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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다 해 먹는 천재 암살자-173화 (173/304)

173화 미스테리 던전 (4)

* * *

전투는 바로 시작됐다.

애초에 미스테리 던전은 입장할 때마다 내부 구성이 바뀌는 만큼, 공략법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탐색전을 치르면서 데이터를 쌓는 수밖에 없었고, 그것이 공략의 시작이기도 했다.

샤아앙!

팔크스는 시작하자마자 낫을 크게 휘둘러, 강후 일행을 향해 거대한 검풍을 발생시켰다.

낫의 모양을 쏙 빼닮은 검풍이 공간을 가르자, 그 자체로 공간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단순히 낫의 모양만 생겨난 것이 아니라, 그 모양을 따라 비틀린 공간이 생겨난 것이다.

장태진과 연수아가 각각 방어를 위한 스킬을 사용하면서 정석적인 대응을 시작했다.

팔크스가 어떤 녀석인지 파악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턱대고 공세를 퍼부을 수는 없었다.

쿠웅! 쿠우웅!

날아든 검풍이 장태진의 기공강벽을 바로 박살 내고, 연수아의 방어 역장까지 덮쳤다.

어지간해서는 몸으로 먼저 부딪쳐보는 최호수도 이번만큼은 몸을 사렸다.

위력이 정확하게 측정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몸으로 때우려다가 비명횡사를 할 수도 있기에.

하지만 강후의 대응은 달랐다.

시작과 동시에 검풍을 일으킨 팔크스가 정체불명의 장치 방향으로 이동하자.

【영혼 추적자】

【대상 ‘팔크스’를 추적합니다.】

【반경 1km 내에서 완전 추적이 가능합니다. 절대 은신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일전에 최진호, 최진수 형제에게서 강탈한 영혼 추적자 성좌를 활용했다.

대상 하나에 한 번밖에 쓸 수 없는 성좌 능력이나, 몬스터를 상대로 두 번 쓸 능력도 아니었다.

타앗!

팔크스가 손끝으로 버튼을 누르며 장치를 가동시켰다.

그러자 순식간에 사방으로 연녹색 빛깔의 기운이 퍼져나가더니, 이내 변화가 일어났다.

방금까지만 하더라도 그저 지형을 장식하는 바위 형태의 구조물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살아서 움직이는 돌 골렘으로 변한 것이다. 그랬다. 골렘들은 팔크스의 하수인이었다.

동시에 팔크스는 모두의 시야에서 자연스럽게 종적을 감췄다. 은신이 틀림없었다.

“일단 물러섭시다!”

장태진이 소리쳤다.

하수인들이 움직이기 시작하는데, 정작 그 주인인 팔크스는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장태진이 전력으로 기감을 펼치며 주변을 탐색했지만, 팔크스의 종적은 묘연했다.

그것은 바람의 흐름 속에서 적의 냄새를 맡는 최호수도, 영기의 흐름으로 기척을 쫓아가는 연수아도 마찬가지였다.

세 사람 모두 전력으로 팔크스의 행방을 쫓았지만, 녀석은 감쪽같이 모습을 감췄다.

“난 이럴 때는 진짜 무쓸모네.”

자책하듯 말을 내뱉고 있는 박동재도 마찬가지. 버퍼인 그가 은신을 탐지할 능력은 없었다.

하지만 그 무렵에 이미 강후는 어딘가를 향해서 전력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팔크스 만큼이나 소리소문없이 사라져서, 강후의 위치를 계속 살피던 박동재도 놓쳤을 정도였다.

거의 동시였다.

팔크스가 협곡 지형의 어딘가로 사라짐과 동시에 강후 역시, 흔적도 없이 시야에서 사라졌다.

“강후 형?”

박동재가 버프의 흐름을 따라서 강후의 예상 위치를 짚어 봤지만, 그곳은 텅 빈 공간일 뿐.

도대체 어디에 있나 싶은 상황에서, 동력이 공급된 골렘들이 하나둘 주변을 포위하기 시작했다.

포위하려는 상황 자체가 위험한 것은 아니었다.

이미 상황에 맞춰 나머지 일행은 뒤로 물러서면서, 포위망의 형성을 막았기 때문이다.

모든 과정은 신속했고 정석적이었으며, 위험을 최소화하는 아주 바람직한 방향이었다.

박동재는 늘 이런 분위기 속에서 명가 길드의 사람들과 손발을 맞춰왔다.

그래서 이득은 최대한으로 누리되, 손해는 최소한으로 보면서 안정적인 던전 공략을 해 왔다.

다만 이 자리에 강후는 없었다.

박동재는 던전에 오기 전부터 예상하고 있던 부분이기는 했다.

강후는 특별한 상황을 안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의도적으로 비틀어 대응하는 타입이니까.

그는 자신에게 위험이 될 요소를 되레 뒤집어서는 상대에게 더 큰 위험으로 만드는 케이스였다.

공격을 방어하기보다는.

상대의 공격을 훨씬 더 적극적인 공격으로 방어하는 방식이다. 결이 확실히 달랐다.

아니나 다를까.

쿠웅!

박동재를 포함한 다른 일행들이 전혀 생각하지 못한 곳에서 충돌음이 들려왔다.

그것은 협곡의 중턱 어딘가로, 현재의 전장과는 살짝 거리가 먼 곳이었다.

불과 몇 초 만에 이동했다고 하기에는 거리가 제법 되는 위치.

하지만 충돌 사고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강후와 팔크스였다.

“카아아아……!”

인간형 몬스터지만, 인간의 말을 하진 못하는 팔크스가 가래 끓는 소리의 비명을 내질렀다.

녀석은 허공에서 양팔을 허우적거리며, 날개 없는 추락을 경험하고 있었다.

가장 중요한 낫을 이미 손에서 놓친 상태라, 무장도 완벽하게 해제된 상태였다.

물론 상황이 팔크스에게 불리하게만 돌아가지는 않았다.

팔크스를 추락시키기 위해 충돌한 과정에서 당연히 강후도 상황에 휘말리지 않을 수 없었고.

그 역시 공중에서 팔크스와 약간의 높이 차이는 있었어도, 같이 떨어지는 중이었다.

쉬익! 쉬이익!

그런 와중에 전광비도로 연달아 팔크스를 타격하면서, 밀쳐내기의 효과를 본 것은 덤.

그때.

파아앗! 팟!

강후가 그림자 걸음 스킬을 활용해, 위치를 조정하며 직접 추락을 막았다.

공중에서 사방으로 흩어진 그림자 중 하나가 협곡 암벽 사이에 있는 돌부리에 자리를 잡은 것이다.

강후는 이를 활용해, 중간 제동의 개념으로 돌부리 위로 이동하며 잠시 숨을 돌렸고.

쿠우웅!

날개 없는 추락과 함께 지면으로 떨어진 팔크스의 몸은 둔탁한 소리와 더불어.

와드득!

“크워어어!”

몇 군데가 부러졌다.

가장 심각하게 골절이 일어난 부위는 무릎이었다.

왼쪽의 무릎은 아예 밖으로 접혀 버렸다. 보는 눈을 의심하게 할 만큼 깔끔하게 접힌 상태.

팔크스를 몰아붙이기에는 가장 좋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계속 수가 불어나는 골렘들로 인해 강후를 제외한 일행들은 발이 묶인 상태였다.

‘내가 너무 적극적이었군.’

강후가 현재 동료들이 처한 상황을 보며 생각했다.

그들은 자신을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럴 것이다.

기감이나 영기의 흐름으로도 추적할 수 없었던 팔크스를 어떻게 바로 찾아냈나 싶었겠지.

녀석의 은신은 매우 깔끔했다.

어떤 형태의 방법을 이용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히 추적이 매우 어려운 은신이었다.

그러나 강후는 영혼 추적자 덕분에 특수한 필터를 덧씌운 것처럼 쉽게 놈을 찾을 수 있었다.

아마 마나의 흐름만으로 쫓으려고 했다면, 지금보다 훨씬 늦게 반응했을 것이다.

그랬더라면 협곡이 만든 그늘진 곳, 어딘가에 자리를 잡은 녀석이 날려 보낸 검풍에 당했을 터.

‘신속하게.’

강후가 고통에 신음하는 팔크스를 향해 빠르게 접근했다.

녀석의 낫과 검풍은 여전히 위협적이고, 골렘의 수는 계속 불어나고 있다.

기교의 장막과 무영 스킬을 연달아 쓴 강후가 팔크스의 후방으로 접근했다.

미들 보스 몬스터답게, 녀석은 고통스러운 와중에도 빠르게 냉정을 되찾고 있었다.

멀지 않은 곳에 떨어진 낫을 향해 손을 뻗으려는 모습도 보였다.

그때.

파앗!

완벽히 기척을 숨기고 있던 강후가 팔크스의 뒤에서 힘껏 도약하며 녀석을 덮쳤다.

그리고 깊게 생각할 것 없이, 가장 약하다고 할 수 있을 팔크스의 뒷목에 단검을 꽂았다.

푸욱!

“크허어!”

바람 빠지는 소리가 팔크스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

팔크스는 전방에서 자신의 골렘들과 전투를 벌이고 있는 일행을 살피느라 강후의 움직임을 놓쳤고, 결국 빈틈을 보이고 말았다.

‘한 번’의 부주의함이었지만, 그래서 더 치명적인 실수였다.

물론 팔크스도 당하고 있지만은 않았다.

낫을 쥘 수는 없었어도, 두꺼우면서도 길쭉한 팔을 이용해 후려칠 만한 힘은 충분했다.

후웅!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반원을 그린 팔크스의 주먹이 강후의 얼굴을 향해 날아들었다.

순간, 신속 회피를 위시한 다른 스킬로 시간을 벌까 생각했던 강후가 곧바로 방향을 틀었다.

지금의 팔크스에게는 숨돌릴 틈을 주는 것보다, 더 거칠게 몰아붙이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기에.

그래서.

강후가 꺼낸 선택지는 석화 스킬이었다.

꾸드드득.

눈 깜짝할 사이에 단단한 돌의 형태로 변한 강후의 전면부에 팔크스의 주먹이 닿았다.

터엉!

그러자 둔탁한 소리가 나며, 강후의 몸이 살짝 뒤로 밀리는 수준에서 방어가 끝났다.

석화로 만들어낸 돌의 형태에는 바로 균열이 일어났지만, 강후의 몸에는 영향이 없었다.

바로 반격 기회를 잡은 강후는 품속에서 다른 단검을 꺼내, 팔크스에게 전광비도를 날렸다.

팔크스가 양팔을 교차시키며 제법 멋지게 공격을 막는 데에는 성공했다.

타앙!

“크헉!”

다만 그다음이 문제였다.

밀쳐내기 효과에 노출된 팔크스의 몸이 뒤로 밀리며, 몸의 무게 중심이 확 무너졌다.

앞서 무릎 골절로 한쪽 다리가 성치 않았던 팔크스였기에 생긴 빈틈이었다.

그 순간, 팔크스는 볼 수 있었다. 이미 강후가 자신의 하단부로 파고들고 있는 것을.

동시에 불타는 듯한 고통이 무릎, 오금, 허벅지 안쪽, 사타구니를 가릴 것 없이 모든 곳에서 느껴졌다.

손쓸 틈도 없이 하체의 핵심 부위들을 모조리 내주고 만 것이다.

상황을 인지했을 때는 이미 상황이 ‘끝나버린’ 후였다. 당연한 얘기지만 여기에서 공격이 끝났다는 생각은 전적으로 팔크스의 착각이었다.

아직 비장의 한 발이 더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혈화였다.

퍼퍼퍼펑!

피의 폭발이 일어났다.

보통 혈화의 양상이 상처가 누적된 상체를 기준점으로 폭죽처럼 피를 위로 흩뿌리는 형태가 되는 것과 다르게.

하체에 깊은 상처를 입은 팔크스는 수많은 핏물을 위가 아닌 아래로 쏟아냈다.

흡사 하혈(下血)을 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기괴하면서도 섬뜩한 광경이었다.

강후는 팔크스가 충격과 고통의 향연으로 정신이 없는 틈을 타 한 개의 옵션을 더했다.

뇌격진.

혈화로 인해서 상처가 깊어지고 더 나아가 생살이 노출된 팔크스에게는 최악의 선택지였다.

피로 흠뻑 젖은 하체에 전기 고문을 하는 것과 다를 게 없었으니까. 지옥이 눈앞이었다.

빠지지직!

“카아아아아아악!”

그것으로 끝이었다.

하체 전반에 감당할 수 없는 전류의 충격이 전해진 팔크스는 거품을 물고 나자빠졌다.

죽을 정도까진 아니어도, 쇼크로 인해 정신을 놓기에는 충분하고도 남는 한 방이었다.

정석을 따르는 전투로는 얼마나 시간과 공을 들여야 할지 쉽게 계산조차 되지 않는 녀석.

하지만 강후는 적극적인 맞대응으로 만들어낸 변수를 끝까지 놓아주지 않았다.

그리고 결과는 극명하게 갈려 버렸다. 죽음과 삶, 더 나아가 상실과 보상으로.

이윽고 팔크스로부터 강탈할 수 있는 스킬이 활성화됐다.

다른 선택지가 몇 개 더 있었지만, 강후로서는 고민할 필요 없는 선택지 하나만이 보였다.

【초감각 – 무기】

【모든 무기류에 대해서 기본적인 사용법과 활용법에 대한 지식 전반이 주입됩니다.】

【지식의 근거는 대성전의 성좌들과 계약한 계약자들이 다루는 무기에 대한 기본적인 상식을 기준으로 합니다. 패시브 스킬.】

‘이참에 낫도 한 번 써 봐?’

주인을 잃은 채로 떨어져 있는 팔크스의 낫. 그것을 흘깃 살피는 강후의 입꼬리가 말려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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