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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다 해 먹는 천재 암살자-192화 (192/304)

192화 환희, 증오 (1)

“있지.”

“와…… 저는 갑자기 제가 몸이 허해서 귀신이라도 본 건 줄 알았어요. 환청도 듣고.”

“망령 형태의 몬스터가 있으면 이 녀석이 먼저 반응할 거야. 생긴 건 이래도 쓸모는 좋아.”

“알겠습니다, 형님. 느낌으로는 사령술사나 주술사, 흑마법사에게 어울릴 스킬이지만 형님이 갖고 계신 건 언제나 인정입니다.”

“왜, 스킬이 많아서?”

“형님의 스킬 보유 매커니즘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가 없거든요. 아, 나쁜 뜻은 아닙니다.”

“나도 부정할 생각은 없어.”

강후가 웃었다.

보통 암살자는 암살자다운 스킬을 갖는다. 기본 스킬의 분화가 그렇게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스킬북을 얻더라도, 다른 클래스의 스킬은 배우는 자체가 손해이기 때문에 더 그렇다.

하지만 차원 강탈자 덕분에 강후는 페널티 없이 미들 보스, 메인 보스로부터 스킬을 강탈한다.

게다가 타 클래스의 스킬북도 꼼수를 활용해서 학습할 수 있으니, 분화가 제멋대로일 수밖에.

그래서 강후를 상대하는 헌터들이 모두 그를 까다로워하는 것이다. 예측할 수 없으니까.

강후는 우선 타락귀를 전방으로 보냈다.

던전 초입부터 몬스터가 우글거리지 않을까 했는데, 주변은 생각보다 조용했다.

강후는 몸이 굳는 것을 막기 위해, 적당히 좌우 움직임을 섞어주면서 몸을 풀어 주었고.

안영호 역시 힐을 활성화했다가 풀기를 반복하며, 끌어올린 감각이 떨어지지 않도록 관리했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안영호가 슬쩍,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았다. 혼자 담아 두기엔 답답한 고민이었던 모양.

“형님. 요즘 걱정이 하나 있는데, 말씀드려도 될까요?”

“들어 보자. 허튼 걱정이면 한소리 할 수도 있다.”

아까 자존감이 바닥인 안영호의 모습을 봤어서 그런지, 강후가 미리 경고를 했다.

또 소심하게 자기 가치를 깎아내리는 말을 하면, 시원하게 욕이라도 박아 줄 생각에서였다.

“요즘 분위기가 뒤숭숭해서 삼촌이 걱정돼요. 토우시 길드에서 노릴 1순위가 삼촌이거든요.”

“그건 부정할 수 없지.”

“만반의 준비를 늘 하고 다니고 계시기는 하지만, 그래도 항상 걱정이 돼요.”

“삼촌에게 내색한 적은?”

“아직까진 없어요.”

“계속 그렇게 해. 내가 보기에 후미야님은 누구보다 안전에 힘쓰시고 계시니까.”

“그럴까요?”

“본인의 자리가 갖는 무게감과 책임감, 그리고 상징성을 아는 분이야. 걱정하지 마.”

“제가 괜한 걱정을 했나 봐요.”

“걱정은 할 수 있어. 하지만 속으로 삭이라는 거지. 이런 걱정은 상대에게 보태 주면, 안정된 모든 생각을 비틀리게 만들거든.”

“아…….”

“완벽함을 깨는 법은 생각보다 간단해. 완벽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 한마디 던져 주면 끝이야.”

“완벽하고 아니고의 문제가 아니겠네요.”

“그렇지. 그냥 화두를 던진 것만으로도 상대는 그 생각을 자꾸 하게 되거든. 코끼리 생각 하지 말라고 하면 코끼리 생각이 자꾸 나는 것처럼 말이야.”

시종일관 덤덤하게 말하는 강후의 목소리에 안영호도 덩달아 마음이 차분해졌다.

방금까지만 해도 삼촌이 혹시나 자신이 없는 사이에 위험에 빠지지 않을까 걱정했던 안영호였다.

순간, 부끄러움이 올라왔다. 안영호가 살짝 붉어진 얼굴로 화제를 급히 돌렸다.

“아 참, 그리고 형님께 정말 감사하고 미안해요. 저와 저희 길드에 여러 가지로 많은 도움을 주셨잖아요.”

“공짜로 하진 않았잖아.”

“그래도요. 저뿐만이 아니라 삼촌도, 그리고 길드원 분들도 형님을 다르게 보고 있어요.”

“좋게 본다는 거지?”

“그럼요! 형님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된 사람들이 많아요! 이번에 시내에서의 일도 그렇고, 유우지 관련한 일도 그렇죠!”

이번에 오사카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건이 강후의 이름값을 확 높여준 건 사실이었다.

토우시 길드원을 죽인 일은 영웅적인 행동으로 포장되어서, 헌터 그램에 꽤 오래 노출됐고.

유우지에게 일격을 제대로 먹인 일은 리코우 길드 내에서 소문이 계속 퍼지는 중이었다.

애초에 리코우 길드 차원에서 감사 인사를 전했으니, 소문이 안 퍼지는 게 이상했던 일.

그때.

키시시시싯!

타락귀가 반응했다.

사냥감을 발견한 독수리처럼 공중에서 기동하던 타락귀가 급강하를 하며 날아간 것이다.

타락귀가 도착한 자리에는 망령 형태의 몬스터 하나가 보란 듯이 서 있었다.

이름은 영혼 사냥꾼. 어감부터 유쾌하지 않은 몬스터다.

생긴 것은 검은 로브를 뒤집어쓴 흑마법사를 쏙 빼닮았으며, 검은 연기를 머금은 구체를 쏜다.

이 구체가 영혼과 육신을 분리시키는 구체로 한 번 타격당하면 몸에서 분리될 가능성이 생긴다.

그나마 다행인 부분은 집중하면 피할 수 있을 만큼 구체의 속도 자체는 느리다는 점?

하지만 검은 연기의 구체, 약칭 ‘영혼 구체’가 시간이 갈수록 점점 주변에 늘어나기에.

오랜 시간을 끌지 않고 영혼 사냥꾼을 죽이는 것이 공략의 핵심이었다.

물론 일반 공격은 전혀 통하지 않는다. 암흑기 또는 신성력을 활용한 공격만 활용 가능하다.

강후는 앞서 암흑기 던전을 공략하면서 정립한 방식을 쓸 생각이었다.

완전하지는 않다. 효율도 아직은 좋은 상황이 아니며, 완성도도 낮다.

하지만 앞으로의 방향성에 있어 꼭 중요한 변화이기에 부족하더라도 계속 시도하는 중이었다.

그것은 바로 기본 공격에도 암흑기를 담는 일이었다. 암흑기 속성을 담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암흑기 관련 스킬을 쓸 때, 몸에서 느꼈던 감각을 기본 공격 시에도 적용해 보는 시도를 했다.

쉽지 않은 작업이었지만, 훈련을 반복하다 보니 돌파구 자체는 열렸다.

효율은 낮을지언정, 기본 공격에서도 암흑기 일부를 사용하도록 구조를 개선할 수 있었고.

그 덕분에 현재 기본 공격은 효율의 문제만 제외한다면, 전부 유효타로 작용하는 중이었다.

“영호야.”

“네?”

“던전에 오기 전에도 말했지만. 나를 보조하다가 여유가 좀 생기는 것 같으면, 영혼 사냥꾼도 한 번 치료해 봐.”

“……될까요?”

“해 보고 나서 생각해. 미리 사전 검열하지 말고.”

“알겠습니다, 형님.”

“방법을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영혼 사냥꾼이 나라고 생각해 봐. 그리고 이 녀석이 죽을 고비라고 상상하고, 온 힘을 다해서 치료한다는 생각으로 힐을 쓰는 거야.”

“아…….”

“너는 전투 힐러의 재능이 없는 게 아냐. 방법을 아직 찾지 못한 것뿐이지.”

“해 볼게요.”

“응. 해 봐. 안 되어도 계속해 보는 거야. 밑져야 본전이잖아?”

“예, 형님!”

“그럼, 간다.”

강후가 바로 영혼 사냥꾼을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타이밍을 맞춰서 타락귀도 영혼 사냥꾼의 시야를 계속 어지럽히는 선회 기동을 했다.

공격 능력은 없지만, 앞에서 계속 깔짝거리면서 귀찮게 만드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해서다.

쉬이이잉!

강후가 접근하는 것이 보이자, 영혼 사냥꾼이 영혼 구체를 날렸다.

구체의 이동 속도는 성인이 빠르게 걷는 정도의 속도. 그래서 인지하면 충분히 피할 수 있다.

단, 반경 30m 지점에 도착하면 마치 벽이 있는 것처럼 튕겨져서 다시 돌아오기 때문에…….

이후 돌아올 예측 경로까지 머리에 입력해 두는 것이 좋았다. 안 그러면 눈먼 구체에 당한다.

“후!”

솨악!

강후가 단검을 활용한 기본 공격으로 영혼 사냥꾼의 몸을 베었다.

원래 같으면 아무 의미 없이 허공만 가르는, 정말 허공에 삽질하는 공격이 됐을 터.

하지만 암흑기를 어떻게든 담아낸 공격이라 그런지, 영혼 사냥꾼의 몸에 붉은 선이 그어졌다.

단검이 이동한 경로를 따라, 영혼 사냥꾼의 몸에 상처를 입힌 듯한 이펙트가 연출된 것이다.

물론 그것만으로 영혼 사냥꾼이 죽거나 하진 않았다.

피해를 입혔다는 상징적인 표시에 가깝고, 실제로 몸체가 그렇게 갈라진 것은 아니었으니까.

‘아직은 효율이 안 좋아. 내가 생각한 것의 1할 수준도 안 되는 것 같군.’

유효한 공격이지만, 치명적이지는 않다. 냉정하게 내린 평가였다.

다듬기가 많이 필요할 듯했다. 이제 걸음마를 뗀 수준이므로, 너무 마음 급할 것도 없다.

그래도 강후가 기본 공격으로도 상처를 입혀서 그런지, 기세 좋던 영혼 사냥꾼이 잠시 멈칫했다.

그 사이.

강후가 환영술, 그림자 걸음을 활용해 녀석의 시야를 최대한 어지럽히고는.

【흑월참】

히든 스킬을 썼다.

지금껏 강후가 언데드 계열 던전을 공략하면서 꾸준히 써 온 스킬이었다.

흑월참을 쓰지 않고서는 망령형 몬스터를 죽일 수 없었기에, 거의 모든 공격에 썼다.

그만큼 암흑기를 쓰고, 회복을 기다려야 하는 것 때문에 그간 공략하는 데 시간이 제법 걸렸다.

프시잉!

이내 강후의 단검 끝에서 출발한 흑월참이 기괴한 소리를 내며 영혼 사냥꾼에게 날아갔다.

죽음을 알리는 소리!

하지만 처음 이런 형태의 공격을 접해 보는 영혼 사냥꾼에게는 영문을 알 수 없는 장송곡이었다.

같은 시각.

안영호는 강후가 날려 보낸 정체불명의 스킬 투사체를 보고는 의문에 잠겼다.

앞서 강후가 언데드 계열의 던전을 공략했다고 했을 때.

영혼 사냥꾼 같은 망령형 몬스터는 전부 지나치고 공략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직접 공략을 참관하지 않았기에 ‘상식적’으로 판단한 것이다.

망령형의 몬스터를 죽이는 것은 그들의 속성에 맞는 형태로만 가능하다.

즉, 암살자인 강후가 암흑기나 신성력을 보유하지 않은 이상에야 영혼 사냥꾼을 죽일 순 없었다.

익히 알려져 있는 것처럼 이런 특수 스탯을 다루는 형태는 흔하지 않다.

스탯을 확보하기도 어려울진대, 스킬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스탯이 있어도 스킬이 없어 못 쓰는 경우가 꽤 많았던 것이다.

한데 강후는 마치 준비되어 있던 것처럼 스킬을 썼다.

‘형님이 암흑기를 보유하고 계신 것은 말할 것도 없고, 활용 스킬까지 있다는 건가?’

정황상 그렇다.

영혼 사냥꾼은 그리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꽤 까다로운 놈으로 여겨진다.

설령 암흑기를 다룰 수 있다 해도, 녀석에게 유의미한 타격을 주기 위해서는 여러 번 교전이…….

퍼엉!

필요하다고 생각했을 때, 강후의 흑월참을 맞은 영혼 사냥꾼이 그 자리에서 터졌다.

마치 바늘로 중심을 찔린 물풍선처럼, 순식간에 수백 개의 조각으로 산산이 흩어졌다. 즉사였다.

“…….”

안영호의 손끝이 크게 떨렸다.

암흑기를 다루는 것으로도 모자라 암흑기 스킬까지 활용할 줄 안다니.

그렇기에 자신 있게 언데드 던전을 홀로 다녔던 것이다. 강후의 자신감에는 이유가 있었다.

히든 스킬에 대한 경험이 없는 안영호는 흑월참이 히든 스킬일 것이라고까지는 예상하지 못했다.

그래도 위력은 두 눈에 똑똑히 각인됐다.

영혼 사냥꾼은 그렇게 한 방에 생을 마감했다. 전투 힐러 연습을 해 볼 새도 없이 끝난 무대였다.

“힘 조절이 안 됐네. 막판에 연습을 시켜 주려고 했는데, 한 방에 보내 버렸군.”

어느새 자신의 옆으로 와서, 한 방에 끝낸 것을 사과하는 강후의 모습은 화룡점정이었다.

이 엄청난 상황을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 생명의 은인이자, 형님이자, 뛰어난 암살자인 강후.

그의 한계는 어디까지인 걸까?

실력 좋은 외삼촌 밑에서 눈썰미를 많이 키운 안영호도 도무지 짐작이 되지 않았다.

웬 괴물이 눈앞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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