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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다 해 먹는 천재 암살자-263화 (263/304)

263화 전장의 천사 (3)

강후가 바로 왜곡을 발동시켰다.

여기에 곧바로 대참수에 혈화 스킬까지 쓰면서 목 앞을 찔러 들어갔다.

‘절명 콤보’에 당한 무리 여왕이 비명 한 번 제대로 질러보지 못하고 목숨을 잃었다.

무리 여왕에게는 시간을 줄수록 불리해진다는 것을 알기에, 기회를 잡자마자 죽인 것이다.

‘전략의 승리다.’

치밀하게 유인책을 구사한 덕분에 각신환까지 쓰지 않고도 무리 여왕을 처치했다.

혹시나 해서 주변을 살피니, 교잡종들은 저마다 불길에 타 죽거나 도망친 상태였다.

기름을 넉넉하게 뿌려 뒀던 터라 일단 불길에 한 번 휘말린 교잡종들은 모두 죽었다.

강후는 죽은 무리 여왕에게서 쓸개만 적출한 뒤, 비닐팩에 담았다.

나중에 천살노수에게 담즙 추출을 요청할 생각이었다. 요긴한 액체니 꼭 써먹을 필요가 있다.

“레벨 261. 확실히 괜찮네.”

어느덧 달성한 레벨 261.

매번 던전과 필드를 오갈 때마다 레벨이 꾸준히 오르는 것도 신기했다.

헌터의 레벨 시스템이라는 것이 오르면 오를수록 레벨업을 위해서 요구하는 경험치가 많아진다.

그러다 보니, 어느 시점에 이르러서는 던전 두세 개를 돌아야 1이 오르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경험치에 관련된 버프가 상당히 많고, 솔로 혹은 소수 공략을 즐기는 강후이기 때문에.

어디를 가도 늘 경험치의 측면에서는 얻는 것이 많았다. 앞으로도 흐름은 비슷할 것이다.

우적우적.

강후가 속주머니에서 꺼낸 칼로리 바를 씹어 먹었다.

한바탕 정신없이 싸우고 났더니 허기가 져서다. 고열량이라서, 이럴 때는 힘이 바짝 났다.

매드 솔라키움의 귀한 지속 시간이 있는 동안 마냥 쉴 수는 없으니, 잠시 숨을 돌리는 게 전부.

강후는 북한뿐만이 아니라, 조만간 호주 서부에도 가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곳은 여기보다 훨씬 더 교잡종이 많은, 그야말로 교잡종 천국이기 때문이다.

좀 더 깊게 파고 들어간다면 적요석을 획득할 수 있는 이슈도 있고, 희귀 재료도 많았다.

이를테면 이번에 세공을 하면서 절단력이 높아져 재미를 많이 본 증오의 발톱도 거기서 제법 많이 얻을 수 있다.

게다가 히든 스킬 이슈도 있다.

정확히는 히든 스킬을 가진 채로 사망하자마자, 교잡종화가 된 헌터가 있다.

원작에선 장시환이 그에게서 히든 스킬을 얻는 데 성공한다.

지금 강후와 같은 생각으로 호주 서부의 교잡종 토벌에 나섰을 때다.

시간으로 따지면 앞으로 3개월에서 4개월 정도 후의 일이다. 아주 멀지는 않은 셈이다.

‘급하게 갈 것까진 아니고. 일정을 좀 길게 뺄 수 있을 때 다녀오면 괜찮겠네. 지금은 바쁘니까.’

요 근래 일정을 보면 강행군은 강행군이다.

던전이나 필드에 나가 있는 것이 아니어도, 항상 뭔가를 바쁘게 하고 있었다.

천살노수가 다시 입국하면, 그때는 스승의 가르침을 받아야 하니 훈련도 추가될 것이다.

분신술이 아닌, 진짜 분신을 여러 개 만들어서 레벨도 올리고 훈련도 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그리고 하나로 합쳐, 경험과 과정을 모두 통합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엉뚱한 상상이다.

그때.

구우우욱…….

방금 강후에게 몰살을 당한 무리의 소속으로 보이는 교잡종 하나가 뒤늦게 모습을 드러냈다.

“다른 연계도 필요해.”

강후가 녀석을 응시했다.

절명 콤보를 꼭 대참수나 혈화에 한정할 필요는 없다. 선택지는 많을수록 좋다.

【납치】

쿠엇!

납치로 교잡종을 끌어들였다.

헌터를 상대할 때는 낮은 레벨의 헌터가 아닌 이상, 잘 먹히지 않는 납치 스킬.

그래서 요즘 활용 빈도가 낮아지긴 했지만, 몬스터를 상대로는 여전히 재미 보기 좋은 스킬이다.

터업!

순식간에 끌려온 교잡종의 목을 꽉 붙잡았다.

이내 원념 장갑의 ‘증오’ 옵션을 활용해서 마력을 불어넣으며 힘껏 악력을 높였다.

그러자 교잡종의 목에서 우드득거리는 소리가 나며, 뼈가 으스러지기 시작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바로 죽는 것은 아닌 만큼, 강후는 연계기를 추가했다.

【죽음의 불꽃】

설치형이 아닌 활동형으로 만들어 낸 불길이었다.

그러자 암흑기를 양분으로 삼아 타오른 어둠의 불꽃이 교잡종의 몸 전체를 활활 태웠다.

그 상태에서.

【진멸】

죽음의 불꽃이 최대 숙련도를 달성했을 때만 활성화할 수 있는 진멸 옵션을 연계했다.

퍼펑! 펑! 펑!

그러자 교잡종의 몸을 감싼 어둠의 불꽃이 여기저기에서 폭발을 일으켰다.

흡사 혈화에 당할 때 모습을 보는 것처럼, 교잡종의 몸이 사방으로 들썩이며 너덜너덜해졌다.

“성능 좋네.”

이 연계도 좋을 듯했다.

대참수 – 혈화 연계에 죽지 않은 적을 한 번 더 노리거나.

혹은 물리적인 방어 능력이 좋은 적이라면, 마법 계열로 특화된 이 연계가 쓸만할 것이다.

그 이후.

강후는 매드 솔라키움의 효과가 떨어질 때까지 사과 껍질을 깎아내듯, 군락 북쪽 돌출부에 있던 교잡종들을 차례대로 정리했다.

상황을 사과로 비유하면, 껍질을 세심하게 깎아내고, 꼭지를 떼어 놓은 형태였다.

일단 겉은 확실하게 한 층 벗겨 뒀지만, 여전히 내부의 알맹이는 건재한 상태였다.

그렇게 레벨 262를 찍었고, 매드 솔라키움의 효과가 끝나기 전에 미리 전장을 이탈해 쉬었다.

체력이 다시 올라올 때까지 휴식을 취하는 동안.

강후는 교잡종을 더 효율적으로 잡을 방법을 생각했다.

지금 방식도 괜찮기는 하나, 조금씩 끌어내서 각개격파식으로 하다 보니 시간이 제법 걸렸다.

시간을 길게 오래 쓴다면야 나쁜 방법은 아니다.

하지만 무리 여왕이라는 변수가 있는 탓에 매드 솔라키움을 먹지 않고 전투에 임할 수는 없다.

그런데 긴 시간을 요구하는 방식을 쓴다면, 매드 솔라키움의 소모량이 너무 많아질 듯했다.

애초에 교잡종의 수가 매우 많은 곳을 찾아온 상황이기 때문에.

광역으로 공격이 가능한 방법을 찾아야, 교잡종 토벌량을 극적으로 늘릴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광역 공격을 계획하고 있는 암살자. 한 글자 한 글자가 전부 따로 노는 느낌이 드는 내용이다.

물론 강후는 그것이 자신의 매력이라고 생각했다.

이미 스승 천살노수가 말해 주지 않았던가. 암살자의 탈을 쓴 가짜 암살자라고.

“보조 동선 파악은 됐고…….”

강후는 휴식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는 군락 밖이 아닌 안으로 들어가야 하고, 안쪽에서의 동선은 더욱 억제된다.

다양한 구조물이 있는 영역 안으로 들어가는 일이라, 동선이 꼬이면 막다른 곳에 몰릴 수 있다.

카득.

매드 솔라키움을 한 번 더 씹었다. 남은 개수는 10개. 다음부터는 한 자릿수의 여분이 된다.

【가속】

타다다닷!

속도를 최대치로 끌어올린 강후가 교잡종 무리 한가운데로 달려들었다.

군락 중심에 우글거리던 교잡종이 강후의 침입을 인지하고는 반응하기 시작했다.

【귀요미!】

보란 듯이 슬라임 하나를 만들어서는 교잡종들의 눈에 잘 띄는 곳에 배치했다.

누가 봐도 나 여기에 있다는 표시로 써먹기 딱 좋은 슬라임.

끼잉! 끼잉!

삭막한 배경을 뒤로한 채, 기세 좋게 나타난 귀여운 슬라임이 꿀렁거리며 교잡종을 도발했다.

그 사이, 강후는 타락귀까지 소환해서는 군락 여기저기를 휘젓고 다니게 만들었다.

끼야아악!

타락귀 특유의 칠판 긁는 소리는 덤이었다. 강후마저도 인상을 찌푸리게 만드는 고음이었다.

한편.

하나둘 몰려들기 시작한 교잡종이 강후의 위치를 정확히 특정하고 몰려들기 시작할 때면.

【사령의 침묵】

강후는 그들과 동족으로 오인하게 만드는 사령의 침묵을 활용해, 어그로를 풀었다.

놈들이 위치를 놓친 사이, 강후는 자신의 위치를 재조정하고 다시 나타났다.

물론 교잡종이 전부 속도가 느린 놈들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군인 출신의 교잡종 중에는 기민하게 움직이는 녀석들이 꽤 있었다.

【환각】

그런 녀석들에게는 환각을 걸어 주고, 엉뚱한 방향으로 빠지도록 자연스럽게 유도했다.

그것마저도 교잡종의 수가 많아 꼬일 것 같으면, 그림자 걸음으로 위치를 다시 잡아 주었다.

한편으로는 그림자 걸음을 활용해서, 한둘만 따로 떨어져 있던 교잡종을 유인하기도 했다.

전장의 천사를 불러내려면 교잡종 토벌에 진심이어야 한다.

어떻게든 한 놈도 놓치지 않고, 끌어내어 죽일 생각을 해야 하므로 적절한 판단이었다.

바로 그때.

‘역시.’

드디어 모든 동선이 막혔다.

계획이 어그러진 것은 아니고.

교잡종의 누락 없이 최대한 모으는 과정에서 발생한 자연스러운 포위였다.

사방의 길목에서 교잡종이 모여들고 있는 형태이기 때문에 갈 곳이 사라지는 것은 당연했다.

【타락의 날개】

그래서 강후가 처음부터 생각하고 있었던 타락의 날개를 썼다.

타락귀가 비상 타락귀로 진화하면서 사용할 수 있게 된, 30초짜리의 공중 기동 스킬.

스우우웃.

아주 낮은 소음과 함께 붕 떠오른 강후의 몸이 교잡종들 위를 날았다.

놈들은 육상 전투에는 특화되어 있을지 몰라도, 공중을 노린 공격 옵션은 부족했다.

강화된 육체를 바탕으로 접근전을 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공중으로 화살이나 마법을 쏜다거나 하는 선택이 불가능했다.

그래서인지 모든 교잡종이 마치 바보가 된 것처럼 강후를 멍하니 바라보기만 했다.

‘무슨 악마 같네.’

강후가 어깨 뒤로 보이는 타락의 날개를 보고는 영화나 소설 속 악마가 된 것 같단 생각을 했다.

영락없는 모습이다.

검은 날개를 펄럭이며, 무채색의 옷까지 입고 있으니 한층 더 칙칙하게 보일 수밖에.

이윽고 교잡종 무리의 포위에서 벗어난 강후가 무리의 외곽 지역에 안착했다.

그러자 다시 교잡종들이 강후를 쫓기 시작했다. 이제 준비했던 판을 짤 때가 됐다.

드드드! 두드드드!

희뿌연 연기를 만들어 내며 몰려드는 교잡종의 모습은 장관이면서 동시에 공포 그 자체였다.

저 녀석들에게 한 번 둘러싸이면, 살점은 물론이거니와 뼈까지 통째로 씹어 먹힐 느낌이었다.

“후.”

강후가 심호흡을 한 뒤, 타이밍을 쟀다.

광역 공격의 핵심은 한 놈이라도 더 때릴 수 있는 시점까지 공격을 늦추는 것이다.

그럴수록 더 많은 적을 끌어들일 수 있고, 광역 스킬의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그우우우!

기분 나쁜 교잡종 특유의 울음소리가 겹치며, 눈이 충혈된 교잡종이 경쟁적으로 질주했다.

강후가 어그로를 바짝 끌어둔 터라, 녀석들도 사냥 본능을 자극받은 듯했다.

‘조금만 더.’

스킬을 활용하려던 강후가 마른침을 한 번 삼키고, 한 박자를 더 기다렸다.

최전선의 교잡종이 강후로부터 열 걸음도 채 되지 않는 위치에 도착한 그 순간!

【붕괴】

이내 땅을 푹 꺼지게 만드는 붕괴 스킬을 썼다.

마침 아스팔트 지면이 아닌 흙바닥의 비포장도로라 붕괴 효과를 보기에는 매우 좋았다.

쿠구구구!

반경 10m는 족히 넘어가는 거대한 싱크홀이 생겼다.

마력을 최대치로 활용하면서 만들어 낸 구멍인 만큼, 그 크기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컸다.

매드 솔라키움을 먹지 않았다면 마력을 엄청 잡아 먹는 스킬인 탓에 써 보지도 못했을 그림.

하지만 지금만큼은 후폭풍이 없는 상태이므로, 미련 없이 붕괴 스킬을 펼칠 수 있었다.

노림수는 성공적이었다.

강후에게로 향하는 도로 한 줄이 통째로 구멍이 되어 버린 상황.

그러자 선발대는 말할 것도 없고, 따라오던 교잡종까지 전부 구덩이 하나에 우르르 떨어졌다.

흡사 교잡종의 시체로 쌓아 올린 무덤의 탑을 보는 느낌이었다. 움직이지 않는다면 말이다.

그리고 그 시점에.

【뇌격진】

강후는 준비된 재앙을 펼쳤다.

빠지지직!

그것은 대학살의 예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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