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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다 해 먹는 천재 암살자-279화 (279/304)

279화 Lee (2)

* * *

이후, 또 한 번의 접근에서 같은 대응을 당한 강후는 바로 처세술로 리의 스킬을 카피했다.

【처세술 – 파선각】

덕분에 이름을 알게 됐다.

범상치 않은 이름.

1회 한정이기는 하나, 강후에게 일시적으로 파선각에 대한 기억과 경험이 전수됐다.

리처럼 깔끔하진 않더라도, 제법 쓸만한 동작으로 스킬을 구현해낼 수는 있을 듯했다.

그림자 걸음과 도약을 섞어가면서 접근하는 강후에게 리는 공격 방식을 바꿨다.

이미 앞서 전개했던 방법으로는 수를 읽히는 것 같았기에 의도적으로 변주를 준 것이다.

이단 연속 차기.

몸을 앞으로 훌쩍 띄우면서, 양쪽 발을 번갈아 차올리는 위협적인 접근 공격 스킬이었다.

견제하는 식으로 강후를 대했던 이전 공격 패턴과 다르게, 정반대로 비틀어 버린 것이다.

하지만 문제가 하나 있었다.

콰앙!

강후가 바로 파선각 스킬을 쓴 것이다.

상대의 다양한 노림수를 염두에 두었던 리지만, 자기 스킬이 되돌아올 줄은 상상도 못 했던 차.

“크헉!”

반격을 생각해 볼 겨를도 없이, 파선각의 충격파에 그대로 휘말렸다. 예상에 없던 공격이었다.

자신이 쓴 스킬을 똑같이 베껴서 그대로 쓴다니. 이것이 가능한 일이란 말인가?

균열은 어찌저찌 피했어도, 충격파에 말린 몸은 중심을 잃고 제멋대로 쭉쭉 밀려났다.

제대로 중심을 잡고 지면을 딛어야 하는데, 그게 안 되니 헛다리를 짚을 수밖에 없었다.

그 사이.

【전광비도】

강후는 단검 하나를 날렸다.

밀쳐내기 효과가 적용된 공격.

계산하고 날렸다기보다는 한 번 리의 반응을 살펴볼 겸 해서, 탐색 차 던져 본 단검이었다.

그런데.

날아드는 단검을 보고, ‘당연’하게 발로 차 내려고 했던 리에게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파앙!

밀쳐내기 효과에 휘말린 탓에 리의 발이 단검에 닿는 순간, 중심을 잃고 자빠진 것이다.

다리를 위로 쭉 든 상태에서 확 뒤로 밀려나 버린 형국이라, 필요 이상으로 다리도 찢어졌다.

가랑이 사이에서 묵직한 뻐근함이 밀려 올라올 정도로, 밀쳐내기 효과의 위력은 대단했다.

휘잉!

강후가 쓰러진 리를 향해 다시 전광비도를 날렸다.

수준 높은 적수는 한 번 기회가 왔을 때, 거칠게 몰아붙여야만 한다. 숨 돌릴 틈을 줘선 안 된다.

현실은 턴제 게임이 아니다.

내 공격을 차례대로 수행할 때까지 적이 기다려 주는 일은 없는 것이다. 그건 소설에 가깝다.

파앙!

“크으읏!”

이번에는 양팔을 교차시켜 막아낸 리의 몸이 바닥에 앉아 있었던 채로 쭉 밀렸다.

흙을 따라 엉덩이가 쭉 끌린 탓에 피부가 다 까져도 이상할 것이 없을 정도.

대응 능력을 상실한 리를 보고, 강후가 도약을 전개하며 바로 대참수를 연계할 준비를 마쳤다.

다리가 주 무기인 적이 철퍼덕 앉은 상태로 있으니, 지금처럼 좋은 공격 기회도 없다.

리와의 거리가 2m 남짓까지 좁혀지고, 강후가 몸을 날려서 그를 덮칠 최적의 각도를 보는 순간!

“……!”

수상함을 느낀 강후가 공격 자세를 멈추고, 바로 분신술을 전개했다.

분신을 자신의 앞에 즉각 소환했기에, 그 반동으로 본신인 몸이 뒤로 밀렸다.

일반적으로는 잘 쓰지 않는 방식의 분신 구현이지만, 지금은 꼭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쉬리리리릭!

리가 거의 반쯤 누운 것이나 다름없던 상태에서 갑작스레 두 다리를 360도로 회전하며 차올렸다.

‘바람개비 차기.’

마치 다리가 바람개비처럼 돌아간다고 해서, 원작에서 그렇게 네이밍을 해 뒀던 스킬이었다.

가슴 철렁한 순간이었다.

바람개비 차기에 휘말린 분신이 연달아 턱 아래에 유효타를 얻어맞고는 나자빠졌다.

분신이니까 아무 문제 없지, 본신이었다면 턱 아래가 모조리 부서졌어도 이상할 것 없던 상황.

하지만 낌새를 눈치채고, 먼저 대응한 덕분에 오히려 리의 입장에서는 과투자를 한 셈이 됐다.

바람개비 차기를 하면서 공중으로 몸이 떠올랐던 리는 어느 때보다 치명적인 빈틈을 노출했다.

【화룡창】

강격의 장창을 꺼낸 강후가 화룡창 스킬을 덧씌우고는 전력으로 리를 향해 날렸다.

가까운 거리면서도 타깃으로 삼을 지점이 명확해서, 지금만큼 좋은 타이밍도 없을 듯했다.

콰아아아!

파공음을 내면서 날아간 거대한 불길의 창이.

푸우욱!

“크아아!”

리의 왼쪽 허벅지에 꽂혔다.

창이 강후에게 주 무기가 아니다 보니, 허벅지를 꿰뚫는 관통상까지 입히지는 못했다.

하지만 창끝이 반 뼘은 들어갈 만큼의 위력은 있었고, 불에 휘말린 리가 고통스러워했다.

‘수호 믿고 개기는 거다.’

강후가 흉갑을 쓸어내렸다.

아직 새 흉갑으로 갈아입지 않은 기존의 흉갑. 수호 옵션이 한 번의 치명상을 막아 줄 것이다.

리는 스타일리쉬한 보스이므로, 고상한 전투 방식으로 상대해서는 페이스에 말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개싸움으로 갈 생각이었다. 최대한 가깝게 달라붙어서 그의 다리를 무력화해야 한다.

장창이 허벅지에 꽂힌 시점부터 어느 부분을 물고 늘어질지는 이미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피하기 어려운 한 방은 전략적으로 맞는다.’

대전제를 확실히 세운 뒤, 바로 리를 덮쳤다.

“크아아앗! 아앗!”

파앙! 프카앙!

리가 아직 성한 오른쪽 다리를 연신 들어 올리며, 어지러이 기공포를 방출했다.

발을 쓰는 기공수라고 해도 무방할 만큼, 기공포의 사용 빈도가 높았다.

스윽! 스으윽!

하지만 리가 대중없이 쏘는 기공포이기에 이번에는 회피가 쉬웠다. 위협적이지도 않았다.

결국 강후의 접근을 막지 못한 리는 급한 대로 강후의 단검을 막기 위한 자세를 취했다.

어딘가를 찔린다고 하더라도 치명상은 피하겠다는 계산을 깔아둔 전략적인 대응이었다.

하지만.

푸우욱!

“끄아아아……!”

“나도 발을 좀 써 봤지.”

예상이 또 깨졌다.

마치 단검을 휘두를 것처럼 자세를 취하고 있던 강후가 갑자기 힘껏 다리를 뻗어서는, 리의 허벅지에 꽂혀있던 장창을 발바닥으로 힘껏 밀어 넣은 것이다.

두 다리가 주력인 리의 한쪽 다리를 완전히 박살 내기 위한 사전 작업이었다.

그 바람에 장창이 대퇴근을 더 찢고 들어가면서, 반 뼘이 아니라 한 뼘 반 이상의 상처를 냈다.

고통에 잠식된, 리의 혼란스러운 표정을 보며 강후가 더욱 거세게 몰아붙였다.

마침 신음하며 몸을 비트는 리의 가슴 언저리가 무주공산인 상태였다. 가드가 내려간 것이다.

강후는 체중을 실었다.

그리고 대참수 스킬과 함께, 서슬 퍼런 단검을 리의 심장을 향해 그대로 내지르려 했다.

한데 바로 그때.

“…….”

강후는 리의 오른 다리에서 순간 보랏빛이 번쩍이는 것을 보았다.

그것은 분명히 스킬에 연계되는 이펙트였다. 동시에 심상찮은 느낌이 감지되는 한 방이기도 했다.

찰나의 순간.

강후는 직감했다.

‘이게 필살기구나.’

고통에 잠식된 와중에도.

녀석은 위기를 기회로 삼아, 오히려 제대로 한 방을 되돌려줄 그림을 보고 있었던 것이다.

수호가 없다면 비명 한 번 지르지 못하고 죽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만큼 위력이 상당했다.

하지만 지금은 처음부터 계획한 대로, 전략적으로 한 방은 맞아 주기로 한 상황.

그래서 강후는 수호 발동을 믿고, 리의 발차기에 상관없이 자신의 노림수를 던졌다.

【왜곡의 사선】

파팟!

리의 머리 왼쪽 방향에 왜곡의 사선을 구현할 시작점을 만들어 두었다.

그리고.

빠악!

강후의 턱 아래에서 크게 소리가 들렸다. 누가 들어도 턱이 박살 났다고 생각했을 큰 소리였다.

【‘수호’가 발동되어 적으로 인해 입은 치명상을 무력화합니다. 수호 효과가 사라집니다.】

‘좋았어.’

수호가 발동됐다.

소리는 크게 들렸지만, 정작 공격을 받은 강후에게는 아무런 대미지도 전해지지 않았다.

“……?”

리의 두 눈에 물음표가 잔뜩 찍혔다.

회심의 일격을 날렸음에도,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말도 안 되는 상황이었다.

그 시점에 강후는 리의 오른쪽 방향에 구현을 마친 왜곡의 사선의 도착점을 잡아당기고 있었다.

이유인즉.

“케에엑!”

리의 목을 그대로 짓눌러버리기 위함이었다. 처음부터 이렇게 할 생각으로 짜둔 그림이었다.

수호가 가장 까다로운 접근 장벽을 걷어내 주었고, 그 덕에 리의 몸 위로 올라탈 수 있게 됐다.

꾸우우욱!

“케엑! 에에엑!”

강후가 시작점과 도착점을 최대한 양옆으로 잡아당기며, 왜곡의 사선을 팽팽하게 만들었다.

【왜곡】

더불어 왜곡을 발동시켰다.

선을 따라 왜곡이 발동되더라도 시작점과 도착점은 왜곡의 영역이 아니기에 안전했다.

아마 강후가 마음이 급해서 선을 붙잡고 있었다면, 그 즉시 자신의 손도 같이 갈렸을 것이다.

다음 순간.

카가가각! 카각! 카가가각!

왜곡의 사선에 목 앞과 목젖이 제대로 찍어 눌린 리의 목이 갈려나가기 시작했다.

현재 이 구조만 놓고 보면, 톱으로 리의 목을 썰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는 형국이었다.

“컥! 어컥!”

리가 제대로 된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몸을 펄떡였다.

보스 몬스터가 아니라 보스 몬스터 할애비가 와도, 이런 고통에 둔감할 수는 없다.

현재 체중을 앞으로 실어 힘껏 내리누르고 있는 상태.

【가속】

이렇게 사선의 압박력을 더 높인 상태에서 강후가 가속 스킬을 전개했다.

이쯤 되면 톱 위에 벽돌 몇 개를 올려놓고 밟는 것과 비슷한 형태였다. 압박이 제대로 이뤄졌다.

“커거걱! 커걱!”

고통에 찬 비명이 들렸지만 강후는 눈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녀석의 목에서 분수처럼 쏟아져 나오는 붉은 피가 얼굴을 잔뜩 적셨다.

바로 코앞에서 목을 갈아 버리고 있는 상황이라 블러드 샤워(Blood Shower)는 예정된 수순이었다.

그로테스크한 광경.

그렇기에 강후는 더 의미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어떻게든 미들 보스 몬스터를 죽이고 있는 거니까.

처음엔 실패할 가능성을 더 높게 보고, 여차하면 내뺄 생각으로 임했던 전투.

하지만 막상 부딪혀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좋은 방향으로 흘러간 상황이었다.

그 뒤로.

리는 목이 완전히 잘려 나가기 전까지 온갖 발악을 하며 강후를 걷어내기 위해 애썼다.

하지만 가슴을 찍어누르고 올라탄 상태에서, 작정하고 목을 짓누르는 강후를 밀어낼 순 없었다.

결국 목이 버텨낼 수 있는 임계점을 넘어간 리의 목이 왜곡의 사선에 의해 절단되어 버렸다.

너덜너덜해진 것도 아니고, 달랑거리는 것도 아닌, 머리와 몸의 완벽한 분리였다.

“후우. 후우. 몸에 힘을 얼마나 준 건지 모르겠군. 담이 쭉 오는 느낌인데.”

가쁜 숨을 몰아쉬던 강후는 어깨에서부터 쭉 타고 내려오는 뻐근함에 인상을 찌푸렸다.

혹시 싶어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봤다.

그러나 살짝 뻐근하다가 마는 것이, 다행히 담이 걸리는 수준까진 가지 않은 듯했다.

레벨은 276이 됐다.

단숨에 3이 오른 셈인데, 리가 미들 보스 몬스터였다는 점을 생각하면 당연한 보상이었다.

“이건…… 수호빨이군.”

강후가 총평했다.

수호가 없었다면 애초에 승부수부터 통하지 않았을 듯한 느낌이었다. 재도전은 불가능하다.

어쨌든 목적은 달성했다.

수호 옵션을 실속 있게 써먹었으니, 이제 마음 놓고 타락의 성흔으로 흉갑을 교체하면 된다.

그리고 이제 남은 것은 리의 죽음과 함께 활성화된, 그의 발 스킬 중 하나를 강탈하는 것.

“하다 하다 이제는 발재간도 부리네.”

강후가 눈앞에 출력된 스킬 강탈 목록을 보고는 헛웃음을 터뜨렸다.

숱한 전투에서 발길질 한 번 써먹어 본 적이 없는 강후에게 발을 쓰는 스킬이 생기기 직전이었다.

두 다리를 허리 높이 이상으로 차올려 상대를 공격하는 일! 그건 강후에게 완전 별세계 얘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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