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혼자 다 해 먹는 천재 암살자-257화 (257/304)

257화 다재다능 (2)

‘음?’

갑자기 상태창에서 고유 재능에 뭔가 추가되더니, 깜빡거리는 것이 보였다.

고유 재능 추가.

원작의 신강후에게는 없었던 일이다. 물론 주인공인 장시환에게는 잊을 만하면 일어났던 일.

시스템이 헌터의 특성이라고 판단을 내리면, 고유 재능을 추가해 주는 경우가 생긴다.

지금 깜빡거리는 것으로 미루어볼 때, 이번 던전 공략에서의 모습이 결정적인 이유가 된 듯했다.

【고유 재능 : 제법 우수한 주력 / 대단히 뛰어난 동체 시력 / 다재다능】

‘다재다능?’

짧고 직관적인 단어다.

재주가 많으며 능력이 풍부함을 상징하는 말. 듣는 입장에서는 당연히 기분이 좋아지는 말이다.

기존 고유 재능 2개 외에 새로운 고유 재능이 추가될 경우.

시스템은 대상자에게 특전을 하나씩 제공한다. 각 고유 재능마다 주어지는 특전은 다르다.

‘그래. 나 정도 되는 헌터에게 다재다능이라는 타이틀이 없으면, 누구에게 주겠어.’

자화자찬일 수도 있지만, 틀린 말은 절대 아니기에 강후가 그렇게 스스로를 평가했다.

주변 사람들이 입버릇처럼 말하는 혼자 다 해 먹는다는 말. 다재다능과 결이 잘 맞는 말이다.

【고유 재능의 추가에 따라, 이하의 세 특전 중에서 하나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삼자택일인 모양이다.

강후가 시선을 따라 내렸다.

【첫째, 타 직업군의 스킬을 학습할 경우, 페널티 효율을 10%에서 25%로 상승시킵니다.】

‘전혀 필요가 없군.’

꼼수를 활용해 100% 효율로 학습할 방법이 있는 강후의 입장에서는 최악의 선택지다. 기각.

【둘째, 모든 스탯이 50 상승합니다.】

‘마력 50이 넘어가면 야만의 시대가 무력화되지. 그 대가로 스탯 50? 너무 부족해.’

야만의 시대는 모든 스킬의 마력 사용 값을 절반으로 줄이는 스킬. 포기하기엔 동기부여가 적다.

【셋째, 패시브 스킬 ‘직관’을 획득합니다. 보유자의 레벨 수준의 50% 미만인 적이 사용하는 원거리 공격의 경로가 예측됩니다.】

‘이거네.’

강후가 셋째를 선택했다.

현재 강후의 레벨은 257.

50% 미만이면, 레벨 128 이하인 몬스터와 헌터를 일컫는 말이 된다.

그들의 원거리 공격 경로가 예측된다는 건, 직관적으로 예상 경로가 표시된다는 말.

단체 전투에서 종종 원거리 딜러의 눈먼 공격에 맞는 일이 많다는 점을 생각하면.

갖고 있으면 이득이 됐으면 됐지, 손해를 볼 일은 없는 스킬이었다.

【‘직관’의 학습이 끝났습니다.】

‘역시.’

스킬 학습이 이뤄지면서, 어떤 형태로 스킬이 구현되는지에 대한 정보도 체득됐다.

해당 조건에 맞는 대상이 사용하는 원거리 공격이 점선의 형태로 이동 경로가 표시된다.

점선 색깔은 상세 툴팁에서 설정이 가능하며, 기본 세팅은 회백색으로 되어 있다.

개인 간의 전투에서야 거의 쓸 일이 없겠 – 레벨 수준이 절반 미만인 상대와의 일대일 승부면 질 리 없으니까 – 지만.

다수를 상대해야 할 때면 정말 요긴하게 쓸 것 같은 느낌에 미소가 지어졌다. 좋은 특전이다.

* * *

강후가 보유한 궁극기화된 대참수 스킬 덕분에 이후 공략은 문제없이 쭉쭉 진행됐다.

미들 보스가 없는 던전의 특성상, 중간에 걸리적거릴 만한 요소도 거의 없었다.

출혈 문제가 강후 덕분에 완전히 해결되니, 소수 인원으로도 공략에 속도가 붙었다.

한나절 만에 공략 대부분이 끝났다. 남은 녀석은 이제 마지막을 장식할 보스 몬스터가 전부.

레벨은 어느덧 260이었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레벨이 쭉쭉 오르는 이유는 사실 간단했다.

던전 수준이 레벨 260의 암살자인 강후가 오기에는 훨씬 권장 레벨이 높은 곳이었기 때문이다.

수준이 높아 제공되는 경험치가 많다 보니, 강후에게는 기대 이상의 경험치가 계속 제공되는 식.

“누더기 골렘의 왕. 이 녀석은 출혈 유지만 확실히 된다면, 그냥 피 많은 돼지라고 했죠?”

“맞아요.”

“사실 이 던전에서 가장 쉬운 녀석이기도 해요. 대미지 측정기라고 부르는 게 맞을 거예요. 출혈만 유지되면?”

강후의 물음에 오유진이 웃으며 답했다.

바꿔 말하면 출혈 유지에 애를 먹을 경우에는 잡는 데 한 세월이 걸린다는 얘기도 된다.

출혈 유지에 애를 먹었던 과거의 공략에서 이 녀석을 잡는 데 걸렸던 시간은 무려 8시간.

압도적으로 많은 체력.

그것을 공격으로 갉아먹는 만큼 출혈이 없으면 9할 이상 회복해 버리니, 도저히 답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 * *

그로부터 2시간 후.

강후와 박동재를 포함한 공략대 전원은 던전이 아닌 그루 길드의 아지트에 돌아와 있었다.

공략을 끝내고, 수습을 모두 마친 뒤, 차를 타고 다시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온 것이다.

사전에 협의가 된 대로 던전에서 나온 모든 부산물은 그루 길드의 소유였다.

어차피 강후 입장에선, 누더기 골렘의 왕에게 어떤 스킬을 얻느냐가 중요했는데 소득이 있었다.

【독혈】

【스킬 숙련도 : Lv. Max】

【무기에 자신의 피를 묻혀 독성을 부여합니다.

상대가 공격당해 상처를 입었을 시 마비 또는 수면, 중독 상태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스킬 숙련도에 따라서 확보되는 절대 성공률은 22.2%입니다.】

누더기 골렘의 왕이 흘리는 피가 악취가 강하고, 먹거나 상처에 스며들 경우 상태 이상에 걸릴 수 있다고 해서 설마 했는데.

이게 녀석에게는 하나의 스킬이었던 모양이었다. 덕분에 강후는 스킬 강탈로 독혈을 빼앗아 올 수 있었다.

절대 성공률이 아주 높진 않고, 상대의 항마력에 따라 더 낮아질 수 있기는 하지만.

스킬이 요구하는 재료가 ‘자신의 피’인 만큼.

종종 써먹을 일은 많을 듯했다. 그러다가 적이 마비, 수면, 중독 상태에 빠지면 변수가 될 테니까.

“이번에 보스 몬스터까지 확실히 제거하고 초기화한 덕분에 당분간 안정화 걱정은 없겠어요. 감사해요, 강후 님. 동재 님도 수고 많으셨고요.”

떠날 준비를 마친 강후와 박동재에게 오유진이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오혜진이 말을 보탰다.

“나름 공략 전술, 그러니까 택틱은 확실히 정립되긴 했는데 문제가 하나 있어요. 강후 님이 없으면 시작부터 성립이 안 되는 택틱이네요.”

“그런 건 택틱이기보다는 그냥 필수 요소인 헌터가 있다고 정리하는 게 맞지 않나?”

“꺄악!”

오혜진의 말에 마진호가 그녀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살짝 친 것 같은데 한참을 옆으로 쭉 밀려 나가는 오혜진. 장난인지 진실인지 헷갈릴 정도다.

“어쨌든 필요하면 또 불러 주시죠. 던전이 안정화가 안 되는 건, 정말 위험한 일이니까요.”

강후가 힘주어 말했다.

오랜 기간 완벽하게 공략이 안 됐던 탓에 에너지가 쌓여, 경험치가 더 많이 제공됐던 모양.

현재 강후의 레벨은 263이었다. 이 던전에서 무려 8이나 끌어올린 상황이다.

그 사실을 저들이 모두 안다면, 놀라는 수준을 넘어 꽤 배 아파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유진이 말했다.

“자체적으로 잘 해내고 싶은데, 이 부분은 참…… 강후 님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네요. 여러모로 감사해요.”

“파트너십 계약에 따라 서로를 필요로 하는 거니까요. 앞으로도 계속 이 관계를 유지하죠.”

강후 입장에서 손해는 전혀 없고, 얻는 것만 잔뜩 있는 파트너십 계약. 거절할 이유가 없다.

“네! 고생 많으셨어요. 지난번처럼 또 원하는 던전이 있으시면 리스트업 해서 보내 주세요. 불가능한 곳은 바로 불가능하다고 회신 드리고. 아닌 곳은 바로 접촉해 볼게요.”

“저 역시도. 출혈 유지가 꼭 아니더라도, 메인 딜러로서 참여하는 것도 가능하니까 부담없이 연락 주시길.”

“수고 많으셨습니다! 가 보겠습니다!”

강후의 말끝에 박동재가 자연스럽게 작별 인사를 덧붙이며, 상황을 정리했다.

박동재도 내색은 안 했지만, 던전 안에서 레벨을 꽤 많이 끌어올린 차였다.

게다가 탱킹 쪽에 특화된 검사를 대상으로 어떤 버프가 잘 맞는지 테스트도 정말 많이 해 봤다.

경험치 이득 외에 실전적인 경험치가 잔뜩 쌓인 상황. 강후 덕분에 얻은 이득이었다.

지난번 노르웨이에서 얻은 디버프 스킬도 그렇고.

강후의 옆에 있으면, 마치 떡고물처럼 기분 좋은 일이나 이득이 될 만한 상황이 우수수 떨어진다.

그런 이유로 고마움과 책임감을 동시에 느끼는 박동재였다.

그렇기에 앞으로도 소중함을 잊지 않을 생각이었다.

‘귀한 손님.’

그래, 박동재에게 있어 강후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이 조심스러우면서도 감사하고 고마운.

그런 귀한 손님이었다.

* * *

보통 강후의 루틴대로면 제주도에서의 볼일이 끝났으니 바로 공항으로 향했겠지만.

강후는 박동재의 루틴을 존중해 줬다. 맥주에 식사를 곁들이는 나름의 뒤풀이 루틴이다.

그래서 강후는 박동재와 제주도에서 맛집으로 소문난 해장국 집에 와 있었다.

강후는 딱히 미식 생활에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보통 최고의 평가가 ‘괜찮네’ 정도로 나오는 무덤덤한 사람이다.

하지만 박동재와 함께 먹은 해장국은 첫술에 맛있다, 라는 말이 나올 만큼 정말 맛있었다.

자꾸 숟가락이 가고, 입맛을 다시게 된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바로 알 수 있을 정도였다.

“형, 어때?”

“진짜 맛있네.”

“그렇지? 이 해장국 집이 정말 일품이란 말이야. 국물도 뻑뻑하고, 고기도 많이 들었어. 야들야들한 건 말할 것도 없고!”

“고생했다. 얼른 먹어.”

“그래야지! 아, 역시 한바탕 일을 하고 나서 이렇게 맥주에 먹는 국밥이 최고라니까.”

후루루룩! 끄윽! 뿌웅!

“……하나만 해라.”

“아, 미안……. 너무 맛있게 먹었나 봐.”

먹고, 트림하고, 방귀 뀌고.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박동재에게 강후가 면박을 주었다. 어지간히 맛있는 모양이다.

그렇게 국밥을 절반 정도 먹었을 무렵. 박동재가 자연스럽게 다른 화제를 꺼냈다.

강후와 최근에 대화를 나눌 때, 계속 화두가 되는 곳에 대한 이야기였다.

“형. 명가 길드 말이야.”

“응.”

“당분간은 개인플레이 위주로 갈 것 같아.”

“성장 정체 때문인가?”

“응. 다들 레벨이 높으니까, 솔플이나 2인플도 충분히 화력이 나오잖아?”

“그렇겠지.”

“그런데 조심한답시고 최소 4인 이상으로 공략하다 보니, 확실히 성장 속도가 더뎌진 모양이야.”

“그렇다고 공략하는 던전의 수준을 높이자니, 보유한 던전 구성에 한계가 있는 모양이군.”

“맞아. 아예 레벨대가 높은 던전을 갖고 있진 않아서…… 한계가 좀 있거든.”

원작에선 명가 길드가 해영 길드에게 공격 당하기 전에 어떤 모습이었는지는 그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박동재로부터 들은 얘기에 따라 추측해 보니, 이때부터 비극의 씨앗이 잉태된 듯했다.

이렇게 단독 행동, 혹은 2인 행동 위주로 재편이 되면 외부 세력에 노려지기 딱 좋기 때문이다.

각자가 던전에 들어가는 시간도 다를 거고, 그러면 정보 단절 역시 수시로 발생한다.

그 틈을 공략당하면, 아무리 소수 정예 길드라고 한들 답이 없는 것이다.

명가 길드가 훗날 자신과 뜻을 같이할 ‘아군’이 될 것이라고 확신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정화 길드의 ‘우군’이 될 일은 절대 없다는 것은 확신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현석처럼!

어떻게든 그들이 살아남아서 길드를 오래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효과적이다.

그랬다.

천기누설을 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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