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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다 해 먹는 천재 암살자-265화 (265/304)

265화 전장의 천사 (5)

절대 광휘는 원작에서 엘리자베스의 능력 중 하나로 어필된 적이 있다.

휴대 가능한 형태의 신성력을 폭발시켜 주변의 암흑기 몬스터를 일거에 소멸시킨다.

절대 광휘가 일종의 ‘신성력 폭탄’인 셈이다. 그 폭탄을 하나 준다는 것이다.

강후는 셋째 특전의 상세 툴팁을 살폈다.

【광휘의 전당에서 지목한 암흑기 몬스터를 처치할 경우, 새로운 암흑기 몬스터가 지목 대상으로 바뀝니다.

현재 광휘의 전당에서 지목한 암흑기 몬스터의 정보는 다음과 같습니다.】

레벨 575의 몬스터로 일본 내에 있는 던전에 서식하고 있다는 내용이 출력됐다.

타락 세트 아이템을 표시해 주듯이 어떤 던전에 몬스터가 있는지는 바로 확인이 가능했다.

다만 몬스터의 레벨이 575라는 것이 문제라면 아주 큰 문제. 지금 잡긴 좀 어려울 듯한 놈이다.

한편, 강후의 메인 성좌들이 새로이 합류한 전장의 천사를 향해 저마다 인사를 건넸다.

【좋은 토론 상대를 만난 것 같은데. 앞으로 신성력과 암흑기에 대한 대화를 나눠 보고 싶군.】

먼저 포문을 연 것은 순흑의 구도자였다.

【지랄하고 있네. 딱 봐도 여자니까 치근덕거리는 꼬라지를 그렇게 포장해?】

【말을 삼가지.】

【너나 잘하세요.】

순흑의 구도자에게 바로 악담을 꽂아버리는 차원 강탈자. 역시 그녀다웠다.

혹시나 했는데, 전장의 천사는 여성 성좌였다. 딱히 이상할 건 없다. 남자든 여자든 잘 어울린다.

【반갑군.】

대재앙 – 어둠은 말을 아꼈다.

원래 과묵한 스타일이라 저 정도로 말한 것도 오히려 반갑게 느껴질 정도였다.

【나는 이 언니가 확실히 끌리네! 엄청 착해 보여! 뭘 부탁해도 다 들어줄 것 같아!】

황야의 전략가는 평소보다 훨씬 더 업된 모습이었다.

차원 강탈자와 매번 으르렁거리다가 좋은 이미지의 성좌를 만나니, 마음이 끌린 모양이다.

【모두 반가워요. 멋진 계약자와 함께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친구들이 생겨 행복해요.】

【정말 행복하니?】

【네! 정말 행복해요.】

차원 강탈자의 비수 꽂는 한마디를 전장의 천사가 천진난만한, 순수 가득한 목소리로 되받았다.

그때.

순흑의 구도자가 덧붙이고 싶었던 말이 있었는지, 자연스럽게 대화에 끼어들었다.

【원래 우리 암흑 성소와 광휘의 전당은 서로 절대 엮일 수 없는 관계다.

대성전에서도 계약 대기자의 영역이 명확히 분리되어 있고, 서로 일체 접촉을 하지 않고 있지.】

강후가 고개를 끄덕였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암흑 성소와 광휘의 전당은 아예 반대 성향의 성좌들이 있어서다.

기본적인 신념부터 해서, 모든 부분에서 서로 생각이 부딪히기에 절대 섞일 수 없었다.

【다만 이렇게 계약자의 몸을 매개로 공존하는 그림은 가능하다.

사실 이런 경우도 희귀한 편이다. 계약자인 네가 잘난 탓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갑자기 칭찬을?”

때아닌 칭찬에 강후가 어깨를 으쓱였다. 성좌가 그렇다니 그런가 보다 해야지.

그러자 전장의 천사가 이야기를 보탰다.

【순흑의 구도자님이 가지고 계신 세 번째 특전. 중재 능력 덕분에 공존이 가능해진 거예요.

그 능력이 없었다면 진즉에 폭주가 일어났을 거예요. 아니, 계약 자체가 무산됐겠지요.】

“아하.”

새삼스럽지만 순흑의 구도자가 얼마나 가치가 높은 존재인지를 실감할 수 있었다.

그 덕에 공존이 가능한 것이다.

만약 장시환에게서 비틀린 계약서로 순흑의 구도자를 빼앗아 오지 못했다면, 성립되지 않았을 그림.

강후는 전장의 천사에게 궁금한 것을 물었다.

“혹시 네 번째와 다섯 번째 특전을 개방하기 위한 조건을 알 수 있겠습니까? 시험이요.”

【광휘의 전당에서 지정한 척살 대상이 있어요. 아래에 표시되는 계약자를 제거하면 된답니다.】

이어서 나타난 상태창의 화면은 강후에게 익숙한 두 사람의 얼굴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네 번째 특전을 얻기 위해서 죽여야 할 계약자는 이시하라 유우지, 다섯 번째 특전은 빈센트 마이어였다.

그녀가 설명을 보탰다.

【광휘의 전당에 있는 성좌들이 무척 많은 관심을 가지고 아꼈던 계약자를 죽인 놈들이에요.

많은 성좌의 진노를 한 몸에 받고 있죠. 둘 말고 다른 계약자도 있지만, 당신과 접점이 있는 인물을 우선 선정한 거랍니다.】

“아. 그러니까 죽일 놈은 한둘이 아닌데, 그중에 저와 가장 가까운 헌터가 저 두 놈이라서?”

【맞아요.】

시종일관 존댓말을 쓰는 전장의 천사의 반응이 살짝 어색했다.

당장 차원 강탈자와는 서로 말을 까고 지내는 사이라서, 어색함이 더 크게 느껴지는 듯했다.

어쨌든 타깃은 확실히 알았다.

다만 유우지는 그렇다 치더라도, 빈센트 마이어가 자신과 접점이 있는 것으로 판정을 받았다니?

강후는 빈센트 마이어를 쫓거나 그를 만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렇다면…… 빈센트 마이어가 자신의 뒤를 미행하려고 했던 적이 있다는 뜻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전투가 없었던 것을 보면, 아슬아슬하게 엇갈렸던 모양이다.

“알겠습니다. 꼭 두 놈을 심판해서, 더 많은 특전을 얻어낼 수 있게 노력해 보겠습니다.”

【기대가 커요. 갈 길을 잃고 헤매는 많은 교잡종을 앞으로도 꾸준히 해방해 주세요.】

“자주 그럴 일이 있을 겁니다.”

강후가 고개를 끄덕였다.

북한에 오면, 밥 먹듯이 만나게 되는 것이 교잡종이다. 오늘 일은 시작에 불과할 뿐이다.

전장의 천사와 계약을 마친 강후는 순간 이동 능력을 통해 파주로 돌아왔다.

세이브 포인트가 파주로 지정되어 있었기에 곧장 복귀할 수 있었다.

강후는 바로 서울로 이동해 호텔을 잡고 휴식을 취했다.

교잡종, 무리 여왕과 싸우는 내내 제대로 쉬지 않았던 탓인지 몸이 무거웠다.

그래서 호텔에 들어오자마자, 욕조에 따뜻한 물을 받아 반신욕부터 했다.

반신욕을 하면, 확실히 피로와 함께 몸의 긴장이 풀어지는 느낌이다.

그러는 동안 이예린과 통화도 이뤄졌다.

독일에서 들어왔던 의뢰와 관련된 모든 절차 진행과 준비가 마무리됐다는 내용이었다.

아야네도 곧 입국 예정이며, 두 사람이 탈 독일행 비행기 역시 예약을 마친 상태라고 했다.

아야네가 인천 공항으로 입국을 마치면, 바로 강후와 만나서 독일로 출발하게 될 듯했다.

예정된 접선 시간은 내일 아침. 아직 12시간 이상의 여유는 있었다.

물 온도를 따뜻하게 유지하며 30분 정도 몸을 담그고 있었다.

이제 피로도 좀 가시는 듯해서 막 욕조에서 나오려던 때, 이번에는 박동재에게서 전화가 왔다.

“어, 동재야.”

- 형, 역시 발견했어.

“뭘 발견해. 해영 길드원?”

- 어. 명가 길드가 소유한 던전 주변을 탐색하다가 들킨 녀석들도 있었고. 아예 일반인처럼 위장하고 기웃거리던 녀석들도 있었어.

“역시.”

- 명가 길드에서 확 들이받으려다가 일단 참기는 했는데. 기분이 많이 상한 모양이야.

“그렇겠지. 따로 원한 산 적도 없고, 충돌하고 싶은 생각도 없었을 테니.”

박동재의 말을 들으니, 자신이 해 준 조언이 잘 먹힌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상황을 명확히 인지했으니, 이제 명가 길드는 다른 곳은 몰라도 해영 길드는 신경 쓸 것이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경각심이 높아지게 될 것이고, 이를 통해 원작과 같은 비극을 당할 가능성은 줄어든다.

- 그래서 마스터가 개인플, 2인플 하려던 계획을 전면 취소하셨어. 당분간 기존 팀플을 유지하면서 해영 길드를 지켜보신대.

“잘됐네. 내가 쓸데없는 조언을 한 건 아니게 된 것 같아서 기쁘군.”

- 마스터께서 형이 한 번 짚어 줘서 너무 고맙다고 하시더라고. 조만간 꼭 뵙고 싶다고 하시던데?

명가 길드의 마스터는 장선영이다. 기공수 장태진의 친누나이기도 하다.

명가 길드의 인맥은 꽤 괜찮은 편이다.

특히 해외로는 중국 쪽으로 교류가 많아서, 중국행 연결 고리를 만들기에 좋다.

스승 천살노수가 있긴 하지만, 그는 중국 내에서 호불호가 갈리는 인물이라 확장성은 살짝 낮다.

“그래? 만남도 나쁘진 않겠지. 서로 얼굴 한 번 봐두면 피차 도움 될 일도 있을 거고.”

- 전적으로 형 스케줄에 맞춰야 할 거라고 밑밥은 깔아 뒀어. 형이 편한 시간대로 잡아.

“일단 당장은 바쁘고. 여유가 생겼을 때, 한 번 보는 걸로 하자고.”

- 오케이! 알았어! 형, 항상 조심하고 있긴 하겠지만 유우지 조심해. 알았지? 까먹지 말고.

“내 목 따러 온 녀석을 까먹으면 그건 미친 거지. 걱정하지 마. 항상 경계하고 있으니까.”

- 또 연락할게.

“어, 컨디션 관리 잘하고.”

통화가 끝났다.

이러면 일단 명가 길드에 대해서는 앞으로 큰 걱정을 할 필요는 없을 듯했다.

그리고 장선영과 만나서 인맥을 쌓은 뒤, 그들의 인프라를 활용할 방법을 찾아보면 좋겠지 싶었다.

어쩌면 예상한 것보다 더 인맥이 넓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들 쟁쟁한 헌터들이 모여있는 길드인 만큼, 찾는 곳이 꽤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냥 청명 수용소에 있을 걸 그랬나…….”

강후가 얼굴의 절반을 물속으로 담그며 마음에도 없는 말을 주절거렸다.

할 일이 너무 많아서, 찾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바쁜 것을 투덜거리는 혼잣말이었다.

진짜 할 일이 많긴 많다.

원작에서 이 시절에 워낙 시궁창 같은 삶을 산 신강후이기에 채워야 할 빈칸이 많은 탓이다.

* * *

얼마 후.

반신욕을 끝내고 나온 강후가 젖은 머리를 털어내며, TV에 연동한 스마트폰 화면을 봤다.

헌터 그램을 비롯한 헌터 관련 SNS의 핫이슈는 단연 동두천에서의 전투였다.

정화 길드, 치안청, 해영 길드로 구성된 ‘토벌군’과 ‘반란군’ 심연의 전투.

현지 영상을 보니, 공방전이 정말 치열했다.

다만 서로 한 번만 잘못 삐끗해도 큰 피해가 나다 보니, 서로 조심하는 모습이었다.

그래서 사상자 자체는 많지 않았는데, 전투 양상은 치열함과 처절함 그 자체였다.

그런 탓에 전선도 슬슬 고착화가 되고 있었다.

고착화를 먼저 시도한 것은 심연이 아닌 토벌군 쪽이었다.

토벌군이 무리할 수 없는 이유가 하나 있었는데.

심연의 구성원들은 자신이 정화 길드에 포로로 잡히게 될 것 같으면, 자신의 몸을 제물로 삼아 자폭을 해 버리기 때문이었다.

자신이 보유한 마력과 아이템에 내재된 마력이 합쳐지면 ‘인간 폭탄’이 되는 형태였다.

이미 이런 식의 인간 폭탄에 희생당한 토벌군의 수가 꽤 됐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케이스는 심연의 헌터 한 명에게 토벌군 스물아홉 명이 죽은 것이었다.

장시환과 채관형도 휘말릴 수 있는 사건이기에 조심하는 중이었다.

게다가 둘은 심연의 최정예 부대인 적호대의 제1 타깃이기도 했다.

적호대는 거너와 궁수로 이뤄진 저격 정예 부대로 정화 길드가 가장 싫어하는 적수였다.

“……?”

갑자기 NEW 표시가 뜬 영상이 앞을 다퉈 올라오기 시작했다. 방금 올라온 영상이라는 뜻이다.

뭔가 싶어 내용을 클릭했다.

“여길 뚫었다고?”

강후가 예상하지 못한 광경이 영상 속에서 보란 듯이 펼쳐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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