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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다 해 먹는 천재 암살자-134화 (134/304)

134화 제주도 (3)

* * *

강후가 원작에서는 깊게 다뤄진 적 없는 제주도의 풍경과 흐름을 보며 신기해하는 동안.

출혈 딜러, 강후의 도착을 기다리는 그루 길드의 공격대원들은 서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공격대의 대장을 맡고 있는 사람은 마진호라는 남자였다.

현재 해외 활동 중인 길드 마스터, 부 길드 마스터를 대행하고 있는 3인자이기도 하다.

마진호는 레벨 435의 메인 탱커로 온몸이 근육 그 자체인 탱킹의 교과서와도 같았다.

“이 망할 놈의 출혈 옵션은 왜 암살자와 광전사만 다루기가 쉽게 되어 있냔 말이지.”

마진호가 볼멘소리를 냈다.

다른 직업군도 출혈 효과를 만들어낼 수는 있지만, 지속 시간이 매우 짧고 스킬 쿨타임이 길었다.

출혈 효과라는 것은 검으로 베어서 피를 흘리게 만드는 효과가 아니다.

그것은 당연한 순리고, 피를 흘리는 과정에서 내부적으로 회복과 치유를 억제해야 한다.

이는 클래스의 영향을 정말 많이 받았는데.

암살자와 광전사의 레벨 200 기본 스킬이 출혈 계열의 스킬이었다. 상시 활용 가능한 형태다.

물론 예외가 있기는 했다.

암살자의 기본 스킬 중 하나인 가속 찌르기가 최대 숙련도를 달성하면 ‘출혈 찌르기’가 된다.

하지만 말이 쉽지, 숙련도 최대를 달성하는 것은 매우 어렵고도 고된 작업이었다.

쉽게 말하자면, 가속 찌르기의 숙련도 최대를 찍는 것보다 레벨 200 달성이 더 빠를 터였다.

“대장, 출혈 옵션이 많이 있대요?”

“일단 가속 찌르기가 아니라 출혈 찌르기를 가지고 있고.”

“헐…… 레벨이 100을 넘긴 지도 얼마 안 되었다면서, 숙련도 최대를 벌써 찍은 거예요?”

“그렇다고 하네. 의뢰까지 받는 마당에 허풍떨 리 없지. 이예린이 그럴 사람을 소개하지도 않고.”

“하루 종일 밥만 먹고 찌르기 연습만 했나?”

“어쨌든 그게 베이스인 것 같고. 거기에 출혈 상태를 더 악화, 강화하는 옵션도 있다고 해.”

“아이템이에요?”

“디테일한 부분까지 설명할 필요는 없다 보니, 저렇게 뭉뚱그려 설명을 해 놨다.”

“내용을 곧이곧대로 믿으면, 스펙이 상당한 데요?”

“그러게. 레벨이 너무 낮은 게 흠이긴 하다만, 우리가 대미지 딜러를 요청한 건 아니니까.”

“진짜 출혈 딜러 구하기가 힐러보다도 어렵네요. 진짜 귀하네요. 내부 육성은 너무 어렵고.”

“내 말이.”

마진호가 뒷머리를 긁적였다.

그루 길드에서 출혈 딜러 육성을 해 보지 않은 것이 아니었다.

매번 외부 용병만 구할 수도 없고, 오래전부터 길드 차원에서 공을 많이 들여왔다.

하지만 암살자와 광전사는 기본적으로 근접전을 기반으로 하다 보니, 위험 노출도가 높았다.

더군다나 핵심 과제가 ‘출혈 유지’가 되면, 이유 불문하고 무조건 타깃과 가까이 붙어야 했다.

여기서 늘 희생자가 발생했다.

출혈 딜러는 때로는 적극적으로 타깃에게 붙어서 출혈 유지에 공을 들여야 하는 만큼.

고위험의 상황이 밥 먹듯이 찾아오곤 했던 것이다. 이를 견뎌낸 인재가 없었다.

출혈 딜러를 구하지 못하는 고레벨 공격대는 그런 이유로 출혈이 필요하지 않은 던전을 찾았다.

당연히 미봉책이다.

출혈이 없는 던전은 곧 레벨 수준이 낮은 던전임을 의미하고, 그만큼 보상이 떨어졌다.

안전하고 쉽기는 하겠지만, 그만큼 성장 동력을 크게 잃게 되는 셈이다.

“어? 신강후라는 사람, 이번에 이클립스에서 척살 명단 리스트에 올라갔네요?”

“어제 다 했었던 얘기다, 지훈아…….”

“아, 죄송합니다. 어제 졸았나 봐요.”

“집중해. 긴장을 풀라고는 했지만, 정신을 놓으라고 하진 않았다.”

“예, 죄송합니다.”

지훈이라는 공격대원이 뒷북으로 말을 하긴 했지만, 사실 이것 때문에 다들 강후를 궁금해했다.

이클립스를 싫어하긴 해도, 어지간해서는 척지기 싫어하는 것이 보통의 헌터들이었다.

이클립스의 조사관들과 안 좋게 꼬일 수는 있다. 그래도 웬만해서는 끝장은 안 보는 것이다.

계속 피한다거나, 아니면 적당히 이클립스에게 협조하면서 타협점을 찾는다.

그것이 헌터들의 일반적인 대응이었다. 강동현이 생각 이상으로 집요한 구석이 있어서다.

하지만 강후는 앞뒤 잴 것 없이 자신을 위협한 조사관 둘의 목숨을 취한 모양이었다.

나쁘게 말하면 자기 잘난 맛에 사는 느낌이고, 좋게 말하면 자기 실력에 자신 있는 느낌이랄까?

마진호는 그 한끗 차이로 강후가 대단한지, 무모한 건지 살펴보고 싶었다.

- 곧 도착합니다.

그때, 연락이 왔다.

강후를 태운 안전 리무진이 도착한 모양.

“다들 일어나자. 빠르게 테스트하고, 별문제 없으면 바로 던전으로 뛰자고.”

마진호가 몸을 일으켰다.

손님을 맞이할 시간이다.

* * *

‘전종두도 옆에 서면 애가 되겠네. 사람이야, 아니면 타이어들을 붙여서 만든 인간 모형인 거냐.’

마진호를 처음 본 강후가 그에게서 떠올린 단어는 ‘근육 괴물’이었다.

거짓말 조금 보태서 강후 세 명을 나란히 세워도, 안 보이게 가려질 것 같을 정도였다.

물론 깨는 구석도 있었다.

“으아앗! 벌! 벌이야!”

날파리 한 마리가 귓가를 스치며 날아가자, 냅다 머리를 양팔로 감싸며 주저앉았던 것이다.

“대장, 벌이 아니라 그냥 파리에요.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이게…….”

“벌이었어, 인마! 흠. 흠흠.”

애써 괜찮은 체를 했지만, 강후가 이미 모든 상황을 본 터라 마진호의 얼굴이 굳었다.

첫 만남부터 적당히 기선제압을 해 두고 싶었는데, 파리 무서워하는 쫄보 신세가 됐다.

창피한 분위기가 몸 전체를 휘감기 전에 마진호가 일부러 목소리를 높이며 강후를 반겼다.

“어서 오십시오! 제주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그루 길드 대표 이사를 맡고 있는 마진호입니다.”

“신강후입니다. 소속은 따로 없습니다. 마진호 님을 비롯한 다른 분들도 모두 반갑습니다.”

강후가 마진호의 뒤로 쭉 늘어서 있는 공격대원들에게 하나하나 정중하게 인사를 건넸다.

마법사는 전부 남자고, 궁수는 전부 여자였다. 일부러 맞췄다기보다는 어쩌다 저렇게 된 거겠지.

“바로 테스트로 가실까요? 이예린 님에게 듣기로 허례허식을 싫어하신다기에.”

“가시죠. 얘기는 가면서도 충분히 할 수 있으니까요.”

“바로 이 근처입니다. 저희 소유의 던전에서 출혈 관련 테스트를 진행할 겁니다.”

“편하네요. 오픈형인가 보죠?”

“그렇습니다. 내부는 완벽히 저희 길드에 의해서 통제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전혀 없지요.”

마진호의 안내를 따라, 그의 옆에서 보폭을 맞춰 걸었다.

그의 큰 덩치 때문인지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지축이 흔들리는 느낌이 들었다.

강후가 오는 내내 궁금했던 호기심을 해소하기 위해, 마진호에게 질문을 건넸다.

“저기.”

“네?”

“길드 마스터와 부 길드 마스터분은 부재중인 겁니까?”

“네. 두 분은 스웨덴에 가 계십니다. 거기서 장기 프로젝트로 던전 공략에 참여하고 계시죠.”

“부재가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 모양입니다.”

“그렇죠. 아시다시피 제주도에 기반을 두고 있는 저희 길드는 완벽하게 중립이니까요.”

“변수는 없습니까?”

“전혀요. 제주도 안에서는 정화 길드의 장시환이 와도 똑같은 헌터로 취급할 겁니다.”

“그렇군요.”

강후가 고개를 끄덕였다.

제주도의 현 상황을 슬쩍 물어본 것은 나중을 생각해서 알아본 일종의 보험이었다.

혹시라도 이클립스나 정화 길드에 꼬여 본토에서의 삶이 복잡해지면.

제주도를 임시 도피처로 쓸 수 있을까 하는 계산에서였다.

돌아가는 상황으로 봐서는 충분히 가능할 것 같았다.

* * *

던전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시야에 들어온 것은 굵은 밧줄에 꽁꽁 묶여 있는 몬스터 한 마리였다.

일정한 시간 간격을 두고 몸이 초록빛으로 빛났다가 사라지는 것을 보니.

자체적인 회복 기전을 갖고 있는 몬스터가 틀림없었다.

마진호가 설명을 덧붙였다.

“상태창을 보면 아시겠지만 워낙 이름이 길어서요. 저희는 그냥 1호라고 부릅니다. 실험체 1호.”

“그러네요.”

몬스터의 이름은 마치 공룡의 학명을 보는 것처럼 십수 글자의 단어로 되어 있었다.

굳이 하나하나 눈에 담고 싶지도 않아서, 강후도 녀석을 1호로 지칭하기로 했다.

“워낙 연습용으로 많이 쓴 녀석이라 패턴과 상태는 저희가 잘 압니다. 보여 주시면 됩니다.”

“그럼, 잠시 실례.”

강후가 바로 1호를 향해 달려들었다.

애초에 녀석과 어떻게 싸울지를 보려는 것이 아니라, 출혈 능력을 보려는 것인 만큼.

강후도 긴장 없이 바로 상황에 임할 수 있었다.

【출혈 찌르기】

시작은 역시 출혈 찌르기였다.

“으후우우우!”

단검 공격에 바등거리는 1호의 반응을 무시하고, 강후가 신속하게 출혈 찌르기를 꽂아 넣었다.

이내 찌르기가 10번 이상 들어가고, 출혈 중첩이 10중첩으로 쌓이자.

【회복 능력 제한】

1호에게 추가 디버프가 활성화됐다. 회복 능력 제한이 걸린 것이다.

시이잉!

이윽고 1호가 기존의 간격대로 발동된 회복 기전을 활용해 회복을 시도했다.

하지만 기존의 절반도 안 되는 시간만큼만 유지됐고, 그 효과도 미미했다.

강후는 믿는 구석이 있었다.

【출혈 강화】

【스킬 숙련도 : Lv Max】

【기존에 출혈 효과가 있는 스킬의 효율을 임의의 확률로 2배에서 3배까지 늘립니다.】

일전에 여수에 갔다가 얻은 패시브 스킬인 출혈 강화.

여기에.

【핏빛 탐식】

【출혈 상태가 대상에게 적용되고 있을 때, 출혈 상태를 50% 더 악화시킵니다.】

반지 ‘핏빛 탐식’의 효과 덕분에 출혈의 효과가 극대화됐다.

출혈 찌르기로 인한 출혈은 2초가 최대치고, 그래서 그 안에 반드시 새 공격을 해야 하지만.

두 효과 덕분에 최소 4초에서 최대 6초까지 갱신 타이밍을 늘릴 수 있었던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출혈 상태를 더 심화시킴으로써 회복 효율을 50%에서 훨씬 더 밑으로 깎아내렸다.

전투까지 보여달라고 했다면 좀 더 유려하게 움직였어야 했을 터.

하지만 출혈 능력만 검증하겠다고 했으니, 강후도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단검을 푹푹 찌를 뿐이다.

덕분에 애꿎은 1호만 계속 고통에 울부짖으며 몸을 이리저리 비틀 뿐이었다.

“저거 좀 사기인 것 같아요.”

그때, 여성 궁수 중 한 명이 말했다. 김지혜. 그루 길드에선 나름 잔뼈가 굵은 베테랑이었다.

마진호는 이미 파악을 끝낸 상태였지만, 다들 같은 생각인가 싶어 김지혜에게 물었다.

“지혜 너는 어떻게 생각하는데?”

“출혈 유지는 출혈 찌르기 덕분에 너무 쉽게 되는 것 같고요. 일단 기본 스킬은 애초에 마나 사용도 적잖아요.”

“그렇지.”

“사실 그것만으로도 다 먹어 주고 들어간다고 생각했거든요. 우린 그냥 출혈이면 됐으니까.”

“계속 말해 봐.”

“그런데 출혈 효율에 지속이 너무 좋아요. 유지도 최소 4초는 되는 것 같고, 회복 억제도 50%가 아니라 75%까지 가는 듯하고.”

“정확하게 봤군.”

이어 1호가 몇 차례의 대회복을 시도하며 체력을 끌어올리려고 했지만, 효율 나쁜 회복에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그뿐만 아니라, 자체적인 정화 버프를 가동시켜 출혈을 해제하기도 했지만.

푸욱.

강후는 너무 쉽게 새로운 출혈을 갱신해 버렸다.

“하암…….”

심지어 기지개까지 켜며, 1호 옆에서 세상 태평스럽게 하품이나 하고 있는 것이었다.

귀한 손님이 왔다.

모두 대놓고 말은 하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아주 뛰어난 용병이 왔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더 살펴볼 것도 없이 검증이 끝났다. 그루 길드원들의 마음을 잔뜩 홀린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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