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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홀 폭동 (2) (9/150)

맥주홀 폭동 (2)

“놈들이 배신을 할 줄이야······.”

“경찰서도 도로 빼앗겼네. 거기에 있던 무기는 모두 들고나왔지만······.”

“돌격대원들의 사기가 말이 아냐.”

“이제 어떻게 할 건가?”

잔뜩 굳은 얼굴로 조용히 담배를 피우던 룀이 내게 물었다. 다른 이들도 내게 해답을 바라는 얼굴로 쳐다봤다.

“다 내 탓이야.”

나는 일이 틀어진 것에 죄책감을 느끼는 척 지그시 눈을 감고 가슴에 손을 올렸다.

“내가 너무 물렀네. 그들이 우릴 배신할 수 있으니 어디 가지 못하게 붙잡아놓는 것이었는데··· 멍청할 정도로 안일하게 굴었어. 미안하네.”

“자, 자네가 사과할 필요는 없네. 우리 모두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니까.”

내가 사과하자 룀은 당황하여 손을 내저었다.

“쉬렉, 마우리스. 자네들에게 부탁이 있네.”

“말씀하십쇼, 당수님.”

“자네들은 부상자들을 데리고 병원으로 가게.”

“당수님은···.”

“내 걱정은 말고 어서.”

쉬렉과 마우리스는 근심이 가득한 얼굴로 자리를 떴다.

“괴링, 헤스.”

“예, 당수님.”

“자네들은 중요 서류들을 챙겨서 한프슈탱글에게 가게. 나머지는 모두 나와 함께 간다.”

***

11월 9일 오전 11시 30분.

나는 룀, 슈트라서 형제와 루덴도르프를 비롯한 당 주요 간부들과 함께 선두에 서서 행진했다.

돌격대원들과 당원들이 무장한 채 우리를 뒤따랐다. 행인들은 가던 길을 멈추고 우리의 행렬을 말없이 지켜보았다.

우리는 시청 앞 광장을 통과해 군사령부 건물 앞까지 행진했다.

“정지, 정지!”

“움직이지 마라!”

군사령부 앞은 무장한 군 병력이 진을 치고 있었다. 수십 개의 총구가 정면을 향한 채 발포 명령이 떨어지길 기다리는 중이었다.

지휘관으로 보이는 말을 탄 장교가 확성기를 통해 소리쳤다.

“반란군에게 고한다. 반란군은 모두 들으라. 너희들은 불법적으로 폭동을 벌인 범죄자들이다. 즉시 해산하여-”

“헛소리!”

장교는 내 외침에 당황한 듯 확성기를 잠시 내려놓았다. 나는 때를 놓치지 않고 소리쳤다.

“우리가 반란군이라고? 폭동이라고? 누가 그렇게 말하던가?

우리는 우리의 대의를 위해 스스로 일어섰을 뿐이오! 독일 국민들을 배신하고 국민들이 처한 현실을 외면한 채 자신들의 안위에만 신경 쓰는 베를린의 반역자 무리들을 몰아내고, 이 나라의 권리를 원주인인 국민들에게 돌려주기 위해서 행동에 나섰단 말이오!

그대들도 같은 독일인으로서, 우리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잘 알고 있을 거요. 그러니 우리를 막지 마시오.”

말을 마친 나는 양옆에 자리 잡은 동지들과 스크럼을 짰다.

총구를 보고도 물러서지 않고 되려 스크럼을 짠 채 걸어오는 우리를 본 병사들은 동요했다.

허나, 장교는 단호했다.

“발포!”

발포 소리가 떨어지기 무섭게 수십 개의 총구가 일제히 불을 뿜었다. 동시에 나는 내 옆에 있던 친구의 몸이 축 처지는 것을 느꼈다.

“커흑.”

오토 슈트라서는 입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총탄이 박힌 가슴팍에서 흘러나온 피가 코트를 붉게 적셨다.

“퇴각! 퇴각해라!”

“모두 물러나!”

돌격대원들도 발포하여 몇 명의 병사를 쓰러뜨렸지만, 상황은 돌이킬 수 없었다.

맨 우측에 있던 내 경호원 울리히 그라프가 내 앞쪽으로 튀어나오며 소리쳤다.

“쏴라, 이놈들아! 히틀러, 루덴도르프 각하 앞이다!”

그라프는 허벅지에 총탄을 맞고서도 있는 힘껏 고함을 치며 저항했다.

나는 그를 부축해 서둘러 뒤로 끌고 갔다. 루덴도르프는 허망한 표정으로 가만히 서 있었다.

“이보게들! 그라프 이 친구를 병원으로 데려가게!”

“알겠습니다!”

두 명의 돌격대원들이 달려와 그라프를 부축했다. 나는 다시 앞으로 달려갔다.

그레고어는 이미 숨이 끊어진 동생 옆에 서 있었다. 그는 나를 보곤 이제 틀렸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동생이 죽었다는 뜻인지, 일이 글렀다는 것인지 나는 알 수 없었다.

“저기 있다! 히틀러야!”

“그대로 가만히 있어!”

“잡았다, 이놈!”

***

나와 그레고어 슈트라서, 루덴도르프는 현장에서 체포되었다.

오토 슈트라서는 사망했고, 룀과 헤스, 쉬렉, 마우리스도 당 간부들과 함께 도주하다가 경찰에 체포되었다.

한프슈탱글은 이번 일과 관련이 없다고 판단되어 체포되지 않았다.

괴링의 경우 처가가 있는 스웨덴으로 도피했다.

나는 란츠베르크 감옥의 독방에 수감되었다.

난방도 안 되고, 식사라곤 식어서 돌덩이처럼 단단해진 삶은 감자와 죽이 하루에 두 끼만 제공되었다.

서부전선의 참호에서 구르던 시절에 먹던 식사보단 조금 낫지만, 따뜻한 요리에 익숙해졌던 내겐 무척 아쉬운 식사가 아닐 수 없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며 버텼다.

이미 한 번 겪었던 일 아닌가.

어차피 계획의 일부이기도 하고. 조금만 더 버티면 된다. 조금만 더.

***

해가 바뀌어 1924년이 되었다.

겨울이 끝나가던 2월 24일,

나는 재판을 받기 위해 뮌헨 법원으로 보내졌다.

법원 앞에는 소식을 듣고 찾아온 기자들과 구경꾼들이 북새통을 이뤘다.

“히틀러 씨? 사건에 대해 한 말씀 해주시죠.”

“주지사를 권총으로 협박했다는 것이 사실입니까?”

“히틀러 씨, 한 말씀만 부탁드립니다!”

나를 호송하던 경찰들이 몰려드는 기자들을 필사적으로 저지하는 동안, 나는 입을 꾹 다문 채 묵묵히 발걸음을 옮겼다.

재판장에 들어서자, 카메라 기자들이 일제히 플래시를 터뜨렸다.

루덴도르프와 룀, 헤스, 슈트라서, 쉬렉, 마우리스 등 체포된 동료들이 재판장 좌석에 앉아 있었다.

그들과 간단한 눈인사를 한 뒤, 나는 자리에 앉았다.

“재판을 시작하겠습니다.”

나는 재판관을 올려다봤다. 혹시나 했는데, 다행히 아는 얼굴이었다.

게오르크 폰 나이트하르트 판사.

역사에서도 히틀러의 재판을 맡은 판사였다. 혹시 다른 사람이 재판을 맡으면 어쩌나 내심 불안했는데, 괜한 걱정이었군.

“피고 아돌프 히틀러, 당신은 반역죄로 기소되었습니다.”

검사의 말이 시작되자, 어수선하던 장내가 고요해졌다.

“우선 하나 묻겠습니다. 피고가 독일이 아니라 오스트리아 출생인 것으로 확인되었는데, 피고는 어느 나라 사람입니까? 피고의 정확한 국적을 밝히시오.”

시작됐군.

“검사님, 죄송하지만 질문이 모호하여 잘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질문이 모호하다고? 무슨 뜻이죠?”

“말 그대로입니다. 방금 말씀하신 국적이 지금 들고 계신 서류에 적힌 글자 몇 개를 의미하시는 것입니까, 아니면 제 몸속에 흐르는 피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말을 끝낸 나는 나이트하르트의 얼굴을 살폈다. 전혀 예상치 못한 발언에 놀랐는지, 턱에 괸 손을 풀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답변이군. 좋소, 질문을 바꾸지. 피고는 본인의 무죄를 주장합니까?”

“아닙니다.”

“?”

“저는······ 유죄입니다.”

스스로 유죄를 인정하자, 장내가 다시 소란스러워졌다.

검사를 대신해 판사가 직접 질문을 했다.

“유죄라고? 진심으로 하는 소리입니까?”

“그렇습니다, 판사님.”

“어째서죠?”

“민중의 의지를 관철하지 못하고 애꿎은 동지들만 죽게 만들었으니, 유죄가 아니면 뭐란 말입니까?”

“계속 말해보시오. 한 번 듣고 판단하겠소.”

“판사님, 이곳은 재판장입니다. 피고는 재판과 아무 관련이 없는-”

검사가 항의했지만, 나이트하르트가 손을 들어 제지했다.

일이 술술 풀리는구만.

“여러분들께 묻겠습니다. 자신의 물건을 빼앗아 간 강도에게서 물건을 되찾아온다면, 그 사람은 도둑입니까?

우리는 1918년에 배신당했습니다. 바로 우리의 지도자라는 작자들한테서요.

그들은 우리 국민들의 피와 노력을 배신했습니다. 수많은 청년들의 죽음과 그들 가족들의 애환을 헛수고로 만들어버렸습니다!

저는 위정자들한테서 국민의 권리를 다시 되찾아오고자 했습니다. 나아가 이 나라의 정당한 권리, 독일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습니다. 혁명은 실패했고, 저는 저를 지지해준 독일 국민들의 희망을 물거품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러므로 저는 유죄입니다.”

재판장에 있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일어서서 박수를 쳤다. 심지어 판사들까지.

***

그 뒤론 일사천리나 다름없었다.

이미 내게 홀딱 넘어간 나이트하르트는 내게 무제한의 변론을 허락했고, 재판장은 순식간에 당 집회로 변신했다.

나는 재판장에 들어찬 청중을 향해 고함을 치듯 연설했다.

“바이에른 주지사 카르는 제게 무제한의 지원을 약속하며 혁명에 동참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피고가 되었고, 그는 방청객이 되었죠.

제가 유죄라면 그는 왜 무죄일까요? 그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독일 국민의 염원을 배신한 자가 무죄라면, 그 누구도 정의를 위해 일어서지 않을 것입니다!”

“여러분들도 한 번 생각해보십시오! 독일이 패전의 상처를 씻어내리고 다시 일어나, 전 세계에 군림하는 광경을!

알자스와 로렌에 다시 독일의 깃발이 휘날리며, 동프로이센이 다시 육로로 이어지는 광경을!

그것은 허황된, 이룰 수 없는 망상이 아닙니다. 독일 국민이라면 마땅히 누려야 할 당연한 권리이자 세계에 존재해야 할 광경이란 말입니다!”

“저는 지난 4년 동안 전선에서 싸웠습니다. 제법 용감하게 싸웠는지 철십자훈장도 받았습니다.

몇몇 사람들은 제 가슴에 달린 철십자훈장을 보고는 저보고 영웅이라고 칭송하더군요.

하지만 저는 제 자신을 영웅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는 영웅이 아니고, 영웅이 될 수도 없으며, 영웅이 될 생각도 없습니다. 진짜 영웅들은 따로 있습니다.

4년의 전쟁 동안 들판에서, 바다에서, 참호에서, 진흙탕에서 쓰러져간 수백만의 전우들이 진정한 영웅입니다.

그들의 희생이 없었더라면 오늘날의 독일이라는 나라는 존재하지 않았을 겁니다.

베를린의 정치인들은 그들의 희생 덕분에 지금의 자신들의 삶이 유지되고 있다는 현실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그들의 머릿속에는 오로지 국민의 피를 빨아먹고,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할 생각뿐입니다.

그들이 계속해서 이 나라에 군림하는 것을 여러분은 가만히 지켜보고만 계실 겁니까?

아니면 모두 함께 일어나 진정한 국민의 힘으로 이 나라를 다시 바로 세우시겠습니까?”

연설이 끝날 때마다 재판장은 흥분의 도가니가 되었다.

공산당 지지자로 추정되는 방청객 몇 명과 검사만 뚱한 표정으로 앉아있을 뿐, 거의 모든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내 이름을 연호하며 박수를 치고 환호했다.

“히틀러! 히틀러! 히틀러!”

문득 나를 히틀러라 부르는 저 외침들이 이제는 전혀 어색하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어느샌가 나는 사람들의 환호 소리에 희열을 느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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