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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다 해 먹는 천재 암살자-158화 (158/304)

158화 스킬 풍년 (2)

‘굳건한 중첩은 보호 결계랑 연동해 효과를 극대화하면 가장 좋겠지. 그것밖에 없기도 하고.’

강후가 스킬을 연동시켰다.

굳건한 중첩은 방어막 혹은 방어 결계형 스킬의 두께를 2배 증가시켜 주는 스킬이었다.

한 개의 스킬만 지정할 수 있었는데, 강후로서는 보호 결계만 조건에 맞았다.

직전에 얻은 석화 같은 스킬은 방어형 스킬은 맞으나, 방어막 또는 결계형 스킬은 아니었다.

그리고 생존 본능은 체력 수치가 10 이하로 떨어지면, 약 5초간 절대 무적이 되는 일회성 패시브 스킬이었다.

한 가지 약점이 있다면, 체력 수치가 10을 초과한 상태에서 한 번에 0이 될 경우, 무적이 발동되지 않고 죽는다는 것이다.

반드시 0과 10의 경계에서 체력이 한 번 걸려야 했다.

실제로 이 스킬을 갖고 있던 미들 보스 몬스터는 강후의 대참수에 일격을 당하는 바람에 생존 본능을 발동할 틈도 없이 죽었다.

어쨌든 조건부이긴 하지만, 생존 본능 덕분에 목숨 원 코인까지 더한 셈이 됐다.

“형, 이제 가속 버프에 적응 끝난 거야? 전보다 얼굴도 많이 펴졌는데?”

“얼굴이 펴져? 내가 찡그리고 있었던 건가?”

“형은 완벽주의잖아. 몰랐구나? 나는 계속 형 표정 보면서 느끼고 있었는데.”

“그건 몰랐군.”

박동재가 팀플레이 내내 자신의 얼굴 표정을 유심히 살피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의 말대로 강후가 완벽주의인 것은 맞았다.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는 세상이기도 하고.

다만 스킬 연계가 매끄럽지 못하거나, 부족한 점이 있을 때 표정으로 드러나는 건 알지 못했다.

다시 생각해 봐도.

매번 표정으로 드러내면서 전투에 임했던 것 같지는 않았다.

아마도 박동재가 이제는 편하게 느껴져서, 자연스럽게 속 감정을 표출하게 된 것일 터다.

그만큼 믿을 만하니까, 그리고 전투의 흐름이 마음에 드니까 보이지 않던 벽도 허문 것이겠지.

“잠깐 쉴까?”

“그래. 쉬자. 한 번 쉼표를 찍어줄 때는 됐다. 미들 보스 놈들이 전반적으로 다 질기네.”

“그러게. 애들이 맷집 쪽으로 스탯이 높은 것 같아. 대미지가 제대로 안 박히는 느낌?”

“그러게 말이다. 자, 이쪽으로 앉아. 거기는 바위가 좀 축축해 보이네.”

강후가 먼저 박동재가 앉을 자리를 봐줬다. 묻어 있었던 먼지를 털어내 주는 배려도 잊지 않았다.

“와우……. 매너 좋은데?”

“대우받을 만하니까 매너도 좋아지는 거다. 안 그랬으면 그냥 아무 데나 앉으라고 했겠지.”

“어후. 감사합니다!”

박동재가 환하게 웃으며 자리에 앉았다.

강후가 한 말이 상당한 극찬임을 박동재는 바로 알아차렸다.

저것이 신강후 식 화법이다. 항상 간접적인 의미로 속뜻을 전달한다. 재미없게.

네가 너무 잘 했으니까라고 표현해도 될 것도, 약간 바람 빠진 느낌으로 바꾸는 것이다.

이제는 강후를 잘 아는 만큼, 오히려 그런 표현조차도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이럴 때가 아니면 잘 웃지 않는 강후의 속마음이 늘 궁금하기도 했다.

도대체 이 사람은 왜, 항상 세상 슬프고 아픈 일은 혼자 다 감당하는 것처럼 심각한 표정일까.

어떤 것이 그에게 웃음을 빼앗아 가고, 냉소와 냉정만 잔뜩 남기게 만든 걸까?

전세혁과 반세영에게도 슬쩍 물어봤지만, 강후의 과거를 알 리 없는 그들 역시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 * *

그 무렵.

강후의 흔적을 쫓던 최진호, 최진수 형제는 계속 허탕만 잔뜩 치고 있었다.

강후에 대해 확보한 정보를 바탕으로 그를 찾아봤지만, 털끝만큼의 흔적도 찾지 못해서다.

과거에 살았다는 집은 지금 가 보니, 이미 재건축이 진행되어 없어지고 난 후였다.

가족은 존재하지 않았고, 친구 역시 없었다. 모교(母校)를 찾아가 봤지만 졸업 사진에도 없었다.

이래서야 ‘유령’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존재일 수밖에 없었다. 삶이 남긴 흔적이 없는 것이다.

다만 성과가 없지는 않았다.

여러 갈래로 뿌려 둔 정보통 중에서 하나가 드디어 밥값을 했던 것이다.

그것은 바로 강후가 대전을 거점으로 한 용병단 ‘청안’의 의뢰꾼이라는 사실이었다.

등잔 밑이 어두웠던 걸까.

대전 일대의 패권을 두고 이클립스와 으르렁거리고 있던 청안에 강후의 접점이 있을 줄이야.

정보에 따르면, 최근에도 청안의 이예린과 강후가 의뢰 거래를 진행한 적이 있다고도 했다.

동생 최진수가 말했다.

“형.”

“어?”

“우리 이렇게 뒤만 캐고 다닐 게 아니라. 아예 대전에 판을 깔고 기다리는 게 어때?”

“청안과 거래를 한다고 했으니까?”

“어. 의뢰꾼으로 활동하고 있으면 안 올 리가 없잖아.”

“전화로도 의뢰는 충분히 설명하고 수락할 수 있어.”

“그래도 한 번은 오겠지. 어차피 전국을 무대로 오가는 놈인데, 쫓는 건 의미 없지 싶어.”

“흠…….”

생각해 보니, 동생의 말이 타당한 부분이 있어 최진호도 고개를 끄덕였다.

“무조건 와. 큰 건이 있으면 더욱 직접 거래하러 올 거고. 그러니까 아예 대전에 판 깔자.”

“그게 속 편하겠군.”

“어. 형, 우리 저 새끼 꼭 잡아야 하잖아! 꼭 잡고 싶어. 대장의 사랑도 받고 싶고!”

“그래. 그래. 알았다.”

자신보다 더 의욕적이게 되어 버린 동생의 모습을 보며, 최진호가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사실 강후가 그들에게 잘못한 건 하나도 없었지만…….

어느새 강후는 형제의 진급과 인사이동을 방해하고, 미래를 어둡게 만든 장본인이 되어 있었다.

그래서일까.

이미 마음속에 피어오른 적의가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상상 속의 강후를 난도질하고 있었다.

그들의 분노는 최대치였다.

* * *

던전이 넓긴 정말 넓었다.

충분한 휴식 후에 부지런히 또 공략에 속도를 낸 강후와 박동재는 미들 보스 둘을 더 잡았다.

레벨은 어느덧 165가 됐고, 스킬도 괜찮은 구성으로 두 개를 더 추가했다.

【빙염의 혼】

【결빙 내성이 5% 증가합니다.】

첫 번째는 빙염의 혼이었다. 불의 상흔과 같은 내성류 패시브 스킬로 결빙 계열이었다.

내성은 1%가 약 100억 원 가치를 갖는다. 즉, 5%면 500억 원의 가치를 하는 셈이다.

지금이야 내성이 아직 티가 안 나는 시점이기는 하지만.

차곡차곡 쌓아 20, 30%가 되기 시작하면 그때부터는 눈에 띌 정도로 내성의 효과가 드러난다.

하물며 100%가 되면, 특정 속성에 대해서는 완벽한 무적이 된다.

이를테면 화염 내성이 100%일 경우에는 타오르는 불 속에 누워 있어도 영원히 타지 않는다.

【영혼 각인】

【총 다섯 개의 아이템에 대해서 ‘각인’을 진행합니다.

그럴 경우 해당 아이템을 반경 100m 안에서도 얼마든지 회수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영혼 각인.

아이템 장갑인 ‘몰리스 마니체’로 재미를 보던 무기 회수, 그것의 최대치가 증가된 케이스였다.

각인 절차는 이름만 특이해 보일 뿐, 그저 목록에 다섯 개를 추가하면 되는 간단한 작업이었다.

재설정도 어렵지 않았다.

딱 한 가지 조건이 있다면, 자신이 소유한 것만 가능하고 아이템만 가능하다는 것 정도?

사람으로 대체하는 꼼수라던가, 과도하게 무거운 물체를 당겨오는 방식은 통하지 않았다.

“거의 끝이군.”

“그러게. 이쪽 루트는 저 암벽 너머만 제외하면 아예 막혀 버리는 것 같은데?”

“그래 보여.”

강후가 정면을 보았다.

암벽 하나가 보인다.

그 너머로도 길이 펼쳐져 있기는 하지만, 조금 이어지다가 끝없이 펼쳐지는 바다로 바뀐다.

바다로 들어갈 이슈가 있는 것이 아니라면, 이쪽으로 선택한 루트의 끝인 것은 분명했다.

이 던전에 와서 벌써 네 개의 스킬을 얻었다. 스킬 풍년이라는 표현이 딱 어울릴 정도.

심지어 버릴 것 하나 없는 알짜배기 스킬로만 추가했다. 역대급이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았다.

박동재 역시 전리품 쪽에서 든든하게 배를 불렸기에 불만이 전혀 없는 눈치였다.

바로 그때.

가방에서 꺼낸 물을 마시며 목을 축이던 박동재가 슬쩍 운을 뗐다.

“형. 혹시 미스테리 던전에 대해서 알아?”

“당연히 알지.”

미스테리(Mystery) 던전.

정말 뜬금없는 위치에 출입구가 생기는 던전으로 헌터에게 귀속되는 특이한 던전이다.

무슨 말인가 하면, 해당 던전을 찾아낸 헌터가 그 던전을 출입할 수 있는 ‘유일’한 열쇠가 된다.

게다가 귀속 이후에는 던전 출입구가 눈에 보이지 않는 투명한 형태로 변한다. 물론 귀속된 헌터에게는 선명하게 보인다.

소유자가 열쇠인 만큼, 다른 헌터는 설령 위치를 특정한다고 해도 들어갈 수 없는 구조였다.

특징은 하나 더 있었다.

매번 내부 구성과 구조를 포함한 모든 것이 바뀐다는 점이다.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다 바뀐다.

그래서 공략법을 알고 있는 것이 무의미한 던전이기도 했다.

예전의 쉬운 공략을 생각하고 들어갔다가 비명횡사하는 일도 비일비재할 정도로.

강후가 되물었다.

“왜?”

“명가 길드 쪽 분들이 미스테리 던전을 꽤 소유하고 계신가 봐. 제안이 들어왔어.”

“같이 가 보자고?”

“응. 보상이 확실한 던전이잖아. 그만큼 위험도가 높긴 하지만, 호흡을 오래 맞춰와서 그런 부분에서는 부담이 덜 하거든.”

“그렇겠지.”

“그쪽에서 먼저 얘기가 나왔어. 형도 한 번 같이 가 보면 어떻겠냐고.”

“나를? 난 그쪽 사람들과는 일면식도 없는데. 이번에 배려를 받은 것도 좀 의아했다만.”

“그만큼 내가 형에 대해서 세일즈를 좀 했다는 얘기겠지?”

“나도 모르는 곳에서 나를 열심히 팔고 있었군.”

“원석은 다듬어야 보석이 되는 거잖아. 형은 빨리 보석이 되어야 할 사람이야.”

박동재의 말이 보석처럼 반짝반짝 빛났다. 진심으로 인재를 아끼는, 딱 그런 느낌이었다.

“호흡을 맞춰드릴 자신은 있다만……. 그쪽에서 날 어떻게 봐 줄지 모르겠네.”

“내가 있잖아, 형.”

“일단 나로서는 거절할 이유가 없는, 오히려 가고 싶은 던전인 건 맞아. 기회가 없어 그렇지.”

강후가 박동재의 제안을 받았다.

미스테리 던전은 임기응변이 무엇보다 중요한 던전이다.

어떤 상황이 발생해도 당황하지 않고, 또 이에 맞춰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이 많아야 한다.

정해진 방식, 방향대로 추진되는 것을 원하는 헌터에게는 전혀 맞지 않는 상극의 던전인 셈.

갈 수 있다면 가고 싶었다.

헌터가 열쇠인 던전이기에, 주인인 헌터와 인맥이 없으면 아예 갈 기회도 얻지 못하는 곳이다.

국내에서는 미스테리 던전의 추가 획득 이슈가 없어서, 강후로서는 따로 선점할 수 없는 던전이기도 하고.

“좋아. 그럼 던전을 나가는 대로 내가 명가 길드 쪽에 연락할게. 거기서도 좋아하실 거야!”

“그랬으면 좋겠군.”

이렇게 의외의 루트가 또 하나 열렸다. 박동재와의 인연이 또 가져다준 큰 선물이었다.

바로 그때.

쿠웅! 우웅!

방금까지 아무 움직임도 없었던 암벽 너머에서 큰 지축의 울림이 이쪽까지 쭉 전달됐다.

다만 울림만 있을 뿐이고, 소리는 없었는데 살짝 옆으로 나와서 보니 이유가 있었다.

암벽을 중심점으로 외부로 향하는 모든 소리를 차단하는 방음의 결계가 펼쳐져 있던 것이다.

아마도 암벽 너머에 있을 것이 분명한 어떤 몬스터가 만들어 놓은 구조물인 듯했다.

즉, 이미 반대쪽에서는 뭔가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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