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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다 해 먹는 천재 암살자-243화 (243/304)

243화 노르웨이 (4)

사실 특별한 질문은 아니었다.

굳이 박동재가 아니더라도, 장시환이나 채관형에 대해 궁금해하는 헌터는 많으니까.

네임드에 대해서 호기심이 없는 헌터는 두 가지 부류일 뿐이다.

세상 돌아가는 일에 아예 관심이 없거나, 본인이 네임드이거나. 둘 중에 하나다.

원작자로서 둘에 대해 너무 많이 알고 있는 것이 지금의 강후였다.

하지만 있는 그대로 말해 줄 수는 없는 만큼, 우회할 수 있는 핑계로 말문을 열었다.

“예전에 외부에서 용병을 구할 때, 탐색팀으로 참여해서 먼발치에서 싸우는 걸 볼 기회가 있었지.”

“와, 진짜?”

“응. 장시환은 공간을 다룰 줄 아는 흑마법사야. 공간 능력이 주가 되는 건 아닌데, 그 능력만으로도 호사카 켄지를 앞서지.”

“호사카 켄지가 공간 활용에서는 거의 권위자급 아닌가?”

“흣, 장시환 앞에서는 재롱잔치야.”

강후가 헛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애초에 레벨 500대인 호사카 켄지에 비교해도, 장시환이 레벨 800대로 압도적으로 높다.

“또 다른 건? 영상으로 공개됐던 부분들 말고.”

“흑마법의 경우에 즉발이 많아. 보통은 스킬을 캐스팅하고, 투사체가 날아오는 식의 흐름이지만.”

“바로?”

“어. 어딘가를 손으로 지정하면 불길이 번지고, 공간이 산화하고, 무너지고, 터지는 식이지.”

“……미쳤네.”

“거기에 강령술까지도 장착하고 있다, 이 정도로 얘기를 해 줄 수 있을 것 같네.”

쭉 읊고 나니, 강후가 생각해도 참 까다로운 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반적으로 상대하기 가장 어려운 마법사 타입이다.

게다가 박동재에게는 얘기하지 않았지만, 장시환은 주변 마나 흐름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도 있었다.

그래서 자신에게만 전략적으로 마나를 끌어들여서,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가능했다.

“채관형은 어때?”

걔는 개새끼지, 라는 말로 포문을 열고 싶었지만 어차피 잘 알고 있을 듯해서 넘겼다.

“단거리 이동을 잘하지. 숏 블링크가 수준급이라서 아주 정신없어.”

그런 이유로 기동력이 매우 좋으며, 변수 창출이 상당히 뛰어난 검사다.

게다가 장시환과 호흡을 맞춘 지 오래돼서, 그의 공간 활용 능력과도 찰떡같이 궁합이 맞았다.

“그리고 검사치고는 마법 관련 스킬이 많아. 차라리 ‘마검사’라는 타이틀을 붙여 주는 게, 특성 파악에 혼란이 없을 거야.”

“와…… 형, 엄청 가까이서 자세히 봤나 보네. 정화 길드 영상에서는 그 정도까진 안 보여주잖아?”

“보통 장시환의 공간 능력과 단거리 이동을 연계해서, 공중에서 곡예하는 모습이 많이 나오지.”

“어! 나도 그것만 엄청 봤는데. 마법 스킬을 이것저것 본 게 많다는 거잖아?”

“뭐, 어쩌다 보니?”

강후가 대충 둘러댔다.

디테일하게 들어가면 한도 끝도 없는 것이 두 사람이다. 원작에서 그만큼 공들인 캐릭터기도 하고.

자연스럽게 둘 뿐만 아니라, 남은 열세 개의 별의 구성원에 대한 기억도 떠오른다.

‘하나하나가 전부 강력해. 내가 알고 있는 만큼, 깊이 파고들수록 더 여실히 느낄 정도로.’

어지간해서는 공포감을 느끼지 않는 강후지만, 열세 개의 별에 대해서는 몸의 반응이 달랐다.

마치 학습된 두려움이 있는 것처럼 몸이 움찔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싸우게 된다면 죽음을 각오하고 끝까지 싸울 마음의 각오는 되어 있었다.

그리고 몇몇 놈을 상대로는 최소한 죽지 않을 확신도 있었다.

다만 이기는 것은 글쎄? 실전이 아닌 상상 속에서는 수천 번도 이겨봤지만, 어디까지나 상상이다.

“나는 충분히 형도 그 두 사람 같은 네임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 아니, 사실 이미 좀 됐지?”

“됐다, 헛소리는.”

“모르는구나, 형? 블랙 네트워크에서 형 지분이 요즘 엄청 높아진 거. 내가 다 모니터링하고 있으니 나쁜 소식은 미리 알려줄게. 걱정 마.”

블랙 네트워크도 궁금하기는 하다. 도대체 어떤 대화가 그 안에서 오고 가는 걸까.

원작에서 타카시와 관련해서 그려졌던 ‘타키팸’과 비슷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타키팸은 소규모 친목인 느낌이고 블랙 네트워크는 불특정 다수의 다크 커뮤니티 느낌이다.

그때.

“잠깐.”

이중 던전으로 가는 루트가 있는 지점에 도착한 것을 확인한 강후가 손을 뻗어 박동재를 막았다.

13번 던전에 온 것은 어디까지나 기연 가로채기를 통한 이득을 취하려고 온 것인 만큼.

기존 루트를 갈 필요가 전혀 없었다. 거기에 힘을 쓰는 것은 가치 측면에서 완벽한 낭비다.

“응? 왜?”

딱히 파악되는 몬스터는 없는데 강후가 앞길을 막자, 박동재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내 의문을 걷어내고, 강후의 말이 이어지길 기다렸다.

강후가 이유 없이 행동을 하는 경우는 전혀 없기 때문이다. 0%라고 자신 있게 말해도 무방하다.

“뭔가가 보이는데.”

강후가 능청스럽게 이중 던전으로 향하는 입구가 있는 지점을 가리켰다.

뚫어져라 쳐다본다고 해도, 집중력을 계속 유지하지 못하면 알아볼 수 없는 위치다.

임밸런스 포인트와 비슷한 형태다. 아주 미세한 부분만이 자연의 순리와 다르게 기능하는 곳이다.

이를테면 바람을 따라서 좌우로 산들거려야 할 나뭇잎이 딱 하나만 우좌로 흔들리는 식이다.

인지 자체가 없으면 원래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갈 수 있는 왜곡된 정보가 있는 형태다.

“저 꽃을 봐. 주변의 꽃이나 풀잎들은 바람에 흔들리는데, 정지 화면처럼 움직임이 없잖아.”

“어디?”

박동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강후가 가리킨 곳에 워낙 꽃이 많아서다.

그것도 비슷한 꽃이 많아서 난이도 높은 틀린 그림 찾기를 하는 느낌이었다.

강후가 여전히 파악이 더딘 박동재를 살짝 잡아끌면서 능청스럽게 그를 인도했다.

그리고 확인하고 온 위치에 충분히 가까워지자, 박동재 역시 그 공간의 본질을 바로 알아냈다.

“와! 이거……! 이중 던전 같은 거 아냐? 여기 공간이 엄청 꿀렁거리는데? 통로처럼?”

“그런 듯해.”

모르는 척, 처음 발견하는 척하는 연기가 제법 자연스럽다.

뒤를 돌아보니, 확실히 주요 이동 루트로 온 것이 아니라서 관심을 받기 힘든 장소다.

앞서 여기를 지나갔었을 수많은 헌터들이 왜 이 공간을 놓칠 수밖에 없었는지, 쉽게 짐작이 간다.

뭐, 원작의 주인공 보정일 수도 있겠지.

주인공이 오기 전까지는 수천, 수만 가지 이유로 발견하지 못하는 작가만의 전지적 이유랄까.

어쨌든 장시환과 채관형을 위해서 차려져 있는 밥상의 숟가락에 먼저 손을 댈 참이었다.

“들어가자.”

“이건 안 들어가고 못 배기겠는데?”

강후만큼이나 박동재의 마음이 이미 통로 너머로 가 있었다.

녀석에게 여기를 어떻게 발견했는지, 시시콜콜 설명할 필요는 없어진 것 같다.

강후가 바로 박동재와 함께 안으로 들어섰다. 던전 속 던전, 이중 던전으로의 입장이었다.

환경이 바뀌었다.

이곳에 오기 전까지 던전 풍경이 전반적으로 험준한 산길과 돌이 많은 척박한 환경이었다면.

이중 던전 안은 울창한 숲과 즐비한 나무들이 인상적인 환경이었다. 공기가 정말 좋았다.

“이거 심장이 진정이 안 되네.”

당황, 설렘, 기대, 걱정의 감정이 공존하는 박동재와 달리.

강후는 평온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이질감을 느꼈는지, 박동재가 물었다.

“형은 안 불안해?”

“불안해할 시간에 도움이 될 주변 정보를 좀 더 살펴본다고 해 두지. 불안하지 않은 건 아니고.”

“강심장이네, 형은.”

능청스럽게 불안하지 않음에 대한 이유를 둘러댄 강후가 속으로 웃었다.

원작의 기억이 있다는 게 얼마나 자신에게 큰 장점이자 특징이 되는지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이동 루트 선택은 간단하다.

이동하는 내내, 선택을 강제하는 것처럼 꾸준히 갈림길이 나오게 되는데.

그중에서 가장 수상하고 뭔가가 있을 듯한 냄새를 대놓고 풍기는 루트만 선택해서 가면 된다.

즉, 안전해 보이는 루트는 전부 위험한 루트다. 생각을 완전히 비틀어야 하는 것이다.

“일단 정찰병은 확실히 있으니, 걱정하지 마.”

키에에엑!

강후가 곧바로 타락귀를 소환했다.

녀석이 수집해 온 정보라고 둘러대면, 확률 100%로 옳은 길만 선택하는 이유도 어느 정도 보강되겠지.

강후가 발걸음을 재촉했다.

누가 던전에 들어올 리는 없겠지만, 한시라도 빨리 기연을 얻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 * *

그로부터 1시간 후.

총 열 번의 선택을 통해 안전하게 내부 이동을 마친 강후와 박동재가 몬스터를 마주하고 있었다.

중간에 다른 잡 몬스터를 상대한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바로 미들 보스 몬스터가 나온 것이다.

이름은 오다프.

수식어로 ‘타락한 나무 정령’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었는데,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현재 강후가 박동재가 밟고 있는 지면 위의 굵은 뿌리부터 시작해서.

주변에 보이는 모든 나무가 오다프의 영향권 안에 있었다.

그중 일부는 오다프의 몸이기도 하고, 또 일부는 오다프의 명령만을 받드는 충실한 종이었다.

【오다프 – 타락한 나무 정령】

【제거 시, 레벨 5를 확정적으로 올릴 수 있습니다.】

“보상이 미쳤는데?”

오다프와 관련해서 특수하게 활성화된 안내창을 본 박동재의 입이 떡 벌어졌다.

레벨이 높을수록 수혜의 체감이 훨씬 큰 특혜지만, 지금 얻었다고 해서 손해를 보는 건 아니다.

원작의 기억에서 박동재를 안전하게 지킬 방법을 찾아낸 강후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동재야.”

“응.”

“내가 나무에 단검을 하나 꽂을 거야. 그 나무에서 절대 나오지 말고, 버프 지원만 해 줘.”

“어느 나무?”

“여기.”

쉬이이익! 팍!

강후가 전광비도로 날린 5등급 단검, ‘창공의 환희’가 한 나무의 기둥 중심에 제대로 박혔다.

오다프의 ‘착한 자아’가 기능하는 유일한 나무. 지금의 모습으로 타락하기 전의 순수함이 남아 있는 몸뚱이인 셈이다.

박동재가 잽싸게 이동했다.

왜? 어떻게 알았어? 같은 질문은 생략했다. 강후에 대한 신뢰로 충분히 스킵할 수 있는 질문이다.

“간다.”

박동재가 안전하게 착한 자아의 나무에 둘러싸이듯, 안착한 것을 확인한 강후가 움직였다.

불청객의 존재를 인지한 오다프가 바로 여러 나무를 흔들어가며, 강후를 노리기 시작했다.

쿠구구구! 쿠웅!

과연 여기저기서 정지된 상태로 있는 듯했던 나무줄기들이 뻗어져 나오며 매섭게 날아들었다.

줄기 하나하나가 굵고 빠른 것은 두말할 것도 없고, 끝이 날카롭게 다듬어져 있는 것도 많았다.

자칫 실수로라도 한 번 꿰이게 되면, 온몸에 나무줄기가 연달아 꽂히기 딱 좋은 상황이었다.

수많은 나무줄기가 들썩이는 와중에도 강후가 박동재에게 안내해 준 나무줄기만큼은 멀쩡했다.

마치 악으로 깡으로 버티는 것처럼, 나무줄기 스스로 외력에 버텨내는 것이 느껴졌다.

박동재가 강후에게 버프를 갱신해 주는 한편, 혼란의 와중에 평화로운 여기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미래시……인가?”

이중 던전은 자신은 말할 것도 없고, 강후도 처음 와봤을 수밖에 없는 공간이다.

그런데 어떻게 이 나무를 활용하는 안전 도피처를 알고 있는 걸까?

오기 전에 이미 공략법을 알고 있었던 것 같은 느낌!

‘미래시’라는 단어가 아니면, 절대 설명할 수 없는 그림이 펼쳐지고 있었다. 등골이 오싹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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