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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다 해 먹는 천재 암살자-247화 (247/304)

247화 무결의 벽 (1)

이름과 설명을 보니, 앞서 상대했던 데세오가 쓴 신호등 주먹과 결은 비슷했다.

뇌격진과 비슷한 진법을 구사할 수 있는데, 세 가지 색깔의 선택지가 있고 기능이 달랐다.

【적원진 – 반경 5m 영역을 지나는 적의 이동 속도를 65% 늦춥니다. 적을 지정할 수 있습니다.】

붉은 원형의 진.

대상을 타깃으로 한 기동의 둔화 효과가 있었다.

【황원진 – 반경 5m 영역에서는 원거리 형태 투사체(스킬, 투척 무기 등)의 속도가 65% 느려집니다.】

노란 원형의 진.

스킬 구체나 단검 등이 날아오는 속도를 해당 영역 안에서는 크게 늦출 수 있었다.

【녹원진 – 반경 5m 영역에서 적이 자신을 보는 시야가 왜곡됩니다. 적을 지정할 수 있습니다.

본인의 시야에는 문제가 생기지 않습니다.】

초록 원형의 진.

시야 왜곡의 발생이다. 정밀한 저격이나 노림수를 가진 공격들을 무력화할 수 있었다.

순간 이 스킬을 풍부한 마나를 토대로 ‘난사’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각 영역은 하나씩만 설치할 수 있으며, 무기를 매개체로 해서 영역을 활성화할 수 있습니다.

매개 무기가 지면에서 뽑혀 나오거나, 같은 영역을 중복 설치하면 사라집니다.】

하지만 시스템의 스킬이라는 게 그렇게 허술하진 않았다. 오히려 꼼꼼하면 모를까.

상세 툴팁까지 살피니, 마나를 많이 잡아먹는 스킬이었다.

왜 데세오가 마음 놓고 쓰지 못했는지 알 것 같았다.

설치 단계에서 마나를 한 번 잡아먹고, 이후에도 유지 페이즈에서 마나가 지속적으로 필요했다.

강후가 이 스킬을 쓰려면.

매드 솔라키움 효과가 없을 때는 설치할 때마다, 크고 작은 두통을 느껴야 할 가능성이 컸다.

‘변수 창출에는 좋겠어. 흥미로운 스킬이네. 스킬 세 개를 얻은 느낌이기도 하고.’

강후가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적원진, 황원진, 녹원진.

필요에 따라서 실속 있게, 알차게 활용할 일이 많을 느낌이다.

* * *

강후는 스킬 강탈을 모두 마친 후, 구체를 잡고 활성화된 특수 공간으로 들어왔다.

마치 우주 한가운데에 서 있는 것처럼, 사방이 온통 수많은 별로 가득했다.

분명 공중에 떠 있는 것 같은데도 불구하고, 보이지 않는 지면을 밟고 이동할 수 있었다.

따각. 따각. 따각.

정면에는 활성화된 보상이 강후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직까지는 정사각형의 상자만 보이는 상태라, 안에 무엇이 있는지는 짐작할 수 없었다.

장시환의 경우처럼 스킬북을 얻게 될까? 아니면 채관형의 경우처럼 무기를 얻게 될까?

그리고 지금, 박동재는 과연 안에서 어떤 보상을 얻었을까?

처음부터 의도하고 빼앗아온 적의 미래 보상이라 그런지, 강후도 좋은 의미로 긴장이 됐다.

강해질 수 있다는 것.

그 자체로 너무 좋았다.

원작자로 글을 쓸 때, 과연 급성장이 독자들에게 얼마나 대리만족이 될지 늘 궁금했던 강후였다.

직접 경험해 보니 설레면서 떨렸다. 한편으론 내가 얻어 냈다는 사실에 희열도 느껴졌다.

꿀꺽.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까지 삼킨 강후가 상자를 열었다. 그러자 스킬북 한 권이 모습을 드러냈다.

“설마?”

암살자 스킬북?

자신의 직업에 맞도록 활성화된 보상인가 하고 있을 때, 생각지도 않았던 일이 벌어졌다.

샤아아아!

갑자기 스킬북에서 황금빛의 섬광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와.”

어지간해서는 탄성을 터뜨리지 않는 강후가 깜짝 놀랐다. 여기서 히든 스킬이 나올 줄이야!

헌터 세계에 총 77개만 존재한다는 히든 스킬이다. 그중에 하나를 얻을 기회가 ‘또’ 왔다.

강후에게는 이미 예전에 얻었던 히든 스킬, ‘백일참/흑월참’이 있다. 두 번째 히든 스킬인 것.

“그래. 이쯤 돼야 제대로 된 기연 답지. 이게 주인공용 보정 아니겠어?”

강후가 웃었다.

히든 스킬이 나온 것으로 이미 얘기는 끝났다. 강후가 떨리는 마음으로 스킬북을 잡았다.

【무결의 벽】

일단 분류는 암살자 계열 분류가 아니었다. 범용 스킬로 표시되어 있었다.

어느 클래스에도 통용될 수 있는 스킬이기에 누가 학습해도 페널티가 없다는 뜻이다.

강후의 시선이 무결의 벽에 관련된 설명으로 쭉 내려갔다.

【충전형의 마력 방패로 마력 1,000에 해당하는 내구도까지 올릴 수 있습니다.

내구도가 완전히 소모되면 마력 방패는 깨지며, ‘완전무결’이 발동하여 3초간 모든 속성에서 100% 절대 내성을 획득합니다.】

“마력 천이면…… 전투 중에 깨지면, 일단 전투를 치르면서 충전을 하기는 어렵겠네.”

요구하는 마력의 총량이 상당히 많다.

스탯 21인 강후의 마력을 생각하면, 약 50번은 채워지고 비워지고를 반복해야 하는 양이다.

비전투 시, 혹은 평상시에 미리 내구도를 채워 두는 세심한 충전이 필요한 스킬인 듯했다.

그리고 보호 결계 스킬이 파괴되었을 경우에만 특수하게 활성화되는 황폐화처럼.

무결의 벽도 깨졌을 때의 어드밴티지가 존재했다. 다만 그 수준이 상상을 초월했다.

히든 스킬이기 때문일까?

완전무결이 발동되면 3초 동안은 모든 속성 공격에 무적인 셈이었다. 절대 내성이 100%기에.

쉽게 얻기 힘든 특전인 셈이다.

완전무결이 발동되면, 마법계의 헌터에게 들어오는 모든 스킬에는 면역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스킬의 구현은 시전자를 기준으로 왼쪽으로 이루어집니다.

무결의 벽은 시전자의 왼쪽 팔꿈치부터 중지 끝까지의 가로 길이로 만들어지며.

세로 길이는 정수리 중심점에서 발바닥이 있는 위치까지의 길이로 구현됩니다.

필요에 따라 활성화/비활성화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단, 무결의 벽의 방패 그 자체는 상대를 물리적으로 타격할 수 없습니다.】

“이 자세인가? 이렇게 하면 전신을 보호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어진 설명을 확인한 강후가 왼팔을 올려, 올려 막기를 하는 자세를 취했다.

이렇게 하면 전방 공격으로부터 전신 보호가 가능해진다.

왼팔은 무결의 벽을 펼쳐야 해서 쓰기 어렵지만, 어차피 주 손은 오른손이니 크게 상관없다.

게다가 내구도가 사라지기 전까지는 계속 무결의 벽이 유지되는 만큼.

방어 행동이 끝난 다음에는, 쌍단검을 든 상태로 싸우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비활성화하면 되니까.

어지간한 스킬이면 이쯤에서 시전자가 누릴 수 있는 특혜에 대한 설명이 끝났을 터.

하지만 히든 스킬의 위엄인지, 내용이 더 있었다.

【무결의 벽은 내구도가 0이 될 때까지 공격의 대미지는 흡수하지만, 충격을 흡수하진 못합니다.

단, 내구도가 견딜 수 있는 수준을 초과하는 공격을 내구도가 333 이상일 때에 한정해서 반드시 1회는 방어가 가능합니다.】

“오호.”

흥미로운 내용이 두 개 있다.

일단, 예를 들어 누군가가 자신에게 고화력의 저격용 마탄을 쐈다고 가정하자.

그러면 마탄이 자신에게 줄 수 있는 대미지는 펼쳐 놓은 무결의 벽에 막혀 사라진다.

하지만 무결의 벽에 마탄이 충돌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밀쳐내는 힘은 전달된다는 것이다.

이런 그림이라면 아마도 무결의 벽을 펼친 상태에서 몸이 뒤로 쭉 밀리는 상황이 연출될 것이다.

핵심은 뒤의 내용.

내구도가 견딜 수 있는 수준을 초과한다는 건, 말 그대로 무결의 벽이 깨진다는 소리다.

그럴 경우, 여타 방어 스킬처럼 남은 대미지가 고스란히 시전자에게 전해지는 것이 아니라.

무결의 벽이 깨지면서 일단 그 공격 한 번은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뜻이었다.

쉽게 말해 무결의 벽이 있으면, 상대의 일격필살 스킬도 한 번은 반드시 커트가 된다는 얘기다.

물론 내구도가 333 이상이어야 한다는 전제가 있긴 하지만 말이다.

“이게 히든 스킬이 된 이유군.”

강후는 상대의 필살기를 한 번은 ‘무조건’ 무력화할 수 있다는 점을 매우 높게 봤다.

게다가 무결의 벽은 충전형.

다시 충전해서 내구도만 회복해 둘 수 있으면, 또 무력화를 하는 것이 가능하다. 무한 순환이다.

“이 히든 스킬은 오래 숨기기는 힘들겠어.”

적의 최후를 확정하기 위해 사용해 왔던 ‘흑월참/백일참’과는 다르게.

무결의 벽은 일반 전투에서 쓰게 될 일도 많을 듯했다.

평생 솔로 플레이만 은밀히 할 것이 아니면, 무결의 벽은 조만간 알려질 가능성이 클 듯했다.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구데기가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것은 아니니까. 그게 무서워 스킬을 안 쓴다면, 더 미친 짓이다.

“학습.”

바로 스킬북을 찢었다.

사용 방식이야 스킬북을 학습하면 자연스레 머릿속에 숙지될 것이다. 따로 연습할 필요는 없다.

【계승이 진행됩니다.】

【‘무결의 벽’이 활성화되었습니다.】

【히든 스킬 획득자 전원에게 이하 정보를 송신합니다.】

【‘무결의 벽’ 획득.】

【범용 스킬.】

학습은 금방 끝났다.

역시 강후가 예상한 대로, 가장 권장되는 방어 자세는 올려 막기를 하는 형태였다.

그러면 거의 완벽에 가깝게 전방 방어가 가능했다. 벽 뒤에 몸을 숨기면 문제없다.

“암살자 전용 스킬은 아니지만, 내게 가장 필요한 스킬을, 그것도 히든 스킬로 얻었네. 역시…… 행운은 행운이야.”

이제 고속 기동과 고효율의 방어를 동시에 챙길 수 있게 됐다.

암살자에게는 암살 능력이 올라갈수록 반비례할 수밖에 없는 방어 능력.

절대 잡을 수 없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 강후에게는 가능했다. 기연의 힘이었다.

* * *

같은 시각.

“뭐야. 이 히든 스킬은 갑자기 뭔데? 어떤 새끼가 스킬을 먹은 거지? 어?”

콰앙!

히든 스킬 알림을 확인한 빈센트 마이어가 마침 앉아있던 책상을 앞발로 걷어찼다.

다른 헌터가 얻은 히든 스킬은 눈에 불을 켜고 빼앗고 싶어 하는 빈센트.

그래서 지난번에 알게 됐던 암살자 전용 히든 스킬도 끝내 찾지 못해서 아쉬웠던 그였다.

그런데 어디선가 ‘무결의 벽’이라는 히든 스킬을 획득한 헌터가 나타난 것이다.

이름만 봐도, 어떤 용도로 쓰일지는 뻔한 스킬이었다.

지난번의 암살자 스킬은 소유자가 어지간해서는 드러나지 않도록 쓸 테니 찾기가 어려웠지만.

무결의 벽은 생각보다 소유자를 찾는 것이 쉬울 듯했다.

분명 전투 중에 쓸 일이 많을 것이고, 목격자가 늘어나면 세상에 알려질 가능성도 매우 높다.

“이건 나중에 누군지 특정만 되면…… 꼭 빼앗고 만다. 히든 스킬을 제대로 쓸 줄도 모르는 놈들이 운 좋게 얻고 으스대는 꼴, 죽어도 절대 못 보지.”

빈센트의 삐뚤어진 욕심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었다.

옆에서 조용히 차를 마시던 엘리자베스도, 가까운 사이인 빈센트를 한심하게 볼 정도였다.

“그게 그렇게 싫어?”

“어. 세상에 나보다 뛰어난 놈은 없어. 그러니 히든 스킬도 놈들에게는 과분하지.”

“진심 같아서 무섭네.”

“농담 안 해, 나는. 겸손할 줄 모르고, 잘난 맛에 사는 새끼들은 다 죽이는 게 맞아.”

“그러는 너는?”

“난 원래 잘 났고.”

“……됐다. 말을 아낄게.”

“무결의 벽. 무결의 벽. 무결의 벽! 꼭 내가 가지고 말겠어. 누구냐. 딱 걸리기만 해, X발!”

빈센트의 눈빛이 붉게 빛났다.

히든 스킬 알림을 보고 비슷한 생각을 한 것은 비단 빈센트뿐만은 아니었다.

비틀린 욕심을 가진, 히든 스킬을 더 늘리기를 원하는 많은 헌터들이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만큼 꽤 쓸만해 보이는 히든 스킬이 누군가에게 들어갔다. 언젠가는 반드시 들통이 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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