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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다 해 먹는 천재 암살자-211화 (211/304)

211화 복귀 준비 (1)

콰앙!

이어진 기공포 발사.

고통스러운 와중에 겨우 짜낸 기공포는 강후를 제대로 노리지 못했다.

신속 회피를 활용해 살짝 옆으로 피한 것만으로 기공포는 강후를 건드리지도 못하고 날아갔다.

그 순간.

크드드득!

뤼게의 몸이 분열을 시작했다.

녀석의 전형적인 패턴이다.

위기에 몰리거나, 체력의 회복이 필요해지면 곧바로 몸을 나눠 기회를 도모하는 것이다.

과정은 단순해서 말 그대로 몸이 반으로 쭉 찢어지면서, 두 개로 나뉘는 형태였다.

마치 밀가루 반죽을 똑같이 반으로 쪼개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보는 입장에서는 위화감이 들기도 할 정도였다.

“지금!”

강후가 소리쳤다.

출혈 50 중첩은 진즉에 쌓았고, 그럼 어떤 녀석이 진짜인지 아는 것은 식은 죽 먹기보다 쉬운 일.

강후는 분열하는 순간부터 이미 드러난 진짜 뤼게에게 처세술로 카피한 기공포를 날렸다.

출혈이 최대로 중첩된 상태에서 분열한 진짜 뤼게는 붉은빛이 나기 때문에 모를 수가 없었다.

그다음.

기공포의 명중 유무와 관계없이, 곧바로 백일참 차징에 들어갔다.

그간 망령형 몬스터를 사냥하느라 흑월참만 써 왔지만, 사용하기 편한 것은 백일참이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회복에 여러 가지 제약이 있는 암흑기보다야 마력을 활용하는 것이 낫기에.

고오오오…….

단검 끝에 마력의 힘이 폭발적으로 뭉치며, 날카로운 모양으로 다듬어지기 시작한다.

그러는 동안 에토가 진짜 뤼게에게 들이박았고, 미유키 역시 화염창을 쉴 새 없이 꽂아 넣었다.

안영호의 가세는 덤. 슬슬 감이 오는지, 치유 스킬을 활용해 뤼게를 괴롭히는 모습이었다.

철저하게 가짜는 무시됐고, 그 바람에 뤼게는 분열을 대가로 대미지가 기하급수적으로 누적됐다.

백일참과 흑월참의 유일한 단점은 차징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

하지만 뤼게는 세 헌터의 공격을 받아내느라, 강후에게 신경을 쓰지 못했다.

그리고, 결국.

샤아아아!

은빛 섬광을 뿜어내면서 날아간 백일참이 뤼게의 등판 한가운데에 제대로 꽂혔다.

“커허억!”

뤼게가 피를 토했다.

동시에 등을 정통으로 타격한 백일참이 날카롭게 다듬어진 모양 그대로 상처를 냈다.

보스 몬스터 특유의 맷집 때문에 관통하진 않았지만, 등의 살점이 걸레짝이 될 만큼 위력은 컸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백일참의 섬광 효과까지 터지면서 순간적으로 뤼게의 눈까지 멀어버렸다.

‘암흑기는 아직 세이브.’

백일참을 한 차례 썼으니 마력 회복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나, 암흑기의 양은 충분했다.

즉, 흑월참을 언제든 쓸 수 있었다. 히든 스킬을 연이어 두 차례나 쓸 수 있는 셈.

“크아아아!”

뤼게가 분노했다.

분열로 회복을 도모하다가, 역으로 크게 당해서 체력이 말도 안 되는 수준까지 떨어졌다.

전투가 시작될 무렵은 인간 암살자가 가장 형편없다고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 가장 껄끄러웠다.

그새 강후가 분신술로 분신 하나를 보내서 앞에서 깔짝여대자, 가뜩이나 뒤틀렸던 심기가 대단히 불편해졌다.

“흐으으!”

열이 뻗칠 대로 뻗친 뤼게가 신경질적으로 강후의 분신을 쳐내고는 돌진하기 시작했다.

그 순간 뒤에서 미유키의 화염창 몇 개가 꽂혔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대장은 저 암살자다.

쿠구구구!

지축이 흔들릴 만큼, 육중한 거구가 강후에게 돌진했다.

꽤 위협적인 상황이라 피할 법도 하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강후는 가만히 있는 모습.

뤼게가 위화감이 느껴지는 강후의 대응에 살짝 몸을 멈칫하려던 그때.

스르륵!

보이지 않은 실 같은 것이 허리를 따라서 감기는 느낌이 들었다.

움직임을 억제하진 않지만, 뭔가가 허리띠처럼 한 번 휘감은 그런 느낌이었다.

이어지는 왜곡 발동!

그때부터 뤼게는 직감했다. 자신이 함정에 제대로 빠졌다는 것을.

왜곡의 선이 접촉한 모든 면에서 왜곡을 일으키면서, 허리와 복부를 갈아버리기 시작했다.

마치 띠를 만들어 두른 실톱에 몸이 계속 갈리는 느낌! 매우 고통스러웠다.

푸슈슈슈!

피 분수가 사방으로 튀었다.

당사자인 뤼게도, 지켜보던 미유키 일행도 놀랐다. 영문을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파팟. 파팟!

그 사이, 강후는 그림자 걸음으로 접근해서 가볍게 출혈 유지만 하고는 다시 원래 자리로 빠졌다.

“크어어어!”

참을 수 없는 고통에 뤼게가 신경질적으로 허리에 감긴 왜곡의 사선을 걷어내기 시작했다.

전형적인 패턴이다.

고통을 감당할 자신이 없기에, 그 시발점이 된 요소를 어떻게든 제거하려고 하는 것.

강후가 왜곡의 사선을 어떤 이유로 쓰는지 헤아리지 못한, 흔한 몬스터의 실수다.

뤼게가 자신의 몸을 신경 쓰는 동안, 강후의 흑월참은 최대치로 차징을 끝냈다.

그리고 뤼게가 기어이 완력으로 왜곡의 선을 뜯어내고, 급한 불을 막 껐을 때.

퍼서석!

쏜살같이 날아온 흑월참이 이번에는 뤼게의 가슴 정면을 강타했다.

푸확!

피가 앞뒤로 튀었다.

가슴 앞으로 튄 피는 흑월참에 당하면서 생긴 상처로 인한 큰 출혈이었고.

등 뒤로 튄 피는 아까 난 상처에 엄청난 압력이 가해지면서 벌어진 또 한 번의 상처였다.

“커헉…….”

강인한 투사의 이미지였던 뤼게의 입에서 바람 빠지는 신음이 터져 나왔다.

그런 와중에도 회복의 기회를 봐야겠다고 생각했는지, 순식간에 다시 분열에 들어가는 모습.

하지만.

그것이 강후가 노렸던 기회이자 뤼게의 치명적인 패착이었다.

분열하는 순간은 그 어느 때보다도 육체가 가장 약해지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짧은 시간이라고 할지라도 약점이 되는 건 분명했고, 강후는 때를 놓치지 않았다.

탁!

손가락을 튕기는 청명한 소리.

동시에 혈화가 발동됐고, 몸이 분열 페이즈로 들어가던 뤼게의 몸 전체에서 대폭발이 일어났다.

‘피의 꽃’의 양분이 될 피는 충분하다 못해, 차고 넘쳤기에 폭발의 규모도 엄청났다.

뤼게의 모든 것이 무너졌다.

혈화가 터지면서 분열도 실패로 돌아갔고, 폭발의 피해 역시 고스란히 2배로 입었다.

좀처럼 공략당하지 않는 분열의 순간이 하필이면 혈화에 걸린 것이 최악이었다.

원래대로 돌아온 뤼게의 몸뚱이는 이게 살아있는 생물이 맞나 싶을 정도로 넝마가 되어 있었다.

등, 허리, 가슴, 배의 살점과 근육이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너덜거렸다.

“쿠헥! 쿠헤엑!”

연신 뤼게가 토해내는 피에는 단순히 피만 있지 않았다. 몸에서 나올 수 있는 모든 것이 있었다.

한편, 방금 만들어낸 거대 화염창을 던지려던 미유키는.

“…….”

이미 끝난 듯한 상황을 보고는 화염창을 든 채로 멈췄다. 더 힘을 쓸 필요도 없을 것 같아서다.

아니나 다를까.

어느새 뤼게의 정면으로 쇄도해 들어온 강후가 반쯤 무릎을 꿇은 뤼게의 머리 위로 도약한 뒤.

푸우욱!

정수리 한가운데에 대참수를 꽂아버렸다. 숨통을 끊기에는 딱 좋은 일격이었다.

“……이걸 이렇게 잡네요.”

계속 탱킹을 하면서 강후의 대응을 시작부터 끝까지 지켜본 에토가 감탄했다.

설계라는 게 이런 것일까?

뤼게의 죽음으로 끝난 ‘엔딩’을 보면 마치 강후가 짜놓은 하나의 무대를 보는 느낌이었다.

피와 살점이 튀는 난타전을 벌인 것이 아니었다.

강후는 철저하게 팀원들을 활용하면서 뤼게를 죽음으로 몰고 갈 수 있는 밑그림을 그렸다.

그 밑그림 속에서 뤼게는 이탈하지 않았고, 결국 자신의 죽음을 향해 달려가 버렸다.

강후를 향한 고속 질주가 관뚜껑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는 급행열차일 줄은 꿈에도 몰랐겠지.

“출혈 유지만 부탁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미유키가 더 이상 의미 없어진 화염창을 거두며, 경외가 담긴 시선으로 강후를 보았다.

강후를 적으로 만나면 이길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새삼 떠오르면서 각인되는 순간이었다.

눈으로 본 강후의 스킬 연계는 통일성, 획일성이 전혀 없었다.

부정적인 뜻이 아니다. 한 마디로 예측이 안 된다는 뜻이니까.

출혈 유지만 해 달라며 신신당부했던 브리핑이 부끄러워질 정도였다.

이쯤이면 혼자 다 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지분을 나눈다면야 에토와 미유키, 안영호에게도 약간의 지분은 돌아가겠지만.

글쎄, 과연 셋의 지분 가지고만 뤼게를 죽일 수 있었을까?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었을 터다.

“이제 왜 제가 형님 얘기를 하면 칭찬만 하는지 아시겠죠? 이렇습니다, 저 형님이랑 같이 던전을 가면요…….”

안영호가 뿌듯하게 웃었다.

한국에서 자신의 목숨을 구해 준 은인으로서 시작하게 된 강후와의 인연.

다시 생각해도 끔찍한 정화 길드와의 악연이지만, 지금은 그 악연이 오히려 고마웠다.

신강후라는 사람을 알 수 있게 해 줬으니까.

그리고 안영호는 확신했다.

강후는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헌터라고. 더 높이 비상할 것이 분명한 헌터라고 말이다.

* * *

‘각신환을 안 먹고 끝냈네. 보이지 않는 이득인가?’

강후가 병 안에 잘 들어있는 열 개의 각신환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쓰게 되면 써야지 하고 늘 가슴 속에 품고 있는데, 아직까지 입에 털어 넣은 적은 없다.

뤼게가 죽으면서 레벨이 한 번에 3이나 올랐다. 그래서 현재 레벨은 232.

생각보다 많이 올랐다.

아마 그동안 공략이 한 번도 된 적 없는 보스 몬스터인 탓에 경험치를 제대로 퍼준 모양이다.

드디어 획득의 시간이 왔다.

보스 몬스터에게 나온 것은 모두 갖기로 합의가 이미 된 만큼, 나온 모든 것이 강후의 소유다.

시선이 가장 먼저 향한 것은 뤼게의 죽음으로 활성화된 스킬 강탈이었다.

자아 분열.

기공포.

야바위 상자.

이렇게 세 가지가 활성화됐다.

자아 분열은 앞서 본 것처럼 몸의 분열을 유도하는 스킬인데…… 강후에게는 전혀 필요가 없었다.

분신술이라는, 훨씬 상위 호환의 스킬이 있기 때문이다. 진짜로 몸을 찢을 필요도 없다.

그리고 야바위 상자의 경우, 임의성이 너무 짙었다.

어떤 스킬인가 하면, 야바위 상자 스킬로 상자를 열면 랜덤하게 버프, 디버프가 생기는 것이다.

이를테면.

앞서 죽은 뤼게처럼 대미지가 5배 회복으로 바뀌지만, 반대로 대미지가 2배 증폭될 수도 있었다.

목숨 걸고 장난치려는 것이 아님에야, 이런 장난기 짙은 스킬에 기회를 날리고 싶진 않았다.

그래서 기공포를 선택했다.

스킬을 가지는 것만으로도 유사 기공수의 역할을 할 수 있게 되는 스킬이다.

【기공포】

【스킬 숙련도 : Lv. Max】

【마력을 활용해 주변 기운을 응축시켜 전방으로 강력하게 방출하는 스킬입니다.

화력은 응축시킨 기운과 사용한 마력에 비례하며, 별도의 집중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살짝 스킬을 사용해 보니, 스킬을 발동한 것만으로도 자연스럽게 한쪽 손에 기운이 응축됐다.

마치 무협 영화에서 장풍을 쏠 때의 느낌이었다. 알아서 주변 기운이 모여들고, 언제든 날아갈 때를 기다리는 느낌.

전투 시에 변수 창출에 많은 도움이 될 듯했다. 암살자와는 전혀 결이 다른 스킬이니까.

한데 바로 그때.

스킬 강탈을 마무리하고 시선을 돌리던 강후를 확 잡아끄는 내용이 있었다.

뤼게에게 마정석이나 아이템 드롭이 없어서 아쉽던 찰나, 별도로 활성화된 보상이 있었던 것이다.

【스킬 강화(1회)】

바로 스킬 강화였다!

최대 숙련도를 달성하면, 어떤 스킬이든 궁극기로 진화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회 말이다.

요 근래 뜸했던, 가장 귀한 보상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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