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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다 해 먹는 천재 암살자-217화 (217/304)

217화 북한 (3)

기공강벽 너머의 상황을 모르는 징벌자가 오른손에 기공탄을 힘껏 응축하고는.

조용한 벽 너머로 기공탄을 날려 보낼 준비를 마쳤다.

서로 조심하는 만큼, 강후가 공격을 준비하기보다는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설령 공격을 준비하고 있더라도 암살자는 접근하지 않으면 안 되니, 선공은 자기 몫이라 여겼다.

하지만.

쿠아아아!

“……?”

들려오는 굉음에 징벌자의 얼굴에 물음표가 찍혔다. 이런 소리가 들릴 일이 있…….

까치잉!

뎅겅!

……었다.

성난 황소처럼 날아온 백일참은 순식간에 기공강벽과 징벌자를 날려 버렸다.

벽은 유리창처럼 산산이 부서졌고, 그 뒤에 있던 징벌자는 순식간에 목 없는 귀신이 됐다.

얼마나 갑작스럽게 목숨을 잃었으면, 두 눈을 감을 새도 없이 죽었다.

“윽.”

징벌자의 죽음을 확인한 강후가 그제야 지끈거리는 이마를 움켜쥐며 신음을 토했다.

다른 수단에 의지하지 않고, 순수하게 마력을 한계치까지 응축해 날렸더니 두통의 압박이 있었다.

“그래도 한 번으로 끝냈으니 됐지. 매번 느끼지만 성능은 확실하니까.”

백일참과 흑월참이 히든 스킬이라고 불리는 이유가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숙련도와 구성에 맞게 최대 화력에 어느 정도 제한이 있는 일반 스킬과 달리.

히든 스킬은 투자한 인풋만큼 확실한 아웃풋을 만들어 낸다. 강할수록 더 세지는 식이다.

이것이 변수가 된다.

상대의 강함을 예측할 수 없다면, 히든 스킬의 위력 역시 예측할 수 없는 영역으로 가니까.

그렇게 징벌자가 죽고.

강후는 여유롭게 매드 솔라키움 꽃 3개를 채집했다. 현장에서 손질까지 마치니, 총 15개.

게다가 매드 솔라키움 꽃과 같이 있던 솔라키움도 채집해서 추가로 손질했다.

매드 솔라키움 15개.

솔라키움 20개.

이곳에 온 두 가지 목적 중, 솔라키움 확보는 어느 정도 끝난 그림이 됐다.

매드 솔라키움을 다섯 개 정도 더 채웠으면 하는 욕심이 조금 있기도 했지만.

포인트가 너무 북쪽에 있는 만큼, 여기서 단념하기로 했다.

오늘이 꼭 아니더라도 구할 날은 많고, K가 다른 루트로 구해 올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여차하면 문형서나 황보혜가 나서서 구할 수도 있는 만큼, 무리하지는 않기로 했다.

‘이제 무리 여왕을 찾자.’

다음 목표 갱신.

랜덤 스킬북의 봉인 해제 재료인 무리 여왕의 심장이 타깃이다.

교잡종의 존재는 확인했으니까, 분명 무리 여왕이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이제 그녀를 찾을 차례다.

* * *

그 무렵.

공유석과 고주희는 장시환에게 강후에 대한 보고서를 올리고 있었다.

최종 결정권자인 장시환이 굳이 찾아보는 수고를 하지 않도록, 자료를 꼼꼼히 정리해 인계하는 것.

인재 훈련과 영입을 담당하는 두 사람의 역할이었다.

두 사람에게는 강후가 신속하게 영입을 서둘러야 할 인재고, 관심 1순위였지만.

장시환에게는 의미가 달랐다.

두 사람이 볼 때, 장시환은 정말 바쁜 사람이었다.

그는 지금 이 순간에도 충분히 많은 일에 시달리고 있고, 해야 할 일이 많았다.

게다가 외부에 공개할 수 없다는, 개인적인 문제도 생기는 바람에 훈련 시간도 예전에 비해서 대폭 늘린 상태였다.

암흑기를 다루는 능력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이다.

그전까지 문제없이 다루던 능력에 생긴 결함.

이런 일이 흔치는 않다. 갑자기 능력을 잃는 일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어쨌든 그런 이유로 장시환은 우선순위로 두어야 할 문제가 많았다.

그래서 공유석과 고주희만큼 강후에 대해서 관심이 폭발적이지는 않았다.

눈높이의 차이일 수도 있었다.

레벨 800을 진즉에 넘긴 장시환의 눈에 강후는 ‘조금 특별한’ 암살자 정도일 뿐이니까.

암살자가 강후 한 명만 있는 것도 아니고, 다른 나라에도 그만한 실력자는 있다고 생각했다.

서류 내용을 꼼꼼히 훑은 장시환이 공유석과 고주희를 번갈아 쳐다보며 말했다.

“이클립스와 관련해 갈등 이슈가 계속 있고, 이번에 켄지와 유우지와 싸우기도 했네요? 거기에 자신을 죽이러 온 헌터 한 명과 토우시 길드원을 죽이기도 했고?”

고주희가 먼저 답했다.

“그렇습니다. 비공식 루트로 얻은 정보에 따르면 오쇼 용병단의 몰락에도 기여한 모양입니다.”

그 순간, 장시환의 눈빛이 살짝 이채를 띠었다가 사라졌다.

“오쇼 용병단이…… 어디였죠?”

“강원도 쪽에서 활동하던 인신매매 조직입니다.”

“아, 그렇군요. 그랬지.”

장시환이 떨떠름한 표정을 짓긴 했지만, 둘은 그의 표정에 딱히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았다.

“다른 것보다 심판의 지옥 공략에 탐색팀으로 참여한 것으로 봐선, 우리 정화 길드에 어느 정도 좋은 감정도 있는 듯합니다.”

“이클립스와 칼부림도 내고, 일본에서 여럿 손에 피를 묻힌 것 보면 일반적인 행보는 아닌데 말이죠. 그렇죠?”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심판의 지옥 공략에 참여했고, 공략팀이 아니라 탐색팀으로 참여했다……. 굳이?”

장시환이 한쪽 눈을 찡그렸다.

공유석과 고주희가 의문스럽게 생각하는 방향과는 다른 곳을 떠올리는 눈이다.

바로 히든 스킬 건.

당시 심판의 지옥에서는 분명히 암살자에 관련된 히든 스킬이 나왔었다.

빈센트도 그것에 관심을 가지고, 자기가 히든 스킬을 뺏겠답시고 한국에 왔었다.

물론 당시에 강후 말고도 공략팀이 아닌 탐색팀에 지원했던 암살자는 많았다.

유청화의 소개로 신투 길드에서 용병으로 온 암살자 헌터도 열 명은 족히 됐으니까.

그들도 견문을 쌓는답시고 탐색팀에 지원했기에 용의선상에 강후를 올린다면, 그들도 둬야 했다.

그전에 빈센트에게 의심 대상이었던 길드의 암살자 유망주, 신희성을 죽이도록 했던 기억도 난다.

당연히 헛발. 어쨌든 아직 히든 스킬의 소유자가 밝혀지지는 않은 셈이다.

공유석이 화제를 돌렸다.

“사실 국내 건 보다는 일본에서의 활동이 눈부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리코우 길드의 대우도 상당히 좋고요.”

“일단 우리 너무 과열해서 움직이지는 말죠. 그럼 저런 녀석들은 콧대가 일찍 올라가 버려요.”

“어떻게 할까요?”

“내가 보기에 신강후라는 헌터는 보여 주고 싶은 것보다 숨기고 싶은 게 많은 사람이에요.”

“그 말씀은…….”

“투 트랙으로 가세요. 두 분이 직접 접촉은 해 보되, 별도로 눈을 좀 붙이는 걸로.”

“그럼 이예린 님을 통해서 자리를 마련해 볼까요?”

“그게 좋겠죠. 이예린 씨는 저와 우리 길드에 우호적이니까요. 그 루트로 갑시다.”

장시환이 결정을 내렸다.

동시에 또 한 가지 은밀한 지시를 추가했다.

“그리고 말이에요. 전에 심판의 지옥 공략에 참여한 신투 길드의 암살자 헌터들, 목록 있죠?”

“예, 있습니다.”

“전부 조사하세요. 예산은 얼마든 상관없으니, 전부 행적을 조사해서 직접 보고하세요.”

“알겠습니다.”

신투 길드의 암살자 열 명.

그리고 강후.

이렇게 열 한 명 중에 분명 히든 스킬의 소유자가 있다.

그리고 만약, 강후가 히든 스킬의 소유자라면…… 그는 꼭 곁에 두고 싶은 인재가 될 듯했다.

전 세계에 77개밖에 존재하지 않는 스킬.

그 스킬의 선택을 받은 것만으로도 잠재력과 미래 가치는 충분하다는 뜻이기에.

* * *

시간이 흘러 정오를 막 앞둔 시간이 되었을 때.

강후는 정확하게 지명을 특정할 수는 없지만, 어떤 한 마을에 들어가 있었다.

왜냐면 마을 전체가 온통 교잡종 천국이었기 때문이다.

좀비처럼 거리를 배회하고 있는 모든 존재가 교잡종이었다.

그렇다면 가까운 곳에 무리 여왕이 있을 것이라는 게 강후의 계산이었다.

강후는 은신으로 몸을 숨긴 채, 조용히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기계처럼 정해진 구간만 왔다 갔다를 반복하는 교잡종들.

주변에 따로 시체나 뼈는 보이지 않는다.

물론 그것이 죽은 자가 없음을 의미하진 않는다. 교잡종은 아무렇지 않게 ‘식인’도 하니까.

뼈를 씹어먹기도 하는 만큼, 흔적이 아예 지워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었다.

그때.

‘멈췄어.’

교잡종 무리 전체가 마치 얼어붙기라도 한 것처럼, 제자리에서 일제히 멈춰 섰다.

흡사 지도자를 마주 보는 북한 군인의 모습을 보는 느낌이랄까?

교잡종 주제에 절도가 있었다. 심지어 각 있게 고개를 돌리는 모습까지 정말 가관이었다.

이 정도 통제를 일괄적으로 할 수 있는 존재는 하나뿐이다. 바로 무리 여왕.

‘역시.’

마을 우측면에 있는 입구로 들어오는 여성……의 모습을 한 몬스터가 보인다.

알몸이지만, 피부 전체가 말벌의 몸 색깔처럼 노랗고 검게 물들어 있다.

마치 키가 2m쯤 되는 여자에게 말벌의 몸 색깔을 카피한 전신 타이즈를 입힌 느낌이었다.

사람의 모습과 차이점이 있다면, 양손이 날카로운 가시처럼 다듬어져 있다는 것?

무리 여왕은 원작에서는 이름만 언급이 됐지, 외형이 디테일하게 묘사된 적은 없었다.

결국은 이것도 무의식의 영역인데, 머릿속에 막연히 떠올렸던 이미지보다 훨씬 위협적이었다.

그때.

‘……음?’

강후의 예상에 없던 그림 하나가 추가됐다.

무리 여왕이 들어온 마을 우측면이 아닌, 좌측면 입구로 한 무리의 무장 트럭이 도착한 것이다.

거리가 멀어서 그들의 대화까지 들을 순 없었지만, 인상착의는 분명 동양인의 것이 아니었다.

‘까쉬마르 길드?’

가능한 그림이다.

본거지는 바닷가에 두고 있다고 하더라도, 내륙에 들어오는 건 이동 수단이 있으면 되니까.

트럭에서 내린 헌터들은 특수하게 개조된 총을 이용해 약한 교잡종을 포획했다.

헌터들은 무리 여왕이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하는지, 어린아이가 변한 형태의 교잡종 위주로 생포에 들어갔다.

죽이지 않는 것을 보면, 연구나 전략적 목적이 따로 있는 듯했다.

일촉즉발의 상황!

아니나 다를까.

수상한 느낌을 감지한 무리 여왕이 갑자기 크게 분노하더니, 좌측면 입구로 질주했다.

‘강화형인가?’

지면을 박차고 달려가는 속도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빨랐다.

강후가 최대 가속 상태에서 달리는 것보다 훨씬 더 빠를 정도였다.

왜 날개를 쓰지 않는지는 의문이었지만, 지금 봐선 날아가는 것보다 뛰는 게 빨라 보였다.

그리고.

이내 분노한 무리 여왕에게 휘말린 헌터들이 줄줄이 죽어 나가기 시작했다.

교전이랄 것도 없었다.

무리 여왕이 지나가면서 날카로운 팔을 휘두를 때마다, 두부 썰리듯 몸이 잘려 나갔으니까.

본의 아니게 시청자가 된 강후의 입장에선 무리 여왕의 공격 패턴을 눈에 담을 수 있는 기회.

하지만 현장의 녀석들에게는 지옥 그 자체였다.

‘수준이 너무 낮은데.’

위험 지역까지 들어온 헌터라고 하기에는 실력이 부족하다.

물론 자신의 눈이 높아 그런 걸 수도 있지만, 기본적인 대응 능력이 부족해 보였다.

그때, 그나마 제대로 반응한 헌터 하나가 무리 여왕의 뒤에서 그녀의 등에 대검을 꽂았다.

방금 일격을 당했지만, 목숨이 붙어 있었던 검사 헌터 하나가 동귀어진한 것이다.

스윽!

강후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언제 나서는 타이밍을 잡아볼까 했는데, 무리 여왕이 부상을 입은 지금이 적절할 듯했다.

저기 죽은 헌터가 누구고, 어디 소속이었는지는 알 바 아니다.

이 땅에서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헌터면, 100% 범죄와 연관된 놈들이니까. 정상은 아니다.

승리와 패배.

삶과 죽음.

양분된 선택지밖에 없는 전장에서 의미 있는 것은 결과뿐이다. 과정은 신경 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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