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혼자 다 해 먹는 천재 암살자-58화 (58/304)

58화 성좌 시험 (5)

* * *

성좌 시험 이후.

서브 성좌, 정확한 명칭으로는 서브 후원 성좌가 대폭 늘었다.

다른 의미로는 메인 성좌를 노리는 후보군 역시도 상당히 늘어났다는 얘기다.

당초 강후의 서브 성좌는 기동전의 대가와 정의의 사도가 전부였지만.

단숨에 두 번째 큰 손 – 첫 번째는 당연히 차원 강탈자다 – 으로 떠오른 황야의 전략가와 함께.

무려 열 명의 성좌가 서브 성좌의 영역으로 들어왔다.

서브 성좌가 되기 위해서는 소량의 후원을 하는 것으로는 어림도 없었다.

‘경험치 버프 235%는 정말 미쳤다고 해도 무방할 수치인 것 같은데.’

강후가 빵빵하게 채워진 경험치 버프를 보고는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잘 웃지 않는 강후지만, 경험치를 이렇게 퍼 나를 수 있다면 울다가도 웃음이 날 지경이었다.

성좌 시험을 통한 ‘쇼케이스’는 대성공이었다.

소소하고 작은 후원을 한 성좌의 수까지 합치면, 강후의 존재를 인지한 성좌가 500좌는 넘었다.

【내 계약자다. 관심들 꺼라. 내 계약 성좌에 왜 이리도 많은 관심을 갖느냐?】

【어리석은 년. 판을 크게 키운 것은 네 년이다. 이제부터 내가 이 녀석을 키워볼 참이다.】

【년? 그래, 말 한번 잘했다. 네년의 출신은 하찮기 짝이 없는 미미한 차원 아니더냐?】

‘오호?’

강후가 차원 강탈자와 으르렁거리는 성좌의 이름을 확인하고는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두 번째 큰손으로 떠오른 성좌, 황야의 전략가였다. 그 역시도 차원 강탈자와 같은 여신인 모양.

어쨌든 불이 붙었다.

이런 그림으로 성좌끼리 경쟁이 붙으면, 계약자에 대한 투자에 좀 더 불이 붙기 시작한다.

모르긴 몰라도 차원 강탈자가 성좌 특전 외에 다른 후원을 늘릴 가능성이 컸다.

황야의 전략가 역시 자신의 성좌 특전을 어필하면서 강후의 마음을 회유할 가능성도 있다.

이래저래 중간에 끼게 된 강후의 입장에서는 행복한 비명만 잔뜩 지를 수 있는 셈이다.

장시환이 이렇게 컸다.

원작의 주인공이 따라갔던 로열로드를 밟을 수 있다면야, 메소드 연기라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이제. 나가볼까.’

볼일은 끝났다.

두 차례의 성좌 시험을 모두 성공적으로 끝냈으니, 이제 밖으로 나가 특전을 확인할 차례다.

아쉬운 이별이지만, 오늘 모였던 성좌들과는 또 만날 일이 있으리라 믿었다.

그들에게 신강후라는 이름을 똑똑히 기억하게 만들었으니, 조용히 지켜보는 존재도 늘어날 터다.

* * *

【메인 성좌 – 차원 강탈자】

【첫째, 학습한 혹은 학습할 모든 스킬의 숙련도를 최대치로 유지시킵니다.】

【둘째, 보스 스킬을 나의 것으로 강탈할 수 있는 능력을 얻습니다.】

【셋째, 다른 헌터를 죽였을 경우 그가 섬기던 성좌와의 계약을 강탈할 수 있습니다.】

【넷째, 특별히 지정한 지점으로 즉시 복귀할 수 있습니다. 하루의 쿨타임을 필요로 합니다.】

【다섯째, 반경 15m에서 나를 제외한 모두의 공간 이동 스킬을 99% 억제할 수 있습니다.】

“차원 강탈자의 특전이라 그런지 정말 공간을 활용하는 부분에 특화가 되어 있네.”

【누누이 말하지 않았느냐. 나는 다른 성좌들과는 격이 다른 존재니라.】

“오히려 첫째, 둘째, 셋째 특전이 차원 강탈자라는 이름에 안 맞는다는 생각도 들고?”

【하지만 파괴적으로 강해질 수 있도록 만드는 원천이 되어주지. 그렇지 않으냐?】

강후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것이 이 세계에서 눈을 뜨자마자, 서둘러 그녀와의 계약을 준비한 이유이기도 하다.

주인공을 넘어설 진짜 주인공이 되려면, 이런 성장 수단은 반드시 필요했기 때문이다.

네 번째 특전은 큰 위기에 빠졌을 경우에 목숨처럼 쓸 수 있는 특전으로 보였다.

전장을 즉시 이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거리의 제한도 없다.

강후가 좀 더 자세히 내용을 살폈다.

【안전한 장소 하나를 지정할 수 있습니다. 장소 지정에는 별도의 쿨타임과 제한이 없으므로 언제든 수정 및 갱신이 가능합니다.】

예상대로였다.

언제든 세이브 포인트를 수정하는 것이 가능한 것이다.

어쨌든 이 특전이 있으면 만약에 미국에 있다고 하더라도, 곧바로 한국으로 복귀할 수 있었다.

세이브 포인트가 국내의 어딘가로 지정만 되어있다면 말이다. 이를테면 집도 포함이겠지.

다섯 번째 특전은 사실상 일방적 디버프라고 할 수 있다. 그것도 상시 유지되는 패시브 형태다.

물론 공간 이동 스킬을 쓰지 않는 헌터라면 아무 역할도 할 수 없는 특전이기는 했다.

하지만 강후가 늘 목표로 두고 있는 헌터를 생각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장시환이나 채관형 같은 녀석들은 공간 이동 스킬을 기반으로 싸우는 마법계, 검사계다.

그런 헌터의 공간 이동 스킬을 억제할 수 있으면, 모래주머니를 일방적으로 채우는 것과 같다.

‘가속이라던가 육체의 도약 능력을 활용한 이동까지는 막지 못하겠지만. 적어도 블링크 같은 스킬은 확실히 차단할 수 있겠지.’

말이 99%지 체감은 100%라고 해도 무방할 터.

‘진짜 급성장이군.’

강후가 고개를 푹 숙인 채,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는 얼굴 속에서 환한 미소를 지었다.

오늘 이 순간을 첫 번째 변곡점이라고 표현해도 될 정도로 극적인 성장을 경험했다.

레벨 50을 갓 넘긴 헌터가 성좌 특전을 다섯 번째까지 열었다?

이 세계에 이런 케이스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을 것이다. 장시환도 못 해낸 업적이기도 하다.

주인공마저도 가 보지 못한 급성장의 길이기에, 새로이 길을 열어가는 강후의 마음도 떨렸다.

* * *

이예린으로부터 받은 지정 의뢰를 수행하기 위해 이동한 곳은 바로 포항역 인근이었다.

상주인구는 썩 많지 않은 곳.

하지만 던전이 워낙 많은 데다가, 특히 오픈형 던전이 많아 헌터들의 관심이 항상 높았다.

헌터에게는 밥상이 먹음직하게 차려진 형태의 지역이다 보니, 분쟁과 전투가 끊이질 않았다.

한 개의 길드가 전부 점유하기에는 규모가 커서, 격렬한 전쟁터가 되어버린 것이다.

얼마나 전투가 잦으냐면, 명목상으로라도 유지해놓은 헌터 치안청 건물도 철수한 상태였다.

여기는 아예 신경조차 쓰고 싶지 않으니, 너희들이 알아서 하라는 뜻의 표현인 셈이었다.

당연하게도 헌터들은 미쳐 날뛰었다.

공권력이 투입될 여지가 완벽한 0%가 되어버렸으니, 무서울 것이 없었다.

“흠.”

저 멀리 하나의 점처럼 보이는 KTX 포항역을 보며, 강후가 짧은 침음성을 냈다.

잠시 미뤄뒀던 생각이 들었다.

우선 스킬에 대한 생각.

이제 기본 스킬의 수급은 레벨 100이 될 때까지는 없다.

멀리 봐도 200, 400, 800이 끝이다.

기본 스킬 확보의 기대치는 많이 낮아진 셈이다.

그래서 많은 헌터가 레벨 100을 전후로 해서 성장의 정체기를 겪게 된다.

스킬을 따로 추가하지 않는 이상, 비슷한 레퍼토리 안에 갇혀버리기 때문이다.

스킬북을 사자니, 자신의 직업군에 특화된 스킬은 부르는 게 값이었다.

애초에 스킬북 자체가 매우 희귀하기도 했고, 위력이 좋은 스킬은 아예 시장에 나오지도 않았다.

어떻게든 자신이 배우거나, 소속된 길드 혹은 지인들에게 파는 경우가 많았기에.

‘차소희를 이길 수 있었던 원동력은 사실 스킬이었어. 패가 많다는 건, 그만큼 변수를 많이 만들어낼 수 있다는 뜻이니까.’

강후는 처음부터 스킬의 중요성을 항상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에게는 기본 스킬의 수급이 아니더라도, 스킬을 늘릴 수 있는 선택지가 많았다.

남들에게는 없는, 그래서 정말 ‘혼자 다 해 먹을 수 있는’ 선택지인 강탈 능력 말이다.

‘앞으로는 어떤 던전이나 지역을 가게 된다면, 1순위 고려 대상은 무조건 스킬이어야 해.’

우선순위를 명확히 했다.

어디를 가도 반드시 스킬 획득이 고려되어야만 한다. 의미 없이 시간을 날려버려서는 안 되니까.

“이예린. 한서연. 윤상미. 안영호. 정유리.”

아울러 청명 수용소에서 탈출한 이후로 맺은 인연들에 대한 생각도 다시 떠올랐다.

이예린.

앞으로 안정적으로 의뢰를 물어다 주면서, 정보통 역할을 해 줄 중요한 인맥이다.

훗날 열세 개의 별에 대적하는 인물 중 한 명이기도 하다.

지금은 장시환과 전략적인 제휴 관계를 맺고 있지만, 조만간 틀어질 만한 큰일이 생길 것이다.

한서연. 전 여자친구.

그녀에 대해서는 판단을 유보하고 싶었다.

현재 그녀의 소속이 정화 길드의 위성 길드인 ‘해어화’ 길드인 만큼 전망이 좋진 않았다.

그녀가 소속 길드에 사명감이나 책임감을 갖고 있다면 더더욱, 틀어질 요소가 많다.

윤상미.

철저하게 비즈니스 파트너의 느낌이 나긴 하지만, 딱히 먼저 관심을 두고 싶지는 않은 여자.

다만 이예린의 말에 따르면, 용병 활동을 오래 하며 여러 지역의 정보 수집을 많이 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녀를 통해서 활동폭을 늘리는 선택지 정도는 고려할 수도 있을 법했다.

“안영호. 녀석이 내 무대를 확장시켜 줄 녀석이지.”

강후가 유독 관심을 갖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 바로 안영호와의 인연이었다.

녀석과의 관계는 일방적인 관계이기 때문이다.

안영호가 자신에게 목숨을 빚진 상황이잖은가?

게다가 선하다 못해서 착해 빠진 녀석인 만큼,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되어줄 가능성이 컸다.

아울러 정화 길드에 대해서 뼛속 깊이 적대감을 가지고 있으니, 바라보는 방향도 같다.

“그리고 정유리.”

뜻하지 않게 이어졌지만, 가장 기대가 많이 되는 인연이다.

안영호보다 더 정화 길드, 특히 채관형에 대한 원한이 큰 헌터이기도 하다.

동시에 강후에 대한 호의와 관심이 큰 인물이기도 하고.

손발이 잘 맞을 여지가 많다.

바로 그때.

강후가 천천히 이쪽으로 가까워져 오고 있는 기척의 흐름에 고개를 살짝 돌렸다.

산책을 겸해 일부러 인적이 드문 곳으로 걸어왔는데, 누군가가 이쪽으로 걸어오는 중이었다.

연고가 없는 곳에 와서, 익숙한 얼굴을 볼 일은 사실 없다. 그래서 누군지 관심도 없었다.

하지만 얼굴을 보니 누군지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이었다.

침묵의 심판관, 전세혁.

실제로는 초면인 그를 바로 알아볼 수 있는 것은 원작에서 제법 공들여 조형한 인물이어서다.

오른쪽 입꼬리 끝에서 눈 아래까지 쭉 이어지는 흉터.

그리고 코부터 턱까지 가릴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 둔 특수한 악마 가면까지.

원작에서 설정해 두었던 전세혁의 모습 그대로였다.

물론 지금은 가면을 벗고, 허리춤에 가면을 걸어둔 상태였다. 상처를 가릴 이유를 못 느낀 모양.

삽화까지 그려가며 만들어둔 인물이었기에 이미지로 생각해 두었던 것과 실제 모습이 일치했다.

그래서 처음 보지만, 처음 보는 게 아닌 것처럼 그의 이름을 알아낼 수 있었다.

현재 레벨은 350에서 400 사이일 테니, 절대 만만한 상대는 아니다.

게다가 이클립스에서 현상금을 건 헌터 중에 현상금 Top 3에 드는 인물이기도 하다.

괜히 침묵의 심판관이라는 별명이 붙은 게 아닌 것이다.

그는 이클립스 같은 범죄조직만을 골라서 소속 헌터들을 철저하게 죽음으로 ‘심판’한다.

어느새 전세혁과의 거리가 좁혀지고.

강후의 얼굴을 확인한 전세혁이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멘트를 꺼냈다.

“신강후 님이시죠?”

0