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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다 해 먹는 천재 암살자-204화 (204/304)

204화 변화 (4)

【둘째. 암흑기를 제공하는 몬스터의 경우에는 별도로 작은 숫자 표시가 머리 위에 활성화됩니다.】

‘이러면 암흑기를 가진 몬스터만 노리는 핀셋 파밍이 가능해지는 그림이네.’

타깃을 잡는 사냥이 가능하다.

미리 암흑기라는 보상이 있는지 없는지를 판단할 수 있기에 성장에 더욱 힘을 실어줄 수 있다.

물론 암흑기를 보유한 몬스터는 그라운드 제로나 북한 같은 위험 지역에서만 등장한다.

그래서 암흑기 보유 여부를 아는 것과 무관하게 사냥의 난이도가 높은 것이 사실.

하지만 헛수고가 되지 않을 수 있게 하는 것만으로도 매우 유용한 특전이었다.

【셋째. 암흑 성소에 자신의 스킬 하나를 맡기고, 암흑기 스킬 하나를 ‘빌려’ 쓸 수 있습니다.】

“이게…… 핵심이네.”

강후의 눈빛이 번뜩였다.

스킬 하나를 맡긴다는 것은 조건부 봉인을 의미하는 것일 터.

빌린다는 표현이 있긴 해도, 결국 빌린 기간 동안에는 내 스킬처럼 쓸 수 있다는 뜻이다.

안 쓰는 스킬을 주고, 자주 쓸 만한 스킬을 받아 오면 되는 것이다. 그것도 암흑기 스킬로.

강후는 우선 자신에게 가장 쓸모없는 스킬을 암흑 성소에 맡겼다.

【괴식】

【스킬 숙련도 : Lv. Max】

【상한 것도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만드는 스킬입니다.】

예전에 황금 고블린의 광산 던전에서 고블린 미들 보스에게 얻은 스킬이다.

지금까지 한 번도 쓴 적 없고, 아무리 생각해도 앞으로 쓸 일이 없는 스킬.

미련 없이 맡겼다. 없어져도 타격이 아주 조금도 없는 스킬이다.

그러자 대여 가능한 암흑 성소의 스킬 목록이 출력됐다.

암흑 성소라는 단어가 생소하지는 않았다.

이미 성좌 중에 암흑 성소의 수호신이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 해결사를 죽이고 강탈한 성좌다.

아마 거기에서 스킬을 가져오는 모양인데, 대재앙 – 어둠의 힘도 같이 닿아 있는 듯했다.

오랜 고민이 이어졌다.

암흑기를 활용하는 스킬이라는 것은 그만큼 파괴적이고 가치가 높은 스킬임을 의미한다.

충동적으로 선택해선 안 됐다.

특히나 현재 제한적인 암흑기의 스킬 활용을 생각하면 더더욱, 숙고가 필요하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욕조에 담긴 물에 살짝 한기가 돌기 시작할 즈음, 강후가 고민을 끝내고 스킬을 선택했다.

【(잿빛) 가시 지옥】

【스킬 숙련도 : Lv. Max】

【암흑기를 활용해서 지면에 암흑기의 띠를 만들고.

그 띠를 따라서 날카로운 암흑 가시가 지면에서 솟구치도록 유도합니다.

정교한 컨트롤과 통제가 수반되지 않으면, 엉뚱한 곳으로 가시가 솟거나 무너질 수 있습니다.】

스킬 네이밍에 괄호가 붙은 것을 보니, 보통은 약칭인 ‘가시 지옥’으로 표기되는 모양.

스킬 학습과 동시에 어떻게 가시 지옥을 발현할 수 있을지에 대한 정보는 주입됐다.

하지만 스킬 툴팁에서 말한 정교한 컨트롤과 통제는 훈련의 영역인 듯했다. 쉽지 않을 것이다.

“이걸로 빌려 가겠습니다.”

강후가 결정을 굳혔다.

먹어서는 안 되는 상한 음식을 맛있게 먹게 하는 괴상한 스킬을 주고 받아 오는 대가로는 최고다.

아울러 전투에서도 변수 창출용으로 쓸 구석이 많아 보였다.

계열로 보면 흑마법사나 주술사 쪽에 결이 닿아 있는, 그래서 암살자에게선 떠올리기 힘든 스킬.

가시 지옥이 그렇게 강후의 스킬이 됐다.

해야 할 일이 확 늘었다.

가시 지옥의 숙련도를 높이는 작업도 해야 하고, 쌍 단검 훈련도 열심히 해야 한다.

게다가 임밸런스 포인트의 건도 남아 있으니 삿포로에도 다녀와야 한다.

아까 후미야로부터 연락을 받은 상태이기도 했다.

준비가 다 되었다는 것이다. 강후는 다녀오기만 하면 된다고 했다.

다만 던전의 세부 정보를 보니, 솔로 클리어는 불가능한 곳. 그래서 경험치만 채우고 오기로 했다.

* * *

그날 이후.

훈련 삼매경에 빠진 강후는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쌍 단검술과 가시 지옥 수련에 모든 시간을 투자했고.

중간에 일정을 맞춰서 삿포로의 그늘 던전에 있는 임밸런스 포인트에도 다녀왔다.

레벨은 대폭 올라 225가 됐다.

다른 헌터에게는 짧아도 2개월 이상 걸리는 레벨업의 여정이 강후에게는 하루면 충분했다.

홀로 이득 본 급성장이었다. 아마도 영원히…… 아무도 모를 것이다. 자신만 입을 꼭 다문다면.

* * *

【은신】

【스킬 숙련도 : Lv. Max】

【곧바로 자신의 모습을 숨길 수 있는 스킬입니다.

초당 0.1의 마력을 소모하며, 기척과 소리를 숨길 수는 없습니다. 별도의 회피가 필요합니다.】

“역시 숙련도 최대 효과는 언제봐도 사기네.”

강후가 은신 스킬을 보며,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스킬 숙련도가 최대가 아니면, 매초에 소모하는 마나는 1이다. 지금의 10배 수준.

그래서 암살자 헌터들이 무한대에 가까운 은신을 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바꿔 말하면, 이런 이유로 마력 스탯에 신경을 써야 했다.

밥줄이나 다름없는 은신 스킬을 장기간 쓰기 위해서는 많은 양의 마력이 필수적이기 때문.

하지만 강후는 숙련도 최대치로 소모되는 마력을 확 줄인 데다가, 야만의 시대 스킬로 소모되는 마나량이 절반으로 또 줄었다.

거기에 마나 과민증 덕에 회복력까지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렇게 마력 소모를 버텨 낼 맷집이 되니 부담이 상당히 줄어드는 것은 당연했다.

이제 횡 이동으로 은신을 딸 필요 없이, 언제 어디서든 바로 숨는 것이 가능해졌다.

‘임밸런스 포인트로 볼 재미는 이제 다 봤고…….’

아직 미상의 위치 두 곳이 있지만, 상징 표식만 알지 위치는 몰랐다.

나중에 운이 닿는다면 몰라도, 지금은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라 어려울 듯했다.

한편.

레벨 200을 돌파하면서 활성화됐던 성좌, 야바위의 달인으로도 재미를 봤다.

레벨 100단위로 오를 때마다, 선물처럼 찾아오는 성좌.

이번에 얻은 녀석은 ‘랜덤 스킬북’이었다. 봉인을 해제하는 순간 임의의 스킬이 나오는 스킬북.

어차피 꼼수로 학습이 되는 만큼, 배우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약간의 수고만 더하면 될 문제다.

다만 얻은 랜덤 스킬북은 일반적인 스킬북과 다르게 봉인을 해제하는 방법이 따로 있었다.

봉인 해제에 요구하는 제물은 ‘무리 여왕의 심장’.

그 말은 즉, 북한을 다녀와야 한다는 결론으로 귀결된다.

별것 안 나오겠지 하고 무시하기에는 랜덤 스킬북은 항상 대박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지금 강후의 레벨과 전혀 맞지 않는 상위, 최상위 레벨의 스킬도 얼마든지 나올 수 있었다.

어차피 매드 솔라키움을 얻기 위해서라도 국내로 돌아가면 북한 쪽으로는 가야 한다.

겸사겸사 북한에 갈 이슈가 생긴 셈이다.

상당히 위험하겠지만 그만큼 보상도 확실하기에 미룰 생각은 없었다. 가면 가는 거다.

‘레벨 201부터 민첩 스탯에 투자하고 있으니, 두 번째 방향성도 잘 잡은 것 같네.’

레벨 200을 넘어가면서 보너스 스탯의 투자도 민첩으로 틀었다.

이제는 체력도 충분히 늘었고, 가진 아이템과의 시너지가 없어져 더 투자할 필요는 없었다.

【소울 메이트 – 장갑】

【등급 : 5등급】

【한 손 장갑 아이템으로, 레벨만큼 체력 수치가 오릅니다.】

【체력을 최대 200까지 올릴 수 있습니다.】

언젠가 상위 장갑을 얻으면, 착용을 해제해야 할 장갑.

그래도 레벨 200까지는 착실하게 체력을 1씩 추가로 더 챙겨 준, 아주 고마운 장갑이다.

201부터는 기능하지 않으니, 강후도 스탯 투자의 방향을 민첩으로 미련 없이 틀은 셈이다.

“이제 리코우 길드와 약속한 던전 공략만 소화하면, 당분간은 자유 활동이군.”

남은 일정이 간단해졌다.

공식적으로는 리코우 길드와의 던전 동행이 끝이다.

이후에는 타카시나 아야네를 만날 수도 있고, 혹은 국내로 잠시 돌아갈 수도 있다.

현재 두 사람과는 계속 연락하는 중이었다.

아야네와는 저녁에 위스키도 한잔하기로 했다.

성인의 술자리라는 게 암묵적으로 의미하는 바가 있다는 것을 모르는 건 아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선택도, 책임도 모두 스스로 지는 거니까. 무책임하지만 않으면 된다. 이기적이지 않으면 되고.

* * *

“이상이 차소혁의 죽음에 대한 보고입니다. 제가 직접 확인했고, 누락된 정보는 없습니다.”

“그러냐.”

“……예?”

“확인했다는 얘기다. 이미 죽은 녀석인데 내가 더 알아야 할 것이 있는 것도 아니잖아?”

“형님.”

“왜?”

“안타깝지 않으십니까?”

“내 손 밖에서 놀 때, 이미 소혁이는 버렸어. 이렇게 될 줄 알고 있었다는 거다.”

“…….”

그 무렵, 김인호는 강태양을 만나고 있었다.

범죄 조직 ‘태양’의 대장인 강태양. 김인호는 그의 심복이면서, 차소혁의 친한 형이기도 했다.

물론 김인호의 충성은 강태양에게만 바치는 것이었기에 마음 역시 그에게로 기울어 있긴 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우선순위는 당연히 대장인 강태양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그래도 나름 태양 안에서 서열이 높았던 차소혁의 죽음인데…….

아주 잠깐도 아쉬운 내색을 하지 않는 강태양의 모습이 김인호는 왠지 야속하게 느껴졌다.

“동현이랑 갈라선 것도 그런 이유지. 형의 말을 듣지 않는 동생. 그런 동생이 의미가 있나?”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죄송합니다, 형님.”

“집 나간 탕아 하나 죽었다고, 내 과거까지 소환을 해 버렸군. 아무튼 마음 쓰지 말라고.”

“예, 알겠습니다.”

“성명 발표해. 이번 일은 차소혁의 독단적인 행동이고, 양쪽 길드에 심심한 사과의 말을 전한다고. 재발 방지하겠다고.”

“그렇게 하겠습니다.”

김인호도 아쉬움이 남기는 하지만, 필요 이상으로 미련을 두지는 않았다.

결국 자신은 태양 조직의 일원이고, 조직 위에 군림할 수 있는 구성원은 없으니까.

대장이자 형님이며, 기둥이기도 한 강태양에 대한 복종은 절대적이다. 차소혁은 그러지 않았다.

강태양이 화제를 돌렸다.

“그나저나 신강후 놈, 정말 대단하군. 소혁이와 토우시 길드의 헌터 3인을 다 죽였다는 거잖아?”

“저격 지원이 있었긴 합니다.”

“어차피 저격에 죽은 건 궁수 하나잖아. 결국 일 대 삼은 확실하게 했다는 얘기인데.”

“그건 맞습니다. 이후의 저격은 동선 방해 정도의 수준이었으니까요. 부상은 못 입혔습니다.”

당시 김인호는 현장을 살피고 있었다.

그의 특화 능력 중 하나가 아주 먼 거리에서도 또렷하게, 원하는 지점을 살필 수 있는 능력이었다.

카메라 같은 축소, 확장 능력이 있다면 비유가 맞을까? 딱 그런 느낌의 능력이 있었다.

“동현이가 왜 척살령을 내렸는지 알 것 같네. 어지간히 속을 긁었겠어. 거기에 실력도 있고?”

“제가 알아본 바로는 클럽 하데스에서도 직접 마주친 적이 있는 모양입니다.”

“그런데 탈출을 했고?”

“예. 공간 이동 능력 같은 것을 써서, 강동현 앞에서 모습을 감췄다더군요.”

“푸하하! 암살자가 순간 이동을 해?”

“예. 검증된 정보입니다.”

“재밌네, 재밌어…….”

강태양이 혀끝으로 입술을 핥았다. 차소혁의 죽음보다 강후의 존재에 더 관심이 갔다.

전부터 이런저런 이슈로 강후에 대한 소식을 간접적으로 듣긴 했었다.

다만 딱히 대단할 것 없는 헌터일 것이라고 후려치듯 생각했었던 강태양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차소혁과 함께, 줄줄이 죽어 나간 다른 헌터의 소식을 듣고 나서 생각이 달라졌다.

일 대 다수 전투에 가장 취약점이 많은 암살자가 성공적으로 방어한 것도 모자라, 나머지를 전부 죽여 버렸다?

이건 기본적인 실력 기반이 고점에 있는 것이 아니면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보통내기 암살자가 아니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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