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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다 해 먹는 천재 암살자-275화 (275/304)

275화 의외의 제안 (2)

* * *

한 시간 후.

라르스가 도착하자마자 강후는 바로 진액을 건네고는 앞서 획득한 주황색 마석 6개를 정산했다.

들고 다니기도 번거로울뿐더러, 보통 의뢰를 한 클라이언트 쪽이 이런 업무도 같이 해 주기 때문.

아야네와 300억 원씩을 주황색 마석의 판매 분배금으로 나눴다.

그리고 라르스로부터 각각 50억 원씩을 더 받았는데, 이유는 강후가 진액을 넉넉히 챙겨와서였다.

확 늘어난 잔고. 어느덧 2,510억 원이 된 잔고가 강후를 반갑게 반겼다.

아이템 몇 개 사면 금방 없어질 돈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돈이 많은 건 언제든 기분이 좋다.

문득, 원작자의 삶을 살던 시절이 떠올랐다.

그때는 원고료를 정산받는 날에 250만 원만 찍혀도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기뻤었는데.

지금은 수십억 원 단위가 우습게 오가니, 그때의 금액이 귀엽게 느껴졌다.

빙의 전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냐고 묻는다면 글쎄, 무의미한 가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럴 수 있을까?

없을 거라고 확신했다. ‘신강후’의 삶이 아닌 다른 삶은 앞으로 경험할 수 없을 것 같다.

한편 모든 정산을 마친 라르스는 다시금 강후와 아야네에게 감사를 표했다.

“지금껏 저희 길드의 의뢰를 수행한 용병 중에서 이렇게 빠르고 깔끔한 케이스는 처음입니다.”

“잘 됐군요. 앞으로도 자주 찾아 주십쇼. 서로의 필요가 맞으면 언제든 일할 수 있으니까요.”

“이건 제 명함입니다. 괜찮으시다면 두 분의 연락처를 제가 개인적으로 좀 받을 수 있겠습니까?”

아무에게나 번호를 잘 알려주지 않는 강후지만, 라르스 아벨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강후와 아야네가 그에게서 넘겨받은 명함을 보고, 독일에서의 번호와 헌터 그램 아이디를 전부 등록했다.

그리고 메시지를 하나 남기니, 자연스럽게 라르스에게 두 사람의 흔적이 남았다.

“감사합니다. 곧 연락드릴 일이 있을 것 같습니다. 제대로 처리되지 않은 의뢰가 꽤 많은 터라.”

라르스가 뒷머리를 긁적이는 것을 보니 샤프리히터 의뢰처럼 골치 아픈 의뢰가 여럿 있는 모양.

독일에서 제법 잘 나간다는 슈타크 길드도 고생하는 던전이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물론 잘 나간다는 것이 모든 일에 완벽하다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 빈틈은 어디든 있기 마련.

“그럼 약속한 던전으로 저는 이동해도 되겠습니까? 바로 공략을 이어 가고 싶은데요.”

강후가 운을 뗐다.

그러자 옆에 있던 아야네가 먼저 말을 보탰다.

“강후. 나는 시내 투어나 좀 하고 있을게. 이번 던전은 개인적인 용무라고 했잖아?”

“응. 다녀올게.”

“적당히 숙소 잡고 있을 테니까 끝나고 나오면 연락해. 알았지? 주소는 내가 남겨 놓을게.”

“그래 주면 고맙고.”

강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라르스가 곧바로 강후를 안내했다.

그가 여기에 올 때, 같이 한 대 더 끌고 온 안전 리무진이 강후를 위한 것이었던 모양.

“두 분 같이 타시죠. 아야네 님은 중간에 시내에 내려드리고, 이어서 강후 님을 모시겠습니다.”

“잘됐네요, 그렇게 하죠.”

“던전 정보만 다시 확인하겠습니다. 제게 요청하셨던 던전이 드레스덴에 있는 츠빙거 궁전 인근의 13번 던전. 맞으십니까?”

“네. 맞습니다.”

“확인차 말씀드립니다만 해당 던전은 캄프 길드 소유입니다. 내부 정보는 사전에 공유한 것에서 변동은 없습니다.”

“소유도 제가 기억하는 것과 일치하네요. 안내해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예, 가시죠!”

이윽고 안전 리무진을 탄 강후가 바로 던전으로 이동했다.

중간에 짧은 인사와 함께 시내에서 아야네가 내렸고, 강후는 좀 더 이동했다.

일단 강후가 가게 될 약칭 ‘13번 던전’은 결론부터 말하자면 메인 보스 몬스터는 공략할 수 없었다.

던전의 수준이 너무 높아서다.

공유된 정보에 따르면 메인 보스 몬스터의 판정 레벨 수준은 무려 700에 달했다.

팀플로 공략해도 가능할까 싶은 상황에서 솔플로 레벨 700의 몬스터를 공략한다? 불가능하다.

강후가 흉갑을 얻기 위해서 사냥해야 하는 몬스터도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13번 던전의 권장 레벨이 괜히 550으로 잡힌 게 아니다.

강후가 사냥할 몬스터도 미들 보스 몬스터에 준할 만큼 강한 녀석이라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강후는, 라르스가 내색하진 않았지만 자신의 공략 이유를 의아해하는 느낌을 받았다.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권장 레벨 550의 던전을 레벨 300도 안 된 암살자 헌터가, 그것도 혼자 공략하겠다니?

누가 봐도 던전 공략이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알 터다. 혹은 미쳤다고 생각하거나.

‘뭐, 아무래도 상관없지.’

라르스든, 던전 라이센스를 대여해 준 캄프 길드든, 어떻게 생각해도 상관없었다.

안까지 들어와서 직접 확인하는 것이 아님에야, 무슨 목적인지는 예측도 못 할 테니까.

【투사의 긍지 – 흉갑】

【등급 : 2등급】

【민첩 +350】

【항마 +50】

【맷집 +50】

【수호 – 즉사로 직결될 수 있는 치명상을 1회 방어한 후, 해당 능력은 소멸됩니다.】

강후가 현재 착용 중인 흉갑의 정보를 확인했다.

새로 얻게 될 타락 시리즈의 흉갑은 이것보다 모든 옵션에서 우월하니, 스탯 하락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다만 딱 한 가지 걸리는 게 있다면, 투사의 긍지 흉갑이 특별하게 보유한 수호 옵션이었다.

‘수호 옵션 하나 쓰겠다고 흉갑을 바꾸고 들고 다니는 것도 이상하지.’

타락 시리즈의 흉갑을 착용하게 되면, 굳이 투사의 긍지를 착용할 일이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수호 옵션을 안 쓴 채로 팔자니, 뭔가 아쉬웠다.

수호 옵션 덕분에 더 좋은 값을 받을 수 있기는 하겠지만, 돈보다 더 큰 것을 욕심내고 싶었다.

‘메인 보스까지는 안 되더라도, 미들 보스까진 어떻게 해 볼 만하지 않을까. 수호가 있으면 어쨌든 즉사 한 번은 면하는 건데.’

누군가 들었다면, 정말 미친 건가 했을 무모한 상상을 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불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게임으로 따지면 원 코인을 더 가지고 있는 셈이다. 수호가 즉사와 연관된 치명상을 막아주니까.

그렇다면 자신의 ‘가짜 목숨’을 담보로 과감한 승부수를 던질 수도 있다.

미들 보스든, 메인 보스든 치명상을 입으면 죽는 것은 매한가지라서다. 불사의 존재는 없다.

‘이건 못 참겠다.’

고민할 필요도 없이 결심했다.

수호를 믿고 미들 보스 몬스터는 한 번 공략해 보기로.

여차해서 정말로 안 될 것 같으면, 도망치면 그만이다.

딱 한 번, 한 번은 과감하게 시도해 보고 싶었다. 하이 리스크지만 동시에 하이 리턴이기에.

물론 토 나올 만큼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도 같이 들었다.

판정 레벨 550급의 던전, 그곳의 미들 보스 몬스터를 상대하는 일이다. 쉽게 풀리면 오히려 재미없다.

‘미쳤군.’

벌써 고생을 즐길 생각을 하는 자신을 보니, 절로 미쳤다는 말이 나온다.

확실히…… 정상은 아니다.

* * *

한편 유청화와 에밀리아는 타카시의 주도로 열린 화상 대화에 참여하고 있었다.

평소 같았으면 셋이 같이 대화를 나누기가 쉽지 않은데, 다들 쉬던 상황이었다.

저스티스 차원에서 공략이 있었다면 바쁘게 돌아갔을 법도 하겠지만.

현재 장시환과 채관형이 동두천 전투에 완전히 정신이 팔린 터라, 오히려 기존 공략 일정이 무기한 연기된 상태였다.

그런 이유로 이 일정에 맞춰서 시간을 비워 놨던 세 사람 모두 백수 신세가 된 것이다.

유청화가 미리 타카시로부터 건네받은 자료를 보며 물었다.

“4인 공략이고 개고생 확정이지만, 궂은일은 너와 새로운 파트너가 다 할 거라고?”

- 그렇지! 너희들은 와서 열심히 대미지나 보태면 돼! 여태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계속.

“누군데, 그 파트너가?”

- 얼굴을 띄워 주는 게 더 빠를 것 같으니 보여 줄게. 봐봐!

이내 타카시가 화면에 띄운 것은 잘 나온 강후의 사진이었다.

이클립스가 뿌린 강후의 사진은 전부 청명 수용소 시절의 모습이라 앙상하기 짝이 없었는데.

타카시가 공유한 사진은 최근에 일본에서 할머니와 손녀를 구했을 때 찍힌 강후의 모습이었다.

마침 햇빛부터 시작해서 배경까지 완벽했던 터라, 화보 속 연예인처럼 때깔이 예쁘게 나왔다.

“아……? 신강후?”

- 유청화, 너는 아는 얼굴이지? 전에 내가 신강후 얘기를 네게 몇 번 하기도 했었고.

“어, 그렇지. 맞아, 그랬어.”

유청화는 타카시가 강후와 친분이 어느 정도 생겼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던전 공략 파트너로 생각할 정도로, 깊게 신뢰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타카시는 다른 것은 몰라도, 던전 공략 파트너만큼은 매우 신중하게 선택하는 타입이다.

그 말은 즉, 지금 이 자리를 만든 자체로 강후를 꽤 신뢰하고 있음을 뜻한다. 강후의 실력에 확신이 있다는 증거다.

유청화가 강후를 만났던 기억을 떠올렸다. 총 두 번을 만났다.

한 번은 서울역, 한 번은 서울 마켓에서.

특히 서울 마켓에서 만났을 때는 그를 따로 데려와, 신투 길드의 아이템을 팔기도 했었다.

처음부터 범상치 않은 헌터라는 생각은 했었는데, 이래서는 관계가 더 깊게 연결되는 느낌이다.

타카시가 파트너로 생각할 정도면…… 앞으로도 자주 얼굴을 보게 될 가능성이 높다.

- 어때, 같이 가 보는 거.

“나? 나야 좋지. 에밀리아 생각이 궁금한데? 4인이면 어쨌든 만장일치여야 하는 거잖아.”

유청화가 의사 결정의 최종 권한을 에밀리아에게 돌렸다.

자신은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오히려 전부터 강후의 대한 호기심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조금 더 알아보고 싶었다.

좋은 기회였다.

타카시를 매개로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게 됐으니, 나름의 인맥을 구축하기에도 좋다.

- 나?

그때, 조용히 얘기를 듣고만 있던 에밀리아가 말문을 열었다. 이제 공은 그녀에게 넘어갔다.

* * *

‘이렇게 만나게 될 줄은 몰랐는데.’

어느 정도 돌아가는 상황을 인지하고 있었던 유청화와 달리, 에밀리아는 잠시 생각에 잠길 필요가 있었다.

유청화와 타카시의 얘기를 듣고만 있었던 것도 뜻밖의 접점에 놀랐기 때문이었다.

신강후라는 헌터를 유청화도 알고, 타카시도 알고, 자신도 알고 있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

에밀리아가 강후를 처음 만났던 곳은 한국의 홍천 해방구역에서였다.

당시에는 정선규라는 가명을 썼었다.

정신 제어가 전혀 먹혀들지 않는 강후의 능력에 흥미를 가진 것이 관심의 시작이었고.

자신의 앞에서 설설 기는 다른 헌터와 다르게, 시종일관 당당했던 강후의 모습에 매력을 느꼈었다.

게다가 그녀가 가장 놀랐던 것은 바로 자신의 메인 성좌인 심안(心眼)이 강후를 판정했을 때였다.

심안은 계약자인 에밀리아의 잠재력도 수치화해서 보여 줄 수 있는 성좌였다.

그런 ‘심안’이 강후의 잠재력을 스캔하고 자신에게 보여 주었던 수치는 숫자가 아니었다.

그것은 바로.

[∞]

무한대 기호였다.

이 표시는 지금 가장 잘나가는 장시환을 판정했을 때도 본 적 없는, 강후만의 결괏값이었다.

그때, 강후에게 에밀리아 타워로 한번 오라고 초대했었지만 통 연락이 없었는데.

이렇게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이번에는 제대로 그에 대해 파헤쳐 보고 싶었다.

뭔가 재밌는 사실을 알게 될 것 같은 기대가 든달까?

벌써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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