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혼자 다 해 먹는 천재 암살자-256화 (256/304)

256화 다재다능 (1)

【환각】

【스킬 숙련도 : Lv. Max】

【지정한 대상 1인에게 환각을 유발합니다. 이상 감각이나 통증, 환상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숙련도에 따라 ‘절대 유발’ 판정이 적용됩니다. 최소 0.75초의 환각을 무조건 경험합니다.】

【보유 마력의 50%를 즉각 소진합니다.】

‘환각도 생각보다 자주 써먹지는 않았어. 시전 동작이 까다롭고 마력 소모가 많아 그렇긴 하지만, 사장시키긴 아깝지.’

쓸만한 스킬은 더 있었다.

환각 스킬.

예전에 광주송정역 3번 출구 인근 던전을 공략했을 때, 보스 몬스터 새미에게서 얻은 스킬이다.

손이 자주 안 갔던 이유는 스킬 시전 동작이 유독 길고, 움직임을 강제하는 측면이 있었던 탓이다.

환각 스킬은 마법사 헌터의 광역 마법 스킬처럼 크게 수인을 맺는 동작이 있었다.

급박하게 전투가 돌아가는 순간에는 속 편하게 수인을 맺고 있을 시간이 없다 보니.

그동안, 스킬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활용에 인색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최소 0.75초의 환각을 무조건 경험하게 한다는 것은 큰 메리트를 가진 요소다.

그 외에도.

강후는 체력 회복에 특화된 스킬인 광란적 치유, 언데드 위장술인 사령의 침묵, 중독과 실명에 대응하는 공명의 시야를 살폈다.

초반에 한두 번 재미를 본 이후로는 의식적으로 쓸 일이 없어서, 잊고 있었던 스킬.

다시 스킬의 존재 유무를 확인하고 나니, 나름의 활용법이 떠올랐다.

특히 광란적 치유는 체력 회복에 특화된 스킬이라, 강후에게 힐러가 필요 없는 이유이기도 했다.

‘이러니 혼자 다 해 먹는다는 소리를 듣지. 내가 생각해도 스킬 만물상이 된 것은 맞아.’

강후가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그간 부단히 노력한 것이 헛되지 않았다.

가지고 있는 스킬의 개수만 해도 50개가 넘어간다. 성좌와 연관된 능력까지 합치면 60개가 넘고.

일반적으로 강후와 비슷한 레벨 대의 헌터를 생각하면.

기본 스킬 여덟 개에 개인적으로 얻거나 추가한 스킬 네다섯 개 정도 되는 것이 보편적이다.

재력을 바탕으로 스킬북을 구매하거나, 운이 좋아 스킬을 몇 개 얻은 것이 더 있다고 치면?

최대치로 보는 것이 스무 개 정도의 스킬이다. 이쯤 있으면 진짜 스킬이 많다는 소리를 듣는다.

하지만 강후는 그 수준에서 세 배를 훌쩍 넘어가니, 아예 상식에서 아득히 떨어져 있는 셈.

그러니 강후와 함께 던전을 공략하는 사람들마다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

치트키처럼 스킬이 계속 나오기 때문이다. 그것도 각기 다른 형태와 특성으로.

‘레벨 500이 넘고 나면 시도해 볼 수 있는 스킬 융합도 있고. 기대되는 부분은 많네.’

아직 먼 나라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스킬 두 개를 합쳐 하나로 만드는 융합도 존재한다.

원작에서 무한 증식에 가깝게 늘어나는 장시환의 스킬을 정리해 주기 위해 나온 설정.

그때는 신강후라는 캐릭터를 위해 쓰일 일이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하지만 이젠 요긴하게 쓰일 듯하다.

셀 수 없이 많은 스킬을 통합하면서 특성을 강화하고 개수를 줄여 주는 건, 꼭 필요한 작업이다.

* * *

식물 구간은 사고 없이 잘 넘어갔다.

오혜진의 말에 따르면 식물들과 한 차례 교전도 없이 통과한 적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앞서 공략을 시도한 횟수가 스무 차례는 훌쩍 넘지만, 그때마다 이 구간이 지옥이었다는 것이다.

한데 아무 일도 없이 지나가니, 체력이 확실히 비축돼서 쌩쌩했다.

이윽고 식물 구간이 끝나고, 적색 거신이라고 불리는 거구의 몬스터들이 등장했다.

과거의 공략에서는 이때 맞춰서 한 차례 휴식을 취했다고 했는데, 이번에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강후가 신속히 나서며 말했다.

“적색 거신이 세 놈이니까, 각각 한 놈씩 맡아 주세요. 뒤에 있는 잔챙이들은 제가 잡겠습니다.”

적색 거신 세 마리를 제외하고, 후방에서 스무 마리 정도의 ‘거신 수호자’가 나타난 상황.

거신 수호자는 크기는 작으나, 움직임이 신속하고 무기를 다루는 솜씨가 좋은 녀석들이었다.

문제는 적색 거신은 출혈이 아주 잠깐이라도 끊기면 체력 회복을 어마어마하게 한다는 점.

그리고 적색 거신이 주기적으로 거신 수호자들의 체력을 대폭 회복시켜 준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식물 구간만큼이나 적색 거신, 거신 수호자를 상대하는 구간도 예전에 지옥이었다고 한다.

출혈을 유지하자니 적색 거신에만 신경을 써야 하고, 그사이 거신 수호자의 방해를 받는 탓.

그렇다고 거신 수호자를 신경을 쓰면, 적색 거신의 출혈이 끊기면서 회복이 크게 일어났다.

그리고 그 적색 거신이 다시 거신 수호자의 체력을 올려 주니, 환장할 노릇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강후가 있는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이전 공략보다 훨씬 소수임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상황이 벌어졌다.

푸욱! 푸욱! 푸욱!

앞서 달려나간 강후가 적색 거신 세 마리의 등 뒤에 각기 사이좋게 단검을 꽂아 넣은 것이다.

【대참수 스킬에 사용된 단검이 꽂힌 대상은 단검을 빼내기 전까지 출혈이 영구히 유지됩니다.】

궁극기화된 대참수 활용이었다.

강후는 적색 거신 셋에게 각각 혈루, 학살의 경계, 창공의 환희 단검을 대참수로 찔러 넣었다.

스스로는 절대 손이 닿지 않을, 등판 한가운데에 꽂아 넣은 단검.

아예 검날이 안 보일 정도로 세게 찔러 넣었기 때문에, 뽑아내기도 어려울 수준이었다.

“마스터, 보입니까? 거신에 연동해서 뜨는 상태창 보세요. 출혈이 무한 갱신되고 있습니다!”

적색 거신을 타깃팅했을 때 확인되는 상태창 정보를 본 마진호가 혀를 내둘렀다.

그사이, 강후는 적색 거신은 신경도 쓰지 않고 거신 수호자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놈들은 기민하게 움직이는 녀석들이지만, 그것보다 훨씬 빠른 강후에게는 속수무책이었다.

“출혈 갱신을 할 필요가…… 없네?”

“저게 돼?”

“되네…….”

놀란 건 마진호뿐만이 아니라, 오유진과 오혜진도 마찬가지.

이미 경험한 적 있는 박동재만이 뿌듯한 표정으로 버프를 갱신, 추가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새 출혈 관련해서 스킬이 추가된 것 같은데, 이건 좀 말이 안 되는 것 같은데요?”

마진호는 이전에 강후와 한 차례 손발을 맞춰 본 적이 있다.

그때는 분명 이런 스킬이 없었다. 즉, 근래에 추가된 것이다.

출혈에 관련된 스킬이 있는 것만으로도 강후의 가치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마당.

그런데 이제는 갱신 없이도, 출혈이 유지되는 스킬까지 등장했으니 놀랄 수밖에.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소설 같은 상상임은 알지만.

나중에는 그냥 강후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출혈이 유발되고 그러진 않을까 하고.

허무맹랑한 상상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이미 강후가 상식을 깨버린 적이 여러 차례였다.

“시끄럽고! 얼른 잡자! 출혈 유지만 되면, 우리도 거신 잡는 건 쉽잖아!”

오유진이 주의를 환기했다.

가장 까다로운 문제가 해결됐으니, 이제 우직하게 몬스터를 잡으면 그만이다.

이러려고 강후를 파트너십 계약까지 하면서, 직접 ‘모셔온’ 것이 아닌가.

비싼 계약의 뽕을 뽑으려면, 지금부터 재미를 보는 것이 맞았다. 밥상은 제대로 차려졌다.

* * *

그렇게 적색 거신 구간도 신속하게 돌파했다.

과거에 두 배, 세 배의 인원으로도 기본 한 시간은 걸렸던 구간의 공략이 3분 만에 끝났다.

강후가 거신 수호자를 모두 처리한 때에 맞춰, 적색 거신도 사이 좋게 최후를 맞이한 것이다.

‘확실히 셋이 호흡이 좋네. 검사로 포지션이 겹치지만, 협업은 묘하게 잘되는군.’

거신 수호자를 처리하면서.

강후는 그루 길드의 세 헌터를 유심히 살폈다. 셋은 같은 듯하면서도 달랐다.

오유진은 둔화 스킬에 특화됐으며, 오혜진은 빙결을 유발하는 능력이 매우 좋았다.

그리고 마진호는 도발 류의 스킬이 다양하게 있어, 계속 몬스터들을 자신에게로 이끌었다.

그러다 보니, 마진호의 탱킹을 바탕으로 한 놈을 집중적으로 패는 것이 가능했다.

여기에 딱 한 가지 단점이 있다면, 그것이 바로 출혈 유지.

이 부분을 강후가 채워 주니, 셋의 화력도 장난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안정적이었다.

셋의 대미지가 부족한 점이 있긴 해도, 몬스터를 묶어 두는 능력이 뛰어나 화력 집중이 좋았다.

보통 이것을 헌터들 사이에서는 ‘홀딩’ 능력이라고 부른다.

몬스터가 날뛰지 못하게 한 곳에 붙잡아 두는 능력. 그 부분에서 세 사람은 만점이었다.

‘출혈로 내가 핵심 변수만 차단하면, 공략은 문제없겠어. 이색적이지만 꽤 괜찮은 조합이다.’

강후의 총평이었다.

여기에 원거리에서 대미지 보충이 가능한 딜러 한 명만 있으면, 환상의 조합이 될 것 같다.

이를테면 아야네나 반세영 같은 저격 특화의 거너 말이다. 정유리 같은 마법사 헌터도 좋아 보인다.

이후에 또 식물 구간이 나왔지만, 강후가 있기에 일행에게 피로감은 전혀 없었다.

전진, 또 전진.

공략에 속도가 붙었다.

* * *

어느덧 레벨 257.

경험치 벌이가 확실히 좋다.

다수 구성원으로 오면, 던전 한 곳에서 레벨 1을 올리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중간 정도 위치에 도착한 시점에서, 이미 강후의 레벨은 전에 비해 2나 올라 있었다.

경험치에 관련된 버프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도, 상승 폭이 생각한 것보다 훨씬 컸다.

【신강후 Lv. 257】

【클래스 : 암살자】

【고유 재능 : 제법 우수한 주력 / 대단히 뛰어난 동체 시력】

【근력 1063】【민첩 1225】

【체력 965】【마력 21】

【항마 560】【맷집 710】

【* 암흑기 455】

오랜만에 확인한 상태창은 항상 그랬듯, 이질적으로 크게 낮은 마력 스탯이 먼저 눈에 띈다.

그다음으로 시선이 끌린 스탯은 맷집이었다.

그간 우직하게 올려온 맷집 스탯. 지금 수치를 보니 1,000 달성을 노려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맷집이 1,000이 될 경우.

레벨 100 미만의 헌터, 몬스터에게 받는 기본, 스킬 공격 대미지가 90% 감소하기 때문이다.

같은 부위를 계속 손톱으로 긁는다고 해도, 살점이 파이고 뼈가 드러나지는 않는 것처럼.

맷집 1,000이었을 때, 해당 조건의 헌터에게 받는 대미지의 적용 형태가 이와 비슷했다.

간지러운 수준이 되는 것이다.

물론 맷집을 올리는 것이 쉬운 작업은 아니다.

착용할 수 있는 아이템의 개수는 한정적이고, 맷집 옵션에 특화된 아이템은 귀하다.

【무신의 유희 – 반지】

【등급 : 4등급】

【맷집 +150】

【특수 재료인 적요석을 활용해서 한 등급 위로 업그레이드가 가능합니다.】

적요석 2개를 활용하면 즉각 3등급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무신의 유희 반지.

적요석 업그레이드가 되는 아이템은 1등급이 되었을 때, 그 파급력이 상상을 초월한다.

그래서 전에 한 차례 업그레이드했었는데, 지금 다시 눈에 들어왔다.

3등급이 되려면 적요석 2개, 2등급에 3개, 1등급에 4개가 들어가는 식이다.

스탯 증가폭이 등급이 오를 때마다 상상을 초월하는 만큼, 충분히 해 볼 만한 투자이기도 했다.

‘어디 적요석이 잔뜩 파묻혀 있는 곳은 없나? 원 없이 갖다 쓸 수 있으면 정말 좋겠는데.’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터무니없이 적은 적요석.

게임 속의 희귀 재료처럼, 적요석을 생각하면 숨이 턱 막히는 것이 사실이었다.

‘영국에 갈 시기를 좀 더 앞당기는 것이 좋으려나…….’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생각이 확장된다.

스핏파이어 길드와의 인연이 있는 영국. 이곳도 슬슬 강후의 관심에 들어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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