 있는 친구들은 인근의 공장에서 트럭 부품을 만들거나, 독일 친구들의 군화를 수선하는 일을 하고.”

“그렇군요.”

해리슨은 포로가 하는 말을 한 글자도 빠짐없이 수첩에 적었다.

“혹시 수용소 내부에서 독일군에 의한 학대가 일어난 적이 있다거나, 포로들에 대한 모욕적인 대우는 없었습니까?”

감시역을 맡은 SS 하사의 표정이 미묘하게 일그러졌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다소 위험한 행동일지라도 해리슨은 자신의 안위보다 진실을 알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딱히 없소. 불만이 있다면 빵에 밀가루 대신 순무가 더 많이 들어간다던가 3일에 한번 꼴로 소시지가 나오는 것 정도? 독일군은 하루에 한 번 소시지를 먹는데, 우리 같은 포로들은 고기 구경이 힘드오. 그거 외에 불만은 없소.”

“그렇습니까?”

생각과 다른 대답에 해리슨은 실망했지만 표정을 유지하는 것쯤은 그에게 쉬운 일이었다.

상대가 어떤 답변을 하던 간에 감정을 얼굴에 드러내지 않고 끝까지 평정을 유지해야 진정한 기자라 할 수 있었다.

“3분 다 됐습니다. 그만 가시죠.”

SS 하사의 말에 해리슨은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 발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인터뷰를 마친 포로는 내려놓았던 자재를 들고 공사현장으로 떠났다.

독일군에 의해 선별된 포로이긴 하나, 그가 한 말은 대체로 사실이었다.

비록 식사의 질이 독일군보다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삼시세끼가 모두 나오는 데다 폭행이나 폭언 같은 모욕적이고 비인간적인 처사도 없었다.

이는 철저히 히틀러의 지시에 의한 것으로, 히틀러는 폴란드인들을 인도적으로 대우하고자 노력했다.

폴란드인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오직 독일의 적들이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지만 결과적으로 폴란드인들에게는 불행 중 다행이었다.

적어도 한밤 중에 끌려나와 영문도 모른 채 총살당할 일은 없을 테니까.

***

독일이 폴란드의 시체를 입맛에 맞게 뜯어고치는 동안에도 영국과 프랑스는 제자리를 지키기 바빴다.

프랑스군은 독일군이 먼저 공격해올 때까지 본토에 틀어박혀 방어에 집중한다는 방침이었고, 독일군 역시 프랑스군이 먼저 공격해오지 않는 이상 어떤 대응도 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다.

이 때문에 서부전선에서는 공식적으로 전쟁 중임에도 불구하고 그 흔한 포격전조차 벌어지지 않았다.

훗날 가짜 전쟁(Phoney War)으로 불리울 기묘한 평화였다.

양측 군대는 본격적인 전투 대신 심리전으로 승부를 봤다.

밤이 되면 영국군과 프랑스군 폭격기들이 독일 영토로 날아가 삐라를 살포했고, 이에 독일군은 프랑스 국경을 향해 선전 방송과 노래를 트는 것으로 응수했다.

-프랑스군 여러분! 우리 독일은 그대들이 먼저 공격하지 않는 이상 프랑스를 공격할 생각이 전혀 없다! 그러니 안심하고 숙면을 취하길 바란다!

-그대들이 이곳에서 헛되이 시간을 낭비하는 동안, 고향에서는 건달들이 그대들의 아내와 애인을 노리고 있다! 사랑을 지키고 싶다면 얼른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을 추천한다.

-독일 민족은 평화를 원한다. 이번 전쟁도 어디까지나 폴란드의 선제공격으로 시작된 우발적인 사건에 불과할 뿐이다. 굳이 프랑스와 독일이 싸울 이유는 하나도 없다.

“자, 들었지? 나 잘 테니까 후번초 오면 깨워라.”

“병장님은 저 말을 그대로 믿으십니까?”

적의 선전방송만 믿고 잠을 청하겠다는 고참에게 이제 갓 전입 온 신병이 당황하며 물었다.

“어차피 독일 놈들은 안 쳐들어와. 적어도 우리가 근무를 서는 동안에는. 전쟁이 터지고 벌써 두 달이나 지났는데, 독일 놈들은 아무짓도 안 했어.”

“하, 하지만-”

“하지만은 무슨. 저놈들 안 쳐들어온다니까? 독일 놈들이 쳐들어올 생각이었으면 진작에 쳐들어왔겠지. 안 그래?”

듣고 보니 그 말이 맞는 것 같기도 했다. 정말로 독일이 프랑스를 침공할 생각이었다면, 폴란드가 멸망하고 벌써 한 달이나 지난 지금까지 조용한 게 설명이 되지 않았다.

밤이 깊어지자, 이번에는 스피커에서 노랫소리가 흘러나왔다.

-병영 앞

정문 앞에

가로등이 서 있고

그녀는 여전히 그 앞에 서 있네

그렇게 우리는 다시 만나고자 하네

가로등 곁에 서 있고자 하네

릴리 마를렌이 그랬듯이

릴리 마를렌이 그랬듯이-

“노래 괜찮다.”

“독일 노래치곤 들을만한데?”

“이 노래 제목이 뭐지?”

2차대전 최고의 인기곡 ‘릴리 마를렌(Lili Marleen)’이 서부전선에서 첫 번째 무대를 선보이는 순간이었다.

비록 가수도, 밴드도, 조명도 하나 없는 초라한 무대였지만 관객들의 마음을 홀리는 데 성공했다.

밤이 될 때마다 독일군은 확성기로 릴리 마를렌을 내보냈고 단조로운 멜로디의 노래는 순식간에 모든 프랑스 병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프랑스군보다 늦게 국경에 도착한 영국군 병사들이 릴리 마를렌에 빠져드는 데에도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독일 노래 릴리 마를렌은 한 달도 되지 않아 영국과 프랑스 병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가로등은 알고 있다네

당신의 아름다운 걸음걸이를

저녁마다 가로등은 켜지지만

그녀는 나를 잊은 지 오래라네

그리고 나에게 고통이 생긴다면

누가 가로등 곁에 서 있을까

릴리 마를렌과 함께

릴리 마를렌과 함께······.”

병사들은 스피커에서 릴리 마를렌이 흘러나오지 않을 때도 노래를 흥얼거렸다.

오늘도 서부전선에서는 릴리 마를렌이 고요한 달밤을 지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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