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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다 해 먹는 천재 암살자-261화 (261/304)

261화 전장의 천사 (1)

* * *

얼마나 이동했을까?

탁 트인 시야가 확보되면서, 동시에 주변에 아무것도 없다는 확신이 들 만한 장소에 도착할 무렵.

바이크에서 내린 강후는 타락한 신념을 업그레이드할 준비에 들어갔다.

향후 맷집 작업, 그러니까 무신의 유희 반지 업그레이드를 위해 쓸 적요석은…… 따로 구할 방법을 찾을 생각이었다.

우선순위를 잠깐 고민하기도 했지만, 어떤 경우를 생각해도 같은 적요석이면 무기에 투자하는 게 맞았다.

그렇게 모으기 힘든 것이 적요석인데, 무기에 흡수시키는 것은 금방이었다.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적요석 3개를 집어삼킨 ‘타락한 신념’ 단검은 1등급으로 재탄생했다.

【타락한 신념 – 무기】

【등급 : 1등급】

【근력 +550】

【민첩 +200】

【체력 +100】

【항마 +200】

【맷집 +150】

우선 스탯이 확 올랐다.

근력에서 200, 민첩 스탯은 아예 새롭게 추가되면서 200, 항마와 맷집에서 각각 100이 올랐다.

【검은 눈물 – 모든 스킬의 효율이 20%, 대미지가 30% 상승합니다.】

【왜곡 각성 – 동일 계열의 무기를 타락한 신념을 활용해, 스탯 일부를 흡수할 수 있습니다.

총 7회의 흡수가 가능하며, 해당 무기의 총 스탯량이 높을수록 흡수량이 증가합니다.

흡수하려는 무기에 타락한 신념을 가져다 대면, 왜곡 각성이 활성화됩니다.】

여기에 검은 눈물에 관련된 계수가 효율 10%에서 20%, 대미지가 20%에서 30%로 올랐다.

게다가 왜곡 각성이 가능한 횟수도 최대 5회에서 7회로 확장됐다.

현재까지 먹인 단검의 수는 총 1자루. 아직 6자루를 더 먹일 여유가 있는 셈이다.

추가된 것은 더 있었다.

【합일 – 단검을 제외한 모든 세트 아이템을 모으면, 흉갑으로 스탯을 통합할 수 있습니다.】

“이건…… 진짜 괜찮네.”

강후가 ‘합일’ 옵션에 높은 점수를 준 이유는 간단했다.

세상의 그 어떤 헌터도 아이템을 부위를 중복해 착용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반지도 마찬가지. 열 손가락에 끼울 수 있는 것은 맞지만, 같은 손가락에 두 개는 못 끼운다.

그래서 최상위 헌터들은 어떻게 해야 더 좋은 등급의 아이템으로 바꿀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했다.

부위에 중복 착용이 안 되다 보니, 아이템을 잘못 교환하면 오히려 다운그레이드가 되기 때문이다.

한데 합일 옵션을 이용하면 단검을 제외한 타락 세트 – 흉갑, 반지 2개, 목걸이 – 의 옵션을 흉갑에 몰아줄 수 있다.

이러면 반지 2개와 목걸이를 추가로 착용할 여유가 생긴다. 스탯을 더 끌어올릴 수 있는 것.

보통 이득이 아닌 것이다.

이렇게 통합해 주는 형태의 옵션을 가지고 있는 아이템은 드물다. 누가 봐도 군침을 흘릴 옵션이다.

【‘타락귀’를 ‘비상 타락귀’로 진화할 수 있습니다.

비상 타락귀는 던전이나 전장에 흩어진 암흑기를 응축시켜, 주인에게 제공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필요에 따라 ‘타락의 날개’로 형태를 개변하여, 공중 기동을 가능케 합니다. 최대 30초.】

“무기는 졸업이네.”

강후가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타락귀의 진화 역시, 강후로서는 이득을 크게 보는 형태였다.

자신을 대신해 흩어진 암흑기를 구해 와서 보충해 줄 수 있으니, 암흑기 주유소(?) 역할도 되고.

더 나아가 암흑기를 사용하기는 하지만, 30초간의 공중 기동이 가능한 점도 매력이 컸다.

현재 강후의 약점 아닌 약점이라면 공중 기동이 불가능하단 것인데, 그게 가능해지는 것이다.

적요석 업그레이드를 통해, 온갖 상승 옵션이 붙었다. 이래서는 다른 무기가 생각 안 날 정도!

1등급이 된 타락한 신념을 베이스로 0등급에 도전한다면 모를까.

타락한 신념을 버리고 다른 1등급 아이템으로 갈아탈 일은 어지간해서는 없을 듯했다.

물론 타락한 신념보다 좋은 단검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런 녀석을 구할 때까지는 운이 따르지 않는 이상, 시간이 꽤 걸릴 가능성이 높다.

“맷집 810. 1,000까지 190 남았네. 이제 앞으로 모으는 적요석은 전부 맷집 행이다.”

이래저래 적요석에 대한 갈망이 더 커지는 느낌이다.

희귀 재료인 만큼 하늘에서 비처럼 쏟아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쉽게도 그런 행운은 원작에서 따로 설계해 놓지 않았다.

무의식의 영역에서는 실컷 생각했지만, 개연성을 고려해서 원작에서 빼 버린 것이 못내 아쉽다.

꿀꺽. 꿀꺽.

갈증이 나 백 팩에서 꺼낸 수통에 담긴 물을 마셨다. 한바탕 전투를 치른 뒤에 먹는 물이라 그래선지, 평소보다 훨씬 맛있었다.

“음…… 몸이 기억하는 건가?”

시원한 물을 마시고 나니, 기억 하나가 떠오른다. 바로 청명 수용소에서의 기억.

거기서는 단 한 번도 깨끗하고 시원한 물을 마셔 본 적이 없었다.

깨끗한 물도 없었을뿐더러, 설령 마셔도 출처를 알 수 없는 미지근한 물을 먹었다.

간수들이 장난스럽게 말하길 자신들의 소변을 물통에 담아 준 것이라고도 했었는데…….

그때 느꼈던, 시원한 물에 대한 간절함 때문인지 물을 마시자마자 수용소의 기억이 떠올랐다.

시간이 꽤 흘렀음에도, 잊을 만하면 스멀스멀 피어올라오는 기분 나쁜 기억이다.

“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이제 이클립스와는 끝장을 봐야 끝날 사이가 됐다. 돌이킬 수 없다.

그렇다면 청명 수용소도 한 번 뒤집어 놓으면 어떨까.

그 안에는 여전히 이클립스로부터 고통받고 있는 많은 초보 헌터들이 있다.

그간 청명 수용소를 공격할 생각을 안 했던 이유는 두 가지.

첫째는 청명 수용소에는 이클립스 소속의 헌터가 꽤 많고.

둘째는 무리해서 공격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청명 수용소가 무너지면 이클립스의 가장 큰 상징이 무너지는 것과 같아 의미가 크다.

게다가 최근 세력이 줄어들면서 수입도 같이 줄어들고 있는 이때!

마석 벌이에 타격을 입으면 치명적이다.

여기에 청안이나 흑사자가 움직여 주면, 마석 광산 자체의 소유를 아예 바꿀 수도 있었다.

“이건 전세혁과 이예린에게 동시에 한 번 물어봐야겠어. 수용소 내부는 내가 잘 알고 있으니까.”

원작의 신강후가 무려 3년을 고생하다가 탈출한 수용소다.

만들다 만 땅굴부터 시작해서, 내부에 있는 비상 루트까지 모르는 것이 없었다.

일단 청명 수용소에 진입만 한다면, 안을 속속들이 후벼 파 놓는 건 자신 있었다.

“내 빌어먹을 과거와의 단절이기도 하고.”

탈출했어도 여전히 청명 수용소에서의 기억은 트라우마처럼 남아 있다.

오늘은 멀쩡했던 수용소 동기가 내일은 소각장의 시체가 되어 한 줌의 재가 되던 광경. 익숙하다.

이 모든 비극의 원흉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강동현이라고 말할 수 있었다.

청명 수용소의 마석 광산을 건드리는 것은 강동현의 전용 금고를 건드리는 것과 같다.

어쩌면 강동현을 직접 전장으로 끌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목숨줄이기 때문이다.

“재밌겠네.”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걸린다.

이것이 괴롭히는 입장의 쾌감인 걸까? 그것도 악인을 괴롭힐 생각이라 그런지 더 통쾌했다.

잃을 것이라고는 ‘목숨’ 밖에는 없는 강후의 입장에선 자기 몸만 잘 간수하면 되지만.

잃을 것이 많은 강동현과 이클립스는 얘기가 다르다. 많은 피를 대가로 바쳐야 할 것이다.

* * *

이후 시간이 꽤 흘렀다.

강후는 별다른 교전이나 충돌 이슈 없이, 평안남도 북쪽의 개천 시까지 진출할 수 있었다.

중간에 몇몇 무리의 중국 헌터를 보기도 했지만, 그들에게 정체를 들키지는 않았다.

아마도 북한 쪽의 탐사 혹은 조사를 위해 온 중국인 헌터들로 보였는데, 소속은 불명이었다.

원작에서 이 무렵에는.

정화 길드가 심연을 정리하고, 해영 길드의 칼을 빌려 명가 길드까지 정리한 다음.

해영 길드를 공격해서 그들을 통합하며 국내 판도를 일차적으로 정리한다.

그 이후에 장시환이 눈을 돌린 곳은 다름 아닌 북한.

그래서 자연스럽게 북한으로 진출하면서, 현지에 불법적으로 주둔하고 있던 세력을 몰아냈다.

대표적인 세력이 동쪽에 자리를 잡고 있던 까쉬마르 길드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정화 길드의 계획이 꼬인 상황이라, 여전히 북한은 별세계였다.

‘아마 앞으로도 그러겠지. 심연은 정화 길드가 북한에 관심을 둘 시간조차 주지 않을 테니까.’

오히려 정화 길드가 아니라, 심연에서 북한 쪽에 세력을 확장하는 그림이 나올 수도 있다.

그러면 그것대로 흥미로울 듯했다. 심연도 정화 길드만큼이나 정예 전력이 꽤 있으니까.

그때.

우우웅.

무언가를 발견한 강후가 속도를 줄이고 전방을 응시했다.

움직이는 생명체들.

개천 시에서 발견될 수 있는 움직이는 개체라고는 교잡종과 무리 여왕 말고는 없다.

‘역시.’

바글바글한 무리가 보인다.

개천 시로 진입하는 초입에서부터 이미 교잡종이 우글거리고 있었다.

공기 반, 교잡종 반이라는 표현을 써도 전혀 위화감이 들지 않을 것 같을 정도였다.

【죽고 싶어 온 건 아니겠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음기가 강하군. 부족함을 채우러 온 것이냐?】

차원 강탈자가 알쏭달쏭한 말을 꺼냈다.

그간 조용했던 그녀가 목소리를 내는 것을 보니, 이쪽 풍경이 신기하긴 신기한 모양이다.

【우리 잘난 계약자님에게는 항상 계획이 있기 마련이지. 다 생각이 있어서 온 걸 테니까, 이상한 헛발질은 그쯤 하는 게 어때?】

질세라 황야의 전략가도 목소리를 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녀가 정확하게 짚었다.

【얄팍한 지식을 조금이라도 뽐내고 싶어서 지껄이는 꼴이라니. 그럼 내가 진심으로 저 말을 했을 것 같으냐?】

【뭐가 부족함을 채우는데? 계약자가 양기가 넘치니, 저런 괴물들한테 음기라도 보충하라는 거야?】

【하여간 음탕한 년의 눈과 귀에는 늘 그런 것밖에 안 보이겠지. 말을 말자. 격만 떨어진다.】

【입이나 다물고 있으면 중간은 갈 것을.】

두 성좌가 티격태격하는 소리에 강후가 피식 웃었다.

정신 사나울 법도 한데, 오히려 전투를 앞두고서 긴장을 풀어 주는 느낌이라 좋았다.

둘이 짜고 일부러 콩트를 찍는 건가 싶은 생각도 들 정도.

차원 강탈자가 짚어 준 대로 교잡종 특유의 음기가 강한 것은 사실이었다. 일종의 암흑기다.

그래서 녀석들에게 정체를 들키지 않으려면, 사령의 침묵을 수시로 써야 할 듯했다.

그러면 단순한 기운의 감지로는 같은 언데드 취급을 받아, 놈들이 알아채지 못할 것이다.

강후는 일단 바이크를 최대한으로 접근할 수 있는 위치까지 운전하며 나아갔다.

이제 이동 수단으로서의 바이크의 목적은 다 했다. 지금부턴 하나의 무기로 쓸 뿐이다.

게다가 뒤에 싣고 온 예비 기름통도 따로 추가 연료를 넣지 않아 쓸 일이 없어졌다.

그래서 불을 피울 용도로 쓸 생각이었다. 휘발유에 불을 붙이면, 한참은 신나게 잘 탈 테니까.

‘정말 많네. 여기 보이는 녀석들만 착실하게 쓸어 버리면, 분명히 만날 수 있겠어.’

강후가 전장의 천사를 떠올리며 웃었다.

차원 강탈자처럼 불러내는 레시피를 이미 알고 있는 성좌.

짜고 치는 고스톱에 실전 한 스푼, 연기 한 스푼을 얹어 고위 성좌를 불러낼 때가 왔다.

준비는 다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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